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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851화

작가: 유애
아들과 딸

일부러 원용의 들으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 이번 아이가 만약 아들이었으면 황제의 적손으로 신분이 더없이 존귀할 텐데 딸을 낳을 줄 상상도 못했다. 심지어 오만가지 방법을 동원했는데 전부 수포로 돌아간 것에 황후가 실망한 것이다.

“어마마마!” 제왕이 이 말을 듣고 크게 화가 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너무 지나치셨습니다.”

“지나쳐?” 황후는 땅으로 곤두박질 치는 기분이 들며 제왕이 이렇게 많은 공주들 앞에서 자신을 비난하다니 불 난데 부채질 한 꼴로 제왕 얼굴에 따귀를 날리고, “무엄하다, 감히 어마마마에게 그 따위 말을 해? 딸을 누가 못 낳아? 딸을 낳는 게 무슨 소용인데? 밥이나 축내는 게 아니고 뭐야? 쟤가 만약 널 위해 아들을 낳았으면 적어도 황실의 정당한 적손이 되었겠지만, 딸을 낳았으니 황실에 딸이 모자라던?”

“전 모자랍니다!” 제왕이 화가 나서 소리를 지르고 돌아서서 들어갔다.

원용의가 안에서 이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원용의자신은 어떤 설움도 받아들일 수 있고 자신을 욕해도 상관없지만 아이를 모욕하는 건 참을 수가 없다. 자신의 딸이 이제 막 세상에 나왔는데 자기 할머니에게 이렇게 미움을 받다니 가슴이 답답해서 제왕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만 울음이 터져버렸다.

제왕이 원용의를 안고 쓰라린 가슴으로, “미안해. 어마마마께서 뭐라고 하시든 신경 쓰지 마. 후궁이고 나발이고 안 들이니까. 첩도 들일 리 없어. 딸도 좋아. 아들도 좋고. 난 다 똑같이 예뻐 할 거야.”

“제왕 전하, 우리는 구박받아도 되지만 아이는 안돼요!” 원용의가 심호흡을 하고 침대에 아이를 안더니 제왕에게, “마차 준비해서 절 원씨 집안에 보내주세요.”

“왜?” 제왕이 놀라서, “당신이 지금 어떻게 간다고 그래?”

“마음 먹었어요. 당신이 보내주시지 않으면 제 스스로 아이를 안고 갈 거예요. 만약 오늘 안가면 오늘같은 이런 일이 끊임없이 있을 거예요. 전 아이가 요만큼의 설움도 받게 하지 않을 거예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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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원제와 호비의 반응원씨 집안 쪽이 이 사실을 알고 화가 나서 펄펄 뛰었으나 원용의가 아이를 안고 돌아온 것을 보니 또 기쁜 지라 원래 처녀 때 지내던 방에 짐을 풀고 몸조리를 시작했다.내일은 사식이의 결혼이라 이 일은 일단 조용히 하고 원용의가 돌아왔으니 설움 당할 일도 없어 서두르지 않았다. 즉 난리 치지 않고 사람을 궁으로 보내 한 마디, 또 주재상에 면전에 보내 한 마디하고, 원씨 집안은 피해자로 가만 있으면 누군가 나서서 해결할 것이다.그리고 꼬물꼬물한 아가를 본 사람들은 모두 흐물흐물 다 녹아 내려서 만약 황후가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친정에서 몸조리 하는 것도 불가능했지 뭐. 원씨 집안은 금기를 따지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이 그들이 오늘 가진 모든 것은 다 선혈을 뿌린 댓가로, 노력하지 않고 얻은 것이 아니며 노력없이 공으로 얻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늘 당당하게 살고 두려울 게 없었다.제왕비가 포동포동 귀여운 딸을 낳은 일이 명원제의 귀에도 금방 들어갔는데 명원제가 막 호비전에서 십황자를 데리고 놀고 있는데 손녀를 얻었다는 말에 기뻐서 목여태감에게 제왕부로 상을 내리라고 했다.목여태감이 고민하며, “폐하, 만 한달이 지나고 상을 내리시는 것은 어떠신 지요?”“만 한달은 만 한달이고 지금은 제왕비가 황실의 자손을 잇느라 고생한 것을 위무하는 거야.” 명원제가 꼬마돼지를 안고 턱을 만지작거리며, “이제 네가 제일 어리지 않고, 떳떳한 작은 아버지가 된 거야. 네 일곱째 형이 조카딸을 낳았다는 구나. 너보다 어려.”십황자가 손발을 활짝 펴고 춤을 추며 활짝 웃는데 턱이 삼중이다.호비가 뭔가 느낌이 쌔 해서, “태감, 어째서 지금 상을 내리면 안된다고 하지? 얼굴이 왜 그렇게 고민스러운 거야?”목여태감이 몰래 명원제를 흘끔 보고 말을 하려 다가 만다.명원제가 째려보며, “언제부터 이렇게 뒤에서 몰래 몰래 하는 초식을 배웠어?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해.”목여태감이 겸연쩍어 하며, “폐하, 이렇게 된 것입니다. 제왕비 마마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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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방에 온 서일원경릉은 손왕비가 사람들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바람에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다들 옛날 사람들은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말짱 거짓말이다. 전에 같이 마차를 탔을 때 아바마마조차 자신을 놀려 먹었던 게 기억나서, “이 수다쟁이 같으니 여기 아직 어린 아가씨들이 얼마나 많은데.”“우리 다 알아요!” 녹주와 기라가 일제히 말했다.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젓더니, “너희들은 알아도 난 잘 몰라, 이 얘기 하지 말자, 사식이 놀라 자빠져.”사식이가 원래 부끄러움이 많다. 일부러 부끄러운 척 하는 거든 진짜 긴장과 기대가 교차하는 거든 쉬쉬하는 얘기에, “안 놀래요. 집에서 일찌감치 저에게 그 일을 얘기해 줬어요.”원경릉은 이런 건 좀 얘기 하기 싫은 게 이건 특히 프라이빗한 일로 남들 앞에 꺼내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 원경릉은 입술에 경련을 일으키며 광분한 여인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 신방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게 적당한 거야? 결국 고리타분한 사람은 자기인 걸까?원경릉은 난감함을 참고, “전 역시 신방이 어떻게 생겼나 좀 볼 게요.”신방은 새로 지어 인테리어는 간단하게 하고 전체 집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사식이를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급한 곳부터 완성했다.담벼락을 보고 원경릉의 마음이 안정되는 것이 사식이가 비록 출가하지만 데릴사위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거나 마찬가지다.저녁 연회가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서일은 잔뜩 취해 사람들에게 업혀서 돌아왔다. 명원제가 있으니 다들 신랑에게 축하주를 권하는데 옆에서 막아도 소용이 없고, 10잔 중에 2잔 꼴은 마셔야 했다. 밖에서 타구통을 안고 두번이나 토하고 나서야 겨우 방으로 들려 들어갔다.사식이 쪽은 친정에서 데려온 몸종 몇이 와서 새 집에서 시중을 드는데 나리께서 이 모양으로 취한 걸 보고 서둘러 해장국을 준비했다.해장국 두 그릇을 들이 부은 것도 소용 없이 한쪽으로 부어 넣으면 한쪽으로 줄줄 흘렸다. 서일 평생에 이렇게 취한 적이 없다. 오늘 밤은 가장 중요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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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례 소감우문령이 당황하며 반짝이는 눈을 들어, “재미 없다고요? 아니예요. 그이는 재밌어요.”우문령 성격은 원용의와 좀 비슷해서 직설적이고 솔직하지만 현비의 죽음 이후로 이리나리에게 시집가고 오히려 얌전해 졌다.하지만 분명 늑대파에 보호를 받고 있어 전에 그녀를 만나본 적 없는 사람은 약간의 우수에 어린 것으로 보인다.“정말로 이리 나리가 재밌다고 생각해요?” 미색이 우문령의 말을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저 냉정한 얼굴에 동물과 놀고 있는 남자가 재미있다고? 재미있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여인을 방치해두고 같이 놀지 않고 동물이랑 논단 말이야?우문령이 미색을 보고 입가에 꽃이 피어나며, “그래요, 그이는 정말 재미있어요. 특히 웃을 때.”“웃을 때 재미있는 게 아니라 잔혹하죠. 사람을 죽이겠다는 뜻이라고요!” 미색이 눈썹을 꿈틀하며, “당연하죠, 이리 나리는 미소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요. 공주님은 이리 나리의 외모에 완전 빠지셔서 영혼을 강탈당하셨네요.”우문령이 웃으며, “영혼이 잃었던 말았던 그이를 볼 수만 있으면 돼요. 전 그이 곁에 있는게 좋아요.”구중궁궐에서 자라 막 성욕이 꽃피기 시작한 로리타와 잘 생긴 냉혈한의 연애가 굉장히 기대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이리나리란 이 냉혈한은 훈남이나 카리스마 CEO류가 아닌 한 마리 고독한 늑대라 누구의 접근도 용납하지 않는다.이게 사랑이나 결혼을 상당히 곤란하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하지만 소녀는 항상 어려움에 용감하게 도전한다.우문령은 앉아 있지 못하고 쪼르르 이리나리 쪽으로 달려가는데 이리나리가 우문령이 오는 걸 보고 고개만 돌려 힐끔 쳐다보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고기 좀 내와, 늑대 먹이게.”이리나리는 인생에 있어 자신의 생명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는데, 우문령은 자신의 그 감정을 지켜줘야 하고, 그가 사랑하는 것을 지켜줘야 한다. 우문령은 구중궁궐에서 자랐지만 사리가 밝고 확실해서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장기심리전을 목표로 착하게 고기를 가져다 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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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명전의 황후4경(새벽1시~3시)이 되자 목여태감이 금군을 데리고 초왕부에 와서 명원제는 용포를 입고 깨끗하게 단장을 마치고 궁궐로 돌아가 아침 조례를 준비했다.우문호는 오늘 일어날 수가 없어서 일이 있어 갈 수 없다고 휴가를 낼 생각으로 탕양을 시켜 사람을 궁문에 보내 상황을 알아보는데, 탕양이 이제 궁에서도 통해서 구사가 사람을 보내 소식을 전했다.잠시 후 한 가지 소식이 날아들었는데, 주재상이 황후를 폐하는 성지를 청하고, 황제는 동의하지 않았다는 것이다.얼마 되지 않아 또 소식이 왔는데 신하들은 재상에게 동의하고 다시 한번 황후를 폐할 것을 주청했으며 황제는 여전히 동의하지 않았다고 했다.또 잠시 후 소식이 와서 재상이 사람을 데리고 어서방 밖에 꿇어 앉아 황후를 폐할 것을 구하는데 황제는 동의하는지 아닌지 말이 없다고 했다.점심이 되어 구사가 출궁해 바로 초왕부로 와서 황후를 폐하지 않고 황후의 책봉 성지를 몰수하고 황후로서 모든 존영을 박탈하나 황후의 위치는 남겨두어 관례와 대우하는 규정은 여전히 그대로 두지만 방명전(芳明殿)으로 옮기게 했다.방명전은 역대로 사랑받지 못한 비빈이 사는 곳으로 한번 방명전에 들어가면 명원제는 들어갈 수 없다.그리고 황후 주변의 모든 사람을 전부 교체해서 내보내고 하나도 남기지 않았는데 황귀비와 내무부에서 다시 사람을 배치해 시중을 들게 했다.구사가 고개를 흔들며 쓴웃음을 짓더니,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용서를 구하는 자가 하나도 없더라.”“누가 감히 용서를 구하겠어? 재상이 황후를 폐하라고 청을 올린 건데.”우문호도 황후를 폐할 리 없으며 이런 결과는 예상했던 것으로 수십년간 부부였으니 정이 없더라도 체면이 있다. 동시에 주재상의 체면도 차려줘야 하니 황후의 권리는 빼앗아 사람을 싹 새로 들이면 황후도 일을 꾸밀 수 없을 테니 주씨 집안에 큰 위협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대략 해결된 셈이다.구사는 약간 마음이 쓸쓸한 것이 궁에서 보낸 기간이 길었던 만큼 황후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닌 게 현비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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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병과 수아“그럼 왜 그렇게 고민하셨어요?” 문영공주가 물었다.“이렇게 많은 황자들 속에서 아직 젖을 먹고 있는 십황자를 빼고 나머지는 전부 왕으로 봉해져 나갔는데 네 여덟째 동생만 아직도 궁에 황자의 신분으로 남아 있어. 군왕으로 봉해지지조차 못하고 말이야. 나도 안다. 이렇게 괴로워해 봤 자 여덟째에게 도움이 안되는 거. 하지만 뭐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안정이 안 되는 걸 어쩌니.”“어마마마 쓸데없이 괴로워하신 거예요.”잠시 자기가 맞았는지 틀렸는지 차치하고, 자신은 존귀한 황후로 자기 아들은 사람들 중에서도 빼어난 용과 같은 존재여야 하는데 하나같이 다 못난 것이 자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황후는 아들들을 돕지 않고 운명을 인정했으나 나중이 되고 보니 왜 꼭 이렇게 죽음을 기다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기가 뭔가 해서 바꿀 수 있는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하고.하지만 황후는 아버지가 황후를 폐하라고 청할 줄 생각 못했다. 만약 다른 사람이 주청을 했거나 심지어 황제가 성지를 내려 황후를 폐하려 해도 그녀는 울고불고 난리를 치며 죽자고 피했을 테지만 아버지 결정은 반박할 수 없다.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사식이가 근친하는 날 원경병이 딸 수아(秀兒)를 데리고 왔다. 수아는 구사를 닮아 쿨한 게 눈썹이 진하고 눈이 큰 전형적인 남자 같은 여자였다. 우문호가 특히 좋아하며 얘는 나중에 대성할 거라고 했다.한동안 동생을 보지 못했지만 걱정되는 정도는 아닌 게 가끔 사람을 보내 동생 상황을 물어봐 왔기 때문에 구씨 집안에 그 짜증나는 일이 있던 것도 알았다.“이제 집은 좋아졌지?” 원경릉이 물었다.원경병이 상당히 성숙해서 옷 입는 것도 바뀌어 대담하고 귀티가 나는 게 안주인 같아서 유치한 눈빛이 없어지고 세상 물정을 아는 지혜와 침착함이 대신했다.“정리된 셈이죠.” 원경병이 수아를 안고 뽀뽀하며 살짝 안도했다. 진짜 최근 일 이 년 참 힘들었다.“그럼 됐어, 수아야, 이모한테 와.”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수아가 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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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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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 명의 왕비   제3176화

    “별다른 뜻은 없소. 오늘 밤에 유난히 감성적이라 그저 한마디 해본 거네. 사실 너무 감동해서 그러네. 비록 항상 탕 대인에게 빨리 혼인하라고 재촉하긴 했지만, 그가 일곱째 아가씨와 혼인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소.”“괜찮소!”원경릉은 그의 품에 안겨 그의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어쨌든 탕양은 우리와 함께 걸어온 사람이오. 그러니 그가 사랑하는 여인과 함께하게 된 건 우리 모두에게 기쁜 일이오.”우문호는 벌써 술에 취한듯 머리가 약간 어지러웠다. 술에 취하면 항상 눈앞의 모든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곤 했는데, 익숙한 천장, 익숙한 사람, 익숙한 탁자와 의자. 취기가 돌며 모든 것들이 꿈처럼 느껴졌다.그는 마치 다시 초왕 우문호로 돌아간 듯했고, 갓 원경릉과 마음이 통했던 때로 돌아간 기분이었다.그 당시 외부 정세는 불안정했고, 태자 자리를 둘러싼 다툼이 막 시작되었던 때였다. 형제끼리 반목하며, 치열하게 싸웠던 시절을 돌아보면 잃지 않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얻었다는 사실에 감사하게 되었다.우문호가 원경릉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원 선생, 몇 년간 아주 긴 꿈을 꾼 것 같지만, 되돌아보니 정말 다행이라고 느껴지네. 사실 모든 행운과 행복은 원 선생의 잘못된 연구에서 비롯된 것이오. 원 선생이 오지 않았다면 내 인생이 어땠었을까 싶네.”그러자 원경릉이 말했다.“누군가가 이 세상에 몇 시간과 공간이 존재한다고 했소. 우리와 똑같은 사람들이 다른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네. 아마도 어떤 공간에서는 내가 없는 대신 다른 사람이 당신과 함께 있을 수도 있소.”우문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그 세상 속의 나는 정말 불쌍할 것이오.”“그건 모르오. 어쨌든 그곳의 당신은 나를 모르고, 우리가 지금 얼마나 행복한지도 모를 것이오. 각자가 행복을 정의하는 방식은 다르오. 어떤 사람들은 매 끼니 고기가 있는 게 최대의 행복일 수도 있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은 봉급이 오르길 바랄 것이오. 또 가족이 화목하고 건강하기를 바라기도 하고

  • 명의 왕비   제3175화

    우문호는 혼인을 하사하는 조서를 내렸다. 이는 탕양의 혼사에 화룡점정을 더하는 일이었다.온 경성 사람들이 탕양이 황제를 모시는 신하인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혼사에 주목했다.탕양은 왕부에서부터 황제를 지지해 온 충신이었으며, 군신 간의 정은 형제의 관계에 못지않았다.거기에 황제가 직접 혼인을 하사했으니, 이는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 그래서 다들 두터운 예물을 준비해 축하하러 왔다.혼례는 초왕부에서 열렸다. 비록 초왕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지만, 이번 경사에 많은 지원이 몰렸다. 여러 왕부에서 사람을 보내왔고, 미색은 돈에 힘까지 보태며 혼사 지출의 3할이나 부담했다.희상궁도 돌아와 모든 일을 총괄했다. 희상궁은 비록 나이가 많았지만, 여전히 일 처리 능력이 뛰어났다. 그녀는 여러 왕부에서 온 사람들을 지휘하며 완벽하게 일을 조율했다.혼례 당일, 황제와 황후도 참석했다.신부가 도착하여, 혼례를 올릴 때 우문호와 원경릉은 상석에 앉아 신랑 신부의 절을 받고는, 그 다음으로 기상궁도 절을 받았다.우문호가 원경릉의 손을 잡으며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이 드디어 철이 들었고, 가정을 이루었으니 정말 기쁘네.”원경릉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이제 마음이 풀립니까? 그러니 앞으로는 더 이상 잔소리하지 마시지요.”“잔소리는 계속할 것이다. 이젠 아이를 낳으라고 해야지.”우문호는 걱정이 끝이 없다는 듯 말하자, 원경릉이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아이 낳는 일은 하늘에 맡겨야 하네.”“그래도 몇 가지 비법을 전수해 줄 수는 있소.”우문호가 자부심 넘치는 표정으로 말했다.“좀 더 크게 말해보시오. 다른 사람들이 못 들을까 봐 걱정이오?”원경릉이 그를 흘겨보았다.주변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바라보며 부러움 섞인 표정을 지었다. 많은 사람이 첩을 두고도 황제만큼 자식을 많이 두지는 못했지만, 황제는 복도 많고 자식도 많은 사람이었다. 저녁 연회에서 우문호는 과음했지만 원경릉은 그를 막지 않았다. 이런 노부의 감격은 술로 달래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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