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아랫배에 두고 만졌는데, 순식간에 입술에 미소가 번졌다.미색은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임산부인 그녀의 촉은 매우 예민했다. "아랫배는 왜 만지십니까? 또 임신하셨습니까?"원경릉이 정신을 차리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그럴 일 없어."미색은 그녀의 책상 옆에 놓인 매실을 바라보았다. 임산부를 속일 수 없었다. 원경릉은 전에 이렇게 신 것을 먹지 않았다."임신하셨군요!" 미색이 정곡을 찔렀다.원경릉은 어쩔 수 없었다. 미색의 눈을 피할 수 없었다."떠들지 마, 아직 아무도 알아서는 안 돼." 원경릉이 소리를 낮추고 경고했다.미색이 입을 가리며 말했다. "세상에, 정말 임신하셨습니까? 임신이 왜 이렇게 쉽게 되는거죠?""그 입 좀 닫으면 안 돼?" 원경릉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미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뻐서 그럽니다, 기뻐서 차마 입을 닫을 수가 없네요! 정말 임신하셨을 줄이야... 얼마나 되셨습니까?혹시 딸입니까, 아들입니까? 성격이 이렇게 예민해진 것을 보니, 설마 아들 아닐까요?"그의 물음에 미색이 웃음을 터트렸다. "난 아들을 원하는데 그이는 딸을 원합니다.""네?'"난 아들을 원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 같은 딸을 원한다고 하네요." 미색은 뱃속의 아이에 관해 얘기하며 행복감을 감추지 못했다."이번에 아들이면, 다음에 딸을 낳으면 되지요.""그래야겠습니다!" 미색은 그녀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마는 정말 복 받은 사람입니다. 좋은 말을 많이 해서 꼭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원경릉이 그녀의 배를 바라보며 말했다. "다른 생각은 하지 마. 아이는 건강하면 된다. 아들이든 딸이든 전부 나의 아이잖아?" 미색이 웃으며 말했다. "사실 전 다 상관없습니다. 마마는 어떤 아이를 원합니까? 태자께서는 딸을 원하시지요? 딸을 원했는데 아들이 태어나면, 그러면 사내아이와, 딸아이를 모두 갖추게 되겠네요."원경릉이 웃음을 터트렸다.
의관과 의원은 거의 동시에 문을 열고 진찰을 받았다.대흥에서 온 신의가 직접 진료하여 백성들이 자연히 신임했으며 한동안 경중의 기타 의원에는 환자가 거의 찾아오지 않았다.원경릉은 중의학에 정통하지 못하지만 약전(藥箋)과 약은 나눌 수 있기에 가서 약전과 약을 검사하고 환자에게 나누어주었다.홍매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다. 첫날 환자는 대합실을 가득 채웠지만 그래도 다행히 놀라움도, 위험도 없이 잘 지냈다. 할머니는 매우 피곤했지만 그래도 아주 기뻐했다. 한 끼를 드시고 나니 다시 자신이 힘이 넘치는 것 같다고 느낄 정도였다. 의원에서 야간진료를 개설하였는데 4명의 의사가 당번을 맡았고 원경릉은 또 의학원에 마차 세대와 마부를 배치하였다. 갑자기 응급진료를 나가야 하거나 환자 스스로 오지 못할 경우를 생각하여 마차를 배치해 환자를 옮기는데 사용하였다.마차는 당연히 돈을 받는다. 일단 무료로 하면 환자가 남용을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의원에는 응급실도 개설하였는데 급한 병이 있는 자는 줄을 설 필요가 없었고 우선적으로 병을 볼 수 있다. 이리 인도적이니 백성들의 사랑도 많이 받았다.저녁이 되자 우문호는 의학원으로 와 원경릉을 데리고 마차를 타고 돌아갔다.원경릉은 너무 피곤하여 마차 안에서 다섯째의 어깨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를 안고 얼굴을 돌려 그녀의 볼에 뽀뽀를 했고 눈가에는 부드러움과 총애가 드러났다. 그는 당연히 그녀가 피곤하기를 원치 않지만 그녀가 기뻐하니 그냥 그녀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하였다. 무엇이 그녀가 기뻐하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을까?현대에 한 번 가서 그녀의 직업을 알고 그녀의 꿈과 추구를 알게 되었다. 병을 치료하고 사람을 구할 수 있는 약물을 제작하는 것은 그녀의 본연의 업무이고 그녀의 성취감은 여기에 있다. 그녀가 이를 위해 노력하려 한다면 그는 지지할 것이다.마치 공적인 일에 있어서 그녀가 여태껏 그를 무조건적으로 지지한 것과 같다.연달아 며칠간 의원은 모두 사람들로 붐볐다. 의원의
유부마는 바로 혜평에게 가서 알렸다. 혜평은 낭군의 아버지가 능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조정과 재야에서 많은 사람들을 알고 지냈고 그중에는 도움이 될 만한 큰 인물도 적지 않았다.왕조의 수보 주대인조차도 그 당시 낭군의 아버지에게 치료를 받아 신세를 지고 있다.그러니 부마의 전언을 들은 혜평 공주는 아주 마음을 놓고 사람을 찾아 자리를 물색해 의원을 개설하려 했다.그녀는 돈이라면 얼마든지 있어 가게를 찾고 장소를 찾는 것은 모두 작은 일에 불과하다. 하지만 약장수 쪽에서 그녀에게 요즘 왜 그런지 모르게 약농들이 모두 물건을 비축하고 팔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혜평 공주는 순간 본능적으로 원경릉이 수를 쓴다 생각했다. 하지만 원경릉은 그럴 능력이 없으니 우문호일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을 보내 조사를 했고 확인한 결과, 한 약상이 약을 마구 사들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 약상은 다른 사람에게 약을 팔지 말고 다음번에 비싼 값에 사라고 했다.약농들은 이전에 약장수로 인해 모두 풀이 죽어있었는데 지금은 이윤이 상승하다 보니 자연스레 약장수에게 팔려 하지 않고 모두 모아두기 시작했다.혜평은 그 말을 듣고는 냉소를 지었다."무슨 약상이냐? 그저 독고의 수를 써서 약을 사들이고 내가 쓸 수 있는 약이 없게 하려는 것뿐이다.""그러나 저희 약 공장에는 물건을 들여야 하옵니다. 헌데 약을 사지 못하면 어떡하옵니까?" 총무가 말했다.혜평은 차갑게 말했다."그들은 어떤 가격을 내었냐?""모르옵니다. 하지만 원래보다 몇 할은 높을 거라 약속을 했다 하옵니다.""그렇게나 높다 말이냐? 미친 것이 아니냐?"혜평은 냉기를 한 모금 들이쉬고 참작을 해보았다."외부에서 약을 들이면 가격이 어떠냐?""약농은 모두 인근 일대의 사람들입니다. 직속인 약도 싸지 않을 것 같은데, 조금 멀면 운송 비용과 손실까지 합 해 모두 큰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총무가 답하자 혜평은 차가운 눈동자를 치켜뜨고 말했다."원가로 사람을 다치게 하려 하다니, 원경
원경릉은 요 며칠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또 이리 나리에게 찾아갔고, 이리 나리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모든 것을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혜평 공주는 곧 고가를 약을 살 것이야, 먼저 그녀가 돈을 좀 잃게 해 우리에게 좋은 물꼬를 트게 하자."원경릉은 멈칫했다."하지만 나리께서는 원래 그녀가 약을 사지 못하게 할 거라 하지 않으셨습니까?"이리 나리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고가를 주어도 그녀는 사지 못한다.""대체 무슨 수를 쓰신 것입니까? 전 왜 이해가 되지 않지요?"원경릉은 완전히 멍해졌다. 높은 가격을 내었는데도 왜 약을 사지 못한다는 것인가? 약농들도 돈을 벌려고 할 텐데, 약을 비축하기만 하고 팔지 않으면 어떻게 생존을 한단 말인가?그리고 혜평 공주는 약농으로부터 직접 약을 사는 것이 아니라 약장수와 약재시장을 거쳐 약을 가지는데 어떻게 얻을 수 없단 말인가?이리 나리가 많은 재주가 있어 약농이 혜평 공주에게 약을 팔지 못하게 하더라도 약장수 쪽에서는 여전히 약을 얻을 수 있었다.이리 나리가 담담하게 말했다."너는 병을 잘 치료하면 된다. 이 일들을 관리해서 무엇 하느냐? 장사를 하려면 조금의 수단이 있어야 한다."원경릉이 말했다."몇 마디만 해주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제 마음이 놓이지가 않습니다."이리 나리가 화를 내지 않고 말했다."그래, 몇 마디만 해주마. 지금 혜평의 약은 어디서 사느냐?""약재시장과 약 장수지요. 하지만 공주는 거의 직접 약장수를 상대한다 들었습니다. 약재시장에 갈 필요도 없고 가격도 많이 싸니까요.""그래. 그럼 그녀가 약장수들의 미움을 산다면?""어찌 약장수의 미움을 사려 하겠습니까?"원경릉은 이해가 되지 않았고 멈칫하며 이리 나리의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눈동자를 바라보았다."스승님, 말씀을 알아듣기 쉽게 해주시지요. 제자는 너무 우둔합니다."이리 나리가 고개를 저었다."다행히 나의 장사를 너에게 맡기지 않았다. 그렇지 않으면 모두가 길바닥에 나앉을뻔했구려. 이렇게까지 말을 했는데도
원경릉은 눈을 부릅뜨고 멍하니 박수를 쳤다."대단하십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더욱 대단한 건, 약장수가 혜평과 사이가 이미 틀어진 것 아니냐?"이리 나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느긋이 말했다.원경릉은 감탄하며 말했다."그렇습니다. 하지만 저희 손에 약이 많아지는데, 자금 밀리면 어떡하옵니까?"이리 나리는 돼지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우리 손에 이렇게나 많은 약들이 있는데, 미리 조제해놓은 약들을 파는 것으로 돈을 들이는 것은 고려할 수 있지 않느냐?"원경릉은 또 멍해졌다."그럼 저희는 미리 조제해놓은 약을 파는 것으로 혜평 공주와 경쟁을 하는 겁니까? 하지만 그들은 장사를 한지 오래되었고 저희는..."이리 나리는 눈을 흘겼다."무슨 경쟁을 한단 말이냐? 깔아뭉개는 것이다. 그들은 미리 조제해놓은 약이 없는데 어떻게 경쟁한단 말이냐? 반드시 일정 시일의 빈틈이 생길 것이니 우리의 약이 마침 나타나 시장을 빠르게 차지할 수 있다. 그렇지 않냐?""맞습니다, 맞지요!"원경릉은 마침내 자신이 정말 장사할 머리는 아니라고 인정했다.그리고 마침내 이리 나리가 정말 장사의 귀재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전에는 그가 북당 최고의 부자가 된 것이 운이라 생각했다. 그는 항상 빈둥거리며 장사를 하러 나가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집에 앉아서도 전략을 세우고 판을 장악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정녕 대단했다! 이리 나리는 멍한 그녀를 보며 왜 그때 이리도 둔한 돼지 같은 제자를 받은 건지 후회하였다. 다행히도 경단은 그녀보다 훨씬 똑똑했다.하지만 어리석은 사람일수록 타격할 수 없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조금 위로를 했다."혜평과 맞서야 하니 의관과 의원을 열어 시장을 빨리 차지하는 것도 묘한 계책이다. 다만 장사를 할 때 그릇된 수들을 너는 모른다. 혜평은 방법을 강구하여 너의 사람들을 데려가려 할 것이다. 대책은 모두 잘 생각해 놓았느냐?"원경릉이 답했다. "안심하셔도 되옵니다, 모두 대응책이 있습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바깥의 일들을 명원제도 자연스레 눈여겨보고 있었고, 원경릉과 혜평이 다투는 것에 대해 그는 속으로 다소 불쾌했다. 그들이 작은 일을 크게 만드는 것 같았고 자신의 뜻을 겉으로는 복종하나 속으로는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의서를 증설하는 일은 그가 동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다만 천천히 진행할 뿐이었다.하지만 그저 불쾌할 뿐, 그녀가 혜평 공주를 이길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필경 전 경성의 약들은 거의 혜평이 장악하고 있었다.그는 시간이 지나면 원경릉 쪽에서 자연히 힘에 부쳐 나른해질 것이라 생각했다.그러나 혜평 공주가 궁에 들어와 고자질을 하는 것을 기다려냈다. 그녀는 태자가 조정의 신분으로 개입하여 약재시장을 교란하고 그녀와 많은 의관들이 약을 살 수 없게 되었다고 말했다.명원제는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 정녕 태자가 그렇게 한 것이라면 정말 타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남강 내전과 회강 수해, 그리고 북막 대군이 국경을 압박해 오는 다급한 일들이 있다. 하지만 그는 며느리를 총애하고 그녀와 함께 의관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일을 벌이다니, 정말 성공도 실패도 그녀 때문일 것이다.혜평을 달래고 그는 사람을 보내 우문호를 궁으로 들이라 명했다.우문호가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우문호에게 편파적으로 행동하여 사람을 실망시킨다고 한바탕 꾸짖었다.우문호는 아주 억울했다."아바마마, 약재시장을 교란하다니요? 소자는 전혀 모르는 일이옵니다!""네가 아니면 또 누구의 짓이란 말이냐? 네 부인이 이런 재주가 있느냐?"명원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약재시장은 모두가 자유로이 장사를 하는 곳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입니까? 재주도 필요 없이 돈만 있으면 돼옵니다. 과거 황고모께서도 시장 전체를 독점하지 않았습니까? 아바마마께서도 아무 얘기 없으셨잖습니까!""양성의 경쟁은 괜찮지만 악성 투쟁은 백성들의 이익을 해칠 것이다. 그건 절대 안 되는 일이야!"명원제는 화가 난 눈을 하고는 소리쳤다. 우문호는 조금 멈칫하고
하지만 태자비의 사람 됨됨이는 그도 잘 알고 있었고, 그런 제멋대로인 사람이 아니다. 그녀가 이렇게 하는 것은 정말 부득이한 일일 수도 있었다."나가거라!" 명원제를 그를 흘겨보았다."예!" 우문호는 일어서서 몸을 굽혀 물러났다. 어서방을 나서고 그는 재빨리 집으로 돌아갔다. 사실 모든 일을 그도 잘 알지 못했기에 약재시장을 교란하는 것은 원 선생도 아마 해내지 못할 것이다.그는 곧장 의원으로 달려가 원 선생에게 물었고 이리 나리의 묘책을 들었다. 우문호는 갑자기 기분이 시원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좋아, 아주 좋구려! 의관을 차리는 것은 이리 나리가 안 되지만 장사에는 이리 나리만 한 인물이 없지."원경릉은 그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아바마마께서 혼내셨어?"우문호는 개의치 않고 말했다."훈계는 일상이니 괜찮다. 하지만 내가 짐작건대 아바마마께서 의관을 겨냥해 평상복으로 나와보실 것 같은데, 황고모께서 그의 앞 까지 가 소란을 피워서 아바마마도 어느 정도 일이 은폐될 수 있다는 것을 의식하셨지.""정말 나와서 보셔야 해. 그렇지 않으면 백성들이 병을 보는 것이 얼마나 비싼지 영원히 알 수 없으시니까."원경릉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우문호는 그렇다 답을 한 뒤 말했다."목여 태감께 잘 보고 있으라 할 거야. 정말 나가신다면 목여 태감께서 나에게 말을 전할 거야.""어떻게 하려고?"원경릉은 궁금해하며 물었다."비밀!" 우문호는 그녀를 끌고 한쪽으로 가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몰래 볼에 뽀뽀를 했다."오늘 피곤해? 배는 어디 불편한데 없고?""괜찮아, 아주 좋아. 힘이 넘쳐!"원경릉은 그의 긴장한 미간을 보며 말을 이었다."정말 이상하구려. 이 아이를 회임한 후부터 매일 다 쓸 수 없는 정력이 생겨 피곤함을 모르고 있어.""거짓말, 몇 번이나 밤에 네가 깊이 자는 것을 보았어. 그건 피곤한 거야.""잠을 좋아하긴 하지만 그저 밤에만 그럴 뿐이지 낮에는 그래도 힘이 넘쳐나."우문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가에 점점 꽃이 피어
저녁이 되어서야 황귀비는 명원제에게 와 수녀를 뽑는 것을 이야기했다.명원제는 듣자마자 화를 냈다."소란이오! 안 뽑은지 오래되었는데 뽑아서 무엇을 한단 말이오?"황귀비가 말했다."전하께서는 호비가 화를 낼까 두려워하시는 것이옵니까?"명원제는 그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시오?""전하께서 반대를 하신다면 신첩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천하의 모든 이들이 그렇게 생각할 것이옵니다. 지금 전하께서 호비만 총애하고 계신다고 전조와 후궁에서 모두들 얘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진비가 제의를 했을 때 신첩이 특별히 사람을 보내 물어보았고 그제야 위태부와 다른 신하들이 일찍이 수녀를 뽑아야 한다 상소를 한 것을 알았습니다. 전하께서 줄곧 이 일을 누르고 계셨사옵니다."명원제는 불쾌하게 목여 태감을 힐긋 보았는데, 목여 태감은 옆에 서서 찍소리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 황귀비가 회임을 한 상태니 조용히 몸조리를 하는 것이 좋겠소. 그리 힘들게 할 필요는 없소. 올해에는 수녀를 뽑지 않을 것이오, 몇 년 지난 후 다시 이야기를 하는 것이 좋겠소."명원제가 담담하게 말하자 황귀비는 한숨을 내쉬었다."전하, 바깥사람들은 전하께서 일편단심이라 하시겠지만 호비에 대해서 어떻게 말을 하겠습니까? 호비의 입지를 어디에 두시려는 것이옵입니까?"명원제가 화를 내며 말했다."호비와는 상관이 없소. 짐의 성격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호비가 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짐은 이미 더 이상 수녀를 뽑는 것을 동의하지 않았소."황귀비는 그를 지그시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전하, 신첩이 전하를 여러 해 동안 모셔오셨는데 어찌 모르겠습니까? 호비가 궁으로 들어오기 전 전하께서는 신첩에게도 잘해 주셨습니다. 신첩을 핑계로 삼아 수녀를 뽑지 않았고 다행히 신첩은 아이가 없어 질투와 원한을 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호비는 다르옵니다. 호비는 이미 황자를 낳았고 지금 또 회임을 하였습니다. 전하께서 정녕 그녀를 아껴주신다면 이렇게 많은 욕을 떠안겨서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