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맺힌 손왕 부부이것이 현재 유일한 방법이다.다시 말해 그녀는 위험을 피할 방법이 없다. 주지가 지금 하려는 것은 원경릉의 남은 약효를 추출해 호흡 시스템, 생명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녀를 위해 시간을 벌어주어 원경릉과 아이들이 살아갈 수 있다.현 단계에서 원경릉은 주지를 완전히 믿을 수 밖에 없다.그래서 원경릉은 자신의 일을 최대한 처리했는데 특히 이 일은 할머니에게 말하고 때가 돼서 원경릉이 의식 불명상태로 휴면에 들어가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전부 할머니의 협조가 필요하다.원경릉이 이 소식을 말하자 할머니가 충격을 받았으나 금방 반대로 원경릉을 다독이며 주지가 원경릉에게 반드시 끝까지 돕겠다고 약속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원경릉이 할머니를 안고 목이 메면서, “미안해요, 맨날 걱정만 끼쳐드리고.”할머니의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바보야, 할미가 뭐 하러 여기 왔는데? 너 걱정 덜어주고 위험할 때 구해주기 위해서야. 아무리 엄청난 일이 닥쳐도 걱정 마라, 할미가 있어. 하늘 안 무너진다.”원경릉은 가슴이 너무 아픈 게 만약 자기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할머니를 이 세계 시공간에 떨궈 놓는다는 말이라 불효 막심한 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들도 요즘 약간 어쩔 줄 몰라서 원경릉에게 들러붙어 있는데 특히 찰떡이는 원경릉이 목욕이나 샤워하는 동안도 밖에서 지키고 있고 잠도 가서 자지 않고 원경릉과 같이 잔다.찰떡이가 심하게 불안해 하고 경단이와 만두는 좀 나은 편이지만 긴장하고 지켜보고 있는데 만두는 최근 늘 혼자 생각하다가 경단이와 어떻게 하면 엄마를 도울 수 있을까 얘기했다. 경단이는 모르고 찰떡이도 모르고 세 아들은 심각하게 고민했다.아이들은 남다른 능력이 있지만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고 원경릉의 뱃속에서 나와서 신체는 원경릉에 비할 바가 못되지만 에너지는 원경릉보다 엄청 대단할 게 틀림없다.주지는 원경릉이 꿈을 꿀 때 한 말 뜻은 안다. 원경릉이 이 신체의 일상적인 활동을 유지하는데 이미 에너지의 일부분을 상당히 사용했
특수 능력원경릉은 이때 연회에 참석할 마음이 아니고 언제 쓰러질지 몰라 매일 극도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그래서 손왕비의 초청을 거절하며 몸이 불편하다고 다음에 방문하겠다고 했다.하지만 미색이 요즘 원경릉이 집에서 심심한 것을 보고 와서 내일 분명 연극을 볼 수 있다고 꼬시며 같이 가서 신나게 보자고 했다.미색은 원경릉이 3개월때 알고도 아무 말도 안 했지만 속으론 부러운 게 자기는 임신하고 싶은데 임신이 안되고 있기 때문이다.할머니도 원경릉에게 종일 집에서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좀 나가라고 했다. 원경릉은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두려움만 커져가고 계속 집에 있어 봤 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미색에게 알겠으니 내일 같이 손왕부에 가자고 했다.우리 떡들은 밤에 원경릉에게 찰싹 붙어 잠이 들었고 원경릉은 침대에 누워서 몸은 피곤한데 머리는 오히려 또렷해 졌다.원경릉이 배를 만지자 4개월이 좀 넘으니 태동이 있어 매일 원경릉 뱃속에서 아이가 움직이지만 원경릉은 이 아이를 낳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엄마 뱃속에 있는 아가는 남동생이예요 여동생이예요?” 찰떡이는 원경릉 배에 엎드려 물었다.“모르겠네, 찰떡이는 남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여동생이었으면 좋겠어?” 원경릉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남동생이요.” 찰떡이는 경단이와 만두를 부러워하는 게 둘 다 남동생이 있기 때문이다.“여동생이요!” 만두와 경단이가 반대하는 게 자기들은 남동생은 있지만 여동생은 없다.원경릉이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너희들은 엄마 머리 속에 있는 것도 보잖아? 그럼 너희들이 직접 봐, 엄마 뱃속에 아이는 남동생이야 여동생이야?”만두가 원경릉을 보고 엄마는 멍청하다고 생각하며, “엄마 머리에는 빛나는 게 있어서 볼 수 있는 거고, 여동생은 반짝이지 않는데 어떻게 봐요?”원경릉이 만두를 안고, “그럼 너는 경단이와 찰떡이 머리에 있는 빛나는 물체도 볼 수 있어?”세 사람이 서로 쳐다보더니, “우린 빛 안 나는데요.”“안 나?” 원경릉은 상당히 이상하다고 생각
손왕비를 만나다“그이는 먼저 가고 전 태자비 마중 온 거예요.” 미색이 뛰어내려 찰떡이를 안아 올리며, “어머 어머, 우리 꼬마 어르신, 더 무거워졌네.”“여섯째 숙모, 우리 엄마 무거워요. 안을 수가 없어요.” 찰떡이가 애기 티를 내며 얘기했다.우리 떡들은 오늘 똑같이 붉은 색 짧은 비단옷을 입었는데 날씨가 덥기 때문으로 옷을 특별히 짧게 만들어 다리가 드러나고 머리카락은 입하(入夏)때 잘라서 짤막하니 정수리에 조그맣게 상투를 틀고 옷과 같은 붉은색으로 머리 띠를 묶어 선명하고 예쁘다.미색이 세 꼬맹이를 보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며 원경릉에게, “제가 아기를 못 낳으면 하나 데려와서 키울 거예요. 아니면 배속에 있는 그 아이 저 주세요.”원경릉이 아직 답하기 전에 세 아이가 한 마디로 거절하며, “안돼요, 저 애는 우리 거예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너희들 놀린 거야, 너네 엄마 배가 이렇게 부른데 딱 봐도 엄청 잘 먹을 거 같은데 숙모가 데려가면 숙모 재산 다 먹어 치워 버릴 걸?”아이들이 듣고 얼굴 색이 살짝 변하더니 걱정스럽게 원경릉을 바라보는데 진짜 잘 먹게 생겼다.원경릉이 세 아이들을 안으며, “요 바보 녀석들, 여섯째 숙모가 너희를 놀린 거야. 숙모네 재산은 우리 5식구가 10번을 태어나도 다 못 먹어 치워.”경단이가 울적한 얼굴을 하고 미색 앞으로 비집고 오더니 손을 뻗어 미색의 목을 잡고 조그만 얼굴을 대고, “여섯째 숙모, 숙모를 좋아해요. 저 집으로 데리고 가실 래요?”미색이 하하 웃으며 한 손으로 경단이를 안더니 원경릉에게, “봐요, 이 녀석 기둥서방 소질이 있어요.”원경릉이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웃고 떠들며 손왕부에 도착해서 만아는 제일 무거운 만두를 안고 마차에서 내리고 미색은 한 손에 하나씩 안고 사람들에게 원경릉이 넘어지지 않게 부축하라고 시켰다.손왕비가 입구에서 기다리며 원경릉이 오는 것을 보고, 일단 배를 보고 놀라고 다가와 안더니 눈물이 그렁그렁 해서, “태자비, 살아서 돌아와 만날 수 있어서
손왕부의 연회손왕비가 원경릉에게 진심으로, “동서가 여유로운 것도 아니고, 동서랑 다섯째가 어떻게 사는지 알잖아? 대학을 세우고 학생들을 유지하는데 드는 비용을 충당하느라 부부가 먹는 것도 아끼며 여유가 없는데 우리를 위해 이렇게 많은 은자를 냈으니 안 받으면 내 마음이 불안해, 꼭 받아. 안심해도 돼. 비록 내가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요즘 쓰는 것도 별로 없고 매년 식읍과 분봉이 있으니 세를 걷으면 들어오는 돈이 적지 않아.”원경릉이 완강하게 거부하며, “형님이 일단 가지고 계셔요, 만약 은자가 부족하면 제가 빌리러 올 게요, 됐죠? 형님 이러지 마세요. 이러면 체면이 안 서요.”“그래요, 넣어 두세요. 우리가 은자가 모자라겠습니까?” 미색도 말했다.고맙다며 돈을 찔러 넣어주고 아니다 안 받는다 실랑이를 벌이며 족히 향 하나 탈 정도 시간은 옥신각신하다가 겨우 정리가 되어 앉아서 수다를 떨었다.“남편 얘기를 들으니 전쟁은 곧 그칠 거라고 하더라. 우리는 무성에서 다섯째를 봤는데 상처를 좀 입었지만 괜찮았어. 전쟁이 끝나는 대로 대군 기다리지 않고 자기가 먼저 돌아오겠다고 했어. 우리가 오는 길에 좀 오래 지체해서 아마 이틀정도 지나면 도착하지 않을까.”“다쳤어요?” 원경릉이 긴장하며 물었다. 편지에는 그런 언급이 없었다.손왕비 얼른 다독거리며, “걱정하지 마, 가벼운 상처야, 팔에 칼이 스쳤는데 군의관이 뼈는 상하지 않았고 겉만 다친 거라 며칠 지나면 좋아질 거라고 했어.”원경릉이 얼굴을 찌푸리며, “상처를 입었으면 급하게 돌아올 필요 없는데 정말.”“다섯째가 하루라도 빨리 동서랑 애들이 보고 싶다고 했어.” 손왕비가 원경릉의 배를 보고, “그런데 회임 얘기는 없던데, 다섯째가 알고 있어?”“아직 몰라요!” 원경릉이 배를 만지며, “그이가 출정하고 임신 사실을 알았지만 그이가 전쟁 중이라 말 안 했어요. 마음 쓰일 까봐요.”손왕비가 웃으며, “좋아서 죽을 걸.”원경릉이 웃으며, “맞아요, 안왕 전하는 오늘 오셨나요?”“감히 안 와?
혼절원경릉은 계속 뒤로 물러나며, “뭐 하려는 거예요?”안왕이 손사레를 치더니, “오해하지 마요, 당신한테 악의 없으니까. 하지만 여기서 태자비를 만나다니 정말 잘 됐네요. 수고스럽겠지만 안사람에게 말 좀 전해 줘요. 집에 일이 있어서 얼른 돌아가 봐 달라고.”원경릉이 아무렇지도 않게, “아주버님도 오셨는데 직접 가시면 되잖아요?”“전 들어가기 마땅치 않아서 말이죠. 나와 둘째형은 전에 오해가 있어서 마찰을 피할 수 없는데 이 신나고 좋은 분위기를 깰 수 없으니 태자비가 수고 좀 해 주시죠.” “오해면 제대로 얘기해서 풀면 되는 거 아닙니까?” 원경릉이 예를 취하고, “넷째 아주버님 가시지요, 전 화장실에 가야하겠습니다.”안왕이 원경릉을 노려보며 화장실 문을 잡고, “태자비는 이렇게 작은 부탁도 들어주지 않는 겁니까?”원경릉이 약간 화가 나서, “비키세요!”안왕도 좀 화가 나서, “당연히 도와줄 리가 없지, 내가 안에 들어가서 모욕을 당하길 간절히 바랄 테니, 나와 둘째형이 반목하길 갈망하는 군.”“뭐라고 하던지 상관없고 두 분 사이의 맺힌 건 제 알바 아닙니다. 전 화장실에 가고 싶으니 비키세요!” 원경릉은 화가 났다.안왕이 원경릉의 배를 쏘아보며 비웃는데, “아주 제대로 숨겼네? 누구때문에 그랬을까? 내가 만약 손을 쓸 생각이었으면 벌써 썼지. 당신이 병여도를 그려낸 걸 모를 거 같아?”“병여도 어쩌고는 모르겠고 어서 비켜요!” 원경릉의 거의 미친듯이 소리치는 게 금방이라도 쌀 거 같다.안왕은 가만히 서서 일부러 원경릉을 못살게 굴고 있다.원경릉이 얼굴이 새파래지며, “됐어요, 계속 막아요.”이 집에 화장실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며 몸을 돌리는 순간 눈앞에 깜깜해지더니 하늘이 뱅뱅 돌고 귀에 고주파 소리가 윙윙 울리더니, 원경릉은 ’털썩’ 소리가 나며 쓰러지고 말았다.원경릉이 갑자기 쓰러지자 안왕은 자신을 모함하는 계략인 줄 알고, “일어나, 연극하지 말고, 난 당신한테 손도 댄 적 없어.”원경릉은 바닥에 쓰러진 채 꼼짝도
안왕비의 분노안왕은 무방비로 있다가 미색이 갑자기 주먹을 날리는 바람에 피하지도 못하고 코뼈에 정통으로 맞아 두어 걸음 휘청거리더니 덮쳐오는 미색에게 손가락질 하며, “멈춰, 내가 민 게 아니야. 자기가 넘어진 거라고. 또 손찌검을 하면 나도 가만 있지 않겠어.”미색은 열 받아서 이미 제정신이 아닌데 예의범절이고 나발이고 다시 주먹을 지르려던 찰나, 회왕이 들어와 무거운 목소리로, “미색, 멈춰!”빠른 걸음으로 앞으로 나와 미색을 막아 서서, “형수님이 위험해, 당신은 발이 빠르니 어서 의원을 모시고 와.”미색이 그제서야 정신을 차리고 얼른 달려나가 말을 탔다.안왕이 길길이 날뛰며, “미친 것!”고개를 들자 회왕과 손왕이 모두 자기 앞에 분노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서있다.안왕은 입에 고인 피를 뱉으며, “왜? 제가 한 짓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와요 덤벼 다 덤비라고!”손왕이 정말 한대 치려 했으나 회왕이 말리며 담담하게, “둘째형, 아바마마와 다섯째 형이 알아서 주관하실 겁니다.”안왕이 냉소를 짓더니, “전 결백해요. 손끝 하나 건드린 적 없으니까. 자기가 넘어졌다고요, 아바마마 앞에 가도 전 이렇게 말할 테니까 저에게 누명을 씌울 생각은 하지도 마요.”안왕이 고개를 들어 군중 속에서 얼굴이 창백해진 안왕비를 발견했다. 안왕비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눈빛이다.“당신도 못 믿는 거야?” 안왕이 잠시 뜸을 들였다 물었다.안왕비가 눈물을 흘리며 돌아서서 방으로 들어가 원경릉을 보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는 결연한 눈빛이라 안왕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안왕은 얼른 방안으로 들어가 안왕비의 손을 잡아 끌고, “따라 와.”안왕비가 안왕을 뿌리치더니 냉랭한 목소리로, “혼자 가세요.”안왕이 한 손으로 안왕비를 잡아 끌고 밖으로 나오는데 그 자리에 사람들이 쳐다보면서도 아무도 말리지 못하고, 안왕은 그녀를 끌고 밖으로 나와 마차에 억지로 태우고 가리개를 내리더니 화를 내며, “날 못 믿어?”안왕비가 안왕을 노려보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리
그럴 리 없어“이제 저도 아니까 또 절 바보 취급하지 말아요. 만약 당신이 갔으면 무슨 위험따위 있을 리 없었어요. 이건 전부 당신과 홍엽이 꾸민 계책으로, 홍엽이 숙나라 황제에게 계략을 귀띔해서 숙나라 황제가 6국 사람에게 미움을 사게 하는 거죠. 홍엽은 원래 좋은 마음을 가진 자가 아니니까요.”안왕이 눈을 부릅뜨고, “당신이 내 마음을 간파했다고 쳐도 이런 일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으면 당신이 알 리가 없는데, 도대체 누가 당신에게 얘기한 거지?”안왕비가 입을 다물고 말하지 않았다.“누구야?” 안왕이 싸늘하게 안왕비를 노려보며 그녀의 턱을 쥐고, “이런 일을 알고 있는 건 전부내 주변의 심복들인데, 당신 누구와 공모한 거지? 누구랑 내통 했어?” 안왕비가 이 말을 듣고 억장이 무너져 안왕의 따귀를 때리고 울며, “내통이라니요?”“말 안 하겠다는 거지? 내가 찾아내고 말겠어!” 안왕이 안왕비를 밀치는데 냉혹하고 음험한 눈빛이다. 더이상 부드럽지 않다.안왕의 마차가 청석판을 달리는데 미색의 말이 마차를 앞서며 바로 대학으로 갔다.이때 마차에서 갑자기 그림자 하나가 뛰어 내리더니 바닥을 구르고 온통 피투성이로 땅바닥에 기절해 나뒹굴었다.사람들이 소리를 지르고 미색이 고개를 돌려 흘끔 보고, 뭔 지 모르겠지만 안왕부 마차가 멈춰서는 건 보였다. 미색은 좀 망설였으나 다시 채찍을 휘두르며 계속 달렸다.손왕부.만아가 세 쌍둥이를 데리고 앞 마당에서 놀고 있는데 하얗게 질렸지만 아이들에게 들켜서는 안된다.손왕부에서 손님들에게 천천히 해산하도록 하자, 모두 구체적인 정황은 몰라도 안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다.회왕은 미색이 출발한 뒤 바로 입궁해서 어의를 청했다.하지만 노부인이든 어의든 너무 늦어서 손왕부에 도달했을 때는 원경릉이 혼절한 뒤로 족히 한 시진은 지난 뒤였다.어의가 먼저 도착했는데 할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 마차로 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어의가 진맥을 한 뒤 안색이 크게 변했다.“어떻게 된 건가?” 손왕비가 다급하게
침착한 대처이때 사촌 소형이 들어와 손왕의 데리고 나가 무거운 목소리로, “방금 동백가(東百街) 방향에 누가 매복하고 있는 걸 시위가 발견했다고 합니다.”“누구?” 손왕이 물었다.“신분은 알 수 없고, 안왕의 마차가 간 뒤 이들은 사라졌으며 우리 쪽 사람이 동백가 골목에 마차가 세워져 있는 걸 발견했는데, 바로 도망가고 우리 쪽 사람이 쫓아가다가 적위명 장군과 닮은 사람을 발견했습니다.”손왕이 얼른, “막았느냐?”“막지 못했습니다. 상대가 굉장히 빨리 달리는 데다 적위명 장군인지 아닌지 확신할 수가 없어서.” 사촌 소형이 말했다.손왕비 이를 갈며, “넷째가 태자비를 납치하려 했던 게 분명해. 방금 넷째가 병여도에 집착하는 말을 회왕비가 들었다 던데, 최근 전차가 참전해 제작에 성공한 것을 알고 병여도 생각을 했군.”“하지만 지금 실질적인 증거가 없습니다. 안왕은 참으로 주도면밀하기 그지 없는데다 기회를 틈탈 줄 알아요. 지금 폐하는 안왕을 살필 여력이 없고, 태자전하도 전장에 계신 데다 국내의 거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전쟁에 쏠린 틈에 움직이다니.”사촌 소형은 어두운 얼굴로, “일단 당황하지 마십시오. 소인이 이미 경조부에 제왕 전하를 청했으니 반드시 철저히 조사해 주실 것입니다.”“일곱째가 일하는 게 아직 믿음직하지가 못해. 경조부는 지금 다섯째도 없고 중추가 없으니 이 일은 역시 아바마마께 나서 달라고 말씀드려야지.” 손왕이 생각해 보더니 반드시 자기가 직접 입궁해 상세히 보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손왕은 들어가서 회왕에게 아바마마께 보고 드렸냐고 물었더니 어의를 부르는데 급급해서 말씀드리지 못했다고 했다.손왕은 얼른 사람을 시켜 입궁할 마차를 준비시켰다.손왕이 막 떠나고 할머니가 조어의와 도착했다.할머니가 맥을 짚더니 속으로 짚이는 구석이 있는 게, 원경릉이 전에 말했던 적이 있으므로 할머니도 어떤 상황인지 짐작하고 있었다.그래서 할머니는 나지막하게, 일단 원경릉을 초왕부로 데리고 가라고 했다.노부인이 이때 보여준 냉정함과 전문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냉정언이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 의원을 부르지 않은 것이냐?" 역 일꾼이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돈이 없다고 하셔서 해열에 좋은 약초를 조금 달여주었지만,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게다가 방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의원을 부르고 진료하고 약을 짓는 데에는 모두 돈이 필요했지만, 역에서는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예산이 따로 없었다. "오계부의 부승이 상경하여 직무를 보고하러 왔는데, 돈도 지니지 않았다는 것이냐?" 냉정언이 놀라서 물었다. "나리께서 돈이 든 보따리를 도둑맞았다고 하셨습니다." "혼자 온 것이냐?" 냉정언이 물었다. "예. 관속이나 아전도 없이 혼자입니다." 경성과 꽤 멀리 떨어진 오계부의 부승이 그 먼 길을 수행 인원도 없이 홀로 와, 직무를 보고하는 것은 꽤 이상한 일이었다. 원경릉이 말했다. "내가 확인하겠소." "부인께서 의원이십니까?" "그렇다. 길을 안내하거라." 원경릉이 답했다. 역 일꾼은 별다른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최근 북당에서는 여인이 의술을 익히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황후가 의학원을 세운 이후, 해마다 여인들이 입학하여 의술을 배우고 있었다. 우문호가 미색을 돌아보자, 미색이 바로 입을 열었다.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원경릉은 약상자를 챙겨 들고, 역 일꾼의 안내를 받아 한 객실로 향했는데, 문이 세게 잠겨져 있었다. 일꾼이 문을 두드렸다. "제 대인, 제 대인. 의원께서 오셨습니다. 문 좀 열어주십시오." 하지만 방은 일꾼의 부름에도 여전히 잠잠했다. 이내 기침 소리가 들려왔고, 한참 기침을 하다, 쇳소리 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마." 말이 끝나자, 침대에서 일어나 휘청거리며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곧 문이 열렸고, 솜으로 만든 마스크로 코와 입을 가린 채, 핏발이 선 눈만 드러낸 관리의 모습이 보였다. 그는 피곤하고 지친 모습으로 문턱을 잡고 서 있었다. 그는 숨을 고른 뒤
이번 순행에 서일이 동참하면서 사식이도 함께 가게 되었다. 그러나 고된 여정에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엔 무리가 있었다. 다행히 원가에서 사식이가 서일과 함께 순행에 나선다는 소식을 듣고, 원가는 서일 부부가 3년이든 5년이든 돌아오지 않더라도 아이를 잘 돌보겠다고 약속해주었다. 그 역시 아이들과 떠들썩하게 지내고 싶어 했던 터라 기뻤다.탕양도 순행에 참여했으나, 그의 부인은 맡은 직책이 있어 동행하지 않기로 했다. 미색 또한 당연히 회왕을 따라갈 예정이었으나, 오랜만의 외출인 만큼 아이를 데리고 간다면 재미가 없을 테니, 아이를 데리고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그녀의 시어머니인 태비도 흔쾌히 아이를 돌보겠다고 나섰다. 이제 아이도 다 컸으니 힘들게 돌볼 필요가 없어졌으니 말이다. 그렇게 모두가 신나게 순행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원경릉은 순행을 기대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숙왕부의 노인들이 걱정되었다. 비록 삼대 거두는 여행을 떠난 상황이긴 하지만, 숙왕부에는 아직 흑영 어르신들이 계셨다. 그리고 안정을 찾은 추 할머니마저 지속해서 약을 복용해야만 했다. 온갖 걱정에 흽싸인 원경릉 때문에 오히려 원 할머니가 그 모습을 보고 성가시다고 느꼈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그냥 편히 놀러 가면 되지, 뭘 그렇게 걱정하냐? 내가 있지 않느냐?"그 말에 원경릉은 할머니를 껴안으며 웃었다."맞아요. 제가 몸이 열 개라도 할머니는 못 이길 테니까요!"이 말은 틀리지 않았다. 원경릉이 비록 황후라고 해도, 숙방부에서의 위세가 그리 대단하지는 않았다. 그런 그녀가 유일하게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때는 바로 주사기를 꺼낼 때 뿐이지만, 원 할머니는 달랐다. 그녀는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눈빛 하나만으로 모든 사람을 제압할 수 있었다. 게다가 최근 몇 년 사이, 그녀의 성격이 점점 난폭해져서, 틈만 나면 사람을 끌고 가서 주사를 놓았다. 원 할머니가 손수 만든 약이 한가득 담긴, 원경릉의 약상자에는 없는 귀한 약들을 보여주며 말했다. “이 약들은 수토불복, 고
조사가 끝난 후, 목을 쳐야 할 자는 목을 치고, 옥에 보내야 할 자는 옥에 보냈다. 그리고 오씨가 챙긴 돈은 전부 피해자 가족들에게 배상되었다.우문호는 신하들 앞에서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지 못했다. 그는 탐관오리를 금지하고 청렴을 장려하는 법을 내렸으며, 부정부패 전담 조사 관아를 설립해 전국을 조사하라 명했다. 부정부패를 근절해야 백성들이 잘 살 수 있다고 강조했다.동시에 그는 신하들의 봉급 인상을 제안했다. "예전엔 나라가 가난해 관리들의 봉급이 적었지만, 이제는 나라도 번영하고 산업이 활성화되었으니 함께 잘 살아야 할 때다." 봉급을 높이면 부정부패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덧붙였다.조회가 끝난 후 우문호는 수보와 친왕들을 불러 오래 전부터 품어온 생각을 털어놓았다."과인은 순행하고자 하오!"나라가 태평하지만 황제의 관심이 미치지 못하는 곳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다. 초왕과 태자 시절에는 백성들의 고통을 잘 알았지만, 지금은 점점 백성과 멀어지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직접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삶을 보고 싶었고, 공무를 핑계로 원 선생과 북당 전역을 둘러보고 싶었다.냉정언이 적극 찬성하며 말했다."상소문만으로는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은폐된 사실, 억울한 사건, 고통받는 백성들을 직접 확인해야 합니다.""옳은 말이네." 우문호는 최근 냉정언의 말이 마음에 들었다.그러나 냉정언이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하지만 아직 각지에 위험한 도적들이 있습니다. 그러니 폐하의 안전을 위해 소신이 대신 가는 것이..."그러자 우문호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수보의 말도 일리 있지만, 참 뻔뻔하구먼!" 그러고는 어명이 적힌 서찰을 건네며 덧붙였다."함께 순행할 명단이니 반포하시게!"냉정언은 자기가 제외될 줄 알았으나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을 보고 기쁜 목소리로 물었다."소신도 갈 수 있습니까?""가시게. 국정에 큰일이 없으니 내각에서 처리할 수 있네. 새로 양성한 인재들의 능력을 시험해볼 기회이기도 하고.""상산명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