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 1585화

Author: 유애
진실을 얘기하는 안풍친왕비

보친왕이 당황해서 멈칫하며 순간 어쩔 줄 몰라 하는데, 그 작은 상처를 뚫어지게 보며 아연실색해서, “제가……제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 예요.”

안풍친왕비는 손수건을 꺼내 손등의 피를 닦고 침통한 눈으로, “괜찮아, 네가 한 짓이 날 이 정도만 아프게 했겠어? 칼로 내 가슴을 후벼 파도 그렇게 아프진 않을 거다. 너랑 나 사이에 형수와 시동생의 정이 널 구해내게 만든 이래 슬하에서 양육하며 널 아들로 생각 했는데,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내가 너한테 한 말을 안 믿다니. 네 마음속에 나라는 형수의 자리는 언급할 가치도 없었구나.”

“그런 게 아니라……” 보친왕이 힘겨워 하며, “일부러 상처를 준 게 아니 예요.”

“이 술을 마시고, 우리 사이를 끝내자. 전부 네가 원하는 대로 네 목숨조차 못 지키는데 널 단두대로 보내 느니 내 손으로 매듭짓는 게 낫지.”

“원수를 아직 못 갚……” 보친왕의 얼굴은 고통스럽고 처참한데, “형수님, 복수를 마치고 제 손으로 이 목숨 드려 애초에 절 구해주신 은혜에 갚겠습니다.”

안풍친왕비의 태도는 강경해서, “병여도를 훔치고, 휘종제의 묘를 파내 해골을 가져간 걸로 복수는 끝났어. 넌 형을 못 죽여. 네가 형을 죽이면 아버지와 형을 죽인 불효 막심한 자가 되는 거야. 그러니 여기까지 하자. 네가 죽으면 병여도는 찾아올 수 없으니 복수를 크게 한 셈이야.”

안풍친왕비가 술잔을 받쳐들고 침통한 눈빛으로, “넌 내가 키우고 가르쳤지. 네가 오늘 이런 잘못을 저지르게 만든 내 책임을 전가할 생각 없어. 이 술을 네가 안 마시면 내가 마시마. 네가 고르렴. 네가 죽을지, 아니면 내가 죽을지.”

안풍친왕비는 술을 입가에 가져가자 눈물이 흘러내리고 가만히 보친왕을 바라봤다.

“아니, 아뇨……” 보친왕이 어쩔 줄 몰라 하며 고통스런 눈빛으로, “왜 이렇게 저를 몰아가세요?”

안풍친왕비가 탄식하며, “그래, 네가 안 마시겠 다니, 그럼 내가 마시지!”

안풍친왕비는 고개를 들어 술을 입안으로 흘려 넣었다.

보친왕은 놀라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명의 왕비   제 1586화

    안풍친왕비가 독을보친왕은 여전히 창백한 안색으로 놀라며, “거……거짓말.”“한 마디라도 거짓이 있으면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져서 제 명에 못 죽을 거다!” 안풍친왕비가 지난 일을 회상하자 또 분노가 끓어오르며, “내가 널 구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날 말렸는지 모른다. 잡초를 뽑을 때 뿌리를 남겨두면 나중에 큰 화를 불러온다고. 난 안 들었어. 그 사람이 한 일은 그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너라는 작고 연약한 생명은 아무 죄도 없다고 말이야. 네 아바마마에 연루 되서는 안된다고 그래서 적지 않은 사람들의 분노를 샀지. 네 아바마마에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에게 말이야. 내가 널 조정에 출사하지 못하게 한 게, 널 핍박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니? 당시 조정에는 네 아바마마를 증오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네가 조정에 출사해도 좋은 결과를 낼 수 없었어, 한량 왕야로 황실을 위해 힘을 다하는 것만 못하지. 어미 된 입장에서 아들이 출세하기만 바라는 사람이 어디 있어? 전부 그저 일생을 순탄하고 평안하게 살아주기를 바라지 않겠니?” 마지막 말을 하며 안풍친왕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보친왕이 이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찢어졌다. 형수가 평생 엄격하고 단호했으며 억척스럽고 고집이 대단해서 눈물을 보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이번에 만약 너로 인해 백성이 도탄에 빠지게 되면 내 책임이야. 네 죄는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도 씻을 수 없는 죄야. 나도 마찬가지로 천하 백성에게 사죄 해야지. 이 술은 나도 같이 마시마.”말을 마치고 품에서 알약을 하나 꺼내 입에 넣었다.“안돼요!” 보친왕의 가슴이 갈갈이 찢어지며 다가가 빼앗으려 했으나 이미 늦었고, 안풍친왕비는 이미 독약을 먹었다.보친왕이 덮쳐 안고 두 눈이 빨개져서 부르짖는데, “해독약, 해독약이요, 해독약 내놔요.”“넌 이게 무슨 독인지 알잖니, 해독약이 없는 것도.” 안풍친왕비가 타는 듯 고통스런 눈빛으로 보친왕을 보고, “방금 네가 마신 술은 독주가 아니야. 네가 아직

  • 명의 왕비   제 1587화

    보친왕의 피를 요구하는 원경릉“보왕이 떠나지 못하게 눈 늑대를 일부 왕부에 남겨두고 왔으니 조심해. 해독이 됐는지 모르니. 만약 안됐으면 그에게 접근하는 건 위험해. 조심해야 해.” 안풍친왕비가 신신당부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저에게도 생각이 있어요!” 원경릉이 만아에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하고 이번 걸음은 만아와 사식이를 데리고 같이 가야했다.원경릉이 막 문을 나서는데 우문호가 말을 달려 오더니 서둘러 말에서 내려, “바로 서절에 다녀올 게, 그쪽에서 소식이 왔는데 안심해. 할머니를 안전하게 모시고 올 테니까.”우문호의 바쁜 모습을 보니 원경릉은 마음이 아파서, “응, 길 조심하구.”“응, 괜찮아, 천리마를 준비해 뒀으니 지금 출발하면 내일 정오엔 서절에 도착할 거야.” 우문호는 원경릉의 이마에 키스하고, “들어가서 물건 챙겨서 바로 갈 게. 경성에 일 볼 때 조심하고.”“알았어……” 원경릉이 아직 말을 끝내기도 전에 우문호는 이미 바람같이 달려들어갔다.우문호는 진짜, 너무 고생이 심하네. 태자가 된 이후로 편하게 쉰 적이 하루도 없어서 가슴이 아프지만 고개를 흔들며 만아, 사식이와 같이 마차에 올랐다.마차가 보친왕부 입구에 다다르자 사식이가 마차에서 내려 문지기에게, “왕야께 알려라, 태자비 마마께서 뵙기를 청하신다고. 안풍친왕비의 상태가 좋지 않으셔서 태자비 마마께서 해독약을 만드시고 계시다고.”문지기는 태자비의 가마가 와있다는 말에 황급히 들어가 보고했다.보친왕은 나가고 싶지만 병사들은 전부 다쳐서 눈 늑대와 싸울 수 없고 왕부 안에 갇혀서 마음이 조급했다.안풍친왕비가 좋지 않다는 문지기 말을 듣고 순간 가슴이 철렁하며, “어서 들어오라고 해.”원경릉이 들어왔는데 음흉하고 악랄한 눈빛으로 원경릉을 보고, 의자에 앉아 있어 두 손을 팔걸이를 꼭 잡고 있는데 손마디가 하얗게 질린 걸 보니 억지로 분노를 참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형수님은 어떠 셔? 상황이 어떻지?”“좋지 않습니다!” 원경릉이 보친왕을 주목하며 천천히 다가가자

  • 명의 왕비   제 1588화

    고독보친왕은 거의 믿었지만 믿지 않아도 반드시 원경릉의 말 대로 시험해 볼 참이었다.보친왕은 어릴 때부터 왕비 곁에서 자라서 그게 무슨 독인지 알고 이 독이 얼마나 강력한지도 잘 안다. 해독약이 없어서 일단 먹으면 7일 내에 입과 귀 등 뚫린 구멍에 전부 피를 쏟으며 죽게 되고, 죽기 전에 각종 고통을 겪는데 그야말로 공포스러운 게 죽고 나서 보면 전신에 멀쩡한 부분이 하나도 없다.그래서 형수가 독을 먹는 그 순간 가슴을 도려내는 것 같았다.안풍친왕비는 정을 연연하지 않았지만 보친왕은 결국 왕비가 길러준 정을 기억해낸 것이다.보친왕이 비수를 꺼내더니, “피가 얼마나 필요한가, 내가 직접 하지.”원경릉이 얼른 말리며, “아뇨, 왕야 함부로 하지 마시고, 복수심의 피라 당연히 왕야의 심장의 피여야 합니다. 많이는 필요 없어요. 몇 방울이면 됩니다. 피를 채취하는 전문 도구가 있으니 왕야는 편하게 눕기만 하시면 됩니다.”음울한 눈으로 원경릉을 노려보며, “거짓말 하지 마!” 피에 약을 넣는다는 말은 들어봤지만 특정한부위의 피를 쓴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원경릉이 진정하고, “왕야께서 믿지 못하시겠으면 저는 그냥 가겠습니다.”보친왕이 냉랭하게 한동안을 노려보더니 겨우 원경릉이 다가오도록 허락했다.마취약을 순조롭게 주사해야 하므로 사식이는 눈이 밝고 손이 빨라 바로 문을 닫았다. 만아가 한 손으로 보친왕의 옷을 찢는 것을 보고 의아해 하며, “만아는 남자 옷 벗기는 게 아주 익숙한데.”만아는 점점 더 대담해져서, “그런 말 마시고 와서 태자비 마마를 도와주세요.”사식이가 신속하게 해야는 것을 알고 쓸데없는 말 하지 않고 바로 와서 보친왕을 바닥에 눕히는 것을 도왔다.웃옷을 찢어보니 과연 심장 근처 위치에 손톱 크기만한 종기가 있는데 만아가 안도하며, “맞습니다. 회혼주가 틀림없어요.”어제 고지의 아이 피를 취할 때 만아는 이 주술을 반드시 풀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고 가정하고, 어젯밤 상의한 것이 일단 보친왕에게 피를 먹이고 왕비가 말로 흥분

  • 명의 왕비   제 1589화

    만아는 왜?상처 봉합을 마치고 원경릉이 만아에게, “이렇게 하며 보친왕이 깨어날까?”“천천히 깨어날 겁니다. 하지만 어쨌든 회혼주에 통제 당한적이 있으니 몸에 이런 게 남아 있을 거예요. 며칠 지나면 완전히 깨어나실 겁니다.”“다시 옳고 그름을 가리는 능력이 돌아오기만 하면 돼.” 원경릉이 보친왕을 보니 이렇게 추운데 막 수술을 마친 사람이 계속 땅바닥에 누워 있는 건 좋지 않은 것 같아, “우리 가자, 사람들이 들어와서 보친왕을 부축하게 하고, 저녁에 안풍친왕께서 다시 한번 오실 거야.”사식이가 손을 닦고 만아를 보며, “만아야, 너 많이 알고 있는 거 같은데 전에는 잘 모르지 않았어?”만아가 당황하며, “쇤네가 원래 잘 모르고 할머니에게 듣기만 해서, 그런데 방금 보니 갑자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득 알게 되었습니다.”사식이가, “진짜 이상하다.”세 사람이 문을 열자 늙은 집사와 병사가 밖에 있는데 눈 늑대가 지키고 있어 접근하지 못했다.원경릉이 집사에게, “왕야의 몸에 작은 상처가 있으니 주의 하십시오.”늙은 집사가, “상처요? 왕야께서 상처를 입으셨습니까?”“대수롭지 않은 겁니다. 이틀 지나면 나으실 거예요.” 원경릉이 말을 마치고 사람들과 눈 늑대를 데리고 빠르게 철수했다.이 일은 상당히 여럿을 연루 시켜 걱정이 태산 같다. 보친왕이 만약 홍엽에게 제어를 당하는 거면 선비족의 야심은 정말이지 엄청난 게 작은 땅덩이가 대주와 북당 두 나라를 침략하여 잠식하려는 망상을 하니 말이다. 날개를 달아주면 아예 하늘로 날아오르려고 할 태세다.마차가 초왕부로 돌아갈 때 만아는 창문에 기대 밖을 내다보면 약간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만아야, 왜 그래? 보친왕부를 나오면서부터 영혼 없는 표정이네.” 사식이가 물었다.만아가 고개를 흔들며, “아무것도 아니 예요, 그냥 갑자기 이런저런 생각이 나서요.”“무슨 일?” 사식이가 물었다.“집안 일이요.” 만아가 두손으로 살짝 관자놀이를 누르며, “하지만 꿈같네요.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르겠어요

  • 명의 왕비   제 1590화

    병여도는?사식이가, “그럴 가능성이 있어요. 가끔 제가 본 장면이 낯이 익은데 어디서 봤는지 모르겠거든요. 이게 어쩌면 원 언니가 얘기한 어릴 때 봤는데 기억이 나지 않다가 다시 그와 같은 장면을 보고 기억의 깊은 곳을 건드려 생각이 나는 거 일지도 몰라요. 만아가 지금 아마도 이런 상황이 아닐까요.”“아, 그렇게 된 거 로군요.” 만아가 홀연히 깨달았다.원경릉이 비록 이렇게 다독였지만 마음 속에 기억해 두고, 이 일이 정리되면 탕양을 시켜 만아에 대해 조사해 보기로 했다.안풍친왕 부부는 다음날 아침 일찍 다시 보친왕부에 갔다.이번에 세사람은 평소처럼 온화하게 대화가 가능했다.그때 일을 안풍친왕은 한 글자도 빼놓지 않고 보친왕에게 알렸고, 그건 심금을 울리는 적서 간의 싸움이었다. 유친왕의 야심은 잔인하고 강렬해 하마터면 백성을 도탄에 빠지게 할 뻔 했다. 마지막에 큰 힘을 들여 위험한 국면을 겨우 만회했으나 수많은 사람이 그 일로 목숨을 잃고 처자식과 이산의 아픔을 겪어야 했다.보친왕이 다 듣고 부들부들 떨며 입으로 믿을 수 없다고 했지만 두 다리에 힘이 풀려 무릎을 꿇고 얼굴은 그야말로 처참했다.보친왕이 휘종제의 시신이 있는 곳을 알려줬는데 왕릉에서 가지고 나오지 않고 순장 구덩이 한쪽 모퉁이에 두고 위에 이미 너덜너덜해진 비단을 덮어 사람들의 이목을 피했다고 했다.“병여도는?” 안풍친왕이 물었다. “이미 홍엽공자의 손에 넘겨줬느냐?”보친왕이 고개를 흔들며 대경실색하더니, “홍엽공자와 상관없습니다. 그는 이 일에 참여하지 않았고 북막의 진씨 집안이 사람을 보내 병여도를 가져갔습니다.”안풍친왕이 놀라서, ‘어떻게 북막의 진씨 집안일 수 있지? 그럴 리 없어.”남강과 결탁하고 있는 자는 홍엽이고, 당한 것도 남강의 회혼술이다. 그리고 홍엽이 사람들을 북당에 풀어 두었지만 진씨 집안에서는 전혀 그러지 않았다.“북막 진씨 집안이 틀림없습니다. 제가 직접 진씨 집안의 영패를 확인했어요. 진씨 집안의 심복을 보내 저와 접촉했습니다.” 보친왕이

  • 명의 왕비   제 1591화

    안풍친왕비와 보친왕하지만 보친왕의 말에 안풍친왕은 당혹스럽다 못해 전혀 감이 안 잡힌다고 느꼈다.겉으로 보면 이미 북당에 침투해 있고, 보친왕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건 홍엽인데 보친왕은 기어코 북막의 진씨 집안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안풍친왕 일생 중 지난 30년을 전부 북막 진씨 집안과 싸우며 보냈다.그래서 알 수 있다. 진씨 집안은 음모나 계략엔 서투르고, 무력과 전투력만 믿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침투하는 건 진씨 집안 솜씨가 아니며, 진씨 집안은 이 일을 할 수도 없는 또 하나의 이유는 오랜 시간 포석을 갖추고 잠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몇 십년 전의 일에 대한 앙금을 읽어내 글로 풀어야 하는데 진씨 집안에겐 어불성설이다.하지만 보친왕의 진지한 얼굴을 보면 거짓말 같지도 않다.이건 뭔가 음모가 있는 게 분명해!“네 죄는 천인공로 할 대죄로 널 어떻게 처리할지는 황제께서 결정하실 거다. 네 자신이 벌인 일의 죄과는 네가 반드시 책임져야 한다.” 안풍친왕이 보친왕에게 말했다.보친왕은 안풍친왕비를 향해 무릎을 꿇고 절하며 슬픔과 후회가 가득한 목소리로, “제가 잘못했습니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습니다.”안풍친왕비는 눈을 감았지만 눈물을 감출 수 없었다.잠시 후 안풍친왕비가 눈을 뜨고 안풍친왕에게, “먼저 돌아가세요. 전 여기 며칠 있으려고요. 마당에 대추가 익었던데 맛이 그립네요.”안풍친왕이 왕비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나 나갔다.보친왕은 땅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고, 안풍친왕비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보친왕을 보지 않고 문 밖에서 안으로 아주 조금씩 더 안으로 비춰 드는 햇살만 본다. “일어나거라!” 안풍친왕비가 마침내 보친왕에게, “남강의 무고 환술은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집념으로 작동되는 거지. 그 말은 네가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내가 한 말을 완전히 믿은 적이 없었다는 말이고, 그게 누군가가 틈탈 기회가 됐구나.”보친왕이 몸을 부르르 떨며 얼굴이 잿빛이 되었다.안왕과 위왕은 왕릉 순장 구

  • 명의 왕비   제 1592화

    홍엽을 만난 우문호어떤 사람은 멋대로 날뛰고 흉악한 표정을 지어도 악의가 없다고 느껴지고,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자애롭고 선한 눈짓을 해도 위험인물이라는 경계심이 드는 사람이 있다.홍엽이 바로 그런 사람이다.우문호가 아직 대답하기도 전에 마차 가리개가 훅 젖혀지며 만두 늑대가 고개를 내밀더니 바닥에 뛰어내려 우문호 앞에서 발라당 누워서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한다.그리고 가리개가 다시 젖혀지더니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고 기쁜 듯, “태자 전하!”우문호는 장검을 칼집에서 꺼내 홍엽을 가리키며 싸늘하고 예리한 눈빛으로, “네가 할머니를 납치했나?”칼날이 날카로운 빛을 발하며 홍엽의 목을 겨누자 흰 피부에 푸른 혈관이 또렷하게 보이는데, 조금만 옆으로 비껴도 칼날이 피부를 가르며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게 만들 태세다. 홍엽은 조금도 흔들림 없이 우문호가 손을 쓰지 않을 거란 걸 아는 듯, 여전히 해맑은 미소가 걸려 있다. “태자 전하 오해 십니다. 딱 그 반대의 경우지요. 제가 노마님을 구해드린 겁니다.”서일이 달려가 할머니를 부축해 내려오며 화난 목소리로, “그런 선한 마음을 품었을 리가 있나? 노마님을 납치해 간 건 분명 당신이야.”할머니가 얼른 해명하며, “아니, 아니야, 이 젊은이가 날 구해줬어. 좋은 사람을 억울하게 만들어서는 안 되네.”우문호가 홍엽을 노려보자 홍엽은 눈을 굴리며 다른 데를 보는데 눈동자가 초롱초롱하고 더도 덜도 말고 딱 적당한 미소가 입가에 걸려있다.우문호가 검을 거두었으나 여전히 예리한 눈빛으로, “그런 가요, 그거 참 절묘합니다. 내가 막 노마님을 구하러 가는 길이었는데 공자께서 한 걸음 빠르셨군요.”“가다가 우연히 목격했을 뿐이니 태자 전하께서는 굳이 감사하실 정도 아닙니다.” 홍엽이 정색하고 느긋하게 말했다.우문호가 칼을 칼집에 넣으며 담담하게, “그렇게 말씀하시니 감사하지 않도록 하죠, 그럼 이만!”서일에게 노마님을 말에 태우라고 했다.“태자 전하!” 홍엽이 불렀다.우문호가 막 말

  • 명의 왕비   제 1593화

    홍엽과 우문호의 신경전홍엽이 명랑하게 웃으며, “그거 잘 됐네요. 가는 길 내내 태자 전하와 함께 할 수 있다니 지겹지 않겠습니다.”“그러게요. 얘기를 나눌 수 있겠군요. 공자께서는 어떻게 마침 딱 노마님을 구하신 겁니까?” 서일은 어리둥절했다. 전하의 말은 무슨 뜻이지? 홍엽을 나쁜 놈이라고 했다가, 또 홍엽을 데리고 경성을 들어간다고 하고. 게다가 두 사람이 말하는 태도가 사뭇 화기애애 한 것이 이해가 안간다.서일이 자기 말을 홍엽에게 주고 마차를 몰기로 했다. 출발하기 전에 우문호가 마차에 올라 할머니께 안부를 묻고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다. 할머니가 우문호의 손을 잡고 작은 소리로, “저 젊은이가 우아해 보이지만 무공이 굉장해. 배에서 내린 뒤 우리는 육로로 서절까지 갔는데, 기슭에 세워져 있던 마차에 태워 어느 집에 가두더군. 첫날 밤에는 아무 일 없다가 둘째날에 그 풍야라는 아가씨가 우리 늑대를 죽이려고 마당에 고기를 떨어뜨려 놓고 늑대를 유인해 내는데 수많은 사람이 늑대를 때려 죽이려고 매복을 하고 있고, 난 안에 갇혀서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지. 엄청난 소리만 들리고 잠시 후 늑대가 문을 부수고 나를 꺼내 줬어. 그때 이 젊은이와 그들이 싸우는 걸 봤는데 젊은이가 몇 사람을 죽이고 결국 곤경에서 우리를 구해 마차로 도망 시켰지. 우리는 거기를 빠져나가서 객잔에서 하룻밤 묵고 오늘 비로소 경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오른 걸 세.”우문호가 듣더니, “놀라셨겠습니다.”할머니가 웃으며, “처음엔 좀 놀랐는데 뒤엔 늑대가 따라와서 안 무서웠어. 배에선 아무도 날 괴롭히지 못하게 해서 고생도 겁날 일도 없었지.”말을 하며 할머니는 눈 늑대의 머리를 쓰다듬고 부드럽게 칭찬하며, “정말 생각도 못 했어. 늑대가 이렇게 총기가 있다니.”눈 늑대는 칭찬을 듣고 사정없이 꼬리를 흔들어 댔다.우문호가 한마디 꾸짖으며, “자중해. 넌 늑대야, 개냐 꼬리 흔들게?”눈 늑대는 우~하고 울더니 할머니 발치에 엎드려 움직이지 않았다.“저 홍엽공자란 자는

Latest chapter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