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리기 전, 하지수가 말했다.“내가 직접 운전해서 주차장으로 갈게.”“네 차 좀 쓰자.”송문수는 자기 말만 했다.하지수는 입술을 오므렸다.“어디 가려고? 내가 데려다줄게.”“내려.”송문수가 재촉했다.하지수는 어쩔 수 없이 이를 악물고 차에서 내렸다.그리고 멀리 떠나는 차를 지켜봤다.그녀는 차 한 대밖에 없었다. 가끔 늦게까지 야근해서 한밤중에 택시를 타고 가는 것이 안전하지 않아서 자기의 차로 퇴근하고 싶었다.송문수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생각해주지 않는 인간이다.…장안에 도착한 예수진은 오후가 되어서야 육씨 저택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씩씩거리면서 바로 육청호의 서재로 쳐들어갔다.“예수진!”그때 누군가 그녀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예수진은 계지원을 보며 잔뜩 화를 냈다.“이거 놔!”“진정해. 들어가서 이연 씨 사건에 대해 말하려는 거 알아. 이렇게 쳐들어가도 아무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친구가 아니니까 당연히 해결할 수 없다고 생각하겠지. 해결하고 싶은 마음은 있기나 해? 없잖아. 할아버지를 건드리면 온 집안이 불행해지고 그 쪽한테 피해 갈까 봐 두렵잖아. 계지원, 이 가문의 양자로서 안전감이 없다는 건 이해해. 외할아버지에게 잘 보여서 가문에서 일정한 위치를 갖고 싶은 것도 알겠지만 이기적으로 남의 고통을 밟고 행복한 꿈을 꾸려고 하지 마.”예수진의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말 한마디 할 때마다 고함을 치는 것 같았다.별장 내의 하인들은 예수진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 방에서 나올 엄두를 내지 않았다.계지원이 미처 해명하기 전에 서재에서 묵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지원아, 들여보내라!”예수진은 그의 손을 뿌리치고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싸늘하게 한마디 던졌다.“그 손으로 날 건드리지 마.”말을 마친 그녀는 서재로 들어간 뒤에 문을 세게 닫아버렸다.서재에서 예수진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외할아버지, 우리 오빠한테 어떻게 했어요?”“내 친손자한테 뭘 어떻게 하겠냐.”육청호가 코웃음을 쳤다.애송
예수진이 바른말을 할수록 육청호의 얼굴은 점점 더 일그러졌다.예수진이 또 무엇을 말하려고 할 때였다.“너도 네 오빠 같은 대우를 받고 싶지 않으면 그 입을 닥치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라.”육청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그의 표정이 심각해지면 공포스러운 일이 발생했다.“이 일은 그만. 네 오빠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쓸데없는 일에 참견하지 말아라.”예수진이 다시 입을 벌리려고 할 때 집사가 나서서 달랬다.“아가씨. 그만 하세요.”예수진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외할아버지가 허락하지 않는 일은 어떻게 해도 설득할 수 없다.그녀가 화를 내며 돌아서 나갔다.소이연의 일만큼은 아무리 대단한 거물이 와도 끝까지 참견하려고 마음먹었다.예수진은 방문을 벌컥 열었다.어느새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계지원은 아직도 그 자리에 서서 그녀가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봤다.생각하지 않아도 잘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예수진은 억지로 눈물을 삼키려고 애썼다.계지원의 앞에서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사건에는 엄청난 인맥이 숨어 있어. 할아버지가 사정을 봐주지 않는 게 아니야.”계지원은 그녀의 마음을 달래 주고 싶었다.“계지원, 가식은 집어치워!”예수진이 싸늘하게 노려봤다.“그냥 외할아버지 개노릇이나 잘해!”그렇게 한마디를 던지고 성큼성큼 떠났다.계지원은 마른침을 삼키고 한참 뒤에야 서재의 문을 두드렸다.솔직히 예수진이 육청호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그가 직접 들어가서 육현경 대신 담판을 지으려고 했다.육현경과 완전히 연락이 끊겨서 어쩔 수 없이 장본인을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육청호가 계지원을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다.“왜 너도 소이연 때문에 찾아왔냐?”“네.”“넌 수진과 다르다. 수진이는 나이가 어리고 철이 없어서 자기 기분에 따라 충동적으로 행동한다지만 너는 눈치가 있을 거 아니냐.”“저는 단지 이 일에 대한 관점을 말하려고 왔어요. 아버지가 원하시면 받아들이고 싫으면 절대 다시 말하지 않을게요.”계지원의
”민이가 누구의 아이인지 아버지는 알고 있어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나라에서 규정한 법에 따르면 3대 이내에 전과가 있는 사람의 자녀는 정치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어요. 물론 지금 추세를 보면 민이가 정치계에 종사할 가능성은 없지만 만일 우리 가문이 정치 쪽으로 발전한다면 그땐 어떡하실 거예요? 심씨 가문에 왜 정치를 하는 사람이 있는지 아버지는 잘 아실 거예요. 지금 소이연이 민이의 친모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그때 가서 들통나면요? 정치계의 사람들이 얼마나 교활한데요. 일단 누구의 먹잇감을 건드리면 능력 있는 자들이 전력으로 조사해서 민이의 앞길을 막을 거예요.”“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계지원이 잠깐 머뭇거리다 계속 말을 이었다.“현경이가 심아윤과 결혼할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때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아버지와 약속했겠지만 저는 왠지 현경이 대놓고 외면하지 않는 건 아버지의 고충을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아버지는 왜 그 녀석을 이해해 주지 못해요? 현경이 아버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저버리지 마세요.”서재에 침묵이 흘렀다.한참을 기다려도 대답이 없자 계지원은 공손하게 말했다.“이젠 방해하지 않을게요. 먼저 나가보겠어요.”“지원아.”육청호가 갑자기 그를 불러 세웠다.“네.”“네 능력은 부족하지 않다.”육청호가 인정해 주었다.“너를 육씨에 들이지 않은 것은 너의 신분이 예민해서다. 난 육씨의 다른 사람과 내 자신에게 설명할 길이 없어.”“전 원망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가 저를 데려오지 않았더라면 진작에 길거리에서 굶어 죽었어요. 하물며 육씨 가문의 모든 것을 감당하는 현경이도 실력이 대단해요. 육씨 그룹을 녀석에게 맡긴 건 현명한 처사였어요.”육청호가 그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모든 일을 결정했으니 굳이 가식적으로 숨길 필요가 없었다.그때 전화 소리가 울렸다.집사가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그런데 집사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더니 휴대폰을 내려놓고 육청호에게 보고했다.“큰
두 남자는 소파에 누워 자는 예수진을 봤다.하지수가 손짓으로 소리를 내지 말라고 일깨우고는 예수진에게 담요를 덮어주고 베개를 챙겨와서 눕혔다.눕자마자 예수진은 중얼거리며 또 심아윤을 욕했다. 정말 웃음밖에 안 나왔다.예수진을 보살핀 뒤, 하지수는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계지원과 송문수는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하지수는 두 사람이 무슨 일로 왔는지 알고 소이연의 사건 서류를 보여주었다.그리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오늘 오전에 제가 구치소에 가서 이연 씨와 면담하면서 정리한 내용들이에요. 중점적인 부분은 제가 이미 정리해 두었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서류를 앞으로 내밀었다.계지원은 사건 내용을 진지하게 들여다보았다.하지수가 문득 이렇게 물었다. “현경 씨는 찾으셨어요?”“이변이 없는 한 내일 중으로 돌아올 거예요.”“그럼 다행이네요. 여기 안에는 우리 능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들이 많아요. 그래서 현경 씨가 나서야 해요.”계지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세 사람은 소이연의 사건을 진지하게 분석하고 있었다.어느덧 날이 어두워지고 밤이 되었다.그제야 예수진이 몸을 뒤척였다.그런데 한번 움직인 순간 쿵 하고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떨어졌다.한창 상의하던 세 사람이 동시에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예수진은 궁둥방아를 찧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자기가 왜 소파에서 잠들었는지 알 수 없었다.어쩌다가 잠들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지수랑 이연 언니의 사건에 관해서 얘기하고 있었잖아?’그 순간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다.하지수와 계지원 그리고 송문수까지 자신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아무리 털털한 예지원도 이 순간만큼은 어색했다.세 사람이 자기가 바닥에 떨어지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고 있으니 너무나 창피했다.문제는 누구도 그녀를 부축하러 오지 않았다.하지수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다급하게 다가와 예수진을 부추겼다.“많이 아파? 다친 데는 없어?”“엉덩이가 좀 아파.”예수진이 투덜거렸다.“내가 문질러 줄게.
예수진이 송문수를 나쁘게 보는 건 다 본인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그러니 자기 때문에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을 원망하지 않았다.“얘기는 거의 끝났지? 배고파.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자.”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자.”계지원이 대답했다.“뭐 먹고 싶어? 내가 예약 잡을게.”송문수가 예수진에게 물었다.솔직히 그녀에게 따질 이유도 없었다. 지금까지 제멋대로인 여동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두 분이 드셔. 난 지수랑 단둘이서 먹을 거야.”예수진이 거절하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난 싫어하는 사람과 밥 못 먹어.”“예수진, 너그러움을 좀 배워.”“그쪽 말한 거 아니거든?”예수진이 한마디 던지고는 하지수를 끌고 나갔다.“가자. 나가서 밥 먹자.”송문수는 두 여자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참 뒤에야 예수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그가 고개를 돌려 계지원에게 물었다.“설마 너를 말하는 거야?”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격이 얼마나 좋은데 참 이해가 안 되는 녀석이야. 너 수진이한테 잘해줬잖아. 쟤는 왜 너를 싫어하는데?”송문수는 어리둥절했다.“반면 현경은 성깔이 지랄맞아서 맨날 땍땍거리고 수진을 가르치잖아. 그래도 맨날 오빠 오빠하고 따라다니는데 쟤 정말 배은망덕하다. 핏줄이라는 거야?”계지원이 해명하지 않자 그도 더는 묻지 않았다.아마 계지원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이튿날.소이연은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이곳 환경은 악랄하고 침대도 매우 딱딱했다.갑자기 문서인이 생각났다. 이렇게 빨리 자신이 전락할 줄은 몰랐다.어제 저녁 구치소에 들어와 마음을 진정시킨 후, 진지하게 사건을 되새겨보았다.그제야 심아윤이 혼자 벌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심아윤은 대외로 수많은 일과 사람을 통제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은하그룹 내부를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그러니 내부에 분명 공범이 있을 것이다.소나은은 비록 은하그룹을 떠났지만 은하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내부 직원들을 다
”넌 확실이 그럴 능력이 없어. 잔꾀만 한 트럭이지. 능력 있는 사람은 네 뒤에 있잖아.”소이연이 비꼬았다. 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역시 소이연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소나은. 내가 충고하는데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훗.”소나은은 더는 감추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소이연을 보러 온 목적은 그녀의 웃음거리를 보기 위해서다.그동안 많이 참아왔었다.“소이연, 강한 척하지 말고 그냥 질투한다고 말해. 내가 거물에게 빌붙은 것이 부럽고 넌 이 지경이 된 것이 억울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소나은은 적나라하게 비꼬았다.“제 주제를 모르고 아무 사람이나 건드린 자신을 탓해.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육현경이 언니를 죽기 살기로 사랑하는 거 같지? 근데 지금 봐. 언니가 구치소에 하룻밤 갇혔는데 육현경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 이익 앞에서 언니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해?”소이연은 싸늘하게 그녀가 으스대는 모습을 쳐다봤다.“내가 똑똑해서 다행이지. 언니 때문에 육현경을 꼬실 뻔했어. 지금 내가 육현경과 사귄다면 당하는 사람은 나였어. 이러고 보니 내가 언니한테 감사해야겠네.”소나은은 말할수록 흥분했다.“육현경과 사귀지 않는 건 네가 똑똑한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야.”소이연이 일침을 가했다.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벌게졌다.그때 육현경이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아서 그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없었다.“그래서 뭐? 여자라고 남자 때문에 죽고 못살아야 돼? 나는 남자한테 목매지 않아. 다 내 발판일 뿐이야. 언니처럼 멍청하지 않다고, 그러니까 번번이 남자한테 당하는 거지!”소나은은 끝까지 조소를 날렸다.소이연은 갑자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확실히 모든 재난은 남자한테서 비롯되었다.“소이연. 이 지경이 되었으니까 내가 그래도 피가 섞인 자매라서 말해주는데. 육현경 기대하지 마. 머리가 똑똑하다면 누가 언니를 노리고 있는지 짐작했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반항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심아윤이 왜 육현경과 같이 왔지?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투명 인간처럼 무시해 버렸다.육현경은 바로 소이연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보석 절차 끝냈으니까 지금 나가도 돼.”소나은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이연이 뭐가 대단해서 육현경이 이 정도까지 나서서 도와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심아윤은 대체 무슨 속셈이야?막지 않고 뭐 하는 거냐고!소나은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친절하게 말했다.“잘 됐어, 언니. 드디어 나가는구나. 구치소 환경이 악랄해서 제대로 먹고 자지도 못했을 텐데.”소이연은 속으로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이면적인 얼굴에 익숙했다.소이연은 혐오하는 표정도 짓기 귀찮아서 무시하고 육현경을 따라 나갔다.어떤 손해도 보지 않을 것이다.비록 이 모든 것이 육현경 때문에 발생했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지금은 오로지 하지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일행이 구치소에서 떠났다.밖에 나오자 예수진이 입구에서 소이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육현경을 따라 나오는 소이연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가 덥석 껴안았다.“언니, 드디어 나왔네요. 하룻밤 새에 많이 야위었어요.”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반대로 소이연이 그녀를 위로하는 꼴이 되어버렸다.“괜찮아요. 생각처럼 너무 나쁘지는 않았어요.”소이연이 가볍게 웃었다.그럴수록 예수진은 가슴이 더 아팠다.소이연은 눈물도 없어?울 줄 아는 아이한테 사탕을 준다는 도리를 몰라?“수진아, 그럼 나와 현경이는 먼저 갈 테니까 네가 이연 씨를 집까지 바래다줘. 할 수 있지?”심아윤이 말했다.“할아버지가 갑자기 장안에 오셔서 우리 둘 그쪽으로 가야 해.”예수진은 힐끗 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눈앞의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말해도 소이연의 일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했다.심아윤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태도로 돌아서서 육현경에게 말했다.“가자. 우리 할아버지와 너희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셔. 시간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쉴 새 없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소이연은 그 소리를 차분하게 듣고 있었다.성깔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이다.방금 소나은의 말은 매우 옳았다.이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그녀의 힘은 매우 미미했다.두 사람은 집에 돌아왔다.예수진은 소이연에게 말했다. "언니 먼저 씻고 쉬어요. 저는 음식 좀 주문할게요.”"그래요." 소이연이 대답했다.그리고 방으로 돌아갔다.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니 문득 하룻밤 사이에 정말 많이 초췌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심호흡했다.스스로에게 넘어지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식탁에 음식들이 이것저것 올려져 있었다.예수진은 웃으며 소이연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너무 말랐어요, 많이 먹어요.”"나중에 들어가면 못 먹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 소이연은 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식들을 보며 농담했다.농담이 분명했는데 그 말을 들은 예수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정말 곧 들어갈 것 같았다."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요, 우리 오빠가 꼭 해결해 줄 거예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오빠 얘기 좀 그만 해요.” 소이연은 예수진의 말을 끊었다.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예수진은 소이연이 자기 오빠를 원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도 사실 원망한다.왜 그녀의 오빠와 심아윤의 갈등을 소이연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그녀라면 오빠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을 것이다.그녀는 자기 오빠를 위해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다.둘은 식사를 마쳤다.소이연은 하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구치소에서 나왔어요. 괜찮으면 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네. 어디세요? 제가 갈게요.”"집이에요. 주소 보낼게요.”"네, 바로 갈게요.”30분도 안 되어 하지수가 소이연의 집에 도착했다.예수진은 하지수를 보고 놀라며 재빨리 말했다."이연 언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
“놓지 못해?”송문수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면서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서로 마주 본 두 사람의 눈에는 분노로 가득 차 있었고 일촉즉발의 분위기였다.“이거 놔요.”하지수도 송승우의 손을 힘껏 뿌리쳤다. 그러자 송승우의 눈빛에 분노로 이글이글 타올랐다.그는 더욱 세게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아파요!”송문수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놓으라고 했다!”그는 송승우의 팔을 끌어당기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에 송승우는 통증을 느꼈으나 승부욕 때문에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송문수가 힘을 줄수록 그도 더욱 힘을 줘서 하지수를 잡아당겼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송승우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 “이걸 놔. 나와 지수의 일에 끼어들지 마.”“끼어들지 말라고?”송문수는 냉소를 지으면서 말했다.“형이 잊은 것 같은데 지수는 내 와이프야. 우린 부부이지만 형과 지수는 아무 사이도 아니잖아? 지금 형이 내 와이프를 데려가려고 하는데 나보고 끼어들지 말라고? 너무 뻔뻔하다고 생각하지 않아?”“너!”송문수의 쏘아붙인 말에 송승우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예전에 송승우는 하지수가 자신을 좋아했기 때문에 송문수를 안중에 넣지도 않았고 그들의 결혼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한 적도 없었다.그러나 지금 송문수에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지수가 좋아한 사람은 나야!”송승우는 수치심에 더 약이 올라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하지수는 너무 아파서 반박할 힘도 없었고 송문수의 말이 들려왔다.“지수가 누구를 좋아하든 지금은 내 여자야.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누구도 지수를 괴롭힐 수 없다고! 셋까지 셀 테니 지수를 놓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을 거야!”송승우는 끄덕하지도 않고 송문수를 노려보았다.“하나.”“둘.”송문수는 ‘셋’을 세는 대신 주먹을 들고 송승우의 얼굴을 세게 강타했다.송문수의 한 방을 맞은 송승우는 코피를 흘렸고 아픔으로 이내 하지수를 놓아주었다.그러나 송승우는 소심한 사람이었다. 그는 늘
‘내가 자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는 건가?’“승우 씨, 사과 따위 이제 필요 없어요. 지금 제가 바라는 건 아무 탈 없이 우리 사이의 관계를 끝내는 거예요. 승우 씨는 문수 씨 형이잖아요. 게다가 저도 어릴 때부터 송씨 가문에서 자란 사람이고요. 그러니까 우리 그냥 친척 같은 관계로 돌아갔으면 좋겠어요.”하지수는 인내심을 가지고 진지하게 말했다.송승우는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수는 더 이상 그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았다. 망상에 빠진 사람은 무슨 말을 하든 헤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으니 그걸로 됐다고 생각했다.하지수는 뒤를 돌아 송문수 쪽으로 다가가려 했다. 늦은 시간이었고 그녀도 여전히 많이 피곤했다. 송문수랑 같이 집으로 가서 자고 싶었다.크레지가 아직 오지 않은 이상, 기술 투자 계약서에 사인하지 않은 이상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짬짬이 시간을 내서 잠을 잘 수밖에 없었다.그런데 막 돌아서려는 순간, 그녀의 손은 또다시 송승우에 의해 붙잡혔다.하지수가 아무리 팔을 흔들어도 벗어날 수 없었다.송문수는 차가운 눈빛으로 송승우의 행동을 지켜보며 주먹을 꽉 움켜잡았다.그가 앞으로 다가가 하지수를 데려오려던 순간, 송승우가 갑자기 말했다.“지수 씨, 방금 당신의 행동은 모든 걸 말해줬어요!”“무슨 행동이요?”하지수는 이해할 수 없었다.“방금 제가 불렀을 때, 제 쪽으로 다가왔잖아요. 그게 지수 씨 마음속에 있는 진심이에요.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저한테로 오세요. 하지수 씨, 제가 잘 해줄게요. 지수 씨를 혼자 두는 일은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을 거예요. 제가 맹세할게요...”“아니요.”하지수는 단칼에 거절해 버렸다.하지수를 바라보는 송승우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승우 씨가 불었을 때 따라간 건 무의식적으로 간 거예요. 잠에서 덜 깬 상태라서 누가 불렀어도 갔을 거예요. 승우 씨인 줄도 몰랐어요.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할게요. 낯선 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