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넘어원경릉은 문이를 데리고 소월각에 들어가 문을 닫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문이는 눈에 띄게 긴장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북당의 태자비를 바라봤다.“앉으세요!” 원경릉이 문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문이가 긴장하고 앉아 손을 배배 꼬며, “마마가 방금 얘기한 그 세 지방……을 알고 계시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요?”원경릉도 앉아서 마음의 술렁거림을 가라앉히고 한꺼번에 질문을 퍼부었다 “어느 년대에 사람이죠? 여긴 어떻게 왔어요?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가요?”문이는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솔직히 말하지 못한 채, 심사숙고 하더니 비로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은 누구나 집에 돌아가야 해요.”원경릉이 슬픈 목소리로 “전 못 돌아가요.”문이가 원경릉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지만 표정으로 이미 어느정도 느낌이 왔다.“당신……” 문이가 우물쭈물하며 섭정왕의 분부가 생각나 금기를 깨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기서 고향 사람을 만난 감격을 감출 수 없어 잠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당신은 어떻게 왔어요?”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저도 몰라요, 현대에서 사고가 생겼는데 깨어나보니 여기였어요. 지금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요? 당신은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은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가요?”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 여기 엔지니어로 불려 온 거라, 일을 마치면 돌아갈 거예요.”원경릉이 경악하며, “시공을 넘나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누구예요?”문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이건 제가 얘기할 수 없어요.”원경릉은 약간 실망했지만 이해한다고 했다. 만약 누군가 시공을 초월한다면 비범한 인물임에 틀림없고,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년대, 주소를 세세하게 묻고 문이는 원경릉과 같은 년대 사람으로 문이가 왔을 때 그녀 자신은 이미 죽은 지 1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다시 말해 원경릉과 문이는 같은 시공간에서
현대의 가족과 지금의 목표원경릉은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게 애씨당초 돌아가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정말 선택해야 한다면 원경릉은 돌아갈 수 있을까?만약 우문호와 사랑하기 전이라면 원경릉은 오매불망 돌아가길 바랐을 것이다.단지 지금 아이들까지 낳은 상황에서 부부의 정도 끊기 어려운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어?하지만 엄마 아빠 가족들은?순식간에 그리움이 물결치고 애간장이 탔다.문이가 조용히: “가족을 잊지 못한 거 아닌 가요? 그럼 제가 돌아가서 당신께 편지 보낼까요?”원경릉이 딱 그 생각이라, “미스 문, 돕고 싶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요, 당신께 사례하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게요.”문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례는 됐어요, 왕복 여비로 정산하면 돼요, 어쨌든 광원시까지는 멀어서 비행기로도 3시간이고, 월급도 보통인 편에 여동생이 병원에 있어서 병원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요.”문이가 이 말을 하는데 정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문이가 사는 세상에서 돈을 따지는 건 당연하지만 여기서는 태자비의 희망을 안고 가는 입장에서 돈 얘기는 좀 각박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그러나 원경릉은 문이에게 오조 오억 번 감사해도 부족할 지경으로 마치 꿈만 같다.원경릉은 문이를 잡고 여러 얘기를 나누며 현대 상황을 묻는데, 이런 소식이 원경릉에게는 너무도 귀중한 것으로 자신과 관련이 있던 없던 중요하지 않았다.문이가 자신의 사정부터 얘기하자 두 사람은 결국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졌다.문이를 보내고 원경릉은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약상자를 꺼내 하나하나 약을 보며 이것들이 그녀와 현대를 잇는 끈이라고 생각하니 간절한 노스텔지어에 한줄기 위로가 되었다.다음날 탕양은 집을 몇 채 찾아서 원경릉에게 틈이 나면 보도록 했다.원경릉은 마음을 추슬렀다. 집이 아무리 그리워도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전에 우문호에게 의대를 열 곳을 찾아 달라고 했는데 우문호는 자연스럽게 이 일을 탕양에게 맡겼다.탕양은 일 처리 수완이 좋아서 원경릉의
원경릉은 정산을 마친 후 먼저 집을 두 채를 빌렸다. 그와 동시에 초왕부의 봉토(封土)를 떼어 학교 건축을 진행했다.빌린 두 채의 집 모두 초왕부에서 멀지 않아 오고 가기 편리했다. 탕양은 남은 정산을 마쳤고, 원경릉은 가장 어려운 학교에서 의술을 가르칠 어의를 찾아야 했다.이 시대에 교육을 하려면 중의학을 전공을 한 사람이 필요하다. 우문호가 전에 말했듯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만한 어의들은 이미 스스로 의료관을 차린 경우가 많다. 그들을 학교로 데리고 오려거든 그들이 의료관을 차려서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금전적인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들에게 혜민의서에서 일할 어의를 배양하기 위해 학교를 짓는다고 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반대할 것이다. 원경릉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교를 짓기 위해서는 의술이 뛰어난 어의가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구한 어의라고는 조어의 뿐이었다. 원경릉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우문호와 의논하고 싶었지만 최근 들어 우문호가 너무 바빠져서 의논할 시간이 없었다. 진대장군(陳大將軍)이 우문호를 찾아와 두 나라가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보수파의 대신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동맹을 반대했다. 만약 두 나라가 동맹을 맺으면 선비(鲜卑)와 북막(北漠)에게 미움을 사지 않겠는가? 우문호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했다. 축전에는 여섯 개의 주변국에게 북당의 태자가 확립됐다는 것을 선포했다. 명원제는 일찍부터 축전을 위해 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그에 보답하든 축전은 평탄하게 진행됐다. 축전 후에는 태자 우문호가 대주(大周)와의 무역을 하기 위해 육로와 수로를 개방했고, 화물을 거래하는 화폐는 백은과 황금으로 정했다.신하들은 모두 우문호의 정치에 만족했고, 명원제도 북당의 백성들을 위해 애쓰는 우문호가 대견했다. 무역을 통해 북당의 경제는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대주와 지속적인 거래로 상업을 크게 번영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또 대주
“북막과 선비를 얕봐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늑대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언제든 북당을 노릴 수 있습니다. 만약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양국이 무기를 공유해 국방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무기로 경제 발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북당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태자께서는 선구안이 있으시니 백성들과 북당을 생각해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주수보는 말을 하다가 적위명을 바라보았다.“대장군, 만약 북당이 대주의 동맹을 거절한 것에 대주가 노하여 북막과 선비와 동맹을 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그 세 나라가 북당을 가만둘 것 같습니까? 설마 대장군은 전처럼 성을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주수보의 가시 돋친 말에 적위명의 얼굴이 붉어졌다. 태상황이 북당을 다스릴 때, 3만 명의 장병들이 북막의 군사들에게 포위당한 적이 있다. 당시 적위명이 북막과 평화담판의 명목으로 북막에게 북당의 낙성(洛城)을 내어주고 장병들을 데리고 왔다.이는 줄곧 적위명의 수치스러운 꼬리표로 남았고, 태상황은 낙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이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낙성을 빼앗긴 후, 백성들을 포함한 조정의 신하들이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적위명은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으며,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의 현명한 대처로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며 조정에 압력을 가했고, 조정에서도 어쩔 수없이 적위명의 공을 인정하게 됐다. 그러나 적위명은 줄곧 낙성을 빼앗긴 일을 치욕스럽게 여겼으며, 주수보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자 표정관리를 하지 못할 만큼 화가 났다. “재상, 지금 본 장군을 저격하시는 겁니까? 당시 장병 3만 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 장군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겁니다. 재상께서 본 장군이 장병들을 가엽게 생각하는 마음을 몰라주시니 참 답답합니다.”“낙성을 빼앗기지 않고도 장병들의 목숨을 지킬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국방이 약하
퇴조 후, 우문호는 찝찝한 마음으로 어서방에 있는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는 매일 퇴조 후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그가 좁쌀죽과 만두을 보고 젓가락을 들고 있는데 우문호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만두를 내려놓고 죽을 한 모금 마시며 우문호에게 말했다.“너 이 자식, 설마 대주의 진대장군(陳大將軍)과의 친분 때문에 대주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것이냐?”우문호도 아침식사 전이라 배가 고팠다. 그는 명원제가 식사를 다 한 줄 알고 남은 만두를 집었다. “소자, 그게 아니라……”“내려놓아라!”우문호는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리고 만두를 다시 내려놓았다.명원제는 만두를 후후 불더니 한입에 삼켰다. 우문호는 그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소자도 배가 고픕니다. 오늘 아침에 유모 상궁이 찰떡이가 열이 난다고 해서 소자가 찰떡이를 간호하느라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찰떡이가 열이 난다고? 왜 열이 나는데?” 명원제는 손자가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모르겠습니다.” 우문호는 유모 상궁의 말을 듣고, 조어의를 불렀다. 조어의가 소월각으로 오기 전에 우문호가 찰떡이를 보러 가서 머리를 짚으니 열이 조금 있었다.명원제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만두를 하나 집어 우문호에게 던지자 반사 신경이 좋은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만두를 받아먹었다. ‘과연, 찰떡이가 아비의 아침식사를 챙겨주는구나……’ 명원제는 그 모습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먹어라, 먹어! 아들이 아프다는데 배가 고프다니 쯧쯧…… 그나저나 찰떡이가 왜 열이 나는 건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감기에 걸린 거 아냐? 아니면 유모 상궁이 상한 걸 먹였다거나, 상궁에게 물어봤어? 찰떡이가 아프면 애 옆에 있어야지. 아침 조회는 뭐 하러 참석해!”“중요한 일을 앞두고 소자가 참석하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찰떡이는 괜찮습니다. 조어의와 태자비가 잘 보고 있을 테니까요.” 우문호는 차가운 만두피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불편함을 느꼈다. “부황, 혹시 물이 있으십니까?”“없어.”
명원제가 동의한 이상 조정의 신하들이 무슨 상관있겠는가? 우문호는 부황이 무엇 때문에 신하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으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명원제는 갸우뚱하는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가보거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오면서 잠시 부황의 심리를 파악해보았다. ‘설마 부황께서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피 표명하지 않고 신하들의 의견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인가?’그도 그럴 것이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의 편파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장을 정확히 내놓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편이 나뉠 것이고 그러면서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갈릴 것이다. *명원제는 우문호가 떠난 후 생각에 잠겼다.‘동맹을 맺는다면 득도 있겠지만 실도 있을 것인데……’명원제는 만두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찰떡이를 걱정했다. *세 아이들이 모두 기침을 하고 있으며, 몸이 약한 찰떡이는 열을 동반한 기침을 했다. 조어의는 기침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약을 처방해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마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모 상궁은 이틀 내내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했다.아이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명원제는 매우 불쾌해했으며, 태후도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사실 이틀 동안 아이들의 병세는 매우 호전되었다. 하지만 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원판은 소아 전문 어의를 초왕부로 보냈고, 명원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람을 보내 아이들을 잘 돌보게 했다. 원경릉은 자꾸 왕부로 오는 외부인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됐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입궁해 태후와 황상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외부인이 초왕부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모 상궁들에게 아이들을 안게 하고 서일에게 입궁할 수 있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삼둥이들이 입궁했다는 소리에 태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도 잠시. 태후는 삼둥이들이
원경릉은 태후의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찰떡이는 열이 나고 다른 아이들도 기침이 다 떨어진 게 아닌데 지내는 거처를 옮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황조모, 아이들이 어려서 성가신 일이 많을 겁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태후가 기분이 언짢은 듯 원경릉을 노려보았다.“늙은이가 고생하는 게 걱정인 거야, 아니면 늙은이가 애들을 푸대접이라도 할까 걱정인 거야?”원경릉은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조모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예뻐하는지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에이? 본후가 예뻐만 하겠어? 세 명의 계집도 아니고, 세 명의 사내인데! 본후에게는 삼둥이들이 금덩이보다 소중하다고! 이 귀여운 녀석들을 어찌하면 좋을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들! 아무튼, 넌 걱정 말고 애들을 궁에 맡기고 가거라.”태후가 찰떡이의 코를 톡 치며 웃었다.원경릉은 태후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생후 한 달도 안 된 핏덩이를 어떻게 두고 갈 수 있겠는가? 설령 떼어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원경릉이 아이들을 보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순간 원경릉의 머리에 의학원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 없는 동안 의학원을 꾸리는 데 집중하자. 유모 상궁도 입궁시켜 아이들을 돌보게 하면 되고, 태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궁 안에는 초왕부보다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애들도 별일 없을 거야.’희상궁은 삼둥이들 없이 혼자 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을 보고 기함을 토했지만, 그녀 또한 태후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태자비가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그곳에 두고 왔을까 하며 수긍했다. 만약 태자비가 태후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갔다면 태후는 직접 짐을 싸 들고 와 초왕부에 눌러붙었을 것이다.*우문호는 주수보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조정의 신하들의 지지를 얻었다. 판세가 기울자 처음에 적위명의 편을 들던 신하들도 점점 우문호와 주수보의 의견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적위명의 편에 선 신하들은 모
기왕비와 장군들이 있던 자리에는 수(隋)씨 성을 가진 장군도 있었는데, 그는 바로 다음날 적위명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기에 기왕비의 말을 듣고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태자가 대주와 동맹을 맺자고 한 것은 겁쟁이의 소행일 뿐입니다.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앞으로 북당은 대주를 섬겨야 할 것이고 먼 미래에는 대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왕비는 북당이 만사(萬事) 대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수 장군, 본비는 비록 여인이지만 태자가 대주에게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수 장군은 어딜 봐서 북당이 대주를 섬겨야 한다는 겁니까? 장군은 왜 태자께서 대주와 동맹을 맺는 것이 왜 주종 관계라고 여기십니까?”“왕비는 참 어리석네요. 겉으로만 동맹이지 군사적으로 제약을 하는 거라고요. 분명 제약이 있을 겁니다.”기왕비는 수 장군을 보고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래요? 본비가 알기로는 군사적 제약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수 장군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기왕비의 말에 수 장군이 놀란 표정으로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서 뭐가 그리 걱정되십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수 장군은 굳은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며 “그냥 앞으로 북당이 걱정되어 그럽니다.”라고 말했다.기왕비는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보았다.“조정의 일에 여인이 끼어드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참으려고 했건만…… 북당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니 한 말씀드립니다. 언제부터 북당의 장군들이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 도대체 대주와의 동맹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북막과 선비가 북당이 대주와 동맹을 맺은 것에 화가 나서 북당을 칠까 봐 그러십니까? 옛말에 ‘백성은 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죄가 되다’라는 말이 있지요. 오래전부터 북당은 토양이 비옥하고 자원이 많아 북막과 선비가 일찍이 탐내는 땅이었습니다. 사실 그 두 나라가 북
잔뜩 긴장한 채로 앞으로 몸을 반쯤 내밀고 있었던 주 지부는 우렁찬 상대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중심을 잃은 듯 비틀거렸다. 그는 이내 팔을 뻗어 망루의 기둥을 붙잡으려 했지만, 허공에서 멈추고 말았고, 그대로 몸이 앞으로 쏠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그때, 누군가가 말에서 빠르게 날아올라, 믿기 힘들 정도로 빠른 속도로 그에게 달려갔다. 상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주 지부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그를 안고 빙 돌아서 바닥에 착지했다.주 지부는 깜짝 놀라서 그만 정신이 혼미해졌다. 그를 구해준 사람은 반짝거리는 눈망울에, 품위 있는 모습의 젊고 잘생긴 사내였다. 주 지부는 그를 황제의 호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거의 죽을 뻔한 고비를 넘겼기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새도 없이 그에게 예를 올렸다.“대인,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그때 말들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는데, 서일이 먼저 말에서 내려, 다급히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괜찮으십니까?”우문호도 매우 놀란 듯했다. 조금만 늦었다면, 주 지부는 정말 죽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가슴을 가볍게 두드리며 숨을 들이쉬었다.“괜찮다.”그러고는 주 지부를 보며 물었다.“자네는 누구요?”주 지부는 마차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며, 누가 황제인지 추측했다.황제는 올해 마흔에 가까운 나이로 알려져 있었기에 위엄이 넘쳐 보일 것이었다. 그는 일행 중, 냉 수보와 홍엽을 만난 적 있었기에, 거친 모습을 한 이 인물은 아마도 호위로 추측된다. “묻지 않았소? 자네는 누구요? 어찌 죽으려고 하는 것이오?”서일은 그가 멍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자, 큰 소리로 다시 물었다.주 지부는 울 지경이었다. 냉 수보가 그를 보고 있으니, 예를 올려야 하지만, 황제도 자리에 있으니, 바로 냉 수보에게 예를 올릴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체 누가 황제란 말인가?그는 황제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어, 결국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고는 그들에게만 들릴 정도로 낮은 목소
원경릉의 말은 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자리에 있던 관리들은 기쁨과 동시에 두려움에 휩싸였다. 이 대인은 땅에 엎드려 온몸을 바르르 떨고 있었다. 그는 살아생전에 자신이 황제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평소 차분하고 신중한 주 지부도, 그도 감정이 격해져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눈가에는 눈물이 가득했다.황후를 만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 생각했는데, 황제까지 오신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흥분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원경릉은 평생을 경성에서 다섯째와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그저 그가 온다는 사실을 간단히 전했을 뿐이었는데 말이다. 그녀는 다들 걱정 없이 역병을 치료하고, 언제나 황제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을 보니, 황제가 직접 오는 것이, 지방 관리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달았다.원경릉이 급히 말을 덧붙였다.“폐하게서는 그저 역병 때문에 온 것이니, 모두 각자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면 되네.”“예, 예, 마마의 명을 따르겠습니다.”주 지부가 눈물을 닦으며 답했다.그렇게 관아와 의서가 협력하여, 오계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원 할머니는 역병을 치료할 수 있는 처방을 몇 가지 내렸다. 경증 환자는 약차를 계속 마시고, 증상이 악화하거나 중증 환자는 그녀의 처방을 사용하도록 했다.전에 이미 근처 주부에 연락해 약을 보내라 명했고, 오계부에서 구비한 약까지 있으니, 이번 역병을 대처할 수 있었다.오계부 의서는 이번 역병을 과거의 역병과 동일하게 생각하고, 소홀히 한 것 외에는 준비가 충분했다.원경릉은 황제 일행이 저녁 무렵 오계부에 도착할 것이라 예상했다.주 지부는 원래 여러 관리와 함께 황제를 맞이할 예정이었지만, 원경릉이 이를 단호히 거부했다. 그녀는 황제가 미복 순행 중이니, 과하게 맞이하여 백성들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그 말에 주 지부는 당황했다.황제가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아무도 맞이하지 않는다니, 어찌 그럴 수 있다는 말인가?그러나 그는 황
약을 쓰자, 주 지부의 열이 단번에 내려갔다.열이 내려가니 정신이 맑아져, 그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는 애써 자리에서 일어나 황후마마에게 예를 올리겠다고 고집 피웠다.원경릉은 그에게 누워 있으라고 말한 후, 역병에 관해 이야기하며 주 지부에게 이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다.주 지부는 이를 듣고 깜짝 놀라 말했다.“소신은 매일 의서에 사람을 보내, 역병의 상황을 보고받고 있사옵니다. 매일 보고된 상황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습니다. 비록 역병이 발생했지만, 작년과 비슷한 정도였고, 약재도 충분한데, 어찌 이렇게 심각해진 것입니까?”“매년 역병이 발생했으나,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아,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네.”원경릉이 답했다.“의서의 이 대인을 불러, 상황을 확인하겠습니다.”주 지부는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어제 이미 그를 찾아가, 환자 수와 사망자 수를 조사하라 명했네. 하지만 그는 우리가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이네. 자네가 사람을 보내, 관아에 와서 상황을 보고하도록 하게.”“예!”주 지부는 곧바로 사람을 보냈다.푸른 옷을 입은 남자는 관아에서 일하는 관리였기에, 그는 반 시진도 채 되지 않아, 관아 내에서 병에 걸린 자가 얼마나 되는지 통계해냈다.관아 내에서 역병 증상을 보인 사람은 총 열여덟 명이었고, 그중 두 명은 병세가 심각하여 이미 집에서 쉬고 있는 상태였다. 주 지부는 관아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병에 걸린 줄 몰랐고, 관리의 보고를 들은 후, 큰 충격을 받았다.의서의 이 대인은 하루 종일 쉬지도 않고, 바삐 움직였다. 서관 대인이 직접 오셨으니, 어떻게든 시키는 일을 완성해내야 했다.그는 사실 역병이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그저 작년과 비슷하다고 여겼었다.하지만 여러 지역과 의원을 돌아보고 나서야, 이번 역병이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처음엔 그저 서관 대인에게 보고만 하려고 했지만, 병세가 심각해지자 그도 조급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짧은 시간 안에 인원수를 통계하
다음 날 아침이 되어서도, 다섯째 일행은 여전히 도착하지 않았다.그래서 원경릉과 할머니는 다른 의관을 더 둘러보기로 하고, 몇 군데 더 돌아본 뒤 관아에도 갈 계획을 했다.그런데 한 의관에 들어서자마자, 푸른 옷을 입은 중년 남자가 다급히 뛰어오며 말을 걸었다. “수 의원, 대인께서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봐주셔야 합니다.”의원은 그 말을 듣자마자, 약상자를 집어 들고 다른 환자들을 그냥 남겨둔 채, 푸른 옷의 중년 남자와 함께 나가려 했다.원경릉이 그를 막아 세우며 말했다.“의관에 있는 환자들을 돌봐야 하지 않소? 우리 할머님께서도 의원이니, 지부 대인의 병은 할머님께서 봐 드릴 것이오.”푸른 옷의 사내는 초조한 듯 원경릉을 향해 소리쳤다.“말도 안 되는 소리 마시오!““대인의 병세가 급박한데, 혹여라도 지체되면 당신들이 책임질 수나 있겠소?”바로 그때, 원 할머니가 호패를 꺼내, 그의 눈앞에 들이밀며 단호하게 말했다.“길을 안내하거라!”조급한 표정을 짓던 푸른 옷의 사내는 호패를 보자마자 표정이 얼어붙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는 곧장 허리를 굽혀 예를 올리며 말했다.“서관 대인께서 오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무례를 범해 송구하옵니다.”“그만 사과하고 길 안내나 하시오.”원경릉이 말했다.“예, 예!”사내는 급히 물러서서, 예를 갖춰서 길을 가리켰다.“마차가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서관 대인, 이쪽으로 오시지요.”원경릉은 할머니를 부축해 마차에 올랐고, 곧장 관아로 향했다.지부 대인은 따로 사저가 없어 관아의 뒷마당에서 거주 중이었다. 혼자 지내는 데다 관아가 워낙 가까워 편리했기 때문이다.관아에 도착하자마자, 그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안으로 들어갔다.주 지부는 병세가 꽤 심각해져 있었다. 그는 어지럼증과 흉통에 시달려, 침대에 누운 채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원경릉은 직접 치료에 나섰고, 약상자를 열어 체온 측정기와 청진기를 꺼냈다.푸른 옷의 사내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가씨께서도 의원이십니까?”그러자 곁에 서
이 대인이 원경릉에게 의학을 잘 모른다고 반박할 틈도 없이, 원 할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말대로 하게. 하루만 줄 테니, 그 안에 역병에 관한 모든 자료를 가져오게. 사망자 수도 포함되어야 하네." 이 말까지 듣자, 이 대인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비록 조사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서관 대인이 멀리서 오계부까지 왔으니, 시키는 일은 해야지 대인의 마음에 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결국 사람들을 보내 조사를 명한 후, 이 대인은 거처를 마련해 드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원경릉이 말했다. "괜찮습니다. 의서에 의원이 많지 않으니, 대인도 바쁘실 텐데요. 저희가 직접 오계부를 돌아보겠습니다." 이 대인은 그녀가 원 할머니의 힘을 빌려 위세를 부린다고 생각해, 대꾸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말에 답도 하지 않고, 원 할머니에게 예를 올렸다. "어르신께서 머무실 계획이 있으시면, 부디 저에게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오늘 밤 대인을 잘 대접하라, 명을 내리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일이나 보게." 원 할머니는 말을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 원경릉에게 말했다. "먼저 좀 돌아보다, 객사를 찾아 머물자꾸나." "예!" 두 사람은 역병을 조사하기 위해 다급히 이곳을 찾아왔기에, 먼저 각지의 의원을 직접 돌아보려 했다. 아마 다섯째 일행은 빨라야 내일이나 모레쯤 도착할 것이었다. 두 사람이 의서를 나서자, 이 대인은 뒤따라 나오려다 원 할머니의 날카로운 눈빛에 움찔하며 발길을 멈췄다. 두 사람은 오계부의 거리로 향했다. 거리가 꽤 번화했고, 사람들도 제법 많아, 대낮에는 조금 붐볐다. 그들은 곧장 의원으로 향했다. 의원 앞에는 약차가 많이 진열되어 있었지만, 환자는 얼마 없었다. 겉보기엔 역병이 퍼졌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원경릉은 안으로 들어가 의원에게 상황을 물었다. 그러자 의원은 요즘 들어 약차가 잘 팔리고 있고, 하루에 천 봉지가 넘게 팔린다고 답했다. 하지만 그도 역병
늦게 출발한 원경릉은 신속하게 오계부로 향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오계부 근처 주현에 도착하자마자, 할머니가 현지 혜민서로 가야 한다며 잠깐 멈추자고 했다. 그러고는 혜민서에 오계부로 약을 공급할 준비를 하게 했고, 명을 받으면 바로 오계부로 보낼 수 있도록 미리 준비를 당부했다. 혜민서 산하의 의료기관들은 지난 몇 년간 개혁을 통해 뚜렷한 성과를 거두었고, 지역 간의 연결도 긴밀해졌다. 특히 역병을 상대하는 체계가 가동되면 상부에서는 전력을 다해 의원과 약을 지원해줄 수 있었다. 신신당부한 뒤에야 원경릉과 할머니는 오계부로 재빨리 향했다. 곧이어 오계부에 도착했는데, 우문호 일행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다. 오계부는 인구가 500만 명에 이르는 곳으로, 두 개의 주부가 통합된 지역이었다. 열대에 있어, 경작지가 많고 산이 많아 농업을 위주로 삼고 있었다. 그래서 조정은 이곳을 서부의 주요 곡창지대로 삼고 있었던 것이었다. 농업이 발달한 지역은 상대적으로 경제도 번화했고, 현지 백성들은 벼 외에도 감, 자두, 리치 등을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었다. 리치는 신선할 때 먹을 수도 있고, 말려서 건과로 만들어 팔 수도 있기에, 어느 정도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었다. 오계부는 백월국과 인접해 있었는데, 백월국은 북당의 속국으로 사이가 우호적이며 경제 교류도 활발했다. 이는 양국의 번영을 촉진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오계부의 지부는 장씨 성을 가진 오계부 출신이었다. 장 지부는 훌륭한 관리이며 지역 백성들로부터 존경받고 있었다. 원경릉과 원 할머니는 오계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지역 혜민서를 찾았다. 할머니는 혜민서의 서관(署館) 신분을 밝혔다. 그녀는 북당 각 주부의 의서를 총괄하는 인물이고, 총책임자이기도 했다. 혜민서의 이 의원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두 사람을 안으로 청한 후, 바로 예를 올렸는데, 마치 신선이라도 본 것처럼 목소리까지 떨고 있었다. "소인은 이자옥이라 합니다. 어르신께서 친히 오신 줄도
그녀는 일단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하고, 냉 대인이 자세한 상황을 묻는 사이에 제 대인의 피를 뽑았다. 약상자는 기능이 꽤 다양하기에, 바이러스 검사도 문제없었고, 안에는 양여혜가 준 소형 현미경도 있었다. 하지만 바이러스 관찰이나 세균 배양에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먼저 오계부로 향하고, 그녀는 이곳에 남아 제 대인을 치료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면 바이러스든, 세균 감염이든, 결과가 나와야 제대로 된 치료 방안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미색이 말했다. "저도 이곳에 함께 남겠습니다. 제가 환자를 돌보는 것 정도는 도울 수 있지 않겠습니까?" "괜찮으니 먼저 가거라. 어쩌면 내가 더 일찍 도착할 수도 있으니깐." 원경릉이 말했다. 그녀는 혼자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지만, 미색까지 데리고 가는 건 무리였다.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어찌 더 일찍 도착할 수 있다는 것입니까?" 미색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가능한 일이다. 원 선생은 늘 기적을 만들어내니." 우문호가 말했다. 그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원경릉에게 다가가 조심하라고 몇 마디 당부했다. "알았소. 지체하지 말고, 어서 떠나시오. 오계부에 도착하면 곧바로 관아를 찾아가, 의원의 빠른 대처를 명하라 하시오. 만약 내가 먼저 도착한다면, 내가 관아를 찾아가겠소." "알겠소. 그럼, 먼저 가겠소!" 우문호는 그녀와 입을 맞추고 싶었지만, 보는 이가 많으니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서일은 황후를 홀로 두고 가는 것이 걱정되어, 우문호를 따라나서며 계속 물었다. "정말 황후를 이곳에 혼자 남겨도 되는 것입니까?" "그럼, 네가 남을 것이냐?" 우문호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 "너도 원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지 않느냐?" 회왕 부부도 걱정은 되었지만, 다섯째의 여유로운 모습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다섯째 부부는 늘 비밀이 많은 사람들이라, 그들은 더 이상 신경
원경릉은 밖으로 나가, 오계부에 역병이 생긴 것 같다고 전했다. 오계부는 서쪽에 자리 잡고 있어, 기후가 더운 탓에 가끔 역병이 생기긴 했었지만 백성들은 고뿔 치료에 쓰이는 약초로 끓인 차를 즐겨 마시기에, 대규모로 역병이 돈 적은 없었다. 냉 대인이 말했다. "오계부에서는 이 상황을 조정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비록 해마다 역병이 생기긴 하지만, 빠르게 통제해 왔으니, 이번에도 예전과 같은 상황이지 않겠습니까?" 원경릉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번엔 더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제 대인의 형도 역병으로 돌아가셨고, 그와 가까이 지낸 사람들도 병에 걸렸습니다. 이렇게 관아에만 역병에 걸린 자들이 많으니, 예전보다 더 심각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해마다 역병이 생겼으니, 그에 대한 대응책도 이미 있을 것입니다." 원경릉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해마다 역병이 생겼지만, 대대적으로 유행하지 않았기에, 현지 관리들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쉽게 통제될 것이라 생각하고, 방심할 수도 있으니깐요." 우문호가 물었다. "원 선생, 역병을 어떻게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하오?" "역병 상황이 안 좋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말 오계부의 상황이 어떠한지는 아직 모르네. 제 대인은 여전히 고열에 시달리고 있어, 수액을 맞히고 해열제를 먹였소. 냉 대인과 함께 들어가 상황을 자세히 물어봐야겠소. 하지만 꼭 마스크를 끼고, 병을 막아야 하오." 원경릉은 유행성 독감이나 변이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일 것이라 의심하고 있었다. 그녀가 살던 세계에서는 A형 독감의 대규모 변이가 십수 년마다 한 번씩 발생했는데, 그런 변이 독감은 현대에서도 의료 체계에 큰 부담이 되곤 했다. 그러니 지금 이곳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만약 역병이 다시 시작한다면, 가능한 한 빨리 통제해야만 했다. 원경릉의 말을 우문호와 냉 대인은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도
원경릉은 청진기를 꺼내 그의 폐를 확인해 보았는데, 남녀가 가까이 접촉하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한 제 대인은 이내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다. 하지만 병세가 심해 아픈 데다가,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묘한 위압감을 풍기는 의원의 단호한 눈빛과 기운에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원경릉은 앞쪽을 청진한 뒤, 그에게 옆으로 돌라고 한 다음에 꼼꼼히 살피고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며칠을 아프신 것입니까?" 제 대인은 꽉 막힌 코 때문에 콧소리를 내며 천천히 몸을 돌리고 답했다. "며칠 사이의 일입니다. 오계부를 떠날 때도 멀쩡했는데, 밤새 달리고, 말을 오래 타다 보니 고뿔에 걸렸나 봅니다." "기침 말고, 가슴 통증도 있습니까?" "예. 이곳이 아픕니다!" 제 대인은 가슴 근처를 손으로 누르며 말했다가, 숨쉬기가 어려운 듯 손바닥을 움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기도 아프고, 온몸 뼈마디도 다 아픕니다." 그러자 원경릉은 더 자세히 증상을 확인한 뒤 말했다. "약을 준비할게요. 수액을 좀 맞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수액이요?" 제 대인은 멍하니 원경릉을 바라보았다. "예. 질문은 하지 마시고, 그저 치료에 협조만 해주십시오. 병세가 꽤 심각한 편입니다." 원경릉은 제 대인이 폐렴이라 확신했고, 중증 폐렴일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제 대인은 병이 심하다는 말에 초조한 표정을 지으며 다급히 말했다. "의원 나리, 제발 최선을 다해 치료해 주십시오… 저에게는 아직 모셔야 할 노모가 있습니다. 지난달 병으로 형님께서 세상을 떠난 터라, 형님의 자식들도 제가 돌봐야 하니, 절대 이대로 목숨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원경릉이 답했다. "최선을 다할 테니, 걱정하지 마시고 치료에만 집중하시지요!" 제 대인은 감동을 받은 듯 감사 인사를 올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원경릉은 곧바로 약을 지어 수액을 준비했다. 수액을 맞는 동안, 제 대인은 여전히 놀란 모습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