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있으면 내가 안 쓴 약으로 지어줄게, 이제 됐지?"원경릉이 아이를 달래듯 말했다. 미색이는 아프더니 아이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네!"미색이는 원경릉의 그 말을 듣고서야 웃었다 머지않아 녹주가 할머니를 찾으러 갔다. 할머니는 뒷마당에서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다. 오늘 간만에 돌아왔지만 오후에 진료를 나가야 했기에 할머니께서는 반나절 동안 아이들과 놀아주려고 했다.하지만 미색이가 아프다는 소식을 듣곤 녹주를 따라 본관으로 나왔다.회왕과 미색이는 할머니를 보자마자 그녀에게 인사를 올렸지만 할머니는 미색의 안색을 보곤 놀라 얼른 말했다."안색이 왜 이래? 얼른 앉아! 손 이리 줘 봐."미색이가 할머니의 말을 듣곤 손을 책상 위에 올려놓자 할머니께서 두 손가락으로 맥을 짚었다. 할머니는 맥을 짚자마자 미색이를 한번 올려다봤지만 다시 말없이 진맥했다.회왕은 긴장한 얼굴로 할머니를 바라봤다. 전에 할머니는 진맥할 때, 이렇게 오랜 시간을 들이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시간이 매우 길었기 때문이었다."다른 손도 한 번 보자꾸나.""할머니, 저 무슨 일 있는 거예요? 위장에 무슨 문제라…"미색이가 얌전하게 손을 바꿔 올려놓으며 물었다."위장이랑 아무 상관없어!"할머니께서 진맥을 마치더니 웃으며 미색이를 바라봤다."미색이 너 아이를 가진 거야."그 말을 들은 미색이가 놀라 입술까지 파르르 떨었다."할머니, 그런 농담하지 마세요.""농담은 무슨, 임신이 확실해. 딱 만져봐도 알아, 내가 확신하기 위해서 자세하게 진맥해 준거라고."할머니께서 멍청한 얼굴을 한 회왕을 보며 웃었다."축하드립니다, 왕야. 이제 곧 아버지가 될 수 있으니 얼마나 기쁘겠어요?""아버지요?"그 말을 들은 회왕이 멍청하게 웃으며 되물었다.그때 미색이가 원경릉에게 말했다."그, 임신 테스트기 얼른 주세요.""방금 안 가지겠다고 하더니, 어떻게 쓰는 건지 알지?"원경릉이 웃으며 물었다.미색이는 어지럽고 메스꺼운 것도 무시하고 원경릉의 손을 잡
미색이가 임신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 많은 이들이 그녀를 대신해 기뻐했다. 특히 원용의는 그녀가 아이를 가지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잘 알고 있었기에 더욱 기뻐했다.왕비들은 모두 회왕부로 가 축하 인사를 전하며 기쁨을 나누었다.그들은 모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어떻게 아이를 보호하고 잘 자라게 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전수해 줬고 회왕은 모두 자세하게 듣곤 기록했다.하지만 그 방법을 들은 그는 조금 멍해졌다. 그들은 이것도 먹지 말라 저것도 먹지 말라고 했지만 어제 원경릉은 이것저것 가릴 것 없이 먹고 싶은 것을 먹으면 그만이라고 했다. 하지만 잠자리를 가질 때 지나치게 거칠게 다루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손왕비는 긴장한 얼굴로 그들에게 주의 사항을 준수하라고 했다. 힘들게 얻은 아이이니 어떤 금기는 믿는 것이 안 믿는 것보다 좋다고 했다.그 말을 들은 미색이는 얼른 회왕에게 모든 것을 적어 그대로 준수하자고 했다. 어차피 그녀는 지금 아무것도 먹을 수 없었기에 먹으면 안 되는 것을 안 먹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노비 마마보다 더 기쁜 사람은 없었다.노비 마마는 평생 손주를 안지 못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면서도 미색이를 원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미색이는 보기에 몸이 좋아 보여 자신의 아들에게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어쨌든 회왕은 크게 아팠었던 사람이기에 그 방면에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랬기에 그동안 미색이가 아이를 가지지 못해도 회왕에게 후궁을 들이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 후궁을 들였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를 가지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이 자신의 아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명성을 망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그랬기에 미색이가 아이를 가진 뒤, 노비 마마는 명원제를 찾아가 자신이 회왕부로 가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날 때까지 보살펴주겠다고 했다.명원제도 회왕부부의 첫 번째 아이를 중시했다. 미색이와 이리율이 북당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그도 잘 알고 있었기에 흔쾌히 허락했다.명원제는 그제야 국운이
"부황, 제가 안사람을 무서워하는 게 아니라 원 선생이 목숨 걸고 만두를 낳은 거라 만두 일은 원 선생이 결정해야 하는 겁니다."명원제는 그 말을 들으니 할 말이 없어져 손을 저었다."나가!"우문호는 돌아간 뒤, 원경릉과 만두 일에 대해 얘기했다. 동궁 일은 그가 해결할 수 있었지만 만두는 태손이기에 언젠가는 제왕식의 교육을 받아야만 했다. 이는 그가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고 부황이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대신들이 울며불며 빌 것이 분명했다. "그렇다면 궁으로 들어가 살아야 한다는 거야?"원경릉은 조금 내키지 않았지만 큰일이었기에 그녀는 다시 물었다."힘들어? 우리 만두가 견뎌낼 수 있을까?""힘든 건 말할 것도 없어, 축시에 서재에 도착해서 진시에 책을 읽기 시작해야 돼. 오시에 반 시간쯤 쉬고 또 수업을 시작해서 유시에 끝나 저녁을 먹고 나면 또 저녁 학습 시간도 있고. 이렇게 따지면 저녁에 세 시간쯤 잘 수 있으려나, 점심을 빨리 먹는다고 해도 반 시간쯤 잘 수 있겠네. 그래도 하루에 네 시간도 못 자.""이게 정말 적합하다고 생각해?"원경릉은 고강도의 수업을 듣기만 해도 힘들었다. 만두가 이런 생활을 견뎌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괴로웠다.우문호도 내키지 않았다. 그도 이런 고생을 해본 적은 없었지만 첫째인 우문군은 경험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좋은 건 없었다. 오히려 그의 야심만 더욱 키웠을 뿐이었다."만약 부황께서 굳이 이렇게 하시겠다고 하면… 거절해도 돼?"원경릉이 물었다."아니면 만두 생각을 물어볼까?"우문호가 생각해 보더니 말했다."만두는 당연히 안 된다고 하겠지, 내 아들인데 그걸 모르겠어? 똑똑한 아이라서 한 번만 가르쳐도 알 아이야, 이런 지옥 같은 걸 견딜 필요가 없다고.""그래도 한번 물어보자."우문호는 만두가 싫다는 뜻을 보이면 스스로 부황을 찾아가 말하게 할 생각이었다. 부황께서는 만두를 아끼고 있었기에 아이가 빌면 고생하게 하고 싶지 않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러는 것이 자신이 직접
원경릉이 어리둥절해할 때, 만두는 그녀의 손을 잡고 오히려 위로했다."너무 절 그리워하지 말아요, 잘 배우고 돌아올게요, 3개월이나 반 년이면 전 돌아올 거예요, 만약 너무 그리우면 궁에 방문해요. 그러나 한가지, 나의 학업을 그르쳐서는 안돼요!"원경릉은 이번에 정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인가? 그녀는 얼마나 진취적인 아이를 낳은 걸까, 하지만 어딘가 왠지 이상하다.만두는 과거 정말 장난이 심했다.입궁하여 학습하는 것을 만두는 단호하게 동의했다. 그러나 우문호는 태부(太傅)의 명단을 보고 그다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원경릉과 상의했다. 아니면, 위태부를 찾자.위태부도 비록 수구하지만 학식이 해박하고 인재에 따라 가르칠 줄 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위태부의 완고함은 말이 통할 수 있다. 왜냐하면 위태부는 그의 말을 듣기 때문이다.원경릉은 방황하다가 허락했다.다만 만두가 돌아간 뒤 경단과 찰떡에게 말했고 두 사람도 형과 함께 궁에 들어가 공부를 하겠다고 했다.명원제 쪽은 정말 기뻤고, 삼형제를 함께 공부하라 했다. 물론 경단과 찰떡은 만두처럼 저녁 수업을 할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저녁 수업은 기본적으로 어떻게 좋은 군주가 되는가를 가르치기 때문이다.그들은 동궁에 살지 않았으므로 건곤전에 살며 태상황과 함께 지냈다.태상황은 증손자들이 이렇게 분발하는 것을 듣고 주수보와 위태부 두 사람을 함께 가르치게 했지만, 그로 인해 동시에 주수보도 궁에서 살아야 했다.주수보는 그다지 동의하지 않고 말했다."저는 나이가 많고 몸도 좋지 않아 궁에 사는 게 여러모로 불편하옵니다, 위태부는 학식이 뛰어나니 그 한 사람이면 승임 할 수 있습니다.""정말 싫은가?" 태상황이 물었다.주수보는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반생을 고생했는데, 모처럼 지금 태자께서 일을 해냈으니 노부도 노후를 편안하게 보내고 싶습니다. 부에서 책을 보고, 차를 마시고, 한가한 노인이 되고 싶습니다."태상황은 안타까움이 없지 않았다."그것은 정말 안타깝구나.
주수보는 한숨을 쉬며 태상황을 깊이 쳐다보고 약간 감동했다."그래도 태상황께서 주도면밀하게 계획하시네요. 이 궁 안에는 희야가 계속 이것저것 미루지 않고 이것저것 걱정하지 않을 것입니다."태상황은 살짝 웃었다."이번 생은 자네를 고생시켰으니, 아무래도 만년에 좀 제멋대로 살게 해야 하지 않겠나. 자네는 이번 생애 너무 빡빡하게 살아와 조금도 즐긴 적이 없지. 주대, 이 궁에 남아라. 자네도 건곤전에 살 필요가 없다. 그냥 적성루에 살 거라. 극이 형이 간 후에 적성루는 또 텅 비어서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네."태상황은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들어가 탄식을 금치 못했다.주수보는 젊었을 때, 그들이 적성루에서 보낸 나날을 생각했다. 이리 여러 해 동안 바삐 보내다 보니 비로소 그가 말한 바와 같이, 그의 일생은 정말 너무 빡빡하게 지내왔고, 오직 젊었을 때만 기뻐했다는 것을 발견했다.소요공은 수보가 적성루에서 지낼 것이라는 말을 들었고 그도 물건을 정리해 옮겨가 한 달 반 동안 살 것이라고 말했다.3대 거두가 궁 안에서 모인 셈이다.떡들을 궁에 들여보낼 때 원경릉은 너무도 아쉬웠다. 하지만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아이들이 더 철이 들었다는 것이 그녀를 기쁘게 했다.그녀는 그들에게 궁에서 그 능력들을 함부로 드러내 궁의 사람들을 놀라게 하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하였다.만두는 가슴팍을 치며 동생을 잘 돌볼 것이라고 말했다.찰떡은 친절하게 원경릉을 안고 작은 얼굴을 치켜세웠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 능력 배우고 올게요. 엄마와 여동생 모두 잘 지내야 해요.""무슨 여동생?" 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왜 여동생을 낳아? 너에게는 이미 남동생이 둘이나 있잖아? 남동생 싫어?""남동생은 남동생이고, 여동생은 여동생이죠. 보동생과 수동생이 얼마나 예뻐요, 아빠도 여동생을 원해요, 못 믿으면 아빠한테 물어봐요!"찰떡은 바로 우문호를 팔아먹었다.우문호는 어색하게 원경릉을 한 번 보았다."난 말한 적 없어. 나는 단지 일곱째의 딸
떡들이 궁중에서 잘 정착한 후, 우문호는 신신당부하였다. 여전히 원경릉의 그 말이었다. 절대 사람들에게 조그마한 이상도 들키지 말라고. 방금 부에 있을 때 그는 마음속으로 묵묵히 원경릉을 비웃으며 아이들을 아쉬워한다 생각했다.그러나 궁에서 떠나려 할 때가 되어서야 그는 자신도 매우 섭섭하다는 것을 느꼈다.오히려 아이들이 파리를 쫓듯이 그를 내쫓았다."알았어요, 아빠 잔소리 많으니까 어서 돌아가요."이 양심도 없는 아이들에게 우문호는 화가 나서 이가 근질근질했다. 몇 마디 더 하고 싶었지만 아이들은 이미 태조부에게 인사하러 갔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따라가 인사를 했다. 태상황에게 몇 마디 하소연하고 싶었지만 태상황도 그를 쫓아냈다."됐어, 보내왔으면 됐다. 돌아가."그는 철저히 총애를 잃고, 자신의 아이에게 아버지와 조배의 총애를 빼앗겨 원망도 할 데가 없었다.돌아가서 원경릉에게 고생을 호소했다. 원경릉은 본래 슬펐지만 그의 애원한 얼굴을 보고 갑자기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우문호는 그녀에게 세게 뽀뽀를 했다."나는 이미 철저히 지위가 없어졌는데 아직도 웃어?""몇 살이야? 아직도 자기 아들과 총애를 다투고."원경릉은 그를 쏘아보았다.우문호는 그녀가 째려보는 것을 바라보며 마음이 계속 흔들렸다."여보, 만약 우리에게 당신같이 예쁜 딸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무슨 말을 하고 싶어? 딸 낳고 싶어졌어?"원경릉은 좋지 않은 투로 말했다.우문호는 얼른 손을 저었다."그건 절대 안 돼. 우리는 벌써 애가 다섯인데 한 번 더 낳았는데 또 두세 명을 낳으면 정말 암퇘지가 될 거야."원경릉은 화가 나서 그를 때리려 했다."말을 어떻게 하는 거야? 무슨 암퇘지야? 나는 그저 두 번 낳았을 뿐이야!"갑자기 자신의 팔자가 고달프다 느껴졌다.우문호는 피하지도 않고 그녀가 때리는 것을 상관하지 않으며 헤벌쭉 웃었다."내가 잘못했어. 잘못 말했다고 치면 되잖아?"그는 그녀의 손에 집착하더니 갑자기 정색하며 말했다."원아, 너 월경이 한동안
북당 황실 요즘 별일 없는 거지? 조상의 묘에서 푸른 연기가 난 건가? 왜 떼를 지어 임신하는 거지?그녀는 정말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마음속으로 기쁜 건지 화가 나는 건지 말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 다섯째가 그렇게 저촉을 했는데 그에게 임신했다고 말한다면 그는 깜짝 놀라겠지?그녀는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자금탕을 복용했던 사람인데 대체 왜 끊임없이 임신을 하는 걸까?참으로 심히 걱정된다!그녀도 자신이 대체 임신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모르지만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을 때를 추산해 보니 가장 이른 별채에서의 그 한 번이 가능성이 제일 높았다. 만약 그때 임신했다면, 앞뒤로 계산하니 두 달도 넘었다.다시 말해서, 월로 따지면 미색의 아이보다도 더 크다.그러나 그녀는 정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먹고 마시는 것도 정상이었고, 메스꺼움과 구역질도 없고, 머리가 어지럽거나 답답하지도 않았다."태자비, 왜 그러세요?"기라가 차를 들고 들어오자마자 그녀가 혼자 의자에 멍하니 앉아 얼굴에 걱정이 가득 찬 것을 보았다.원경릉은 마음을 가다듬었다."아니야, 우리 떡들이 보고 싶어서."기라는 찻물을 탁자 위에 놓고 걸레를 들고 닦으면서 웃으며 말했다."궁에 방금 들어가셨는데 벌써 보고 싶으세요? 정말 너무 보고 싶으시면 내일 궁에 들어가 보세요.""안 갈래. 일단 적응부터 시켜야지."원경릉은 정신을 차리고 기라를 보며 물었다."태자는 오늘 저녁 식사하러 돌아와?""말씀 없으셨어요."기라는 그녀를 보고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태자가 돌아오는지 안 돌아오는지는 그녀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태자는 자신의 일들을 항상 그녀에게 직접 말한다.그러나 태자비가 넋을 잃은 것을 보니 황손들이 너무 생각나나 보다."난 쌍둥이를 보러 갈게!"원경릉은 일어섰다.쌍둥이는 정원에 앉아 새끼 호랑이를 안고 있다. 유모는 원래 그들을 데리고 놀러 나왔다. 그러나 쌍둥이는 놀아도 그저 눈으로 이리저리 구경하며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그들
칠성이와 환타는 여전히 그 풀을 보고 있었다. 원경릉도 말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세 번째 임신이 그녀를 당황케 했다.그리고 방법을 찾아 다섯째에게 말해야 한다. 그가 오늘 이렇게 저촉하는 것을 보아 아마 기뻐하지 않을 것이다.가벼운 코 고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숙여 보니 두 형제는 뜻밖에도 모두 잠이 들었다. 그냥 이렇게 앉아 기대지도 않고 단잠에 빠져들었다.원경릉은 울지도 웃지도 못하고 유모를 불러 한 사람씩 안고 그들을 방으로 돌려보냈다.원경릉은 그들의 잠자는 얼굴을 보고 좀 졸려서 옷을 입은 채로 그들의 곁에 누워 그들과 함께 잠들었다.우문호는 오늘 병부에 가서 사람을 불러 운전부(駕部) 주사인 선대인(宣大人)을 오게 하였으나 선대인이 오늘 휴가를 내었다고 고지 받았다. 심지어 연달아 7일간의 휴가를 냈다는 말을 들었다.우문호는 다소 화가 났다."휴가를 신청하면 왜 미리 말하지 않은 것이냐? 변관이 전차를 동원해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왜 이 일을 처리하고 휴가를 내지 않은 것이냐? 그가 7일 후에 돌아오면 늦어도 너무 늦는다!"운전부 관원이 급히 들어와서 황공하게 보고했다."전하께서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선대인의 집에 급한 일이 생겨 부득이하게 휴가를 냈사옵니다. 전차 문제에 관해서는 선대인이 이미 하관에게 주최를 맡겼으니, 하관이 반드시 최선을 다해 이 일을 잘 처리할 것입니다."그제야 화를 삭인 우문호는 물었다."선대인 집안에 무슨 급한 일이 생겼나요?"운전부 관리는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이는... 정말 좋지 않은 일이옵니다.""왜 그러시오?" 우문호는 문안을 정리하며 말하려다 멈칫하는 것을 보고 한마디 더 물었다."선 대감의 부인이 아이를 낳았습니다.""출산은 좋은 일인데 어찌하여 안 좋은 일이라 했나?"우문호가 말했다.운전부 관리는 ‘아이고’ 소리를 내며 대답했다. "원래는 좋은 일인데, 밤에 낳으니 횡태라 난산으로 모자를 다 지키지 못했습니다!"우문호는 멍해졌다."모자 모두 지키지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
일곱째 아가씨는 산 입구에서 지옥의 불꽃을 보자마자 순간 홀린 듯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꿈속에서 본 그 꽃이 눈앞에 펼쳐지니, 꿈인지 현실인지 구분할 수 없는 것 같았다.탕양이 손을 뻗어 꽃을 따려 하자, 일곱째 아가씨가 급히 소리쳤다."지금 뭐 하는 것입니까? 당장 멈추십시오!"하지만 탕양은 이미 지옥의 불꽃을 손에 쥔 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이것이 바로 해독제입니다."그는 손바닥에서 꽃을 비벼 즙을 내고는 일곱째 아가씨의 손을 잡아 즙을 그녀의 손등에 묻혔다. 즙은 선혈처럼 선명한 붉은빛을 띠고 있어, 일곱째 아가씨의 손등에 피가 묻은 것처럼 보였다. 그러자 그녀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며 물었다."정말입니까? 이렇게 신기하단 말입니까…?"그제야 그녀는 과거 산속에서 넘어졌을 때, 얼굴이 지옥의 불꽃에 닿아 꽃 즙이 묻고 나니, 정신이 돌아왔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녀는 그때 자신의 강한 의지로 깨어난 것인줄 알고 있었다."이걸 어떻게 알게 되신 겁니까?"일곱째 아가씨가 호기심 어린 눈길로 묻자, 탕양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안풍친왕이 말해준 것입니다. 예전에 독산에 와서 방 장군의 유해를 찾을 때 산을 드나든 적이 있었는데, 이 비밀을 알고 있었기에 독산을 드나드는 것에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지금 손등에 지옥의 불꽃 즙을 바른 이상, 산에 들어가도 환각에 휘말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독산의 절경을 마음껏 감상하실 수 있다는 말입니다!""그렇습니까? 독산의 비밀을 푸는 것이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고 여겼는데, 이렇게 쉽게 지옥의 불꽃으로 독성을 없앨 수 있었다니요…!"일곱째 아가씨가 중얼거리며 탄식하자, 탕양이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예. 겉보기엔 어려운 일도, 걷기 힘든 길도, 내리기 힘든 결정도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으면 의외로 쉽게 해결할 수 있답니다.""어찌 말 속에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한 눈빛으로 그를 힐끗 바라봤다.그러자 탕양이 당황한듯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독산은 약도성에서 ‘귀역’이라고도 불린다.약도성 백성들은 거의 독산에 들어가지 않는다. 해마다 보물을 찾아 벼락부자가 되길 꿈꾸며 산으로 들어서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무사히 나오는 사람은 극소수였기 때문이다.심지어 살아서 나온 사람 중에서도 정신이 나가거나 미쳐버린 자들이 적지 않다.그래서 조정 신하가 독산에 들어가겠다는 소식은 백성들의 큰 주목을 받았고, 심지어 일부는 관저로 직접 찾아와 독산이 위험하다고 경고하며 요괴와 귀신이 들끓으니 절대 들어가지 말라며 충고까지 했다.그러자 탕양은 그들에게 독산에 요괴나 귀신이 있는 곳이 아닌, 신령과 신선들이 지내는 신성한 곳이라 말했다. 그동안 산에 들어갔던 백성들이 그만 욕심에 사로잡혀 신령을 거슬렀기에 독산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경외심을 품고 신앙심을 가지고 들어가면 무사히 나올 수 있다며 설명까지 덧붙였다. 그리고 이 말은 당대 국사가 직접 언급한 것이라며, 이를 검증하기 위해 자신이 파견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탕양 또한 이 말을 하면서도 내심 불안했다. 사실은 이 이야기 모두 황제가 부유한 이들과 이웃 나라의 신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근거 없는 이야기를 만들어낸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독산의 풍경은 북당에서의 유일무이한 절경이었기에 탕양은 결국 독산의 모습을 드러내고 개방하자는 제안에 동의했던 것이다. 탕양의 말을 믿는 사람은 그저 소수에 불과했고, 믿지 않는 사람, 의심하거나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저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도 있었다. 산에 들어가기 전, 탕양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물었다.“정말 나와 함께 들어갈 셈입니까?”일곱째 아가씨는 젊은 시절 한 번 독산에 들어간 적이 있었는데, 멀리 가기도 전, 산속에서 만난 지옥의 불꽃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꽃밭에서 넘어진 후, 정신을 차리자마자 황급히 산을 빠져나왔던 것이다.하지만 산을 떠난 후에도 그 붉은 색의 꽃은 그녀의 마음속에 잊히지 않았고, 마치 주문에 걸린 듯 계속 머릿속에 떠올랐다.다시 독산에 오자, 과거의
“그렇다면 아버지 말씀을 잘 듣거라. 네 양아버지께서는 아바마마처럼 늘 칭찬하고 좋은 말만 해주시지 않느냐? 집안에서 누군가는 엄격하고 누군가는 따뜻한 법이다. 애정 어린 따스함을 즐겨도 되지만, 엄격한 가르침 또한 잘 따라야 한다.”하지만 냉명여는 아직 어려 이해하지 못한 듯 고개를 대충 끄덕이며 말했다.“열심히 무술을 연마하여, 나중에 꼭 누나를 도와드리러 오겠습니다.”택란이 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좋다. 그럼, 너를 기다리마!”냉명여는 뜨거워진 자신의 얼굴이 부끄러워져 고개를 돌리고 싶었지만, 그녀가 머리를 쓰다듬는 것이 못내 편안하게 느껴졌다.다른 한편, 탕 대인과 일곱째 아가씨도 약도성에 도착해, 약도성의 관저는 순식간에 북적이기 시작했다.호명은 이제 조정의 명을 받고 약도성의 관리로 임명되었는데, 조정에서 약도성을 시찰하러 온 사람들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약도성에서 장사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기에 의부인 탕양과 일곱째 아가씨를 극진히 모셨다.일곱째 아가씨는 재력이 뛰어나니, 그녀가 약도성에서 장사를 시작한다면, 도성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독산이요?”이때, 그녀가 갑자기 독산에 관심을 보이자, 호명이 멈칫했다.“독산은 굉장히 위험한 곳입니다. 이곳 백성들조차 들어가기를 꺼리지요. 안에 미혼진이 있어, 들어가면 나올 수 없다고 합니다.”탕 대인이 말했다.“그건 네가 걱정할 일이 아니다. 이틀 후, 우리는 독산에 따로 갈 계획이다. 그러니 그 전에 일곱째 아가씨를 잘 모시고, 도성 곳곳과 약도성을 보여주도록 하거라. 아가씨가 독산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50만 냥을 투자할 것이고, 그중 30만 냥은 약도성의 길을 만들고 발전을 위해 쓰이게 할 것이다.”그러자 호명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30만 냥이라니요! 정말 단비 같은 소식입니다! 지진으로 인해 많은 길이 끊기고, 집들이 무너졌습니다. 인근 주부에서 도움을 주고, 조정에서도 예산을 지원해 주었지만, 아직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만약
택란은 금나라 어린 황제의 의도를 들은 후 화들짝 놀랐다. 그는 택란이 금나라에서 죽었다고 생각해 시신을 찾을 수 없으니, 그녀의 가족에게 묘를 만들게 시켜 혼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전하러 왔던 것이었다.또한, 택란은 어린 황제가 정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것이 꽤 의외였다. 게다가 충직하게 그녀의 가족을 찾아다니며 길을 잃은 원혼이 되지 않도록 도와주려 했으니 말이다.“그가 실망하겠소. 이 도성에 다섯째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딸 이름이 택란인 자는 없을 테니.”그러자 주 아가씨가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정말 찾았지 뭡니까? 서자림 근처 마을에 다섯째라 불리는 자가 있었습니다. 마침 집안에 란이라는 딸아이가 6개월 전부터 종적을 감추었지요. 게다가 다섯째라는 사람은 지진으로 두 다리를 잃은 상태였고, 집안에 란이의 언니도 있어서 금나라 어린 황제가 사람을 보내 그들을 데려갔다고 합니다.”“정말 그런 우연이 있단 말이오?”택란이 놀라며 말했다.“예. 그 다섯째 사람도 딸이 죽은 줄 알고 슬피 울면서 상을 치렀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후에 딸과 함께 황제의 사람들을 따라갔습니다.”택란이 피식 웃었다. 정말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었다. 다만 그의 딸의 이름은 란이인데, 그녀는 금나라 어린 황제에게 자신의 이름이 택란이라고 했다.한 글자 차이로 생긴 오해였다. 어쨌든 금나라 어린 황제가 은혜를 갚기 위해 한 일이니, 크게 신경 쓸 필요는 없었지만, 어린 황제가 이런 일까지 신경을 쓸 겨를이 있었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설마 금나라에 무슨 변화가 생기기라도 한 걸까?해가 바뀌며 어린 황제도 이제 14살이 되었기에, 만약 조정 대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권력을 되찾을 가능성도 있었다.그와의 짧은 인연을 생각하며, 택란은 그가 권력을 되찾기를 바랐다. 물론, 그가 권력을 잡으면 약도성에도 좋은 일일 것이기에, 만약 실현이 된다면, 택란은 금나라에 가서 두 나라 간 자원 채굴을 논의할 계획이었다.한편, 서일이 떠난 지
택란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도 아닐 것이오. 아마 금나라 어린 황제가 보낸 사람일 것이오.”“그가 어찌 마마를 찾는 것입니까?”주 아가씨는 몹시 놀랐다. 금나라는 늘 진국왕이 주도하고 있어, 그 어린 황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건 나도 모르겠소.”그 어린 황제가 왜 갑자기 자신을 찾는 것인지 택란 또한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 알아본 바로는 자기가 죽은 줄 알고, 어빙술을 사용해 진국왕을 공격했다고 했기에, 택란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말했다.“그들이 다섯째를 어찌 찾는 것인지 알아보시오.”“알겠습니다. 사람을 보내 알아보겠습니다. 이제 막 돌아오셨으니, 먼저 들어가서 쉬시지요. 오시느라 고되었을 것입니다.”주 아가씨는 밖에 서 있는 키 큰 남자를 힐끗 보더니 바로 알아차리곤 말했다.“저분이 바로 서 대인입니까? 그가 마마를 호위한 것입니까?”“맞소. 서일 삼촌이네. 거처를 마련하여 머물게 해주시게.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고, 누군가가 나를 찾아다닌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 하오. 이틀 후, 이곳을 떠나게 할 것이오.”서일은 입이 무거운 사람이 아니었기에, 그가 금나라 어린 황제가 자신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아마 북당 전체가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는 금나라의 어린 황제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그가 이를 알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되었다.주 아가씨가 호명에게 가서 서일을 잘 안배하라는 공주의 명을 전하자, 호명이 웃으며 말했다.“서 대인께서 오셨군요. 제가 술을 준비하여 잘 대접해야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시고, 제게 맡기십시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사람을 보내 약도성에서 가장 좋은 술을 사 오게 하고는, 일단 서일을 취하게 하기로 계획했다.서일은 오느라 고생을 많이 했지만, 강북부에 도착해 황자들과 헤어지자마자 특별히 택란을 약도성까지 데려다주었다. 택란과 작별 인사를 나눈 후, 약도성의 상황을 살폈다.처음에 그는 거처에 정착한
우문호는 즉시 얼굴에 기쁨을 띠며 종이를 구겼다.“뭘 가져왔는가? 한 잔 마시겠네. 지금 목이 말라 죽을 지경이네!”목여 태감이 바로 들어와 차를 올리며 말했다.“어의가 처방한 화기와 열을 내려주는 약입니다. 약간 달면서도 쓴맛이 나는데, 등심초와 하기초, 그리고 연심을 조금 넣어, 열을 내리기에 제일 맞을 겁니다. 폐하께서 쓴맛을 싫어하실까 봐 꿀대추도 하나 넣었습니다!”그는 약을 탁자 위에 놓고 부채를 찾아 부쳐주려 했지만, 우문호는 이미 손으로 약그릇을 들어 가까이 가져가 불며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날씨가 조금 추운 탓에 약이 미지근한 상태로 전달되어, 몇 번 불어 마시기에 딱 적당했다.그는 약을 단번에 마시고 그릇을 내려놓은 후, 목여 태감을 바라보며 말했다.“역시 자네가 세심하군. 앞으로 짐의 기거와 음식은 자네가 더 신경 쓰게.”“이것은 소신의 본분입니다!”목여 태감은 다소 감격하며 말했다.“자네는 짐이 원로 신하들과 얼마나 격하게 싸웠는지 모르네. 앞으로 자네가 옆에 있으면서 짐을 도와 몇 마디 해주시게. 도통 그들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목여 태감이 안쓰럽게 말했다.“폐하, 걱정하지 마십시오. 앞으로 폐하가 계신 곳에는 항상 제가 함께하며 결코 폐하 홀로 싸우지 않게 하겠습니다.”우문호의 침울했던 눈빛이 갑자기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원 선생이 언제나 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 주었기에 큰 감사함을 느꼈다. 심지어 그녀는 늘 그의 삶에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 노력하고 있었다.우문호 부모님의 생신도 잊지 않았고 숙왕부의 어르신들도 그녀는 최선을 다해 돌보며 곁을 함께 했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은 자기 일도 바쁘게 처리하고 있었다.가끔 피곤하다고 느낄 때 그녀를 떠올리면 모든 피로가 사라지곤 했다.“폐하? 지금 황후마마를 그리워하시는 것입니까?”목여 태감은 바로 그의 마음을 알아채고 웃으며 말했다.“시간도 조금 있으니, 소월궁으로 돌아가 황후마마와 함께 식사하시는 것은 어떻습니까?”“좋네. 어서 돌아가세!”
목여 태감은 필요에 대한 결핍을 느꼈다.사실 우문호는 그가 힘들까 봐 걱정되어 그를 배려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태상황을 그렇게 오랜 세월 모셨으니 그의 노고가 매우 컸고, 그가 편안한 노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계속 바쁘게 지내던 사람이 갑자기 한가해지게 된 것이다. 게다가 그의 나이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무공도 뛰어난 데다 신체 능력도 젊은이들보다 크게 뒤떨어지지도 않았다.갑자기 그를 쉬게 하면 그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겠는가?그리고 현재 어서방이든 소월궁이든, 그가 비록 그곳에 있긴 했지만 우문호가 사람을 시켜 일을 처리할 때 그를 시키는 일은 전혀 없었다. 매번 그 스스로 나서서 하려고 했다. 어쩌면 우문호가 그를 늙어서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닐까?“태감!” 원경릉이 그를 불렀다. 그러고는 약간 걱정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 “폐하께서 요즘 늦게 주무시고 신경이 조금 날카로워지셨네. 몸에 열이 많은 것 같은데, 태감이 보기에 어의를 불러 몇 해열탕을 몇 첩 지어야 할 것 같소?”목여 태감은 긴장하며 말했다. “폐하께서 열이 오르셨다고요? 그렇다면 어의를 불러 맥을 짚어 봐야 합니다.”“맥을 짚을 필요는 없네. 내가 보아하니 열이 오른 것 같네. 태감이 약 몇 첩을 지어 잘 달인 뒤 어서방으로 보내 주시게.” 목여 태감이 다급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소인이 지금 바로 가겠습니다.”말을 마친 그는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 문을 나섰다. 아주 바빠 보였다. 다시 활력이 생긴 것 같았다.원경릉은 몇 자 적고는 녹주를 시켜 어서방으로 보내 우문호에게 전달하게 하였다. 의정 논의가 잠시 쉬어가는 시기에 들여보냈고, 그의 공무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일러두었다.녹주는 쪽지를 받아 어서방 밖에서 기다리다가, 잠시 틈이 생기자 어전 시위에게 전달하며 황제께 전해 드리라고 했다. 이어서 황후 마마께서 보내신 것이라고 덧붙였다.우문호는 오늘 대신들과 아주 격렬하게 논쟁을 벌였다. 그가 이전에 발탁했던 한
원경릉은 그에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잘 생각 하셨소, 내 사람을 시켜 전골을 내오라 하겠소.”우문호는 고개를 돌려 아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그는 스스로가 귀찮은 존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한평생을 되돌아보면 가장 큰 행운은 그녀를 만난 것이었고, 그녀와 함께하는 매일매일이 가슴 벅찼다.그는 그저 아톰도 그러기를 바랄 뿐이었다.만약 아톰의 마음속에 일곱째 아가씨가 없다면, 아톰이 평생 장가를 가지 않는다 해도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을 것이다. 기껏해야 몇 마디 잔소리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그럼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이었기에 그는 안타까웠다.둘은 전골을 아주 맛있게 먹었다. 아이들이 곁에 없는 날들이 다시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우문호는 최근 공무가 바빠 식사 후에 보고를 가져와 검토하였고 원경릉은 옆에서 그를 보필하며 이따금 몇 마디 말을 건넸다. 밤은 고요했지만 아주 평화로웠다.보고를 다 읽었을 때는 이미 자시가 되어 있었다. 목여 태감이 이미 여러 차례 들어와 이제 잠자리에 들 시간이라고 재촉했었다.우문호는 아직 잠이 오지 않았지만 원 선생이 그 때문에 밤을 새우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에, 그는 그녀를 껴안고 잠에 들었다.다음 날 아침, 원경릉은 그에게 며칠 후에 어딘가에 다녀와야 한다고 말했다. 겸사겸사 양여혜가 이끄는 다른 팀의 신약 데이터도 살펴보고, 추 상궁의 피를 조금 뽑고 돌아가 검사해서 약의 억제 효과를 확인하려 했다. 그 결과에 따라 다시 돌아와 조정을 해야 했다.“얼마나 가 있는 것이오?” 우문호가 물었다.“일주일 정도. 나도 너무 오래 있을 수는 없소. 추 상궁 쪽에서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걱정되오.” 원경릉이 답했다.“그럼 좋소. 내 경호까지 바래다 드리겠소.”“필요 없소. 그렇게 멀지도 않은데, 왔다 갔다 하는 게 너무 번거롭지 않소!”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우문호가 말했다. “알겠소. 아이들도 가고, 냉정언이랑 홍엽도 떠나고, 서일도 가고, 탕양도 가고, 이제 당신까지 가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