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능력으로는 부족하지만 현경 씨가 도와준다면 희망은 있어요.”하지수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이연이 입술을 오므렸다.“지수 씨는 이 사건의 배후가 누구라고 생각해요?”하지수가 잠깐 침묵했다.“지수 씨는 짐작했을 거예요. 저와 그 여자 사이에서 육현경이 누굴 도울 것 같아요?”“남녀 간의 일은 저는 잘 몰라요.”하지수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하지만 현경 씨가 문수를 통해 저한테 사건을 맡긴 걸 보면 틀림없이 이연 씨를 더 신경 쓰고 있다고 생각해요.”“이익은 사랑 앞에서 한 푼의 가치도 없어요.”하지수는 갑자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녀는 소이연과 많이 접촉한 적 없었다. 이번을 제외하고 지난번에 예수진과 같이 밥을 먹을 때 만났었다.그때는 예수진을 따라 술을 마시러 갔지만 소이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지금의 소이연은 좀 다른 시선으로 보게 되었다.“그래도 시도는 해 봐야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요? 그러다 상황을 전환할 기회가 올지도 몰라요. 송문수와 육현경의 관계가 없더라도 이연 씨는 예수진의 친구이기 때문에 저도 전력으로 도와주고 싶어요.”하지수가 한마디 덧붙였다.“강세에 미리 겁먹지 마세요.”소이연은 조금 감동했다.하지수는 변호사라 그런지 사람에게 주는 인상이 차가웠다. 말할 때 표정도 빈틈이 없고 정서도 밖으로 드러내지 않지만 왠지 사람에게 안정감을 주는 매력이 있다.두 여자는 우연히 만났지만 하지수의 능력과 똑똑한 머리로 지금 누구를 상대하고 있는지 모를 리가 없다.하지만 서로 선정하지는 않았다.하지수는 계속해서 엄숙하게 사건을 주제로 토론했다.“세무 신고서에 대해 더 얘기하죠. 전부 이연 씨의 친필 서명인데 아무리 경각심이 없어도 재무 쪽으로 소홀할 리가 없다고 생각되거든요.”“이 신고서는 모두 프로그램으로 서명한 거예요. 프로그램의 일부 서류들을 비서한테 맡겨서 처리했어요. 최근엔 입찰 작업을 하느라 바빴거든요.” “그럼 이연 씨의 비서가 문제가 있다는 말이군요.”하지수가 결론
하지수가 구치소에서 나와서 그녀를 기다리는 송문수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은 다시 승용차에 올라탔다.송문수가 운전대를 잡으며 물었다.“이연 씨의 상태는 어때?”“냉정하고 이성적이야. 내가 구체적인 상황을 물었는데 사건을 뒤집을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 우리가 찾아낼 수 있다면 이연 씨는 무사할 거야. 참, 현경 씨한테는 얘기했어? 이연 씨 지금 보석할 수 없어.”“통화 안 돼.”“비행기 탔나?”“아니, 할아버지가 해외에 연금했대.”하지수는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그렇게 봐도 소용없어. 육씨 가문에서 할아버지 말은 하나님의 말씀과 같아. 현경이 아무리 능력이 대단해도 할아버지한테 꼼 짝도 못 해.”“그럼 이연 씨의 사건을 해결하기 어려워.”“지원이가 현경을 찾을 방법을 알아보고 있어. 제발 성공했으면 좋겠다.”송문수는 난처했다.그때 하지수는 문득 뭔가 떠올라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걸었다.“지수.”“수진아, 지금 어디야?”“비행기 타고 돌아가려고. 이연 언니한테 큰일 나서 미칠 거 같아.”휴대폰 너머로 그녀가 초조해하는 것이 느껴졌다.“마침 너한테 할 말 있어. 나 지금 이연 씨 담당 변호사야. 방금 만나서 사건에 대해 알아봤는데...”“언니는 어때?”하지수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예수진이 격동하며 물었다.“괜찮아 보였어. 그런데 아직 보석으로 풀려날 수 없어.”“뭐? 왜 안 되는데?”“먼저 내 말 좀 들어봐.”“그래.”예수진도 자기가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깨달았다.“사건엔 빈틈이 너무 많아. 하지만 지금 우린 그걸 조사할 능력이 없어. 너희 오빠만 가능해.”“내가 오빠한테 전화했어. 지금 아마 집에 돌아갔을 거야.”“너희 오빠가 해외에 연금됐어.”“뭐?!!”하지수는 그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너 일단 돌아와서 집안 상황 좀 살펴봐. 그리고 현경 씨와 연락할 방법도 찾아보고. 사건은 내가 다 알아볼 테니까 현경 씨만 돌아오면 바로 시작하자.”“알았어. 나 지금 탑승해야 해. 장안에 도착하면 바로 육씨 저택
차에서 내리기 전, 하지수가 말했다.“내가 직접 운전해서 주차장으로 갈게.”“네 차 좀 쓰자.”송문수는 자기 말만 했다.하지수는 입술을 오므렸다.“어디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내려.”송문수가 재촉했다.하지수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멀리 떠나는 차를 지켜봤다.그녀는 차 한 대밖에 없었다. 가끔 늦게까지 야근해서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아서 자기의 차로 퇴근하고 싶었다.송문수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는 인간이다.…장안에 도착한 예수진은 오후가 되어서야 육씨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씩씩거리면서 바로 육청호의 서재로 쳐들어갔다.“예수진!”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예수진은 계지원을 보며 잔뜩 화를 냈다.“이거 놔!”“진정해. 들어가서 이연 씨 사건에 대해 말하려는 거 알아. 이렇게 쳐들어가도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친구가 아니니까 당연히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있기나 해? 없잖아. 할아버지를 건드리면 온 집안이 불행해지고 그 쪽한테 피해 갈까 봐 두렵잖아. 계지원, 이 가문의 양자로서 안전감이 없다는 건 이해해. 외할아버지에게 잘 보여서 가문에서 일정한 위치를 갖고 싶은 것도 알겠지만 이기적으로 남의 고통을 밟고 행복한 꿈을 꾸려고 하지 마.”예수진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말 한마디 할 때마다 고함을 치는 것 같았다.별장 내의 하인들은 예수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방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않았다.계지원이 미처 해명하기 전에 서재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들여보내라!”예수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싸늘하게 한마디 던졌다.“그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서재로 들어간 뒤에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서재에서 예수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외할아버지, 우리 오빠한테 어떻게 했어요?”“내 친손자한테 뭘 어떻게 하겠냐.”육청호가 코웃음을 쳤다.애송
예수진이 바른말을 할수록 육청호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예수진이 또 무엇을 말하려고 할 때였다.“너도 네 오빠 같은 대우를 받고 싶지 않으면 그 입을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육청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면 공포스러운 일이 발생했다.“이 일은 그만. 네 오빠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아라.”예수진이 다시 입을 벌리려고 할 때 집사가 나서서 달랬다.“아가씨. 그만 하세요.”예수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외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는 일은 어떻게 해도 설득할 수 없다.그녀가 화를 내며 돌아서 나갔다.소이연의 일만큼은 아무리 대단한 거물이 와도 끝까지 참견하려고 마음먹었다.예수진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계지원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봤다.생각하지 않아도 잘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수진은 억지로 눈물을 삼키려고 애썼다.계지원의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사건에는 엄청난 인맥이 숨어 있어. 할아버지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게 아니야.”계지원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계지원, 가식은 집어치워!”예수진이 싸늘하게 노려봤다.“그냥 외할아버지 개노릇이나 잘해!”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성큼성큼 떠났다.계지원은 마른침을 삼키고 한참 뒤에야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솔직히 예수진이 육청호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가 직접 들어가서 육현경 대신 담판을 지으려고 했다.육현경과 완전히 연락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장본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육청호가 계지원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왜 너도 소이연 때문에 찾아왔냐?”“네.”“넌 수진과 다르다. 수진이는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자기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한다지만 너는 눈치가 있을 거 아니냐.”“저는 단지 이 일에 대한 관점을 말하려고 왔어요. 아버지가 원하시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절대 다시 말하지 않을게요.”계지원의
”민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아버지는 알고 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에서 규정한 법에 따르면 3대 이내에 전과가 있는 사람의 자녀는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어요. 물론 지금 추세를 보면 민이가 정치계에 종사할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우리 가문이 정치 쪽으로 발전한다면 그땐 어떡하실 거예요? 심씨 가문에 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는지 아버지는 잘 아실 거예요. 지금 소이연이 민이의 친모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때 가서 들통나면요? 정치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교활한데요. 일단 누구의 먹잇감을 건드리면 능력 있는 자들이 전력으로 조사해서 민이의 앞길을 막을 거예요.”“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계지원이 잠깐 머뭇거리다 계속 말을 이었다.“현경이가 심아윤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아버지와 약속했겠지만 저는 왠지 현경이 대놓고 외면하지 않는 건 아버지의 고충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버지는 왜 그 녀석을 이해해 주지 못해요? 현경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저버리지 마세요.”서재에 침묵이 흘렀다.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계지원은 공손하게 말했다.“이젠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나가보겠어요.”“지원아.”육청호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네.”“네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육청호가 인정해 주었다.“너를 육씨에 들이지 않은 것은 너의 신분이 예민해서다. 난 육씨의 다른 사람과 내 자신에게 설명할 길이 없어.”“전 원망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저를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어요. 하물며 육씨 가문의 모든 것을 감당하는 현경이도 실력이 대단해요. 육씨 그룹을 녀석에게 맡긴 건 현명한 처사였어요.”육청호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모든 일을 결정했으니 굳이 가식적으로 숨길 필요가 없었다.그때 전화 소리가 울렸다.집사가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집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육청호에게 보고했다.“큰
두 남자는 소파에 누워 자는 예수진을 봤다.하지수가 손짓으로 소리를 내지 말라고 일깨우고는 예수진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베개를 챙겨와서 눕혔다.눕자마자 예수진은 중얼거리며 또 심아윤을 욕했다. 정말 웃음밖에 안 나왔다.예수진을 보살핀 뒤, 하지수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계지원과 송문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하지수는 두 사람이 무슨 일로 왔는지 알고 소이연의 사건 서류를 보여주었다.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오전에 제가 구치소에 가서 이연 씨와 면담하면서 정리한 내용들이에요. 중점적인 부분은 제가 이미 정리해 두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계지원은 사건 내용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하지수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현경 씨는 찾으셨어요?”“이변이 없는 한 내일 중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 여기 안에는 우리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현경 씨가 나서야 해요.”계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은 소이연의 사건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었다.그제야 예수진이 몸을 뒤척였다.그런데 한번 움직인 순간 쿵 하고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떨어졌다.한창 상의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예수진은 궁둥방아를 찧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자기가 왜 소파에서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어쩌다가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지수랑 이연 언니의 사건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었잖아?’그 순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하지수와 계지원 그리고 송문수까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아무리 털털한 예지원도 이 순간만큼은 어색했다.세 사람이 자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너무나 창피했다.문제는 누구도 그녀를 부축하러 오지 않았다.하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다가와 예수진을 부추겼다.“많이 아파? 다친 데는 없어?”“엉덩이가 좀 아파.”예수진이 투덜거렸다.“내가 문질러 줄게.
예수진이 송문수를 나쁘게 보는 건 다 본인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그러니 자기 때문에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을 원망하지 않았다.“얘기는 거의 끝났지? 배고파.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자.”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자.”계지원이 대답했다.“뭐 먹고 싶어? 내가 예약 잡을게.”송문수가 예수진에게 물었다.솔직히 그녀에게 따질 이유도 없었다. 지금까지 제멋대로인 여동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두 분이 드셔. 난 지수랑 단둘이서 먹을 거야.”예수진이 거절하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난 싫어하는 사람과 밥 못 먹어.”“예수진, 너그러움을 좀 배워.”“그쪽 말한 거 아니거든?”예수진이 한마디 던지고는 하지수를 끌고 나갔다.“가자. 나가서 밥 먹자.”송문수는 두 여자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참 뒤에야 예수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그가 고개를 돌려 계지원에게 물었다.“설마 너를 말하는 거야?”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격이 얼마나 좋은데 참 이해가 안 되는 녀석이야. 너 수진이한테 잘해줬잖아. 쟤는 왜 너를 싫어하는데?”송문수는 어리둥절했다.“반면 현경은 성깔이 지랄맞아서 맨날 땍땍거리고 수진을 가르치잖아. 그래도 맨날 오빠 오빠하고 따라다니는데 쟤 정말 배은망덕하다. 핏줄이라는 거야?”계지원이 해명하지 않자 그도 더는 묻지 않았다.아마 계지원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이튿날.소이연은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이곳 환경은 악랄하고 침대도 매우 딱딱했다.갑자기 문서인이 생각났다. 이렇게 빨리 자신이 전락할 줄은 몰랐다.어제 저녁 구치소에 들어와 마음을 진정시킨 후, 진지하게 사건을 되새겨보았다.그제야 심아윤이 혼자 벌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심아윤은 대외로 수많은 일과 사람을 통제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은하그룹 내부를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그러니 내부에 분명 공범이 있을 것이다.소나은은 비록 은하그룹을 떠났지만 은하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내부 직원들을 다
”넌 확실이 그럴 능력이 없어. 잔꾀만 한 트럭이지. 능력 있는 사람은 네 뒤에 있잖아.”소이연이 비꼬았다. 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역시 소이연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소나은. 내가 충고하는데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훗.”소나은은 더는 감추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소이연을 보러 온 목적은 그녀의 웃음거리를 보기 위해서다.그동안 많이 참아왔었다.“소이연, 강한 척하지 말고 그냥 질투한다고 말해. 내가 거물에게 빌붙은 것이 부럽고 넌 이 지경이 된 것이 억울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소나은은 적나라하게 비꼬았다.“제 주제를 모르고 아무 사람이나 건드린 자신을 탓해.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육현경이 언니를 죽기 살기로 사랑하는 거 같지? 근데 지금 봐. 언니가 구치소에 하룻밤 갇혔는데 육현경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 이익 앞에서 언니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해?”소이연은 싸늘하게 그녀가 으스대는 모습을 쳐다봤다.“내가 똑똑해서 다행이지. 언니 때문에 육현경을 꼬실 뻔했어. 지금 내가 육현경과 사귄다면 당하는 사람은 나였어. 이러고 보니 내가 언니한테 감사해야겠네.”소나은은 말할수록 흥분했다.“육현경과 사귀지 않는 건 네가 똑똑한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야.”소이연이 일침을 가했다.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벌게졌다.그때 육현경이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아서 그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없었다.“그래서 뭐? 여자라고 남자 때문에 죽고 못살아야 돼? 나는 남자한테 목매지 않아. 다 내 발판일 뿐이야. 언니처럼 멍청하지 않다고, 그러니까 번번이 남자한테 당하는 거지!”소나은은 끝까지 조소를 날렸다.소이연은 갑자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확실히 모든 재난은 남자한테서 비롯되었다.“소이연. 이 지경이 되었으니까 내가 그래도 피가 섞인 자매라서 말해주는데. 육현경 기대하지 마. 머리가 똑똑하다면 누가 언니를 노리고 있는지 짐작했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반항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좋아.”송문수가 대답했다. 그는 자동차들 사이에서 한 대를 향해 걸어갔다. 헬멧을 쓰고 차에 탑승했다. 하지수는 송문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녀의 뒤에서 하도경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 문수는 운전 실력이 뛰어나. 그의 차는 여러 번 개조된 슈퍼카라서 안전해. 게다가 그의 레이싱 친구가 장안시에서 특별히 가져온 거라 절대 사고 나지 않을 거야.”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그녀는 하도경 옆에 서 있었다. 세 팀으로 나뉜 자동차들이 심판의 신호와 함께 경주를 시작했다.온 산에 귀청이 찢어질 듯한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수는 내내 긴장했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움직임이 있으면 그녀는 놀라 죽을 것 같았다. 오히려 하도경은 매우 신나 보였다. 그는 주변의 응원단과 함께 소리쳤다. “문수 왔어!”하도경이 흥분하며 말했다.“1등으로 달리고 있어!” 하지수는 그의 자동차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을 보았다. “훨!”송문수는 그녀 앞을 스쳐 지나갔다.아직 두 바퀴가 남았다. 하지수는 마음속으로 조용히 숫자를 세었다. “문수는 레이싱에서 거의 지지 않아. 타고난 실력이 있거든.”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말했다.“사실, 문수는 네가 생각하는 것과 달라. 단순히 여자를 밝히는 사람이 아니야. 진지하게 임하는 일은 뭐든 잘 해내지.” 하지수는 하도경을 바라보았다. 하도경이 송문수에 대해 이렇게 높게 평가할 줄은 몰랐다. 송문수라는 사람의 능력을 떠나 육현경과 계지원의 비교로 보면 송문수는 그렇게 대단한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하도경은 친구로서 그를 옹호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말이 진짜야. 문수를 잘 이해하면 그가 가진 많은 면을 알게 될 거야. 그런 모습은 너를 놀라게 할 거야.”하도경은 하지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챈 듯 반복했다. 하지수는 입술을 다물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도경이 이렇게까지 이야기했으니 그녀는 하지수의 체면을 세워주지
하지수는 그들이 사치스러운 고급 클럽에 가라 생각했지만 눈을 뜨자마자 산 정상에 와 있었다. 서울 시내와는 꽤 먼 것 같았다. “여기가 어디야?”하지수는 낯선 환경을 둘러보며 물었다. 이렇게 외지고 조용한 곳이라면 송문수가 그녀를 처리할 생각인지 의심이 들었다.“클라이맥스 레이싱해 본 적 있어?”하도경이 하지수에게 답했다. “레이싱?” “몰랐지? 문수는 슈퍼 레이서야.” “...”그녀는 전혀 몰랐다. 모두가 모르는 사실일 것이다. 그저 그가 놀이를 좋아한다고만 생각했을 뿐, 레이싱이 취미일 줄은 상상도 못했다.게다가 매우 위험하다. 하지수의 표정이 확실히 변화했다. 하도경은 그런 두려움은 전혀 느끼지 못한 듯 말했다.“오늘 문수가 몇몇 레이서들을 초대했어. 곧 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을 거야. 차를 운전할 때 정말 멋져.” 하지수는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송문수가 이미 차에서 내린 것을 보았다. 그 순간 주변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하지수는 급히 차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많은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빠른 속도로 질주해 왔다. 하지수는 그 모습을 보고 어안이 벙벙해지고 두려워졌다. 차가 멈추고 많은 남녀가 내렸다.그들은 화려한 옷을 입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문신을 하고 있었다.보기에는 좋은 사람들 같지 않았다. “문수.”한 남자가 다가왔다. 드레드락과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갑자기 드리프트 하러 오다니?” 송문수는 원래 서울에서 레이싱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도 감정을 발산하고 싶어서였다. 어젯밤 송승우의 전화 때문에 조금 짜증이 나서 오늘 오후와 저녁에 친구들과 놀고 싶었다. 그는 레이싱 그룹에 메시지를 남겼고 놀랍게도 전국에서 사람들이 하루 만에 모였다. 일정도 이미 잡혔고 거절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하지수가 그의 생활권에 참여하려는 의도도 있었다. 물론 그녀가 참여들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하지수는 착한 소녀여서 어릴 적부터
하지수는 송문수와 하도경을 따라 나갔다. 차는 천씨 가문의 차량으로, 운전사는 천씨 가문 소속이었다. 하도경은 조수석에, 송문수와 하지수는 뒷좌석에 앉았다.송문수와 하도경은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사이여서,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갔다.대화의 대부분은 그들 간의 이야기였다. 하지수는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않았지만, 시끄럽다고 느끼지 않고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전화가 울렸다. 발신자를 확인하고 받았다.“승우 오빠.”하도경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송문수는 잠시 시선을 멈췄다. 하도경은 그 모습을 보고 약간의 미소를 지었다. 송문수는 금세 원래의 태도로 돌아와 하도경과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나는 문수랑 함께 있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문수랑 함께 있다고? 어디야?”송승우는 놀라며 물었다. 사실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물론 호텔 앞에는 없었지만, 하지수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그랬다.그는 오늘 송문수에게 전화를 걸어 분명히 말했다.송문수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좋지 않은 관계를 고려할 때, 송문수는 하지수에게서 멀어지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그는 하지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준비가 되었다고 믿었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하지수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그는 하지수가 어릴 때부터 강하고 독립적인 성격이었다고 생각했기에, 문제가 생기면 자발적으로 도움을 청하지 않으리라 예상했다. 그래서 하지수에게 잘 위로하고 싶어서 전화를 걸었는데, 대답은 송문수와 함께 있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완전히 다른 답이었다. “우리는 지금 서울 구경하러 나갔어요.”하지수가 말했다. “둘이 나가서 놀고 있다고?”송승우는 믿기지 않는 듯 물었다. “송문수와 하도경이 같이 가고 싶다고 해서, 나도 따라 나갔어요.” “너... 개의하지 않냐?”송승우가 물었다. “뭘 개의치는데요?”하지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내 말은, 너와 송문수 사이가 좋지 않으니까 함께 놀
“오해라고?”송문수는 무관심한 듯 말했다. “오해야.”하지수는 확신하며 말했다.“승우 오빠가 사진을 올릴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어.” “그러니까 안 올린다고 해서 그게 존재하지 않는 일이 되나? 너희 사이에 감정이 없다는 걸 의미하는 건가? ” 그건 웃기는 일이다. “아니야.”하지수는 초조하게 대답했다. 평소에 송문수가 이렇게 말 잘하는 걸 본 적이 없었다.성적도 좋지 않고 평소엔 느긋하게 지내던 그가 지금은 그녀를 말문이 막히게 만들고 있었다.“내 말은, 그저 관광객으로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그가 올리면서 상황이 애매해진 거야. 그래서 네가 오해할까 봐 걱정됐어.”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그래서 돌아온 거야.” 송문수는 그녀의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마음이 흔들렸다.하지수가 자신을 조금은 좋아하는 것 같았다.“결국 돌아와서 내가 본 건 이런 장면이라니!”하지수는 방금의 장면을 떠올리며 다시 눈가가 붉어졌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없이 있었다. 그냥 너무 힘들고 속상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모습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녀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는 걸까? 부부로서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속상한 건지, 아니면 그에게 진짜 호감이 생긴 건지 알 수 없었다.하지만 하지수는 어릴 적부터 그를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송승우가 돌아왔고 송승우가 하지수를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녀가 송승우를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다음번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해 줄 수 있어?”하지수가 그에게 물었다. 송문수는 입술을 다물고 말없이 있었다. “네가 정말로 원하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 송문수는 여전히 침묵했다. “어때?”하지수가 그를 바라보았다. 물론 나쁘지 않았다. 송문수는 사실 출소 이후로 여성과의 접촉이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간단한 대답을 그는 입 밖으로 내지 못했다. 그저 하지수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수는 죄책감 때문에 그와 함께 있
송문수는 얼굴이 갑자기 붉어졌다. 그는 하지수가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가 이런 말의 위험성을 알고 있을까?정말 자각이 없는 걸까?하지수는 송문수의 붉어진 얼굴과 귀를 바라보며 찡그렸다. 이건 착각일까? 송문수가 부끄러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많은 전투를 경험한 사람이 이런 표정을 보이다니?그녀가 잘못 본 걸까? 하지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송문수의 뺨을 만졌다. 송문수는 순간 얼어붙었다.하지수가 말했다.“정말 뜨거워.” “너 뭐 하는 거야?” 송문수는 재빨리 몸을 떼었다. 하지수는 찡그렸다. 그가 정말로 자신을 싫어하는구나. 하지만 하지수는 그들 사이에 단지 소통과 교류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감정은 천천히 쌓일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네가 얼굴이 붉어졌다고 생각해.”하지수가 말했다. “내가 붉어졌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야?”송문수는 부인했다.“이건 화가 난 거야 알겠어? 화가 나서 가슴이 두근거려서.” “뭘 그렇게 화내?”하지수가 물었다. “내 사람을 쫓아냈으니 내가 뭐로 화내지 않겠냐?” “내가 보완할 수 있어.” “하지수, 너 조금 자제할 수 없어? 누구한테 배운 거야? 이렇게 무례하게.” 송문수는 화가 나서 성질을 부렸다. “내가 내 남편한테... 그게 무례한 거야?”하지수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의 얼굴도 붉어지고 귀와 목도 빨갛게 변했다. 마치 익은 게살 같았다. 송문수의 아담한 목이 움직였다. 그 깊은 욕망이 그를 자제할 수 없게 만들었다.게다가 그녀가 방금 뭐라고 했지? 남편... 그는 시선을 아래로 돌려 하지수의 벌거벗은 몸을 보고 다시 화가 치밀었다.“아직도 안 입고 있니?” 하지수는 붉어진 입술을 깨물었다. 결국 그녀는 송문수를 흔들지 못했다.비록 그녀가 이 날을 위해 오랫동안 준비했지만 준비한 것이 많았다. “정말 성가셔.”송문수는 하지수가 오랫동안 아무 행동을 하지 않
그는 다른 여자들에게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늘 그 여자도 그냥 형식적으로 불렀을 뿐이었다. 송승우가 하지수를 도덕적으로 강요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하지수의 관계를 깔끔하게 끊고 싶어 했다. “한번 해보면 어때?”하지수는 단호하게 말했다. “해보지 않을 거야.”송문수는 단칼에 거절했다.“하지수, 너...” 송문수는 정말 화가 나버릴 지경이었다. 하지수가 몰래 연습했다는 생각만 해도 화가 치밀어올랐다. “해보지 않으면 어떻게 잘할 수 있는지 알겠어?” “필요 없어.” “송문수, 그렇게 싫어해?”하지수는 겨우 참았던 눈물이 이제는 미친 듯이 쏟아졌다.“울지 마.”송문수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하지수가 언제 이렇게 잘 울었어?크면서 울고 있는 모습을 거의 보지 못했다. 특히 결혼한 후 하지수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다. 성숙하고 침착해져서 울지도 웃지도 않았다. 송문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수가 이런 감정을 억누르고 송승우에게만 보여줬다는 것을. 하지만 지금 하지수는 아이처럼 울고 있었다. 평소의 침착함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 여자를 내보내.”하지수는 침대에 앉아 있는 여자를 가리켰다. 여자는 이 순간 두 사람의 시선에 충격을 받았다. 오늘 큰 거래를 성사했고 가격이 맨몸으로 뛰어다니게 할 만큼 좋았다. 여자는 올 때 모든 매력을 한껏 발산하려 했고, 돈이 문제인 게 아니라 진짜 남자를 보고 나니 뭔가 대박을 터뜨린 기분이었다.잘생길 뿐만 아니라 경험이 많은 여자는 직감적으로 이 남자가 큰 만족감을 줄 것 같다고 생각했다.그래서 여자는 자신의 모든 기술을 사용했지만 남자는 여자를 한 번도 보지 않고 규칙을 지키라고 했다. 둘은 같은 이불 속에 누워 있었는데 여자를 만지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여자는 혼란스러웠지만 돈을 위해서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지금 이 장면이 벌어졌다. 여자는 입을 다물고 있지 않았다.
“하지수, 너 미쳤어?”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을 강하게 바라보며 눈이 금세 충혈되었다. 그의 표정은 분노라기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컸다.하지수가 자신이 바람을 피우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여러 가지 반응을 떠올려보았다. 송문수를 때리며 분을 풀 수도 있다. 하지만 하지수의 성격을 생각했을 때, 그 가능성은 낮아 보였다. 둘째, 침대에 있는 여자를 쫓아낼 수도 있었다. 예전에 그런 적이 있었다. 셋째, 돌아서서 그냥 떠날수도 있었다.이 세 번째 가능성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상관없다면 아무 반응도 없을 것이다. 사실 하지수는 방금 떠났었다. 그런데 왜 다시 돌아온 거지?그리고 이런 이상한 행동을 하다니, 송문수는 순간적으로 혼란스러웠다. 송문수는 서둘러 하지수의 옷을 올려주며 말했다.“하지수, 너 미쳤어?” 하지수는 그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렸다.억울한 모습에 송문수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자신을 위해 울고 있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갑자기 이렇게 울어버리다니. 하지수가 버림받은 듯 처참한 마음이었다.그런데 하지수는 송승우를 좋아하는 것 아닌가?송문수는 하지수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서 있었다. “송문수, 나도 할 수 있어.”하지수는 절규하듯 말했다. “뭐?”송문수는 얼굴을 찡그리며 물었다. 지금 이 상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송문수의 눈에는 오직 하지수의 눈물만 보였고, 닦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나도 너와 함께 잘 수 있어.”하지수는 울먹이며 말했다. 슬픔에 차서 그녀는 계속 흐느꼈다. 송문수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더 울릴 것 같았다. 송문수는 갑자기 그녀가 울어버릴까 두려워졌다. 어릴 적처럼. 그는 사실 매번 하지수를 울리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수의 시선이 항상 송승우에게 향해 있었기에 그가 장난을 치지 않으면 하지수는 그를 전혀 주목하
이렇게 보니 그 여자는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방금 송문수가 침대에 누웠을 때 하지수도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설마... 하지수는 침대 쪽으로 다가갔다. 송문수는 찡그린 얼굴로 하지수의 행동을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런데 하지수가 갑자기 돌아왔으니... “아!”여자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하지수가 여자의 이불을 잡아당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분명 이 침대는 어젯밤 하지수가 덮었던 것이고 지금은 다른 여자가 그 이불을 품고 있었다. 송문수는 정말 더럽지 않은가? 정말 더럽다고 느끼지 않는가? 다른 장소로 옮길 수는 없었나?굳이 그녀가 잤던 침대에서 하겠다는 것인가?굳이 이렇게 그녀와 마주쳐야만 하는가? “뭘 하는 거야!”송문수가 하지수를 힘껏 잡아당겼다. 힘이 세서 하지수는 비틀거리며 거의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 송문수는 본능적으로 하지수를 받쳤다. 다음 순간 그는 즉시 하지수를 놓아버렸다. “나가.”송문수가 짜증을 내며 말했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송문수는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수는 송문수의 냉담한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하지수는 방금 송승우에게 송문수가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지금 이렇게 큰 타격을 받았다. 정말 아프게 맞았다. 하지수는 입술을 깨물어 하얗게 변했다. 조용한 방에서 하지수는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옷을 벗기 시작했다. 침대에 누워있던 여자는 하지수의 행동에 놀랐다. 이 여자는 그들과 함께하려는 건가?이건 너무 자극적 아닌가?아직 준비가 안 되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의 등 뒤를 바라보며 하지수가 나가길 기다리고 있었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돌아온 걸 알고 있었다. 송승우가 그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송승우는 그들 사이에 감정이 없다면 더 이상 엉켜 있지 말라고 했다. 그는 하지수가 예전의 일로 송문수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있어서 그를 위
“지수야, 너는 좋은 아이라는 걸 알아. 네가 얼마나 착한지도 알아. 하지만 네가 이렇게 집착하는 건 원하지 않아.”송승우가 좀 더 진지해졌다.“너의 방식은 너 자신을 다치는 것뿐만 아니라 문수에게도 상처를 주고 있어.” 하지수는 잠시 멈칫하며 송승우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알다시피 너와 문수의 결혼은 네가 이끌어 가고 있는 거야. 네가 이혼하지 않는 한 부모님은 너희를 이혼할 수 없어. 그런데 네가 이렇게 송문수와 얽히고 있으면 그의 감정을 생각해 본 적 있어? 그는 이혼하고 싶지만 이혼할 수 없고 놀고 싶어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돼. 지금 문수도 진퇴양난이야.” “하지만 나는 송문수가...” “그가 너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니? 그날 밤 음주 운전까지 하면서 너를 만나러 오려 했던 거?”송승우가 물었다. 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실제로 송문수가 자신을 어느 정도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왜 그런 일을 했을까? 술을 마셨는데도 쉽게 떠날 수 없었던 그는 그녀의 전화를 받고 빗속을 뚫고 오는 데 두려워하지 않았다.그때 그녀의 마음이 흔들렸다고 인정한다.송문수에게 처음으로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 후 그녀는 그가 출소하기를 기다리며 진심으로 다시 시작하고 싶어 했지만 송문수 계속 거절했다. “지수야, 너는 너무 순수해.”송승우가 말했다.“이런 일이 누구에게나 일어나면 당연히 신경 쓰게 돼. 송문수가 네 사고 이후에 너를 찾아온 건 인간적인 걱정일 뿐이고, 그의 음주 운전은 법을 무시한 행동이었을 뿐이야. 혼동하면 안 돼.” “하지만...” “지금 나는 너를 강요하지 않아. 네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할 시간을 줄게.”송승우가 하지수를 바라보며 안타까운 눈빛을 보냈다.“나는 네가 상처받는 걸 원하지 않지만 지금 보니 너는 끝까지 가봐야만 마음을 바꿀 것 같아.” 하지수는 침묵했다. 그래. 하지수는 더 노력하고 싶었다. 하지수는 송문수와의 가능성이 있다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