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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77화

Penulis: 유애
경성은 다시 평온한 일상을 회복했다.

비록 초왕부는 북적북적했으나 우문호와 서일이 집에 없으니 원경릉은 영 허전한 마음이 들었다.

날씨는 제법 쌀쌀해졌기에 부쩍 큰 아이들은 지식에 목말라했다. 원경릉은 탕양을 시켜 아이들에게 보라고 책을 한 무더기 안겨줬다.

탕양은 원경릉에게 아이들을 국자감으로 보내든지, 아니면 태학 박사를 불러 수업을 듣게 하든지 해야하지 않겠나며 의견을 제시했다.

원경릉도 그렇게 느꼈기에 탕양에게 냉정언을 찾아가 상의해보라고 했다.

냉정언이 얘기를 듣고 껄껄 웃었다. “다른 사람 찾을 게 뭐가 있나? 내가 가면 될 것을!”

문무를 겸비한 냉정언이 떡들의 선생님을 담당한다면 이보다 더 안성맞춤은 없었다.

하지만 원경릉은 냉정언이 지금 상당히 바쁜 것을 알고 있기에 혹시라도 정무를 처리하는 데 지장을 줄까봐 걱정했으나 냉정언은 밤에 한 시간 왔다가는 것은 상관없다고 했다.

그 말에 원경릉은 기분이 좋아져 떡들에게 얘기하자 떡들도 몹시 기뻐했다.

그때 명원제가 이 얘기를 듣고 원경릉에게 사람을 보내 십황자를 초왕부로 보낼 테니 떡들과 함께 공부를 시키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사실 십황자가 공부를 하고 싶으면 궁의 서당에서도 충분하지만 명원제가 굳이 보내려는 이유는 그날 만두와 십황자가 얘기하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다. 만두가 십황자를 잘 다룰 수 있으니 십황자가 만두를 따르게 하면 공부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말이 상의지 명령이나 다름없으므로 원경릉은 알겠다고 했다. “호비 마마께서 동의하시면 며느리는 이견 없습니다.”

그리고 원경릉은 호비가 반대해 주길 바랬다. 십황자가 초왕부로 오면 앞으로 십황자를 관리하는 책임이 원경릉에게 떨어질 것이고 아바마마께서 십황자를 심하게 편애하므로, 안된다고 말하기도 혼을 내기도 어려울 게 뻔했다.

그리고 그들이 같이 공부해서 떡들이 십황자보다 출중하게 되면 아바마마는 아마도 원경릉이 온 마음 다해 돌보고 지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것임이 틀림 없었다.

하지만 호비는 찬성하다 못해 원경릉을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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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 잘못을 알았으면 됐어!” 원경릉이 부드럽게 토닥여 주었다. “그럼 앞으로 초왕부에서 탕 대인과 냉 대인께 도리를 잘 배우고 익히자. 앞으로는 쉽게 잘못을 범하지 않으면 아바마마와 어마마마도 여전히 예전처럼 널 귀여워 하실 거야.”십황자는 목이 메였다. “저 진짜 나쁜 아이가 되지 않을 거예요.”원경릉이 십황자의 눈물을 닦아 주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그래, 자기 말을 기억했다가 앞으로 나쁜 짓하지 말고 다시는 제멋대로 굴지 말자.”“알았어요!” 십황자가 엉엉 울며 답했다.원경릉이 십황자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래, 울지 마. 초왕부에 도착했는데도 또 울면 만두랑 애들이 놀릴 거야.”십황자는 얼른 눈물을 닦고 미소를 지으려고 노력했다.초왕부에 도착해 십황자는 만두와 애들을 보고 좋아서 같이 노느라, 방금 마차에서 울었던 건 완전히 잊었다. 건망증은 아이들 고유의 특성으로 슬픔도 다를 게 없었다.한편, 손왕은 늦은 시간에 몰래 초왕부에 들렀다. 문을 들어서자마자 탕양이 보이자, “우리 아내 여기 없나?”라고 하며 사방을 두리번 거렸다. 탕양이 의심스러운 말투로 물었다. “손 왕비 마마는 오늘 안 오셨는데요. 왕야, 손 왕비 마마를 찾으십니까?”손왕이 그제야 안도하더니 허리를 꽂꽂이 세웠다. “태자비는? 태자비를 찾아왔다네.”“태자비 마마는 계십니다. 들어가서 조금만 기다리시면 제가 바로 말씀 올리겠습니다.”원경릉이 막 십황자를 자리 잡아 준 뒤로, 탕양에게 손왕이 왔다는 말을 듣고 마음 속에 미묘한 의심이 들었다. “손왕 전하께서? 무슨 일로 오셨대?”“모르겠습니다. 조심스럽게 들어오시더니 제일 먼저 손 왕비 마마께서 계신지부터 물으셨어요.” 탕양이 답했다.“그럼 아마 관아에서 바로 오셔서 아직 집에도 가지 않으신 것 같은데. 둘째 형님이 여기 계시다고 생각하시는 걸 보니… 됐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 내가 직접 가서 볼게.”손왕은 본관에서 원경릉을 기다리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얼른 탕양에게 다른 사람이 들어오지

  • 명의 왕비   제 2679화

    원경릉이 청진기를 내려놓고, “아주버님, 혹시 위가 안 좋으신가요?”“위는 문제 없다. 소화는 잘 돼!” 손왕이 절박한 눈으로 원경릉을 보더니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제수씨, 문제를 찾아냈어?”원경릉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어디가 불편하신지 말씀을 하셔야지 알 수 있어요.”손왕이 실망한 표정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그럼 됐어, 이렇게 아프다 죽으면 그만이지, 뭐.”말을 마치고 벌떡 일어나더니 돌아섰다.그러자 원경릉이 다급하게 불러 세웠다. “아주버님, 도대체 어디가 불편하신 거예요? 저희 사이에말씀하지 못하실 게 뭐가 있어요?”“말 안해, 안 한다고. 짚어내지도 못하는데 내가 어떻게 말해?” 그러고는 울적한 표정으로 터덜터덜 밖으로 나갔다.손왕은 올 때도 의심스러웠는데 갈 때는 더 의심스러웠다. 원경릉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손왕이나가는 것을 바라보기만 했다. 탕양도 밖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야의 행동을 봐서는 중병에 걸리신 것 같지는 않습니다.”“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어. 내일 손 왕비에게 물어봐야겠구나!” 원경릉의 머릿속에는 온통 물음표로 가득찼다.“하지만 왕야께서 방금 오셨을 때 손 왕비 마마께서 여기 계신지 부터 먼저 물으셨던 것으로 보아 손 왕비 마마께서도 모르실 것 같습니다.”원경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이 상황이 너무 싫었다. “정말 너무 이상해. 어디가 불편하시냐고 물어도 말씀도 없으시고, 그저 맥을 짚어보라고만 하질 않으시나. 내가 정말 신의라도 되는 줄 아시는 건가?”그러자 탕양이 잠시 생각해보더니 물었다. “그게.... 혹시 은밀한 곳이 불편하신 건 아닐까요?”원경릉이 뜨아했다. 방금 손왕의 거동을 돌이켜보니 그럴 가능성이 충분했다.하지만 만약 거기가 불편하면 손 왕비가 분명 알 것이다.다음 날, 원경릉은 손왕이 있는 확실한 시간대에 사람을 시켜 손 왕비를 편청으로 오라고 했다. “둘째 아주버님이 어제 밤에 오셨어요. 저한테 병을 좀 봐달라며 불편하다고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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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자 손 왕비는 눈을 희번덕거리며 답했다. “정상 비정상이 어디 있어? 오래된 부부한테.”그러고는 한참 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건 왜 물어? 그이가 혹시 뭐라고 했어?”원경릉이 웃으며 답했다. “절 찾아오셔서 병을 봐달라고 하시는데 죽어도 자기가 어디가 불편한지 말씀을 안 하시니… 제가 그냥 넘겨짚어 본 거예요. 자기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낫고 싶은 신체의 질병이 뭘까하고요.”손 왕비가 곤혹스러워했다. “치료 하고 못하고가 뭐가 중요해? 오랜 세월 내내 그랬는데, 나아져봤자 바람밖에 더 피워? 역시 치료하지 않는 게 더 낫겠어. 내버려 둬!”원경릉은 전에 손 왕비에게 둘째 아주버님께서 계속 후궁을 맞아들이지 않는 이유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남자의 그 기능이 좀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한동안 그래왔는데 갑자기 왜 치료할 생각을 하셨는지 의문이 들었다. 혹시 마음에 드는 여자라도 생긴걸까?전에는 관공서에 근무하지 않았기에 만나는 사람도 적었고, 그저 식도락만 알았지, 지금은 몸매나 건강을 중시하는 게 어쩌면 정말 그 문제 때문일지도 몰랐다.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원경릉만의 추측으로 손 왕비에게는 따로 얘기하지 않고 그저 가서 어디가 불편한지 여쭤봐 달라고만 했다. 그래야 조기에 치료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그 후로 손 왕비는 며칠 간 소식이 없었고 손왕도 다시 찾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원경릉도 그 일을 자연스럽게 잊어 버렸다.그런데 며칠 지나서 탕양을 통해 홍려시의 관원 하나가 집에서 목을 메고 자살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원경릉이 대경실색해서 왜 자살을 했는지부터 재빨리 물었지만, 탕양이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경조부에서 지금 조사 중이에요.”“그 관원이 홍려시에서는 어떤 직위를 맡고 있었지?” “소경으로, 3품 벼슬입니다. 그래서 경조부에서도 이렇게 중시하고 있고 황제 폐하께서도 성지를 내려, 경조부에서 철저히 조사하고 홍려시 쪽에도 조사에 협조하고 하셨답니다.”3품 관리가 아무 이유없이 집에

  • 명의 왕비   제 2681화

    이때, 탕양이 제왕을 찾아가 물어보기도 전에 손왕이 허겁지겁 원경릉을 찾아왔다.결국 마침내 사실대로 실토했고, 자신이 그 병에 걸린 것 같다며 원경릉에게 얼른 처방을 해 달라고 했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왜 이제서야 사실대로 말하냐며 화를 냈다. 속으론 열이 받지만 그를 그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지금 어떤 증상이 있으세요?”“없어, 아직 별 증상은 없어!” 원경릉의 질시와 분노의 눈빛을 받은 손왕은 고개를 푹 숙였다.원경릉이 손왕을 노려보며 다시 물었따. “그럼 왜 그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건데요? 죽은 소경과 같이 잤던 여자와 아주버님이 관계를 하신 거잖아요? 어떻게 그럴.... 아니, 관기에게 옮았으면 한 두사람이 아닐 텐데, 왜 단 두 사람 뿐이죠?”손왕이 고개를 들고 사실대로 얘기했다. “난 그 여자들이랑 잔 적 없어. 단지 오소경이랑 같이 청루에서 목욕을 했을 뿐이야. 그 병에 대해서 어의에게 물어보니 같이 목욕을 하면 옮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기분이 확 풀리며 다소 차분해진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 그 여자들이랑 관계 없어요? 그냥 오소경이랑 목욕만 한 거예요?”“제수씨를 찾아 온 그 날이 바로 오소경이 나한테 그 병에 걸렸다고 얘기한 날이야. 그제서야 같이 몇 번이나 목욕한 게 생각났지 뭐야! 목욕으로 그 병이 전염될 수 있다길래 바로 제수씨를 찾아온거고. 제수씨가 맥을 짚으면 병을 옮았는지 여부를 알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오소경이 죽고… 이 병은.... 휴, 요 며칠 몸이 영 좋지 않은 게 뭔가 증상이 나타나기 전에 예방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설명을 하다가 갑자기 원경릉에게 당부했다. “이 얘기 절대로 아내한테는 말하면 안돼. 아내는 죽는다고 막 울거야!”원경릉이 답했다. “말 안해요. 그럼 지금은 아무 증상도 없고, 앓고 있는지 확실한 것도 아니고요.단지 목욕만 같이 했을 뿐인 거잖아요. 수건을 같이 쓴 게 아니면… 설마 그랬어요?”손왕의 안색이 하얗게 질리더니 잠시 후

  • 명의 왕비   제 2682화

    이 병에 걸린 사람들 대부분은 몰래 치료하거나,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때는 아무하고나 계속관계를 한다. 이런 병이 세상에 나도는 날엔 북당은 완전 망할 것이고, 우문호는 아마 펄쩍펄쩍 날뛰고도 남을 것이다.사실 예전부터 관리들도 정리가 필요했다. 주 재상이 물러난 지금까지 내우외환의 여파로 관리를 선발하는 데 소홀했기에 이제 전쟁에서 승리해 시국이 평화로우니 사치와 낭비 풍조가 점점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었다. 사치와 낭비의 풍조는 한번 성행하기 시작하면 바로 잡기 위해 뼈를 깎는 아픔을 겪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이다. 탕양이 원경릉에게 말했다. “관기는 대부분 죄를 지은 집안의 여자들 중 예쁘장한 사람들로, 관기들을 총괄하는 교방에 들어가면 기적에 오르게 됩니다. 한번 기적에 오르면 황제 폐하의 사면이 없는 한 속량이 안됩니다. 또한 북당의 율례에 따라 관리는 민간이 개설한 기루에 가면 안 되며 단지 관비가 있는 교방의 기방만 출입할 수 있고 기방의 수익도 국고에 귀속됩니다. 조정이 이에 대해 과도한 통제도 하지 않지요.”“그렇다면 조정이 정기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기구가 없다는 말인가?”“예. 보통 없습니다. 교방에서 자체적으로 그녀들의 신체를 검사하는 사람을 따로 두긴 하는데, 병에 걸린 것이 발각되면 노역하는 곳으로 보내져서 다시는 손님의 시중을 들지 못합니다.”“병이 발견됐을 때는 이미 전염이 시작됐겠지.” 원경릉이 미간을 찡그렸다.“그럼 방법이 없어요. 병에 걸린 사람은 기방의 여자로 좌교방(左教坊)은 노래를 담당하고, 우교방춤을 담당하는데 오직 기방만 손님의 시중을 듭니다. 물론 실제로는 이렇게 엄격하게 나눠지지 않아서 대인들의 눈에 들기만 하면 제 아무리 좌우 교방의 관기라 할지라도 가능하지요. 반드시 기방의 관기만 시중을 들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이 병에 걸린 사람이 반드시 기방에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원경릉은 이 분야에 대해 느낀 바가 크지만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단번에 변화시킬

  • 명의 왕비   제 2683화

    냉정언은 부득불 원경릉의 할머니를 찾아가 혜민서의 의녀를 기방으로 보냈다. 그리고 의녀들에게 관기들을 검사해 병을 앓고 있는 자가 몇 명인지 확인하도록 했다.이것도 원래 원경릉의 생각으로, 암암리에 의원을 찾아 치료를 하는 한이 있어도 검사에 협조하는 관리는 많지 않을 게 뻔하기 때문이었다.검사 후 할머니는 너무 놀라 소름이 쫙 끼쳤다. 기방의 20여명의 여자나 병에 걸린 것으로 판명되었고, 이 20여명은 모두 이미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으나 몰래 약을 사다가 방에서 좌욕을 하고 있을 뿐이었다.냉대인은 자신의 임기에 처음 진행하는 사안이 화류계 병에 걸린 관리를 찾아내는 것일 줄은 꿈에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다행히 교방에 있는 기록에 아가씨들이 시중을 들었던 관리가 하나하나 다 적혀 있었으므로 그 책자대로만 검사하면 전부 찾아낼 수 있었다.그런데… 하필 교방에 불이 나서 책자가 타 버렸다. 물적 증거에 따른 추적조사를 할 수 없으니 아가씨들에게 직접 탐문하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마치 미리 입이라도 맞춘 것처럼 전부 대인들의 신분을 모른다고 잡아땠다.조사를 더 할래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조사를 그만 둔 냉정언은 조회에서 조정의 관리들을 살벌하게 꾸짖으며, 기방의 여자들과 잔 적이 있는 관리는 신체검사를 받고 만약 병이 있을 경우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고 명했다.냉정언이 살벌하게 꾸짖었기에 조정의 누구 하나 감히 반박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마치 냉대인의 말에 동조해야 자신은 그런 여자를 만난 적이 없다는 증거라고 생각하는 듯, 오히려 대부분의 관리들이 냉정언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원래 이 일은 이렇게 쉽게 끝날 수 있었으나 하필이면 기방의 관기 중 명기로 소문난 취월이가 태자를 모신 적이 있다고 고했다. 그것도 태자 전하를 모신 것이 한 번이 아니라고 했다.이것은 태자가 관련된 일이라 냉정언에게 보고하지 않을 수 없었고, 냉정언은 물론 믿지 않았다. 태자의 품행이 고결해서가 아닌, 은자를 쓰는 일을 했을 리 만무하기 때

  • 명의 왕비   제 2684화

    원용의가 입을 열었다. “태자 전하는 그런 분이 아니세요. 태자 전하와 원 언니는 연리지와 비익조 같은 부부로 후궁도 들이지 않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겠어요?”“하지만 취월이는 분명히 그랬다고 했어. 만약 사실이 아니라면 취월이가 어떻게 감히 그런 소리를 했겠어?” “그 여자가 어떤 속셈을 가지고 있는지 누가 알겠어요?” 원용의가 쌀쌀맞게 말했다. “전 아무래도 못 믿겠어요. 걔가 헛소리를 지껄인 거예요. 내일 걔보고 오라고 하세요. 제가 물어볼게요.”“일단 내일 우선 취월의 신분부터 확인해볼게. 오늘 보니까 외모도 반반하고 약간 거만한 게 아마도 기적에 들어가지 않은 관기지 싶어.”제왕이 말을 멈추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물었다. “근데.. 이 일을 다섯째 형수님께 말씀드려야 할까? 취월이는 검사 받기 싫다고 해서 병에 걸렸는지 아닌지는 모르거든. 만약 형이 진짜 사고친 거면 형수에게 알려야 하지 않을까? 이 병은 전염 되는데..”원용의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일단 말하지 마요. 내일 물어보고 다시 생각하자고요!”원용의는 태자가 그런 짓을 했다고 절대로 믿지 않았다.“그래, 그럼 당신 말대로 할게!” 제왕은 고분고분하게 원용의 옆에 앉으며 애교를 부렸다. “난 절대로 그런 여자들 불러서 술 안 마셔. 요즘 나 시간만 나면 바로 집에 와서 당신이랑 우리 애기랑 있잖아. 그런 여자들은 쳐다보지도 않아.”원용의가 삐진척 성을 냈다. “누가 신경 쓴데요? 가고 싶으면 가던지!”제왕이 원용의를 꼭 안고, “안 가, 난 당신 못 이겨.”“저리 가요!” 원용의가 슬쩍 웃으며 눈을 흘겼다. 다음날, 제왕이 관아에 가서 취월의 신분을 조사하자 홍주 지부인 상대천의 딸로 원래 이름은 상호접이었다고 했다. 상대천은 전에 우문군 문하의 신하로 나중에 홍주의 지부로 전근을 갔으나, 우문군이 죄를 지어 화를 당할 때 여자 가솔들은 기적에 올랐고 남자들은 관노비가 되었다.상대천의 자녀들도 죽거나 교방에 보내지거나 노비가 되었다.제왕이 당시에 이 사건을 처리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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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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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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