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의 딜 원경릉이 어두운 눈동자로, “만약 안가면 난 얼마나 버틸 수 있어?”주지가 원경릉의 머리를 예리한 눈으로 차갑게 쏘아보더니 대략 10초 정도 후 천천히, “3개월이요.”원경릉은 센 펀치를 맞은 듯 어질어질한 와중에 겨우 일어났다.“사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선배님 아이들 에너지가 좌표인데, 좌표가 여기니 선배는 여기로 돌아오시는 걸 선택하게 될 거예요.” 주지가 위로하듯 말했다.“누가 보장할 수 있어?”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었다.“사람이 너무 비관적이면 안돼요. 선배가 원하기만 하면 결국 전기를 맞는 다니까요.” 주지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원경릉은 낙관적일 수 없는 게 3개월이면 우문호가 돌아오는 것을 기다려도, 우문호는 원경릉을 볼 수 없다. 상상이 되지 않는다.“이 일은 우문호에게 입도 뻥긋하지 마. 그이는 곧 병사들을 이끌고 출정해야 하는데 내 일이 영향을 줘서는 안돼.” 원경릉이 괴로워하며 말했다.“전 말할 리 없어요. 그리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 일은 조금도 비관적이지 않아요. 제가 보기엔 아주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원경릉이 의심스런 눈초리로, “어떤 좋은 결과? 알고도 나한테 말 안 한 거 있지? 말해. 나 혼자 모르고 죽을 듯이 걱정하게 하지 말고.”주지가 눈을 반짝이며, “제가 방금 말했듯이 전기를 맞을 거예요, 선배가 원하는지 여부에 따라서.”“얼른 말 안 해!” 원경릉이 열 받아서 발을 동동 굴렀다.주지가 머뭇거리더니 머리를 굴리는 표정이 얼핏 비쳤다가, “제가 선배대신 다녀올 수 있어요. 제가 선배 몸에 약을 주사해드리는 거예요. 하지만 교환 조건이 있어요. 대외비를 포함한 선배의 생전의 연구자료 전부, 저에게 주셔야 해요.”원경릉이 당황해서, “네가 돌아갈 수 있다고? 방금 네 에너지가 적합한 몸을 찾지 못했다고 하지 않았어?”“제 말은 제가 살던 시대에서 적합한 신체를 찾지 못했다는 거죠, 하지만 선배가 살던 시대는 가능해요. 전 이번 생에 바라는 게 없어요. 그저 계속 제 연구를 하는
만약에 내가 없어지면?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왔는데 원경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우문호가 주지에게 가서 아이들 일을 물었다. 주지는 공식적으로 원경릉에게 말한 것과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비범한 재능이라고 했다.우문호는 이 해석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서 주지와 서재에서 반 시진 정도 얘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원경릉이 등불 아래서 책을 읽다가 우문호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겉옷을 벗겨주며, “주지랑 무슨 얘기 했어?”“당연히 시국이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품에 안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원 선생, 나 이틀만 지나면 출발해.”“응, 알아.” 원경릉이 우문호 가슴에 엎드려 강하고도 힘찬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얼른 돌아올 게 기다려.” 우문호가 원경릉을 꼭 끌어안으며, 아쉬워서 어쩔 줄 모른다.“자기 안 기다리면 나 어디 가라고?”우문호가 원경릉을 풀어주며 손을 잡아 앉히더니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호박색 눈동자에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데, “난 하루도 당신이랑 떨어져 있기 싫은데 이번에 가면 못 돼도 3~5개월은 걸릴 거야.”원경릉이 조금 가슴이 아파오며, “5개월쯤 후딱 지나가, 대승을 거두고 돌아오길 기다릴 게. 성문에서 맞이 해야지.”“좋아, 경성에 돌아와서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야.” 우문호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격하게 더듬더니 한손으로 안아서 침대로 데려갔다.최근 별별 일이 다 있어서 둘이 이렇게 기분 좋게 달아오는 적이 없었다. 한밤중의 격정은 그들을 조금도 피곤하게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계속 더 얘기하고 싶게 했다.원경릉은 우문호 가슴에 누워 손가락으로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감고 조그맣게, “만약 자기가 출정했다가 돌아와서 내가 안보이면 화 낼 거야?”“어디 갈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 손을 치우며 물었다.“아무데도 안가. 그냥 만약에.” 원경릉이 웃으며, “할 얘기 다 했으니까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 얘기하자.”“만약 당신이 제대로 된 일을 하러 간 거면 자연히 화 안 낼 거지만 너무 오래는
출정이틀 후 우문호는 원주대원수(援周大元帥)로 봉해져 호비의 아버지 호장군을 필두로 10만대군을 이끌고 경성을 출발했다.구황자 우문천은 첫 전투로 대열을 따라 갔다.원경릉은 성문에서 배웅하며 직접 우문호에게 전투복을 갖춰주고 굳은 눈빛으로, “돌아오는 걸 기다릴 게.”군사들이 도열해 있어 원경릉을 품에 안을 수 없어 손만 잡고, “걱정 마, 이번 전쟁은 반드시 대승할 테니 3개월 후 여기서 날 맞아줘.”우문호가 한없이 원경릉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대군이 깃발을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했다.제왕과 원용의의 혼례는 겉치레를 과감히 생략하고 상당히 검소하게 치러졌는데 원인은 여러가지로 두번째 혼례기도 하고 전쟁 중이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바로 원용의가 임신을 했기 때문으로 대충 짚어보면 태상황이 약을 먹인 딱 그날이다.제왕은 경조부 부윤 대리가 되어, 비록 대리라고는 하나 승진은 승진인 셈이다. 아내를 얻었으며, 아내가 회임을 했고, 승진까지 했으니 제왕은 인생의 절정을 살고 있는 셈이었다.제왕은 원경릉에게 원용의의 태아를 진찰해 달라고 애원했는데 긴장이 돼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원경릉은 현대로 돌아가서 약을 주사하고 올지 말지 상당히 망설이고 있었다. 주지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의문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데, 주지는 원경릉에게 한바탕 분석을 해 주더니 마지막엔 결국 자기를 추천하는 게 아닌가. 주지를 오래 알고 지냈으나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눈빛에서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과학 하는 사람들의 집착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약품 개발은 혼란을 야기하고 슬쩍 일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암리에 짐작할 수 있고, 그렇게 됐을 때 자신이 거기 없으므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원경릉은 자신이 전에 만든 약품은 이미 폐기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주지가 돌아가는 것이 모든 것을 다시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3개월 내에 제조해서 다시 자신의
둘째가?“그게 선택의 고통이지. 만약 선택 못하겠으면 그냥 여기 남을 수도 있어.” 할머니는 원경릉이 난처해 하는 것을 알고 손을 꼭 쥐고 간곡하게, “네 아빠 엄마는 네가 여기 있는 걸 알아, 네가 잘 지내는 것도 알지. 걔들은 안심할 수 있지만 태자와 아이들은 널 더욱 필요로 한단다.”할머니가 말씀하시다가 살짝 놀라며 손목의 맥을 짚으시더니 기쁨의 눈물이 가득해서, “경릉아, 너 임신했구나.”원경릉이 어안이 벙벙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너는 못 느끼겠니?”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신다.원경릉이 약상자를 열어보니 과연 안에 임신 테스트기가 있어서 쓴 웃음을 지으며, “정말 때를 못 맞추네.”할머니가 성내며, “때를 못 맞추긴? 내가 보기엔 적기야. 적어도 네가 선택하는 걸 도왔구나.”원경릉이 한숨을 내쉬며, 그건 그렇다.단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아이를 낳은 이후로 우문호와 함께 거의 피임을 해왔고 아주 소소하게 한두 번 안 먹었다고 바로 임신이 됐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최근 각자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도 거의 없었다.뱃속에 세 아이를 가졌던 때의 고통이 떠올라 원경릉은 정말 너무 무서워서 우문호와 더 이상 낳지 않기로 했는데 이렇게 의외로 임신이 될 줄 몰랐다.게다가 우문호가 출정을 가고 3개월 후에 돌아오는데 배가 불러 있는 모습을 보면 놀라 자빠지겠지?원경릉은 돌아가서 검사해보고 할머니의 진맥이 대단함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기에 2줄이 나왔지만 동요하지 않고 따져보니 우문호가 출정하기 전날 밤 그때 같다.임신했지만 원경릉은 처음 임신했을 때처럼 그렇게 심하게 기쁘지 않은 것이 이 아이가 때를 못 맞춰서 온 것만 같은 게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래 봤 자 두 달 반이다.하지만 첫째 때 준비를 못했지만 지금 자랑스런 세 아이의 엄마로, 둘째는 비록 불확실함이 가득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주지가 말한 것처럼 모든 건 다 가장 최고의 것으로 준비될지도.원경릉은 주지에게 편지 한통을
희상궁에게 임신소식주지가 가고 난 후 원경릉은 비록 마음이 적적했지만 모든 걸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어서 안심하고 자신의 나날을 보내기로 했다.지난번의 교훈으로 이번엔 비밀을 지켰지만 태상황 쪽에는 그래도 연통을 넣은 게 희상궁을 불러들여 세 꼬맹이를 데리고 있는 걸 도와 달라고 해야 하기 때문으로 이 녀석들이 아주 야단 법석이었다.서일이 출정을 따라가서 세 아이들과 놀아줄 사람이 없으니 종일 난리를 치는데 원경릉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주재상은 병세가 이미 좋아졌지만 별장에서 눌러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람이 완전 폐인이 돼서 자신은 너무 늙었다며 이번만 지나면 물러날 계획이다.원경릉은 아직 입덧을 하지 않아서 이날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갔다.태상황은 세 사람이 오는 걸 보고 태상황이 제일 보고 싶은 꼬맹이 세 사람이 아니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여자들이 집을 나서는데 아이를 두고 온다는 말이야?’원경릉은 어떻게 임신 사실을 얘기해야 할지 막막해서 별장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을 때까지 입을 떼지 못했다.태상황은 낮잠 습관이 있어서 낮 수라를 드시고 방으로 돌아가서 희상궁이 약을 달이고 주재상과 태상황이 일어나서 마실 수 있게 했다.원경릉은 도와준다는 핑계로 만아, 사식이와 같이 주방에 가서 네 여자가 이 얘기 저 얘기 수다가 시작되었다.만아가 서일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자 만아가 부끄러워 얼굴이 빨게 지며 발을 동동 구르며 부인하는데 그저 서일이 괜찮다고 생각할 뿐이지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그러나 사식이는 믿지 않고 웃으며, “기회를 잘 안 잡으면 주재상과 희상궁처럼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같이 있을 수 있게 된다 너.”희상궁이 웃으며 사식이를 꾸짖는데, “요요 주둥이 좀 봐요, 저와 어린 것을 두고 비교를 해요? 우리가 어떻게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내서 나이가 드니 서로 돌봐 주는 것에 불과해요.”“두 분 같이 자요?” 사식이가 호기심에 차서 물어봤다.희상궁이 바가지를
임신 선포원경릉은 세사람이 미친듯이 흥분해서 정신이 없는 것을 보고 한숨을 휘며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이제 막 아이를 가졌으니까 좀……”“퉤, 조용히 계세요!” 희상궁이 갑자기 무섭게 굴며, “도대체 뭣이 중한지 모르시네. 한 번만 더 그런 말씀하시면 퉤퉤퉤 할 거예요.”원경릉이 입을 때리며, “제가 잘못했어요!” 원경릉은 그저 그 산파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던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태자 전하는 이 일을 아세요?” 만아가 갑자기 물었다.“모르지.”“아시면 엄청 기뻐하실 텐데요.” 만아가 확신하듯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최근 2년중에 석가탄신일 날, 지 세 쌍둥이 출산하던 일로 우문호가 가장 심하게 놀라고 두려워했다.사식이가 원경릉의 배를 보더니 희상궁의 팔을 잡고, “희상궁, 말해봐요. 또 셋일까요?”희상궁이 입을 가리더니 기쁨의 눈물을 떨구며,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원경릉은 기절초풍할 지경이다.“그럼 태어나는 세 아이 이름은 어떻게 짓죠? 전에 아명이 전부 떡이었으니까, 이번엔 과자나 야채?”“안돼요, 안돼, 제가 생각해 봤는데, 동물 귀엽지 않아요? 멍멍이, 야옹이, 삐약이……”“안 예뻐요, 희상궁, 사식 아가씨, 제가 생각하기엔 저희 남강의 아명이 예쁜 거 같아요. 전갈, 지네, 풍뎅이, 얼마나 예뻐요.”원경릉은 열띠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세 여인과 자신은 다른 세계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물러나왔다.원경릉이 시무룩하게 걷고 있는데 안에서는 ‘우문 계란’이네 ‘우문 메추리알’이네 아주 난리가 났다. 다들 흥겹다. 그래, 원경릉은 전에 한번에 셋을 임신했으니 분명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었다.본인도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희상궁과 두 여자에게 말하고 나니 원경릉은 아주 자연스럽게 태상황이 낮잠에서 깨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뗐다. “저 회임 했어요.”말을 마치고 겉옷을 태상황 폐하께 건네 드렸다.태상황은 아직 잠이 덜 깬 눈
요부인에게 임신통보희상궁은 초왕부로 따라 돌아와 기상궁과 두사람이 같이 원경릉의 침식을 보살폈다.할머니는 이날 저녁 돌아와 손녀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네가 지금 임신을 했으니 할미가 널 잘 돌봐 주고, 내가 의사니 네 곁에 딱 붙어 있으면 안심이 될 텐데. 아이들 수업을 지켜봐 줘야 하고 이제 대학 바깥에 외래 진료를 개설하면 나도 오전내내 앉아서 진료를 봐야 해서 너만 돌볼 수가 없구나.”원경릉이 할머니의 몸에 기대서 웃으며, “할머니가 저 때문에 집에 계신 거 바라지 않아요. 할머니의 이 국보 인간문화재급 손을 제가 독점하고 있을 수는 없죠. 밖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절 원망하겠어요? 학생들은 말해 뭐해요?”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내가 여기 온 게 네 곁에 있기 위해서 인데 이 생에 좋은 엄마도 못 되고, 좋은 할미도 못 돼서, 여기와서 그 자리를 메꾸나 했는데 오히려 이럴 줄 생각도 못했구나.”“할머니, 우린 의사잖아요.”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 웃으며 바라보는데, 안타까움과 가슴 아픈 구석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기쁨과 자랑도 있다.원경릉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왕부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원래 이리 나리에게는 알릴까 했지만 우문호가 출정한 뒤 이리나리도 경성을 떠났는데 뭐 때문에 바쁜지 말은 안 해서 모르지만 원경릉 생각에 아마 둘째 아주버님 일로 간 게 아닐까 싶다.궁에도 알리지 않은 건 아바마마와 황귀비가 지나치게 긴장해서 오히려 부담이 될까 싶어서 이다.하지만 요부인에게는 알렸다.요부인은 과거 기왕비로 지금 내명부에서 부인으로 책봉되어 전보다 한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원경릉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었는데 두 아이들은 원경릉과 친정에 보낸 뒤 안심하고 종일 강아지와 같이 찰싹 붙어서 지낸다.원경릉이 임신사실을 알리자 요부인은 기뻐하며 농담으로, “이번에도 역시 셋인 거 아닐까?” 원경릉이 경악하며, “농담이라도 하지 마요, 또 세명이면 저 괴로워서 죽어요
위기 앞의 손왕원경릉은 순간 결혼생활은 두 사람 일인데 어떻게 주변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거야?요부인은 갑자기 슬픈 목소리로, “둘째 부부는 지금 어떤 지 모르겠네요? 엄청 놀랐겠죠?”숙나라 외교 숙소.숙소 밖에는 숙나라 군대가 중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으며, 20만평 규모의 외교 숙소에 만명이 넘는 말과 병사가 주둔해 사람은 물론이고 파리새끼 한 마리도 날아 나오면 두 동강이 날 판이다.6국의 사신들은 전부 외교 숙소 안에 발이 묶여 외부로부터의 소식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사신들은 숙나라에 들어온 뒤로 계속 여기서 나가 본 적이 없고, 바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와서 지켰다. 궁에서 와서 성지를 전하길, 숙나라 내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사신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서니 인내심을 가지고 외교 숙소 내에 머무르며 통지를 기다리라고 했다.손왕은 처음에 정말 숙나라에 무슨 긴급 상황이 터진 줄로 알았으나, 며칠 지나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게 사신들 사람이 나가지 못하고 숙나라에서도 들어오는 사람 없이 외교 숙소 내의 노비들만 침식 시중을 드는 것이다.뒷북인 손왕이 갇힌 지 사흘이 지난 뒤 마침내 자신이 연금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손왕은 이때 우문호의 말이 떠올라 화도 나고 후회도 됐다. 넷째 이 죽일 놈에게는 화가 나고 자기가 다섯째의 말을 듣지 않아 하마터면 형제 사이가 나빠질 뻔 한 건 후회됐다.손왕과 손왕비는 황실 사람으로 어디서 이런 끔찍한 경우를 당해본 적이 있을까? 종일 불안에 떨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이때문에 북당이 연루될 것이 더욱 걱정되었다.사촌 소형이 일행과 분석한 결과 숙나라에서 이렇게 6국의 사신을 연금했으니 곧 대주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북당만 가만 있으면 다른 5개국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전쟁이 끝나길 기다릴 것이다. 연금에 대해 숙나라는 반드시 보상이 있을 것으로 성 한두개를 얻는다면 연금도 헛고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북당은 상황이 다르다. 북당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북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