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진이 송문수를 나쁘게 보는 건 다 본인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다.그러니 자기 때문에 그녀가 화를 내는 것을 원망하지 않았다.“얘기는 거의 끝났지? 배고파. 어디 가서 밥이라도 먹자.”송문수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러자.”계지원이 대답했다.“뭐 먹고 싶어? 내가 예약 잡을게.”송문수가 예수진에게 물었다.솔직히 그녀에게 따질 이유도 없었다. 지금까지 제멋대로인 여동생으로 여겼기 때문이다.“두 분이 드셔. 난 지수랑 단둘이서 먹을 거야.”예수진이 거절하고는 한마디 덧붙였다.“난 싫어하는 사람과 밥 못 먹어.”“예수진, 너그러움을 좀 배워.”“그쪽 말한 거 아니거든?”예수진이 한마디 던지고는 하지수를 끌고 나갔다.“가자. 나가서 밥 먹자.”송문수는 두 여자가 사라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한참 뒤에야 예수진이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챘다.그가 고개를 돌려 계지원에게 물었다.“설마 너를 말하는 거야?”계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성격이 얼마나 좋은데 참 이해가 안 되는 녀석이야. 너 수진이한테 잘해줬잖아. 쟤는 왜 너를 싫어하는데?”송문수는 어리둥절했다.“반면 현경은 성깔이 지랄맞아서 맨날 땍땍거리고 수진을 가르치잖아. 그래도 맨날 오빠 오빠하고 따라다니는데 쟤 정말 배은망덕하다. 핏줄이라는 거야?”계지원이 해명하지 않자 그도 더는 묻지 않았다.아마 계지원 본인도 눈치채지 못했을 거라 생각했다.…이튿날.소이연은 구치소에서 하룻밤을 묵었다.이곳 환경은 악랄하고 침대도 매우 딱딱했다.갑자기 문서인이 생각났다. 이렇게 빨리 자신이 전락할 줄은 몰랐다.어제 저녁 구치소에 들어와 마음을 진정시킨 후, 진지하게 사건을 되새겨보았다.그제야 심아윤이 혼자 벌인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심아윤은 대외로 수많은 일과 사람을 통제할 수 있지만 짧은 시간 내에 은하그룹 내부를 통제할 가능성은 매우 적다.그러니 내부에 분명 공범이 있을 것이다.소나은은 비록 은하그룹을 떠났지만 은하에 오랫동안 근무하면서 내부 직원들을 다
”넌 확실이 그럴 능력이 없어. 잔꾀만 한 트럭이지. 능력 있는 사람은 네 뒤에 있잖아.”소이연이 비꼬았다. 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일그러졌다.역시 소이연은 모든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소나은. 내가 충고하는데 네가 감당할 수 없는 사람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아.”“훗.”소나은은 더는 감추고 싶지 않았다.오늘은 소이연을 보러 온 목적은 그녀의 웃음거리를 보기 위해서다.그동안 많이 참아왔었다.“소이연, 강한 척하지 말고 그냥 질투한다고 말해. 내가 거물에게 빌붙은 것이 부럽고 넌 이 지경이 된 것이 억울하다고 솔직하게 말해!”소나은은 적나라하게 비꼬았다.“제 주제를 모르고 아무 사람이나 건드린 자신을 탓해. 자신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지 마. 육현경이 언니를 죽기 살기로 사랑하는 거 같지? 근데 지금 봐. 언니가 구치소에 하룻밤 갇혔는데 육현경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네? 이익 앞에서 언니의 가치가 얼마라고 생각해?”소이연은 싸늘하게 그녀가 으스대는 모습을 쳐다봤다.“내가 똑똑해서 다행이지. 언니 때문에 육현경을 꼬실 뻔했어. 지금 내가 육현경과 사귄다면 당하는 사람은 나였어. 이러고 보니 내가 언니한테 감사해야겠네.”소나은은 말할수록 흥분했다.“육현경과 사귀지 않는 건 네가 똑똑한 게 아니라 능력이 없어서야.”소이연이 일침을 가했다.그러자 소나은의 얼굴이 벌게졌다.그때 육현경이 전혀 눈길을 주지 않아서 그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없었다.“그래서 뭐? 여자라고 남자 때문에 죽고 못살아야 돼? 나는 남자한테 목매지 않아. 다 내 발판일 뿐이야. 언니처럼 멍청하지 않다고, 그러니까 번번이 남자한테 당하는 거지!”소나은은 끝까지 조소를 날렸다.소이연은 갑자기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확실히 모든 재난은 남자한테서 비롯되었다.“소이연. 이 지경이 되었으니까 내가 그래도 피가 섞인 자매라서 말해주는데. 육현경 기대하지 마. 머리가 똑똑하다면 누가 언니를 노리고 있는지 짐작했을 거야. 그러니까 쓸데없이 반항하지 말고 잘못을 인정하고
심아윤이 왜 육현경과 같이 왔지?이건 대체 무슨 상황이야?그러나 누구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고 투명 인간처럼 무시해 버렸다.육현경은 바로 소이연의 앞에 앉으며 말했다.“보석 절차 끝냈으니까 지금 나가도 돼.”소나은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소이연이 뭐가 대단해서 육현경이 이 정도까지 나서서 도와주는지 이해되지 않았다.심아윤은 대체 무슨 속셈이야?막지 않고 뭐 하는 거냐고!소나은은 겉으로 내색하지 않고 친절하게 말했다.“잘 됐어, 언니. 드디어 나가는구나. 구치소 환경이 악랄해서 제대로 먹고 자지도 못했을 텐데.”소이연은 속으로 그녀의 연기에 감탄했다.하지만 어릴 때부터 그런 이면적인 얼굴에 익숙했다.소이연은 혐오하는 표정도 짓기 귀찮아서 무시하고 육현경을 따라 나갔다.어떤 손해도 보지 않을 것이다.비록 이 모든 것이 육현경 때문에 발생했지만 자기에게 유리한 것은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지금은 오로지 하지수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고 싶었다.일행이 구치소에서 떠났다.밖에 나오자 예수진이 입구에서 소이연을 기다리고 있었다.육현경을 따라 나오는 소이연을 보고 허겁지겁 달려가 덥석 껴안았다.“언니, 드디어 나왔네요. 하룻밤 새에 많이 야위었어요.”그녀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반대로 소이연이 그녀를 위로하는 꼴이 되어버렸다.“괜찮아요. 생각처럼 너무 나쁘지는 않았어요.”소이연이 가볍게 웃었다.그럴수록 예수진은 가슴이 더 아팠다.소이연은 눈물도 없어?울 줄 아는 아이한테 사탕을 준다는 도리를 몰라?“수진아, 그럼 나와 현경이는 먼저 갈 테니까 네가 이연 씨를 집까지 바래다줘. 할 수 있지?”심아윤이 말했다.“할아버지가 갑자기 장안에 오셔서 우리 둘 그쪽으로 가야 해.”예수진은 힐끗 볼 뿐 대꾸하지 않았다.눈앞의 여자가 아무렇지 않은 척 태연하게 말해도 소이연의 일과 관련이 있다고 단정했다.심아윤은 전혀 개의치 않다는 태도로 돌아서서 육현경에게 말했다.“가자. 우리 할아버지와 너희 할아버지가 기다리고 계셔. 시간
가로수 나뭇잎들이 바람에 날리며 쉴 새 없이 소리를 내고 있었다.소이연은 그 소리를 차분하게 듣고 있었다.성깔이 없어서가 아니라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그녀의 일을 어떻게 처리하냐는 것이다.방금 소나은의 말은 매우 옳았다.이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그녀의 힘은 매우 미미했다.두 사람은 집에 돌아왔다.예수진은 소이연에게 말했다. "언니 먼저 씻고 쉬어요. 저는 음식 좀 주문할게요.”"그래요." 소이연이 대답했다.그리고 방으로 돌아갔다.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보니 문득 하룻밤 사이에 정말 많이 초췌해졌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녀는 심호흡했다.스스로에게 넘어지면 안 된다고 되뇌었다.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샤워를 마치고 나왔다.식탁에 음식들이 이것저것 올려져 있었다.예수진은 웃으며 소이연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너무 말랐어요, 많이 먹어요.”"나중에 들어가면 못 먹을까 봐 그러는 거예요?" 소이연은 자기 앞에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음식들을 보며 농담했다.농담이 분명했는데 그 말을 들은 예수진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는 정말 곧 들어갈 것 같았다."그런 불길한 소리 하지 마요, 우리 오빠가 꼭 해결해 줄 거예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반드시......”"오빠 얘기 좀 그만 해요.” 소이연은 예수진의 말을 끊었다.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았다.예수진은 소이연이 자기 오빠를 원망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녀도 사실 원망한다.왜 그녀의 오빠와 심아윤의 갈등을 소이연이 책임져야 한다는 말인가?그녀라면 오빠를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워했을 것이다.그녀는 자기 오빠를 위해 단 한마디의 변명도 하지 않았다.둘은 식사를 마쳤다.소이연은 하지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구치소에서 나왔어요. 괜찮으면 제 사건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네. 어디세요? 제가 갈게요.”"집이에요. 주소 보낼게요.”"네, 바로 갈게요.”30분도 안 되어 하지수가 소이연의 집에 도착했다.예수진은 하지수를 보고 놀라며 재빨리 말했다."이연 언
"분명히 누군가가 고의로 죄를 뒤집어씌운 거야." 예수진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다 알고 있지만 판사는 믿지 않아.”"두 번째로, 저는 소이연 씨의 재무 담당자를 만나러 갔는데 그녀는 모든 일은 당신이 초래한 것이라고 단언했어요. 그녀는 단지 소이연 씨의 지시대로 했을 뿐이라고 하더군요. 아무리 같은 대답이었어요. 소이연 씨의 비밀문서에 관해서, 그가 소이연 씨를 대신해 결제한 건 전부 소이연 씨의 친필 서명이 있었기 때문에 승인해 줬다고 했어요. 저도 확인해 봤는데 모두 소이연 씨 서명이 있었어요. 일부를 복사해 왔는데 한 번 확인해 보세요.”하지수가 소이연에게 서류를 주었다.소이연은 서류를 확인하고 말했다. "제 필체가 확실해요. 하지만 제가 서명하지 않았어요.”"누군가가 소이연 씨의 필체를 흉내 내서 서명한 뒤 재무 담당자에게 보여 주고, 담당자는 소이연 씨 서명을 보고 시스템에서 결재를 통과하고 도장을 찍어 유효한 세금 신고서로 만든 거예요." 하지수가 정리하며 말했다. “정말 오랫동안 음모를 꾸몄어요.”소이연은 침묵에 잠겼다.소송을 더 이상 진행할 수 없을 것 같았다.사건이 유리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는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침묵이 흘렀다.밖에서 갑자기 초인종이 울렸다.소이연이 말하기도 전에 예수진은 급히 달려가 문을 열었다.육현경이 대문 밖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소이연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빠, 드디어 왔네.”예수진은 흥분하며 말했다. “방금 지수와 이연 언니 소송 건 논의하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너무 교활해. 빨리 와서 봐.”"응." 육현경이 대답했다.그가 다가왔다.하지수는 소이연의 사건 내용을 육현경에게 건넸다.소이연은 하지수의 손에서 서류를 낚아챘다.육현경은 손가락을 떨며 소이연을 바라봤다."육현경 씨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 소이연이 직접적으로 말했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어색해졌다.하지수와 소이연은 아직 어색한 관계라 뭐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았다.예수진
방안에 침묵이 흘렀다.소이연의 말에 육현경은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서로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육현경은 웃는 듯했다.웃음이 쓸쓸해 보였다."소이연, 나랑 같이 열심히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소이연은 마음이 아팠다.육현경은 줄곧 이런 식이었다.하지만 그의 목소리는 왠지 애달파 보였다.무기력해지는 것 같았다.그녀가 말했다. "당신과 심아윤이 약혼 소식을 발표하고 나는 모든 것을 감수해야 할 만큼 당신에게 깊은 감정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말했어. 당신 때문에 나는 심씨 가문에게 복수를 당했지만 나는 심씨 가문을 상대할 능력이 없어. 육현경 씨, 왜 내가 당신과 심아윤의 사랑과 원한 때문에, 대가를 지불해야 하지? 이게 공평하다고 생각하는 거야?!”소이연은 확고한 태도로 말했다.육현경은 소이연을 설득하기 어렵겠다고 생각했다.지금 그의 노력은 모두 헛수고일 뿐이다. 오히려 소이연의 마음에 혐오감과 상처만 남길 뿐이었다.그는 소이연의 말대로 타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 시작했다.자신의 감정을 무시한 채 현실을 받아들이고, 아무런 감정도 없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한 뒤, 소이연이 원하는 행복을 주는 것이다.육현경은 꽉 쥐었던 주먹을 펴며 말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줄 수 없어?”그는 낮은 목소리로 애절하게 말했다.소이연은 입술을 깨물었다."만약 이번에도 내가 널 지킬 수 없다면, 나 심아윤과 결혼할게.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을 거야." 육현경이 약속했다.그는 실낱같은 희망을 품었다.소이연은 거절하려다 갑자기 말을 멈췄다.소이연은 육현경이 육민이가 그녀의 아이라는 사실을 알고 일부러 접근했다는 것을 알고부터 육현경에 대한 신뢰심을 잃었다. 그녀는 육현경이 그녀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작별 인사도 하지 않고, 심지어 육민을 내버려 두고 떠난 그녀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러는 것으로 생각했다.지금도.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육현경이 그녀를 어떻게 대하든 간에, 그녀는 이성을
육현경이 물었다."한 부 가져가도 될까?”"응.”"고마워."육현경이 고마움을 표현했지만 소이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는 그녀를 도와 사건을 조사하면서도 오히려 자기가 고맙다고 말했다."먼저 갈게, 진전이 있으면 바로 전화할게." 육현경은 지체하지 않고 돌아섰다."보름밖에 안 남았어."소이연은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알고 있어."소이연은 육현경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의 얼굴은 침착해 보였다.하지만 떠나는 그의 뒷모습은 다급했다.육현경에게도 까다로운 일 이겠지?육현경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예수진이 돌아왔다.아마 하지수와 근처에 있었던 던 것 같았다."지수는 돌아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갔어요."예수진이 말했다."지수가 사건에 진전이 있으면 바로 언니에게 연락한다고 했어요. 만약 언니도 새롭게 알게 된 정보가 있다면 지수에게 꼭 연락하세요. 24시간 언제든 연락될 거라고 지수가 얘기했어요.”"그래요."소이연이 말했다.예수진은 갑자기 소이연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소이연은 고개를 숙인 채 소송 내용을 보며 예수진에게 물었다."할 말 있어요?”"사실 우리 오빠…" 예수진은 그녀의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소이연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예수진은 용기 내 말했다. "심아윤과의 결혼은 우리 오빠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강요당했을 거예요. 오빠가 언니와 심아윤의 일을 매끄럽게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는 건 알지만, 사실 어떻게 매끄럽게 처리할 수 있겠어요? 오빠가 언니를 쫓아다닐 때, 오빠는 심씨 가문이 그런 마음을 숨기고 있다는 걸 전혀 몰랐어요. 만약 알았더라면 오빠는 반드시 먼저 심씨 가문을 해결한 후 언니에게 왔을 거예요.”"하지만 언니에게 이미 감정이 생겼고 심씨 가문도 언니의 존재를 알게 됐어요. 오빠와 심아윤의 관계로 봐서는 손을 뗄 가능성은 거의 없어요. 물론 우리 오빠가 언니와의 관계를 끊고, 심아윤을 선택할 수도 있지만 오빠는 심아윤을 좋아하지 않아요. 언니가 없었다고 해도 심아윤과
"글쎄요."소이연은 답변을 거부했다.예수진이 말했다."첫눈에 반했대요.”소이연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물론 저도 찍어 맞췄어요. 어쨌든 우리 오빠의 그 비밀은 아무 몰라요.”예수진은 추측했을 뿐, 사실 그녀도 확신하지 못했다.그녀의 오빠처럼 차가운 사람이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렇게 로맨틱하다니 믿을 수가 없었다."이연 언니, 오늘 밤 마지막 촬영은 원래 진작에 해야 했는데, 제가 그동안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촬영에 복귀하지 못했어요. 이번 촬영을 마친 후에 매니저에게 당분간 일정은 잡지 말라고 할게요. 언니와 함께 소송을 끝낼게요.”"괜찮아요. 수진씨 일에 방해되고 싶지 않아요...”"제 마음 거절하지 말아 주세요."예수진은 소이연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이따 매니저랑 촬영장에 가서 촬영하고, 별일 없으면 새벽 2~3시에 일을 끝내고 집에 올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기다리고 있어요.”소이연은 예수진의 열정에 찬물을 끼얹고 싶지 않았다.예수진이 떠난 후 소이연은 소파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그녀는 마음이 편하지 않았다.어쨌든 소송에 얽매여 있으니, 마음이 불편한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방금 예수진이 말한 '첫눈에 반했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육현경이 그녀에게 감정이 생긴 것은 그들이 관계를 맺은 그날 밤이라고 하지 않았나?이름을 바꾼 건 우연이겠지?그녀는 결국 휴대전화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응." 상대의 목소리는 약간 잠긴 듯했다.반가웠지만 놀란 것 같았다."이 소송사건에서 가장 주의 깊게 조사할 사람은 소나은이야."소이연은 그에게 상기시켰다.그녀는 그와 함께 의논하기로 합의했다."맞아." 육현경이 대답했다. "지금 너희 회사의 재무 담장자와 소나은의 관계 조사 중이야. 단서를 찾을 수 있는지 알아볼게. 내 생각에 재무 담당자가 억울하게 뒤집어쓴 것일 수도 있고, 소나은에게 약점을 잡혔거나, 아니면 엄청난 대가로 유혹당한 것일 수도 있어.”"첫 번째 가능성이 커."소이연은 자기의 생각을
허영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 들어가서 말했다.“문수, 지수, 수고했어.”송문수와 하지수는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둘이 너무 일에 몰두한 나머지 허영지가 말하지 않았으면 사무실에 들어온 것조차 몰랐다.“엄마, 어떤 일로 오셨어요?”송문수는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네 아버지가 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같이 왔지.”“아버지도 오셨어요?”송문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기어코 오겠다고 해서 말리지도 못했어. 근데 두 시간 후에 네 아버지를 데리고 갈 거야.”허영지는 웃으면서 말했다.“아버님은 많이 좋아지셨어요?”하지수는 다정하게 물었다.“의사 선생님은 큰 문제가 없다고 하셨어. 하지만 다시 그럴까 봐 걱정돼.”“맞아요. 아버님은 확실히 주의하셔야 해요.”하지수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하고 나서 물었다.“어머님, 뭐 좀 드시겠어요? 비서보고 준비하라고 할게요.”“됐어. 그냥 너희 얼굴을 잠깐 보러 온 거야. 일하는 걸 방해하지 않을게.”허영지가 상냥하게 말하고선 떠나려고 하자 하지수는 일어서서 배웅하려고 하였다.그러나 허영지는 나오지 말라고 했다.“나 신경 쓰지 말고 일이나 해. 난 여기저기 구경하고 있을게. 참, 저녁에 집에 와서 먹어. 이제 곧 아버지 60세 생신이잖아. 얼마 전에 또 죽다가 살아났으니 축하할 겸 나쁜 기운도 제거하려고.”“알겠어요.”송문수가 대답하자 하지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오늘 문수 씨에게 일찍 퇴근하라고 할게요.”“내가 오씨 아줌마에게 반찬을 몇 개 더 준비하라고 할 테니 잊지 말고 와.”“네.”허영지는 기쁜 심정으로 떠났다. 얼마 전에 정말 너무 지쳤다.송기명의 일, 회사의 일, 송문수와 송승우의 일, 허영지는 하마터면 우울증에 걸릴 뻔했다. 지금 모두 순조롭게 풀려서 다행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서 다시 송문수와 하지수를 바라보았다.두 사람도 이제 아이를 가질 때가 되겠지?이것은 지금 그녀의 유일한 아쉬움이었다.... 다섯 시 반.하지수는 송문수에게 퇴근하자고 하였다. 요새는 매일
“회사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넌 신경 쓸 필요 없다.”송기명가 담담한 표정으로 한 말에는 송승우가 괜한 말을 했다는 뉘앙스가 들어 있다.송승우도 알아들었다.송문수가 회사를 이끌고 어려운 고비를 넘긴 후부터 모든 사람이 그를 다시 보게 된 건가? 그가 보기에 송문수는 우연히 찾아온 기회를 잡아서 운 좋게 성공한 것이었다.그는 늘 송문수를 얕잡아 보았다.“그럼 먼저 가볼게요.”송승우는 자기의 물건을 간단히 정리하고 나서 말했다.“그래.”송승우가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문 앞에 잠시 멈춰서 말했다.“저는 장안시에 출장하러 왔어요. 여기에 며칠 머물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갈 거예요.”“알었어. 뭐 먹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주머니에게 말해.”아주머니는 집에서 가사 도우미로 일하는 오씨 아주머니였다.송승우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예전에 그가 돌아올 때마다 집에서는 늘 열정적으로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주었고 아버지는 출근하지도 않고 그와 함께 있어 주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렇게 쌀쌀한 태도로 대하다니!송문수가 잘하고 있으니까 자기는 소용없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송승우는 굳은 얼굴로 떠났다.허영지는 송승우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들의 마음이 편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녀는 원래 좋은 말을 하고 싶지만 왠지 모르게 말하지 않았다.허영지는 송기명에게 다가가서 한숨을 내쉬었다.“지금 문수의 능력이 우리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대견스럽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우에게 차갑게 대하면 안 돼요. 예전에 우리가 문수에게 불공정하게 대했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어요. 지금은 문수 때문에 승우에게 불공정하게 대하고 싶지 않아요. 두 아이를 평등하게 대해야죠.”송기명은 대꾸하지 않았지만 마음이 여전히 불쾌했다.어쨌든 자기는 아직 은퇴도 안 했고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늙지 않았는데 송승우가 어찌 자기 사무실에 있는 의자에 앉을 수 있겠는가?그는 그동안 자기가 송승우에 대한 사랑과 칭찬이 너무 지나쳐서 그를 자고자대하게 만들었고 기본적인 예의와 공손함도 잊
송승우가 막 재무제표를 보려고 할 때 누군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인기척을 들었다.그는 고개도 들지 않고 강력한 어조로 말했다.“꺼져! 들어오기 전에 노크할 줄도 몰라?”문 앞에 선 송기명과 허영지의 안색이 조금 어두워졌다.그들은 줄곧 송승우를 그들의 자랑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들 앞에서 예의 바르고 말을 잘 듣는 아들이 갑자기 이런 말투로 말하는 것을 보자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송기명이 회사에 있을 때도 아무 이유 없이 직원을 욕하지 않았다.송승우는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느끼자 계속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말귀를 못 알아...”그가 말하면서 고개를 들어 보니 송기명과 허영지가 문 앞에 서 있었고 뒤에는 송기명의 비서가 보였다.송승우의 안색이 굳어졌고 눈빛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스쳤다.그는 원래 화나 있었다. 회사의 재정이 갈수록 좋아졌고 송문수가 회사를 점점 잘 이끌고 있는 것을 보자 마음속에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이 생겼다. 그래서 들어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고 버럭 화를 낸 것이었다.“왜 여기에 있어?”송기명은 들어오면서 송승우에게 물었다.송승우는 그제야 자기가 아버지의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알아챘다.그는 아버지가 갑자기 회사에 오는 이유를 몰랐다.며칠 전에 그가 특별히 전화해서 물어봤을 때 어머니는 아버지를 집에서 좀 더 쉬게 하고 빨리 회사에 나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회사에 제가 필요하는지 보러 왔어요. 문수가 혼자 회사에 있어서 걱정돼서요.”송승우는 다급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래?”송승우에 대한 송기명의 태도는 차가웠다.그는 자기의 사무실 의자를 향해 다가갔다.송승우는 급히 자리를 비켜주었고 얼굴에 난감한 기색이 역력했다.아무리 친부자 간이라도 권력이 있는 사람일수록 남이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이것은 자기 권위에 대한 도전이었다.사실 송승우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송기영은 자기의 의자를 힐끔 쳐다보고는 앉지 않았다.분명 꺼려서 앉지
“왜 이렇게 하는 거지? 쓸데없는 짓이 아닌가? 사든지 말든지 그들이 결정하라고 하면 우리의 매출에 도움이 안 되잖아!”송승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송문수에게 물었다.“제가 다시 한번 말할게요. 저는 판매량을 높이려는 목적이 아니고 직원의 피를 빨아먹으려는 것도 아닙니다. 반대로 이것은 일종의 직원 복지이고 보상입니다.”송문수는 정중한 표정으로 설명하였다.“그동안 회사에 변고가 생겼는데 직원들은 우리와 함께 어려운 고비를 넘겼어요. 이때 우리가 직원에게 복지를 주면 직원들의 열정을 자극할 수 있죠.”“그럼 직접 직원들에게 현금 인센티브를 줄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어?”이에 송승우는 비아냥거렸다.“직원에게 너무 큰 기대를 주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서 이런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가 또 다른 문제가 생길 때 그들은 회사에서 현금 인센티브를 지급할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직원은 부정적인 정서가 나타나게 되죠. 반대로 우리가 적당한 보상을 주고 그들이 너무 많은 기대를 하지 않게 할 수도 있으면서 혜택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송문수의 말이 끝나자 한 이사가 바로 입장을 밝혔다.“찬성합니다.”기타 이사도 연달아 맞장구를 쳤다.“나도 찬성하오.”“문수야, 어린 나이에 인심을 잘 아는구나. 참으로 대단한 친구야.”“송 회장도 드디어 후계자가 생겼네. 전에 우리가 괜한 걱정을 한 거였어.”“다음에 송 회장에게 축하 인사라도 해야겠어. 이런 아들을 둬서 정말 복을 받았다고.”송문서처럼 뻔뻔한 사람도 지나친 칭찬에 민망했다. 옆에 있는 송승우는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아첨하는 모습을 보자 송승우는 울화가 치밀어 올라왔다.언제부터 송문수가 사람들의 칭찬과 인정을 받게 되었고 자기는 들러리가 되었지?회의가 끝난 후 각 부문은 신에너지 자동차의 홍보 마케팅을 합리적으로 분업해서 진행하기 시작했다.보름 후,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었다.출시
지금 송문수는 짧은 시간 내에 세계 최첨단 기술의 총 책임자와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였다.이 소식이 전해지면 송씨 그룹의 매출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주식도 많이 오를 것이다.파산 직전에 있었던 송씨 그룹이 갑자기 몇 단계 업그레이드될 줄은 누가 알겠는가?이 모든 것은 송문수 덕분이었다.송승우는 믿기지 않아서 확실하게 조사했었다.송씨 그룹의 자금이 부족할 때 송문수가 개인 명의로 육현경을 찾아 돈을 빌려서 부족한 자금을 메웠다.지금 크레지의 기술 투자도 송문수가 하지수를 데리고 외국에 가서 받아온 것이고 회사에서 누구도 도움을 주지 않았다.송승우는 말로 할 수 없는 착잡한 생각이 들었다.회사를 지킬 수 있어서 송승우도 매우 기뻤다. 어쨌든 아버지는 회사의 일 때문에 중환자실에 들어갔으니 아버지가 무사하기를 바랐다.그러나 회사를 지킨 사람이 송문수라는 사실이...어렸을 때부터 송문수가 자신에게 뒤떨어진 사실에 익숙했는데 갑자기 잘나가니까 왠지 불편한 느낌이 들었다.송승우는 이를 악물고 자신의 속마음을 숨겼다....송문수는 크레지와 계약을 체결한 후 기술에 대한 검토와 연개발을 진행하기 시작했다.물론 이것은 전문가가 해야 할 일들이다. 송문수는 모든 연구개발 플랫폼을 제공하였고 지원 작업도 완료했다. 이제부터 앉아서 결과를 기다리면 된다.지금 급선무는 신에너지 자동차를 생산한 후의 판매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모두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지막에 뜻대로 될 수 있는지 모르기에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송문수에게 있어서 신에너지 자동차가 다시 출시되고 예상 매출액을 실현하며 자금이 되돌아온다면 송씨 그룹의 모든 위기가 해결된 것이다. 그는 이사회 회의실에 앉아서 이사들과 판매 방안을 논의하였다.회의실 현장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지금 회사가 좋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어서 이사들도 의욕이 불타올랐다.송승우가 제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송문수보다 나이가 한참 많은 이사들이 송문수에게 친절하게 대하고 송문수의 지시를 순순히
“늦었으니까 일찍 쉬자. 회사가 힘든 고비를 빨리 넘겼으면 좋겠어.”하지수는 송문수를 보면서 말했다.“그래.”송문수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럼 내 방으로 갈게.”“알겠어.”“잘 자.”“잘 자.” 하지수는 일어나서 가기 전에 뭐가 조금 아쉬운 느낌이 들었다.그녀는 갑자기 허리를 굽혀 송문수의 머리를 안고 그의 이마에 뽀뽀하였다.송문수의 심장이 멈춘 것 같았다. 곧바로 폭풍우가 휘몰아친 것처럼 심장의 박동을 제어할 수 없었다.그는 손가락이 꼼지락거리면서 하지수를 끌어안으려고 하였다.그러나 하지수는 이미 그의 곁을 떠나서 손가락은 그녀의 옷을 스쳐 지났다.그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고 그는 1초간 멈칫하다가 포기하였다.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그리고 지금 시간이 너무 늦었고 하지수의 피곤함을 느낄 수 있었다.이 기간이 지나고 며칠 지나서...그와 하지수는 아직 많은 시간이 있으니까 조급할 필요가 없었다.송문수는 하지수가 그의 방을 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의 심장은 여전히 제어되지 않고 벌렁벌렁 뛰고 있었다.그는 미래를 기대하기 시작했다.예전에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들이 곧 현실로 다가올 것 같았다.송문수는 하늘이 드디어 그를 돌보기 시작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늘이 그와 장난치는 것을 좋아하는 것 같았다....며칠 후.크레지는 그의 팀을 거느리고 송씨 그룹에 왔다. 송문수를 비롯한 임원들은 최고의 대우로 맞이하였다.송문수는 송씨 그룹에서 여러 번 수정한 가장 완벽한 제안서를 크레지에게 보여주었고 크레지는 매우 만족스러워했다.그러고는 크레지를 데리고 신에너지 자동차를 참관하였고 그들이 연구개발한 기술을 소개했다.그날 크레지는 바로 송씨 그룹과 합작해서 기술 투자를 해주기로 결정했다.다시 말하면, 세계 최정상 신에너지 자동차 연구개발 부서의 최고 등급의 총책임자가 곧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의 연구개발에 참여한다는 것이다.이러면 송씨 그룹의 신에너지 자동차는 대중의 인정을
사실 송문수도 내성적인 사람은 아니었다. 하지만 하지수의 앞에서 늘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송문수의 말에 하지수는 한숨을 내쉬었다.“왜 모두 날 못 믿는 거지?”송승우가 그녀를 믿지 않을 뿐만 아니라 송문수도 그녀를 믿지 않았다. 자신의 말이 이렇게 신뢰성이 없단 말인가?“그냥 송승우는 나보다 훨씬 나은데 당신이 날 선택하는 것이 이해가 안 돼서 그래.”송문수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지만 심장이 벌렁벌렁 뛰었다. 그는 너무 긴장해서 숨이 막힐 정도였다.“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하지수는 망설이지 않고 말하였다.“응?”하지수의 말에 송문수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자기의 귀를 의심하였다.송승우는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나고 더 똑똑한 것은 모두에게 알려진 사실이었다.반대로 자신은 그냥 못난 놈이었다.그는 어렸을 때부터 무능하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다. “승우 오빠가 문수 씨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하지 않아. 점점 그런 생각이 들어.”하지수는 다시 한번 말하였다.“근데 너 어렸을 때부터 형만 좋아했잖아? 몇 년 동안 좋아했지?”“지금 생각하면 그건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의지해서 그런 것 같아.”하지수는 송문수에게 약을 발라주면서 말하였다.“어렸을 때 승우 오빠가 성숙하고 듬직하고 성격도 좋다고 생각했어. 당신처럼 걸핏하면 나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니까. 그리고 난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또 낯선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안전감을 줄 수 있는 듬직한 사람을 찾으려고 했던 것 같아.”하지수는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때 승우 오빠는 나를 지켜줄 것 같은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난 정말 승우 오빠와의 감정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없었어. 승우 오빠에 대한 의지를 사랑으로 착각했던 것 같아. 지금 생각하면 아니야.”하지수는 연고를 내려놓고 송문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지금은 승우 오빠가 날 결혼식장에 버려두고 간 것을 조금도 원망하지 않아. 그리고 승우 오빠와 다시 잘되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심지어 나와 더 멀리 떨어졌으면 좋겠어
“승우 오빠, 우리 사이에 정말 끝났다고 몇 번 말해야 돼요? 우린 더 이상 가능성이 없어요.”사실 하지수는 화가 좀 났다. 도대체 어떻게 말해야 송승우가 자신의 진실한 속마음을 믿을까? 왜 이렇게 집착하지?송승우는 매서운 눈초리로 하지수를 노려보면서 이를 갈았다.“후회하지 마, 하지수!”“쾅!”송승우는 차에서 내릴 때 차 문을 세게 닫아서 차가 흔들렸다.그가 얼마나 화났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기사마저 소스라쳐 놀라서 감히 숨도 쉬지 못했고 떠나야 할지 제자리에 있어야 할지 몰랐다.“가세요.”오히려 하지수는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송문수는 고개를 돌려 하지수를 바라보았다. 그는 속으로 조금 기뻤지만 감히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는 하지수에 대해 늘 환득환실하였다.기사는 다시 브레이크를 밟고 그들을 데려다주었다.차 안은 여전히 조용하였다. 송문수는 하지수가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죽어도 입을 열지 않겠다고 생각하였다.어느새 주차장에 이르렀다. 두 사람은 앞뒤로 차에서 내렸다.지금 두 사람은 모두 피곤하였다. 저녁 내내 난리 쳐서 벌써 새벽 3시 넘었고 이제 4시간 정도만 잘 수 있었다.“문수 씨, 먼저 씻어. 욕실에서 나오면 내가 방에서 약 발라 줄게. 당신 얼굴에 멍이 좀 들었고 손도 좀 부었잖아.”하지수는 피곤하지만 억지로 정신을 가다듬고 말했다. 송문수는 입술을 오므리다가 대답하였다.“알았어.”하지수는 우선 방에 들어가서 샤워했고 그제야 정신이 조금 들었다.그녀는 거실에서 약상자를 찾은 후 송문수의 방문을 두드렸다.송문수는 잠옷을 입고 소파에 앉아 있었다. 그는 담배를 들고 있었는데 불을 붙이지 않았다.왠지 모르게 갑자기 담배를 피고 싶지 않았고 하지수가 담배 연기를 맡으면 기침을 할까 봐 걱정되기도 하였다.하지수는 그의 옆에 앉아서 요오드포름과 상처치료용 연고를 꺼냈다.“문수 씨, 머리를 조금만 수그려줘. 바를 수가 없잖아.”하지수가 다정하게 말하자 송문수도 순순히 따라서 하였다.그가 이렇게 말을 잘 듣는
“문수 씨.”하지수는 송문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는 지금 송문수가 화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지만 송승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어쨌든 한 가족이 아닌가.그녀는 가정의 불화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다.“그래도 승우 오빠를 병원에 보내야 하잖아.”하지수는 큰 소리로 송문수에게 말하자 송문수는 발걸음을 멈추었다.사실 송승우는 별일 없었다. 송문수는 격투기를 배운 적이 있기에 사람의 어느 부위가 다치면 안 되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가 송승우를 이성을 잃을 정도로 때렸어도 급소를 때리지 않았다.하지수는 송문수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긴급구조 요청을 하였다.구급차를 기다리는 동안, 하지수는 송승우에게 다가가지 않았다.그녀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바닥에 쓰러진 송승우를 바라보았다.송승우의 분노가 극도에 이르렀지만 송문수와 싸울 힘이 없었다.사실 하지수도 요새 송승우와 송문수가 자주 싸우는 이유를 몰랐다. 오늘은 벌써 두 번째였다.어렸을 때 두 형제의 관계가 그다지 친밀하지 않았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지금 어른이 되었는데 아직 유치하게 싸우다니!이윽고 구급차가 도착했고 구조대원들은 들것으로 송승우를 구급차에 태웠다.하지수도 따라서 올라탔지만 송문수는 타지 않았다.하지수는 잠시 망설이다가 내려와서 송문수를 잡아당겨서 같이 구급차에 올라탔다.구급차 안은 매우 조용하였다.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차 안의 분위기에 아직 분노의 불꽃이 튕기는 것 같았다.병원에 도착한 후 송승우는 응급실로 옮겼다.하지수와 송문수는 로비에서 기다렸다. 송문수는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면서 한쪽에 서 있었다.사실 하지수는 송문수의 얼굴에도 상처가 있는 것을 보았다. “문수 씨도 얼굴과 몸에 난 상처를 검사하지 않을래?”“필요 없어. 외상이라 금방 나을 거야”송문수가 이렇게 말하자 하지수도 강요하지 않았다.잠시 후, 송승우는 응급실에서 나왔고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모두 외상이라 별문제가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지금 입원 수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