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부인에게 임신통보희상궁은 초왕부로 따라 돌아와 기상궁과 두사람이 같이 원경릉의 침식을 보살폈다.할머니는 이날 저녁 돌아와 손녀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네가 지금 임신을 했으니 할미가 널 잘 돌봐 주고, 내가 의사니 네 곁에 딱 붙어 있으면 안심이 될 텐데. 아이들 수업을 지켜봐 줘야 하고 이제 대학 바깥에 외래 진료를 개설하면 나도 오전내내 앉아서 진료를 봐야 해서 너만 돌볼 수가 없구나.”원경릉이 할머니의 몸에 기대서 웃으며, “할머니가 저 때문에 집에 계신 거 바라지 않아요. 할머니의 이 국보 인간문화재급 손을 제가 독점하고 있을 수는 없죠. 밖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절 원망하겠어요? 학생들은 말해 뭐해요?”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내가 여기 온 게 네 곁에 있기 위해서 인데 이 생에 좋은 엄마도 못 되고, 좋은 할미도 못 돼서, 여기와서 그 자리를 메꾸나 했는데 오히려 이럴 줄 생각도 못했구나.”“할머니, 우린 의사잖아요.”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 웃으며 바라보는데, 안타까움과 가슴 아픈 구석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기쁨과 자랑도 있다.원경릉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왕부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원래 이리 나리에게는 알릴까 했지만 우문호가 출정한 뒤 이리나리도 경성을 떠났는데 뭐 때문에 바쁜지 말은 안 해서 모르지만 원경릉 생각에 아마 둘째 아주버님 일로 간 게 아닐까 싶다.궁에도 알리지 않은 건 아바마마와 황귀비가 지나치게 긴장해서 오히려 부담이 될까 싶어서 이다.하지만 요부인에게는 알렸다.요부인은 과거 기왕비로 지금 내명부에서 부인으로 책봉되어 전보다 한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원경릉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었는데 두 아이들은 원경릉과 친정에 보낸 뒤 안심하고 종일 강아지와 같이 찰싹 붙어서 지낸다.원경릉이 임신사실을 알리자 요부인은 기뻐하며 농담으로, “이번에도 역시 셋인 거 아닐까?” 원경릉이 경악하며, “농담이라도 하지 마요, 또 세명이면 저 괴로워서 죽어요
위기 앞의 손왕원경릉은 순간 결혼생활은 두 사람 일인데 어떻게 주변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거야?요부인은 갑자기 슬픈 목소리로, “둘째 부부는 지금 어떤 지 모르겠네요? 엄청 놀랐겠죠?”숙나라 외교 숙소.숙소 밖에는 숙나라 군대가 중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으며, 20만평 규모의 외교 숙소에 만명이 넘는 말과 병사가 주둔해 사람은 물론이고 파리새끼 한 마리도 날아 나오면 두 동강이 날 판이다.6국의 사신들은 전부 외교 숙소 안에 발이 묶여 외부로부터의 소식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사신들은 숙나라에 들어온 뒤로 계속 여기서 나가 본 적이 없고, 바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와서 지켰다. 궁에서 와서 성지를 전하길, 숙나라 내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사신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서니 인내심을 가지고 외교 숙소 내에 머무르며 통지를 기다리라고 했다.손왕은 처음에 정말 숙나라에 무슨 긴급 상황이 터진 줄로 알았으나, 며칠 지나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게 사신들 사람이 나가지 못하고 숙나라에서도 들어오는 사람 없이 외교 숙소 내의 노비들만 침식 시중을 드는 것이다.뒷북인 손왕이 갇힌 지 사흘이 지난 뒤 마침내 자신이 연금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손왕은 이때 우문호의 말이 떠올라 화도 나고 후회도 됐다. 넷째 이 죽일 놈에게는 화가 나고 자기가 다섯째의 말을 듣지 않아 하마터면 형제 사이가 나빠질 뻔 한 건 후회됐다.손왕과 손왕비는 황실 사람으로 어디서 이런 끔찍한 경우를 당해본 적이 있을까? 종일 불안에 떨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이때문에 북당이 연루될 것이 더욱 걱정되었다.사촌 소형이 일행과 분석한 결과 숙나라에서 이렇게 6국의 사신을 연금했으니 곧 대주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북당만 가만 있으면 다른 5개국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전쟁이 끝나길 기다릴 것이다. 연금에 대해 숙나라는 반드시 보상이 있을 것으로 성 한두개를 얻는다면 연금도 헛고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북당은 상황이 다르다. 북당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북
전황 분석전세는 순식간에 이리저리 변해서 숙나라와 북막의 전략은 정정 대장군에게 간파되었다. 숙나라는 북막과 동맹에 진심이 없어 그저 북막은 대주의 병력을 소모 시키는 화살 받이로 여기고, 홍엽공자가 사람을 데리고 대월국을 지나 대월에서부터 돌파하려고 했다.그러나 진정정은 이미 10만 대군을 통솔해 대월 국경에 집합시킴과 동시에 우문호가 북당의 10만 병마를 이끌고 무성(茂城)으로 달려갔다. 대주의 정국후(靖國候)와 강녕후가 귀주(歸州)에서 쭉 적을 포위하고 토벌하면서 3방향 협공으로 병사는 숙나라 성 아래까지 몰아붙였다.전세에 전환점이 나타난 계기는 홍엽공자가 뒤늦게 북막과 같이 움직여 진근영 대군이 몸을 빼서 떠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주군은 곧장 숙나라를 향해 삼면 협공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우문호는 무성에 주둔한 채 전황이 아무래도 이해가 안돼서 바로 모든 장수를 소집해 전황을 분석했다.서일이, “홍엽공자와 같은 똑똑한 사람이 왜 북막과 동맹을 결렬하겠습니까? 그리고 대전이 시작되고서야 북막과 같이 움직이다니, 이건 대놓고 우리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 아닙니까? 지겠다고 작정한 겁니다!”우문호도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전황이 이렇게 올라왔고 진근영 대군은 이미 도착해서 북막 쪽은 확실히 위험한 게 없어 보인다.“홍엽의 대군이 지금 대월에 있어 숙나라의 범위를 떠나 숙나라를 지원 할 수 없고, 정정 대장군이 그들의 퇴로를 끊을 수 있지. 홍엽이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대군이 얼마나 되지?” 우문호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서일이, “홍엽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10만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사라져서 보이지 않아?” 우문호는 거기에 상당한 위화감을 느끼고, “10만 대군이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질 수 없어, 산길에 매복해 있는 건 아닌가?”“모르겠습니다. 정탐할 수가 없습니다.”호대장군은 병사를 거느린 지 오랜 세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대전이 시작되면 쓰러지는 군사가 어찌 백만 뿐
전장의 편지모든 장수는 명을 받들었다.회의가 끝나고 우문호는 장막 안에서 집에 안부 편지와 군사보고를 썼다.우문호는 지금 하루가 여삼추(如三秋: 3년같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전에도 바빴고 매일 원경릉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둘은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 보고싶어도 볼 수 없다.그나마 안부 편지를 쓰는 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종이를 펼치고 한참을 지나도 아무 말도 적어 내려가지 못한 게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단어로도 이 그리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한참 후에야 ‘원 선생’이란 3글자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막상 이 세 글자를 써 놓고 보니 또 호칭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당신’으로 고쳤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일필휘지(一筆揮之:단숨에 다 써 내림)로 다 쓰고 계속해서 군사보고를 썼다. 군사보고를 다 쓰고나서 두 서신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내용으로 전장에서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우문호는 안부 편지를 구겨서 버리며, 편지는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결국 반 시진을 끙끙 앓다가 고작 몇 마디 썼는데 내용은 간단하게 ‘잘 지내? 아이들은 잘 있어? 반찬은 좀 부실하지만 난 잘 지내. 날이 점점 풀려서 무성은 경치가 괜찮은 편이야.’ 이런 내용이다.다 쓰고 전해주며 감정이 풍부하게 써야 했던 게 아닐까 고민했다. 원선생은 이런 거에 요구수준이 엄청 높다.편지는 군사보고와 함께 경성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도착이 빨라서 5일이면 이미 경성에 도착한다.목여태감이 직접 편지를 원경릉에게 보내주었는데 원경릉이 열어보고 표정이 미묘한 게 편지가 너무 예의를 차렸다.목여태감이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답신을 보내고 싶으시면 얼른 써주세요. 제가 궁중으로 가지고 들어가 성지와 함께 보내겠습니다.”원경릉이 서재로 들어가 편지를 쓰며 임신한 사실도 알리고 싶었지만 우문호의 마음을 분산시킬 까봐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원경릉은 거침없이 줄줄 몇 장을 쓰고 집안의 상황을 전부
대월과의 협상하지만 우문호 생각에 임신도 너무 좋은 일만은 아닌 게 아이를 낳는 건 염라대왕 앞을 한번 다녀오는 일로, 세 쌍둥이를 낳을 때 놀랐던 게 아직도 가끔 꿈에 나오고 깜짝 놀라서 깨면 온 몸에 식은땀이 흥건하다.그때 하마터면 원선생을 잃을 뻔 했다.그래서 우문호는 끝에 한 마디를 더해, “낳지 않는 게 제일 좋지, 안전하고.”서일은 우문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태자비 마마 때와는 다릅니다. 태자비 마마는 그때 셋을 회임하고 계시다가 셋을 낳으셨잖아요. 얼마나 엄청나요? 하나면 위험성도 낮아져서 뭐 기뻐할 만 합니다.”우문호가 손으로 제지하며, “그만, 어쨌든 원선생은 그만 낳을 거야.”“회임이 되면 낳아야 지요.” 호대장군이 옆에서 말하길, ‘자손을 길이 잇는 것은 북당 천추만대의 일인데 어째서 태자 전하는 낳지 않는다고 하는 거지?’“회임이 되지 않으면 낳을 수 없지.” 우문호가 반박했다.호대장군이 웃으며 따스한 눈빛으로 우문호의 한곳을 바라보며, “손 데지 않는 걸 제외하면 언젠가는 회임할 기회가 있는 법입니다.”우문호가 고개를 빳빳하게 들고, “다른 사람들에게나 방법이 없는 거고.”“피임약을 드십니까? 그건 많이 드시면 몸을 상하세요.” 호대장군이 말했다.우문호가 손을 내젓더니, “하여간 당신들은 몰라.”우문천이 옆에서, “다섯째 형, 만약 형수님이 딸을 낳으실 수 있다면 그래도 싫어요?”“딸?” 우문호가 머리를 굴려보는데 큰 눈, 부드럽고 흰 피부, 삐죽거리는 애교, 달달하고 귀여운 여자아이에 마음이 흔들리는데 하지만 곧 손을 내젓고, “딸이 좋긴 좋지. 하지만 아이를 낳는 건 너무 위험해, 안돼 안되고 말고.”장수들은 일제히 아이 낳는 얘기를 시작했는데 전황이 사실 그다지 애를 먹이고 있지 않은 데다 현장에서 우문천을 제외하고 다른 사람은 전부 전투경험이 상당한 백전노장으로 이렇게 애들 장난 같은 전쟁은 사실 겪어본 적이 없다.만약 홍엽공자가 정말 복수하는 거면 정말 무서운 자로 나라 하나를 대가로 치르
국내외 정세의 변화비록 작전은 상당히 힘들지만 다행히 밀정이 이미 숙나라 성안에 배치되어 있고 무과 장원 박원도 숙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이, 북당에서 버림받은 사람으로 숙나라에서 쉽게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다.구출 작전의 핵심 책임은 박원에게 맡겨졌는데 박원은 이미 사촌 소형과 연락을 취해 시기를 보고 있다가 안팎으로 공조해서 사람들을 전부 구출해 내는 것으로 제일 어려운 것은 구출해 내는 것이 아니라 구출한 뒤에 추격하는 병사를 피해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이다.박원도 도주할 루트를 짜 두고 우문호의 동의를 구했다. 인질을 구출해 나온 뒤 무성방향으로 이송하고 무성에서 직접 우문호와 합류하는 것이다.그리고 박원도 최신 소식을 탐문했는데 숙문제는 계속 전기가 될 만한 것을 기다리고 있는데 만약 마땅한 게 없으면 5월 28일 생사를 건 전투를 치를 것이란 소식이었다.다시 말해 5월 28일 전에 전부 구출해 내야 해서 일정이 빡빡하고, 태자의 명령에 따르면 대월국의 인질까지 구해야 해서 인원수 측면에서 상당히 애를 먹었다.박원이 곤란한 그때 늑대파의 장문인 이리나리가 찾아왔는데 이리나리를 보니 박원은 마음이 놓였다.“이리 나리 가뭄에 단비처럼 마침 잘 오셨습니다. 의를 중시 여겨 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원이 감격해서 말했다.이리나리는 여전히 담담한 눈빛으로, “식구끼리 감사할 게 뭐가 있습니까?”박원이 놀라서 식구라고? 이리 나리가 언제 박원의 식구가 됐지?“둘째 전하가 제 손위 처남입니다.” 이리나리가 별일 아닌 듯 말했다.“……” 맞아, 박원이 이리나리가 왠지 외로운 한 마리 늑대 같다는 생각에 자꾸 이미 혼인을 했다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그것도 현 황실의 공주를 아내로 맞았는데 말이다. 박원은 사실 이 신선 같은 사람은 평생을 독신으로 지낼 거라고 생각했다.경성의 정세도 그다지 태평하지 않은 것이 우문호가 출정한 뒤 안왕과 적위명이 암암리에 재빠르게 지방관원과 상인들을 끌어들여 거대한 외부세력이 되었다.경성의 조정 신료 대다수
원용의의 임신에 대한 책임제왕도 무턱대고 긴장하는 것은 아닌 게 이날 원용의가 출혈을 시작해 유산의 전조가 비쳤다.원용의는 반드시 침대에 누워서 쉬고 매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아야 한다.이게 엄청 고통스러운데 몸이 불편한 나머지 원용의는 정신이 무너지고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아 태아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이날 출혈은 비교적 심해서 황후가 사람을 시켜 알아보더니 상황을 보고받고 화가 나서 원경릉이 일부러 원용의가 아이를 지키지 못하게 한다고 생각했다.황후는 아직까지 죄를 지은 몸으로 명원제는 황후를 그다지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데 원경릉을 불러들여 한바탕 혼을 내고 반드시 태아를 지켜야지 그렇지 않으면 사심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황후가 원경릉을 혼낸 사실이 새나가 명원제의 귀에도 들어갔는데 명원제는 황후의 말이 터무니없지만 원용의의 상황에 상당히 관심을 가졌다. 어쨌든 일곱째는 명원제의 적자고 원용의 또한 첫 아이로 이 아이는 반드시 순산해야 한다.그래서 그는 다시 원경릉을 궁으로 불렀다.먼저 원용의의 상태를 물었는데 원경릉도 일일이 상세하게 답하고 마지막으로 조금 허탈하게, “지금 확실히 유산의 전조증상이 있습니다. 출혈이 며칠간 계속되고 저도 최선을 다해 돕고 있지만 이 일은 저도 감히 장담할 수 없습니다.”명원제가, “무슨 약을 쓰던, 얼마나 비싸던 말만 해라. 궁 안에 귀한 약재가 적지 않으니.”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궁 안의 약재는 잠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지금 침대에 누워 정양하고 매일 착상을 돕는 주사를 맞아야 하지만 다른 것들은 당분간 도움이 되지 못할 것입니다.”명원제가 복잡한 눈빛으로, “넌 안심해도 돼. 제왕비의 이 아이가 남자든 여자든 지금 상태는 전혀 변함이 없어. 다섯째는 여전히 태자다.”원경릉이 놀라서 명원제에게, “아바마마?”명원제가 손을 흔들고, “짐의 말은 다른 뜻이 아니라 너에게 보증을 했을 뿐이야.”원경릉은 말할 수 없는 야릇한 기분을 느꼈다. 이 보증이란 건 마치 예리한 칼 같구나. 마음 속의
원용의에게서 떼 놓기궁을 떠난 뒤 원경릉은 다시 제왕부로 갔다.원용의 상태가 좋지 않아 여전히 안심이 안 됐다.단지 주사를 놓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궁에서 어의 두 사람이 와서 제왕비의 태아를 전담하여 책임진다고 했다.어의 외에 황후궁서도 사람이 와서 제왕부에 상주하겠다고 했으며 제왕비의 시중을 전담한다고 했다. 그 상궁은 강경한 태도로 원경릉에게, “황후마마께서 분부하셔서 태자비 마마는 자신의 아이들을 돌보시느라 지치셨으니 자꾸 청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하시며, 앞으로 어의가 살필 것이니 태자비 마마께서는 오실 필요 없으십니다.”제왕이 이 말을 듣고 가서 그 상궁을 꾸짖으며, “왕비가 회임한 이래 계속 태자비가 왕비와 태아를 보호하도록 애썼고 왕비도 태자비만 믿으니 반드시 와야 하네.”상궁이 제왕에게, “전하, 천하에 옳지 않은 부모는 없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전하를 위해서 입니다.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렵고 특히 이익이 앞에 있으니까요.”제왕이 분노해서, “무슨 이익이 앞에 있어? 아이를 낳는 일이 무슨 이익이 있다는 말이냐? 아들이라도 낳으면 내가 태자가 될 능력이라도 있나 보지? 내 생각은 훤히 알아, 여기는 제왕부는 너희들이 침소봉대(針小棒大: 작은 일로 크게 허풍을 떠는 것)할 자리가 아니야.”상궁은 조금도 꿀리지 않고 마치 오기 전에 황후가 이미 이런 상황을 언급한 듯 여전히 기세 등등하게, “전하, 배나무 아래서는 갓끈을 고쳐 매서는 안됩니다. 황후 마마는 태자비의 의술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태자비께서 한동안 치료하셔도 제왕비께서 호전되지 않으시니 어의 두명으로 바꿔서 시험해 보심도 나쁘지 않을 것입니다.”“안 바꿔!” 제왕이 화를 버럭 내더니, “입궁해서 어마마마를 뵙겠다.”원경릉은 지금 용의의 상태가 확실히 좋지 않은데 만약 자기가 안 오면 안심이 안돼서 제왕에게, “어의가 여기 계신 것도 좋아요, 사람이 많으면 방법도 많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저도 매일 올 게요. 이렇게 하면 황후 마마 말씀에 합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