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공을 넘어원경릉은 문이를 데리고 소월각에 들어가 문을 닫고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문이는 눈에 띄게 긴장해서 안절부절 못하고 북당의 태자비를 바라봤다.“앉으세요!” 원경릉이 문이를 보고 작게 말했다.문이가 긴장하고 앉아 손을 배배 꼬며, “마마가 방금 얘기한 그 세 지방……을 알고 계시다니 어떻게 된 일인가요?”원경릉도 앉아서 마음의 술렁거림을 가라앉히고 한꺼번에 질문을 퍼부었다 “어느 년대에 사람이죠? 여긴 어떻게 왔어요?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가요?”문이는 말하고 싶은 걸 꾹 참고 솔직히 말하지 못한 채, 심사숙고 하더니 비로소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사람은 누구나 집에 돌아가야 해요.”원경릉이 슬픈 목소리로 “전 못 돌아가요.”문이가 원경릉을 보고 아무 말도 못하지만 표정으로 이미 어느정도 느낌이 왔다.“당신……” 문이가 우물쭈물하며 섭정왕의 분부가 생각나 금기를 깨는 느낌이 들었지만 여기서 고향 사람을 만난 감격을 감출 수 없어 잠시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당신은 어떻게 왔어요?” 원경릉이 쓴웃음을 지으며, “저도 몰라요, 현대에서 사고가 생겼는데 깨어나보니 여기였어요. 지금도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종잡을 수가 없어요, 당신은요? 당신은 어떻게 된 거예요? 당신은 집에 돌아갈 수 있다고 했는데 정말인가요?”문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전 여기 엔지니어로 불려 온 거라, 일을 마치면 돌아갈 거예요.”원경릉이 경악하며, “시공을 넘나드는 사람이 있는 거예요? 누구예요?”문이가 곤란하다는 듯이: “이건 제가 얘기할 수 없어요.”원경릉은 약간 실망했지만 이해한다고 했다. 만약 누군가 시공을 초월한다면 비범한 인물임에 틀림없고, 그런 사람이라면 분명 재앙이 닥치지 않도록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년대, 주소를 세세하게 묻고 문이는 원경릉과 같은 년대 사람으로 문이가 왔을 때 그녀 자신은 이미 죽은 지 1년이 되었다는 것을 알았다.다시 말해 원경릉과 문이는 같은 시공간에서
현대의 가족과 지금의 목표원경릉은 이 문제를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게 애씨당초 돌아가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정말 선택해야 한다면 원경릉은 돌아갈 수 있을까?만약 우문호와 사랑하기 전이라면 원경릉은 오매불망 돌아가길 바랐을 것이다.단지 지금 아이들까지 낳은 상황에서 부부의 정도 끊기 어려운데 어떻게 돌아갈 수 있겠어?하지만 엄마 아빠 가족들은?순식간에 그리움이 물결치고 애간장이 탔다.문이가 조용히: “가족을 잊지 못한 거 아닌 가요? 그럼 제가 돌아가서 당신께 편지 보낼까요?”원경릉이 딱 그 생각이라, “미스 문, 돕고 싶다니 정말 너무 고마워요, 당신께 사례하라고 부모님께 말씀드릴 게요.”문이가 쓴웃음을 지으며, “사례는 됐어요, 왕복 여비로 정산하면 돼요, 어쨌든 광원시까지는 멀어서 비행기로도 3시간이고, 월급도 보통인 편에 여동생이 병원에 있어서 병원비가 많이 들긴 하지만요.”문이가 이 말을 하는데 정말 부끄러워하는 모습이다.문이가 사는 세상에서 돈을 따지는 건 당연하지만 여기서는 태자비의 희망을 안고 가는 입장에서 돈 얘기는 좀 각박하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그러나 원경릉은 문이에게 오조 오억 번 감사해도 부족할 지경으로 마치 꿈만 같다.원경릉은 문이를 잡고 여러 얘기를 나누며 현대 상황을 묻는데, 이런 소식이 원경릉에게는 너무도 귀중한 것으로 자신과 관련이 있던 없던 중요하지 않았다.문이가 자신의 사정부터 얘기하자 두 사람은 결국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 졌다.문이를 보내고 원경릉은 오랫동안 잠을 이루지 못하고 약상자를 꺼내 하나하나 약을 보며 이것들이 그녀와 현대를 잇는 끈이라고 생각하니 간절한 노스텔지어에 한줄기 위로가 되었다.다음날 탕양은 집을 몇 채 찾아서 원경릉에게 틈이 나면 보도록 했다.원경릉은 마음을 추슬렀다. 집이 아무리 그리워도 어쨌든 살아가야 하니까.전에 우문호에게 의대를 열 곳을 찾아 달라고 했는데 우문호는 자연스럽게 이 일을 탕양에게 맡겼다.탕양은 일 처리 수완이 좋아서 원경릉의
원경릉은 정산을 마친 후 먼저 집을 두 채를 빌렸다. 그와 동시에 초왕부의 봉토(封土)를 떼어 학교 건축을 진행했다.빌린 두 채의 집 모두 초왕부에서 멀지 않아 오고 가기 편리했다. 탕양은 남은 정산을 마쳤고, 원경릉은 가장 어려운 학교에서 의술을 가르칠 어의를 찾아야 했다.이 시대에 교육을 하려면 중의학을 전공을 한 사람이 필요하다. 우문호가 전에 말했듯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칠만한 어의들은 이미 스스로 의료관을 차린 경우가 많다. 그들을 학교로 데리고 오려거든 그들이 의료관을 차려서 버는 돈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사실 금전적인 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그들을 설득시키는 것이다. 그들에게 혜민의서에서 일할 어의를 배양하기 위해 학교를 짓는다고 하면 그들은 틀림없이 반대할 것이다. 원경릉은 머리가 지끈거렸다. 학교를 짓기 위해서는 의술이 뛰어난 어의가 필요했지만, 지금까지 구한 어의라고는 조어의 뿐이었다. 원경릉은 총체적 난국에 빠져 우문호와 의논하고 싶었지만 최근 들어 우문호가 너무 바빠져서 의논할 시간이 없었다. 진대장군(陳大將軍)이 우문호를 찾아와 두 나라가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설득했다. 하지만 보수파의 대신들은 이를 탐탁지 않게 여겨 동맹을 반대했다. 만약 두 나라가 동맹을 맺으면 선비(鲜卑)와 북막(北漠)에게 미움을 사지 않겠는가? 우문호도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해야 좋을지 고민했다. 축전에는 여섯 개의 주변국에게 북당의 태자가 확립됐다는 것을 선포했다. 명원제는 일찍부터 축전을 위해 준비를 철저하게 했고, 그에 보답하든 축전은 평탄하게 진행됐다. 축전 후에는 태자 우문호가 대주(大周)와의 무역을 하기 위해 육로와 수로를 개방했고, 화물을 거래하는 화폐는 백은과 황금으로 정했다.신하들은 모두 우문호의 정치에 만족했고, 명원제도 북당의 백성들을 위해 애쓰는 우문호가 대견했다. 무역을 통해 북당의 경제는 큰 성장세를 보였으며, 대주와 지속적인 거래로 상업을 크게 번영시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있었다. 또 대주
“북막과 선비를 얕봐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늑대처럼 기회를 노리고 있는 겁니다. 그들은 언제든 북당을 노릴 수 있습니다. 만약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양국이 무기를 공유해 국방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며, 무기로 경제 발전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북당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태자께서는 선구안이 있으시니 백성들과 북당을 생각해서 결정을 내려주십시오.” 주수보는 말을 하다가 적위명을 바라보았다.“대장군, 만약 북당이 대주의 동맹을 거절한 것에 대주가 노하여 북막과 선비와 동맹을 하면 어떡합니까? 그럼 그 세 나라가 북당을 가만둘 것 같습니까? 설마 대장군은 전처럼 성을 하나 내어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겁니까?”주수보의 가시 돋친 말에 적위명의 얼굴이 붉어졌다. 태상황이 북당을 다스릴 때, 3만 명의 장병들이 북막의 군사들에게 포위당한 적이 있다. 당시 적위명이 북막과 평화담판의 명목으로 북막에게 북당의 낙성(洛城)을 내어주고 장병들을 데리고 왔다.이는 줄곧 적위명의 수치스러운 꼬리표로 남았고, 태상황은 낙성을 되찾지 못한다면 죽어도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을 만큼 이 일을 수치스럽게 생각했다. 낙성을 빼앗긴 후, 백성들을 포함한 조정의 신하들이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당시 적위명은 조정에서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었으며,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그의 현명한 대처로 인명피해가 나지 않았다며 조정에 압력을 가했고, 조정에서도 어쩔 수없이 적위명의 공을 인정하게 됐다. 그러나 적위명은 줄곧 낙성을 빼앗긴 일을 치욕스럽게 여겼으며, 주수보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자 표정관리를 하지 못할 만큼 화가 났다. “재상, 지금 본 장군을 저격하시는 겁니까? 당시 장병 3만 명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본 장군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겁니다. 재상께서 본 장군이 장병들을 가엽게 생각하는 마음을 몰라주시니 참 답답합니다.”“낙성을 빼앗기지 않고도 장병들의 목숨을 지킬 다른 방법도 있었을 텐데요. 국방이 약하
퇴조 후, 우문호는 찝찝한 마음으로 어서방에 있는 명원제를 찾아갔다.명원제는 매일 퇴조 후 아침식사를 시작한다. 그가 좁쌀죽과 만두을 보고 젓가락을 들고 있는데 우문호가 다급히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만두를 내려놓고 죽을 한 모금 마시며 우문호에게 말했다.“너 이 자식, 설마 대주의 진대장군(陳大將軍)과의 친분 때문에 대주와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것이냐?”우문호도 아침식사 전이라 배가 고팠다. 그는 명원제가 식사를 다 한 줄 알고 남은 만두를 집었다. “소자, 그게 아니라……”“내려놓아라!”우문호는 깜짝 놀라 입을 떡 벌리고 만두를 다시 내려놓았다.명원제는 만두를 후후 불더니 한입에 삼켰다. 우문호는 그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소자도 배가 고픕니다. 오늘 아침에 유모 상궁이 찰떡이가 열이 난다고 해서 소자가 찰떡이를 간호하느라 아침식사를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했다.“찰떡이가 열이 난다고? 왜 열이 나는데?” 명원제는 손자가 아프다는 말에 깜짝 놀랐다.“모르겠습니다.” 우문호는 유모 상궁의 말을 듣고, 조어의를 불렀다. 조어의가 소월각으로 오기 전에 우문호가 찰떡이를 보러 가서 머리를 짚으니 열이 조금 있었다.명원제가 그 말을 듣고 화가 나서 만두를 하나 집어 우문호에게 던지자 반사 신경이 좋은 우문호가 벌떡 일어나 만두를 받아먹었다. ‘과연, 찰떡이가 아비의 아침식사를 챙겨주는구나……’ 명원제는 그 모습을 보고 기함을 토했다.“먹어라, 먹어! 아들이 아프다는데 배가 고프다니 쯧쯧…… 그나저나 찰떡이가 왜 열이 나는 건지 모른다는 게 말이 되냐? 감기에 걸린 거 아냐? 아니면 유모 상궁이 상한 걸 먹였다거나, 상궁에게 물어봤어? 찰떡이가 아프면 애 옆에 있어야지. 아침 조회는 뭐 하러 참석해!”“중요한 일을 앞두고 소자가 참석하지 않으면 되겠습니까? 찰떡이는 괜찮습니다. 조어의와 태자비가 잘 보고 있을 테니까요.” 우문호는 차가운 만두피가 입천장에 달라붙어 불편함을 느꼈다. “부황, 혹시 물이 있으십니까?”“없어.”
명원제가 동의한 이상 조정의 신하들이 무슨 상관있겠는가? 우문호는 부황이 무엇 때문에 신하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으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명원제는 갸우뚱하는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가보거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오면서 잠시 부황의 심리를 파악해보았다. ‘설마 부황께서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피 표명하지 않고 신하들의 의견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인가?’그도 그럴 것이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의 편파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장을 정확히 내놓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편이 나뉠 것이고 그러면서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갈릴 것이다. *명원제는 우문호가 떠난 후 생각에 잠겼다.‘동맹을 맺는다면 득도 있겠지만 실도 있을 것인데……’명원제는 만두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찰떡이를 걱정했다. *세 아이들이 모두 기침을 하고 있으며, 몸이 약한 찰떡이는 열을 동반한 기침을 했다. 조어의는 기침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약을 처방해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마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모 상궁은 이틀 내내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했다.아이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명원제는 매우 불쾌해했으며, 태후도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사실 이틀 동안 아이들의 병세는 매우 호전되었다. 하지만 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원판은 소아 전문 어의를 초왕부로 보냈고, 명원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람을 보내 아이들을 잘 돌보게 했다. 원경릉은 자꾸 왕부로 오는 외부인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됐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입궁해 태후와 황상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외부인이 초왕부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모 상궁들에게 아이들을 안게 하고 서일에게 입궁할 수 있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삼둥이들이 입궁했다는 소리에 태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도 잠시. 태후는 삼둥이들이
원경릉은 태후의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찰떡이는 열이 나고 다른 아이들도 기침이 다 떨어진 게 아닌데 지내는 거처를 옮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황조모, 아이들이 어려서 성가신 일이 많을 겁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태후가 기분이 언짢은 듯 원경릉을 노려보았다.“늙은이가 고생하는 게 걱정인 거야, 아니면 늙은이가 애들을 푸대접이라도 할까 걱정인 거야?”원경릉은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조모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예뻐하는지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에이? 본후가 예뻐만 하겠어? 세 명의 계집도 아니고, 세 명의 사내인데! 본후에게는 삼둥이들이 금덩이보다 소중하다고! 이 귀여운 녀석들을 어찌하면 좋을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들! 아무튼, 넌 걱정 말고 애들을 궁에 맡기고 가거라.”태후가 찰떡이의 코를 톡 치며 웃었다.원경릉은 태후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생후 한 달도 안 된 핏덩이를 어떻게 두고 갈 수 있겠는가? 설령 떼어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원경릉이 아이들을 보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순간 원경릉의 머리에 의학원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 없는 동안 의학원을 꾸리는 데 집중하자. 유모 상궁도 입궁시켜 아이들을 돌보게 하면 되고, 태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궁 안에는 초왕부보다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애들도 별일 없을 거야.’희상궁은 삼둥이들 없이 혼자 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을 보고 기함을 토했지만, 그녀 또한 태후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태자비가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그곳에 두고 왔을까 하며 수긍했다. 만약 태자비가 태후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갔다면 태후는 직접 짐을 싸 들고 와 초왕부에 눌러붙었을 것이다.*우문호는 주수보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조정의 신하들의 지지를 얻었다. 판세가 기울자 처음에 적위명의 편을 들던 신하들도 점점 우문호와 주수보의 의견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적위명의 편에 선 신하들은 모
기왕비와 장군들이 있던 자리에는 수(隋)씨 성을 가진 장군도 있었는데, 그는 바로 다음날 적위명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기에 기왕비의 말을 듣고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태자가 대주와 동맹을 맺자고 한 것은 겁쟁이의 소행일 뿐입니다.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앞으로 북당은 대주를 섬겨야 할 것이고 먼 미래에는 대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왕비는 북당이 만사(萬事) 대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수 장군, 본비는 비록 여인이지만 태자가 대주에게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수 장군은 어딜 봐서 북당이 대주를 섬겨야 한다는 겁니까? 장군은 왜 태자께서 대주와 동맹을 맺는 것이 왜 주종 관계라고 여기십니까?”“왕비는 참 어리석네요. 겉으로만 동맹이지 군사적으로 제약을 하는 거라고요. 분명 제약이 있을 겁니다.”기왕비는 수 장군을 보고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래요? 본비가 알기로는 군사적 제약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수 장군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기왕비의 말에 수 장군이 놀란 표정으로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서 뭐가 그리 걱정되십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수 장군은 굳은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며 “그냥 앞으로 북당이 걱정되어 그럽니다.”라고 말했다.기왕비는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보았다.“조정의 일에 여인이 끼어드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참으려고 했건만…… 북당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니 한 말씀드립니다. 언제부터 북당의 장군들이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 도대체 대주와의 동맹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북막과 선비가 북당이 대주와 동맹을 맺은 것에 화가 나서 북당을 칠까 봐 그러십니까? 옛말에 ‘백성은 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죄가 되다’라는 말이 있지요. 오래전부터 북당은 토양이 비옥하고 자원이 많아 북막과 선비가 일찍이 탐내는 땅이었습니다. 사실 그 두 나라가 북
자시가 다 되어 갈 때, 그녀는 바로 소월궁으로 돌아갔다.궁에 들어가 옷을 갈아입자마자, 다섯째가 돌아왔다. 녹주가 그의 옷을 걸어주고, 목여 태감이 차를 준비한 뒤 물러갔다. 기라는 복도 앞의 불을 하나만 남긴 채 모두 끄고, 잠자리에 들었다.우문호는 원경릉을 안고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했다."기다리지 말고 피곤하면 먼저 자지 그랬소.""마침 연구를 확인하려 했소. 일부러 기다린 것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피곤할 텐데 오늘은 씻지 말고 바로 쉬시오."하지만 우문호는 고개를 저었다."화가 너무 나서 잠이 오지 않소. 그건 그렇고, 아이들에 대한 얘기 좀 해주시오."그는 침대에 누워 몸을 뒤로 뉘었다. 약간 피곤해 보였지만, 그보다도 화가 난 것 같았다. 평소 아무리 바빠도 오늘처럼 피곤해 보인 적은 없었다.원경릉은 그의 허리 쪽에 부드러운 베개를 끼워주고, 반쯤 무릎을 꿇은 채 그의 눈썹과 관자놀이를 마사지했다. 우문호는 화를 낼 때면 두통이 자주 생겼다."계란이는 어떤가? 워낙 바쁘다 보니 자세히 듣지도 못했소."그는 동그랗게 눈을 뜨고 원경릉을 바라보고는, 그녀의 손을 잡고 마사지하지 못하게 했다.그러고는 팔을 크게 펼쳐 그녀를 품에 안았다."당신도 피곤했을 텐데 그만하시오. 조금 쉬다가, 당신의 어깨를 눌러주겠네."원경릉은 그의 품에 기대며 웃으며 말했다."계란이는 괜찮소. 아이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고, 앞으로 혼사를 하더라도 당신이 좋아하는 자와 하겠다고 했소."다섯째는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피곤함이 말끔히 사라진 것처럼 말이다."정말? 정말 그렇게 말했소?!""물론이네. 당신은 그녀의 우상이오."그러자 우문호는 곧바로 기운을 차린듯 허리를 곧게 폈다."우상이라. 그렇다면 앞으로 무공을 갈고닦는 것 외에도 책을 많이 읽고 지식을 쌓아야겠군. 우상이 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네. 실력이 없으면 아이가 실망할 것 아닌가.""실력이라..."원경릉은 그의 품을 떠나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예. 태자 전하께서 돌아오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뵙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런데 옷가지를 정리하고 궁으로 오시니, 전하는 이미 군영으로 떠나셨지요. 마침 마마께서도 외출하신 터라, 이곳에서 폐하를 보살피고 계신 것입니다.""그래."원경릉은 직접 어서방에 가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로하신 희 상궁에게 밤새도록 지키게 할 수 없었다.어서방에 도착하자, 목여 태감과 희 상궁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황급히 다가왔다."마마, 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다섯째가 저녁을 먹었는지 보러 왔네. 무슨 일이 생긴 것이오? 이렇게 늦도록 의논을 한다니."단단히 닫혀 있는 어서방의 문틈 사이로 불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익숙한 얼굴도 보였다. 탕양, 냉 대인, 홍엽, 이리 나리와 다른 사람들이 보였다.목여 태감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길주(吉州)에서 과거 시험 부정행위 사건이 발생했다고 합니다. 폐하께서 크게 노하셨습니다."원경릉이 미간이 찌푸렸다. 다섯째는 조정의 인재 등용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재위하는 동안 부정행위에 대해서 엄격하게 처벌해 왔다. 그런데도 누군가는 감히 이런 짓을 벌였단 말인가? 돈에 눈이 멀어도 정도가 있지!길주에서 이런 일이 터졌으므로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조짐이 보일 가능성이 컸기에, 지금 바로잡지 않으면 불길 번지듯 확산할 것이었다.다섯째는 문인을 매우 중시하며, 늘 무장은 나라를 지키고, 문인은 나라를 다스린다고 말해왔다. 그런 마음 가짐으로 황제의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히 문인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느껴졌을 것이다.게다가 그는 백성이 자신의 운명을 바꾸는 방법은 십여 년간의 힘든 공부 끝에 과거에 급제하는 것이라 말했었다. 그런데 부정행위가 만연하면 실력 있는 자들이 탈락할 테고 그렇게 되면 문인을 중시하는 정책이 무너질 것이다.더 나아가, 억울하게 탈락한 자들은 조정에 대한 불만을 품을 것이고, 문인이 불만을 가지면 나라의 기운은 쇠퇴할 것이다."식사는
아이들과 밤새 각자 도성에서 있었던 일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고, 원경릉은 다음 날 아침 서둘러 경성으로 돌아가기로 했다.그녀는 한시라도 빨리 경천의 혈액과 호수 에서 채취한 얼음물에 얼음 벌레가 존재하는지 확인하고 싶었다.기화가 아직 돌아가지 않았기에, 원경릉은 그를 불러내어 계란에게 그 일을 비밀로 해야 한다고 신신당부했다.기화는 가슴을 두드리며 절대로 말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했다.하지만 원경릉은 그의 진지한 모습을 보며 더욱 불안해져, 왠지 모르게 그가 말실수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그래서 다시 한번 당부하자, 기화는 슬슬 짜증이 나는 듯했다."정말 저를 못 믿는 것입니까? 분명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원경릉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예. 꼭 비밀로 하십시오.""예. 어서 아이들과 인사나 하시지요."기화는 성가신 듯 손을 휘저으며 속으로 투덜거렸다.'나이도 어린 황후가 어쩜 이렇게 잔소리가 많지?'원경릉은 아이들과 작별을 마친 후, 바로 경성으로 떠났다.하루도 채 걸리지 않아, 그녀는 황궁으로 돌아왔다.그녀는 돌아오자마자 간단히 다섯째에게 상황을 설명한 후, 바로 실험실로 향했다.경천의 혈액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니, 역시나 얼음 벌레가 있었다. 비록 과거 다섯째의 혈액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하긴 했으나, 다섯째의 것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이어서 호수에서 가져온 얼음물을 현미경으로 확인해 보기도 했지만 얼음 벌레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호수 근처에서 채취한 물도 마찬가지이므로, 호수에서 감염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얼음 벌레의 감염원을 추적할 수 없게 되자, 원경릉은 꽤 실망스러웠다.하지만 우선 경천의 혈액 속 얼음 벌레를 연구할 수 있기에, 그녀는 벌레를 분리하여 다양한 온도에서 번식력과 생존력을 실험해 보려 했다.이 일을 마무리한 뒤, 원경릉은 드디어 다섯째에게 능력에 대해 알려줄 때가 왔다는 결정을 내렸다.그저 그가 놀라서 기절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그녀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소월궁으로
기화가 말했다."형인 경천보다 크게 부족하지는 않지만, 아직 경천만큼의 패기는 없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나면 반드시 경천과 대등해질 것입니다!""성격은 어떻습니까?""괜찮습니다."기화는 대부분의 사람을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괜찮다"고 했으니, 정말 괜찮은 사람일 것이었다.이후 기화는 원경릉과 함께 다른 도성을 방문했다. 원경릉은 미리 능력으로 소식을 보내 그들을 한곳에 모이게 했다. 한편 기화는 계란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동행했다. 그도 어쩌다 조금 여유가 생겼다.소년들은 어머니가 오자 무척 기뻐했다. 하지만 저녁이 되자, 그들은 어머니를 데리고 방으로 향했다. 그들은 그녀가 이유 없이 이렇게 먼 곳까지 올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원경릉은 아이들에게 아버지에 대한 일을 모두 이야기해 주었다. 약을 잘못 쓰고, 얼음 벌레에 감염되고 현대에서 사용한 약까지, 모든 것을 알려주었으며, 경천의 저주까지 전부 털어놓았다.경단과 찰떡은 이 말을 듣고 무척 놀랐다. 그들은 위기에 처한 아버지의 상황에 대해 전혀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 환타와 칠성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만 빠져 있었다.원경릉은 이 두 아이가 떡들보다 신비로운 일에 대해 더 잘 이해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들의 이 능력은 정말 타고난 것 같았다.잠시 후, 칠성이 입을 열었다."사실, 경천이 감염된 얼음 벌레가 저주의 일종일 가능성이 큽니다. 비록 기화 스승께서 연관 없다고 하셨지만, 저주도 일정한 형태와 매개체를 가지는 것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형태나 매개체가 있으니, 분명 저주를 풀 방법도 있지요. 큰 공덕을 지닌 자가 필요하다고 했으니, 어쩌면 어마마마일 수도 있습니다. 어마마마가 얼음 벌레의 저주를 없앨 방법을 연구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내가?"원경릉은 깜짝 놀랐다."아니면 아바마마일 수도 있습니다."옆에서 듣고 있던 환타가 말을 보탰다."아바마마 혈액 속 마커가 사라졌다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그러자 원경릉은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기화가 말한 고차원 문명이 아무리 들어도 이상하게만 느껴졌다.인류는 고차원 문명에 대해 단지 추측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으며, 심지어 그 존재 여부조차 검증할 수 없다.누군가 고차원 문명이 신계 문명과 동일하다고 주장했지만, 그녀는 신계 문명을 접할 방법조차 갖지 못했다. 그런데 어떻게 신계의 시선으로 이 세계를 바라볼 수 있겠는가?그녀는 점점 자신이 주제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원경릉은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화제를 경천 황제에게 돌리려 했다."그를 구할 방법이 없습니까? 아직 젊은데 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건 너무 아깝잖습니까?"아깝긴. 큰 공덕을 쌓았으니, 그는 죽고 윤회할 것입니다.""윤회라..."원경릉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미간을 문질렀다."아까는 고차원 문명 얘기를 하시더니, 이번엔 윤회라. 사고방식이 너무 빠르게 바뀌시니, 따라가기가 힘듭니다."하지만 기화는 오히려 태연하게 말했다."뭐가 어렵습니까? 과학의 끝엔 결국 신학이라 하지 않습니까? 어찌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십니까?""그럼, 고차원 문명의 관점에서 이 저주에 관해 설명해 주시지요."이렇게 특별한 이유를 과연 그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기화가 답했다."사실 이해하기엔 쉽습니다. 저주라는 건 하나의 힘이고, 그 가문은 힘을 어지럽혀 반작용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저주라는 게 바로 그런 것이지요. 하지만 가문의 기운이 달라지며 이 반작용의 힘도 점점 약해지게 되고, 이 세대에서 거의 끝이 보입니다. 그를 큰 공덕을 쌓은 사람이라고 한 이유는, 나라를 다스리고 안정시키는 데 기여했고, 나라 발전에도 공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그가 쌓은 덕이 반작용보다 커지면, 반작용의 힘도 점점 약해질 것이고, 결국 동화될 것입니다. 그럼, 윤회한다 해도 그는 복이 가득한 사람일 것입니다."원경릉은 그의 말을 이해하려 애쓰고 있었는데, 그때 기화가 한마디 덧붙였다."누군가는 화를 입으려 태어났고, 누군가는 운명을
"생사도 팔자에 달린 것인데 무서울 필요가 뭐 있습니까? 사람은 언젠가 죽는 법입니다. 완안 가문은 저주를 받아, 대대로 한 명씩 열여덟 살 이전에 모두 죽었지요. 태어날 때부터 이미 운명이 정해져 있었고, 그래서 사원에 보내졌습니다. 이 저주를 피하려 했지만, 결국 소용이 없었지요.""추측입니까?"원경릉이 물었다."아니요. 안풍친왕의 장인이 알려준 것입니다.""그분도 여기 계십니까?""아니요. 이 대륙의 나라들, 그리고 이 근방의 연안까지, 전부 용인 그들이 관장하고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곳에 온 이유도, 택란이 금나라 어린 황제가 혼사를 이야기했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오기 전, 안풍친왕의 장인 라진이 경천을 황제가 되도록 도와주라 했습니다. 금나라의 정권을 안정시킨 후, 그의 동생을 후계자로 키우라고요. 아시다시피, 그들은 모든 나라가 큰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국사, 대사, 법사, 그리고 도사들이 갑자기 나타난 장군을 파견하여 권력을 쥐고 하지요. 역사를 공부했으니 아시잖습니까? 시대마다 등장한 엄청난 인물들은 대부분 그가 보낸 자들입니다. 각 나라에 다 있지요."원경릉은 놀라 입을 떡하고 벌렸다."용이라니요? 안풍친왕의 장인이 용이고, 여러 나라를 관장한다고요? 술을 너무 많이 드신 것 아닙니까?""아직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기화는 다시 수염을 만지작거렸는데, 그 모습이 원경릉에게는 너무나도 어색하고 위화감이 들게 만들었다.털털하던 사람이 국사 행세를 하고 있으니, 도무지 습관 되지 않았다."어쨌든 상황은 이러합니다. 경천은 열여덟이 되기 전, 죽을 운명이지요. 하지만 죽기 전에 금나라를 안정적으로 발전하게 만들 능력이 있지요. 나라가 안정되면, 그도 죽을 것입니다."원경릉이 숨을 들이쉬었다."그 사실을 본인은 알고 있습니까?"어찌 상황이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되는 걸까?"모르지요. 알고 있다면 택란을 황후로 책봉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은 백 살까지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기화는 피식 웃었
찾아온 사람은 바로 택란의 스승인 기화였다.하지만 원경릉은 그를 알아보지 못할 뻔했다.금나라 복장을 하고 있었으며, 넉넉한 옷자락에 얼굴도 훨씬 희고 깨끗해졌으며 수염까지 길렀기 때문이다. 그의 날카롭고 빛나는 눈빛이 아니었다면, 정말 알아볼 수 없었을 것이었다."스승님, 어찌 이곳에 계십니까?"택란이 기쁘게 묻자, 기화가 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미소를 지었다."이곳에 온 지 좀 됐다. 금나라에서 국사를 하며, 네 사모를 잠시 피할 겸 말이다. 금나라에 무슨 일로 온 거냐?""금나라에 온 지 오래되셨습니까? 어찌 저를 찾아오지 않았습니까?"택란이 물었다."그동안 조금 바빴다."기화는 예전보다 훨씬 더 신중해진 모습이었다. 말투에서 마저도 국사의 위엄이 느껴질 정도였다. 원경릉은 문득 예전에 양여혜가 그를 이상한 사기꾼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이제 보니 꽤 그럴싸한 평가였다."택란아, 네 어머니와 함께 내 저택으로 가서 이야기하자꾸나."기화가 말을 이었다.택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이제 저택까지 있으세요?"기화는 여전히 태연하게 말했다."국사인데 저택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겠냐?""예. 스승님의 저택도 구경하고, 며칠 머물면서 스승님과 함께 한잔... 과일주 한잔해야겠습니다."택란은 너무 기쁜 나머지 실수로 '술 한잔'이라고 말할 뻔했다.기화는 눈치를 보며 원경릉을 힐끗 보았다. 원경릉에게 택란과 술을 마시는 걸 들키면 안 된다.원경릉은 못 들은 척 넘어갔다. 사실 택란이 어린 나이에 술을 즐기는 것이 신경 쓰였지만, 직접 나설 필요는 없었다. 이 문제는 양여혜에게 전해, 기화의 부인에게 귀띔하라 말하면 된다.기화의 부인 월아는 보수적인 성격이라, 택란이 술 마시는 걸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그들은 마차를 타고 국사인 기화의 저택으로 향했다.저택은 아주 컸고, 내부는 새롭게 단장되어 있었다. 고급스러운 가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금나라 황제가 기화를 상당히 신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화는 택란에게
하지만 얼음 벌레의 발원지는 금나라 아닌가? 그렇다면 경천이 물을 다루는 능력은 다섯째보다 더 뛰어나야 할 텐데, 어찌 반대일까?원경릉은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올리며 물었다."그럼 이 잔 속의 물이라면, 넘치게 할 수 있겠느냐?"경천은 고개를 끄덕였다."한 잔이라면, 가능합니다."그가 생각을 집중하자, 찻잔 속의 물이 서서히 넘쳐흘렀다. 일정한 속도로 보아, 그가 통제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그러니 바깥의 호숫물은 마음대로 조종하기 어렵다는 것이냐?"원경릉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다시 물었다."가끔은 가능합니다. 하지만 물을 얼리기가 훨씬 쉽습니다."경천이 솔직히 대답했다.원경릉이 다시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이런 능력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느냐?"경천이 답했다."다섯 살 때부터였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능력을 갖추게 됐는지는 모릅니다. 어릴 때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잘 기억나지 않고요.""혹시 큰 병을 앓은 적이 있거나, 특별한 만남을 겪은 적이 있느냐? 예를 들면, 아주 대단한 인물을 만난다든가."경천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특별한 만남은 없었다만, 병에 걸린 적은 있습니다. 유모의 말로는, 어릴 적에 큰 병을 앓았고, 거의 죽을 뻔했다고 합니다."그러자 원경릉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했다."그럼 그 큰 병을 앓은 이후부터, 이 물을 다루는…… 즉, 물을 얼리는 능력이 생긴 것이더냐?"경천은 잠시 고민하다가 대답했다."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그즈음이었을 것입니다."원경릉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너의 피를 조금 뽑아도 괜찮겠느냐? 많지는 않을 것이다."경천은 그녀의 말에 덤덤히 시중을 불렀다."여봐라, 비수와 사발을 가지고 오거라."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괜찮다. 채혈 도구가 있으니, 네가 동의만 하면 된다."경천은 짧게 대답한 후, 그녀가 밖으로 나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잠시 후, 그녀는 작은 약상자를 들고 돌아온 후, 경천이 전혀 본 적 없는 물건들을 꺼냈다. 그녀는 가느다
다음 날이 되자마자 모녀는 바로 금나라로 떠났다.택란은 원경릉의 신분을 밝히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황후로서 금나라에 방문한다면, 책봉 문제 때문이라고 오해를 사서 논란이 더욱 커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원경릉도 그런 택란의 말에 동의했다. 어차피 그녀의 옷차림이 워낙 소박하여 전혀 북당의 황후처럼 보이지 않기도 했다. 경천이 그녀의 신분을 눈치채더라도, 입 밖에 내지 않게 하면 그만이다.모녀는 초능력을 사용하여 빠르게 량주에 도착했다.택란은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 곧장 황궁으로 가서 황제를 만나겠다고 밝혔다.황궁 호위들은 그녀의 신분을 알고 있어, 감히 태만히 할 수 없었기에, 즉시 두 사람을 궁 안으로 안내했다.경천은 택란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정무를 마친 후 그녀를 만나러 광명전으로 향했다.문에 들어설 때, 그의 눈에는 오직 택란만이 담겨 있었다. 그는 흥분한 채로 빠르게 다가와 기쁨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왔느냐?""예. 잠시 할 말이 있습니다."택란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를 올리며 말했다."인사드립니다."경천은 그제야 원경릉을 보았다. 그는 서둘러 기쁨 어린 눈빛을 거두고 공손해졌다. 그러고는 즉시 궁인들을 나가라고 명한 뒤, 문을 닫고 원경릉에게 정중히 예를 올렸다."북당의 황후마마를 뵙사옵니다!"그는 택란에 대해 오래전부터 조사해 왔기에, 북당 황제와 황후의 초상화도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만나본 적은 없어도 그들의 얼굴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한편, 원경릉은 그가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전혀 놀랍지 않았다. 그녀는 침착한 태도로 그를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준수한 외모와 온화한 눈매 속에 황제의 위엄이 은은하게 배어 나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예를 갖추지 않아도 된다. 앉아서 이야기하자꾸나.""예!"경천은 잔뜩 긴장이라도 한듯 다시 한번 허리를 숙였다."먼저 앉으시지요."원경릉이 먼저 자리에 앉자, 그는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으며 택란을 흘깃 바라보았다.그는 황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