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원제가 동의한 이상 조정의 신하들이 무슨 상관있겠는가? 우문호는 부황이 무엇 때문에 신하들을 설득해 동의를 얻으라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명원제는 갸우뚱하는 우문호의 표정을 보고 의미심장하게 “가보거라.”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밖으로 나오면서 잠시 부황의 심리를 파악해보았다. ‘설마 부황께서는 자신의 입장을 확실피 표명하지 않고 신하들의 의견이 모이기를 기다리는 것인가?’그도 그럴 것이 최고 책임자가 입장을 내놓으면 많은 사람들의 편파적인 행동을 할 것이다. 하지만 그가 입장을 정확히 내놓지 않는다면 자연스럽게 편이 나뉠 것이고 그러면서 적위명을 지지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갈릴 것이다. *명원제는 우문호가 떠난 후 생각에 잠겼다.‘동맹을 맺는다면 득도 있겠지만 실도 있을 것인데……’명원제는 만두를 먹으면서 마음속으로 찰떡이를 걱정했다. *세 아이들이 모두 기침을 하고 있으며, 몸이 약한 찰떡이는 열을 동반한 기침을 했다. 조어의는 기침을 멎게 하고 열을 내리는 약을 처방해 아이들에게 먹였다. 아마 계절이 바뀌면서 일교차 때문에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려고 하는 것 같았다. 유모 상궁은 이틀 내내 아이들이 지내는 공간에 온도와 습도를 체크했고, 아이들이 감기에 걸리지 않게 주의했다.아이들이 아프다는 소식에 명원제는 매우 불쾌해했으며, 태후도 그 소식을 듣고 노발대발했다. 사실 이틀 동안 아이들의 병세는 매우 호전되었다. 하지만 태후는 마음이 놓이지 않아 원판은 소아 전문 어의를 초왕부로 보냈고, 명원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사람을 보내 아이들을 잘 돌보게 했다. 원경릉은 자꾸 왕부로 오는 외부인 때문에 아이들의 면역력이 더 떨어질까 걱정됐다. 그녀는 아이들을 데리고 입궁해 태후와 황상에게 보여주지 않으면 계속해서 외부인이 초왕부로 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유모 상궁들에게 아이들을 안게 하고 서일에게 입궁할 수 있게 마차를 준비하라고 했다. 삼둥이들이 입궁했다는 소리에 태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 것도 잠시. 태후는 삼둥이들이
원경릉은 태후의 말을 듣고 걱정이 앞섰다. 찰떡이는 열이 나고 다른 아이들도 기침이 다 떨어진 게 아닌데 지내는 거처를 옮기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황조모, 아이들이 어려서 성가신 일이 많을 겁니다.”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그러자 태후가 기분이 언짢은 듯 원경릉을 노려보았다.“늙은이가 고생하는 게 걱정인 거야, 아니면 늙은이가 애들을 푸대접이라도 할까 걱정인 거야?”원경릉은 놀라서 손사래를 치며 “무슨 말씀이십니까? 황조모께서 얼마나 아이들을 예뻐하는지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라고 말했다.“에이? 본후가 예뻐만 하겠어? 세 명의 계집도 아니고, 세 명의 사내인데! 본후에게는 삼둥이들이 금덩이보다 소중하다고! 이 귀여운 녀석들을 어찌하면 좋을꼬,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녀석들! 아무튼, 넌 걱정 말고 애들을 궁에 맡기고 가거라.”태후가 찰떡이의 코를 톡 치며 웃었다.원경릉은 태후의 단호한 태도에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생후 한 달도 안 된 핏덩이를 어떻게 두고 갈 수 있겠는가? 설령 떼어놓고 간다고 하더라도 원경릉이 아이들을 보지 않고 살 수 있겠는가?순간 원경릉의 머리에 의학원 생각이 스쳤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아이들이 없는 동안 의학원을 꾸리는 데 집중하자. 유모 상궁도 입궁시켜 아이들을 돌보게 하면 되고, 태후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궁 안에는 초왕부보다 사람이 훨씬 많으니까 애들도 별일 없을 거야.’희상궁은 삼둥이들 없이 혼자 왕부로 돌아온 원경릉을 보고 기함을 토했지만, 그녀 또한 태후의 성질을 알고 있기에 태자비가 오죽했으면 아이들을 그곳에 두고 왔을까 하며 수긍했다. 만약 태자비가 태후의 말을 듣지 않고 아이들을 데리고 왕부로 돌아갔다면 태후는 직접 짐을 싸 들고 와 초왕부에 눌러붙었을 것이다.*우문호는 주수보의 강력한 지지를 받아 조정의 신하들의 지지를 얻었다. 판세가 기울자 처음에 적위명의 편을 들던 신하들도 점점 우문호와 주수보의 의견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적위명의 편에 선 신하들은 모
기왕비와 장군들이 있던 자리에는 수(隋)씨 성을 가진 장군도 있었는데, 그는 바로 다음날 적위명 장군을 만날 예정이었기에 기왕비의 말을 듣고 조용히 그녀에게 말을 했다.“태자가 대주와 동맹을 맺자고 한 것은 겁쟁이의 소행일 뿐입니다. 대주와 동맹을 맺는다면 앞으로 북당은 대주를 섬겨야 할 것이고 먼 미래에는 대주 없이는 아무것도 못하게 될 것입니다. 왕비는 북당이 만사(萬事) 대주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까?” “수 장군, 본비는 비록 여인이지만 태자가 대주에게 숙이고 들어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습니다. 수 장군은 어딜 봐서 북당이 대주를 섬겨야 한다는 겁니까? 장군은 왜 태자께서 대주와 동맹을 맺는 것이 왜 주종 관계라고 여기십니까?”“왕비는 참 어리석네요. 겉으로만 동맹이지 군사적으로 제약을 하는 거라고요. 분명 제약이 있을 겁니다.”기왕비는 수 장군을 보고 훗 소리를 내며 웃었다.“그래요? 본비가 알기로는 군사적 제약이 서로 침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알고 있는데, 설마 수 장군은 다른 나라를 침략할 생각을 하고 있습니까?”기왕비의 말에 수 장군이 놀란 표정으로 “그……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라고 말했다.“그럴 생각이 없으시다면서 뭐가 그리 걱정되십니까?” 기왕비가 물었다.수 장군은 굳은 표정으로 기왕비를 보며 “그냥 앞으로 북당이 걱정되어 그럽니다.”라고 말했다.기왕비는 차갑게 웃으며 자리에 있던 사람들을 보았다.“조정의 일에 여인이 끼어드는 것이 좋지 않다고 하니, 참으려고 했건만…… 북당의 미래를 걱정하신다니 한 말씀드립니다. 언제부터 북당의 장군들이 이렇게 나약해졌습니까? 도대체 대주와의 동맹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혹시 북막과 선비가 북당이 대주와 동맹을 맺은 것에 화가 나서 북당을 칠까 봐 그러십니까? 옛말에 ‘백성은 옥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죄가 되다’라는 말이 있지요. 오래전부터 북당은 토양이 비옥하고 자원이 많아 북막과 선비가 일찍이 탐내는 땅이었습니다. 사실 그 두 나라가 북
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의자에 앉았다.그녀는 오랫동안 병을 앓은 탓에 몸이 야위어 앉은 의자의 공간이 절반이나 남았다. 그런 작고 야윈 여자가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십여 명의 관원들을 노려보자 다들 하나같이 그녀의 시선을 피해 요리조리 눈을 굴렸다. 특히 수 장군은 아까와는 상반되는 태도로 조용히 입만 삐죽거렸고, 나머지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기왕비는 한참 뒤 헛기침을 하며 말을 시작했다.“태자(太子)의 자리는 하늘의 명을 받은 자리입니다. 여러분들은 그런 태자를 잘 따르기만 하면 후일 부귀영화를 누리게 될 겁니다. 그러니 다들 잘 생각해 보세요. 오늘은 이만 파하죠. 다들 조심히 가십시오.”기왕비는 말을 마치고 뒷짐을 지고 밖으로 향했다. 그녀의 가냘픈 뒷모습은 마치 종이처럼 나풀거렸고 금방이라도 바람을 타고 하늘로 승천이라도 할 것 같았다.*우문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날이 갈수록 많아졌지만 한 사람만이 우문호의 의견에 강력하게 반대하며 당전에서는 대놓고 질책까지 하였다. 그날 분위기가 얼마나 험악했는지 명원제의 얼굴까지 어두워졌다.그 사람은 바로 적위명의 장인인 주국공(朱國公)이었다.주국공은 소요공과 일찍부터 호형호제하는 사이였으나 후에 무슨 사건이 있었는지 원한관계가 되어 몇 년간 소요공이 지지하면 반대하고 소요공이 반대하면 지지하는 청개구리 같은 행동을 했다.주국공은 나이가 많지만 아직도 조정에서 영향력이 매우 크다. 만약 그가 우문호가 제기한 동맹 제의를 지지한다면 연맹은 바로 추진되었을 것이다. 이를 알고 있는 우문호가 진정정을 데리고 세차례나 주국공을 만나기위해 찾아갔으나 그때마다 주국공은 몸이 좋지 않다면 나타나지 않았다.우문호는 주국공이 소요공에게 느끼는 사사로운 원한으로 조정의 일을 망치려 들자 화가 났다.소요공도 이를 보고 화가 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는 당장 주국공부로 가서 그에게 시시비비를 따지려고 했으나 뜻밖에도 문전 박대를 당했고, 주국공의 명령으로 하인들은 대문에 소금을 뿌리기도 했다.이
우문호가 씩씩거리며 왕부로 돌아오자 원경릉은 그를 위로해 주었다. “부황께서 일부러 나를 괴롭히려고 그러시는 거야. 만장일치로 통과되는 안건이 어디 있겠어? 주국공이 동의하지 않는 게 뭐가 그리 중요하다고!” 우문호가 말했다.원경릉은 웃으며 “부황께서는 적위명을 견제하기 위해 주국공을 네 편으로 만들라는 뜻이 아닐까? 어쨌든 적위명이 무서워하는 사람이 주국공인건 확실하잖아. 지금은 힘들어도 주국공을 네 편으로 만들면 앞으로가 쉬워질 거야.” 라고 말했다.우문호는 놀란 눈으로 원경릉을 보았다. “네 말은 부황께서 적위명을 꿰뚫어 봤다는 얘기야?”“부황께서는 너보다 조정에 오래 계셨고, 사람들도 많이 접하셨어. 부황께서 아무 의미 없이 너를 힘들게 하겠니? 부황께서는 네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아시고, 예측하고 계실 거야. 그러니 넌 부황의 뜻을 따라서 주국공을 설득하는 데 힘을 써 봐.”우문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걱정 마, 내일부터 진정정과 함께 그를 설득해 볼 테니까.” 라고 말했다. 원경릉은 그의 손을 잡으며 “아 그리고! 기왕비가 이번에 큰 도움을 주셨으니, 내가 기왕비에게 고마움을 표시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아냐, 마음으로만 고마움을 가지고 있으면 돼. 우리가 뭘 해주면 기왕비 쪽에서는 부담스러워 할 수도 있어. 그리고 네가 태자비가 된 이상 기왕비의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해서는 안 돼. 기왕비는 걱정 마, 수년간 그녀는 사람들을 다루는 데 익숙해졌을 테니까. 기왕비에게 갚아야 할 은혜는 나중에 기왕비와 군주에게 갚아주면 돼.” 우문호가 말했다.“그래, 그렇게 하자.”원경릉은 기왕비를 오래 보며 기왕비의 진면모를 확인했다. 그녀는 기왕비의 성격이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며 일을 실속 있게 처리하는 사람이라고 여겼다.우문호는 그녀를 안으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됐어, 이 얘기는 그만하고 애들이나 보러 가자."원경이 고개를 들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애들이 입궁한지 3일이나 지났는데 몰랐어?"
우문호는 진정정을 대신해 말했다.“그가 왕부에 남아있는 동안 눈을 똑바로 뜨고 잘 지켜봐. 그렇게 의심이 된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보고 스스로 판단해야지.”우문호의 말투는 불쾌한 기색이 가득했다. 원경릉은 그를 보며 그가 얼마나 진정정을 아끼는지 알 수 있었다. 원경릉이 군주와 며칠 동안 지내다 보니 군주가 됨됨이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그녀 같은 사람이 교활한 남편을 얻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우문호, 내가 생각이 짧았어. 앞으로는 절대 그를 의심하지 않을게.” 원경릉이 우문호에게 사과했다.우문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살며시 잡고 그녀의 얼굴을 보았다.“경릉아, 난 네 이런 모습이 참 좋아. 가끔은 바보 같고 쓸데없는 생각도 많이 해서 골치가 아프지만,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알면 바로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거 말이야. 나뿐만 아니라 하인들에게도 마찬가지잖아. 넌 마음이 여리고 착해.”“내가 언제 바보 같고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고 그래? 그리고 칭찬을 하려면 칭찬만 해! 왜 애매하게 나를 깎아내리는 거야?” 원경릉이 웃으며 말했다.“상과 벌을 분명하게 줘야지. 잘한 건 칭찬을 해야 마땅하고 잘못한 건 꾸짖어야 다음에 안 그러지.”“너나 잘해! 너는 이 왕부에서 존재감이 손톱만큼도 없거든? 삼둥이들이 입궁한 것도 모르고! 아빠로서 부끄럽지도 않아?”“그나저나 삼둥이들은 왜 입궁을 한 거야? 찰떡이는 열까지 난다면서…… 게다가 3일이나 지났는데 왜 아직도 오지 않은 거야?”“열이 난다고 해도 소용없었어. 태후께서 입궁시키라고 닦달을 하셔서…… 우리 보고 애들을 잘 못 본다며 자신이 직접 돌보시겠대.” 원경릉이 한숨을 쉬었다.“그럼 삼둥이들의 병은 괜찮아졌어?”“응, 희상궁님께서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매일 들여보고 계시거든. 괜찮아졌다는데, 하나 걱정이 있어.”“뭔데?”“모비께서 애들을 찾아갈까 두려워……”원경릉의 말을 들은 우문호는 조용히 대답했다.“이번엔 걱정 마. 조모께서 삼둥이들을 지키고 있으니 모비가
서일은 늑대 집에 머리를 넣고 있었다가 인기척에 놀라 머리를 빼고 두 사람을 올려다보았다. “태자, 태자비, 새끼 늑대들이 아무것도 먹지 않습니다. 어의라도 불러와야 하는 거 아닙니까?”우문호는 서일을 보고 웃으며 “걔들이 사람도 아닌데 어의가 무슨 소용이 있어?” 라고 물었다.그는 별일 아니겠지 하고 왔다가 세 늑대가 작은 침상에 몸을 웅크리고 누워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많이 야위었네? 늑대는 배고픈 걸 모르나?”“다 큰 늑대는 배고픔을 참을 수 있어서 한 끼를 많이 먹으면 보름 정도 버틸 수 있지만 새끼 늑대들은 그런 능력이 없어서 매일같이 고기를 먹어야 합니다.” 서일은 늑대를 키우면서 꽤나 공부를 한 모양이었다. 우문호가 그중 한 마리를 안아들었다. 늑대는 전과 달리 목화솜처럼 가벼웠고 머리가 축 늘어져있었다. “얘가 누구 늑대야?”“찰떡이. 가장 작은 늑대가 찰떡이. 만두의 늑대는 입이 뾰족하고 경단이 것은 얼굴이 둥근 모양이야. 이렇게 말하기는 이상하지만 늑대들의 성격과 외모가 다들 삼둥이들과 닮아가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우문호는 손안의 새끼 늑대를 바라보았다. 순진한 눈망울이 정말로 작은 찰떡이 같이 느껴졌다. 그는 찰떡이 늑대를 내려놓고 만두 것을 들어보았다. 교활한 눈빛에서 만두의 모습이 보였다. “고기를 갖다 줘도 먹지 않는 이유가 뭐야? 아픈가?”우문호는 늑대들의 배가 홀쭉하게 들어가 있는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그가 늑대들을 다시 눕히자 모두 축 늘어져 목도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작은 주인님들이 보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까요?” 서일이 늑대들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원경릉은 웃으며 “작은 주인님이라니, 늑대들은 삼둥이들을 주인으로 여기기보단 서일을 주인으로 생각할 텐데?”라고 말했다. “그럴 리가요. 저번에 이 늑대들이 제가 뭐라고 할 때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작은 주인님들이 울기 시작하니까 말을 듣더라고요!” 서일이 흥분해서 말했다.“정말? 삼둥이들을 빨리 데리고 와야
우문호도 원경릉의 말에 동의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서일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그들에게 말했다.“이 늑대들은 세 도련님의 것인데 왜 세 도련님 가까이에 두지 않는 겁니까? 이 늑대들은 작은 주인님의 것이지 두 분께 아니잖아요?“……”“혹시 이 새끼 늑대들과 작은 주인님들이 무슨 인연이라도 있는 게 아닐까요? 설마 이 늑대들이 나중에 사람으로 변해 도련님들과 혼인을……”서일은 말을 한 후 자신이 실수를 한 게 아닌가 입을 틀어막고 눈치를 보았다.우문호는 서일의 머리를 한 대 쥐어박았다. “잡소리 하네! 너 하라는 일은 안 하고 쓸데없는 소설만 본 거 아니야? 머리에 도대체 뭐가 들었길래 그런 이상한 생각을 하는 거야?”서일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우문호를 보았다. 그러자 세 작은 늑대가 우르르 달려들어 서일의 옷자락을 물어뜯었다. 서일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치게 됐고 그는 이내 화가 나서 늑대들을 보고 소리를 질렀다. “내가 너희들 밥도 챙겨줬는데 그 은혜는 잊은 거야!” 서일은 주먹을 휘두르며 늑대들을 겁주었다.그것도 잠시 우문호와 원경릉은 공포에 질렸다. 세 늑대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며 큰 소리를 냈다.서일은 처음 들어보는 기이한 소리에 우문호 뒤에 바짝 붙어 공포에 질린 얼굴로 늑대들을 바라보았다. 그 순간 다바오가 달려와 세 늑대를 향해 짖었다. 그러자 세 놈이 넙죽 엎드려 겁에 질린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늑대가 개를 무서워해? 이게 어찌 된 일이야?” 우문호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했다.서일이 다바오를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혹시 다바오도 늑대가 아닐까요? 이 뾰족한 귀를 보세요.” 라고 말했다.다바오는 꼬리를 흔들며 원경릉 발아래에 턱을 괴고 혀를 내밀었다. 그녀는 다바오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아니, 다바오는 늑대가 아니고 개야. 하지만 다바오가 지금은 덩치도 크고 세 늑대들을 돌보았으니 늑대들이 다바오의 말을 듣는 것 같아.” 원경릉이 말했다.“그럼 저를 왜 괴롭히는 겁니까?” 서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