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령원경릉은 저택 입구에 꿋꿋이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혜평 공주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녀의 본성은 언제나 차분한 성격으로 화를 내는 일이 거의 없었기에 오늘처럼 격노하고 화를 참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혜평 공주의 눈빛도 똑같이 사악하고 냉혹한 게 날카로운 칼날 같은 눈빛은 원경령을 뼈도 못 추스르게 만들고 싶은 정도였다.수년간 의원과 약방을 운영하면서 그녀는 누구보다 이익을 중시했지만, 그 누구든 자기 사업에 해를 끼치려 한다면 결코 관대하지 않을 것이다.‘태자비, 그래서 뭐? 태자비도 결국 이방인일 뿐이고 유문 씨족의 혈통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특히 최근 몇 년 동안은 황실 문제에 개입하지도 않았다. 겉으로는 예의 바르고 선의의 행동을 보이지만 실제는 한없이 연약하고 속이 허한 존재이면서, 참 웃겨! 만약 아버지와 오라버니가 그녀가 몇 명의 아들을 낳은 것을 고려해 보호하고 나서지 않았다면 이미 수천 번은 죽고 남았을 것이다. 대체 무기가 뭐냐고 묻는다면 굳이 뽑자면 아이를 잘 낫는다는 정도? 그뿐이다.’원경릉의 입가에 썩은 미소가 번지더니 차갑게 돌아서서 저택으로 들어갔다.태자비가 격노했다는 소식은 곧 바로 초왕 부 전체에 널리 퍼졌다.사식이가 곧장 찾아와 그녀를 동행했고 탕양은 상황 파악을 위해 문지기에게 갔다. 문지기도 정확히 잘 몰랐는데 단지 밖에서 혜평 공주가 소란을 피우며 태자비와 공존할 수 없다고 소리 지르는 것을 들었다고 했다.원경릉도 가만히 있지 않고 장방에 가서 계산을 시작하더니 100만 냥을 뽑아 우문호에게 건넸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은자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 은자면 일시적으로 당장 직면한 문제에 해결하는 데 충분했다.다행히 전국 대장공주가 그녀에게 큰 호의를 베풀었기 때문에 현재 경중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학생들의 침술을 보게 되었고 그들의 의술이 더 절묘하다는 것을 알았다.그녀는 장부를 계산한 뒤 탕양을 불러들여 몇 가지 명령을 내렸다. 의학원에서 일시적으로 원생의 모집을 중단하고 의학원을 병원으로
방 대인의 방문사식이는 단 한 번도 원경릉이 이렇게 단호하게 명령하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에 그저 멍하니 그녀의 말을 듣다가 마지막 명령이 떨어지자 의아해하며 물었다.“얼마나요?”원경릉의 눈빛은 싸늘했다.“혜민서 관료들이 오면 약 값을 꼼꼼히 살펴보고 원가로 먼저 맞출 거야. 단 한 푼도 벌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혜평 그 여자를 무너뜨릴 것이야!”이에 회계사가 벌벌 떨며 말했다.“돈을 한 푼도 못 벌면 진료비가 더 낮아질 겁니다.”원경릉이 이내 노여움을 다스리며 말했다.“나도 방금 분을 참지 못하고 그냥 한 소리지. 당연히 가격을 너무 낮게 쳐서는 안 된다. 혜민서보다 약간 높이 돼 혜평 걔네들보다는 훨씬 저렴해야 해. 이윤이 없다면 다른 의원에도 피해가 가겠지. 물론 경중 대부분 의원이 혜평 소유가 아니더라도 이미 혜평이 장악하고 있을 것이고 혜평 말만 들을 거야. 나도 애초에 이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혜평이가 사람을 너무 우습게 보잖아. 의료비가 계속해서 높아진 채로 방치하면 민심이 동요하다 분명 일이 잘못 뒤집힐 수도 있단 말이야.”탕양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는 태자비가 이성을 잃은 것이 아닌지 걱정하면서 의원이 돈을 벌지 못한다면 정말 큰 혼란을 일으킬 것으로 생각했다.북당에는 이미 사립 의원이 많았고 백성들은 그들에게 의존하고 있었다.곧 혜민서의 관료인 방 대인이 와서 원경릉과 잠깐 분석에 나섰다.“경중 의원의 진료비는 대략 50~100전으로 이는 내진 진찰료이고 외진이라면 환자와 상의하여 은자 1~100냥, 때로는 100냥을 훨씬 넘을 때도 있습니다. 이는 고정된 가격이 아니고 의사가 어떤 진료를 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물론 가정의 사생활과 관련된 것은 말하기 좋지 않아요.”방 대인이 잠시 멈칫하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약 값에 관해서는 대부분의 약 자체가 비싼 편은 아니지만 많은 의원에서 보통 환자에게 값비싼 약재를 처방하는데 사실 이 값비싼 약재는 많은 대체 약재들도 있습니다. 보통 10전에
살인 및 방화사건하지만 방 대인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대부분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언제나 투명한 마음으로 더러운 돈을 벌고 싶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요. 어쨌든 이건 부도덕한 행위이므로 그들 자손에게 폐를 끼치고 싶어 하지 않죠. 즉 운명을 믿는 의사들은 자기 행동이나 행위에 대해 업보를 받을까 봐 두려워하는 경향이 좀 있어요.”방 대인이 말을 이어갔다.“예전에 직례에서 몇몇 약국과 제약 공장이 혜평 공주처럼 가격을 과장하는 걸 꺼렸죠. 그런데 한 달도 안 돼서 그 약국과 제약 공장에서 사람이 죽거나 점포에서 불이 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혜평 공주가 했다는 증거는 없었지만, 이 바닥에서는 다들 속에 대충 숫자가 있었어요. 혜평 공주는 의료 전체 산업을 독식하려는 의도가 다분했고 그 누구든지 혜평 공주 계획에 맞지 않게 움직이면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는 결국 아무도 혜평 공주에게 반기를 들지 못했죠.”원경릉의 눈빛이 분노로 타오르며 고개를 들어 탕양을 올려다보며 물었다.“이 사실을 알고 있었어?”탕양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대답했다.“몰라요.”“그럼, 확인해 볼 수 있겠나?”탕양이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대답했다.“그건 가능할 것 같아요. 제가 사람을 시켜 조사해 보겠습니다.”몇 년 전 일이 긴하지만 누군가가 사망하고 점포와 공장을 태우는 그런 큰 화재였다면 분명 기억할 사람이 있을 것이다.그것을 추적하기는 조금 어려울 수는 있겠지만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어쨌든 피해자 가족은 아직 살아있기 때문에 그들은 확실히 내막을 알고 있을 수도 있었다.사식이가 말했다.“이 사건은 직례에서 발생했고 직례는 이리 나리의 소굴이니 이리 나리께 사람을 보내 조사하라고 하면 될 것 같네요.”원경릉이 답했다.“그럼, 탕양, 네가 직접 이리 나리 댁에 가서 이 사건을 말씀드리고 신속하게 처리해!”“알겠습니다!”탕양은 양손을 번쩍 치켜들고 자리를 떴다.원경릉은 회계사를 불러서 함께 약재 가격을 알아
예민해지다사식이는 완전히 꿰뚫을 수는 없지만, 마음으로 조금은 알 수 있었다.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오자, 탕양은 바로 이 일을 보고했다. 우문호는 원경릉이 화병으로 몸이 상할까 봐 서둘러 돌아가라고 설득했다.원경릉은 어느 때보다 냉정해졌지만, 그녀의 포석이 있는 이상 말을 꺼내야 했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을 우문호에게 알렸다. 우문호는 그녀를 칭찬했다. "이 계책 진짜 좋구나, 의관을 열었는데 환자가 없다니."원경릉이 말했다. "부황께서 의서를 증설하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으니 우리가 스스로 하는 수밖에 없어. 혹시 노여워하실지도 모르니 네가 먼저 준비해.""호비 마마께 말하지 않았어? 내 계획대로라면 부황께서 백성의 고충을 알 수 있을 거야."원경릉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 계책 좀 위험한 것 같은데.""벼락 맞을지도. 우리 의원님을 꼭 안고 있어야지, 네가 무수한 사람을 구했으니 공덕이 따를 거야." 그는 말을 하면서 원경릉을 덥석 끌어안고 그녀의 볼에 뽀뽀했다. "화내지 마, 알았지?"원경릉의 뇌리속을 스치는 생각에, 그녀의 눈이 갑자기 차가워졌다. "그녀를 넘어뜨리지 못하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뭐?" 우문호가 넋을 잃고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원경릉도 얼떨떨하게 말했다. "내가 왜 이런 생각을... 세상에, 지금 당장 죽이고 싶어졌어."우문호가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를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말했다. "어디 아파?""화가 치밀어 올라서 미치겠어." 원경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에 화가 치밀어올랐다. 애써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 "혜평 공주한테 화가 났는지 모르겠지만 오늘 어떻게 그녀를 죽이고, 복수할지 생각해. 칼로 그녀의 살을 발라내고 비녀로 그녀의 눈을 찔러 피를 흘리면서 죽게 하고 싶어."우문호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일어서서 그녀의 손을 잡았다. "정말 화가 났구나. 화내지 마. 그녀에게 화낼 필요 없어, 반드시 가산을 탕진할 거야.""아니, 지금은 장사가 안되지만, 이미 평생 먹고 놀 만큼의
이리 나리의 조언의학원을 의원으로 바꾸면 훨씬 편리할 것이다. 의학원의 대지 면적은 넓었으나 위치가 좋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히 바깥쪽에 큰 길이 있었기에 마차가 다닐 수는 있었다. 게다가 학생들의 생활관도 있었다. 그곳을 대기실로 쓴다면 아주 유용할 것이다.또한 의학원에는 약고도 있다. 몇 개 더 증설했기에 약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학생들은 밤낮없이 약초를 분류하고 표기했다. 게다가 약을 지을 사람을 10명 정도 모집해 전문적인 약 처방과 검사를 하게 했다.혜평 공주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원경릉은 약재 공급원을 끊고 싶었다. 약을 구할 수 없으면약공장도 생산을 중단할 것이고 의관도 열 수 없을 것이다.이 일에 우문호가 직접 관여하는 것은 좋지 못했다. 원경릉은 때마침 홍령의 계책을 참고할 수 있었다.원경릉은 혜평이 미웠다. 고뿔이 기승을 부릴 때, 경중에는 약이 없었고 그녀는 약행의 행수였다. 그리고 그때, 누군가가 시장에서 마구 물건을 쓸어담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사태의 심각성을 눈치챘다, 자금도 충분했기에 홍렬과 약을 빼앗을 수 있었음에도 그녀는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다. 다만 비축한 약 일부의 가격을 올려 목돈을 벌었다.혜평은 우문이라는 성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다.모두 혜평 공주에게 반격을 서두르고 있을 때, 원경릉은 냉궁에 도착했다.이리 나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의 수많은 경험으로 보아 그녀는 아무 이유 없이 오지 않았다. 반드시 원하는 게 있어서 찾아온 것임이 분명하다. 원경릉이 그를 부르자, 그는 생각을 굳혔다. 그녀는 일이 없을 때는 그를 이리 나리라고 불렀고 일이 있을 때는 사부님이라고 불렀다."드릴 말이 있습니다." 원경릉은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주제를 꺼냈다."혜평 공주와 기 싸움을 하는 일에 대해 말하는 것이냐?"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운 탓에 그도 이 소식을 알고 있었다. 원경릉이 먼저 말을 꺼내기 전에 그가 먼저 물었다.원경릉이 말했다. "
어부지리"소용 있다, 적어도 오늘날의 의관 몰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혜평도 곧 반격할 것이고, 너의 사람을 점점 한 명씩 빼갈 것이다. 세상에 금전에 현혹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백 명 남짓한 의원 중, 그녀가 내놓은 몇십만 은자로 마음이 움직일 사람이 없을 것 같으냐? 어쩌면 모든 사람을 빼앗아 갈 수도 있다. 네가 의원들을 돕고 그들을 위해 명당을 만드는 것을 보고 혜평 공주는 뒤에서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 올릴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지."원경릉이 말했다. "그건 알아요. 그래서 단기간에 혜평 공주를 쓰러뜨리고 다시는 일어설 수 없게 만들고 싶습니다. 저를 도와줄 수 있으십니까?"이리 나리의 눈빛이 번쩍였다. 거액의 장사를 할 때 보이는 눈빛이다. "네가 혜평 공주를 넘어뜨리려면 그녀의 화를 더 돋우는 것으로 혼란에 빠뜨리면 그녀는 널 무너뜨리기 위해 모든 것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재물이 많은 그녀는 돈을 이용하겠지. 만약 현재 모든 의관과 약공장이 도산하더라도 그녀가 가진 재물로 3대는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다. 그녀의 은자를 전부 빼앗아야 네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어떻게 하면 됩니까?" 원경릉은 이리 나리를 쳐다보며 눈 밑에 불길이 이글거렸다."그녀가 약을 살 수 없게 만들어."원경릉은 답답한 마음이 들어 눈을 뒤집으며 말했다. "제가 아까 한 말이랑 같잖아요!""아니, 다르다." 이리 나리가 신비롭게 웃으며 말했다. "넌 약을 빼앗거나, 약장수가 그녀에게 약을 팔지 못하는 쪽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너도 위험해지는 어리석은 일이다. 약 장수는 정해져 있고 그녀에게 약을 팔 것이다. 만약 약장수가 물건을 들여올 때 원가를 높이면 팔 때도 가격이 오르겠지.""가격 경쟁이 아닙니까?" 원경릉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말했다."가격 경쟁이지, 그러나 약장수를 상대로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약농가를 상대로 싸워야 한다!""약농가요?""이 일은 신경을 쓰지 말거라, 내가 알아서 하겠다."
변화미색이 담담하게 말했다. "세상에 그런 사람이 과연 적을까? 단지 그녀보다 덜 할 뿐일 것이다.""전에는 원수처럼 대하더니 왜 갑자기 그녀의 편에 드는 것이냐?" 원경릉이 물었다.미색은 손을 뻗어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전 곧 어머니가 됩니다. 그래서 이해 가지 않는 일들을 전부 이해할 생각입니다. 모든 원한을 풀고 내 아이와 덕을 쌓으며 살아갈 것입니다."원경릉이 눈썹을 고르며 말했다. "정말?"그녀의 뜨거운 눈빛에 미색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일은 전에도 겪었습니다.""뭐?"미색이 천천히 고개를 떨구었다. "다만, 예전에는 가게에 불을 지르는 역할을 했을 뿐이지요."원경릉은 곧 엄숙한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사람을 죽였어?"미색이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저는 사람을 함부로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저 은자를 위해 사람을 죽인 것 뿐입니다. 하지만 십만 냥 이상 되지 않는 사람은 죽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죽인 사람은 전부 극악무도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지금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그런 얘기만 하면 머리가 아픕니다. 이제는 착하게 살 겁니다."원경릉은 그녀의 자상하고 선량한 모습을 보고 천천히 매실 한 알을 주워 입에 넣으며 말했다. "그 사람들은 건드리지 마, 나중에 쓸모가 있어."미색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럼 경조부에 먼저 알릴까요?""아니, 적어만 둬."미색이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혜평 공주가 악행을 많이 저질러 업보를 당해서 한밤중에 악귀에게 홀려 목을 매달아 죽는 것은 어떱니까?"원경릉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까 착하게 산다고 하지 않았나?"미색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건.. 그냥 해본 말입니다."원경릉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 생각도 괜찮은 것 같으니 일단 남겨 두어라. 뜻대로 되지 않으면 귀신이라도 써야겠지."미색이 그녀를 궁금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이런 얕은 수는 너무 치사한 것 아닙니까?""어떤 사람을 상대로 하는지 봐야겠지."원경릉이 담
희망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랫배에 두고 만졌는데, 순식간에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미색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임산부인 그녀의 촉은 매우 예민했다. "아랫배는 왜 만지십니까? 또 임신하셨습니까?"원경릉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럴 일 없어."미색은 그녀의 책상 옆에 놓인 매실을 바라보았다. 임산부를 속일 수 없었다. 원경릉은 전에 이렇게 신 것을 먹지 않았다."임신하셨군요!" 미색이 정곡을 찔렀다.원경릉은 어쩔 수 없었다. 미색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떠들지 마, 아직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원경릉이 소리를 낮추고 경고했다.미색이 입을 가리며 말했다. "세상에, 정말 임신하셨습니까? 임신이 왜 이렇게 쉽게 되는거죠?""그 입 좀 닫으면 안 돼?" 원경릉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미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뻐서 그럽니다, 기뻐서 차마 입을 닫을 수가 없네요! 정말 임신하셨을 줄이야... 얼마나 되셨습니까?혹시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성격이 이렇게 예민해진 것을 보니, 설마 아들 아닐까요?"그의 물음에 미색이 웃음을 터트렸다. "난 아들을 원하는데 그이는 딸을 원합니다.""네?'"난 아들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 같은 딸을 원한다고 하네요." 미색은 뱃속의 아이에 관해 얘기하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번에 아들이면, 다음에 딸을 낳으면 되지요.""그래야겠습니다!" 미색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마는 정말 복 받은 사람입니다. 좋은 말을 많이 해서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원경릉이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 아이는 건강하면 된다. 아들이든 딸이든 전부 나의 아이잖아?" 미색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전 다 상관없습니다. 마마는 어떤 아이를 원합니까? 태자께서는 딸을 원하시지요? 딸을 원했는데 아들이 태어나면, 그러면 사내아이와, 딸아이를 모두 갖추게 되겠네요."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