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 능력원경릉은 이때 연회에 참석할 마음이 아니고 언제 쓰러질지 몰라 매일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래서 손왕비의 초청을 거절하며 몸이 불편하다고 다음에 방문하겠다고 했다.하지만 미색이 요즘 원경릉이 집에서 심심한 것을 보고 와서 내일 분명 연극을 볼 수 있다고 꼬시며 같이 가서 신나게 보자고 했다.미색은 원경릉이 3개월때 알고도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속으론 부러운 게 자기는 임신하고 싶은데 임신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할머니도 원경릉에게 종일 집에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좀 나가라고 했다. 원경릉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두려움만 커져가고 계속 집에 있어 봤 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미색에게 알겠으니 내일 같이 손왕부에 가자고 했다.우리 떡들은 밤에 원경릉에게 찰싹 붙어 잠이 들었고 원경릉은 침대에 누워서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오히려 또렷해 졌다.원경릉이 배를 만지자 4개월이 좀 넘으니 태동이 있어 매일 원경릉 뱃속에서 아이가 움직이지만 원경릉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엄마 뱃속에 있는 아가는 남동생이예요 여동생이예요?” 찰떡이는 원경릉 배에 엎드려 물었다.“모르겠네, 찰떡이는 남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여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원경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남동생이요.” 찰떡이는 경단이와 만두를 부러워하는 게 둘 다 남동생이 있기 때문이다.“여동생이요!” 만두와 경단이가 반대하는 게 자기들은 남동생은 있지만 여동생은 없다.원경릉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너희들은 엄마 머리 속에 있는 것도 보잖아? 그럼 너희들이 직접 봐, 엄마 뱃속에 아이는 남동생이야 여동생이야?”만두가 원경릉을 보고 엄마는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엄마 머리에는 빛나는 게 있어서 볼 수 있는 거고, 여동생은 반짝이지 않는데 어떻게 봐요?”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그럼 너는 경단이와 찰떡이 머리에 있는 빛나는 물체도 볼 수 있어?”세 사람이 서로 쳐다보더니, “우린 빛 안 나는데요.”“안 나?” 원경릉은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
손왕비를 만나다“그이는 먼저 가고 전 태자비 마중 온 거예요.” 미색이 뛰어내려 찰떡이를 안아 올리며, “어머 어머, 우리 꼬마 어르신, 더 무거워졌네.”“여섯째 숙모, 우리 엄마 무거워요. 안을 수가 없어요.” 찰떡이가 애기 티를 내며 얘기했다.우리 떡들은 오늘 똑같이 붉은 색 짧은 비단옷을 입었는데 날씨가 덥기 때문으로 옷을 특별히 짧게 만들어 다리가 드러나고 머리카락은 입하(入夏)때 잘라서 짤막하니 정수리에 조그맣게 상투를 틀고 옷과 같은 붉은색으로 머리 띠를 묶어 선명하고 예쁘다.미색이 세 꼬맹이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원경릉에게, “제가 아기를 못 낳으면 하나 데려와서 키울 거예요. 아니면 배속에 있는 그 아이 저 주세요.”원경릉이 아직 답하기 전에 세 아이가 한 마디로 거절하며, “안돼요, 저 애는 우리 거예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너희들 놀린 거야, 너네 엄마 배가 이렇게 부른데 딱 봐도 엄청 잘 먹을 거 같은데 숙모가 데려가면 숙모 재산 다 먹어 치워 버릴 걸?”아이들이 듣고 얼굴 색이 살짝 변하더니 걱정스럽게 원경릉을 바라보는데 진짜 잘 먹게 생겼다.원경릉이 세 아이들을 안으며, “요 바보 녀석들, 여섯째 숙모가 너희를 놀린 거야. 숙모네 재산은 우리 5식구가 10번을 태어나도 다 못 먹어 치워.”경단이가 울적한 얼굴을 하고 미색 앞으로 비집고 오더니 손을 뻗어 미색의 목을 잡고 조그만 얼굴을 대고, “여섯째 숙모, 숙모를 좋아해요. 저 집으로 데리고 가실 래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한 손으로 경단이를 안더니 원경릉에게, “봐요, 이 녀석 기둥서방 소질이 있어요.”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웃고 떠들며 손왕부에 도착해서 만아는 제일 무거운 만두를 안고 마차에서 내리고 미색은 한 손에 하나씩 안고 사람들에게 원경릉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하라고 시켰다.손왕비가 입구에서 기다리며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일단 배를 보고 놀라고 다가와 안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 “태자비, 살아서 돌아와 만날 수 있어서
손왕부의 연회손왕비가 원경릉에게 진심으로, “동서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동서랑 다섯째가 어떻게 사는지 알잖아? 대학을 세우고 학생들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느라 부부가 먹는 것도 아끼며 여유가 없는데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은자를 냈으니 안 받으면 내 마음이 불안해, 꼭 받아. 안심해도 돼. 비록 내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요즘 쓰는 것도 별로 없고 매년 식읍과 분봉이 있으니 세를 걷으면 들어오는 돈이 적지 않아.”원경릉이 완강하게 거부하며, “형님이 일단 가지고 계셔요, 만약 은자가 부족하면 제가 빌리러 올 게요, 됐죠? 형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면 체면이 안 서요.”“그래요, 넣어 두세요. 우리가 은자가 모자라겠습니까?” 미색도 말했다.고맙다며 돈을 찔러 넣어주고 아니다 안 받는다 실랑이를 벌이며 족히 향 하나 탈 정도 시간은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정리가 되어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남편 얘기를 들으니 전쟁은 곧 그칠 거라고 하더라. 우리는 무성에서 다섯째를 봤는데 상처를 좀 입었지만 괜찮았어. 전쟁이 끝나는 대로 대군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먼저 돌아오겠다고 했어. 우리가 오는 길에 좀 오래 지체해서 아마 이틀정도 지나면 도착하지 않을까.”“다쳤어요?” 원경릉이 긴장하며 물었다. 편지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다.손왕비 얼른 다독거리며, “걱정하지 마, 가벼운 상처야, 팔에 칼이 스쳤는데 군의관이 뼈는 상하지 않았고 겉만 다친 거라 며칠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어.”원경릉이 얼굴을 찌푸리며, “상처를 입었으면 급하게 돌아올 필요 없는데 정말.”“다섯째가 하루라도 빨리 동서랑 애들이 보고 싶다고 했어.” 손왕비가 원경릉의 배를 보고, “그런데 회임 얘기는 없던데, 다섯째가 알고 있어?”“아직 몰라요!” 원경릉이 배를 만지며, “그이가 출정하고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그이가 전쟁 중이라 말 안 했어요. 마음 쓰일 까봐요.”손왕비가 웃으며, “좋아서 죽을 걸.”원경릉이 웃으며, “맞아요, 안왕 전하는 오늘 오셨나요?”“감히 안 와?
혼절원경릉은 계속 뒤로 물러나며, “뭐 하려는 거예요?”안왕이 손사레를 치더니, “오해하지 마요, 당신한테 악의 없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태자비를 만나다니 정말 잘 됐네요. 수고스럽겠지만 안사람에게 말 좀 전해 줘요. 집에 일이 있어서 얼른 돌아가 봐 달라고.”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버님도 오셨는데 직접 가시면 되잖아요?”“전 들어가기 마땅치 않아서 말이죠. 나와 둘째형은 전에 오해가 있어서 마찰을 피할 수 없는데 이 신나고 좋은 분위기를 깰 수 없으니 태자비가 수고 좀 해 주시죠.” “오해면 제대로 얘기해서 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원경릉이 예를 취하고, “넷째 아주버님 가시지요, 전 화장실에 가야하겠습니다.”안왕이 원경릉을 노려보며 화장실 문을 잡고, “태자비는 이렇게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원경릉이 약간 화가 나서, “비키세요!”안왕도 좀 화가 나서, “당연히 도와줄 리가 없지, 내가 안에 들어가서 모욕을 당하길 간절히 바랄 테니, 나와 둘째형이 반목하길 갈망하는 군.”“뭐라고 하던지 상관없고 두 분 사이의 맺힌 건 제 알바 아닙니다. 전 화장실에 가고 싶으니 비키세요!” 원경릉은 화가 났다.안왕이 원경릉의 배를 쏘아보며 비웃는데, “아주 제대로 숨겼네? 누구때문에 그랬을까? 내가 만약 손을 쓸 생각이었으면 벌써 썼지. 당신이 병여도를 그려낸 걸 모를 거 같아?”“병여도 어쩌고는 모르겠고 어서 비켜요!” 원경릉의 거의 미친듯이 소리치는 게 금방이라도 쌀 거 같다.안왕은 가만히 서서 일부러 원경릉을 못살게 굴고 있다.원경릉이 얼굴이 새파래지며, “됐어요, 계속 막아요.”이 집에 화장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며 몸을 돌리는 순간 눈앞에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뱅뱅 돌고 귀에 고주파 소리가 윙윙 울리더니, 원경릉은 ’털썩’ 소리가 나며 쓰러지고 말았다.원경릉이 갑자기 쓰러지자 안왕은 자신을 모함하는 계략인 줄 알고, “일어나, 연극하지 말고, 난 당신한테 손도 댄 적 없어.”원경릉은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안왕비의 분노안왕은 무방비로 있다가 미색이 갑자기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피하지도 못하고 코뼈에 정통으로 맞아 두어 걸음 휘청거리더니 덮쳐오는 미색에게 손가락질 하며, “멈춰, 내가 민 게 아니야. 자기가 넘어진 거라고. 또 손찌검을 하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미색은 열 받아서 이미 제정신이 아닌데 예의범절이고 나발이고 다시 주먹을 지르려던 찰나, 회왕이 들어와 무거운 목소리로, “미색, 멈춰!”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미색을 막아 서서, “형수님이 위험해, 당신은 발이 빠르니 어서 의원을 모시고 와.”미색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려나가 말을 탔다.안왕이 길길이 날뛰며, “미친 것!”고개를 들자 회왕과 손왕이 모두 자기 앞에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있다.안왕은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왜? 제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와요 덤벼 다 덤비라고!”손왕이 정말 한대 치려 했으나 회왕이 말리며 담담하게, “둘째형, 아바마마와 다섯째 형이 알아서 주관하실 겁니다.”안왕이 냉소를 짓더니, “전 결백해요. 손끝 하나 건드린 적 없으니까. 자기가 넘어졌다고요, 아바마마 앞에 가도 전 이렇게 말할 테니까 저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은 하지도 마요.”안왕이 고개를 들어 군중 속에서 얼굴이 창백해진 안왕비를 발견했다. 안왕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당신도 못 믿는 거야?” 안왕이 잠시 뜸을 들였다 물었다.안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원경릉을 보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결연한 눈빛이라 안왕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안왕은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안왕비의 손을 잡아 끌고, “따라 와.”안왕비가 안왕을 뿌리치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혼자 가세요.”안왕이 한 손으로 안왕비를 잡아 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 자리에 사람들이 쳐다보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안왕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와 마차에 억지로 태우고 가리개를 내리더니 화를 내며, “날 못 믿어?”안왕비가 안왕을 노려보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
그럴 리 없어“이제 저도 아니까 또 절 바보 취급하지 말아요. 만약 당신이 갔으면 무슨 위험따위 있을 리 없었어요. 이건 전부 당신과 홍엽이 꾸민 계책으로, 홍엽이 숙나라 황제에게 계략을 귀띔해서 숙나라 황제가 6국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거죠. 홍엽은 원래 좋은 마음을 가진 자가 아니니까요.”안왕이 눈을 부릅뜨고, “당신이 내 마음을 간파했다고 쳐도 이런 일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 당신이 알 리가 없는데,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얘기한 거지?”안왕비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누구야?” 안왕이 싸늘하게 안왕비를 노려보며 그녀의 턱을 쥐고, “이런 일을 알고 있는 건 전부내 주변의 심복들인데, 당신 누구와 공모한 거지? 누구랑 내통 했어?” 안왕비가 이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 안왕의 따귀를 때리고 울며, “내통이라니요?”“말 안 하겠다는 거지? 내가 찾아내고 말겠어!” 안왕이 안왕비를 밀치는데 냉혹하고 음험한 눈빛이다. 더이상 부드럽지 않다.안왕의 마차가 청석판을 달리는데 미색의 말이 마차를 앞서며 바로 대학으로 갔다.이때 마차에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뛰어 내리더니 바닥을 구르고 온통 피투성이로 땅바닥에 기절해 나뒹굴었다.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미색이 고개를 돌려 흘끔 보고, 뭔 지 모르겠지만 안왕부 마차가 멈춰서는 건 보였다. 미색은 좀 망설였으나 다시 채찍을 휘두르며 계속 달렸다.손왕부.만아가 세 쌍둥이를 데리고 앞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하얗게 질렸지만 아이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손왕부에서 손님들에게 천천히 해산하도록 하자, 모두 구체적인 정황은 몰라도 안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회왕은 미색이 출발한 뒤 바로 입궁해서 어의를 청했다.하지만 노부인이든 어의든 너무 늦어서 손왕부에 도달했을 때는 원경릉이 혼절한 뒤로 족히 한 시진은 지난 뒤였다.어의가 먼저 도착했는데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마차로 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어의가 진맥을 한 뒤 안색이 크게 변했다.“어떻게 된 건가?” 손왕비가 다급하게
침착한 대처이때 사촌 소형이 들어와 손왕의 데리고 나가 무거운 목소리로, “방금 동백가(東百街) 방향에 누가 매복하고 있는 걸 시위가 발견했다고 합니다.”“누구?” 손왕이 물었다.“신분은 알 수 없고, 안왕의 마차가 간 뒤 이들은 사라졌으며 우리 쪽 사람이 동백가 골목에 마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는데, 바로 도망가고 우리 쪽 사람이 쫓아가다가 적위명 장군과 닮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손왕이 얼른, “막았느냐?”“막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굉장히 빨리 달리는 데다 적위명 장군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사촌 소형이 말했다.손왕비 이를 갈며, “넷째가 태자비를 납치하려 했던 게 분명해. 방금 넷째가 병여도에 집착하는 말을 회왕비가 들었다 던데, 최근 전차가 참전해 제작에 성공한 것을 알고 병여도 생각을 했군.”“하지만 지금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안왕은 참으로 주도면밀하기 그지 없는데다 기회를 틈탈 줄 알아요. 지금 폐하는 안왕을 살필 여력이 없고, 태자전하도 전장에 계신 데다 국내의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쟁에 쏠린 틈에 움직이다니.”사촌 소형은 어두운 얼굴로, “일단 당황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이미 경조부에 제왕 전하를 청했으니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것입니다.”“일곱째가 일하는 게 아직 믿음직하지가 못해. 경조부는 지금 다섯째도 없고 중추가 없으니 이 일은 역시 아바마마께 나서 달라고 말씀드려야지.” 손왕이 생각해 보더니 반드시 자기가 직접 입궁해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손왕은 들어가서 회왕에게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냐고 물었더니 어의를 부르는데 급급해서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했다.손왕은 얼른 사람을 시켜 입궁할 마차를 준비시켰다.손왕이 막 떠나고 할머니가 조어의와 도착했다.할머니가 맥을 짚더니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있는 게, 원경릉이 전에 말했던 적이 있으므로 할머니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었다.그래서 할머니는 나지막하게, 일단 원경릉을 초왕부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노부인이 이때 보여준 냉정함과 전문
제왕과 손왕요부인이 미색에게 조용히 분부하길, “미색은 아는 사람이 많으니 좀 물어봐 줘, 어떤 의사가 이런 상황을 겪어봤는지, 희상궁, 사람을 보내던지 아님 직접 가서 태상황 폐하께 상황을 말씀드려 줘. 만약 감추는 게 있으면 태상황 폐하께서는 오히려 더 걱정하실 거야. 손왕비는 입궁해서 황귀비 마마께 알려줘, 이 일은 손왕부에서 벌어졌으니 궁중을 속일 수는 없을 거야. 손왕비가 직접 가서 황귀비 마마께 설명 부탁해.”“알았어요!” 세사람이 한 목소리로 말했다.세 사람이 각자 일을 보러 가고 할머니는 침대 곁에 앉아 요부인을 보고 감동하며, “고마워요, 부인이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요부인은 할머니와 원경릉의 관계가 얕지 않음을 안다. 어떤 깊은 관계인지는 모르지만 원경릉이 노마님을 할머니라고 부르는 것을 들은 적이 있고, 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을 때는 가족 같았다.그래서 할머니의 고맙다는 말이 원경릉 쪽 입장에서 하는 말인데도 요부인은 의외라는 생각이 들지 않고 작은 소리로, “아녜요. 계속 태자비가 저를 돌봐 준 걸요. 지금 태자비에게 일이 생겼으니 저희들이 태자비를 돌볼 차례죠.”“초왕부가 동요해서는 안돼요. 태자비니까요. 얼마나 많은 바깥 사람들이 초왕부를 지켜보고 있습니까.” 할머니가 원경릉의 혈색 없는 얼굴을 보고 비록 어떤 일인지 알지만 가슴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제왕이 와서 상황을 묻더니 진노해서 사람을 데리고 바로 안왕부로 갔다.그러나 뜻밖에도 안왕부에 도착하자, 안왕비가 마차에서 굴러 떨어져 화급을 다투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안왕이 복도에 서서 음울한 얼굴로 제왕을 보더니, “날 잡아가게? 성지 있어?”“넷째 형수님이 왜 아무런 이유 없이 마차에서 떨어졌습니까?” 제왕이 물었다.안왕이 차갑게 웃더니 충혈된 눈으로, “내가 밀었어. 믿어?”안왕의 말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 없지만 분노가 폭발하면서, “만약 정말 당신이 그런 거면 당신은 개 돼지, 금수만도 못해요!”“꺼져!” 안왕은 온통 악에 받쳐 미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