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 1717화

작가: 유애
만약에 내가 없어지면?

저녁에 우문호가 돌아왔는데 원경릉은 한 마디도 하지 않자, 우문호가 주지에게 가서 아이들 일을 물었다. 주지는 공식적으로 원경릉에게 말한 것과 같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비범한 재능이라고 했다.

우문호는 이 해석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어서 주지와 서재에서 반 시진 정도 얘기하고 방으로 돌아왔다.

원경릉이 등불 아래서 책을 읽다가 우문호가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겉옷을 벗겨주며, “주지랑 무슨 얘기 했어?”

“당연히 시국이지.”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키스하고 품에 안더니 작게 한숨을 쉬며, “원 선생, 나 이틀만 지나면 출발해.”

“응, 알아.” 원경릉이 우문호 가슴에 엎드려 강하고도 힘찬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말했다.

“얼른 돌아올 게 기다려.” 우문호가 원경릉을 꼭 끌어안으며, 아쉬워서 어쩔 줄 모른다.

“자기 안 기다리면 나 어디 가라고?”

우문호가 원경릉을 풀어주며 손을 잡아 앉히더니 머리카락을 정리해주고, 호박색 눈동자에 미련이 뚝뚝 떨어지는데, “난 하루도 당신이랑 떨어져 있기 싫은데 이번에 가면 못 돼도 3~5개월은 걸릴 거야.”

원경릉이 조금 가슴이 아파오며, “5개월쯤 후딱 지나가, 대승을 거두고 돌아오길 기다릴 게. 성문에서 맞이 해야지.”

“좋아, 경성에 돌아와서 제일 보고 싶은 사람은 당신이야.” 우문호가 입술을 굳게 다물고 격하게 더듬더니 한손으로 안아서 침대로 데려갔다.

최근 별별 일이 다 있어서 둘이 이렇게 기분 좋게 달아오는 적이 없었다.

한밤중의 격정은 그들을 조금도 피곤하게 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계속 더 얘기하고 싶게 했다.

원경릉은 우문호 가슴에 누워 손가락으로 우문호의 머리카락을 감고 조그맣게, “만약 자기가 출정했다가 돌아와서 내가 안보이면 화 낼 거야?”

“어디 갈 거야?” 우문호가 원경릉 손을 치우며 물었다.

“아무데도 안가. 그냥 만약에.” 원경릉이 웃으며, “할 얘기 다 했으니까 만약 이러면 어떻게 할까 얘기하자.”

“만약 당신이 제대로 된 일을 하러 간 거면 자연히 화 안 낼 거지만 너무 오래는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명의 왕비   제 1718화

    출정이틀 후 우문호는 원주대원수(援周大元帥)로 봉해져 호비의 아버지 호장군을 필두로 10만대군을 이끌고 경성을 출발했다.구황자 우문천은 첫 전투로 대열을 따라 갔다.원경릉은 성문에서 배웅하며 직접 우문호에게 전투복을 갖춰주고 굳은 눈빛으로, “돌아오는 걸 기다릴 게.”군사들이 도열해 있어 원경릉을 품에 안을 수 없어 손만 잡고, “걱정 마, 이번 전쟁은 반드시 대승할 테니 3개월 후 여기서 날 맞아줘.”우문호가 한없이 원경릉의 눈을 들여다보더니 몸을 돌려 말에 올랐다.전쟁을 알리는 북소리가 일제히 울리고 대군이 깃발을 휘날리며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했다.제왕과 원용의의 혼례는 겉치레를 과감히 생략하고 상당히 검소하게 치러졌는데 원인은 여러가지로 두번째 혼례기도 하고 전쟁 중이기도 하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바로 원용의가 임신을 했기 때문으로 대충 짚어보면 태상황이 약을 먹인 딱 그날이다.제왕은 경조부 부윤 대리가 되어, 비록 대리라고는 하나 승진은 승진인 셈이다. 아내를 얻었으며, 아내가 회임을 했고, 승진까지 했으니 제왕은 인생의 절정을 살고 있는 셈이었다.제왕은 원경릉에게 원용의의 태아를 진찰해 달라고 애원했는데 긴장이 돼서 어쩔 줄 모르는 것 같다.원경릉은 현대로 돌아가서 약을 주사하고 올지 말지 상당히 망설이고 있었다. 주지를 못 믿어서가 아니라 너무 많은 의문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데, 주지는 원경릉에게 한바탕 분석을 해 주더니 마지막엔 결국 자기를 추천하는 게 아닌가. 주지를 오래 알고 지냈으나 처음 그를 만났을 때 눈빛에서 열기를 느꼈기 때문이다.원경릉은 과학 하는 사람들의 집착을 이해한다. 하지만 사실 이런 약품 개발은 혼란을 야기하고 슬쩍 일부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을 암암리에 짐작할 수 있고, 그렇게 됐을 때 자신이 거기 없으므로 대처할 방법이 없다.원경릉은 자신이 전에 만든 약품은 이미 폐기되었음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만약 주지가 돌아가는 것이 모든 것을 다시 하는 것을 의미한다면 3개월 내에 제조해서 다시 자신의

  • 명의 왕비   제 1719화

    둘째가?“그게 선택의 고통이지. 만약 선택 못하겠으면 그냥 여기 남을 수도 있어.” 할머니는 원경릉이 난처해 하는 것을 알고 손을 꼭 쥐고 간곡하게, “네 아빠 엄마는 네가 여기 있는 걸 알아, 네가 잘 지내는 것도 알지. 걔들은 안심할 수 있지만 태자와 아이들은 널 더욱 필요로 한단다.”할머니가 말씀하시다가 살짝 놀라며 손목의 맥을 짚으시더니 기쁨의 눈물이 가득해서, “경릉아, 너 임신했구나.”원경릉이 어안이 벙벙해서, “그게 어떻게 가능해요?”“너는 못 느끼겠니?” 할머니가 활짝 웃으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르신다.원경릉이 약상자를 열어보니 과연 안에 임신 테스트기가 있어서 쓴 웃음을 지으며, “정말 때를 못 맞추네.”할머니가 성내며, “때를 못 맞추긴? 내가 보기엔 적기야. 적어도 네가 선택하는 걸 도왔구나.”원경릉이 한숨을 내쉬며, 그건 그렇다.단지 이해가 안 되는 게 아이를 낳은 이후로 우문호와 함께 거의 피임을 해왔고 아주 소소하게 한두 번 안 먹었다고 바로 임신이 됐다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최근 각자 바빠서 같이 있을 시간도 거의 없었다.뱃속에 세 아이를 가졌던 때의 고통이 떠올라 원경릉은 정말 너무 무서워서 우문호와 더 이상 낳지 않기로 했는데 이렇게 의외로 임신이 될 줄 몰랐다.게다가 우문호가 출정을 가고 3개월 후에 돌아오는데 배가 불러 있는 모습을 보면 놀라 자빠지겠지?원경릉은 돌아가서 검사해보고 할머니의 진맥이 대단함을 경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테스트기에 2줄이 나왔지만 동요하지 않고 따져보니 우문호가 출정하기 전날 밤 그때 같다.임신했지만 원경릉은 처음 임신했을 때처럼 그렇게 심하게 기쁘지 않은 것이 이 아이가 때를 못 맞춰서 온 것만 같은 게 그녀에게 남은 시간이래 봤 자 두 달 반이다.하지만 첫째 때 준비를 못했지만 지금 자랑스런 세 아이의 엄마로, 둘째는 비록 불확실함이 가득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어쩌면 주지가 말한 것처럼 모든 건 다 가장 최고의 것으로 준비될지도.원경릉은 주지에게 편지 한통을

  • 명의 왕비   제 1720화

    희상궁에게 임신소식주지가 가고 난 후 원경릉은 비록 마음이 적적했지만 모든 걸 그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어서 안심하고 자신의 나날을 보내기로 했다.지난번의 교훈으로 이번엔 비밀을 지켰지만 태상황 쪽에는 그래도 연통을 넣은 게 희상궁을 불러들여 세 꼬맹이를 데리고 있는 걸 도와 달라고 해야 하기 때문으로 이 녀석들이 아주 야단 법석이었다.서일이 출정을 따라가서 세 아이들과 놀아줄 사람이 없으니 종일 난리를 치는데 원경릉은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주재상은 병세가 이미 좋아졌지만 별장에서 눌러 앉아 한가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사람이 완전 폐인이 돼서 자신은 너무 늙었다며 이번만 지나면 물러날 계획이다.원경릉은 아직 입덧을 하지 않아서 이날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별장으로 갔다.태상황은 세 사람이 오는 걸 보고 태상황이 제일 보고 싶은 꼬맹이 세 사람이 아니라 원망하는 마음이 들었다. ‘아니, 여자들이 집을 나서는데 아이를 두고 온다는 말이야?’원경릉은 어떻게 임신 사실을 얘기해야 할지 막막해서 별장에 도착하고 점심을 먹을 때까지 입을 떼지 못했다.태상황은 낮잠 습관이 있어서 낮 수라를 드시고 방으로 돌아가서 희상궁이 약을 달이고 주재상과 태상황이 일어나서 마실 수 있게 했다.원경릉은 도와준다는 핑계로 만아, 사식이와 같이 주방에 가서 네 여자가 이 얘기 저 얘기 수다가 시작되었다.만아가 서일을 좋아한다는 말을 하기 시작하자 만아가 부끄러워 얼굴이 빨게 지며 발을 동동 구르며 부인하는데 그저 서일이 괜찮다고 생각할 뿐이지 좋아하는 건 아니라고 했다.그러나 사식이는 믿지 않고 웃으며, “기회를 잘 안 잡으면 주재상과 희상궁처럼 나이가 들어서야 비로소 같이 있을 수 있게 된다 너.”희상궁이 웃으며 사식이를 꾸짖는데, “요요 주둥이 좀 봐요, 저와 어린 것을 두고 비교를 해요? 우리가 어떻게 같아요? 어릴 때부터 오래 알고 지내서 나이가 드니 서로 돌봐 주는 것에 불과해요.”“두 분 같이 자요?” 사식이가 호기심에 차서 물어봤다.희상궁이 바가지를

  • 명의 왕비   제 1721화

    임신 선포원경릉은 세사람이 미친듯이 흥분해서 정신이 없는 것을 보고 한숨을 휘며 두 손으로 턱을 고이고, “이제 막 아이를 가졌으니까 좀……”“퉤, 조용히 계세요!” 희상궁이 갑자기 무섭게 굴며, “도대체 뭣이 중한지 모르시네. 한 번만 더 그런 말씀하시면 퉤퉤퉤 할 거예요.”원경릉이 입을 때리며, “제가 잘못했어요!” 원경릉은 그저 그 산파를 찾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다는 말을 하려던 것일 뿐이지만 말이다.“태자 전하는 이 일을 아세요?” 만아가 갑자기 물었다.“모르지.”“아시면 엄청 기뻐하실 텐데요.” 만아가 확신하듯 말했다.원경릉이 웃으며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게 최근 2년중에 석가탄신일 날, 지 세 쌍둥이 출산하던 일로 우문호가 가장 심하게 놀라고 두려워했다.사식이가 원경릉의 배를 보더니 희상궁의 팔을 잡고, “희상궁, 말해봐요. 또 셋일까요?”희상궁이 입을 가리더니 기쁨의 눈물을 떨구며, “그랬으면 정말 좋겠어요.”원경릉은 기절초풍할 지경이다.“그럼 태어나는 세 아이 이름은 어떻게 짓죠? 전에 아명이 전부 떡이었으니까, 이번엔 과자나 야채?”“안돼요, 안돼, 제가 생각해 봤는데, 동물 귀엽지 않아요? 멍멍이, 야옹이, 삐약이……”“안 예뻐요, 희상궁, 사식 아가씨, 제가 생각하기엔 저희 남강의 아명이 예쁜 거 같아요. 전갈, 지네, 풍뎅이, 얼마나 예뻐요.”원경릉은 열띠게 토론을 벌이고 있는 세 여인과 자신은 다른 세계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 천천히 물러나왔다.원경릉이 시무룩하게 걷고 있는데 안에서는 ‘우문 계란’이네 ‘우문 메추리알’이네 아주 난리가 났다. 다들 흥겹다. 그래, 원경릉은 전에 한번에 셋을 임신했으니 분명 사람들을 기쁘게 만들었다.본인도 즐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희상궁과 두 여자에게 말하고 나니 원경릉은 아주 자연스럽게 태상황이 낮잠에서 깨기를 기다렸다가 입을 뗐다. “저 회임 했어요.”말을 마치고 겉옷을 태상황 폐하께 건네 드렸다.태상황은 아직 잠이 덜 깬 눈

  • 명의 왕비   제 1722화

    요부인에게 임신통보희상궁은 초왕부로 따라 돌아와 기상궁과 두사람이 같이 원경릉의 침식을 보살폈다.할머니는 이날 저녁 돌아와 손녀에게 미안해서 어쩔 줄 몰라 했는데, “네가 지금 임신을 했으니 할미가 널 잘 돌봐 주고, 내가 의사니 네 곁에 딱 붙어 있으면 안심이 될 텐데. 아이들 수업을 지켜봐 줘야 하고 이제 대학 바깥에 외래 진료를 개설하면 나도 오전내내 앉아서 진료를 봐야 해서 너만 돌볼 수가 없구나.”원경릉이 할머니의 몸에 기대서 웃으며, “할머니가 저 때문에 집에 계신 거 바라지 않아요. 할머니의 이 국보 인간문화재급 손을 제가 독점하고 있을 수는 없죠. 밖에 얼마나 많은 환자들이 절 원망하겠어요? 학생들은 말해 뭐해요?”할머니가 웃으며 고개를 흔들더니 조금 씁쓸한 표정으로, “내가 여기 온 게 네 곁에 있기 위해서 인데 이 생에 좋은 엄마도 못 되고, 좋은 할미도 못 돼서, 여기와서 그 자리를 메꾸나 했는데 오히려 이럴 줄 생각도 못했구나.”“할머니, 우린 의사잖아요.” 할머니와 손녀는 서로 웃으며 바라보는데, 안타까움과 가슴 아픈 구석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기쁨과 자랑도 있다.원경릉이 임신한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제왕부부에게도 알리지 않았다.원래 이리 나리에게는 알릴까 했지만 우문호가 출정한 뒤 이리나리도 경성을 떠났는데 뭐 때문에 바쁜지 말은 안 해서 모르지만 원경릉 생각에 아마 둘째 아주버님 일로 간 게 아닐까 싶다.궁에도 알리지 않은 건 아바마마와 황귀비가 지나치게 긴장해서 오히려 부담이 될까 싶어서 이다.하지만 요부인에게는 알렸다.요부인은 과거 기왕비로 지금 내명부에서 부인으로 책봉되어 전보다 한결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 원경릉이 강아지 한 마리를 주었는데 두 아이들은 원경릉과 친정에 보낸 뒤 안심하고 종일 강아지와 같이 찰싹 붙어서 지낸다.원경릉이 임신사실을 알리자 요부인은 기뻐하며 농담으로, “이번에도 역시 셋인 거 아닐까?” 원경릉이 경악하며, “농담이라도 하지 마요, 또 세명이면 저 괴로워서 죽어요

  • 명의 왕비   제 1723화

    위기 앞의 손왕원경릉은 순간 결혼생활은 두 사람 일인데 어떻게 주변 사람의 모범이 될 수 있다는 거야?요부인은 갑자기 슬픈 목소리로, “둘째 부부는 지금 어떤 지 모르겠네요? 엄청 놀랐겠죠?”숙나라 외교 숙소.숙소 밖에는 숙나라 군대가 중무장을 하고 지키고 있으며, 20만평 규모의 외교 숙소에 만명이 넘는 말과 병사가 주둔해 사람은 물론이고 파리새끼 한 마리도 날아 나오면 두 동강이 날 판이다.6국의 사신들은 전부 외교 숙소 안에 발이 묶여 외부로부터의 소식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사신들은 숙나라에 들어온 뒤로 계속 여기서 나가 본 적이 없고, 바로 중무장한 병사들이 와서 지켰다. 궁에서 와서 성지를 전하길, 숙나라 내에 긴급한 상황이 발생해 사신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서니 인내심을 가지고 외교 숙소 내에 머무르며 통지를 기다리라고 했다.손왕은 처음에 정말 숙나라에 무슨 긴급 상황이 터진 줄로 알았으나, 며칠 지나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게 사신들 사람이 나가지 못하고 숙나라에서도 들어오는 사람 없이 외교 숙소 내의 노비들만 침식 시중을 드는 것이다.뒷북인 손왕이 갇힌 지 사흘이 지난 뒤 마침내 자신이 연금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다.손왕은 이때 우문호의 말이 떠올라 화도 나고 후회도 됐다. 넷째 이 죽일 놈에게는 화가 나고 자기가 다섯째의 말을 듣지 않아 하마터면 형제 사이가 나빠질 뻔 한 건 후회됐다.손왕과 손왕비는 황실 사람으로 어디서 이런 끔찍한 경우를 당해본 적이 있을까? 종일 불안에 떨며 자신의 안위를 걱정하고 이때문에 북당이 연루될 것이 더욱 걱정되었다.사촌 소형이 일행과 분석한 결과 숙나라에서 이렇게 6국의 사신을 연금했으니 곧 대주와 전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결론 지었다. 북당만 가만 있으면 다른 5개국은 움직이지 않고 조용히 전쟁이 끝나길 기다릴 것이다. 연금에 대해 숙나라는 반드시 보상이 있을 것으로 성 한두개를 얻는다면 연금도 헛고생만은 아니기 때문이다.하지만 북당은 상황이 다르다. 북당은 가만 있지 않을 것이다. 일단 북

  • 명의 왕비   제 1724화

    전황 분석전세는 순식간에 이리저리 변해서 숙나라와 북막의 전략은 정정 대장군에게 간파되었다. 숙나라는 북막과 동맹에 진심이 없어 그저 북막은 대주의 병력을 소모 시키는 화살 받이로 여기고, 홍엽공자가 사람을 데리고 대월국을 지나 대월에서부터 돌파하려고 했다.그러나 진정정은 이미 10만 대군을 통솔해 대월 국경에 집합시킴과 동시에 우문호가 북당의 10만 병마를 이끌고 무성(茂城)으로 달려갔다. 대주의 정국후(靖國候)와 강녕후가 귀주(歸州)에서 쭉 적을 포위하고 토벌하면서 3방향 협공으로 병사는 숙나라 성 아래까지 몰아붙였다.전세에 전환점이 나타난 계기는 홍엽공자가 뒤늦게 북막과 같이 움직여 진근영 대군이 몸을 빼서 떠날 수 있게 되었으며, 대주군은 곧장 숙나라를 향해 삼면 협공을 형성할 수 있게 되었다.우문호는 무성에 주둔한 채 전황이 아무래도 이해가 안돼서 바로 모든 장수를 소집해 전황을 분석했다.서일이, “홍엽공자와 같은 똑똑한 사람이 왜 북막과 동맹을 결렬하겠습니까? 그리고 대전이 시작되고서야 북막과 같이 움직이다니, 이건 대놓고 우리에게 기회를 주려는 거 아닙니까? 지겠다고 작정한 겁니다!”우문호도 난해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확실히 전황이 이렇게 올라왔고 진근영 대군은 이미 도착해서 북막 쪽은 확실히 위험한 게 없어 보인다.“홍엽의 대군이 지금 대월에 있어 숙나라의 범위를 떠나 숙나라를 지원 할 수 없고, 정정 대장군이 그들의 퇴로를 끊을 수 있지. 홍엽이 지금 움직일 수 있는 대군이 얼마나 되지?” 우문호가 지도를 보며 말했다.서일이, “홍엽은 30만 대군을 이끌고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중도에 10만이 사라지고 보이지 않습니다.”“사라져서 보이지 않아?” 우문호는 거기에 상당한 위화감을 느끼고, “10만 대군이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질 수 없어, 산길에 매복해 있는 건 아닌가?”“모르겠습니다. 정탐할 수가 없습니다.”호대장군은 병사를 거느린 지 오랜 세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 대전이 시작되면 쓰러지는 군사가 어찌 백만 뿐

  • 명의 왕비   제 1725화

    전장의 편지모든 장수는 명을 받들었다.회의가 끝나고 우문호는 장막 안에서 집에 안부 편지와 군사보고를 썼다.우문호는 지금 하루가 여삼추(如三秋: 3년같다)라는 말의 의미를 실감하고 있다. 전에도 바빴고 매일 원경릉을 볼 수 있는 건 아니었지만 보고 싶으면 언제든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둘은 천리만리 떨어져 있어 보고싶어도 볼 수 없다.그나마 안부 편지를 쓰는 게 유일한 위안이 되었다.종이를 펼치고 한참을 지나도 아무 말도 적어 내려가지 못한 게 자신이 알고 있는 어떤 단어로도 이 그리운 마음을 표현할 길이 없어서 한참 후에야 ‘원 선생’이란 3글자를 써 내려갔다. 그런데 막상 이 세 글자를 써 놓고 보니 또 호칭이 적절하지 않은 것 같아서 ‘당신’으로 고쳤다.그리고 잠시 생각하더니 일필휘지(一筆揮之:단숨에 다 써 내림)로 다 쓰고 계속해서 군사보고를 썼다. 군사보고를 다 쓰고나서 두 서신을 비교해 보니 같은 내용으로 전장에서의 일을 얘기하고 있다.우문호는 안부 편지를 구겨서 버리며, 편지는 이렇게 써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결국 반 시진을 끙끙 앓다가 고작 몇 마디 썼는데 내용은 간단하게 ‘잘 지내? 아이들은 잘 있어? 반찬은 좀 부실하지만 난 잘 지내. 날이 점점 풀려서 무성은 경치가 괜찮은 편이야.’ 이런 내용이다.다 쓰고 전해주며 감정이 풍부하게 써야 했던 게 아닐까 고민했다. 원선생은 이런 거에 요구수준이 엄청 높다.편지는 군사보고와 함께 경성으로 보내지기 때문에 도착이 빨라서 5일이면 이미 경성에 도착한다.목여태감이 직접 편지를 원경릉에게 보내주었는데 원경릉이 열어보고 표정이 미묘한 게 편지가 너무 예의를 차렸다.목여태감이 원경릉에게, “태자비 마마 답신을 보내고 싶으시면 얼른 써주세요. 제가 궁중으로 가지고 들어가 성지와 함께 보내겠습니다.”원경릉이 서재로 들어가 편지를 쓰며 임신한 사실도 알리고 싶었지만 우문호의 마음을 분산시킬 까봐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원경릉은 거침없이 줄줄 몇 장을 쓰고 집안의 상황을 전부

최신 챕터

  • 명의 왕비   제3185화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 명의 왕비   제3184화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 명의 왕비   제3180화

    생각해 보면 이렇게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혼사를 정하는 것이 얼마나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아이가 남녀인지도 모르면서 성급한 부모들이 충동적으로 혼사를 결정해 버리다니 말이다. “대두가 아직 이리도 어린데, 벌써 혼사를 이야기하다니요, 우리 만두는 아직 애 입니다.”우문호는 괜히 기분이 답답해졌다.현대로 다녀온 뒤, 사람들이 늦은 결혼과 출산을 선호하는 것을 본 그는 생각이 바뀌었다. 열몇 살에 혼사를 하는 것은 성장의 억압이나 다름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혼사 이야기를 한다고 당장 하는 건 아니오. 그저 약속만 하고, 몇 년 후에 하겠다는 거네.”“어찌 이리도 태연한 것이오?”우문호가 원경릉의 여유로운 표정을 보며 그녀가 그들이 빚을 받으러 온 걸 모르는 건가 싶었다.“난 걱정 없소. 딸을 보내고 싶지 않으면 당신처럼 쓸데없는 부담감 없이 그냥 바로 거절할 것이오. 형제간의 정이 거절로 인해 상할까 봐 고민한다니, 억지로 혼사를 성사하는 것이 더 정을 상하게 할 것이오.”그러자 우문호가 말했다.“이론적으로는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마음이 편치가 않소.”후궁에서의 우문호는 조정에서의 단호하고 강력한 모습과는 완전히 딴 사람이었다. 조정에 나서기만 하면 단호하고 과감하며, 마치 번개 같은 결단력을 보여주는 반면, 후궁에서의 그는 망설임도 많고 잔소리도 많은 사람이었다. 원경릉이 다른 왕비들과 대화할 때, 그들도 가끔씩 이 얘기를 꺼내곤 했었다. 다들 다섯째의 평소 잔소리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며 놀라했다. 하지만 다른 친왕들의 의견은 달랐다. 그들은 그가 예전보다 훨씬 결단력이 있어졌다고 말했다.이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이리 나리는 한숨을 쉬며, 결국 결단력 넘치는 황제도 결국 자식들 문제에서는 고민에 빠지는구나 싶었다.8월 14일, 정정 대장군 가족이 북당의 수도에 도착하자마자 초왕부에 머물렀다.그들은 초왕부에 머문 직후 탕양의 안내로 우문호를 만나기 위해 궁으로 들어갔다.아무리 큰 걱정도 오래된 벗 앞에서

  • 명의 왕비   제3179화

    예전에 원가에서 온 가문이 강북부로 이주한 적이 있었다.북쪽은 바람과 모래가 거셌지만 원가의 사람들에게는 전혀 낯설지 않았고, 오히려 고향과 비슷한 정감을 느끼게 했다.이리 나리는 원가의 사업을 줄이도록 도우며, 관리하기 쉬운 몇몇 가게만 남겼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에게 장사를 내려놓아도 괜찮은지 물은 적 있었는데, 그때 일곱째 아가씨가 말했었다.“그런 말 마시오. 내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으니 이제 만족스럽소. 열심히 해서 큰 성과를 얻었으니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오. 평생 바삐 지낼 수도 없잖소. 그렇게 돈을 많이 벌어서 뭐 하겠소? 다 잘 살기 위해 번 것이오. 가업을 나눠 받은 돈만 해도 평생 다 못 쓸 만큼 많소. 그리고 가게들도 계속 돈을 벌 텐데 뭐가 아쉽겠소?”탕양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손에 익은 일이라, 혹시라도 아쉬워할까봐 걱정했소. 사실 나도 당신이 이렇게 고생하는 것이 싫었소. 당신만 괜찮다면 다행이오.”일곱째 아가씨는 미소를 지었고, 그의 말에 모두가 기뻐했다.“한가해지는 것도 괜찮소. 1년에 두세 달은 약도성에 가서 지내면 얼마나 여유롭겠소.”하지만 탕양이 눈살을 찌푸렸다. 1년에 두세 달이면, 왕복하는 시간까지 더해 최소 반년은 걸릴 것이고, 그 말은 반년 동안이나 그의 곁에 없다는 뜻이었다.게다가 그도 경성을 몇 달씩 떠나는 건 불가능했다. 지금은 황제 곁을 하루라도 떠나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하지만 그는 그녀가 행복하면 그걸로 충분했다. 물론 그는 늘 함께하고 싶었지만, 오래된 부부였기에 항상 붙어있을 필요는 없었다.북당은 점점 부유해지고 있었다. 원가가 일부 사업을 매각하면서 그 변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가게들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싸웠고, 좋은 위치에 있는 가게들은 더더욱 귀한 존재가 되었다.원래 원가는 모든 가게를 이리 나리에게 넘기려 했지만, 이리 나리는 거절했다.그리고 안풍친왕이 먼저 나서서 이리 나리가 이미 너무 많은 가게를 보유하고 있고, 특히 경성에서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독점 우

  • 명의 왕비   제3178화

    원경릉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일곱째요? 일곱째는 분명 원용의에게 말할 것이고, 원용의는 또 사식이에게 얘기할 것이고, 사식이도 분명 서일에게 전할 것일 텐데요. 만약 서일이 알게 되면, 이제 북당 전체가 다 알게 될 것이오.”우문호는 순간 당황해하며 말했다.“그건 내가 생각지도 못했네.”원경릉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아마 지금쯤 황실 친왕들 사이에서 이미 탕양의 이야기가 뒷말로 오가고 있을 것이었다. 겨우 부인을 얻었는데, 밤에 함께 자지 못한다니 참 안타까운 일이라 생각할 것이다.우문호는 탕 대인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다들 뒤에서 탕양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여인들이 수군거리니, 남자들은 그를 도우려 했다.물론 부부 사이의 일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는 없었기에, 대신 탕양을 술자리로 초대해 술로 고민을 푸는 방법을 제안했다.그렇게 며칠째 술을 마시던 탕양은 자신의 비밀이 모두에게 알려졌다는 사실을 깨달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제 탓입니다. 폐하가 비밀을 지키지 못한다는 걸 깜빡했습니다.”제왕이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너무 신경 쓰지 말거라. 이런 일은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여인은 때로 달래줄 필요가 있는 법이다.”그러자 탕양이 어찌할 바를 몰라하며 말했다.“제가 폐하께 이 이야기를 했을 땐, 혼례한지 얼마 안 되었을 때였습니다.”“알고 있다. 서두르지는 말거라.”모두가 이해한다는 눈빛으로 탕양을 바라보았지만, 탕양은 더 이상 해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그들은 이미 혼인했지만, 오랜 부부 생활을 한 터라, 남녀 간의 정이 때로는 하루아침에 급격히 발전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탕 대인은 돌아가자마자 일곱째 아가씨에게 이 일을 전했다.그러자 일곱째 아가씨가 웃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정말이지, 어찌 허구한 날 남의 부부 일에만 관심을 가지니, 할 일이 없나 보오.”“신경 쓰지 마시오. 우리가 잘 살면 그만이니.”탕양은 일곱째 아가씨를 안으며 자신감에 찬 표정을 지었다.

  • 명의 왕비   제3177화

    원경릉은 궁으로 돌아와 이 일을 다섯째에게 이야기했다. 그러자 다섯째가 말했다.“사실 한 번 돌아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소? 그저 경성만 한 바퀴 둘러보면 되지 않소.”“아이들을 데려다줄 때 휘종제 어르신께서 슬퍼하셨소. 이번 생에 고향으로 못 돌아올지도 모른다고. 그래서 돌멩이 하나를 건네주니, 그걸 안고 울었소.”“정말 안타깝소!”다섯째는 증조할아버지 생각에 마음 아파했지만, 이내 말을 이어 나갔다.“하지만 큰할아버지께서 그를 데려오지 않는 이유도 있을 것이오. 휘종제 어르신을 잘 아는 것도 아니지 않소? 몇 번 만나보니, 활달하고 산만한 성격에 무슨 사고를 일곱째인지 모를 것 같은 느낌이 들었소.”“맞소.”원경릉도 깊이 공감했다. 특히 그가 전화로 끈질기게 설득할 때는 정말 무서울 정도였다.“다른 일은 없었소? 부모님 건강은 어땠소? 처남은 여자 친구가 생겼소? 만두는 공부를 잘하고 있소?”다섯째가 끊임없이 질문했다. “괜찮소. 부모님 건강도 괜찮긴 하지만, 아버지께서 고혈압이 생겨서 약을 오래 드셔야 하오. 오빠는 여자 친구가 없네. 주진과 아직도 서로 솔직히 이야기하지 않은 상황이오. 만두는 걱정 안 해도 되네. 내년에 돌아올 것이니.”“다행이오!”다섯째가 기뻐해 하며 말했다. 그는 늘 만두의 능력을 눈여겨보았기에, 그가 돌아오면 나라의 일들을 조금이라도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록 많은 부담을 짊어지진 못하지만 그래도 괜히 기대가 되었다.“추 할머니 병은 어떠하신가?”다섯째가 또 물었다.“아직은 괜찮소. 아주 좋아졌네. 약에 내성이 생기지만 않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원경릉이 말하자 다섯째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분들이 늘 건강해지시길 바랄 뿐이오.”평범한 사람들조차도 적성루 사람들에게 감동하기 쉬운데, 하물며 북당의 황제인 자신은 오죽하겠는가.“계란은 소식 왔소?”원경릉이 물었다.“왔네. 보시오!”다섯째는 소매 안에서 구겨진 편지를 꺼냈는데, 비둘기를 통해 받은 그 편지에는 몇 줄의 짧은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