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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85화

Author: 유애
미색이는 회왕을 부축해 밖으로 나갔다.

회왕 내외가 떠나고 얼마되지 않아 손왕비도 여기 있을 이유가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나 손왕에게 말했다.

“우리도 이제 돌아가는게 좋겠네요. 황실의 정비로서 같은 항렬인 안왕비가 욕보는 것을 보니 마음이 편하지 않네요.”

손왕비의 말 들은 안왕의 표정이 싸늘해지는 것을 보고 손왕이 난처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둘째 형님, 돌아가셔도 좋습니다.” 안왕은 말을 마치고 사람들을 한 번 훑어보며 “누구든 가고 싶은 사람은 모두 돌아가거라. 오늘이 잔치는 이것으로 끝이오.”라고 말했다.

안왕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삼삼오오 자리에서 일어났으며, 어떤 이들은 챙겨온 선물을 챙겨 밖으로 나갔다.

‘정말 안왕이 태자비를 암살하려고 한 거 아냐?’

‘후궁이 저렇게 영악해서야......’

‘어쩐지 안왕비가 임신한지 얼마 안되어 후궁을 들이더니 다 이유가 있었구만.’

우문호는 원경릉의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나 아라를 노려보며 말했다.

“조사를 통해 네가 태자비를 해하려고 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면 본왕이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는 원경릉을 끌고 가버렸다.

손님들이 떠난 안왕부는 정적만 흘렀고, 상다리가 부러지게 준비한 음식들이 차갑게 식어갔다.

안왕은 의자에 앉아 하얗게 질린 안왕비를 돌아보며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들어가 쉬어라. 본왕도 금방 돌아갈 테니.”

“......”

“아채야, 너는 왕비가 힘들지 않게 잘 돌보거라.”

“예!”

아채의 부축을 받아 문앞까지 간 안왕비는 다시 그를 돌아보며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돌아가거라.”

안왕비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채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안왕은 안왕비의 가녀린 뒷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파 입을 꾹 다물었다.

안왕비의 그림자가 사라지자 그의 온화했던 얼굴은 험상스럽게 변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라의 아랫배를 걷어찼다.

“회왕비가 한 말이 사실이냐!”

안왕의 거센 발길질에 아라의 입에서는 피가 뿜어져나왔다.

아라는 안왕의 태도에 깜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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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 1286화

    “무슨 이유로?” 아라는 분노로 가득차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안왕비는 왜 자신의 손을 더럽히지 않으면서도 왜 안왕의 사랑과 보살핌을 받는 거지? 안왕비가 정비의 자격이 있다면 힘들고 어려운 일도 도맡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정비가 해야 할 일은 하지도 않으면서, 매번 희생하며 안왕을 보필했던 내가 핍박을 받아야 하는 거야?’아라는 이 상황에 굴복할 마음이 없었다.“도대체 제가 왜 이런 수모를 당해야 합니까?”안왕은 아라의 반항에 화가 났다.“그럼 뭐 어쩌라는 거야?”“그럼 제가 왕부를......”“왕부를 떠나려고? 그럼 본왕이 네가 대문을 나서는 순간 네 머리 단칼에 베어버릴 것이라 장담하지. 만약 지금이라도 네가 분수를 알고 잘못을 인정한다면 네가 원하는 건 섭섭하지 않게 줄것이다. ”“......”“아라, 넌 똑똑해서 지금까지 맡은 바를 충분히 잘 해왔다. 네가 우연히 저지른 실수라고 인정한다면 본왕 이번은 지금까지 네가 쌓은 덕을 봐서 용서해 주겠다. 하지만 다시는 이런 일을 벌여서는 안 된다. 그땐 피도 눈물도 없을 것이야.”아라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지만 얼굴에서는 분노와 자만이 가시지 않았다. 그녀는 입가의 피를 닦으며, 눈물을 꾹 참고 입꼬리를 씩 올렸다. “왕야의 말씀 잘 알겠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안왕비를 건드리지 않을 테니, 저를 믿어주십시오.”안왕을 아라의 말을 듣고나서야 안심의 한숨을 내쉬었다.“늑대파를 찾아가 원경릉 암살을 의뢰한 일은 내가 형부에 손을 써놔서 어물쩡 넘어가겠지만, 이번 기회를 교훈삼아 앞으로 더 철저하게 일을 계획하거라. 아무래도 그 이리라는 작자가 늑대파의 우두머리인 것 같으니 주의하고.”“예, 알겠습니다.”“왕야, 원래 회왕께서는 조용하고 말썽을 일으키지 않는 성격이잖아요. 혹시 회왕이 자신이 나서기는 두려우니 부인을 앞세운 것 아닙니까? 이번 일로 태자비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안왕부를 의심하게 될 겁니다. 그럼 회왕이 태자비에게 손을 쓰기 쉽겠지요.”“여섯째는 그럴 배짱이

  • 명의 왕비   제 1287화

    안왕은 손을 뻗어 희고 고운 안왕비의 얼굴을 쓰다듬었다.“당연히 아니지. 너도 알다시피 회왕이 병에 걸렸다 나은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정신이 온전치 못한 것 같다. 그 일은 신경쓰지 말고 자거라. 난 씻고 와야겠다.”“왕야께서 오늘 밤 여기 계시나요?"안왕은 안왕비의 질문이 귀엽다는 듯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내가 후궁을 들인 것은 맞지만, 왕부에 있는 동안은 너를 안고 잠들 것이야. 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이번 생은 그러기로 마음을 먹었다.”안왕비는 눈물을 뚝뚝 흘리며 안왕을 보았다.“저는 왕야께서 후궁을 들인 후에 저를 거들떠도 보지 않으실 줄 알았습니다. 모든 것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흑......“안왕은 손을 뻗어 그녀의 눈물을 닦으며 그녀의 두 어깨를 감싸안았다.“절대 그럴 리 없다. 걱정 마.”*우문호가 마차에 올라타자마자 원경릉은 그를 향해 질문을 쏟아냈다.“너지? 네가 일부러 이런 일을 꾸민 거지?”“무슨 소리야? 난 회왕부를 이 일에 끌어들이는 것도 싫었다고! 이리 나리의 의견이였어. 이리가 그 얘기를 꺼냈을 때, 나와 미색 모두 동의하지 않았어.”원경릉은 우문호가 회왕을 다른 친왕보다 아낀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리 나리의 주의를 반대했을 것이라 생각했다.“어쨌든 여섯째와 미색은 안왕부의 미움을 샀어, 게다가 이번 일로 이리 나리의 정체가 탄로나게 생겼다고! 우리는 그들에게 큰 빚을 진 거야!”“이 정도야 괜찮아. 걱정 마.”원경릉은 의심의 눈초리로 우문호를 보았다.“아무리 생각해도 난 이 모든 게 네 머릿속에서 나온 것 같은데 말이야?”“처리해야 할 사건들도 산더미인데, 내가 시간이 어디있어서 일을 꾸미겠어?”원경릉은 우문호를 힐끔 보더니 이내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사건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럼 내일 형부로 사건을 넘길 거야?” 원경릉이 물었다.“아니, 이번 사건은 너무 오래 끌었어. 내일 범인을 참수할 거야.”“그래도 참수 전에 형부로 보내서 심

  • 명의 왕비   제 1288화

    형부에서는 자백한 사람을 잡아들인 후, 경조부에서 보내온 사건관련 문서를 확인했다. ‘어제 백정을 참수했네, 우문호가 처리한 일이군.’이 일은 황제에게 아뢰기도 전에 경중에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 백성들은 억울하게 죽은 백정을 불쌍하다며, 우문호를 욕했다. 초왕부 역시 재수가 없었다. 우문호가 태자가 된 후로 여러 번 백성들에게 미움을 샀다. “전에는 태자비가 문둥산에 올라 소란을 피우더니 지금은 태자가 억울한 백성을 죽였구나!”“그러게 말이야! 초왕부에 마가 끼었나? 왜 하는 일마다 이 모양이래?”“태자와 태자비에게 북당의 미래를 맡겨도 되는 거야?”사람들은 하나같이 두 사람을 욕했다.이 사건으로 명원제가 우문호를 불러 문책하기도 전에 백성들은 궁 앞에서 소란을 피웠다. 어찌된 일인지 이번 일로 백성들은 우문호를 태자에서 끌어내리고 안왕을 태자로 책봉하라고 아우성이었다. 구사가 군사들을 데리고 나오자 백성들은 겁을 먹고 뿔뿔이 흩어졌다. 구사는 도망가는 사람 중 하나를 붙잡아 엄하게 심문했다. 처음엔 회유로 그의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말이 통하지 않자 어쩔 수 없이 그를 고문했다. “아야! 어르신 제발 멈추어주십시오! 자백하겠습니다!”“그래, 이제 누구의 지시를 받았는지 생각이 나는 것이냐?”“예, 예쁘장하게 생긴 여인이 은화를 주면서 안왕을 태자 책봉하라고 떠들고 다니게 했습니다. 그래야 황제께서 듣고 안왕이 태자가 될 것이라면서요......”*구사는 자백을 그대로 명원제에게 전했고 명원제는 크게 분노했다.“감히, 그깟 몇푼으로 민심을 이용하려고 들어?”명원제 옆에 있던 주수보가 명원제에게 말했다.“폐하 고정하시옵소서. 처음엔 회왕을 태자로 책봉하라고 하더니 이번엔 안왕...... 분명 누군가가 일부러 북당에 균열을 만들려고 하는 겁니다. 전에 문둥산 사건도 그렇고 이번 사건도 그렇고, 목표는 초왕부인것 같습니다. 가난한 백성들을 이용해 이익을 취하려는 배후 세력에 대비해야 합니다.”“재상, 그걸 내가 모르는 것 같나

  • 명의 왕비   제 1289화

    범인은 자신의 아내가 자신을 배신하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웠다는 이유로 아내를 죽이고 경중을 떠나려고 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이름 모를 여관에서 묵게 됐는데, 그곳에서 머물던 옆방의 남녀가 내연관계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 순간 자신의 아내가 떠올라 충동적으로 그들을 죽였고, 그 후 도망치면서 범행 때 입고 있던 옷을 백정의 집에 던져 백정이 범인인 것처럼 도망쳤다고 했다.그러나 다른 사람이 누명을 썼다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도망치던 것을 멈추고 자수를 하기 위해 경중으로 돌아왔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영귀춘은 살해 목적이 확실하고, 말에 신빙성이 있었다.‘이 자가 진범이 맞다.’형부의 손상서(孫尚書)는 영귀춘을 수차례 심문했고 몇 시간 후 주수보를 찾아와 그의 두 손을 맞잡고 절을 했다.“재상, 이 사건의 진범은 따로 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태자가 잘못 판결한 것이 아닙니까?”손상서는 부임한지 두 달이 된 관리로 원래는 나라의 소금과 철을 관리하는 부서(副使)였으나, 후에 경중에서 연달아 수차례 살인사건을 해결하였다. 명원제는 그의 공을 높이 사 이례적으로 형부로 이관시켜 형부 상서를 맡게하였다.주수보는 사건 종적을 몇 차례 뒤지더니 상서를 보았다.“자백을 들어보니 모든 면에서 그가 진범이 맞는 것 같네. 범죄 목적도 뚜렷하고 과정도 딱 들어 맞아.”“기왕 그렇다면 소인이 내일 입궁해 이 사건을 아뢰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와 재상 그리고 태자까지 불러서 하는 게 좋겠습니다.”주수보는 큰 사건을 해결했다는 표정의 손상서를 보고 단호하게 말했다.“손대감, 우리의 목적은 진상을 알아내 황상께 보고하면 그만일세. 나머지는 황상께서 알아서 처리하실 거야.”하지만 주수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손상서는 정의감에 불타는 표정으로 말했다."소인은 이 사건의 결과가 명백히 태자의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재상께서 어떻게 생각하실지는 모르지만 현재 태자가 맡고 있는 경조부윤은 백성의 부모와 같은 겁니다. 잘못을 했으면 합당한 대가를 치뤄야지 않겠습니

  • 명의 왕비   제 1290화

    다음 날 아침.우문호는 평소와 같이 일찍 입궁하여 여러 대신들과 함께 궁전 밖에서 기다렸다.전보다 기온이 떨어졌고, 밤이 길어지는 탓에 아침이 되어도 새벽처럼 춥고 어두웠다.우문호는 기온이 떨어진 줄도 모르고 두루마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아침 이슬 때문인지 습하고 차가운 공기에 뼛속까지 시린 듯했다.“재신(财神), 좀 이리로 오세요. 본왕하고 몸을 맞대 온기를 나눕시다.”호부 상서가 덜덜 떠는 우문호를 보고 깜짝 놀랐다.“전하, 오늘 날씨가 이리 추운데 어찌 겉옷 하나 걸치지 않으셨습니까?"“태자비가 매화장으로 가서 그럽니다.”우문호는 혼자 사는 서러움에 몸도 마음도 시려웠다.“그래서 태자께서도 후궁을 들이셔야 할 텐데요. 그래야 태자비께서 없어도 곁에서 보필할 사람이 있지 않습니까? 게다가 태자비께서는 얼마나 활동적이시고 바쁘십니까. 아무래도 태자께서 후궁감을 알아보셔야 할 듯합니다. 아니면 소인이 다리를 놓아드릴까요?”“하하, 보아하니 재신 주위에 아름다운 후궁감이 많은 것 같네요.”호부 상서는 거만하게 웃으며 턱수염을 쓸었다.“처는 하나면 충분하지만 첩은 여럿이면 좋죠.”우문호는 호부 상서의 말을 듣고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본왕은 여자를 다루는 능력이 재신만큼 좋지 않아서 한 명도 벅찹니다.”상서는 사실 태자비에게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재정이 어려울 때 선뜻 많은 금액의 은화를 기부한 원경릉이 얼마나 대단한가.상서는 신중한 성격으로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을 꺼렸지만,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적막을 못 견뎌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했다.“전하께서는 오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셔야 합니다. 오늘 여러 대신들이 태자를 심문한다고 들었습니다.”우문호는 성큼 다가가 그의 팔짱을 끼고 옆으로 다가섰다.“재신께서는 오늘은 본왕 편이신지요?”상서는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우문호의 팔짱을 뺐다. “하관은 관여하지 않을 겁니다.”“본왕이 이리 나리를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이리라는 소리에 두 눈이 반짝였다. “하관은 비

  • 명의 왕비   제 1291화

    태자를 탄핵하라위태부(韋太傅)는 오늘 일찍 조정에 나와 이 말을 듣고 홱 돌아보는데,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올 듯했다. 안왕부에서 생긴 일을 아무도 그에게 알리지 않아서 그는 방금 얘기를 들은 참이다.안왕이 우문호를 노려보며 우문호의 입을 쫙 찢어 버리고 싶은 것이, 이 일은 아직 조사해서 확인된 것도 아니고 알리지도 않았는데 우문호가 이렇게 큰소리로 사방에 외쳐 대다니, 태자비를 죽이려고 자객을 매수한 게 그라는 걸 확정하려는 걸까?안왕이 차갑게, “공의는 민심에서 자유로운 법, 아는 사람들은 전부 이것이 황당무계한 고발이란 사실을 알고 있지요. 떠들고 다닐 리 없다는 걸 믿습니다. 반대로 태자 전하께서 이렇게 외치고 다니시는 걸 보니 세상이 모를까 걱정이 되십니까 아니면 다른 속셈이 있어서 아닙니까?”우문호가 눈을 부라리며, “제가 가만있으니 가마니 같은 가 봅니다? 속셈은 무슨 속셈입니까?”안왕은 결혼 피로연 이후로 우문호에 대한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고 많은 사람들이 우문호를 탄핵하는 주청에 연명장을 썼기 때문에 순간 욱하는 마음에 날카로운 목소리로, “태자 전하, 제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회왕비가 결혼 피로연에서 했던 말 전부 전하께서 시킨 것이고, 태자비를 죽이려는 사람은 아예 있지도 않았어요. 전하는 제가 경성으로 귀환한 것을 보고 일부러 없는 사실을 꾸며 절 모함하는데, 제가 도대체 어디가 태자 전하의 일에 걸림돌이 되는지 모르겠으나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절 대하셔도 되는 겁니까.”우문호는 이 말을 듣고 열이 뻗쳐서 화를 내며, “우문안! 아직 신났지? 내가 아까 당신을 믿는다고 한 건, 형제의 우애를 상해서 아바마마 심기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서 였어. 그런데 그걸 비집고 들어와서 말 안 듣고 고집을 부린다는 말이지. 좋아, 회왕비가 한 말이 내가 시킨 거라고 했는데 그럼 증거를 가져와 봐, 증거를 못 가져오면 오늘 끝장을 볼 줄 알아.”“좀 있어봐요, 좋은 거 보여 줄 테니.” 안왕은 화가 나서 우문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

  • 명의 왕비   제 1292화

    탄핵 반전이 말에 조정 중신들이 들썩거렸다!모두 제각기 우문호를 바라보며 ‘천자의 코 앞에서 어떻게 잘못된 판결로 억울한 사형집행이 벌어진다는 말인가, 어쩐지 어제 백성들이 소란스럽게 굴더라.’우문호는 금시초문이라는 듯, “진범이 자수했습니까? 하지만 저는 이미 조사를 마쳤고, 이 사안은 철저하게 조사한 끝에 범인도 범죄사실을 동일하게 자백했습니다.”안왕이 차갑게, “자백이요? 고문하신 거죠? 어엿한 태자 신분으로 사건을 처리하면서 무고한 사람을 심하게 고문해서 자백을 받다니, 참으로 어이가 없군요!”우문호가 정색하고,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용의자에게 고신을 가한 적이 없으며, 범인이 피해자를 호수에 민 사실도 자백했습니다. 그리고 증인과 증거를 모두 갖추어 발뺌할 수 없는 상황이므로 소신이 북당의 법률에 의거하여 살인자를 참수형에 처했는데 왜 백성의 목숨을 하찮게 여긴다는 건지? 뜬금없이 자수했다는 그 진범이 오히려 이상합니다. 게다가 미해결 사건을 형부는 왜 경조부와 상의하지 않고 먼저 상소부터 올리는 겁니까?”말을 마치고 우문호는 손상서를 바라봤다.손상서는 당황해서, “호숫가 살인사건이요? 제가 말씀 올린 것은 그 사건이 아니라 오주(吳柱)와 주씨(朱氏)피살 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왕야께서 서류를 건내시고 이미 사건을 매듭지었다고 하셨는데 제가 보니 범인에 문제가 있었고 진짜 범인이 이미 자수했습니다.”오주는 그 홀아비이고 주씨는 백정의 아내다.우문호는 더욱 이상하다는 듯, “오주와 주씨 사건을 형부에 건네며 별첨에 언급하길, 이 사건은 형부에 건네면 범인이 자수할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범인이 이미 형부에 자수하지 않았습니까?”손상서의 얼굴색이 변하며, “그……그럼 왕야께서 지난번에 처결하신 것은 이 사건의 범인이 아닙니까?”우문호가, “당연히 아니지요, 손대인, 어떻게 된 겁니까? 제가 제출한 사건은 한 건 한 건 전부 똑똑히 기억하는데 처결한 것은 호숫가 살인 사건의 범인으로, 주씨와 오주 피살사건 용의자는 아직 경조부 감옥에

  • 명의 왕비   제 1293화

    위태부의 탄핵안왕이, “폐하, 방금 태자 전하께서 이 사건을 형부에 제출할 때 범인이 나중에 자수할 거라고 별첨에 썼다는데 생각해보면 태자 전하는 범인이 누구인지 안다는 말이 아닙니까, 범인을 알면서 왜 바로 체포하지 않았지요? 그리고 범인이 와서 자수하기를 기다렸다?”우문호가, “폐하께 아룁니다, 소신 이미 사람을 시켜 범인까지 조사해 범인이 범죄사실을 자백하고 형부에 가서 자수하겠다고 했습니다. 소신은 범인에게 그 기회를 주었을 뿐으로 자수하러 가는 길은 사람을 시켜 따라갔고 형부에서 사건의 정황을 이해하지 못할까 싶어 먼저 사건 수사기록을 넘겼던 것입니다.”안왕이 차갑게 웃으며, “자수를 왜 굳이 형부에 가서 해야 하죠? 태자가 있는 경조사에서도 가능하고 이미 범죄사실을 파악하고도 자수라니 누구를 가지고 놀려는 겁니까?”우문호가 놀랐다가 문득 깨닫고, “맞아요, 자수를 하려면 경조부에 자수도 가능했는데 이 범인은 도대체 왜 이런 연극을 했을까요? 반드시 형부에서 자수해야 하는 이유라면, 분명 속사정이 있을 텐데, 역시 다시 한번 엄중히 심사할 것을 건의 드립니다.”“태자……”안왕은 열이 뻗쳐올라서 가슴이 답답한데, 우문호가 이렇게 말하는 건 이 자수한 사람도 속셈이 있다는 걸 대놓고 말하는 게 아니고 뭐야?조정 대신들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것이, 이 사건은 경조부에서 처리하는 것인데 범인은 일부러 형부에 자수하고 방금 호부상서도 말했지만 사건이 새 나간 것을 보면 형부에 외부의 입김이 들어갔다는 건데 그럼 형부와 범인은 대체 무슨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거지?황제의 스승인 위태부가 비틀비틀 줄 밖으로 나오며 형형한 눈빛으로, “폐하, 소신 탄핵을 주청드립니다!”위태부는 전에 조정의 어른으로 태자비가 문둥산에 간 일을 때문에 간언하다 격동하여 머리를 부딪혀 상처를 입고 지금 조금 나아졌으나 여전히 허약해 보였다.명원제가 위태부를 보고 어둡던 얼굴이 비로소 풀어지며, “태부는 상소를 올리라.”위태부는 후들거리며 무릎을 꿇고 준엄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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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의 왕비   제3377화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 명의 왕비   제3376화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 명의 왕비   제3375화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 명의 왕비   제3374화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 명의 왕비   제3373화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 명의 왕비   제3372화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 명의 왕비   제3371화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 명의 왕비   제3370화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 명의 왕비   제3369화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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