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말해 반은 성공했고, 반은 실패했다.그렇기 때문에 가는 건 갈 수 있는데 돌아오는 건 불가능한 것으로 또한 삼킨 다음 어디로 갔는지 원경릉은 계산해내지 못했다.그리고 계산해 나간다고 해도 난이도가 있는 게 물건을 호수 중심 소용돌이에 던지는 것이기 때문에 굉장히 정확해야 하고 사람이 뛰어들기는 불가능하고 특히 원경릉은 무공을 할 줄 모르는데 어떻게 반드시 그 소용돌이에 떨어뜨린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모든 걸 아마 다시 시작해야 할 것 같다.하지만 다행인 건 약간의 실마리가 잡혀, 원경릉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해 1일부터 30일까지 실험하고, 초승달부터 보름밤까지 일련의 새로운 테스트를 진행했다.보름달이 뜨는 날, 현대 쪽에서 던진 물건은 소용돌이를 거치지만 소용돌이에 말려가지 않고 천천히 호숫가로 밀려나며 실험을 담당한 귀영위가 전에 상자를 삼킨 소용돌이 쪽으로 인형을 하나 던졌는데 그 인형은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수면 위에 떠 있다가 차 한잔 마실 정도의 시간이 지나서야 소용돌이가 인형을 집어삼켰다.이어서 낮에 던진 것들은 전부 집어삼켜졌고, 16일밤이 되어 달빛이 나올 때 던졌던 모든 물건이 다 바로 집어삼켜지지 않고 차 한잔 마실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말려 들어가는 게 어젯밤과 똑같았다.귀영위는 상자를 가지고 말을 달려 경성으로 돌아와 이 상황을 보고했다.원경릉이 기록을 남겼다. 그러니까 보름밤 경호의 시공간의 문은 몇 분 정도 단방향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내보낼 수 없는 것이다. 사람이 그쪽에서 돌아올 때 시간을 잘 파악해야만 경호를 떠날 수 있고 말려들어가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파악할까? 이게 어렵다. 왜냐면 15,16일날 이틀 밤 물건을 받은 시간이 전부 다르고 오빠가 그쪽에서 던져 넣은 시간도 다르다. 정확한 시간을 얻어내려면 역시 좀 힘든 상황이다.연속으로 며칠 밤 원경릉은 지금 파악한 것과 이번에 경호에서 보내온 오빠의 리포트에 의거해 경호 모델을 만들었는데 북두칠성의
사식이는 요즘 식욕이 넘쳐나서 입덧 시기를 지나고 눈에 띄게 뚱뚱해졌는데 종일 너무 배고프다고 한다. 전에는 잘 먹지 않던 반찬도 지금은 단번에 입에 쑤셔 넣고 특히 기름진 고기를 좋아하는데 한 덩어리를 한 입에 무슨 교자만두처럼 먹는다. 그래서 서일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 게 진짜 먹는 양이 장난이 아니라 과하게 먹어서 무슨 탈이 나는 게 아닐까 걱정됐다.어쩔 수 없이 원경릉에게 도와 달라고 해서 원경릉이 사식이에게 식단을 정해주고 엄격하게 식단을 준수해 음식을 섭취하게 하고, 하루에 다섯 끼를 먹는 대신 매 끼마다 배불리 먹지 못하게 했다.사식이는 끊임없이 고통을 호소하며 원경릉에게 화를 못 내니 서일에게 성질을 부렸다. 당신이 원 언니 앞에서 헛소리를 지껄인 바람에 자기가 밥도 배불리 못 먹는다고 말이다.서일은 전부 받아들이며 사식이가 마음대로 욕하고 때리게 놔두고 간식을 사와서 배고플 때 한두 입 먹게 했다. 미색은 사식이와 정반대인데, 최근 식욕이 없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종일 골골거리며 자고 싶어 했다.미색은 회임을 포기한 뒤 회왕부에 있던 의원들을 전부 내보내고 본인도 의원을 찾지 않았다. 회임에 초조하던 시절 지나치게 많은 쓴 약을 먹어서 지금 그 맛을 생각만 해도 토할 것 같기 때문이다. 회왕이 미색에게 의원에게 보이자고 했지만 미색은 거절하며, 자기가 전에 바빠서 피로가 누적된 게 틀림없다고 쉬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미색은 비애감이 들지 않을 수 없는게, 전에는 정력이 넘쳐흘러서 한번 바쁜 게 아니라 삼일 밤낮을 꼴딱 새도 다음날 여전히 맑은 정신이었다. 정말 늙은 건가?여자가 나이가 들면 밤을 못 샌다 던데.구리거울에 자신의 초췌한 얼굴을 이리저리 비춰보는데 볼수록 마음에 안 들어서 뒤를 돌아 회왕에게 물었다. “저 늙고 안 예쁜데 아직도 절 사랑해요?”오늘 휴가인 회왕이 옷을 한 벌 가져와서 미색에게 걸쳐주며 사랑이 넘실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어떻게 변해도 여전히 미색이면 사랑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저는 괜찮습니다, 궁중 금고 관원이 많으니 모두 저를 도와 분담할 수 있습니다.""금고 일에 집중하세요, 태자의 뜻을 보아하니 앞으로 호부 국고의 일을 맡길 생각인 것 같은데. 독고 가문의 일을 겪은 뒤로 병권 재정을 자기 손에 넣어야 안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 같아요. 몸도 많이 회복되었으니 앞으로 분담할 수 있는 건 분담하세요, 힘을 합쳐야 더 큰 힘을 이루죠."미색이 회왕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최선을 다할 겁니다. 미색, 당신은 정말 말도 잘 통하고 착한 사람이에요, 생각도 국한되지 않고. 평범한 여자들은 당신 같은 생각 못 해요."회왕이 다정하게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자신의 가슴 쪽으로 가져갔다.미색은 그의 뜻을 잘 알고 있었다. 권세는 그녀가 보기에 그 어떤 가치도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이런 것이 아니었다.그와 함께 생활을 잘 이어 나가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바로 그녀가 바라는 것이었다.초왕부에 들어서니 사식이가 서일의 부축을 받아 마당을 거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미색을 본 사식이가 억울하게 그녀를 바라봤다."드디어 손님이 오셨네, 나 정말 답답해 죽을 것 같아요.""왜 그래?"사식이가 허리를 짚은 것을 본 미색은 내심 부러웠다."원 언니가 저 살쪘다고 좀 걸어 다니기라도 하라고 했어요, 누워서 먹기만 하는 생활 그만하래요."사식이는 곧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그런 사식이를 보니 미색은 마음이 조금 편해져 걱정하는 척 말했다."확실히 살집이 좀 오른 것 같구나, 많이 걸어 다녀, 너무 많이 먹지 말고."그 말을 들은 사식이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미색이도 그렇게 말하면 어떡해요? 어디가 살이 쪘다는 거죠? 아이를 가진 여자는 다 그런 거지, 원 언니가 삼둥이들을 가졌을 때에는 나보다 더했어요."미색은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아 대꾸도 하지 않고 회왕과 함께 들어갔다.오늘은 우문호도 초왕부에 있었다. 일이 없을 때, 그는 거의 초왕부에서 아이와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는 편이었다.
그 모습을 본 회왕이 놀라 얼른 손수건을 챙겨 미색에게 다가가 그녀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왜 갑자기 이러는 거예요? 제가 진작에 검사해 보자고 했잖아요, 괜찮아요?""아무것도 나오는 게 없어서 더 괴로워요, 토해내야 시원할 것 같은데 나오는 건 없고 헛구역질만 해대니."미색이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들어가서 물이라도 먹어요, 그러면 나오는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회왕이 미색이를 부축하며 손수건으로 그녀의 입가를 닦았다.그 모습을 본 우문호는 코를 막은 채 멀찍이 떨어져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너희 부부 뭐야? 여기까지 와서 토를 해? 미색이 너 너무 많이 먹어서 그런 거 아니야?""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들어가."원경릉이 우문호를 툭 걷어차며 말했다. 그리곤 미색이를 부축하며 다시 물었다."왜 그래? 뭘 잘못 먹은 거야?""음식 잘못 먹은 거랑 배부르게 먹은 거랑 똑같은 거 아니야?"원경릉의 말을 들은 우문호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제발 입 좀 다물어!"원경릉이 우문호를 쏘아보며 말했다.회왕도 그 말을 들으니 조금 화가 났다."형, 너무 했어요, 미색이가 저렇게 헛구역질하면서 괴로워하는데 마음 아프지도 않아요?"“내 마누라도 아닌데 내가 뭐 가슴 아파할 게 있나?” 우문호가 중얼거렸다.미색이가 안으로 들어가 앉자 기라가 차를 내왔다. 회왕이 조심스럽게 미색이에게 차를 먹이고 나서야 그녀의 안색은 조금 나아졌다."뭘 먹은 거야? 아직 불편해?"원경릉이 미색이에게 물었다."요즘 입맛 없어서 먹은 것도 없는데 자꾸 메스꺼워요."미색이가 힘 빠진 목소리로 대답했다.그 말을 들은 원경릉이 의아하게 물었다."설마 임신한 건 아니야? 생리 안 한지 얼마나 됐어?""절대 그럴 일 없어요, 열흘 전에 금방 끝났어요."미색이가 웃으며 말했다. 태자가 이곳에 있다는 건 상관도 없다는 듯이."아니에요, 왕비님.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어요."그때 시녀 소라가 옆에서 말했다."그럴 리가, 벌써 한 달이 넘었
"문제 있으면 내가 안 쓴 약으로 지어줄게, 이제 됐지?"원경릉이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미색이는 아프더니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네!"미색이는 원경릉의 그 말을 듣고서야 웃었다 머지않아 녹주가 할머니를 찾으러 갔다. 할머니는 뒷마당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오늘 간만에 돌아왔지만 오후에 진료를 나가야 했기에 할머니께서는 반나절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했다.하지만 미색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곤 녹주를 따라 본관으로 나왔다.회왕과 미색이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지만 할머니는 미색의 안색을 보곤 놀라 얼른 말했다."안색이 왜 이래? 얼른 앉아! 손 이리 줘 봐."미색이가 할머니의 말을 듣곤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자 할머니께서 두 손가락으로 맥을 짚었다. 할머니는 맥을 짚자마자 미색이를 한번 올려다봤지만 다시 말없이 진맥했다.회왕은 긴장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전에 할머니는 진맥할 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이었다."다른 손도 한 번 보자꾸나.""할머니, 저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위장에 무슨 문제라…"미색이가 얌전하게 손을 바꿔 올려놓으며 물었다."위장이랑 아무 상관없어!"할머니께서 진맥을 마치더니 웃으며 미색이를 바라봤다."미색이 너 아이를 가진 거야."그 말을 들은 미색이가 놀라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할머니, 그런 농담하지 마세요.""농담은 무슨, 임신이 확실해. 딱 만져봐도 알아, 내가 확신하기 위해서 자세하게 진맥해 준거라고."할머니께서 멍청한 얼굴을 한 회왕을 보며 웃었다."축하드립니다, 왕야. 이제 곧 아버지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겠어요?""아버지요?"그 말을 들은 회왕이 멍청하게 웃으며 되물었다.그때 미색이가 원경릉에게 말했다."그, 임신 테스트기 얼른 주세요.""방금 안 가지겠다고 하더니, 어떻게 쓰는 건지 알지?"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미색이는 어지럽고 메스꺼운 것도 무시하고 원경릉의 손을 잡
미색이가 임신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많은 이들이 그녀를 대신해 기뻐했다. 특히 원용의는 그녀가 아이를 가지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기뻐했다.왕비들은 모두 회왕부로 가 축하 인사를 전하며 기쁨을 나누었다.그들은 모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어떻게 아이를 보호하고 잘 자라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전수해 줬고 회왕은 모두 자세하게 듣곤 기록했다.하지만 그 방법을 들은 그는 조금 멍해졌다. 그들은 이것도 먹지 말라 저것도 먹지 말라고 했지만 어제 원경릉은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잠자리를 가질 때 지나치게 거칠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손왕비는 긴장한 얼굴로 그들에게 주의 사항을 준수하라고 했다. 힘들게 얻은 아이이니 어떤 금기는 믿는 것이 안 믿는 것보다 좋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미색이는 얼른 회왕에게 모든 것을 적어 그대로 준수하자고 했다. 어차피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기에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노비 마마보다 더 기쁜 사람은 없었다.노비 마마는 평생 손주를 안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미색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색이는 보기에 몸이 좋아 보여 자신의 아들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회왕은 크게 아팠었던 사람이기에 그 방면에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랬기에 그동안 미색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해도 회왕에게 후궁을 들이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후궁을 들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명성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랬기에 미색이가 아이를 가진 뒤, 노비 마마는 명원제를 찾아가 자신이 회왕부로 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때까지 보살펴주겠다고 했다.명원제도 회왕부부의 첫 번째 아이를 중시했다. 미색이와 이리율이 북당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허락했다.명원제는 그제야 국운이
"부황, 제가 안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원 선생이 목숨 걸고 만두를 낳은 거라 만두 일은 원 선생이 결정해야 하는 겁니다."명원제는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어져 손을 저었다."나가!"우문호는 돌아간 뒤, 원경릉과 만두 일에 대해 얘기했다. 동궁 일은 그가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만두는 태손이기에 언젠가는 제왕식의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이는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부황이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들이 울며불며 빌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궁으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거야?"원경릉은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큰일이었기에 그녀는 다시 물었다."힘들어? 우리 만두가 견뎌낼 수 있을까?""힘든 건 말할 것도 없어, 축시에 서재에 도착해서 진시에 책을 읽기 시작해야 돼. 오시에 반 시간쯤 쉬고 또 수업을 시작해서 유시에 끝나 저녁을 먹고 나면 또 저녁 학습 시간도 있고. 이렇게 따지면 저녁에 세 시간쯤 잘 수 있으려나, 점심을 빨리 먹는다고 해도 반 시간쯤 잘 수 있겠네. 그래도 하루에 네 시간도 못 자.""이게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해?"원경릉은 고강도의 수업을 듣기만 해도 힘들었다. 만두가 이런 생활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괴로웠다.우문호도 내키지 않았다. 그도 이런 고생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첫째인 우문군은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야심만 더욱 키웠을 뿐이었다."만약 부황께서 굳이 이렇게 하시겠다고 하면… 거절해도 돼?"원경릉이 물었다."아니면 만두 생각을 물어볼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만두는 당연히 안 된다고 하겠지, 내 아들인데 그걸 모르겠어? 똑똑한 아이라서 한 번만 가르쳐도 알 아이야, 이런 지옥 같은 걸 견딜 필요가 없다고.""그래도 한번 물어보자."우문호는 만두가 싫다는 뜻을 보이면 스스로 부황을 찾아가 말하게 할 생각이었다. 부황께서는 만두를 아끼고 있었기에 아이가 빌면 고생하게 하고 싶지 않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는 것이 자신이 직접
원경릉이 어리둥절해할 때, 만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오히려 위로했다."너무 절 그리워하지 말아요, 잘 배우고 돌아올게요, 3개월이나 반 년이면 전 돌아올 거예요, 만약 너무 그리우면 궁에 방문해요. 그러나 한가지, 나의 학업을 그르쳐서는 안돼요!"원경릉은 이번에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녀는 얼마나 진취적인 아이를 낳은 걸까, 하지만 어딘가 왠지 이상하다.만두는 과거 정말 장난이 심했다.입궁하여 학습하는 것을 만두는 단호하게 동의했다. 그러나 우문호는 태부(太傅)의 명단을 보고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원경릉과 상의했다. 아니면, 위태부를 찾자.위태부도 비록 수구하지만 학식이 해박하고 인재에 따라 가르칠 줄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태부의 완고함은 말이 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위태부는 그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원경릉은 방황하다가 허락했다.다만 만두가 돌아간 뒤 경단과 찰떡에게 말했고 두 사람도 형과 함께 궁에 들어가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명원제 쪽은 정말 기뻤고, 삼형제를 함께 공부하라 했다. 물론 경단과 찰떡은 만두처럼 저녁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저녁 수업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좋은 군주가 되는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그들은 동궁에 살지 않았으므로 건곤전에 살며 태상황과 함께 지냈다.태상황은 증손자들이 이렇게 분발하는 것을 듣고 주수보와 위태부 두 사람을 함께 가르치게 했지만, 그로 인해 동시에 주수보도 궁에서 살아야 했다.주수보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고 말했다."저는 나이가 많고 몸도 좋지 않아 궁에 사는 게 여러모로 불편하옵니다, 위태부는 학식이 뛰어나니 그 한 사람이면 승임 할 수 있습니다.""정말 싫은가?" 태상황이 물었다.주수보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반생을 고생했는데, 모처럼 지금 태자께서 일을 해냈으니 노부도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부에서 책을 보고, 차를 마시고, 한가한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태상황은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다."그것은 정말 안타깝구나.
원경릉은 추 할머니와 함께 산책을 마치고 돌아온 뒤, 이리 나리를 몰래 끌고 나가 조용히 물었다.“왕비께 자녀가 있습니까?”그러자 이리 나리가 되물었다. “예이와 진이를 말하는 것이냐?”원경릉이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네, 예이와 진이입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습니까?”“북당에는 없다. 하지만 스승님께서 이미 추 마마를 보러 오라고 하셨다는구나.”추 할머니와 왕비가 같은 세대 사람이였기 때문에 이리 나리는 항상 추 할머니를 마마라고 불렀다.“그들이 돌아온다니… 정말입니까?”원경릉은 순간 이유 모를 흥분을 느꼈다.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것을 몰랐을 때, 북당이 그들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아, 아이를 낳지 못하게 한 줄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들에게 자녀가 있다는 말을 들으니 정말 기뻤다.“그래. 돌아올지 말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돌아올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부님이 명을 내렸으니,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것이다.”“한번 만나보고 싶습니다. 아마 다섯째도 만나고 싶을 것입니다. 어찌 그들은 친왕과 왕비의 곁에서 지내지 않는 것입니까?”“상황을 대충 알고 있지 않느냐? 사부님께서 한때 황태자가 될 뻔하셨다. 그래서 그들은 모습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무상황도 장인어른께서도 황위에서 물러나 다섯째가 황제가 되었다. 상황이 변했으니, 그들도 이제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혹시 그들이 너무 조심스러웠던 건 아닙니까? 굳이 그렇게까지는 안 해도 될 것입니다.”원경릉이 답했다.이리 나리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주 작은 위험이라도 있을 수 없다. 작은 일이 큰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다. 그러니 조정에 폐를 끼칠 수 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동안 일이 참 많지 않았냐?”원경릉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나라에 수많은 문제가 쌓여 있어 몇십 년 동안도 해결되지 않았으니, 굳이 더 많은 문제를 만들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자세히 생각하니, 북당이 그들에게 빚진 것이 참 많은
하지만 원경릉은 거절했다. 모두가 시중을 들지 않는데, 그녀만 시중을 데리고 오면 괜히 특별한 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황후라는 신분도 숙왕부 사람들 눈에는 단지 어린아이처럼 보일 뿐이었다.그녀는 짐을 다 챙긴 후, 계란에게 아버지를 잘 돌보라고 당부하곤, 서일의 보호를 받으며 궁을 나섰다.그러자 사식이는 한숨을 쉬었다. 이제 막 궁에 왔는데, 원경릉이 다시 나가버리니 앞으로 심심한 나날을 보내야 할 자신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원경릉이 숙왕부에 도착했을 때, 이리 나리 부부도 추선을 방문하기 위해 와 있었다.이리 나리도 추선과 정이 깊은 사이었다. 공주는 원경릉에게 이리 나리가 어렸을 때부터 왕비가 키웠다고 말해 주었다. 처음에는 왕비가 아이를 키우는 법을 모르기에 대부분 추할머니가 그를 돌보았는데, 나중에 무예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추할머니 덕분에 엄한 왕비 곁에서 고생을 조금 덜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원경릉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군요. 왕비께서 아이를 낳지 않으셨으니, 아이를 키우는 게 익숙하지 않으셨겠지요.""듣자 하니, 왕비께서 아들과 딸을 한 명씩 낳으셨다고 하네. 열몇 살에 어디론가 보내셨다네.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리도 그들을 몇 번 보지 못했다고 하더군.""왕비께서 아이를 낳으셨다니요?"원경릉이 살짝 놀란듯 물었다."저는 아이를 데려다 키웠다고 들었습니다. 예전에 보친왕..."공주는 손을 저으며 말했다."아니네. 정말 아니네. 왕비께서 직접 낳으신 아들딸이네. 쌍둥이고, 나리보다 훨씬 나이가 많네.""그렇습니까?"원경릉은 믿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과거 왕비 부부가 은거하고 지낸 탓에 자녀를 보지 못한 것이 이해는 되었지만, 최근 몇 년간 그들은 경성에 머물러 있었고, 자녀들이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관계가 아무리 나빠도 몇 년 동안 부모를 찾아오지 않을 수는 없을 텐데. 혹시나 부모와 자식 간에 어떤 갈등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 되었다. "그렇네. 나리가
추선의 방에서 나온 원경릉은 청우헌으로 가서 세 거두와 이야기를 나누고 혈압까지 재주었다.그녀는 그들의 말에서 추선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름은 추선으로, 왕비의 옛 시녀였다. 그러나 가장 힘든 시절에 추선은 왕비와 왕부를 떠나지 않았고, 줄곧 평남왕 우문극을 돌봐왔다고 했다.그리고 그 두 명의 첩인 운 마마와 몽 마마는 실제로 왕비의 첩이라고 했다. 대체 왜 왕비의 첩이 되었는지 명확히 설명하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두 사람을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녀들은 이미 왕비의 첩으로 불렸다.세 거두는 추선의 병세를 물었다. 원경릉이 악성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자 충격을 받았다.현대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그들은 ‘악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그들의 얼굴에 한순간 무거운 분위기가 감돌아, 원경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왕비의 시녀라 하셨는데, 잘 아시는 것입니까?”무상황이 말했다.“숙왕부에서는 누구의 시녀인지 따로 구분하지 않았다. 나중에는 매미도 시녀를 그만두고, 모두와 함께 고생했다. 평생 혼인도 하지 않고.”“매미요?”“네가 말하는 추선이다.”원경릉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추선의 이름을 매미로 부르는 것도 어찌 보면 이해가 가는 일이었다.추선이 큰 병에 걸렸다는 소식은 숙왕부 전체에 퍼졌고, 많은 사람이 원경릉에게 그녀의 병세를 물었다.원경릉은 검은 옷을 입은 노인들이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짓는 것도, 누군가를 이렇게 걱정하는 모습도 처음 보았다. 평소 그들은 늘 차가운 태도를 보였고, 유일하게 열정을 보일 때는 식사 시간뿐이었으니 말이다.그날, 원경릉은 숙왕부에서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숙왕부의 식사 방식은 한 사람이 큰 사발 하나씩 받는 것이었다. 이날 집안사람들은 음식에 거의 손을 대지 않아, 남긴 음식이 가득했다.이런 일은 전례가 없었다.원경릉은 이로부터 추선이 그들 마음속에서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알게 되었다. 소요공에 따르면, 과거 추선은 적성루에서 음식을 배분하는 일을 맡았다고 했다. 고기를 얼마나 줄
“이전에 무슨 큰 병을 앓았습니까?”원경릉이 물었다.“폐결핵이었네. 의원을 불러 치료했지만, 몇 년 동안 건강이 계속 좋지 않았네.”왕비가 대답했다.“치료했던 의원의 능력이 뛰어났겠습니다. 누구였습니까?”“주진이요.”왕비가 말했다.주진의 이름을 들으니, 원경릉은 그녀가 왕비와 오랜 세월을 함께해온 자라는 것을 확신했다.원경릉은 초능력을 사용해 노파의 폐 상태를 감지했다. 결절과 섬유화가 있었고, 심지어 종양으로 의심되는 덩어리도 발견했다. 나이가 많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고, 우선 약물을 통해 상태를 지켜보기로 했다.그저 악성이 아니길 바라며 기도할 뿐이었다.우선 링거를 놓고 산소를 공급하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 기관지를 확장해 그녀가 조금 더 편하게 호흡할 수 있도록 했다.약물을 사용하자 노파의 안색이 서서히 나아졌고, 호흡도 훨씬 수월해졌다.그러자 노파가 감사의 말을 전했다.“이렇게 숨을 쉬어본 게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치료가 진행되는 동안, 두 명의 나이 든 여성이 방을 드나들었다. 다들 원경릉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기에, 왕비가 그녀들을 소개해주었다.“모두 수년간 나와 함께해온 사람들이네.”그러고는 잠시 망설이더니 말을 덧붙였다.“내 첩들이네.”그러자 원경릉은 자신이 잘못 들은건 아닌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의 첩인지 아니면 왕의 첩인지 궁금했지만, 차마 질문하기엔 입이 쉽게 열어지지가 않았다.잠시 후, 원경릉이 침대에 누워 있는 환자를 가리키며 물었다.“그럼, 이분은요?”“날 처음 모신 사람이네. 이름은 추선이야. 수십 년 동안 대부분 평남왕부에서 평남왕을 돌보며 지냈네.”왕비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원경릉은 이해했다. 그들은 정말 이곳에 정착하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예전에 함께 지내던 사람들을 하나씩 데려와 함께 여생을 보내려는 것이었다.젊은 시절 함께 했던 사람들이니, 나이가 들어도 서로 곁에 머물고 싶어 했다.왕비는 원경릉과 함께 밖으로 나와 진지하게 말했다.“심각하다는 건
다섯째는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졌다.아이가 혼인을 올리지 않고 곁에 머무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었고 효심이 있는 일이었지만 평생 결혼하지 않는다면 얼마나 외로울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만약 자기와 원경릉이 저세상으로 떠난다면, 그녀가 혼자 어떻게 지낼 수 있을까 싶었다.그렇다고 해서 혼사를 허락하자니, 세상에 과연 걸맞은 사내가 있을지 걱정되었다.택란을 그녀보다 못 한 사내에게 보내는 건 그녀에게 너무 큰 희생이다.다섯째가 갈등하는 것 같자 원경릉이 웃으며 그를 다독였다.“택란은 이제 여덟 살이네. 너무 앞서 생각하지 마오.”다섯째가 그녀를 흘깃 쳐다보며 말했다.“자네는 모르네. 시간이 정말 순식간에 흘러가네. 벌써 여덟 살이니, 7년만 지나면 성인이 되오.”그는 시간이 조금만 천천히 흘렀으면 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두는 게 좋소. 너무 멀리 내다봐도 소용없네.”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고 살며시 깍지를 꼈다.“아이도 운명과 행복을 찾을 수 있을 것이오. 만약 언젠가 자네만큼 훌륭한 남자를 만난다면, 그와 혼사를 해도 나쁠 게 없지 않겠소?”“그런 남자는 있을 리 없소!”우문호는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람이었다.하지만 이런 칭찬해도 우문호는 여전히 복잡해 보였기에, 원경릉은 자신이 그를 걱정하게 만든 것 같아 후회했다. 하지만 자신이 말하지 않아도 그가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리 없었다.택란이 태어난 날부터 우문호에게는 새로운 적이 생겼다. 바로 택란과 혼인할 상대였다.그 적이 누구인지, 어디에 있는지 몰랐지만, 그는 여전히 미워하고 있었다.더구나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혼사를 직접 언급했으니, 이제 그 적은 실체가 생겼고, 이에 따라 그는 한동안 신경을 곤두세우게 되었다.그 후 며칠간 택란은 매우 순진하고 착하게 행동했다. 아버지가 시간이 날 때마다 곁에 머물며 대화를 나누고, 놀고, 책을 읽고, 글씨를 쓰며 시간을 보냈다.어린 나이임에도 이미 아부하는 법을 터득해, 다섯째의 마음을 부드럽게 만들어 더 이상 화낼 수 없게 했다.다
”이제 화가 풀린 것이오?”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화 풀렸네. 하지만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조심해야 하오. 어린 자식이, 정말 너무하오!”우문호는 선물을 하나 열었다. 안에는 알록달록한 도자기로 만든 정교한 인형이 있었는데, 머리카락까지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었다. 그는 미소를 멈출 수 없었다.“이 도자기 인형, 정말 우리 딸을 닮았구나. 예쁘오!”“내가 산 것이오!”원경릉이 질투라도 난듯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가 산 것이니 더 좋소. 아주 좋아!”우문호는 선물을 하나씩 열어보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 몇 개를 연 후에야 그는 약도성의 상황을 묻기 시작했다.원경릉은 자리에 앉아 약도성에서 있었던 상황을 하나하나 설명했다. 특히 택란이 약도성에서 보여준 대처 방법에 대해 상세히 말했다.그러자 우문호가 매우 놀라며 말했다.“택란이 지진을 예측하고 백성들을 대피시켰다니.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오. 정말 대단하네. 원 선생, 난 택란이 약도성에서 놀기만 했을 줄 알았네. 몰래 이런 큰일을 해내다니.”“택란과 경단은 모두 자네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하오. 자네가 걱정하지 않도록 말이네. 그래서 자네한테 말하지 않았던 거고. 이게 택란이 자네를 더 사랑한다는 이유요. 자네를 평생 아끼며 짐을 덜어주고 싶어 하오.”우문호는 그녀의 손을 놓고 그녀를 멍하니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원 선생,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소.”원경릉은 그의 팔을 감싸 안으며 웃으며 말했다.“그래, 우시오. 우리 큰 아기 울어도 괜찮네!”우문호는 답답한 표정으로 말했다.“자네가 날 ‘큰 아기’라고 부르니 눈물이 갑자기 멈추네요.”“그럼 울지 말고 어서 앉으시오.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말해주겠소.”원경릉이 그의 팔을 잡아 의자에 앉히고는, 약도성에서 한 달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우문호는 그녀의 이야기에 몰입하며 감동하였다. 특히 약도성 백성들이 택란을 존경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는 믿기 어려워했
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확 어두워지며 깜짝 놀랐다.“청혼? 누가 청혼을 한 것이오? 미친 것이오? 겨우 여덟 살인데! 대체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이런 짓을……”그는 너무 충격을 받아 분노가 치밀었다. 겨우 여덟 살인 딸을 누군가 눈독을 들이고, 심지어 청혼까지 했다는 사실에 화가 났다. 그는 그자가 누구인지 알게 되면 반드시 혼쭐을 내겠다고 마음먹었다.원경릉이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이미 택란의 비밀을 다 털어놨으니, 이제 더 이상 나한테 화내면 안 되오.”“말하시오. 용서할 테니 더 말하시오!”우문호는 더 이상 원경릉에게 화를 낼 힘도 없었다. 사실 처음부터 그렇게 심하게 화가 난 것도 아니었고, 복잡한 감정만이 뒤섞여 답답할 뿐이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런 감정들도 모두 사라지고, 이 터무니없는 사건이 더 중요해졌다.원경릉은 택란이 금나라에 가서 10만 냥을 얻은 전말을 설명했다. 특히 금나라의 어린 황제가 그녀에게 청혼했다는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고 전부 털어놓았다. 단 한 글자도 숨기지 않고 진실만 말했다.우문호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그건 너무 대담하잖소! 금나라에서 10만 냥을 빼앗았다니? 어찌 이야기가 이렇게 익숙한 것이오? 그래, 기화요! 어찌 스승이 이런 짓을 가르친 것이오? 그리고 그 금나라의 어린 황제는 이제 몇 살이오? 듣자 하니 겨우 열 살이라고……”“열셋이오. 금나라의 진국왕이 그의 권력을 누르려, 일부러 열 살이라고 소문낸 것이오.”우문호는 벌떡 일어나 뒷짐을 지고 방을 빙빙 돌며 어쩔줄 몰라했다. “열다섯이라도 안 되네! 금나라가 북당의 경성에서 얼마나 먼지 알고 있소? 아이가 그곳에 시집가면 1년에 한 번도 못 돌아올 것이네. 북당의 진국 공주를 부인으로 삼겠다니? 허망 된 꿈이요! 꿈!”“아이들의 농일 뿐이요. 진지하게 받아들이면 안 되네.”원경릉이 서둘러 말을 덧붙였다.“농담이라도 안 되네. 황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서 우리 귀한 딸을 부인으로 삼겠다니? 이런 녀석은 앞
목여 태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에게 말했다.“폐하, 공주를 너무 꾸짖지 마십시오. 공주께서는 단지 세상을 경험하고 싶어 한 것 뿐입니다. 큰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안왕과 위왕도 그곳에 있었고,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았잖습니까?”우문호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래. 택란이 자네에게는 과자 한 조각을 주었지만, 나한테는 안 주더군.”택란은 그 말을 듣고 재빨리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아버지의 입가에 가져다 대며 환심을 사려는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 드셔 보세요. 이건 그렇게 달지 않은 생강 과자인데, 정말 맛있습니다!”생강 과자의 향기가 코끝을 스쳤다. 딸의 귀엽고 앙증맞은 얼굴을 보니 어떻게 밀쳐낼 수 있겠는가? 화가 난 상태였지만 결국 한입 물었고 생강과 설탕의 맛이 입안에 퍼졌고, 딸의 사랑스러운 미소를 보니 얼굴에 굳었던 표정이 풀어졌다.“나도 먹고 싶은데.”원경릉이 가볍게 웃으며 그의 옆에 앉아 턱을 괴고 물었다.“다섯째야, 맛있느냐?”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무시했다. 그녀가 스스로 만든 규정을 어겼으니, 좋은 표정을 지을 마음이 없었다.원경릉이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택란아, 나한테도 한 조각 줘 보거라!”택란은 다시 과자 한 조각을 가져와 엄마의 입가에 가져다주며 더 큰 죄책감을 느꼈다. 이번엔 자신의 엄마까지 곤란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원경릉은 과자를 먹고 나서 웃으며 말했다.“정말 맛있구나. 다 먹었으니 나가서 좀 자거라. 돌아오는 길에 제대로 못 잤으니.”“예!”택란은 얌전히 대답하고 나머지 과자를 빨리 먹어 치운 뒤 아버지에게 다가가 그를 한 번 안아주었다.“아바마마, 저 먼저 자러 가겠습니다. 깨고 나면 다리 주물러 드릴게요!”우문호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래, 어서 가거라.”택란은 목여 태감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그녀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엄마를 한 번 돌아보며 아버지가 너무 오래 화를 내지 않기를 바랐다.원경릉은 문을 닫고 탁자 옆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택란이 드디어 경성으로 돌아왔다. 우문호는 소월궁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옆에서 목여 태감이 계속해서 설득했다. 그는 공주가 아직 어리니,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라 하며, 그저 택란이 다른 어린아이들이 저지를 수 있는 잘못을 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목여 태감은 혹시라도 황제가 공주를 꾸짖을까 봐 걱정되어 공주를 감쌌다. 그의 약한 마음은 그런 걸 감당하지 못했다.마침내 택란과 원경릉이 도착했다.우문호는 작은딸이 원경릉의 뒤에 숨어 겁먹은 얼굴로 머리를 살짝 내밀고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원경릉이 딸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가봐라, 아버지께서 기다리신다.”택란은 고개를 숙이고 아버지 앞으로 다가갔다. 우문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자기 손을 그의 손 위에 올려놓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바마마, 저 돌아왔습니다.”그러자 우문호는 딸의 손을 잡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뿌리치지도 않았다. 앞에 서 있는 그녀를 보는 눈빛엔 복잡한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약도성에 얼마나 있었느냐?”택란은 거짓말을 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솔직히 대답했다.“지난번 여름방학 때 집에 돌아온 후 바로 약도성으로 갔어요.”우문호는 큰 충격을 받았다.“모두가 알고 있었으면서, 나만 속였단 말이냐?”택란은 미안한 마음에 아버지를 껴안으며 말했다.“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안 그러겠습니다!”우문호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원경릉이 다가가 말했다.“아이가 자네 선물을 많이 샀소. 한번 보시게.”“필요 없소!”우문호가 단호하게 말했다. 딸을 뿌리칠 마음은 없지만, 그는 여전히 속았다는 사실에 너무 힘들었다.원경릉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을 텐데, 자신에게 말하지 않았다. 서로 비밀이 없기로 약속했건만, 그 약속이 깨진 것 같아 화가 났다.원경릉은 그의 표정을 보고 더 걱정해야 할 사람이 자기라는 것을 깨달았다.오는 길 내내 택란만 걱정하며 우문호에게 딸을 변호해 주려 했지만, 정작 자신이 그를 속인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