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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959화

작가: 유애
사위도 가족

원경릉은 엄마를 백허그 하며 두 손을 엄마 허리에 두르고 눈물을 떨궜다, “엄마 미안해.”

엄마도 더이상 덤덤한 척 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 원경릉을 끌어안고 오열하며 애간장이 끊어지는 듯, “보고 싶어서 죽을 뻔 했어.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

원경릉 가슴도 갈가리 찢어졌다. 엄마의 이 말이 비수가 되어 가슴을 후벼 팠다. 부모의 입장이 되고 보니 이렇게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가슴을 치는 고통인지 절절히 알기에, 지난 4년간 집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를 억눌러 왔는데 엄마의 눈물 앞에 원경릉은 다 무너져버렸다.

우문호는 원래 정중하게 장인 어른과 인사를 나눌 생각이었으나 안에서 가슴이 찢어지는 통곡소리가 들리자 쏜살같이 달려갔다가 하염없이 울고 있는 모녀를 보고 천천히 물러나왔다.

고개를 돌리자 장인의 깊은 아픔이 느껴졌다. 전에 이 가족에 대해 별다른 감흥이 없었는데 이 사람들은 이미 감정적으로 이미 우문호의 가슴에 들어와 가족이 된 것이다. 우문호는 입을 열려고 하는데 목이 솜 뭉치 같은 것으로 꽉 막힌 기분이 들면서, “사위, 장인 어른을 뵙습니다!”

원교수가 우문호를 보고 눈물을 참기 어려웠다. 이 젊은이가 낯선 땅 낯선 시간에서 딸을 버티게 하는 사람이라 생각하니 감격이 벅차 올라 우문호의 손을 잡고 깊은 한숨을 쉬며, “자네들이 돌아와 줘서 고맙네.”

오빠가 와서 달래고 우리 떡들도 와서 외할아버지를 안고, 엄마도 진짜 세 쌍둥이를 보니 기뻐서 울다가 웃다가 쌍둥이를 보고 또 본다. 쌍둥이는 이 상황에서 가장 의연했다. 사람들이 울던 말던 자신과 상관없다는 듯 했다.

오빠는 모두가 흥분한 상태라 밥도 하지 않고 배달을 시킨 뒤 앉아서 얘기를 나눴다.

우문호는 용태후 쪽에서 가져온 선물을 꺼내 하나씩 나눠주고 조금 민망한지 진땀을 흘리며, “돌아올 수 있다는 걸 알았을 때는 벌써 선물을 사러 나갈 시간이 없어 있는 것 중에 소박하게 골랐는데 싫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엄마는 부드럽게 우문호에게, “자네가 주는 건 뭐든 다 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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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진과 원경릉의 담판아카이브 데이터를 바꾸는 건 어렵지 않았고 주진은 전혀 흔적을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원경릉은 데이터에 거침이 없을 수밖에 없는 것이, 주진은 원경릉의 연구에 수많은 주진 스스로의 생각과 데이터를 섞어버렸다. 비록 두번째 시도는 완전히 원경릉의 데이터 대로 했다고 하지만 그 데이터조차 이미 용태후가 사람을 시켜 해킹한 것으로 무진은 지금까지 완전한 데이터를 입수한 적이 없다.주진은 원경릉을 안심시키기 위해, “개발한 약품을 홍엽공자에게 줄지 여부는 먼저 선배에게 물어볼 거예요. 선배 줘도 된다고 하면 줄 게요.”“후배와 홍엽은 도대체 어떤 관계인 거야?” 원경릉은 데이터를 고치고 한시름 놓더니 물었다.주진의 말에 따르면 주진이 주지스님일 때 홍엽과 왕래하는 건 불가능했는데 어떻게 홍엽을 위해 약품을 연구할 수 있었던 거지?“선배 절 믿어주세요. 홍엽공자는 별로 큰 야심이 없어요. 비록 약을 사용하는 진짜 용도가 뭔 지는 모르지만 저한테 털어놓은 적이 있어요.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그럼 그 일의 자초지종을 나에게 얘기해 줘.” 원경릉은 지금 주진을 별로 믿지 못하는 게 처음부터 자신을 속였고 지금도 아까는 모른다더니 또 이제 사람을 구하기 위해서라고 하면서 본인과 홍엽의 관계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있다.주진이 “타인의 개인 정보라 대세에 지장을 주는 것도 아니고 알려줄 수 없어요.”원경릉이 주진을 보고 한숨을 쉬며, “주진, 북당에 있을 때는 귀엽기라도 했지, 지금은 널 모르겠어. 됐어. 말하고 싶지 않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을 게. 홍엽이 그다지 큰 악의를 품고 있는 건 아니라는 네 말을 기억했으면 좋겠어. 나도 네가 체면을 깎아 먹는 걸 바라지 않고.”주진이 잠시 말이 없다가, “제가 숨기려는 마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여러가지 일이 있었는데 말하자면 길어요. 하지만 한마디는 개발하겠어요. 이 약은 반드시 연구해 내고 말 거예요, 선배에게도 다른 사람에게도 전부 이로운 일이예요.”“주진, 왜 연구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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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지점프를 하다“선배는 줄곧 나를 믿지 않았으니 전 누구의 마음도 다치게 한 적 없어요.”“이건 신뢰의 문제가 아니야. 주진. 아직도 모르겠어? 약품을 투여한 뒤에 능력이 얼마나 엄청나 졌어?” 원경릉은 갑자기 뭔가 떠오르며 순간 깨닫고, “넌 연구에 성공한 적이 없어. 네가 주사한 약물은 네 자신이 연구 개발한 게 아니야. 아니면 네가 이렇게 절박하게 내 데이터를 원할 이유가 없지.”주진이 잠시 침묵하더니 말하고 싶지 않은 지,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하지만 제 대답은 같아요, 전 포기 안 해요.”원경릉이 고개를 끄덕이며, “아마 둘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거겠네. 주진, 잘 생각하길 바랄 게.”원경릉은 말을 마치고 갔다.연구소를 떠나는 원경릉의 마음은 어둡고 무거웠다. 비록 주진과 홍엽의 관계를 추측하고 싶지 않다고 했지만 이 일은 내내 목에 걸린 가시 같다.원경릉은 차를 타고 생각을 정리한 뒤 오빠에게 전화했다.“어디야? 오빠 쪽으로 가고 싶은데.”“우리 번지점프 하고 있어!” 오빠는 그쪽에서 흥분해서 함성을 지르고 있었다. “얼른 와, 네 남편 완전 용감한데 우리 조금 있다가 스카이다이빙 갈 거야.”원경릉이 전화통화로 마음이 훨씬 좋아져서 차를 몰고 오빠와 남편을 만나러 갔다.번지점프는 우문호에게 있어서 솔직히 험난한 도전은 못 됐다. 로프로 묶고 아래로 뛰어 내리는 게 뭐가 어렵다는 거야? 우문호는 물론 경공을 할 줄 알지만 이 높이는 경공으로 내려가도 죽는다. 그러나 밧줄이 있다고. 이 밧줄은 칼자국 밧줄보다 훨씬 대단해 보였다.우문호는 두 번 뛰어내렸는데 조금도 무섭지 않고 심지어 약간 별거 아니어 보이는 게 원경릉이 오는 걸 보고 그녀의 손목을 잡고 산바람을 맞으며 흥분한 목소리로, “저 사람들도 전혀 무서워하지 않고 그냥 뛰어내리잖아? 진짜 상쾌해, 원선생도 한 번 해보는 게 어때? 자극 정도가 당신한테 맞아.”우문호는 오늘 머리를 하나로 묶어서 예술가 같은 귀티가 난다. 원경릉이 손을 내젓더니 미소를 지었다, “난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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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카이다이빙“저 사람이 이렇게 즐거운 걸 본 적이 없어.” 원경릉은 눈시울이 뜨거워졌다.“매부는 동심이 있다니까!” 오빠가 칭찬했다.줄을 잘 묶고 두 손을 펴고 몸을 뒤로 돌려 붕새(鵬鳥, 도덕경에 나오는 거대한 새)가 날아오르는 것 같더니 급속도록 낙하하는데 그 시원한 느낌이란. 온 세상이 전혀 다른 느낌이다. “우리 내려가자!” 오빠가 웃으며 손목시계를 보니, “지금 가면 딱 이네. 1시반 예약했거든.”차에서 우문호는 엄청 흥분해서 원경릉이 같이 뛰어내리지 못한 게 아주 안타까운지 처남에게, “있다가 스카이다이빙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는 거죠?”“스카이다이빙은 일단 우리가 헬리콥터를 타고 5000m 상공까지 올라가서, 5000m는…… 거기는 장으로 얘기하죠? 그럼 대략 1500장 높이겠네요. 거기서 등에 낙하산을 메고 뛰어내리는 거예요. 일정한 고도가 되면 낙하산을 편 뒤 천천히 착륙하는 거죠.”우문호는 듣고 약간 놀라며, “1500장이요? 너무 높은데요. 밧줄이 그렇게 긴 가요?”“밧줄은 없고, 낙하산이 있어요.”“밧줄이 없다고요?” 우문호는 말꼬리를 길게 늘이더니 불안한 말투로, “그럼 안전한 가요? 떨어져 죽지 않나요? 그 낙하산이란 건 뭔 가요?”“일종의 우산 같은 거예요.”우문호는 좀 당황스러운지, “형님 말씀은 우리가 1500장 높이에서 뛰어내리는데 고작 우산 하나를 들고 있다?”오빠가 심사숙고하더니, “맞아요, 그런 셈이죠.”“맙소사! 그럼 떨어져 죽어요!” 우문호가 얼른 손을 흔들며, “안돼요, 안돼. 전 역시 안 갈래요. 제가 떨어져서 죽으면 남은 고아와 과부는 홍엽만 좋은 일 시키는 거라고요.”원경릉이 어이가 없는지, “자기는 어떻게 이 상황에 홍엽을 끌어들여?”“지금 그 놈이 당신을 그리워하는데 그 자식을 안 들먹거리면 누굴 들먹거려?” 우문호는 스카이다이빙을 결사 반대했다. ‘어쩐지 이름이 이상하다 했는데 정말 우산 하나 달랑 들고 뛰어내리는 거라니.’오빠가, “괜찮아요. 우리 가서 다른 사람들 하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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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 명의 왕비   제3174화

    탕양이 뜨거운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거짓말이라면 제 목숨을 앗아가도 됩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그의 시선을 보며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돌고 돌아 결국 대인과 함께하게 되었네요. 하지만 미리 말하자면 혼사가 너무 급작스럽게 성사되어 저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 것입니다. 시집간 후에도 그저 명목상 부부로만 살 뿐, 당분간은 벗으로 지낼 것입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혼사를 승낙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없던 걸로 하시지요.”그러자 탕양이 거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받아들이겠습니다. 무엇이든 다 좋습니다. 혼사만 승낙한다면 그저 명분이라도 상관없습니다!”이로써 드디어 그의 수년간의 바람이 이루어졌다.일곱째 아가씨가 담담히 말했다.“그렇다면 어디서 지낼지 생각해 보시지요. 하지만 대인 방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으니, 그곳에 지낼 수는 없습니다.”탕양이 다급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황후 마마와 상의를 해보았습니다. 지금 초왕부에 아무도 살지 않으니, 우선 그곳에서 지내시지요. 전에 그 방은 저도 쓰지 않고, 바로 서일에게 줬습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물었다.“저택을 따로 살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전에 혼자였을 땐 그런 생각까지 하지 못 했습니다. 초왕부도 누군가 관리해야 하는 터라... 하지만 아가씨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돈을 모아 작은 집이라도 살 수 있습니다.”일곱째 아가씨는 초왕부를 둘러보았는데, 그리 호화롭지는 않았지만, 분위기가 몹시 편안했다. 하지만 황제의 옛 저택이라, 평생 이곳에서 지낼 수는 없을 것이다.“우선은 이곳에서 지내고, 나중에 땅을 사서 직접 집을 지으십시다.”땅을 사고 집을 짓는다는 것은 돈 많은 사람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탕양은 순간 자기가 보잘 것 없게 느껴졌다.그가 쭈뼛거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일은… 꼭 마음속에 깊이 새겨 두겠습니다.”일곱째 아가씨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땅도 제가 사고, 집도 제가 지을 것입니다. 나중에 대인이 잘못이라

  • 명의 왕비   제3173화

    노태군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안 된다. 혼인 전에는 신랑 신부가 만날 수 없어. 이건 풍습이고 규칙이니, 어길 수 없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이 혼사에 정해진 규칙이 있긴 합니까? 어머니께서는 제가 그를 만나 오히려 싸움이 나서 혼사가 그릇될까 봐 걱정되시는 것 아닙니까? 어머니께 약속했으니, 반드시 혼사를 올릴 것입니다. 이제 마음이 놓이십니까?”노태군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비로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좋다. 너도 장사하는 사람이니 신임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이다. 약속했으니, 절대 번복할 수 없어. 목을 매겠다는 이 어미의 결심은 너가 반대하면 언제든 효력을 발휘할 것이다.”일곱째 아가씨가 이를 갈며 투덜댔다.“이렇게 얄미운 늙은이는 정말 처음입니다!”“나도 너처럼 고집 센 딸은 처음 본다.”노태군이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웃음소리가 들려오자, 원가 사람들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다. 일곱째 아가씨가 시집가는 것이 정말 꿈만 같게 느껴졌다.일곱째 아가씨의 혼사는 원가 사람들에게 마음의 짐과도 같았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가 무사히 경성으로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을 내쉬고 나니, 눈물이 터져 나올 것 같은 감정이 북받쳤다. 그녀에게 아무 일도 없다는 생각에 그는 코끝이 다 시큰 거렸다.그날 밤, 일곱째 아가씨가 초왕부로 탕양을 찾아가자, 탕양은 그녀를 안으로 들인 후, 단둘이 방 안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탕양은 그녀를 바라보았는데, 붉은색 옷차림에 머리를 단정히 올려 깔끔하고 우아한 모습이 여전히 돋보였다.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남아 있었지만, 오히려 그녀의 매력을 더해 주었다.그녀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는 패기 넘치던 청춘 시절이었는데, 눈 깜짝할 새에 이렇게나 많이 늙어 버렸다.탕양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잡지 못했다. 수많은 감정이 얽혀 있었지만, 한마디 말도 제대로 꺼낼 수가 없었다.특히 약도성에서의 일을 겪고 난 뒤라, 첫마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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