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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431화

작가: 유애
현비의 발악

“그럴 리 없어!” 현비는 눈을 가늘게 뜨더니 음험한 표정으로, “날 죽이면 태자의 생모를 죽이는 게 되는 걸. 폐태자를 하려는 게 아니라면 말이야. 그런데 폐태자는 국본을 동요해 나라의 근간을 흔들어 상하게 하는 일이니, 매사에 나라와 천하를 중히 여기는 네 아바마마께서 그런 위험한 길을 택하실 리 없어. 설령 분을 꾹 누르더라도 이 일을 덮으실 것이야.”

우문령은 현비가 이런 생각을 할 거라고 상상도 못했는데 슬프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이 일을 모르는 사람이 없어요, 큰언니 말이 아마 정월 초파일 아침 일찍 다섯째 오빠를 폐하라는 상소가 올라올 거라고 하던 걸요.”

“누가 감히 그런 짓을?” 현비가 고개를 돌려 우문령을 보더니 악에 받쳐서, “그런 상소를 올리면 네 아바마마께서 목을 베실 거다. 부부생활이 몇 년인데 내가 그이 성격을 몰라? 네 아바마마께서 국본을 흔드는 꼴을 허락하실 것 같아? 그리고 내가 태후 마마를 다치게 했어도 태후 마마도 소씨 집안 사람인데 태후 마마께서 캐묻지 않으시겠다면 누가 따지고 들 수 있어?”

“맞다,” 현비가 우문령에게, “황조모는 뭐라고 하시든? 따지겠다고 하셨어? 넌 가서 내 대신 태후 마마께 사죄 드리고 내가 한 모든 일은 전부 소씨 집안을 위해서 였다고, 태후 마마도 소씨 집안 딸이니 내가 한 일을 전부 이해해 주실 줄 안다고 전해라.”

우문령이 고개를 흔들며 한손으로 눈물을 닦고, “아바마마께서 소녀가 황조모를 뵙도록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황조모께서도 화가 나셨을 거예요.”

“나도 태후 마마께 화를 안 내는데 태후 마마께서 나한테 화날 게 뭐가 있어?” 현비는 우문령의 손목을 잡고 날카롭게, “그리고 사람을 시켜 우문호에게 전해라. 소씨 집안 사람 목숨을 이렇게 많이 죽였으니 소씨 집안에서 조만간 복수하러 올 거라고. 얼른 소씨 집안 대문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하고 용서를 구하라고 말이야.”

우문령이 입이 딱 벌어지고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마마마, 소씨 집안에 죽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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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비의 인질우문령이 힘겹게, “어떻게 소씨 집안의 억울함을 풀어주나요? 아바마마께서 다섯째 오빠에게 처분을 내리시기를 원하는 거세요? 소씨 집안은 어마마마의 친정이고, 저와 다섯째 오빠는 어마마마께서 낳은 자식입니다.”현비가 고개를 저으며 원한에 사무친 말투로, “아니, 네 아바마마는 네 오빠에게 처분을 내릴 리가 없어, 태자를 폐위할 리 없지, 그래. 너희들은 전부 내 친자식이다. 내가 너희를 낳았지. 그래서 너희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나한테 빚을 진 거야. 하지만 나도 엄마 아빠에게 빚을 졌고, 소씨 집안에 빚을 졌지. 그런 소씨 집안이 오늘 이토록 수치와 모욕을 당했으니 나는 죽어 저승에 가서도 부모님과 소씨 조상을 뵐 낯이 없구나. 네 아바마마에게 반드시 소씨 집안에 작위를 올려주고 호화 저택을 하사하며, 명예를 회복시켜야 한다고 이 목숨과 바꿔 요구할 거다. 어미가 원하는 것은 이게 전부야.”현비는 고개를 숙이고 작지만 집요하게, “그거 알아? 이 세상은 정말 불공평 하단다. 어마마마가 네 아바마마에게 시집올 때 네 황조모는 이미 태상황 폐하의 황후셨어, 어마마마가 주씨 집안의 그 여자보다 네 다섯째 오빠를 먼저 낳았지. 네 황조모가 만약 피붙이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어마마마를 태자비로 삼았어야 해, 네 아바마마가 보위에 오르면 소씨 집안은 태후와 황후를 동시에 배출한 집안으로 얼마나 영화롭겠냐? 하지만 네 황조모는 그렇게 하지 않으셨어. 어마마마는 오래 참았지. 계속 피붙이의 정을 고대하며 말이야. 그런데 아니더구나. 날 실망시켰어. 세상에 이렇게 집안에 불효하다니, 하지만 결국 내가 태후를 다치게 했으니 내가 불효, 불충, 불의한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니?”현비는 우문령의 귀에 침을 튀기며 얘기하는데 침에서 피비린내가 나는 것이 혀를 깨물어 약간 썩은 냄새가 섞인 것이 우문령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돌계단 쪽으로 돌리는데 볼이 아팠다.원통하고 분해하는 말투가 더욱 우문령을 당황하게 만들었다.황후가 와서 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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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비를 만나러 간 원경릉원경릉이 바로 나가서 궁에서 온 사람을 보고 상황을 물어본 뒤 만아에게 분부하길, “이 일은 일단 태자전하께 알리지 말고, 나는 사식이와 입궁하마.”사식이는 오늘 막 원씨 집안에서 설을 보내고 돌아왔다가 이 일을 만나 상당히 긴장했다.사식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니 태자전하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원경릉이 고개를 흔들며, “그럴 필요 없어, 태자 전하는 서재에서 이리 나리와 얘기 중이니 차분히 계시도록 하자.”이 일을 만약 우문호가 안다면 궁으로 달려가 더욱 어지러워질 가능성이 크다.원경릉은 현비가 뭘 하고 싶은 지 알았다.원경릉은 얼른 옷을 갈아입고 만아에게 당부하길, 만약 태자 전하께서 자기가 어디 있는지 찾으시면 정후부에 할머니를 보러 갔다고 하라고 했다.원경릉은 마차에서 약 상자를 열었는데 마취약이 준비되어 있었다.이건 효과가 짧은 정맥 마취제로 대체로 낙태에 사용되는데 5초면 마취가 되고 5분에서 8분이면 깨어나니 시간은 충분하다.주사바늘에 고무마개를 씌우고 소매속에 감췄다. 현비가 뭘 하려는 지 원경릉은 대략 명확했다.현비는 자기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소씨 집안을 싸고 도는 성격을 보아하니 분명히 목숨을 걸고 소씨 집안에 은덕을 베풀어 주길 바랄 것이다. 그와 동시에 원경릉에게 엄청난 증오를 품고 있으므로 죽기 전에 당연히 원경릉을 상대하고 싶겠지. 그래서 우문령을 인질로 원경릉을 입궁 시키려는 것이다.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못 할 게 없다.마차가 궁에 들어서자 마자 바로 경여궁으로 가는데 두번째 궁문을 지나자 마차는 더이상 들어갈 수 없어 원경릉은 마차에서 내려 뛰어갔다.경여궁 앞에 도착해 원경릉은 사식이에게 뒤쪽으로 담을 넘어 들어가 기회를 봐서 현비 앞에 달려들라고 했다.원경릉은 경여궁에 들어가기 전 옷 매무새를 고치고 숨을 들이마셨다. 귓가에 우문령이 쉰 목소리로 울부짖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미 상당히 미약하다.마당에 들어가자 황후와 귀비가 원경릉을 보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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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과 현비의 대결현비가 비릿한 웃음을 웃으며, “그래, 네가 무슨 착한 사람이겠어? 갖은 수단으로 명예나 추구하지. 문둥산 사람들을 위해 넌 나와 소씨 집안과 척을 졌지. 지금 소씨 집안에 일이 생겨서 멀쩡하게 살아있는 채로 이렇게 많은 사람이 타 죽었는데 넌 왜 억울하다고 나서질 않느냐?”원경릉도 웃으며, “현비 마마, 천하의 모든 일은 이익이란 단어에서 못 벗어나는 법입니다. 문둥산 일은 저에게 명성을 가져다 주니 전심전력을 다하지만, 소씨 집안은 수차례 저를 죽이려고 했는데 다 죽어도 시원찮 을 판에 뭐 때문에 제가 나서서 억울함을 호소합니까? 사람이 많이 죽지 않아 안타까울 뿐입니다.”황후와 귀비는 모두 놀라 자빠졌다. 태자비가 미쳤나? 현비는 지금 자극을 받으면 안되는데 이렇게 말한다는 건 현비를 완전히 더 미치고 돌게 만드는 거 잖아?현비가 이 말을 듣고 아니나 다를까 미친듯이 화가 치밀어 우문령의 머리채를 휘어잡고 소리치길, “이리 와, 당장 이리 오지 못해?” 우문령은 고통으로 다시 소리를 지르며 현비를 잡자, 현비는 비녀로 휘젓는 우문령의 손에 몇 번 휙휙 그었더니 우문령이 고통으로 다시 움직이지 못했다.원경릉은 그 자리에 서서 차갑게 웃으며, “제가 왜 가야 돼요? 마마께서 자기 딸을 죽이는데 저랑 무슨 상관이예요? 딱 제 생각이랑 맞네요. 제가 온 건 아바마마께서 제가 어린 사람을 안타깝게 여기는 걸로 보시게 연극한 거라고요. 죽이고 싶으면 죽이세요. 공주가 죽으면 전 새언니로 의무를 다해 지전을 많이 태울 게요.”황후가 노해서, “됐다, 태자비, 내가 널 입궁하라고 한 게 잘못이었구나.”귀비는 원경릉의 속뜻을 간파했다. 현비는 인질을 교환하는 걸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한 것이 공주를 이용해 황제를 위협하고자 하기 때문으로 태자비를 오라고 한 건 태자비를 괴롭히려는 심산일 뿐이다. 방금 덕비처럼 말이다.그런데 태자비는 현비를 충동질해서 소씨 집안의 이익을 잊게 만들고 오직 원한에만 몰두해서 인질 교환을 이루려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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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경릉을 죽이려는 현비현비가 분이 치밀어 올라, “너만 아니었어도 소씨 집안이 오늘에 이르진 않았어, 설사 내가 소씨 집안을 구하지 못한다 해도 너랑 같이 지옥에 가서 우리 집안 사람들에게 조리돌림을 하겠어.”현비는 미친 사람처럼 원경릉을 자기 앞으로 끌고 와서 손을 마치 쇠로 된 집게처럼 앞에서 원경릉의 목을 누르고 비녀를 들고 원경릉의 등을 연속으로 몇 번이나 찌르는데 찌를 때마다 선혈이 나왔다.사람들이 보고 구하지도 못하고 모두 혼비백산했다. 황후가 귀비의 어깨를 부축하고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중얼거리는데, “사람 죽네, 아이고 사람 죽네.”원경릉이 쓰러지며 눈가가 충혈되고 등허리의 격한 고통을 참으며 소매에서 바늘을 더듬어 현비의 한쪽 팔을 꽉 잡고 뒤로 비틀어 정맥을 만지더니 바로 마취주사를 찔렀다.원경릉이 숙련된 덕인지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순식간에 정맥 위치를 판단했다. 현비가 반응을 보이려 할 때 마취약이 이미 혈관을 타고 흐르고 있었다.원경릉은 마음 속으로 조용히 다섯까지 세자 등이 무겁다고 느껴지는 것이 현비가 그녀 뒤로 쓰러졌다.원경릉은 혼미한 가운데 사식이에게 일으켜져 경여궁 안으로 안겨 들어갔다. 게슴츠레 눈을 뜨자 사식이가 초조한 얼굴로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어의는 어디 갔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치고 있었다.뒤에 황후가 현비를 묶어 안으로 끌고 오라고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원경릉의 의식은 맑았지만 목 뒤에 통증이 너무 심했다. 그 와중에도 사식이에게 농담을 던지며, “내 등에 구멍이 일고여덟개는 뚫린 거 있지.”사식이가, “열두개요!”원경릉은 경여궁 사랑채에 안겨 들어와 또 엎드린 자세다. 한숨을 쉬며 통증은 줄어들지 않고 어지럽기 시작한 것이, “12개라고, 솜씨 대단하시네, 아이고, 또 엎드려 있네, 태자 전하께서 곤장 맞았을 때 같아.”말을 하고 있는데 눈이 감겼다. 두 손으로 이마를 받치고 고통으로 신음하며 울었다.사식이는 원경릉이 두려워하는 줄 알고 조용히 위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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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풍전야드디어 명원제가 왔다.어서방에서 세 시진을 고뇌한 끝에 최종적으로 황실 어른들과 대신들이 합의를 도출했다. 태자는 태후를 시해한 모친을 둬서는 안되나 예친왕이 최종적으로 내놓은 계책이 반드시 오늘 밤 이 일을 마무리 지어 내일 아침 조정에서 선포하면 조용히 입막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명원제가 어서방을 나오자마자 목여태감이 얼른 보고했더니 그제서야 화를 내며 사람을 데리고 경여궁으로 갔다.원경릉의 상처는 이미 처치를 마쳤고, 엄격하게 말하면 상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으나 통증은 어쩔 수 없다.문제의 비녀를 주워 탁자에 올려 두었는데 명원제가 격노해서 그것을 보니 익숙한 비녀인지라. 그 비녀는 바로 자신이 현비에게 준 것으로, 끝을 상당히 예리하게 갈은 것이 머리에 하는데 굳이 저렇게 갈 필요가 있을까, 현비는 누군가를 죽일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걸까?명원제가 뒤져보게 하니 현비의 장신구 상자의 비녀는 거의 모두 이렇게 예리하게 갈려져 있었다.명원제는 현비를 죽여야겠다는 마음이 일어나 더이상 기다릴 수 없는 것이, 공주의 혼례가 8일 뒤 였기 때문이다.명원제는 그러나 바로 현비를 처분하지 않고 태자비를 위로하고 그녀를 건곤전에 가서 기다리게 했다.명원제는 황후, 귀비에게 벌을 내리며 두 사람이 후궁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으니 육궁을 협력하여 다스리는 권한을 잠시 덕비에게 맡기고 두 사람은 후궁의 어떤 일도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것이 일벌 백계라는 것을 알고, 황제도 사실 그들이 아무 죄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고, 속으론 현비가 이들을 끌어들인 것을 욕했다.명원제가 어서방으로 돌아가 우문 가문의 수장, 예부상서, 의례 총관을 같이 어서방으로 불러 알현하고 다음으로 태자를 오라고 해서 건곤전에서 기다리게 했다.우문호는 원경릉이 입궁한 것을 전혀 모르다가 궁인이 와서 바로 입궁하라고 하니, 만아가 그제서야 궁에서 왔던 사람이 얘기한 사정을 우문호에게 알렸다.우문호가 마음을 다잡고 곧장 말을 달려 입궁했다.목여태감이 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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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점에 대해 양여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었다. 그 전문가의 팀원들도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가 이전에 컴퓨터에서 봤던 데이터도 지금 노트의 데이터와 일치했다. 그러나 노트에는 찢어진 흔적이 남아 있었다.보아하니, 그녀는 다섯째의 병이 나은 뒤 다시 한번 돌아가 조사를 해야 할 듯했다.그래도 이번에 과다 투여를 하지 않아 다행이었다.그녀가 물건을 정리하며 말했다."서일, 돌아가서 쉬거라. 마지막 일만 마무리하고 바로 궁으로 돌아갈 것이다.""예. 마마도 일찍 쉬세요!"서일은 나가는 김에 죽은 쥐를 처리하려 손을 뻗었다. 그는 어찌 사람보다 훨씬 작은 쥐로 약물 실험을 할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이곳의 의원은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약을 실험하고 있었다."다치지 말거라. 해부할 것이니!"원경릉은 즉시 그를 제지했다."해부요? 해부까지 해야 합니까?"서일은 쥐를 든 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죽은 것도 모자라 해부까지 하다니, 쥐들이 불쌍하다고 생각했다."그래. 해부해야 한다."원경릉은 습관적으로 약상자에서 메스를 꺼내려 했으나, 약상자를 소월궁에 놓고 왔다는 것을 깨닫고 이내 서일에게 말했다."서일, 소월궁으로 가서 내 약상자를 가져 오너라. 절대 안에 있는 것을 건드리지 말거라. 알겠느냐?""예. 바로 다녀오겠습니다!"서일은 말하자마자 약상자를 가지러 소월궁으로 달려갔다.소월궁에 오자, 잠들어 있는 우문호의 모습을 보았다. 열 때문인지, 악몽을 꾸는 것인지 그는 얼굴을 찡그린 채 불편한 모습이었다. 목여 태감이 곁에서 지키며 이따금 따뜻한 수건으로 그의 이마를 닦아주고 있었다.서일은 발소리를 죽이고 약상자를 집어 들어 황급히 원경릉에게 전해주었다.약상자를 연 원경릉은 서일이 놓은 주사기를 보고 멈칫했다."어찌 주사기가 두 개인 것이냐? 하나만 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섯째에게 몇 대를 놓은 것이냐?""두 대요!"서일이 서둘러 말했다. 그러더니 약상자 속 주사기 위치를 가리키며 말했다."여기 하나 더 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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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서일은 주사기를 내려놓고는, 옆에 있던 또 다른 주사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하지만 방금 그 약과는 색이 다릅니다.""네가 무엇을 안다고 그러냐? 어떤 약은 색을 더하기도 한다. 붉은 약이나, 노란 약을 본 적 없는 것이냐? 전에 수보가 사용했던 약도 노란색이었다.""맞는 말씀입니다!"서일은 더 이상 묻지 않고 바로 주사를 놓았다. 그렇게 치료가 끝나자마자 우문호가 바로 눕고는, 다시 목여 태감에게 말했다."황후에게 주사를 맞았으니, 조급히 올 필요 없다고 전하시게. 늦은 시각이라, 길도 어두울 텐데 서두르다 다칠라."목여 태감은 고개를 끄덕이고 서일에게 말했다."서 대인, 폐하를 잘 보살펴주시게. 바로 다녀오겠네."서일이 답했다."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제가 더 빨리 다녀올 수 있습니다!"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바로 달려 나갔다.우문호는 약기운 때문인지 다행히 어지럼증이 조금 가라앉은 것 같았다. 그는 눈을 감고 잠에 들었는데, 목여 태감은 여전히 곁을 떠나지 않고 그의 옆을 지키며 안쓰럽게 바라보았다.그는 황제의 운명이 참 고달프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거 태상황을 모셨을 때, 태상황도 밤낮으로 정무를 처리하며 후궁 문제까지 챙겨야 했다. 지금의 황제는 후궁 걱정은 덜었지만, 조정의 관한 걱정은 끝이 없었다.목여 태감은 우문호의 창백하고 여윈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 아파했다.목여 태감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라 명했다. 목여 태감은 그가 더 편히 잘 수 있도록 그의 얼굴을 닦아주려 했다.서일은 실험실로 향했는데, 원경릉이 모든 실험용 쥐를 다시 잡아 와 쥐들의 상태를 기록하고 있었다. 서일이 들어오는 것을 본 후, 그녀가 노트를 내려놓고 물었다."곧 돌아가마. 다섯째는 어떠냐? 열은 내렸느냐?""괜찮습니다. 제가 직접 주사를 놓았으니 서두르지 않으셔도 된다고 폐하께서 전하라 하셨습니다."서일이 약간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네가 주사를 놓았다고?"원경릉은 서일이 주사를 놓을 줄 알자, 조금 놀랐다."예. 주사 놓는

  • 명의 왕비   제3187화

    체온을 측정해 보니 무려 40도였다.“고열이오. 또 다른 증상은 없소?”원경릉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는 바쁜 와중에 병까지 든 다섯째가 안쓰러워졌다.우문호가 그녀의 손을 꽉 잡고 말했다.“걱정할 필요 없소. 그저 재채기 몇 번에 조금 어지럽고, 코가 막히며 목이 약간 찌릿한 정도네. 별일 아니네.”원경릉은 서둘러 청진기를 꺼내 심장과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다행히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비를 맞아 감기에 걸려 열이 나는 듯했고,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공격하는 것으로 보였다.그녀가 말했다.“해열제를 먼저 먹고 주사를 맞은 후, 푹 자고 나면 내일 괜찮아질 것이오.”그녀는 해열제를 찾아내자, 서일이 바로 물을 준비해 왔다. 우문호는 해열제를 삼킨 뒤, 바로 물을 마셨다.이는 그가 약을 먹을 때 늘 하는 습관이었다.원경릉은 주사기를 꺼내 약물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주사기를 손에 들자마자, 우문호가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꼭 이걸 맞아야 하오?”“주사를 맞으면 빨리 낫습니다. 바쁘다 하지 않았소?”원경릉이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 우문호는 약은 한 움큼씩 먹을 수 있는 반면, 주사는 몹시 무서워했다.옆에서 서일도 말을 보탰다.“아프지 않습니다. 금방 끝날 겁니다.”“근육 주사가 제일 빠르오. 정말 안 아플 거라네.”원경릉이 웃으며 덧붙였다.우문호는 바쁜 나랏일을 떠올리며 더 이상 아프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주사의 아픔을 참기만 하면 내일 나은 몸으로 조회에 참석할 수 있었다.“좋소. 그럼 빨리 낫게 두 대 놓으시게!”우문호가 용기를 내어 웃으며 말했다.“마마…!“그때 밖에서 녹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쥐들이 갑자기 우리를 부수고 탈출했습니다. 궁녀를 시켜 잡았지만, 두 마리나 놓쳐 버렸습니다.”원경릉은 쥐들이 대나무 우리를 부술 정도로 강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다급히 주사기를 약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다섯째, 조금 있다가 돌아와서 다시 주사 놓겠소.”그러자 우문호

  • 명의 왕비   제3186화

    이 약은 사실 원경릉이 맡은 프로젝트가 아닌, 그녀의 실험실에 있던 다른 전문가팀이 진행하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전문가가 뜻밖의 사고로 행방불명이 되면서 양여혜가 그녀에게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가도록 했다.원경릉은 연구 단계에 처한 약을 약상자에 넣어 가져온 후 실험용 쥐에게 주사했다. 그녀는 궁에 간단한 실험실을 마련해 실험용 쥐를 관찰하고 데이터를 정리하는 기본적인 작업을 했다. 하지만 심도 있는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현대로 돌아가야만 했다.부부는 각자의 일로 바삐 보내며, 이삼일 동안 식사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가 점점 많아졌다.전형적인 바쁜 부부의 모습이었다.며칠 밤을 상의한 끝에 우문호는 과거시험 문제를 정하고 주 시험관을 명했다. 그리고 천제를 올려, 이번 과거시험에서 나라에 유용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늘에 기원했다.그렇게 천제 의식이 반쯤 진행되었을 때, 갑작스럽게 쏟아진 폭우로 의식은 중단되었다. 제단 위에 있는 우문호와 대신들은 비에 흠뻑 젖었지만, 의식을 끝까지 마쳐야 했다. 천제를 마치고 궁으로 돌아온 우문호는 비를 맞은 탓에 연신 재채기 했다.그는 궁으로 돌아가자마자 녹주가 끓여준 생강차를 연거푸 두 그릇 마셨다. 원경릉이 아직 돌아오지 않자, 우문호는 다시 어서방으로 가서 내각에서 올린 상소문을 검토했다. 내각에서 올리는 상소문은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일반적인 문제는 냉정언이 먼저 확인한 후, 바로 처리했다.자시까지 바삐 보내고 난 후, 우문호는 몸 상태가 점점 이상하고 어지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문턱에 앉아서 졸고 있는 목여 태감을 보며, 그는 관자놀이를 누르며 버거움을 느꼈다.황위에 오른 후, 우문호는 거의 아픈 적이 없었다. 하지만 연달아 밤을 새우고 비까지 맞은 데다 환절기에 찬바람을 맞으니 감당하기에 더욱 어려웠다.하지만 우문호는 일을 마저 처리하려 억지로 애를 썼다.목이 조금 말랐지만, 목여 태감을 깨우기 귀찮아진 그는 차갑게 식어버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다시 일을 이어갔다. 상소문을 보자마

  • 명의 왕비   제3185화

    우문호가 원경릉에게 물었다.“참, 아이들과 그룹… 채팅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 계란이가 이 일을 안다고 한 적 있소?”“우린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소.”원경릉이 웃으며 대답했다.“그럼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오? 나도 들어갈 수 있소?”우문호가 물었다.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마 안 될 것이오. 그룹 채팅은 단지 별칭일 뿐, 당신이 현대에서 본 통신 앱과 같은 것이 아니오. 우리는 의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라, 당신은 함께할 수 없소.”“그렇군.”우문호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원경릉은 그가 조금 서운해하는 것을 눈치채고는 그를 안고 말했다.“당신도 참. 지금까지 아이들과 나눈 이야기를 당신한테 숨긴 적 없이 모두 말해줬으니, 기분 나빠하지 마시오.”“기분 나쁜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계란이가 모르고 있다가 속상해할까 봐 걱정되는 것 뿐이라네.”우문호가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계란이는 아직 사내를 좋아할 나이가 아니오.”우문호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만, 그저 한 아이의 아버지의 노파심으로 인해 작은 문제도 크게 보기 마련이었다.이 드넓은 세상을 아이들이 마음껏 탐험하는 것은 괜찮지만, 혹여나 아이들이 속상해할까 봐 늘 걱정이었다.한편, 요즘 다섯째는 과거시험으로 인해 바쁜 일상에 조금 지쳐 있었다.과거 시험장은 항상 부정행위로 난무하는 곳이었다. 과거로 인재를 등용하려는 조정의 목적과 달리, 일부 관리들은 그저 돈 벌 기회로 여길 뿐이었다.그래서 지금 주 시험관 자리를 차지하려는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지난해까지는 냉 수보가 항상 주 시험관을 맡았지만, 그럼에도 다른 시험관들의 부정행위가 적발된 적이 있었다.이 일로 우문호는 3년에 한 번씩 화를 내곤 했다.올해 냉 수보는 주 시험관을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겠다고 말하고 이 직책을 내려놓았다.최근 새로운 세금 제도를 추진하느라 바쁜 터라, 주 시험관직까지 겸할 시간이 없었다. 이에 우문호가 직접 시험관 선발 과정을 엄격히 관리하기로 했다.북당

  • 명의 왕비   제3184화

    택란은 순간 단순히 목숨을 구해준 은혜에 대한 보답 때문만은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 어린 황제는 어린 시절부터 외롭고 힘들었을 것이기에, 란이라는 자의 언니와 몇 년을 함께 보내며 정이 생겼을 가능성이 충분했다.어쨌든, 단순히 은혜를 갚기 위해 은인의 언니와 결혼하는 것은 말이 안 되었고, 다소 억지스러웠다. 게다가 그가 왜 그 란이라는 사람이 정말 자신의 은인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사람을 데려갔을지도 의문이었다. 어쩌면 일을 맡은 부하가 임무를 대충 하며 거짓말을 꾸며냈으니, 어린 황제가 그 란이라는 사람에 대한 은혜 때문에 섣불리 믿어버린 것일지도 모른다.어린 시절의 감정이 가장 순수한 법이니까.“걱정하지 마십시오. 저희는 오직 발전만을 목표로 합니다!”주 아가씨도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었다. 감정 문제는 공주에게 어울리지 않았고 아직 어리기도 하기에 혼담은 스무 살까지 미뤄도 늦지 않았다. 아니면 그녀처럼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한편, 출발 준비를 하는 동안 냉명여가 짐을 싸는 택란을 보며 물었다.“누나, 멀리 가는 것입니까?”“금국 량주에 다녀오려고 한다.”택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짐을 싸는 손을 멈추지 않고 답했다.그러자 냉명여의 눈이 반짝였다.“량주요? 그럼 나도 데려가면 안 됩니까? 량주에 변신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습니다!”“가고 싶으냐? 그래. 데리고 갈 수는 있지만 말을 잘 들어야 한다!”택란이 웃으며 말했다.“잘 듣겠습니다! 꼭 약속하지요!”냉명여가 급히 다짐했다.“좋다. 그럼 가서 짐을 싸거라. 내일 출발할 것이니 서둘러야 할 것이다.”택란의 말이 끝나자마자 냉명여는 기쁜 얼굴로 쏜살같이 방으로 달려가 짐을 싸기 시작했다.이때, 이를 본 주 아가씨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데려간다니요? 아직 어린아이인데… 귀찮게 굴지 않을까요?”“괜찮소. 지금 아직 어리니 더 많은 세상을 경험해야 하오. 계속 저택 안에만 두면 아무것도 스스로 못하는 아이로 자랄 뿐이네. 그건 냉 대인과 홍엽 아

  • 명의 왕비   제3183화

    세월이 흘러, 택란이 열한 살 되던 해에 드디어 만두가 돌아왔다.어린 나이에 집을 떠난 그는 이제 완전한 청년으로 성장해 돌아왔다. 그리고 떡들 세 명은 만으로 따지면 이미 열일곱 살이 되었다.만두는 도착하자마자 먼저 황제의 허락을 받고 군에서 수련을 시작했다. 비록 국경에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지만, 국력이 항상 군사력의 안정에 의해 뒷받침되기 때문에 군 경험이 매우 중요했다.나라를 안정적으로 통치하려면 먼저 군심을 얻어야 한다.우문호는 그의 선택을 전폭 지지하며, 국가에 대한 소속감을 키워주기 위해서 그를 작은 병사로 임명하여 군에 들여보냈다. 약도성은 이미 재건이 대부분 완료된 상태였다. 백성들도 마음을 다잡았고, 이제는 본격적인 발전만 남아 있었다. 이리 나리와 홍엽이 이곳에 왔을 때, 냉명여를 약도성에 남겨두었는데, 호명이 챙기려 했으나, 냉명여는 택란 곁에서 그녀를 보호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꽤 고집이 센 아이기에 그는 그저 놔두기로 했다. 변경은 심지를 단련하기에 좋은 곳이었고, 호명이 보살펴 주며 저택 안에 거주했기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한편, 금나라에서는 새로운 소식이 전해졌다. 진국왕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황제가 본격적으로 조정을 이끌게 되었다는 것이다. 수도는 원래 약도성 접경 지역에 새롭게 지은 곳으로 옮겨졌고, 이름 또한 량주로 바뀌었다. 금나라는 이제 공식적으로 량주를 수도로 정했다.이 소식이 약도성에 전해지자, 택란은 무척 기뻐하며 주 아가씨에게 물었다.“이제 본격적으로 채굴을 시작해도 될 것 같소. 금나라에 한 번 가볼 생각인데, 자네도 같이 가는 것이 어떻소?”그 해 택란은 훌쩍 성장해 주 아가씨보다 조금 더 커 있었다. 주 아가씨는 때때로 그녀를 보며, 대나무가 환생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며칠 사이에 또 훌쩍 자란 것이다.택란의 아이 같던 분위기는 사라졌고, 훨씬 차분하고 성숙한 분위기를 풍겼다. 약도성의 거센 바람과 강한 햇빛 때문에 원래 하얗던 피부는 건강한 빛을

  • 명의 왕비   제3182화

    우문호는 정정이 계란이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금 놓였다. 보아하니 혼인 문제에 있어 두 사람은 합의를 봐 더는 이 이야기를 꺼내지 않는 것 같았다.정정 대장군 부부는 경성에서 반 달 동안 머물렀고, 그동안 정정과 우문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말을 타거나, 군영과 산을 누비며 백성들을 살폈다.대두는 아이들과 즐겁게 지냈다. 비록 처음 이틀 동안은 계속 만두를 보고 싶다고 떼를 썼지만, 이제는 만두를 완전히 잊은 듯했다.그는 란이와도 갈등을 풀었고, 오히려 제일 친해져서 무엇을 하든 항상 함께했다.그렇게 2주가 지나 정정이 작별을 고하기 전, 우문호에게 대두의 배필을 찾은 것 같다고 말하며, 대두는 그녀가 자랄 때까지 잘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그의 말에 우문호가 어리둥절하며 물었다.“누구요?”정정이 웃으며 말했다.“지금은 말할 수 없소. 아직 확정된 일이 아니라, 나중에 잘못되면 감정이 상할 수도 있네.”“우리 사이에 말 못 할 게 어딨소?”우문호는 그의 말에 이미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그러자 정정이 더욱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들으면 자네가 조급해질까 봐 그러네!”우문호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난 지금 이미 엄청 조급하네.”정정은 크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철썩 때리며 위로했다.“걱정하지 마시게. 계란이는 아니네. 계란이는 내 딸이기도 하니, 절대 며느리가 될 수 없소.”다른 남자가 계란이를 자기 딸이라 부른 건 처음이었지만, 우문호는 반감 없이 오히려 매우 기뻐, 활짝 웃으며 말했다.“맞네, 자네 말이 맞아. 계란이는 자네 딸이기도 하네. 우리 모두의 착한 딸이지.”근영군주는 이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며 원경릉에게 말했다.“보아하니, 우리가 여기서 제일 쓸모없는 존재 같습니다…”“맞는 말입니다!”원경릉이 진지한 표정으로 맞장구치자 근영군주가 그녀를 가볍게 안으며 말했다.“앞으로는 자주 만나지 말고, 1년에 한 번만 봅시다! 시간이 어찌 이리 빨리 흐른다는 말입니까?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눈

  • 명의 왕비   제3181화

    목장에서는 전보다 훨씬 뛰어난 전투마들을 사육했기에, 우문호는 마치 보물을 자랑하고 싶은 어린아이처럼 당장이라도 정정과 함께 보러 가고 싶어 했다.그러자 근영군주가 웃으며 말했다.“폐하께서 아직도 소년 같은 순수함을 지니시고 있다니, 참 보기 드물고 귀한 일이군요.”하지만 원경릉의 귀에는 이 말이 남편이 어린아이 같다는 말로만 들렸다.그녀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사내들이 가끔 저렇게 유치할 때가 있잖습니까.”근영군주도 깊이 공감하며 말했다.“예. 평소엔 유치하다가도, 필요할 때는 놀라운 배짱과 결단력을 보여주지요. 집안을 지탱하기도 하고, 나라를 떠받치기도 하고. 안 그렇습니까?”원경릉도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습니다.”남자들이 말을 타러 나가자, 원경릉과 근영군주는 궁전 안에서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대두가 몹시 심심해하자 원경릉은 친왕비들에게 아이를 궁으로 데려와 아이들끼리 놀게 했다.대주의 손님을 정성껏 대접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친왕비들은 아이들을 데리고 궁에 들어왔다.사실 대두와 비슷한 나이의 아이는 많지 않았다. 미색의 두 아이와, 원용의의 아이 모두 대두보다 어렸지만, 놀 벗이 없는 상황에 나이가 어린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았다.대두는 외동아들로 자라 성격이 다소 거칠었다. 하지만 미색의 딸인 란이 역시 성격이 강하고 고집스러웠다. 어머니인 미색을 닮아 태생이 강한 성격을 타고난 것이었다.게다가 그녀에게 무술을 배워 한창 센 척을 할 시기라 대두와 몇 마디 말다툼 끝에 결국 몸싸움으로 번져 버렸다.란이가 대두를 때리자, 대두는 얼굴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맞으면서도 전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참고만 있었다. 끝까지 이를 악물고 버텨냈다.란이는 평소 늑대파에서 무술 대련을 했기에 상대가 반격하지 않고 그저 제자리에서 맞고만 있는 멍청한 모습을 경험한 적이 없었기에, 부어오른 대두의 뺨을 발견하곤 깜짝 놀라며 물었다.“어찌... 반격하지 않는 것입니까?”대두는 화난 표정으로 대답했다.“어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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