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84화

Author: 나설희
“그럼 됐어요.”

심문헌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한번 물었다.

“어쩌다가 교통사고가 난 거예요? 왜 이렇게 자주 사고가 나요?”

소이연은 자주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다.

저번에 교통사고가 난 건 심문헌과 함께였다.

그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했다.

“앉아서 얘기해요.”

천우진의 목소리를 듣자 그는 기분이 언짢았다.

“둘이 같은 차에서 교통사고가 났는데 왜 당신은 상처가 적어요? 이연 씨를 보호하지 않은 거예요? 오빠 아닌가요?”

심문헌은 괜히 모든 기분을 천우진에게 풀었다.

“교통사고는 갑자기 일어났어요. 몇초도 안 돼서 아무 정신이 없었어요.”

소이연은 천우진을 변호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누구의 보호도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차에 있었다면 당신을 보호했을 거예요.”

심문헌은 강경하게 대답했다.

“우리가 교통사고가 난 적이 없는 것처럼 말하네요.”

이번엔 그녀도 심문헌보다 적게 다치지 않았다.

“그땐 당신을 사랑하기 전이잖아요.”

심문헌은 해명하며 우물쭈물 말했다.

“그때 교통사고가 우리를 맺어 준 거죠. 내가 그때부터 당신을 좋아하게...”

“그만해요.”

소이연은 그의 말을 끊었다.

“다른 사람도 있는데 이런 얘기는 하지 말죠.”

심문헌이 미간을 찌푸렸지만 소이연은 못 본 척하며 천우진을 돌아보았다.

“이번 교통사고 원인이 뭐라고 생각해요?”

천우진이 소이연을 찾아온 것도 그녀와 교통사고의 일을 얘기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심문헌이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심문헌은 메세지를 받자마자 달려왔을 것이다.

소이연에 대한 마음은 정말 대단했다.

소이연은 심문헌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피할 거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심문헌도 정치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 소이연의 앞에서 멍청한 척 하지만 사실 엄청 세심했다. 그러니 그녀의 뜻을 금방 알아차리고 일어섰다.

“괜찮아요. 그와 관련은 없어요.”

천우진의 대답에 심문헌은 의구심이 들었다.

그뿐만 아니라 소이연도 천우진이 심문헌에 대한 빠른 태도 전환에 놀랐다.

그녀가 아직 심문헌과 함께 하지도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5화

    시간 차이로 인해 소이연은 이 사건이 임아영과 관련이 없음을 확신하게 되었다.“당신의 말에 동의해요.”“아까 한 말은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이에요.”천우진의 말에 소이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천우진은 그녀에게 육현경이 반드시 임아영과 결혼할 거라 말한 것이다.그녀는 가슴은 아파왔다. 자신이 이런 날을 맞이하게 될 줄 몰랐다.“임아영이 아니면 한 사람밖에...”천우진은 다시 화제를 돌려 진지하게 말했다.“천씨 가문의 사람이죠.”심문헌은 옆에서 눈을 크게 떴다. 이 둘은 정말 자신을 집안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비밀내용을 털어놓았다. 그 모습에 심문헌은 기분이 좋아졌다. 갑자기 천우진이 좋아졌다.“이 사람이 할아버지를 해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저도 그렇게 생각해요.”소이연의 말에 천우진은 고개를 끄덕였다.“내가 그 사람에 영향을 끼친 건가요?”“할아버지의 유언이 당신과 관련되었나요?”천우진의 추측에 소이연은 가슴이 살짝 떨려왔다.그녀는 꿈에도 천씨 어르신의 유언에 자신의 이름이 등장할 거로 생각지 못했다.천씨 어르신이 자신에게, 더욱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어머니에게 빚을 진 것을 알았다. 그렇다 해도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기껏해야 돈을 좀 쥐어주거나 관심을 줄 거라 생각했다.단순히 돈을 쥐여준다면 자신을 죽이러 오지 않을 것 같았다.소이연은 지금 감정이 복잡했다.원래 그녀는 천씨 가문에 대한 감정이 옅었고 더욱 깊게 발전하기 싫었다. 지난 일들은 사람을 더욱 속박하고 힘들게 만들었다. 그녀는 마음이 이미 너무 힘들었기에 더 이상 부담감을 가지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그녀는 더 이상 제멋대로 할 수 없었다.할아버지가 병상에 누워있는 것만 생각하면... 그녀는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부담감이 그녀를 짓눌러 숨을 쉬기 어려웠다.“우리가 잘못 생각했어요.”“그 사람의 목표가 할아버지라고 생각해서 할아버지의 주위만 엄밀히 경호했는데 당신이 목표였다니.”천우진의 말은 소이연도 생각지 못한 부분이었다.그래서 이렇게 큰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6화

    천우진도 자신의 병실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심문헌은 자연스레 소이연의 방에 남아 그녀를 돌봐주었다.“심문헌 씨.”천우진이 그를 불러 세웠다.“무슨 일이죠?”“저녁은 어디서 묵으실건가요?”“병원이죠. 이연 씨가 있는 곳이 제가 있을 곳이에요. 몸이 불편한데 제가 돌봐야죠.”심문헌은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호텔로 돌아가세요.”천우진은 강경하게 말했다.“저기요, 천우진 씨...”“그렇게 해요.”“이연 씨랑 같이 못 있게 하려는 거죠?”“남녀가 엄연히 다른데 같이 밤을 보낼 수는 없죠.”심문헌은 이를 꽉 깨물었다. 천우진은 지금 그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심문헌은 병원을 떠날 생각이 없었다.“그럼 당신 병실에 가서 잘게요.”“...”“거절하지 않을 거죠?”“마음대로 해요.”심문헌의 말에 천우진은 어이가 없어 답을 뱉고 떠나 버렸다.심문헌은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꼈다.‘내가 당신을 당해내지 못할 줄 알고?’소이연은 당당한 심문헌의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는 침대에 누우며 잠을 청했다.눈을 감자 육현경의 모습이 아른거렸다......한편 중한자실에서 육현경은 이미 깨었다.그는 자신이 오랜 시간 잠을 잔 것 같았다.깨어나니 많은 것이 변했다.전신 검사를 한 후 이상이 없자 일반 VIP실로 옮겨졌다.임아영도 고비를 넘기고 깨자마자 육현경을 만나려고 했다는 소식에 그는 병실로 찾아갔다. 그들의 병실은 맞닿아 있었다. 임씨 가문이 그녀가 육현경을 벗어날 수 없음을 알고 이미 손을 쓴 것이다.임아영은 창백한 얼굴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그녀의 연약한 몸은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그녀는 들어오는 루카스를 보더니 눈시울이 붉어졌다.“루카스...”힘이 없었기에 목소리가 낮아 잘 들리지도 않았지만 그녀는 있는 힘껏 불렀다.“네.”“그래도 당신이 괜찮아서 다행이에요...”임아영은 눈물을 흘렸다.“아영아, 왜 또 울어.”임아영의 아버지는 그런 딸을 질책했다.“몸이 겨우 괜찮아졌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7화

    병실에는 임아영과 육현경 둘 뿐이었다.임아영은 손을 뻗어 육현경을 당기려 했다. 그러나 그는 침대와 거리를 두고 있었기에 당겨지지 않았다.육현경은 침을 삼키더니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었다.그 모습을 임아영은 이상하게 바라보았다.“루카스?”예전에 루카스는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다가오지는 않았으나 거절하지도 않았다.지금 그녀는 루카스가 어느 때보다 낯설었다.마치 낯선 남자가 눈앞에 있는 듯했다.그의 눈빛도 너무나 낯설었다.“루카스?”임아영은 눈물이 다시 차올랐다.산소호흡기를 낀 그녀의 심장박동이 빨라져 경고음이 울렸다.육현경은 결국 그녀에게 걸어가 손을 잡았다. 손을 잡자 그녀의 심작박동이 잦아들어 정상으로 회복했다.“루카스, 살아 있었네요. 당신을 다시 못 보게 될까 봐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당신이 없으면 저는 살아갈 수 없어요.”그녀의 진심 어린 말에도 육현경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왜 그래요?”임아영은 워낙 예민하여 그의 이상행동을 금세 알아차렸다.루카스가 자신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고, 소이연 때문에 그녀와 헤어지고 싶었어도 이렇게 냉정하게 대한 적은 없었다.그녀가 약한 모습을 보이면 그도 마음이 약해졌다.그러나 지금의 루카스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였다.그녀가 그를 살리기 위해 목숨을 잃을 뻔했는데도 그는 감동하지 않는 건가?이럴 수가 없었다.그녀는 루카스가 떠나는 것을 견딜 수 없었다.그의 손을 힘껏 잡았다. 그 힘을 느낀 육현경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내가 어떤지 궁금하지 않아요?”임아영은 먼저 입을 열었다.“어때요?”육현경은 쉰 목소리로 물었다.소리만 변한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이 낯설었다.“의사 선생님이 심장은 다치지 않았지만 출혈이 많아서 한동안 입원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몸이 완전히 회복되고 심장도 문제없으면 퇴원할 것 같아요.”“우리 결혼식에 영향을 줄 것 같아요.”육현경의 눈빛에서 기쁨을 읽은 임아영이였지만 모른 척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내가 거절했어요.”“내 몸은 내가 가장 잘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8화

    어쩌면 임아영에게 감정이 없을 수도 있다. 그녀가 목숨을 걸고 그를 구해주지 않으면 냉정하게 내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녀는 주저 없이 위험 앞에서 그를 살려주어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묶이게 된 것이다.그러나 그녀를 허락한다면 그는 자신의 인생을 전부 포기해야 할 것이다.머릿속에는 계속 소이연이 떠올랐다.마음은 누가 바늘로 찌르는 듯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그렇다. 그는 기억을 되찾은 것이다.어느 순간, 모든 기억이 되돌아왔다.그의 본명은 육현경이고 뼛속까지 소이연을 사랑하는 남자였다.깨어나니 그는 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되어 있었다.그와 심아윤은 폭탄이 설치된 보트를 탔었다. 그는 보트에 올라 소이연과 육민의 안전을 확보한 후에 반격했다.심아윤은 양심에 찔려 보디가드와 같이 죽지 않았다. 그리하여 보트에 오른 사람은 그들 둘밖에 없었다.그러나 심아윤의 죽을 결심은 너무 확고했다.그가 보트에서 떨어질 때 폭탄이 폭발하여 그 충격으로 바다에 빠져 의식을 잃었다.그가 다시 깨였을 때는 이미 낯선 병원에 누워있었고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가족들은 모두 낯선 타인으로 되었다.그제야 그는 자신이 진정한 타인이 되었음을 깨달았다.왜 그들의 아들이 된건지... 그는 알수 없었다.며칠 후 서울에서 임아영과의 결혼식에서 물어봐야 원인을 알 수 있을 것이다.“루카스.”임아영은 다시 그를 불렀다.그를 압박하고 싶지는 않았다.“평생 당신을 사랑할게요. 당신은 곧 알게 될 거예요. 당신을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나라는 걸.”“좀 쉬어요.”육현경은 그녀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그녀도 더 이상 그를 잡지 않았다.지금 루카스는 과도하게 몰아세울 필요가 없었다.그녀도 예상하지 못한 소이연의 교통사고가 그녀와 루카스를 이어주고 있었다.그녀는 루카스가 결혼을 후회할까 봐 계속 안절부절하지 못했다.자신의 자살 시도가 루카스의 마음을 얼마나 되돌릴지 몰랐다.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잘 되었다.루카스는 임아영에게 빚을 지고 있기에 그녀를 버린다면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89화

    육현경은 결국 임아영의 병실에서 나왔다.떠날 때 임아영은 잠결에도 그의 손을 놓지 않아 육현경은 큰 힘을 써서야 벗어날 수 있었다.임아영이 깨든 말든 크게 상관하지 않고 그는 몸을 돌려 떠났다.그의 걸음은 천근처럼 무거웠다.3년이란 시간이 그에게는 한 차례 꿈만 같았다. 꿈에서 깨면 일어났던 모든 일에서 그는 도망갈 수 없었다.그는 한 병실 문 앞에서 걸음을 멈춰섰고 소이연이 침대에서 일어나 휠체어에 앉는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았다.육민은 옆의 컴퓨터에 코딩을 치다가 소이연의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엄마?”“난 괜찮아, 할 거 해.”소이연은 아직 문 앞의 사람을 눈치채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육민에게 말했다.소이연은 침대에서 잠깐 눈을 붙였지만 사실 잠에 들 수가 없었다.마음속에 일들이 너무 많아 그녀는 숨조차 쉴 수 없었다. 그래서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그러나 휴식을 하면 할수록 잡념이 많았다.그래서 결국 견디지 못하고 육현경을 보러 간 것이었다.그녀는 지금 매 순간 그와 함께하고 싶었다.휠체어를 밀고 나가려던 때 그녀는 소파에 앉아 잠이 든 심문헌을 발견했다.그의 얼굴은 피로감이 가득했다.그는 정말 소이연이 마음이 약해 질만큼 그녀에게 진심으로 잘 대해줬다.그녀가 자신의 침대에서 큰 힘을 들여 이불을 가져 와 심문헌에게 덮어주었다.심문헌은 움직임을 느끼고 중얼거렸다.“이연 씨, 무서워 하지 말아요. 내가 지켜줄게요... 이연...”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이승에서 그녀가 빚을 진 사람은 아마 심문헌일 것이다.그래서 더욱 그의 진심에 답할 수 없었다.그에게 이불을 덮어 준 후 소이연은 문 앞으로 다가가려 몸을 돌린 순간 육현경을 마주쳤다.그녀는 자신이 환각을 본 거라고 생각해 한 발자국도 다가가지 못했다.둘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그때 육민이 그들의 적막을 깨뜨렸다.“루카스, 일어났어요?”육민은 흥분하여 육현경에게 달려 나갔다.그런 육민을 육현경은 바라보았다.3년의 시간이 흘러 육민은 많이 자랐다.“그래, 깼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90화

    “의사가 최대한 걷지 말라고 해서 병실로 돌아갈게. 괜찮다고 말하려고 온 거야.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육현경이 돌아서려하자 소이연이 그를 불렀다.“루카스.”그녀의 목소리에 그는 몸이 떨렸다.사실 그는 그녀가 누군지 생각이 났다. 침대에서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기에 이렇게 빨리 깰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는 지금 모든 기억이 떠올랐다는 것을 인정하기 두려웠다.“데려다줄게요.”육현경이 거절하기도 전에 그녀는 휠체어를 밀어 밖으로 나갔다.둘은 침묵을 지키며 병원 복도에서 천천히 걸었다.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아 분위기가 너무 침울했다. 둘은 육현경의 병실 문 앞에서 멈췄다.그가 뒤돌아 소이연의 창백한 얼굴과 몸의 곳곳을 뒤덮은 붕대를 쳐다보았다.그는 최선을 다해 그녀를 힘껏 안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있었다.“나한테 정확한 답을 줘요.”소이연의 직설적인 말에 육현경은 가슴이 아팠다.그는 그녀가 남을 강요하는 성격이 아님을 너무 잘 알았다. 그녀는 이 관계가 깨지면 이성적으로 물러남을 선택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임아영과의 결혼을 선택하자 소이연이 자신을 포기했다고 생각했다.그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으면 그녀는 뒤돌아 떠날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지금 이렇듯 잔인한 방식을 선택했다.육현경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그와 소이연은 너무 많은 것을 놓쳤다.그가 그녀를 사랑할 때 그녀는 도망가고, 그녀가 그를 받아들일 때 그는 “죽었다”. 그리고 소이연이 적극적일 때 그에게 또 다른 여자가 생겼다...그들은 정말 인연이 아니란 말인가?“날 좋아하는 거 맞죠?”소이연은 그가 답하기도 전에 또 물었다.그녀는 자신의 행복을 쟁취하고 싶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든 것을 참고 받아들일 수 있을 줄 알았다. 육현경과 다른 여자의 결혼은 사랑이 있어야 했다.그녀는 노력으로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의미 없는 고집과 거짓보다는 육현경을 잃는 것이 더욱 무서웠다.그래서 모든 존엄과 원칙을 던져버리고 그를 적극적으로 쟁취하려 했다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91화

    “괜찮아요.”소이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입꼬리는 올라갔지만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그래도 눈물은 결국 흘리지 않았다.“괜찮아요, 다시 생각해 봐요. 급하지 않아요.”그녀는 기다릴 수 있었다.이미 여러 해 동안 기다렸으니 조금 더 기다리는 건 일도 아니었다.그녀는 육현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누구라도 이런 상황에서 주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임아영은 결코 기다려줄 사람이 아니었다. 심아윤과 소나은보다 꾀가 많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그녀는 남자를 조정할 줄 알았다.소이연이 말을 마치고 떠나려고 할 때 육현경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소이연.”그의 말에 소이연은 가슴이 떨렸다.그 순간 그녀는 육현경의 말을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아까 그녀가 한 급하지 않다는 말은 그에게 시간을 주기보다는 자신이 도망가기 위한 것이다.그녀는 육현경이 자신을 선택할 거라는 확신이 없었다.“아마 당신을 실망하게 할 거예요.”육현경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소이연은 가슴이 찢어 질듯 아팠다.그가 그녀를 거절하고 임아영을 선택한 것이다. 사실 슬퍼할 것도 없었다. 그의 태도는 이미 명확했다.그녀도 마음의 준비를 했지만 직접 그의 말로 들으니 슬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우리 같이 맞서요. 함부로 다른 사람의 사랑에 관여해서 파괴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 당신을 사랑하니까 이런 원칙을 깨고 싶어요.”육현경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그녀에게 마음을 읽히고 싶지 않다는 듯 시선을 돌렸다.“루카스.”소이연은 적극적으로 손을 뻗었다. 그녀의 손가락과 그의 손가락이 맞닺자 그녀는 그의 떨림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분명 자신의 강렬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다.그녀는 그의 손을 꽉 잡았다. 익숙한 촉감에 그녀는 가슴이 아려왔다.“우리 같이 맞서요, 네? 나를 이렇게 버리지 말아요.”소이연은 글썽한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육현경은 마주할 수가 없었다.계속하다간 그도 마음이 무너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892화

    소이연은 본능적으로 육현경의 손을 꽉 잡았다.그가 자신을 떠나 임아영에게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육현경도 소이연의 행동을 알아채고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그는 소이연을 밀어낼 수 없었다.“루카스, 우리는 결혼할 사이예요.”임아영은 낮게 말했다.그녀는 담담하게 사실을 말해주었다.“나한테 와 줄 수 있어요?”묻는 임아영의 눈에는 기대로 가득했다.육현경은 가고 싶지 않았다. 계속 소이연의 곁에 머무르고 싶었다.그는 한평생 그녀만 사랑했다.기억을 잃기 전이나 그 후, 기억을 회복할 때도 그는 소이연만 사랑했다.임아영에게는 강한 책임감 때문에 함께 있는 것이다.육현경은 소이연을 밀어낼 생각도 없어 보였다. 그들의 손은 여전히 마주 잡았다. 임아영은 육현경이 다가오지 않는 모습을 보고 살짝 미소를 지었다.그 웃음은 단순했고 무력감도 포함했다.그녀는 천천히 육현경에게 걸어갔다.“괜찮아요, 당신이 오지 않으면 내가 가면 되죠.”그녀는 육현경의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소이연과 맞잡은 손을 천천히 밀어냈다.그러나 소이연은 고집스레 손을 더욱 꽉 잡아 아무리 밀어내도 떨어지지 않았다.임아영은 현재 몸 상태가 좋지 않아 힘도 없었기에 포기했다.“이연 언니, 나랑 루카스는 이미 약혼했어요.”“그건 당신이 강요한 거죠.”소이연은 흔들림없이 임아영의 눈을 바라보았다.“이연 언니, 아니예요...”“현경 씨가 누굴 좋아하는지 잘 알잖아요. 임아영 씨, 감정은 요구한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강요한다고 행복하지도 않고요.”“행복은 우리의 일이에요. 이연 언니가 가르칠 필요가 없어요. 지금 내 약혼자랑 손을 잡고 있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나요?”임아영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말했다.“약혼자?”“당신의 약혼자가 되기 전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어요?”“알 필요가 없어요. 나에게 그는 그일 뿐이에요. 그리고 그도 나랑 평생을 함께할 거예요.”소이연의 말에 임아영이 강하게 맞받아쳤다.“내가 그를 데려간다면?”“그럴 수 없어요.”임아영은 손을

Latest chapter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1화

    만약 하지수가 송승우의 교통사고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제가 그런 하지수를 제대로 바라볼 수나 있을지 송문수는 지금 모든 게 미지수였다.송승우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그를 정말 친오빠처럼 생각했던 하지수는 역시나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 채 당황스러워하며 물었다.“서울 가장 좋은 병원에 입원해 있대.”“나 서울 가야겠어.”“그래요 여보.”마침내 정신을 차린 허영지가 입을 열자 송기명도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나섰다.“갈 거면 다 같이 가야죠. 오늘 파티는 일다 취소하죠.”부모님이 고개를 끄덕이자 송문수는 침착하게 말을 이었다.“내가 파티장 취소할 테니까 지수 너는 서울 가는 티켓이랑 차량 좀 준비해줘.”“알겠어.”이미 혼이 반쯤 나간 부모님을 모시려면 본인이라도 정신을 차려야 했기에 하지수는 바로 기사에게 연락하며 공항까지 데려다줄 것을 부탁했다.그리고는 한 시간 뒤에 출발인 항공편까지 끊어놓았다.공항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송문수는 서둘러 파티를 취소하고 있었는데 직원을 시켜 손님들께 나중에 아버지와 직접 찾아뵙고 취소이유를 말씀드리고 사과까지 드린다는 말도 전하게 했다.공항에 도착한 뒤에도 비행기에 오르기 전까지 송문수는 여러 가지 일을 지시하느라 바삐 돌아치고 있었는데 그의 모습은 어느 때보다 침착하고 차분했다.하지만 다들 송승우를 걱정하고 있어서 확 달라진 송문수에게 주의를 주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1시간이 넘는 비행을 마치고 서울공항에 내린 송씨 일가는 바로 대기 중이던 차를 타고 서울 대학병원으로 향했다.병원에 도착하자 이미 나와 있던 송승우의 동료가 그들을 맞아주었다.“아주머니, 아저씨 오셨어요? 저는 승우 형 직장 동료 이찬혁이라고 합니다. 형은 안에서 수술 중이에요.”“우리 아들 많이 심한가요 지금?”안으로 들어가면서도 걱정을 멈출 수 없었던 송기명이 이찬혁을 붙잡고 묻자 그는 최대한 말을 아꼈다.“저도 좀 전에 연락받고 온 거라 상태가 어떤지는 정확히 몰라요. 형이 실려 올 때는 의식이 있었다고 하니까 아마도...”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60화

    문자를 본 허영지의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지자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기자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사모님, 무슨 일이라도 난 겁니까? 왜 그러십니까?”특종을 잡은 것마냥 달려드는 기자들에 송씨 일가 사람들도 다 같이 허영지를 주목했다.안색이 눈에 띄게 창백해진 그를 보며 송기명이 물었다.“여보, 왜 그래요?”아내가 아무 말도 못 하고 눈시울만 붉히고 있자 조급해 난 송기명이 다시 한번 물었다.“무슨 일인데 그래요?”“엄마, 무슨 일 있어요?”남편에 이어 아들까지 긴장한 채로 물어왔지만 허영지는 아무 말도 못하고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리기 시작했다.그에 미간을 찌푸린 송문수는 아직 켜져 있는 엄마의 핸드폰을 가져와 문자를 확인했는데 그 역시 문자를 보자마자 표정을 굳혔다.“송 대표님, 무슨 일입니까? 핸드폰으로 뭘 봤길래 사모님이 저러시는 겁니까?”기자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그는 바로 허영지의 핸드폰을 들고 기자회견장을 벗어났다.“대표님, 어디 가시는 겁니까! 무슨 일인지 한 말씀 해주세요!”하지만 그런 무시에도 굴하지 않는 기자들이 송문수를 따라가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경호원들이 몸을 던져 그들을 막기 시작했다.송문수의 표정으로부터 심상치 않은 일임을 알아챈 하지수도 입술을 말아 물더니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녀가 복도로 나오자 송문수는 이미 통화 중이었는데 통화가 거듭될수록 그의 표정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송문수의 표정이 저 정도로 굳어있다는 건 무언가 큰일이 났다는 뜻이었다.회사가 위기에 처했을 때도 본 적 없던 표정이라 하지수는 자연스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음주운전으로 잡혀갈 때도 침착하기만 하던 사람이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저러는지 하지수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한참 동안 통화를 하다 전화를 끊은 송문수는 입술을 말아 문 채 저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하지수에게로 다가갔다.밖으로 나온 허영지와 송기명도 그저 장난 전화이길 바라며 송문수를 쳐다보고 있었는데 그는 가족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힘겹게 말을 이었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9화

    “오해 아닙니다, 전에는 저 그런 사람이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변하시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송 회장님의 입원 때문입니까?”“제 우상이시던 아버지가 쓰러지신 것도 하나의 이유죠. 제 눈에 아버지는 늘 이 집안을 지키는 영웅이셨고 절대 늙지도 않을 것 같던 분이셨는데 갑자기 아프다고 하시니까 그때 이 집안을 책임질 사람은 저뿐이더라고요.”이젠 다 커서 자신의 고초도 이해해주는 어엿한 아들을 보며 송기명은 아주 감동스러워했다.“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제 아내인 하지수 씨입니다.”송문수가 하지수를 바라보자 모든 카메라도 그녀에게 집중되었다.갑작스러운 이목에 놀랄 새도 없이 송문수는 말을 이어나갔다.“제 아내가 저를 많이 도와줬어요. 회사를 지키기 위해 같이 밤을 새우면서도 불평불만 한마디 없었던 사람입니다. 성격 안 좋은 저를 보듬어주고 격려해주면서 제가 일에 집중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줬어요. 그래서 저는 제 아내한테도 이 자리를 빌려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저를 언급하며 고맙다고 하는 송문수에 하지수의 심장은 아주 빠르게 뛰고 있었다.“소문에 의하면 두 분 사이가 좋지 않아서 이혼까지 생각하고 있다고 하던데, 진짭니까?”“당연히 사실이 아닙니다.”“저희 사이좋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철이 없어서 아내한테 상처 주는 일도 많이 해서 사이가 위태로웠겠지만 앞으로는 그럴 일 없을 겁니다.”“지금 혹시 사모님한테 고백하시는 겁니까?”기자의 능청스러운 질문에 반박하기는커녕 오히려 얼굴을 붉히는 송문수를 보며 다들 제 눈을 의심했다.파파라치한테 찍힐 때도 이미지 따위는 신경도 안 쓰고 욕설을 퍼부으며 주먹까지 휘두르던 사람이 언제 이렇게 쑥스러움이 많아졌나 싶어 다들 당황해하고 있는데 하지수는 그의 모습을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얼마나 큰 감동을 받았으면 그간의 이상하던 태도와 관계를 피했던 이유도 더 이상은 따지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송승우 씨는 왜 오지 않으신 겁니까, 오늘은 불참하시나요?”“두 분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8화

    화장을 마치고 머메이드 드레스로 갈아입은 하지수는 불빛 아래에서 더 반짝이는 드레스를 보며 아무래도 자신이 허영지를 가리는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에 다시 한번 송문수를 불러보았다.“문수 씨, 이게 진짜 괜찮다고?”정말 아닌 것 같아서 한 질문이었지만 송문수는 역시나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 이거 네 거 맞다니까.”“진짜 어머님이 준비하신 거 맞지?”“너 나 안 믿을 거야?”송문수가 목소리를 깔며 말하자 하지수도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입을게.”정말 허영지의 뜻이라면 하지수도 걱정할 게 없었다.사실 평소 하지수에게 검소하다는 말을 자주 하던 허영지였기에 그녀가 이런 드레스를 준비했다 해도 이상할 건 전혀 없었다.이번 기회에 저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시어머니의 마음인가보다 하며 하지수는 나갈 준비를 마쳤다.“가자 이제.”“엄마가 인터뷰 있다고 빨리 오래. 사진도 찍어야 한대.”“그래.”차에 탄 뒤에도 송문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다리를 덜덜 떨며 자꾸만 핸드폰을 확인했다.평소와는 다른 모습에 하지수가 그를 부르자 송문수는 화들짝 놀라며 대꾸했다.“문수 씨.”“어?”“더워?”에어컨을 틀어 시원한 차 안에서도 땀을 흘리는 게 이상해서 한 질문인데 송문수는 연신 고개를 저으며 강하게 부정했다.“아니.”“땀 나는데?”“그래?”제 이마에 묻은 땀을 훔치던 송문수가 또 말을 바꾸자 하지수는 그를 수상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좀 더운 것 같기도 해.”“오늘 왜 이래? 당신 좀 이상한 것 같아.”“아무것도 아니야.”송문수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어깨를 으쓱해 보였지만 그렇다고 쉽게 넘어갈 하지수가 아니었다.“어디 아파?”“그럴 리가, 나 소처럼 건강한 남자야, 병도 잘 안 걸린다고.”“...”누가 봐도 오바하는 것 같았지만 사정이 있겠지 싶어 하지수도 더는 묻지 않았다.그들이 호텔에 도착했을 때도 이른 시간이었지만 매체들에서는 더 빨리 와 있었기에 기자들과 송기명, 허영지 모두 그들 부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7화

    아침 일찍 디자이너를 불러 단장을 마친 송기명과 허영지는 나이 들면 가만히 잊지 못한다는 말이 맞다는 걸 증명하기라도 하듯 이른 시간부터 호텔로 향했다.그리고는 아들이 아닌 며느리에게 전화를 걸었다.어차피 송문수는 전화를 잘 받지 않으니 그들은 무슨 일이 생기면 하지수에게 연락을 하는 것이 이미 습관처럼 몸에 배 있었다.좀 전에 일어나서 스타일링을 받고 있던 하지수는 시부모님에게서 걸려온 전화에 다급히 통화버튼을 눌렀다.“네, 저희 일어났어요. 문수 씨는 씻고 있고 저는 화장하고 있어요.”“네, 먼저가 계시면 저희도 금방 갈게요. 8시 전엔 도착할 거에요.”통화를 마친 하지수는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을 보며 너무 과한 게 아닌가 싶었다.본인이 주인공도 아닌데 화장이 너무 화려한 것 같았다.게다가 원래는 송문수와 커플룩으로 어머니께서 맞춰주신 복고풍 드레스를 입기로 했으니 어찌저찌 의상을 수정하다 보니 오늘 입어야 할 건 민소매인 머메이드 드레스가 되어버렸다.예쁘긴 예쁘지만 꾸민 티가 너무 많이 나서 고민됐던 하지수는 송문수를 불렀다.“문수 씨, 나 진짜 이거 입어? 이거 어머니가 골라주신 것도 아닌데...”오늘 아침은 하지수보다도 더 빨리 일어난 송문수는 아까부터 소파에 앉아있었다.그가 이렇게 일찍 일어나는 건 정말 흔치 않은 일이라 알람 소리에 눈을 뜬 하지수는 제 옆에 없는 송문수를 보자마자 깜짝 놀랐었다.출근할 때도 알람이 몇 번이나 울려서야 화를 내며 일어내던 사람이 오늘은 웬일인가 싶기는 했지만 아버지의 60세 생일파티라 신경을 쓰는 건가 싶어 하지수도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았었다.“뭐라고?”그런데 제가 한참 불러서야 모습을 드러낸 송문수가 혼이 반쯤 나간 사람처럼 덜덜 떨고 있자 하지수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당신 오늘 뭐 발언이라도 할 거야?”“아니, 왜?”“그런데 왜 이렇게 긴장해?”“내, 내가? 아, 아니야! 그럴 리가!”“아직 잠이 덜 깨서 그래!”송문수는 말까지 더듬으며 손사래를 쳤고 하지수는 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6화

    아내밖에 모르는 바보들이 괜히 사람을 붙였다가 제 프러포즈를 망칠까 봐 겁났던 송문수는 결국 자신이 소이연, 예수진과 함께 꾸미는 일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그러자 친구들의 놀림은 당연했고 육현경과 계지원은 임신한 사람을 부려먹는다고 구박까지 했지만 프로젝트가 이미 막바지에 돌입했기에 송문수는 온갖 좋은 말은 다 갖다 붙이면서 도와달라고 읍소를 했다.그렇게 가장 성가신 친구들한테까지 알리고 나니 모든 준비가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다.기다리고 기다리던 송기명의 생일파티 당일이 되자 세상은 아주 시끄러워졌는데 실시간 검색어에 오를 정도는 아니었지만 계속 기사를 내대는 기자들 때문에 언론도 시끌벅적했다.그런데 기사의 대부분은 송기명이 아니라 송문수에 대한 것이었다.그에게 송승우라는 훌륭한 형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던 사람들은 송 씨 그룹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망나니 같은 송문수라는 기사에 다들 놀라고 있었다.그러면서 그에 대한 찬양기사가 일파만파 퍼져나가자 송승우도 그걸 보게 되었다.아버지의 생일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야근을 몰아 한 덕에 오늘 시간을 뺄 수 있어 기분이 좋았던 송승우는 송문수를 추앙하는 기사들이 늘어나자 점점 언짢아졌다.몇 년 전만 해도 송문수는 저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망나니였는데 이제는 제가 그의 배경이 되어버린 것 같아서, 사람들이 제가 아닌 송문수에게 관심을 쏟는 것 같아서 기분이 더러웠다.운전을 하면서도 방송을 듣고 있던 송승우는 생일파티의 주인공인 송기명보다 송문수에 대한 말이 더 많이 나오자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도 미간을 펴지 못했다.지금 시간은 6시지만 비행기는 7시 출발이라 호텔에 도착하면 10시는 넘을 것 같아 송승우는 부모님께 먼저 연락을 드려 양해를 구했다.송승우에게 너그러웠던 부모님은 역시나 안 좋은 소리 한마디도 없이 오히려 서두르지 말라며 그를 걱정해주었다.어릴 때부터 받아왔던 편애였지만 오늘의 송승우는 왠지 그게 저에 대한 방치 같았다.이젠 부모님에게도 송문수라는 대단한 아들이 하나 더 생겼으니 저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5화

    [지금 가장 중요한 건 지수 씨의 의심을 풀어주는 거예요.]허를 찌르는 소이연의 말에 송문수는 조심스레 하지수를 바라보았다.하지수도 송문수에게 모든 신경을 쏟고 있었던 터라 제게 보내지는 시선을 느끼자마자 고개를 들어버려 둘은 의도치 않게 눈을 마주치게 되었다.하지만 찔리는 게 있었던 송문수가 먼저 눈을 피하자 하지수는 입술을 말아 물며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송문수 역시 잘못한 것도 없는 제가 왜 하지수를 피하는지 몰랐지만 몸이 먼저 한 반응이라 어쩔 수 없었다.[그건 저도 모르겠어요.][아니면 오전에 어디 갔었다고 대충 둘러대기라도 해봐.][안돼요, 그럼 더 수상하잖아요. 우리가 방금 지수 씨 달래주자마자 문수 씨가 해명하면 지수 씨도 우리가 알려줬다는 거 눈치챌 거에요. 지수 씨가 우릴 탓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이 방법은 별로 인 것 같아요.][그럼 어떡해요?]예수진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소이연이 말했다.[그냥 이대로 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 ?][? ? ?][서프라이즈는 원래 이런 거에요. 실망을 하면 할수록 감동이 큰 법이죠. 어차피 다음 주가 디데이인데 며칠만 더 버티다가 프러포즈 잘하면 되죠.]하지만 그녀의 말에도 왠지 불안했던 송문수가 물었다.[그게 서프라이즈가 될까요? 괜히 놀래키는 거면 어떡해요? 그리고 지수가 나 안 받아줄 수도 있는데...][너 진짜 바보냐? 아니다, 너한테는 바보라는 말도 아까워. 진짜 지수 마음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거야?][걱정 마요, 절대 거절은 안 할 거예요.]예수진의 핀잔과 소이연의 확신에 찬 대답을 들은 송문수는 그들을 믿으며 대화방을 나왔다.[알겠어요 그럼.]여자들과의 대화를 마치자 남자들의 단톡방에서 또 송문수를 찾아댔다.[문수야, 지수 씨는 요즘 괜찮아?][뭐가?][이연이랑 수진 씨 요즘 지수 씨 자주 불러내진 않아?][아니? 왜 그러는데.][수진이랑 이연 씨 요즘 이상한 것 같아서, 둘이 뭘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어봐도 대답도 잘 안 하고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4화

    한편 여자들의 단톡방에서는 소이연이 한창 하지수를 위로해주고 있었다.[지수 씨가 너무 예민한 거 아니에요? 나랑 수진 씨는 문수 씨 요즘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많이 변하긴 했죠, 그래서 나도 망나니가 드디어 정신을 차렸나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사람은 쉽게 안 바뀌는 것 같아요. 뭐 기대를 한 내 잘못이죠, 기대를 안 하면 실망도 안 할 텐데.][전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지수 씨한테 진짜 진심인 것 같아요. 그리고 만약 밖에 다른 여자를 뒀다면 문수 씨 성격에 그렇게 숨길까요?]그 말에 하지수도 공감한 건지 잠시 벙쪄있었다.그 시각 예수진은 혹여 자신이 끼어들었다가 일을 망칠까 봐 그냥 숨죽이고 둘의 대화를 지켜보고만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봐도 송문수의 비밀을 지켜주는 동시에 하지수를 의심을 해소시킬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던 예수진은 그 어려운 걸 단번에 해내는 소이연에 혀를 내두르고 있었다.[송문수 씨 성격에 왜 굳이 지수 씨를 속이겠어요? 결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어도 그런 적은 없었잖아요.]전에 그렇게 많은 여자들을 만날 때도 전혀 숨기지 않던 사람이긴 했으니 하지수는 점점 소이연의 말에 설득되고 있었다.[그러니까 자꾸 이상한 생각하지 말아요. 정말 그냥 바쁜 일이 있는데 지수 씨한테 말하기 힘든 일일 수도 있죠. 부부라면 서로를 좀 더 믿어야 하는 거예요. 서로에게 시간을 더 줘야 감정도 더 깊어지는 거죠. 같이 산다는 게 원래 두 사람이 맞춰가는 과정이잖아요?]아까는 화가 나서 눈물이 계속 나왔는데 소이연의 말을 듣고 나니 하지수는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정말 소이연이 없었다면 진작에 우울증에 걸려버렸을 것 같았다.[그래 지수야, 좋은 쪽으로 생각해. 나도 전엔 송문수 좋게 안 봤는데 요즘엔 정말 달라진 것 같더라니까. 그러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알겠어, 언니도 고마워요!]고민이 해결되자 셋은 이내 다른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상황이 해결된 것 같자 예수진은 다른 단톡방으로 넘어가 송문수에

  • 맙소사! 보스의 아들을 줍다니   제1453화

    예수진의 문자를 본 소이연은 바로 그녀에게 따로 문자를 보냈다.[진정하고 일단 지수 씨가 뭐라고 하는지부터 봐요.][문수 씨가 꼭 서프라이즈 하고 싶다고 했잖아요, 우리도 도와야죠.][알겠어요, 조심할게요.][수진이 너도 알고 있었어?][내가 뭘 알겠어, 난 아무것도 모르지]갑자기 달라진 예수진의 태도에 하지수는 바로 되물었다.[그럼 아까 한 말은 무슨 뜻인데?][그냥 송문수가 갑자기 딴사람이 된 것 같단 소리지, 전엔 망나니 같던 놈이 이젠 일도 잘하잖아. 지원 씨가 문수 칭찬을 얼마나 많이 하는데. 그러면서 하도경한테 분발하라고 맨날 뭐라 한다니까.]장문의 문자를 보내 아까의 실수를 만회한 예수진 덕분에 하지수도 더 이상 그녀의 말을 의심하지는 않았다.물론 말 자체는 의심스러웠지만 하지수는 오랜 친구인 예수진이 자신을 속일 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일이 아니라 사생활 말이야.][사생활도 많이 정리된 거 아니었어? 둘이 잘 지냈잖아.][내 착각일 수도 있지 뭐.][그건 또 무슨 말이야?]예수진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하지수가 이내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이연 언니가 귀국한 날 나 사실 문수 씨랑 관계 할 뻔했거든, 그런데 그날 하필 생리가 터진 거야.][그래서?][못하긴 했는데 그것 때문에 문수 씨가 엄청 아쉬워했었어. 하도 하고 싶어서 안달 난 사람처럼 굴어서 시한폭탄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다니까.][그렇게까지 자세히 말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튼 계속해봐.][그런데 지금은 생리 끝난 지 며칠이나 됐는데 아무 말도 없는 거 있지? 내가 몇 번이나 슬쩍 말했는데 내 몸엔 손도 안 대더라.]이번에는 예수진이 답장하기도 전에 소이연이 먼저 문자를 보냈다.[혹시 문수 씨가 요즘 너무 바빠서 그런 건 아닐까요? 남자들은 상황에 따라 몸 상태도 다르잖아요. 너무 힘들면 못 할 수도 있죠.][나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죠, 요즘 일찍 나가고 늦게 들어오니까. 그런데 내가 오늘 문수 씨 보려고 회사 왔거든요? 회사에 있다던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