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소를 위한 변명오늘 만남은 의례적인 방문으로 그들 두사람의 감정을 묻기 적당치 않고, 우문호와 임소는 원래 아는 사이지만 친하지 않아서 무림 전반적인 얘기나 무공, 검법에 관한 것들에 대한 담소를 나눴다.임소는 말을 잘 하는데 흡입력 있는 저음과 무공과 무림 방면에 식견이 독보적이라 당당하고 차분하게 말하지만 말에 군더더기가 없어 듣기 편안했다.둘 사이의 관계와 임소가 전에 소홍천을 버린 적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원경릉은 이 사람이 믿을 만한 사람이라고 여겼을 게 틀림없다.임소도 애타게 사랑하는 듯 소홍천을 바라보는데 그럴 때마다 원경릉은 자세히 그를 살핀 결과 임소의 애타는 사랑은 어느 정도 연기가 섞여 있었다. 임소의 표정과 눈빛이 동일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표정은 따스한데 눈은 담담했다.임소는 어쩌면 소홍천에게 감정이 있지만 그렇게 깊은 사랑은 아니다.소홍천은 계속 발그레한 얼굴로 임소가 자신을 보며 얘기할 때 얼굴이 더 빨개지는 것이 스타가 자신을 바라봤을 때 팬의 모습과 극도로 흡사하다.이건 아니다, 진짜 이건 아니다.우문호와 원경릉은 동시에 눈빛을 교환하는데 근심 어린 기색이다.우문호가 웃으며, “두 분이 헤어졌다가 드디어 다시 결합한다고 하니 좋은 일이군요, 식은 언제 올리실 생각이십니까?”임소가 소홍천을 농밀한 사랑의 눈으로 보며, “그녀가 수락하면 언제든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금 태자 전하를 위해 일하고 있어서 그때문에 시간을 좀 지체할 수도 있다고 하니 전 이해 합니다.”소홍천이 이 말을 듣고 미소가 번졌다.두 사람은 초왕부에서 식사를 하고 돌아갔는데 우문호가 서일에게 홍매문에 가서 소홍천이 도착하면 바로 초왕부로 오게 하라고 시켰다.소홍천은 거의 저녁 해시(밤9시~11시)무렵에 도착했는데 기분이 좋았다. 우문호는 서재에서 소홍천을 기다리다가 그녀가 들어오자 바로, “이 임소라는 사람, 다시 관찰해 봐야 하지 않을까?”소홍천은 미소가 가득한 얼굴로 왔다가 우문호 말을 듣고 당황하더니, “관찰? 뭘 관찰하죠?”“
화난 소홍천우문호는 소홍천의 고집 센 표정을 보고 원경릉의 잔소리가 생각났다. ‘세게 밀고 나가지 말고 말투를 부드럽게 해,’ “둘이 같이 하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야. 만약 임소가 정말 마음을 고쳐 먹고 돌이키는 거면 당연히 좋지. 그저 네가 그 사람때문에 한 번 상처를 받았으니 좀 신중했으면 하고 바라는 거야.”“알았어요.” 소홍천이 약간 건성으로 대답했다.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렸다. 소홍천은 모른다, 완전히 빠져들고 말았다.두 사람이 침묵하는 가운데 소홍천이 좀 억울하다는 듯, “원래 태자 전하께서 찬성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말 할 줄 정말 몰랐어요. 전 행복하면 안되나요?”우문호가 고개를 흔들며, “완전히 반대야. 날 오래 따랐고 누구보다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바로 그런 이유로 네가 신중했으면 하는 거지. 틀림없이 너도 다시 한번 배신당해 버려지는 고통을 느끼고 싶지 않을 테니까.”“전하는 왜 그이가 그때 나름의 고충이 있었던 걸 안 믿죠?” 소홍천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넌 믿어?” 소홍천이 고개를 끄덕이며, “전 믿어요. 당연히 믿죠. 지금 돌아와서 절 찾잖아요. 그게 최고의 증명 아닌가요? 아니면 그이 같은 사람이 얻지 못할 여자가 어디있어요? 왜 하필 저에게 돌아왔을 까요?”“두 가지 가능성이 있지. 하나는 네가 말한 것처럼 정말 널 잊지 못한 거.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음흉한 마음으로 다른 의도를 가진 경우.”소홍천이 약간 화가 나서 냉소를 지으며, “다른 의도를 가졌다? 저한테 무슨 의도를 가지죠? 우리 홍매문은 무림에서 고작 3류 문파인데 합병하려는 의도? 아니면 제 외모가 선녀에 억만 장자라서? 태자 전하께서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으시면 앞으로 그를 데리고 오지 않으면 그만이지 이렇게 사람을 모욕하는 거 아니예요.”말을 마치고 홱 돌아서 나가버렸다.원경릉이 병풍 뒤에서 나와 작게 한숨을 쉬며, “화났네, 이거 큰일인데.”우문호가 눈살을 찌푸리며, “지금 소홍천 쪽에서 문제가 생기면 진짜 심각한데.”“그럼 어떻게
원용의 출산 임박“말꼬리 돌릴 거야? 당신 점점 의심스러워!” 우문호가 눈을 가늘게 떴다.원경릉이 박장대소하더니, 배를 잡고 얼굴을 찌푸리며, “아야, 웃었더니 배가 또 아프네.”우문호가 순간 긴장해서, “배가 아파? 심해? 낳을 거 같은 건 아니고? 이렇게 빠를 리 없다고 했는데.”“아냐, 웃어서 배가 뭉친 걸 거야.” 원경릉이 반쯤 우문호에 의지해, “나 방까지 부축해 줘, 누우면 좀 나을 거 같아.”“정말? 어의한테 보라고 안 해도 될까?”“그럴 필요 없어, 괜찮아. 좀 쉬면 괜찮은 걸, 내가 의사라 잘 알아.” 우문호가 원경릉을 부축해 들어가 눕는 것을 도와주고 잠시 앉아서 별일 없는지 확인하고서야 나갔다.원경릉이 한숨 돌렸는데 우문호도 이제 아주 멍청하지 않다.서일과 사식이 결혼준비가 착착 진행되어 마침내 임박했다.그런데 혼례 하루 전날 대낮, 초왕부가 바빠서 정신이 없을 때 제왕부에서 사람이 왔다. 제왕비가 아침부터 배가 아프다며 낳을 지도 모르니 풍부한 경험이 있는 원경릉이 오기를 제왕도 제왕비도 바랬다.사식이는 친정으로 돌아가 있고 원경릉은 만아와 희상궁을 데리고 같이 갔다.황후궁 쪽에서 사람이 와서 이미 보고를 했는지 어의가 와 있고, 산파는 원씨 집안에서 벌써 찾아 놓은 상태로 아직 원씨 집안에는 통보하지 않은 게 원용의는 원씨 집안이 지금 혼사를 치르고 있어 사람이 오는 게 수월치 않으니 낳고 얘기하기로 했다.원경릉이 오는 걸 보고 제왕이 드디어 안심이 됐는지 알랑거리며 무조건 원경릉을 잡아 두려고 했다.원경릉이 방에 들어가니 산파와 몸종이 빽빽하게 둘러 싸고 있어 물 샐 틈이 없다.원경릉은 사람들을 대부분 내보내고 산파와 시중들 몸종만 남겼다.원용의는 산통이 아직 분명한 것도 아닌데 제왕이 침대에 누워 내려오지 못하게 했다.원경릉이 산파에게 물으니 산파가 아직 그렇게 급하게 나오지 않을 거라며 적어도 밤은 되야 낳을 거라고 했다.원경릉은 원용의를 일으켜 방안이든 마당이든 좋으니 반드시 많이 걷는 게 자궁이
원용의를 감시하는 황후황후가 보낸 사람이 꼬리를 물고 따라오는데 이번에 보낸 책임 상궁은 지난번에 보낸 사람보다 매정한 인상이다.두 사람이 마당을 몇 바퀴 도는데 그 상궁이 다가와, “왕비마마, 더이상 걸으시면 안됩니다. 돌아가서 누우세요. 태기가 상하십니다.”원용의가 짜증이 나서, “지금 상황에 태기가 상하긴 뭘 상해? 태자비 마마께서 하시는 말씀 못 들었어? 출산이 임박한 사람은 나가서 걸어줘야 하는 거야, 안에서 답답해 죽는 줄 알았어.”원용의는 안에서 답답해 죽을 것 같아서 원경릉이 방금 임산부는 많이 걸어야 한다는 말을 이용해 상궁을 막고 나섰다.상궁이 눈을 치켜 뜨고 원경릉을 보더니 원용의에게, “왕비마마, 황후 마마께서 마마께 설명 드리라고 하신 말씀이 있는데 조금 뒤로 가서 말씀드려도 될 지요?”“여기서 말해, 태자비 마마는 외부 사람이 아니니.” 원용의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제왕이 복도에서 보더니 원용의의 말투가 짜증이 묻어나는 게 저 상궁이 원용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걸 알고 쫓아내려고 하는데 희상궁이 막으며, “왕야 괜찮습니다. 제왕비 마마 마음 속에 원망이 있으니 쏟아 놓게 하세요.”원용의는 최근 확실히 화가 나 있다. 왜냐면 황후궁에서 매일 사람을 보내 감시하며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원래는 한 명 쫓아내면 될 줄 알았는데 그 결과 한 떼거리가 몰려 왔고 특히 이자는 말을 정말 재수없게 한다.그 상궁이 소매에 손을 넣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황후 마마께서 이 말은 제왕비 마마 한 분께 말씀드리라고 하셨습니다.”원경릉이 두 걸음 물러나, “얘기해.”원경릉은 황후를 귀찮게 건드리고 싶지 않은 게 전에 아홉째를 도운 일로 황후가 이를 갈고 있기 때문이다.국모라는 사람이 하는 짓이 유치하기 짝이 없다.“말해봐!” 원용의는 은근 화가 나서 상궁에게 말했다.상궁이 오더니 작은 소리로 원용의에게, “마마께서 분부하시기를 만약 태자비 마마께서 오시면 절대 태자비 마마 얘기를 듣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여기는 굉장한 관
황후 등장원경릉이 웃으며, “한 나라의 국모가 쉽게 출궁할 수 있겠어?”사실 황후는 아홉째를 모함한 일로 또 금족령이 내려졌으나 원경릉이 이렇게 얘기한 건 황후의 체면을 유지해 주기 위해서 였다.제왕이 다가와 원용의를 부축하며, “아닐 수도 있어요. 오늘 상황이 특수한 만큼 어마마마께서 올 방법이 있으실 겁니다. 아바마마는 어마마마와 싸우고 싶어하지 않으시니 은혜를 베푸시겠죠.”제왕은 효심이 깊지만 오늘은 어마마마가 와서 분란을 일으키지 않았으면 하고 바랬다. 그녀가 오면 제왕부는 온통 법도가 넘쳐나 사람들이 정말 정신이 혼미해 질 것이다.원경릉이 이 말을 듣고 공포스러웠다. 원용의 상태를 보니 저녁에도 꼭 낳을 거란 보장이 없는데 황후 성격에 기다리다 짜증이 날 것이다.제왕은 역시 황후를 잘 알고 있었다. 과연 신시(오후3시~5시)경에 황후가 온다는 외침이 들렸다.시어머니께서 왕림하셔서 진두지휘하는 전장터를 원경릉은 한 번 겪은 적이 있고 좋은 일은 절대 단 하나도 없다는 걸 안다.아니나 다를까 황후가 마당에 들어서서 모두가 예를 취하기를 기다렸다가 원경릉의 배를 보고, “태자비도 아이를 가진 몸에 내일 집에 경사가 있는데 경사 신이 서로 충돌하니 적합하지 않구나. 자네는 역시 돌아가게.”원용의가 제왕에게 눈짓을 하자 제왕이 알아듣고 황후의 어깨를 부축하며, “어마마마, 일단 본관에 가서 차 한잔 하시지요. 소자 마침 상의드릴 일이 있습니다.”“무슨 일이지? 내일 할 수 없느냐?” 황후는 제왕의 수법에 넘어가지 않고 날카롭게 원경릉에게, “태자비, 내가 또 가라고 해야 떠나는 건 아니겠지?”원경릉이 거스르기 어려워, “제왕비 마마를 방에 모셔드리고 검사한 후 바로 가겠습니다.”그래서 원용의를 분만실에 데리고 들어가는데 막 들어가자 마자 황후가 희상궁을 질책하는 소리가 들렸다. “자네는 궁에서 늙은 사람이 경사 신이 서로 충돌하면 얼마나 심각한지 몰라서 태자비를 데리고 여기를 와?”희상궁이 잘못했다고 하며, “황후 마마 고정하십시오,
원용의의 출산황후가 직접 지키고 앉아 지휘를 하는데 산파와 어의 모두 좀 당황스러워 하고, 특히 사람을 보내 가라고 몇 번을 해도 원경릉이 가지 않자 아주 화가 잔뜩 났다.해질 무렵 제왕이 몰래 공주들에게 알려 공주들도 와서 지키고 앉았는데 특히 문영공주는 원래부터 황후의 속내를 잘 알아서 황후를 살살 달랬다. 안 그러면 황후가 아주 신나서 이래라저래라 삿대질을 해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기 때문이다.날이 어둑어둑해 지자 원용의의 자궁수축이 빈번해졌다. 원경릉은 사람을 시켜 먹을 것을 가져오게 해 먹을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먹여 힘을 가지게 했다.원용의는 무술을 한 사람이라 임신 초기에 입덧을 몇 개월 했지만 나중에 천천히 몸이 좋아져서 자궁수축 통증 정도는 그렇게 심하게 고통스럽지 않았다.저녁 해시(9시~11시)무렵 출산이 임박해 져서 황후는 방 밖에 칸막이에서 낮은 목소리로 지휘를 하는데 제왕은 옆에서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초조하고 애가 탔다. 이 와중에 황후가 가타부타 잔소리하는 걸 듣고 있자니 그 놈의 주둥이를 확 막아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참았다.원용의는 소리를 지르지 않으려고 애를 쓰는 게 원경릉이 소리를 지를 힘으로 밀어내라고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궁수축이 엄습하고 아이가 막 나오려고 할 때는 원용의도 고통의 비명을 참지 못했다.제왕이 안절부절 하며,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반드시 순산하게 보우 하소서.”황후가 눈을 흘기며, “여자들은 다……”“닥쳐!” 황후가 뭐라고 하려고 하자 제왕이 다급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눈을 부라리며 소리쳤다.황후가 놀라서, “너 지금 뭐라고 했어?”문영공주가 옆으로 얼른 와서, “어마마마 얘가 초조하잖아요. 처음 아빠가 될 때 다 그런 거 아시죠. 그거 기억 나세요? 어마마마께서 절 낳으실 때 아바마마도 밖에서 안절부절 하는 모습이 어땠어요? 어마마마께서 저한테 말씀해 주셨잖아요.”“그러니까요, 처음 아빠가 될 때는 다 이래요!” 공주들이 나서서 이구동성으로 시끄럽게 떠들며 황후가 말
아들과 딸일부러 원용의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 아이가 만약 아들이었으면 황제의 적손으로 신분이 더없이 존귀할 텐데 딸을 낳을 줄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오만가지 방법을 동원했는데 전부 수포로 돌아간 것에 황후가 실망한 것이다.“어마마마!” 제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화가 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너무 지나치셨습니다.”“지나쳐?” 황후는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기분이 들며 제왕이 이렇게 많은 공주들 앞에서 자신을 비난하다니 불 난데 부채질 한 꼴로 제왕 얼굴에 따귀를 날리고, “무엄하다, 감히 어마마마에게 그 따위 말을 해? 딸을 누가 못 낳아? 딸을 낳는 게 무슨 소용인데? 밥이나 축내는 게 아니고 뭐야? 쟤가 만약 널 위해 아들을 낳았으면 적어도 황실의 정당한 적손이 되었겠지만, 딸을 낳았으니 황실에 딸이 모자라던?”“전 모자랍니다!” 제왕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들어갔다.원용의가 안에서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원용의자신은 어떤 설움도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을 욕해도 상관없지만 아이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자신의 딸이 이제 막 세상에 나왔는데 자기 할머니에게 이렇게 미움을 받다니 가슴이 답답해서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제왕이 원용의를 안고 쓰라린 가슴으로, “미안해. 어마마마께서 뭐라고 하시든 신경 쓰지 마. 후궁이고 나발이고 안 들이니까. 첩도 들일 리 없어. 딸도 좋아. 아들도 좋고. 난 다 똑같이 예뻐 할 거야.”“제왕 전하, 우리는 구박받아도 되지만 아이는 안돼요!” 원용의가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 아이를 안더니 제왕에게, “마차 준비해서 절 원씨 집안에 보내주세요.”“왜?” 제왕이 놀라서, “당신이 지금 어떻게 간다고 그래?”“마음 먹었어요. 당신이 보내주시지 않으면 제 스스로 아이를 안고 갈 거예요. 만약 오늘 안가면 오늘같은 이런 일이 끊임없이 있을 거예요. 전 아이가 요만큼의 설움도 받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
명원제와 호비의 반응원씨 집안 쪽이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펄펄 뛰었으나 원용의가 아이를 안고 돌아온 것을 보니 또 기쁜 지라 원래 처녀 때 지내던 방에 짐을 풀고 몸조리를 시작했다.내일은 사식이의 결혼이라 이 일은 일단 조용히 하고 원용의가 돌아왔으니 설움 당할 일도 없어 서두르지 않았다. 즉 난리 치지 않고 사람을 궁으로 보내 한 마디, 또 주재상에 면전에 보내 한 마디하고, 원씨 집안은 피해자로 가만 있으면 누군가 나서서 해결할 것이다.그리고 꼬물꼬물한 아가를 본 사람들은 모두 흐물흐물 다 녹아 내려서 만약 황후가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친정에서 몸조리 하는 것도 불가능했지 뭐. 원씨 집안은 금기를 따지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그들이 오늘 가진 모든 것은 다 선혈을 뿌린 댓가로,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이 아니며 노력없이 공으로 얻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당당하게 살고 두려울 게 없었다.제왕비가 포동포동 귀여운 딸을 낳은 일이 명원제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는데 명원제가 막 호비전에서 십황자를 데리고 놀고 있는데 손녀를 얻었다는 말에 기뻐서 목여태감에게 제왕부로 상을 내리라고 했다.목여태감이 고민하며, “폐하, 만 한달이 지나고 상을 내리시는 것은 어떠신 지요?”“만 한달은 만 한달이고 지금은 제왕비가 황실의 자손을 잇느라 고생한 것을 위무하는 거야.” 명원제가 꼬마돼지를 안고 턱을 만지작거리며, “이제 네가 제일 어리지 않고, 떳떳한 작은 아버지가 된 거야. 네 일곱째 형이 조카딸을 낳았다는 구나. 너보다 어려.”십황자가 손발을 활짝 펴고 춤을 추며 활짝 웃는데 턱이 삼중이다.호비가 뭔가 느낌이 쌔 해서, “태감, 어째서 지금 상을 내리면 안된다고 하지? 얼굴이 왜 그렇게 고민스러운 거야?”목여태감이 몰래 명원제를 흘끔 보고 말을 하려 다가 만다.명원제가 째려보며, “언제부터 이렇게 뒤에서 몰래 몰래 하는 초식을 배웠어?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목여태감이 겸연쩍어 하며, “폐하, 이렇게 된 것입니다. 제왕비 마마께서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