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제가 동의한 이상 조정의 신하들이 무슨 상관있겠는가? 우문호는 부황이 무엇 때문에 신하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으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명원제는 갸우뚱하는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가보거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오면서 잠시 부황의 심리를 파악해보았다. ‘설마 부황께서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피 표명하지 않고 신하들의 의견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인가?’그도 그럴 것이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의 편파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장을 정확히 내놓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편이 나뉠 것이고 그러면서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갈릴 것이다. *명원제는 우문호가 떠난 후 생각에 잠겼다.‘동맹을 맺는다면 득도 있겠지만 실도 있을 것인데……’명원제는 만두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찰떡이를 걱정했다. *세 아이들이 모두 기침을 하고 있으며, 몸이 약한 찰떡이는 열을 동반한 기침을 했다. 조어의는 기침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약을 처방해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마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모 상궁은 이틀 내내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했다.아이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명원제는 매우 불쾌해했으며, 태후도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사실 이틀 동안 아이들의 병세는 매우 호전되었다. 하지만 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원판은 소아 전문 어의를 초왕부로 보냈고, 명원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람을 보내 아이들을 잘 돌보게 했다. 원경릉은 자꾸 왕부로 오는 외부인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됐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입궁해 태후와 황상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외부인이 초왕부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모 상궁들에게 아이들을 안게 하고 서일에게 입궁할 수 있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삼둥이들이 입궁했다는 소리에 태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도 잠시. 태후는 삼둥이들이
원경릉은 태후의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찰떡이는 열이 나고 다른 아이들도 기침이 다 떨어진 게 아닌데 지내는 거처를 옮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황조모, 아이들이 어려서 성가신 일이 많을 겁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태후가 기분이 언짢은 듯 원경릉을 노려보았다.“늙은이가 고생하는 게 걱정인 거야, 아니면 늙은이가 애들을 푸대접이라도 할까 걱정인 거야?”원경릉은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조모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예뻐하는지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에이? 본후가 예뻐만 하겠어? 세 명의 계집도 아니고, 세 명의 사내인데! 본후에게는 삼둥이들이 금덩이보다 소중하다고! 이 귀여운 녀석들을 어찌하면 좋을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들! 아무튼, 넌 걱정 말고 애들을 궁에 맡기고 가거라.”태후가 찰떡이의 코를 톡 치며 웃었다.원경릉은 태후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생후 한 달도 안 된 핏덩이를 어떻게 두고 갈 수 있겠는가? 설령 떼어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원경릉이 아이들을 보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순간 원경릉의 머리에 의학원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 없는 동안 의학원을 꾸리는 데 집중하자. 유모 상궁도 입궁시켜 아이들을 돌보게 하면 되고, 태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궁 안에는 초왕부보다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애들도 별일 없을 거야.’희상궁은 삼둥이들 없이 혼자 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을 보고 기함을 토했지만, 그녀 또한 태후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태자비가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그곳에 두고 왔을까 하며 수긍했다. 만약 태자비가 태후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갔다면 태후는 직접 짐을 싸 들고 와 초왕부에 눌러붙었을 것이다.*우문호는 주수보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조정의 신하들의 지지를 얻었다. 판세가 기울자 처음에 적위명의 편을 들던 신하들도 점점 우문호와 주수보의 의견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적위명의 편에 선 신하들은 모
기왕비와 장군들이 있던 자리에는 수(隋)씨 성을 가진 장군도 있었는데, 그는 바로 다음날 적위명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기에 기왕비의 말을 듣고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태자가 대주와 동맹을 맺자고 한 것은 겁쟁이의 소행일 뿐입니다.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앞으로 북당은 대주를 섬겨야 할 것이고 먼 미래에는 대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왕비는 북당이 만사(萬事) 대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수 장군, 본비는 비록 여인이지만 태자가 대주에게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수 장군은 어딜 봐서 북당이 대주를 섬겨야 한다는 겁니까? 장군은 왜 태자께서 대주와 동맹을 맺는 것이 왜 주종 관계라고 여기십니까?”“왕비는 참 어리석네요. 겉으로만 동맹이지 군사적으로 제약을 하는 거라고요. 분명 제약이 있을 겁니다.”기왕비는 수 장군을 보고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래요? 본비가 알기로는 군사적 제약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수 장군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기왕비의 말에 수 장군이 놀란 표정으로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서 뭐가 그리 걱정되십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수 장군은 굳은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며 “그냥 앞으로 북당이 걱정되어 그럽니다.”라고 말했다.기왕비는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보았다.“조정의 일에 여인이 끼어드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참으려고 했건만…… 북당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니 한 말씀드립니다. 언제부터 북당의 장군들이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 도대체 대주와의 동맹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북막과 선비가 북당이 대주와 동맹을 맺은 것에 화가 나서 북당을 칠까 봐 그러십니까? 옛말에 ‘백성은 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죄가 되다’라는 말이 있지요. 오래전부터 북당은 토양이 비옥하고 자원이 많아 북막과 선비가 일찍이 탐내는 땅이었습니다. 사실 그 두 나라가 북
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다.그녀는 오랫동안 병을 앓은 탓에 몸이 야위어 앉은 의자의 공간이 절반이나 남았다. 그런 작고 야윈 여자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십여 명의 관원들을 노려보자 다들 하나같이 그녀의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눈을 굴렸다. 특히 수 장군은 아까와는 상반되는 태도로 조용히 입만 삐죽거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기왕비는 한참 뒤 헛기침을 하며 말을 시작했다.“태자(太子)의 자리는 하늘의 명을 받은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태자를 잘 따르기만 하면 후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들 잘 생각해 보세요. 오늘은 이만 파하죠. 다들 조심히 가십시오.”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은 마치 종이처럼 나풀거렸고 금방이라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승천이라도 할 것 같았다.*우문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많아졌지만 한 사람만이 우문호의 의견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당전에서는 대놓고 질책까지 하였다. 그날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는지 명원제의 얼굴까지 어두워졌다.그 사람은 바로 적위명의 장인인 주국공(朱國公)이었다.주국공은 소요공과 일찍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으나 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원한관계가 되어 몇 년간 소요공이 지지하면 반대하고 소요공이 반대하면 지지하는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했다.주국공은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조정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만약 그가 우문호가 제기한 동맹 제의를 지지한다면 연맹은 바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우문호가 진정정을 데리고 세차례나 주국공을 만나기위해 찾아갔으나 그때마다 주국공은 몸이 좋지 않다면 나타나지 않았다.우문호는 주국공이 소요공에게 느끼는 사사로운 원한으로 조정의 일을 망치려 들자 화가 났다.소요공도 이를 보고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장 주국공부로 가서 그에게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했으나 뜻밖에도 문전 박대를 당했고, 주국공의 명령으로 하인들은 대문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이
우문호가 씩씩거리며 왕부로 돌아오자 원경릉은 그를 위로해 주었다. “부황께서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시는 거야.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안건이 어디 있겠어? 주국공이 동의하지 않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웃으며 “부황께서는 적위명을 견제하기 위해 주국공을 네 편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닐까? 어쨌든 적위명이 무서워하는 사람이 주국공인건 확실하잖아. 지금은 힘들어도 주국공을 네 편으로 만들면 앞으로가 쉬워질 거야.” 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놀란 눈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네 말은 부황께서 적위명을 꿰뚫어 봤다는 얘기야?”“부황께서는 너보다 조정에 오래 계셨고, 사람들도 많이 접하셨어. 부황께서 아무 의미 없이 너를 힘들게 하겠니? 부황께서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시고, 예측하고 계실 거야. 그러니 넌 부황의 뜻을 따라서 주국공을 설득하는 데 힘을 써 봐.”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마, 내일부터 진정정과 함께 그를 설득해 볼 테니까.”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으며 “아 그리고! 기왕비가 이번에 큰 도움을 주셨으니, 내가 기왕비에게 고마움을 표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아냐, 마음으로만 고마움을 가지고 있으면 돼. 우리가 뭘 해주면 기왕비 쪽에서는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어. 그리고 네가 태자비가 된 이상 기왕비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해서는 안 돼. 기왕비는 걱정 마, 수년간 그녀는 사람들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을 테니까. 기왕비에게 갚아야 할 은혜는 나중에 기왕비와 군주에게 갚아주면 돼.” 우문호가 말했다.“그래, 그렇게 하자.”원경릉은 기왕비를 오래 보며 기왕비의 진면모를 확인했다. 그녀는 기왕비의 성격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며 일을 실속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우문호는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애들이나 보러 가자."원경이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애들이 입궁한지 3일이나 지났는데 몰랐어?"
우문호는 진정정을 대신해 말했다.“그가 왕부에 남아있는 동안 눈을 똑바로 뜨고 잘 지켜봐. 그렇게 의심이 된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지.”우문호의 말투는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 원경릉은 그를 보며 그가 얼마나 진정정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원경릉이 군주와 며칠 동안 지내다 보니 군주가 됨됨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 같은 사람이 교활한 남편을 얻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앞으로는 절대 그를 의심하지 않을게.”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사과했다.우문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잡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경릉아, 난 네 이런 모습이 참 좋아. 가끔은 바보 같고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해서 골치가 아프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거 말이야. 나뿐만 아니라 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잖아. 넌 마음이 여리고 착해.”“내가 언제 바보 같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칭찬을 하려면 칭찬만 해! 왜 애매하게 나를 깎아내리는 거야?”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상과 벌을 분명하게 줘야지. 잘한 건 칭찬을 해야 마땅하고 잘못한 건 꾸짖어야 다음에 안 그러지.”“너나 잘해! 너는 이 왕부에서 존재감이 손톱만큼도 없거든? 삼둥이들이 입궁한 것도 모르고! 아빠로서 부끄럽지도 않아?”“그나저나 삼둥이들은 왜 입궁을 한 거야? 찰떡이는 열까지 난다면서…… 게다가 3일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야?”“열이 난다고 해도 소용없었어. 태후께서 입궁시키라고 닦달을 하셔서…… 우리 보고 애들을 잘 못 본다며 자신이 직접 돌보시겠대.”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그럼 삼둥이들의 병은 괜찮아졌어?”“응, 희상궁님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매일 들여보고 계시거든. 괜찮아졌다는데, 하나 걱정이 있어.”“뭔데?”“모비께서 애들을 찾아갈까 두려워……”원경릉의 말을 들은 우문호는 조용히 대답했다.“이번엔 걱정 마. 조모께서 삼둥이들을 지키고 있으니 모비가
서일은 늑대 집에 머리를 넣고 있었다가 인기척에 놀라 머리를 빼고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태자, 태자비, 새끼 늑대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어의라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우문호는 서일을 보고 웃으며 “걔들이 사람도 아닌데 어의가 무슨 소용이 있어?” 라고 물었다.그는 별일 아니겠지 하고 왔다가 세 늑대가 작은 침상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많이 야위었네? 늑대는 배고픈 걸 모르나?”“다 큰 늑대는 배고픔을 참을 수 있어서 한 끼를 많이 먹으면 보름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새끼 늑대들은 그런 능력이 없어서 매일같이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서일은 늑대를 키우면서 꽤나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우문호가 그중 한 마리를 안아들었다. 늑대는 전과 달리 목화솜처럼 가벼웠고 머리가 축 늘어져있었다. “얘가 누구 늑대야?”“찰떡이. 가장 작은 늑대가 찰떡이. 만두의 늑대는 입이 뾰족하고 경단이 것은 얼굴이 둥근 모양이야. 이렇게 말하기는 이상하지만 늑대들의 성격과 외모가 다들 삼둥이들과 닮아가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손안의 새끼 늑대를 바라보았다. 순진한 눈망울이 정말로 작은 찰떡이 같이 느껴졌다. 그는 찰떡이 늑대를 내려놓고 만두 것을 들어보았다. 교활한 눈빛에서 만두의 모습이 보였다. “고기를 갖다 줘도 먹지 않는 이유가 뭐야? 아픈가?”우문호는 늑대들의 배가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그가 늑대들을 다시 눕히자 모두 축 늘어져 목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작은 주인님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서일이 늑대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원경릉은 웃으며 “작은 주인님이라니, 늑대들은 삼둥이들을 주인으로 여기기보단 서일을 주인으로 생각할 텐데?”라고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번에 이 늑대들이 제가 뭐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작은 주인님들이 울기 시작하니까 말을 듣더라고요!” 서일이 흥분해서 말했다.“정말? 삼둥이들을 빨리 데리고 와야
우문호도 원경릉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서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들에게 말했다.“이 늑대들은 세 도련님의 것인데 왜 세 도련님 가까이에 두지 않는 겁니까? 이 늑대들은 작은 주인님의 것이지 두 분께 아니잖아요?“……”“혹시 이 새끼 늑대들과 작은 주인님들이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요? 설마 이 늑대들이 나중에 사람으로 변해 도련님들과 혼인을……”서일은 말을 한 후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입을 틀어막고 눈치를 보았다.우문호는 서일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잡소리 하네! 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소설만 본 거 아니야? 머리에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서일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우문호를 보았다. 그러자 세 작은 늑대가 우르르 달려들어 서일의 옷자락을 물어뜯었다. 서일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게 됐고 그는 이내 화가 나서 늑대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희들 밥도 챙겨줬는데 그 은혜는 잊은 거야!” 서일은 주먹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겁주었다.그것도 잠시 우문호와 원경릉은 공포에 질렸다. 세 늑대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를 냈다.서일은 처음 들어보는 기이한 소리에 우문호 뒤에 바짝 붙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바오가 달려와 세 늑대를 향해 짖었다. 그러자 세 놈이 넙죽 엎드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늑대가 개를 무서워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우문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서일이 다바오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다바오도 늑대가 아닐까요? 이 뾰족한 귀를 보세요.” 라고 말했다.다바오는 꼬리를 흔들며 원경릉 발아래에 턱을 괴고 혀를 내밀었다. 그녀는 다바오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아니, 다바오는 늑대가 아니고 개야. 하지만 다바오가 지금은 덩치도 크고 세 늑대들을 돌보았으니 늑대들이 다바오의 말을 듣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그럼 저를 왜 괴롭히는 겁니까?” 서일
사식이는 다들 일곱째 고모의 안부를 걱정하지 않는 것이 이상해 의아해하며 물었다.“일곱째 고모께서 편지를 보내신 겁니까?”그러자 셋째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편지가 왔단다. 며칠 놀다가 곧 경성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구나.”사식이는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일곱째 고모께서 돌아오고 나서 혼담을 꺼내는 것이 어떻습니까? 일곱째 고모가 동의하지 않으면 일이 난감해질 텐데요.”노태군이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이미 모든 일을 저질렀느넫 이제 와서 동의하지 않는다니? 감히 동의하지 않는다면, 그냥 목을 매겠다!”노태군은 일곱째 고모가 열여덟 살이 되던 때부터 그녀의 혼사를 기다려 왔다. 계속 기다리다가 이미 머리카락이 다 하얘져 버렸지만, 그녀는 아직 혼인 기약조차 없었다. 이번에도 혼사를 정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죽는게 더 나았다.그녀 뿐만 아니라 모두가 일곱째 아가씨가 빨리 시집가기를 바라고 이씩 때문에, 이 일은 서둘러 진행하기로 했다.“사식아, 네 고모에게 편지를 보내, 내가 갑작스레 병에 걸려 거의 죽게 생겼다고 전해라!”노태군이 단호히 명령했다.딸을 집으로 불러들이기 위해서 스스로 저주까지 불사하는 그녀는 정말 독한 늙은이었다.서일은 탕양을 데리고 서둘러 궁으로 향했다. 중매인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기에, 바로 황후를 찾아가야 했다.소월궁에서 우문호 부부는 탕양의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한참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우문호의 표정은 복잡해 보였다.“짐이 보기엔, 일찍 일곱째 아가씨에게 네 마음을 고백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고, 이리 일을 저지를 줄은 꿈에도 몰랐구나!”탕양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았고, 마음속에는 불안감이 점점 커져갔다. 하루라도 빨리 그녀를 만나지 못한다면 불안에 휩싸여 버릴 것 같았다. 그는 울먹이며 입을 열었다.“폐하, 지금은 이런 이야기를 하실 때가 아닙니다… 제발 사람을 보내 그녀가 어디 있는지
오래전의 악몽이 마음속에서 되살아나, 탕양은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녀가 혹시나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는 않을까 걱정되어, 스스로 뺨을 몇 대 때리고는 다시 바쁘게 걸음을 옮겼다. ‘아무 일이 없어야 할 텐데. 그렇지 않으면 죽어도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다.’하지만 그녀를 따라잡으려 죽자고 달려도, 끝내 그녀를 볼 수 없었다.그렇게나 빨리 도망간 건가?그렇게 경성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쉬지도 않고 곧장 원가로 달려갔다.마침 서일과 사식이가 아이들을 데리고 친정에 와 있던 참이었는데, 대문 앞에 도착하니, 탕 대인이 거지처럼 문지기 앞에 쓰러지다시피 주저앉아 먼지투성이의 얼굴에 새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문지기의 옷깃을 움켜쥔 채 다급히 묻고 있었다. “일곱째 아가씨는? 너희 일곱째 아가씨는 대체… 어디 있느냐?”그러자 문지기는 놀라 얼어붙고 말았다. 그는 이렇게나 사나운 탕 대인을 본 적이 없어 더듬거리며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일곱... 일곱째 아가씨께서... 탕 대인과 함께 약도성에 가신 거 아니셨습니까…?”“그럼 아직 돌아오지 않았단 말이냐?!”탕양이 소리쳤다.“아직... 아직 못 뵈었습니다…!”바로 그때, 서일이 다가와 문지기한테서 탕 대인을 떼어놓으며 말했다.“무슨 일이십니까?! 우선 손부터 놓으십시오. 옷이 다 찢어지겠습니다.”탕 대인은 그만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싸며 괴로운 얼굴로 말했다.“큰일이야… 내가 그녀를 망쳐 버렸네! 죽어도 이 죄를 씻을 수 없을 것이네…!”“무슨 일입니까? 저희 고모께서 지금 어디 계십니까?”사식이가 다급히 물었다.“그녀는...“탕 대인은 비참한 표정을 지으며, 눈물 투성이가 된 얼굴을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어디 있는지는 나도… 모르네… 나는 돌아온 줄 알고 있었네...”바로 그때,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지팡이가 바닥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원가의 노태군이 부축을 받으며 다가오는 것이었다! 탕양이 고개를 들자, 노태군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탕
냉정언은 자기도 모르게 죄책잠이 들어 미간을 찌푸렸다.‘이번에 정말 큰일을 저지른 것인가?’그는 그저 탕양에게 술을 먹여 일곱째 아가씨에게 진심 어린 말을 꺼낼 용기를 주고자 했을 뿐이었다. 그동안 탕양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는 황제뿐만 아니라 모두가 알고 있었고, 다들 그를 안타까워했었다.탕양은 다섯째가 초왕이었을 때부터 초왕부와 다섯째, 그리고 나라와 백성을 위해 많은 일을 해왔다. 그렇게 반평생을 북당을 위해 헌신했으나, 그를 진정으로 주목한 이는 많지 않았다. 특히 과거에 자신도 용납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른 탓에 평생을 스스로도 용서하지 못한채, 조정을 위해 뛰어난 공을 세우고도 관직이나 봉록을 거절하며 죄를 속죄하듯 살았다. 하지만 진심으로 그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를 탓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누구나 실수를 범할 수 있는 법이니까. 탕양은 이미 그 누구보다 훌륭히 잘해왔고, 게다가 정과 의리에 발목 잡힌 것은 많은 영웅이 저지르는 흔한 실수였다. 고금의 역사를 통틀어, 결코 그 혼자만이 저지른 행동이 아니었다.탕양은 일곱째 아가씨와 벗이라는 관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그의 마음속에서는 늘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술에 취하지 않은 이상, 맑은 정신으로는 절대 이야기를 꺼낼 수 없었을 것이기에, 술에 취하게 하면, 경성이 아닌 변방의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몇 마디 속마음 정도는 털어놓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이었다.하지만 예상외로, 탕 대인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감정이 쌓였던 건지... 만취 상태에서 무슨 일을 저지른 것 같았다. 대체 이 마음을 얼마나 오랫동안 품었던 것일까?상황이 아주 복잡해졌다.‘탕 대인 아주 못 쓰겠구먼! 이를 어찌 마무리 짓는단 말이냐…?!’원가의 상대하기 쉽지 않은 여장군들을 떠올리니, 냉정언은 순간 뒷골이 땡겨 머리를 쥐어뜯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리니, 냉명여가 눈 앞에 서 있었다. 냉명여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조심스럽게 물었다.“아버지, 탕 대인은 어찌 일곱째 아가씨와 그런 일을 벌인
탕양은 지금까지 살면서 술에 취해 저지른 잘못이 단 하나뿐이었다. 비록 그 일도 나중에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지만, 그 일로 그는 술에 취하면 정말로 이성과 기억을 잃게 만든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렇기에 그 후로 술을 마시더라도 되도록이면 취하지 않게 애썼다. 하지만 어젯밤은 예외였다. 그는 이곳 사람 모두를 믿고 있었기에 경계를 풀었던 것이다.남녀 간의 일도 이제는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가 되어서 어젯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의부님! 의부님!"바로 그때, 문밖에서 호명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탕양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호통쳤다."일단 들어오지 말거라!"그는 급히 이불을 걷어내고, 바닥에서 옷을 찾아 황급히 입은 후, 이마를 문지르며 정신을 가다듬은 뒤에야 문을 열어 주었다.문밖에서 호명이 물었다."이제 막 일어나신 겁니까? 아직도 취기로 힘드십니까?"탕양은 머릿속이 어지럽고 복잡했지만,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답했다."괜찮다. 무슨 일이더냐?""식사하시라고 부르러 왔습니다. 아! 일곱째 아가씨께서 경성으로 돌아간 것을 알고 계십니까? 같이 가실 줄 알았는데 먼저 떠나셨더군요.""… 돌아갔다고?!"탕양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예!"호명이 그의 얼굴을 보다가 잠시 멈칫하며 말했다."의부님… 혹시 어젯밤 누구에게 맞으셨습니까?"탕양은 무의식적으로 얼굴을 만져 보았는데, 그제야 얼굴에서 통증이 느껴졌다. 그는 황급히 동경을 찾아 얼굴을 비춰보았는데, 왼쪽 뺨에 여러 개의 손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분명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것 같았다.그러자 어렴풋이 한 여인이 세게 뺨을 때리며 욕설을 퍼붓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 떠올랐다.하지만 여전히 머릿속이 텅 비어 있어 창백해진 안색으로 생각에 잠겼다.‘설마 내가 취기를 빌어... 그래서 떠난 것이었구나...’이번 사건은 목숨을 내놓고 속죄해도 부족할 정도였다."말을 준비하거라! 어서!"탕양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소리
연회는 계속 진행되었고, 냉정언은 술잔을 들고 계속 탕양에게 술을 권했다. 잔을 몇 번이나 주고 받자, 탕양은 머리가 머리가 어지러워져 말조차 똑바로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연회가 끝난 후, 냉정언이 일곱째 아가씨에게 말했다."술을 꽤 마셨다 보니, 탕양이 좀 취한 것 같네. 정원에 나가 산책을 조금 하면서 술기운을 가시는 것이 어떻소?"일곱째 아가씨도 약간 취한 상태였기에, 바람을 쐬며 땀을 내면 술이 깰 것 같다며 동의했다."예. 그럼 다들 돌아가서 쉬시지요. 제가 호명과 함께 탕 대인을 돌보겠습니다.""좋소. 수고하시게나!"냉정언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을 흔들었다."자, 어서 돌아가시게!"그렇게 사람들은 모두 새가 흩어지는 것 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일곱째 아가씨는 호명과도 함께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빠르게 사라지는 그들의 모습이 어이가 없는듯 웃음을 터뜨렸다.그러고는 탕양의 붉게 상기된 얼굴을 보고 물었다."괜찮습니까? 걸을 수 있겠습니까?"그러자 탕양이 자리에서 힘겹게 일어났는데, 술에 많이 취한듯 몸을 심하게 휘청거렸다."어찌 못 걷겠습니까? 취하지 않았습니다!""예. 그럼, 몇 걸음 더 걸어보시지요. 정말 못 걸으시겠으면 방으로 돌아가 쉬시고요. 취기를 덜어줄 탕을 준비하라고 하겠습니다."그러자 탕양은 허리에 손을 얹고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 걸어나갔다. 곧게 뻗은 직선을 그리며 터벅터벅 걷고는 뒤돌아 일곱째 아가씨를 보며 환하게 웃었다."보시지요. 얼마나 똑바로 걷는지! 안 취했습니다. 이제 믿을 수 있습니까?"일곱째 아가씨는 그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그만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하하하. 예, 안 취하셨네요. 그럼 이만 나가서 함께 산책하시지요."그녀는 그가 오래 걷지 못할거라고 생각해, 방으로 데려가 쉬게 하기로 했다.역시나 문을 나서자마자 탕양은 난간을 붙잡고 비틀비틀 걷기 시작했다. 하도 휘청거리는 탓에 몇 번이나 넘어질 뻔했기에, 일곱째 아가씨는 결국 어쩔 수 없이 그를 부축했다.그러자
"탕 대인이 저를 예쁘다고 말해 주셔서 정말 기쁩니다. 그러니 일곱째 아가씨께도 예쁘다고 말해 보십시오. 분명히 기뻐하실 것입니다!"하지만 탕 대인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다를 겁니다. 일곱째 아가씨는 이제 그런거에 좋아할 나이를 지났습니다. 지금 그녀에게 예쁘다고 말하면, 그저 무미건조하다고 생각할 것입니다.""어찌 그럴 리 있습니까? 누구나 칭찬받는 것을 좋아하는 법입니다. 탕 대인, 대인께서 정말 재능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탕 대인이 웃음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예? 하하하. 그렇습니까?""예! 모두가 그렇게 말했습니다!"탕 대인은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으쓱거리며 미소를 지었다."과찬입니다.""기분 좋으십니까?"택란이 묻자 탕 대인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다, 이내 뜻을 알아차리고 멈칫하며 말했다."이 녀석!"택란은 그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탕 아저씨도 누군가에게 꼭 사랑받으시길 바랍니다."탕 대인은 이 말에 크게 감동해서 택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말했다."예. 고맙습니다."저녁엔 계약이 성공한 기념으로 연회가 열렸다.소박한 술자리긴 했지만, 커다란 술통들이 준비되어 있어 모두 마음껏 마시며 즐길수 있었다.택란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주 아가씨가 매실청을 대신 준비해 주었다. 새콤달콤한 맛이 택란의 마음에 쏙 들었다.술잔을 주고받으며 어느 정도 취기가 오르자, 모두 패기 있게 약도성을 북당에서 제일가는 도성으로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일곱째 아가씨는 벌써 독산을 어떻게 개발할지부터 고민하고 있었는데, 독산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막막했기에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하기 시작했다.각자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이 경치를 개발하자는 내용이었다.반면, 택란은 새로운 생각을 제안했다. 독산에 온천이 있으니 오두막을 지어 온천을 끌어들여 돈을 받고 여러 개의 탕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어떻겠냐며, 온천수가 몸에 좋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자고 제의하였다.택란의 생각은 이 시절
탕양은 자신이 여자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자부했었다. 특히 일곱째 아가씨처럼 강인한 성격을 가진 사람은 혼자 지내는 데 익숙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삶을 더 선호하기에 굳이 자신과 인연을 맺으려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이는 그의 큰 착각이었다.여인의 마음은 늘 갈대처럼 변덕스럽고, 아무리 강인한 사람이라도 다정함이 필요한 순간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일곱째 아가씨는 오랫동안 혼자 외롭게 지내왔는데, 중년에 접어들며 그 외로움이 더욱 깊어진 것이다.누군가 곁에 있다면, 삶의 방식도 달라질 수 있지만, 물론 잘못된 연으로 나빠질 가능성도 있었다.원가의 가훈은 항상 군주에게 충실하며, 엄청난 용기도 있었다. 심지어는 원가에서 키운 닭조차 남의 집의 닭보다 더욱 용감할 정도였다.하지만 한 번의 좌절로 인해 사랑을 믿지 않겠다는 것이 과연 용기있는 행동 일까?물론 그녀가 반드시 탕양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어울리는 사람을 만나 다시 한번 용기를 내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탕양이 먼저 용기를 내어 말한다면, 그녀 역시 그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여태껏 그녀의 마음에 들어온 사람은 오직 탕양뿐이었다.그리고 어쩌면 시도해 봐야만 서로 맞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탕양과 잘 맞는다고 느끼는 건 그녀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닫아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생긴 착각일지도 모르니 말이다.경성으로 돌아간 후에도 탕양이 말을 꺼내지 않는다면, 그녀는 공개적으로 구혼에 나설 생각이었다. 한편, 택란이 주 아가씨와 함께 밖으로 나가며 물었다."탕 대인이 왜 나쁜 사람인 것이오?""여인을 훔쳐봤습니다.""탕 대인이 아가씨를 좋아하지 않소? 어찌 못 보는 것이오?"주 아가씨는 택란이 이런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공주에게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으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사내가 여인을 사모하면 상대의 시선을 바라보지, 다른 곳을 쳐다보지 않습니다. 그러니 탕 대인은 일곱째 아가씨를 사모하는 것이 아닙니다.""그
그녀는 탕양을 힐긋 바라보는데, 예전의 담담하고 온화한 모습 없이 뜨겁게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그녀는 그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었기에, 절대 먼저 말을 꺼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평생 그렇게 죽을 때까지 버틴다 해도, 제자리에 머물러 기다리지 않을 것이었다."탕 대인, 지금 어디를 보는 것이오?"그때, 냉정언이 물었다."예? 무슨 말이십니까?"탕양은 서둘러 정신을 차리고 냉정언을 바라보자, 냉정언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탕 대인께서 계속 일곱째 아가씨의 가슴팍을 보고 있었소. 무슨 생각을 하시는 것이오?"이 말이 끝나자마자, 모두가 술렁이며 이상한 시선으로 탕양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주 아가씨가 급히 택란의 귀를 막으며 말했다."보지도, 듣지도 마십시오!"탕양은 크게 당황하며 두 손을 마구흔들었다."아닙니다! 전 그러지 않았습니다! 냉 대인께서 잘못 보신 겁니다.""아니오. 분명 아가씨의 옷깃과 가슴을 보고 있었소!"말을 마치자마자 냉 대인은 숭이를 안고 단호하게 밖으로 나갔고, 탕양은 얼굴을 붉히며 변명이라도 하기 위해 일곱째 아가씨를 쳐다봤다. 그러자 일곱째 아가씨는 기침을 하며 옷깃을 정리한 뒤 소리쳤다. "흥. 변태!"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도 돌아서 나가버렸다.탕양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당황한 얼굴로 주 아가씨와 홍엽을 보며 말했다."다들 보지 않았습니까? 제가 그런 게 아니라는..."홍엽이 소매를 휘두르며 말했다."눈이 자네 얼굴에 달려 있는데, 자네가 누굴 보고 어디를 보는지 우리가 어찌 알겠는가?"주 아가씨는 택란의 손을 잡고 나가며 말했다."마마, 이제 탕 대인 같은 사람하고 어울리지 마십시오. 인품이 좋지 않으신 것 같습니다!"탕양은 여전히 몹시 당황한 상태였다. 냉정언의 한마디에 그의 처지가 아주 난감해져 버렸다.그는 그런 사람이 아닌데 말이다. "명여야..."냉명여 또한 귀를 막고 밖으로 달려 나가며 외쳤다."탕 대인께서는 정말 나쁜 사람이십니다!"탕양은 그만 머리를 감싼
이처럼 독산은 마치 진실한 사람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처럼 가장 진솔한 생각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일곱째 아가씨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탕양을 바라보며 말했다."저를 배신한 것을 아직 기억하고 계십니까?"탕양은 그동안 일곱째 아가씨와 이 일을 얘기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항상 담담한 태도로 과거 이야기를 피하며 언급하지 않았었다. 그런 그녀가 갑자기 이 말을 꺼내니, 탕양은 잠시 멍해졌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당연히 기억하고 있지요..."일곱째 아가씨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기억하고 있다면, 제가 독산을 얻을 수 있게 잘 도우십시오. 독산을 개발할 수 있다면 앞으로 15년간의 수익은 전부 제 것이 될 겁니다. 그리고 15년 뒤에는 이익을 반으로 나누겠습니다. 절대 3할만 받을 수는 없습니다."탕양은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폐하께 이미 3할이라고 말씀드렸는 걸요.""그건 대인의 일이지요. 폐하를 오랫동안 모셔 왔으니, 대인의 공로를 인정하고 배려해 주실 것입니다. 이건 대인께서 누구의 이익을 우선시할지에 달린 것 아닙니까?"그러자 탕양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가씨, 3할이라도 충분히 좋은 제안이지 않습니까? 그저 길만 새로 만들면 되고, 심지어는 조정에서 나서서 도와줄 것이니, 초반 투자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하면, 놀러 오는 자들에게 먹거리와 즐길 거리로 돈을 적잖이 벌 수 있습니다.""반으로 나누는 것까지만 양보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익을 중시하는 상인인 것을 잘 알지 않습니까."탕양은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예. 폐하께 돌아가 말씀은 드리겠지만… 무조건 그 조건을 따내겠다고 장담할 순 없습니다.""못 따내도 그만입니다."일곱째 아가씨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앞으로 제가 독산에 몇 번이나 올 수 있겠습니까? 어차피 조정에서 독산을 얻는다고 해도, 굳이 그렇게 많은 돈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탕양이 웃으며 답했다."이곳에서 지내면서 머물어도 되지 않습니까? 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