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 없이 눈앞에 놓인 음식을 먹고 있었다.‘지수가 별로 먹지 않길래 나도 일부러 먹지 않은 거라는 걸 알고는 있을까? 내 속도 모르면서... 호텔로 돌아와서 같이 먹으려고 한 건데 고마워하긴커녕 내가 여자를 꼬신다고 말하다니...’‘내가 여자를 꼬신다고? 내가? 꼬시지 않아도 알아서 들러붙는데 내가 누굴 꼬신다고 그러는 거야? 내가 손에 넣고 싶은 사람은 지수뿐인데...’스테이크를 다 먹고 나서 두 사람은 각자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내일 중요한 일이 있었기에 서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각자 방에 들어가 쉬었다.송문수처럼 늦게 자는 것에 익숙한 사람도 오늘은 어쩔 수 없이 일찍 잠에 들어야 했다.다음 날 아침, 하지수가 막 일어났을 때 송문수는 이미 정장을 차려입고 거실에 앉아 있었다.“벌써 일어났어?”하지수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지금 7시인데...”“책임지고 이 일을 해결해야 하는데 늦잠을 자면 안 되지.”송문수가 말했다.“이거 맞지? 크레지랑 얘기할 때 필요한 서류 말이야. 미리 알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내가 전문적이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서류를 들고 소파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읽고 있는 송문수를 보며 하지수는 이렇게 생각했다.‘내가 아는 문수 씨 맞아? 사람이 이렇게 변할 수도 있는 건가? 진짜 정신을 차린 거라고?’“내가 잘생긴 건 나도 알지만 그렇게 계속 쳐다보면 나도 일에 집중하기 어려운데...”송문수는 서류를 보면서 이렇게 말했다.하지수는 사색에서 벗어나 급하게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했다.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화장도 했다. 준비를 끝내자 룸서비스로 아침이 배달된 것이었다.송문수와 하지수는 간단히 아침을 먹고 바로 매장으로 향했다.송문수는 아주 진지하게 선물을 고르고 있었다. 계속해서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그는 여자들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꽤 잘 아는 듯했다. 여자를 많이 만나본 그가 여자들의 취향을 모를 리 없지만 말이다.하지수는 속이 쓰려왔다.
하지수는 멍하니 송문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내가 가방을 구경하고 있다는 걸 눈치챘으면서... 신경조차 쓰이지 않는 건가?’두 사람은 차를 타고 곧바로 크레지의 집으로 향했다. 크레지의 집은 교외에 있었는데 아주 큰 별장이었다.그날은 날씨도 좋았기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았다.하지수는 잠시 감탄하며 말했다.“나이가 들면 이렇게 한적한 곳에서 좋아하는 사람과 같이 살고 싶어”“너 이런 곳 좋아해?”송문수가 살짝 이해가 안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아주 조용한 곳이었기에 저녁이 되어도 느낌이 나지 않았다.하지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그냥 말해본 거야.”송문수가 이런 곳을 좋아하지 않을 거라는 것쯤은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번잡한 곳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으니 말이다.두 사람은 별장에 도착했다. 그들은 자로 초인종을 눌렀다.하우스키퍼가 문을 열고 나와서 무슨 일인지 묻더니 다시 안으로 들어가 확인을 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렸고 하우스키퍼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별장 안에는 넓고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아이 두 명과 강아지 두 마리가 잔디밭을 뛰어다니고 있었고 정원사들이 나무를 다듬고 있었다.그 모습은 따뜻하고 조화로워 보였다.두 사람은 하우스키퍼를 따라 거실로 들어갔다. 소파에는 크레지와 그의 아내인 쥴리가 앉아 있었다.두 사람은 송문수와 하지수를 웃으면서 맞이했지만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감정은 아닌듯했다.가족끼리 보내는 시간이었기에 방해받는 게 싫은 것이었다.그저 예의상 들어오라고 한 것이었다. 그들은 서로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를 주고받았다.크레지가 바로 말을 꺼냈다.“저는 금융 기술에 큰 관심이 없습니다. 사실 지금 건강이 좋지 않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어요. 그러니 지금은 손님을 접대하거나 일적인 이야기를 하기는 좀 불편합니다.”“저희가 방해를 했네요. 죄송합니다.”송문수가 서둘러 말했다.“그럼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의 기획안입니다. 시간이 되실 때 봐주
하지수는 옆에서 지켜보며 마음이 조급해졌다.‘좀 양보해 주면 좋을 텐데... 두 아이들과 사이가 좋아지면 크레지도 마음이 누그러질 수도 있잖아... 그러면 협력 제안을 받아들일 수도 있을 거고. 왜 이렇게 승부욕이 강한지...’하지수는 그저 속으로 답답해하고 있었다.그때, 그녀는 크레지와 쥴리가 문 앞에서 이 장면을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아이는 드디어 송문수에게서 공을 빼앗았다. 하지수는 아이들이 골을 넣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송문수가 다시 그 공을 빼앗는 것이었다.그중 한 아이는 거의 눈물을 터뜨릴 것 같았지만 끝까지 참으면서 공을 쫓았다. 다른 아이도 송문수를 뒤쫓았다.세 사람은 잔디밭에서 뛰어다녔고 강아지 두 마리도 같이 달아 다니고 있었다. 그 장면을 보고 있으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송문수가 다시 골을 넣으려고 시도했다. 그때, 한 아이가 빠른 속도로 송문수의 공을 빼앗아 가는 것이었다.송문수는 순간 공을 놓쳐버렸고 아이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공을 골대로 차 넣었다.하지수는 기뻐서 환호를 터뜨렸고 크레지와 쥴리도 두 아이에게 박수를 보냈다.두 아이는 신이 나서 펄쩍 뛰며 기뻐했다. 아이들의 행복은 정말 순수한 것이었다.송문수는 그들을 격려하며 말했다.“잘했어. 대단한데? 하지만 약속한 10분이 다 돼서 이만 가봐야 될 것 같아.”“꼭 가야 돼요?”두 아이는 아쉬움이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응, 가야 돼. 두 사람 모두 정말 멋졌어. 계속 열심히 훈련해야 돼, 알겠지?”“그럼 또 만날 수 있을까요?”“인연이 있으면 또 만나게 되겠지.”송문수는 하지수에게로 다가가 외투를 받아 들고 대문으로 향했다. 하지수는 그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대문에 다다랐을 때, 하우스키퍼가 급히 따라왔다.“송문수 씨.”“크레지 씨랑 부인께서 점심을 함께 하자고 초대하셨어요.”하지수는 놀라운 표정으로 송문수를 쳐다봤다. 송문수 역시 기쁜 표정을 숨길 수 없었다. 둘은 서
하지수는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녀는 이제서야 송문수가 왜 공을 넘겨주지 않았는지, 왜 아이들에게 골을 못 넣게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된 듯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노력한 뒤에 얻는 기쁨을 느끼게 하려고 했던 것이다.하지수는 자신이 항상 송문수를 부정하려는 습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송문수는 두 아이와 한참 동안 축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크레지가 독촉해서야 두 아이는 아쉬워하면서 잔디밭을 떠났다. 그러면서 두 아이는 이렇게 묻곤 했다.“또 같이 축구할 수 있나요?”송문수는 먼저 크레지가 준비한 방에서 씻고 나왔다. 땀에 젖은 채로 일을 하기는 불편했기 때문이었다. 씻고 나오니 그는 아주 깔끔한 모습이었다.점심 식사도 이미 준비되었기에 두 사람은 바로 함께 앉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두 아이는 송문수가 그렇게 좋은지 식사 중에도 계속 말을 걸며 이야기를 나눴다.송문수도 그들의 질문에 인내심을 가지고 잘 대답해 주었다.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서도 두 아이는 여전히 송문수 주위를 떠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쥴리의 손에 이끌려 방으로 갔다.아이들이 떠나자 거실은 순식간에 조용해졌다.크레지는 송문수와 하지수를 서재로 안내했다.그는 바로 그들의 협력 제안을 꺼내며 말했다.“아까 기획안을 살펴봤거든요. 그러니까 기술 투자를 원하시는 거죠?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건 아니라서 바로 답할 수는 없어요. 제 회사에서 무슨 결정을 하든 제가 혼자 하는 게 아니니까요. 두 분도 제가 아닌 저희 회사와의 협력을 원하시는 거잖아요.”“물론입니다. 갑작스럽게 크레지 씨의 직업 계획을 함부로 바꾸고 싶지도 않고요.”송문수가 재빨리 답했다.“휴가가 끝나면 회사 분들과 논의한 후에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하지만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아요. 제안을 살펴보니까 두 분이 얼마나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알 것 같거든요. 또 저희 회사도 전부터 해외 시장에 진출할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직접 지사를 세우는 건 회사에 부담이 너무 크더라고
하지수는 창밖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사실 송문수에게 그렇게 큰 기대를 할 필요는 없었다.그는 원래부터 세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기에 조금이라도 변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했다. 앞으로 같이 보낼 시간이 많으니까 말이다.두 사람은 호텔로 돌아와 짐을 챙긴 후 공항으로 향했다. 약 10시간의 비행을 거쳐 밤이 될 때에야 두 사람은 귀국했다.그들은 귀국하자마자 바로 병원으로 갔다.송기명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두 사람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송기명은 마침 밥을 먹고 있었는데 병실 안에는 송승우도 있었다.그도 아마 금방 서울에서 일처리를 끝내고 돌아온 모양이었다.송문수와 하지수를 본 송승우가 무표정으로 말했다.“아직 아버지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출국해서는 몇 날 며칠씩 돌아오지도 않다니... 정말 간도 크지.”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송승우가 뭐라 하든 그저 무시해 버렸다. 송승우도 눈치챘지만 그는 송문수가 자신에게 어떤 태도를 보이든 상관없었다. 송승우에게 놓고 말해서 송문수는 어차피 자기보다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그러자 하지수가 설명했다.“어머님과 아버님 허락을 받고 출국한 겁니다. 지금 회사 상황이 불리한 상황이라서 문수 씨랑 저는 해외에서 회사를 살릴 수 있는 길을 찾고자 했어요. 회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죠.”하지수는 자신도 모르게 송문수의 편을 들었다. 그녀는 점점 송승우가 송문수를 막 대하고 그에 대해 안 좋게 말하는 게 점점 불편해졌다.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요?”송승우가 비꼬며 말했다. 하지수가 송문수의 편을 드는 바람에 그는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전에는 하지수가 자기 편을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점점 자기한테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아서 심술이 난 것이었다.하지만 하지수가 이렇게 나올수록 송승우는 오히려 더 그녀를 되찾고 싶어졌다. ‘하지수는 원래부터 내 편 아니었어?’그녀는 참을성 있게 말했다.“회사를 운영하는 건 시간이 필요
“내가 언제 지수 씨한테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그래? 송문수, 말 좀 조심해서 해.”송문수 말을 들은 송승우는 더욱 화가 났다.창피해서 화가 난 건지, 기분이 안 좋아서인지, 그는 평소와 다른 모습으로 화를 내고 있었다.송문수가 입을 열기도 전에 송기명이 단호한 말투로 말했다.“그만해!”“나이가 얼마인데 만나자마자 또 싸우냐? 문수야, 그래도 승우 네 형이야. 너도 좀 배려할 줄 알아야지.”송문수가 냉소를 지었다.어렸을 때부터 늘 이런 식이었다. 송승우와 싸울 때면 부모님들은 언제나 송승우 편을 들었다.어느 한 번은 송문수가 집 정원에 있는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고 있었는데 그 소리가 공부에 방해가 된다고 송승우가 송문수더러 수영을 그만두라고 했던 적도 있었다.하지만 수영 대회가 있어서 연습을 해야 했던 송문수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결국 송승우는 부모님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그로 인해 송문수는 부모님에게 수영을 금지당했다. 송승우의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이유만으로 말이다.송문수는 대회 준비를 해야 한다고 반박했지만 부모님은 그를 무시했다.“수영 대회는 그렇게 중요한 대회가 아니잖아. 승우 공부가 더 중요하지.”그때부터 송문수는 수영을 그만두었다.부모님이 그때 상황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그가 수영을 하지 않는 이상 송승우의 공부에 방해되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사실 송승우가 창문을 닫기만 해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문수는 말없이 참아야 했다.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다들 결국 송승우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송승우는 송씨 가문의 자랑이었고 송문수는 언제나 뒷전이었다.아무리 열심히 하고 잘한다고 해도 칭찬 한마디 듣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송승우가 하는 말은 언제나 맞았고 그가 하는 말은 언제나 틀렸다.송문수는 몸을 돌려 병실을 떠나려 했다. 변명을 늘어놓고 싶지도 않았고 그들과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아무런 의미가 없는 일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병실에 남아있는 송기명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할 정도로 화가 나 있었다.하지만 송승우는 옆에서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을 했다.“문수 철 든 거 맞아요? 아직도 저렇게 다른 사람 감정을 생각해 주지 않아서 되겠어요? 다른 건 다 제쳐둔다고 해도 지금 아버지께서 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그런데도 이렇게 짜증 낸다고요? 어떻게 몇 년 동안 아무 발전도 없을까요?”그 말을 들으면서 송기명은 점점 더 화가 나서 얼굴이 더욱 굳어져 갔다.그때, 허영지가 옆에서 말을 했다.“승우야, 그만해.”송승우는 자기도 어쩔 수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저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어쩌겠어요? 사실이잖아요. 제가 없는 말을 지어냈나요?”허영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듯 다시 말했다. “그만해.”그녀의 말투에는 분명 짜증이 섞여 있었다.그 말을 들은 송승우도 알겠다는 듯 입술을 다물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허영지가 말을 꺼냈다.“승우야, 방금 의사 선생님께 물어봤는데 네 아버지 상태도 많이 괜찮아 졌다고 하더라고. 큰 문제는 없다고 하셨어. 그냥 안정을 취하는 게 중요하다고 하시더라. 너 하루 종일 바쁘니까 계속 아버지 옆에 있을 필요 없어. 내가 여기서 네 아버지랑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아버지 정말 괜찮은 거예요?”송승우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많이 좋아졌어.”송기명은 고개를 끄덕였다.“너희 어머니가 너무 걱정해서 탈이지. 너희 어머니만 아니었으면 나는 벌써 퇴원할 수도 있었어.”“퇴원은 무슨... 건강이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회사 일 걱정하지 말고 그냥 치료에 집중하세요.”송승우는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송기명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전 먼저 갈게요.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하시고요. 바쁘지만 않으면 자주 들를게요.”“너도 몸 잘 챙겨.”허영지는 아들을 걱정하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부모님께서 걱정하지 않게 잘 지낼게요.”송승우는 이런 말을 남기고 병
“뭐라고요?”송기명은 놀란 표정으로 허영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할 거라고는 상상조차 못 했으니 말이다.“어릴 때부터 저희는 승우에게만 집중했어요. 승우는 똑똑하고 뭐든지 빨리 배우는 편이고 여러 면에서 뛰어났기 때문에 항상 승우한테만 신경을 썼었죠. 그 대신 문수한테 너무 소홀했던 것 같아요. 지금까지 문수 생일을 몇 번이나 챙겼는지 잘 기억도 안 나요.”허영지는 갑자기 괴로운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송기명은 잠시 멈칫하더니 입을 열었다.“남자애가 무슨 생일을 챙긴다고...”“하지만 승우 생일은 매년 챙겨줬잖아요. 승우와 문수 생일이 한 달 차이라고 항상 승우 생일에 맞춰서 생일 파티를 했죠. 그리고는 그 날에 문수 생일도 같이 챙겼다고 하면서 그저 넘어가 버렸잖아요. 하지만 그날, 모든 사람은 승우의 생일만 축하해줬지 문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문수는 그냥 옆에 있을 뿐이었죠. 그게 어떻게 같이 생일을 챙기는 거겠어요?”허영지는 힘없는 말투로 말했다.“당신은 왜 갑자기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거예요?”송기명은 허영지의 말을 곱씹어 보며 묻기 시작했다. 그는 세심한 성격이 아니었기에 그런 것들에 신경을 쓰고 싶지도 않았다.“형제 사이에 그런 것도 신경 써야 하나요?”“당신 못 느꼈어요? 승우가 문수한테 이미 습관적으로 불만을 품고 있다는 걸 말이에요.”허영지는 눈을 감고 깊이 생각하며 말했다.“저는 방금 승우가 문수한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까 참을 수 없더라고요.”“문수가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까 승우가 그렇게 말한 거죠. 승우가 어떤 사람인지 우리도 잘 알잖아요? 어릴 때부터 똑똑하고 말 잘 듣고 항상 성실한 아들이었으니까요. 걱정할 일도 전혀 없었고 말이에요. 그런데 문수는 항상 문제를 일으켰고...”“하지만 문수가 왜 승우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승우한테 무슨 자격이 있길래 문수를 그렇게 대하는 거죠?”허영지는 송기명의 말을 끊으며 반박했다.“승우가 우리 가정을 위해서 뭘 해줬는데요? 생각해
짧은 시간이었기에 송문수가 회사의 대체적인 상황을 잘 파악한 것만으로 대단한 것이었다. 게다가 이는 단지 송문수에게 회사를 관리하는 재능이 있어서 해낸 것이라고 단정 지을 수도 없었다.송문수가 매일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있는지 하지수는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항상 그는 조금이라도 여유가 생기면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 연구하면서 시간을 보냈고 지어는 날마다 새벽까지 야근을 하다가 집에 돌아갔다. 게다가 차에서 보는 서류들도 모두 송씨 그룹과 관련된 문서였다.송문수는 원래 시간만 나면 게임을 하거나 먹고 자고 놀기만 했던 사람이었다. 얼마 안 되는 사이에 송문수는 정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된 것 같았다....송문수의 말대로 하지수는 다음 주에 회사로 찾아올 크레지를 위해 연관 업무에 대한 계획을 세웠다.송문수와 하지수가 일 처리를 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이사님들도 점점 두 사람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들이 맡긴 업무에 대해 불평이나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고 바로 행동에 옮기기만 했다.그러면서 송문수와 하지수의 업무 부담도 줄어들었고 회사도 더 원활하게 운영되고 있었다.회의가 끝난 후, 하지수는 송문수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갔다.요즘 들어서 그녀는 송문수의 사무실에서 일을 하는 것에 익숙해졌던 것이다. 송문수는 자주 회사의 전문 용어나 이해할 수 없는 마케팅 계획에 대해 물었고 그녀는 언제 어디서든 그가 묻는 말에 답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두 사람은 서로의 사무실을 오가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지수 씨, 잠깐 제 사무실로 올 수 있으세요?”그때, 송승우가 갑자기 하지수를 불렀다.하지수는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망설였다. 그녀는 송문수를 한 번 바라보았다.“네 마음대로 해.”송문수는 이렇게 말하고 큰 걸음으로 사무실을 떠났다. 질투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송문수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지수는 속으로 약간 허탈감을 느꼈다.송문수가 많이 변한 건 사실이었지만 하지수에 대한 감정은 별로 진전이 없는 것 같았다. 물론 그녀도
회의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그들은 혹시나 방금 들은 말이 착각이 아닐까 하는 두려워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고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그저 조용히 앉아 있었다.송승우는 믿을 수 없었다.‘어린 시절부터 장난만 치고 아무것도 해낸 적 없었던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제가 기술 투자를 따냈다고요. 다음 주 수요일쯤, 크레지 씨가 직접 회사로 와서 계약서에 사인하실 거라고 하셨어요.”송문수가 다시 한번 말했다.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그의 말을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정말인가요?”오 이사님이 가장 먼저 물었다. 이렇게 묻는 그의 목소리는 살짝 떨리고 있었다.다른 이사님들도 모두 송문수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사실 이사님들뿐만 아니라 송기명까지도 이 프로젝트가 실패한 거라 생각했었다. 기술 투자를 성사하지 못한다면 즉시 프로젝트를 멈추고 더 이상의 손실을 내지 않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했었다.그동안 들인 노력과 돈이 헛된 것으로 된다고 해도, 아쉽고 화가 나도 어쩔 수 없다면서, 이게 가장 합리적인 결정이라면서 이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이변이 일어난 것이다. 기술 투자를 따내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었고 이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게다가 국제적인 협력 또한 쉽지 않은 것이었다. 어느 정도 경쟁 관계도 존재했으니 말이다.그럼에도 송문수가 기술 투자를 성사한 것이었다.“금방 크레지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송문수도 감격스러운지 여러 번 반복했다.“정말로 뭐라 말해야 할지 모르겠네요.”오 이사님은 감격에 겨워 말을 잇지 못했다.다른 이사님들도 다들 같은 말만 반복했다.“문수 씨, 정말 대단하세요!”“도대체 어떻게 하신 거예요? 크레지 씨한테서 기술 투자를 따내다뇨... 크레지 씨는 성격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분이시잖아요. 아무나 접근할 수 있는 사람도 아니고요.”“문수 씨, 이번에 정말 큰 공을 세우셨어요. 만약 이번 기술 투자가 실패했다면 회사는 최소 3년에서 5년 동
그녀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다. 송기명과 허영지도 아마 그런 생각이었을 것이니 말이다.그러나 송문수가 어느 정도 성과를 냈을 때, 그들은 진심으로 기뻐해줬고 격려까지 해주었다. 그런데 유독 송승우만은 계속해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했고 그를 믿어주지 않았다.하지수는 송승우를 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다.그러자 그때, 송문수의 전화가 울렸다.전화 화면을 확인한 그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송승우는 송문수의 행동을 지켜보며 마치 트집이라도 잡은 것처럼 말했다.“송문수, 회의 중에 개인 전화를 받으면 안 되는 거 몰라? 회의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거 아니야?”송문수는 그의 말을 무시하고 회의실 구석으로 걸어가 전화를 받았다.그러자 송승우는 더 화가 났다.그때, 오 이사님이 그를 꾸짖었다.“승우 씨, 지금 문수 씨는 이 회사의 회장입니다. 이 회사에 발을 들인 이상 문수 씨의 말대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문수 씨가 전화를 언제 받든 그건 문수 씨가 결정할 일입니다. 저희도 문수 씨랑 여러 번 회의를 해봤어요. 진짜 급하고 중요한 전화가 아닌 이상 회의 중에 절대 전화를 받지 않는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있고요.”송승우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송문수 이놈, 비밀리에 오 이사님이랑 뭔가 있는 게 분명해. 그게 아니라면 왜 오 이사님께서 계속 송문수를 감싸주겠어?’이렇게 생각한 그는 다른 이사님들을 둘러보았다.다른 이사님들도 송문수가 회의 중에 전화를 받는 것에 아무런 문제를 느끼지 않는 듯했다. 다들 아무 말 없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송승우는 말을 잇지 못했다.‘도대체 송문수가 이 사람들에게 뭘 해 줬길래 다들 이렇게 그를 감싸는 걸까?’회의실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은 조용히 송문수가 전화를 마칠 때까지 기다렸다.송승우는 점점 더 짜증이 났지만 다들 가만히 기다리고 있었기에 그도 더 이상 뭐라 말할 수 없었다.한참 지나서야 송문수가 전화를 끊고 돌아왔다.송문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송승우가 바로 입을 열었다.
송문수가 말을 마치자 모든 이사들이 손을 들어 찬성했다.송승우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을 믿을 수 없었다. 그는 큰 소리로 물었다.“그렇게 애쓰던 프로젝트가 물거품으로 된다니까요? 이렇게 쉽게 포기한다고요? 프로젝트를 포기하면 무조건 손해를 볼 거예요. 포기하지 않으면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송문수가 뭐라고 더 말하려는 찰나, 오 이사님이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승우 씨,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오신 거 맞으세요?”“당연히 알고 왔죠.”송승우는 당당하게 대답했다.“아니요. 지금 승우 씨가 하는 말들을 보면 그렇게 보이지는 않습니다만...”오 이사님은 원래 직설적인 성격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래도 상대가 송승우였기에 지금까지 나름대로 배려를 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사실 저는 예전부터 문수 씨를 별로 좋게 보지 않았어요. 문수 씨가 회사로 출근하기 시작한 지는 좀 오래 되었지만 한 번도 진지하게 일을 하지 않았으니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달라요. 문수 씨는 정말로 회사를 위해 애쓰고 있어요. 저도 회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겠다는 문수 씨의 진심을 느꼈거든요.”“하지만 승우 씨는... 정말 실망입니다. 승우 씨는 지금 회사 상황을 더 혼란스럽게 하고 있어요.”“오 이사님!”송승우의 표정이 일그러졌다.“이사님께서 제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절 이런 식으로 평가하는 건 제 인생 그 자체를 모독하는 겁니다.”“그저 사실을 말한 것뿐입니다. 사실 문수 씨가 대리 회장님을 맡게 되었을 때, 전 더 심하게 말했었거든요. 하지만 문수 씨가 회사를 관리하는 걸 보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저는 그냥 아버지의 노력을 헛되이 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에요. 왜 그렇게 저를 비난하시는 거죠? 제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그래서 물어봤잖아요.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냐고 말입니다. 만약 정말 회사 상황을 제대로 알고 있다면 왜 회사가 자금 파산의 문턱에 있는지 알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송승우는 송문수의 말투에서 그가 자신을 조롱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형, 직원이라고 해서 무조건 우리 차량을 사용하라고 하는 건 불법이야. 노동법을 위반하는 거라고.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구매한다면 얘기가 달라지지만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만약 형 말대로 강요하면 말이야. 그들 중 한 명이라도 신고해 버리면 우리는 법적 처벌을 받게 돼. 그러면 송씨 그룹도 끝장나는 거고. 원래부터 상태가 별로 안 좋은 데다가 평판까지 나빠지면 그때는 정말 파산이야.”“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하면 되잖아. 할인까지 해주는데 직원들이 왜 반대하겠어?”송승우가 그의 말에 반박했다.“직원한테만 할인해 준다고? 그럼 얼마나 할인할 건데? 몇 퍼센트가 적당할까?”송문수가 따져 물었다.“형, 제대로 생각해 보긴 한 거야? 할인 때문에 회사가 손해를 보는 건 일단 생각하지 않는다고 해도 직원마다 상황이 다르잖아. 가정 형편도 다 다르고... 게다가 만약 산 지 얼마 안 된 자동차가 있다고 생각해 봐. 할인을 해준다고 해도 나라면 안 살 것 같거든?”“그래도 필요한 직원들도 있을 거 아니야?”송승우의 얼굴이 확실히 어두워졌다.“송문수,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렇게 내 생각을 부정하는 거야? 아무리 그래도 내가 형인데... 날 이런 식으로 대해도 되는 거야?”“기술 투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을 때, 형도 내가 지금까지 노력해서 낸 성과를 바로 부정해 버렸잖아.”송문수가 그의 말을 맞받아쳤다.그 말을 들은 송승우의 안색이 어두워졌다.송문수의 말이 맞았기에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이사회니까 우리가 의견을 낸다고 해서 결정되는 게 아니잖아. 이사님들의 의견이 가장 중요해. 제 생각에 동의하는 이사님들은 손을 들어줄 수 있으신가요?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할인을 해주고 직원들로 하여금 자발적으로 우리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게 하자는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은 손을 들어주세요.”모두가 침묵을 지켰다.
“지금 이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어요. 만약 기술 투자에 실패하면 계속해서 적자가 날 겁니다.”송문수가 그의 말을 반박했다.“물론 이 프로젝트를 포기한다는 건 기술 투자에 실패한 상황을 전제로 생각한 플랜일 뿐입니다. 만약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다면 저희는 당연히 이 프로젝트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저희는 지금 단지 앞으로 회사를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전략을 세우는 중입니다. 여러 가지 상황을 미리 대비하고 회사를 어떤 방향으로 끌어 나갈지 명확히 하자는 거죠.”“난 네가 기술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아.”송승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나는 네가 해외에서 협상을 할 때부터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어. 그러니까 기술 투자가 실패할 경우를 생각해서 계획을 세워야 돼.”송승우는 모든 이사들 앞에서 송문수의 능력을 부정해 버렸다.송문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어릴 적부터 집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인지 송문수는 송승우 앞에 서면 항상 자기가 그보다 부족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송승우가 안 될 거라 말하면 정말 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송문수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송승우는 태연하게 말을 덧붙였다.“그러니까 제 말은 기술 투자가 성공할 경우에 대해서 전혀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겁니다. 기술 투자 없이 바로 전략을 세워야 해요. 그리고 아까도 말했듯이 저는 이 프로젝트를 이어가길 원합니다.”“형, 지금 이미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도 팔리지 않고 있어.”송문수가 말했다.“그건 네가 마케팅을 제대로 안 해서 그런 거지.”송승우가 대답했다.“지금까지의 홍보 결과만 따르면 다들 저희의 에너지 자동차를 불합격품이라고 의심하고 있습니다.”송승우는 한 마디씩 똑똑하게 말했다.“그래서 저는 저희부터 몸소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송문수가 그를 바라봤다.“간단하지 않나요? 저희조차 회사에서 생산한 신에너지 자동차를 사용하지 않는데 다른 사람들이라고 어떻게 우리의 제품을 믿겠어요?”송승우가 이렇게 제
회의실은 금세 떠들썩해졌다. 모든 사람의 관심이 송승우에게 쏠렸다. 그중 대부분 사람들은 송승우를 칭찬하고 있었다.그는 송문수와 달리 갑자기 회사로 찾아왔음에도 사람들의 비난을 받지 않았다.송승우가 갑자기 나타나는 바람에 이제야 겨우 인정받기 시작한 송문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하지수는 송문수를 흘낏 바라보며 그의 표정이 미세하게 변하는 걸 살폈다.송문수는 물론, 하지수도 마찬가지로 송승우의 갑작스러운 방문을 불쾌해하고 있었다.회사는 이미 송문수가 관리하고 있었고 그 덕분에 회사는 전보다 안정한 상태로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송승우가 합류하는 게 흐름을 방해할까 봐 하지수는 걱정이 되었다. 이사들도 분명 송승우를 더 믿는 듯했다.하지만 송승우는 회사를 관리해 본 경험이 전혀 없었다. 그는 지금까지 연구에만 집중해 온 데다가 회사를 경영하는 것과 과학 연구는 전혀 다른 분야였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물론 하지수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렇게 말하지 않았지만 말이다.송승우도 좋은 마음으로 회사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려는 것이었기에 그녀가 불만을 늘어놓을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송문수도 아마 같은 생각일 듯했다.“문수야, 내가 왔는데 기쁘지 않아?”송승우가 송문수를 바라보며 물었다.“당연히 기쁘지.”송문수가 대답했다.“형이 와서 도와준다면 나야 당연히 좋지. 형은 머리가 좋잖아. 형이 있으니까 회사도 더 잘될 거야.”“그 말이 네 진심이길 바랄게.”송승우는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송문수에게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다. 하지만 송문수도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는 신경 쓰지 않고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저희는 지금 기술 투자에 대해서 논의하고 있습니다. 아직 저에게 연락을 주지는 않았지만 전 개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다만 시간이 좀 걸릴 뿐이죠. 하지만 이렇게 기다리고만 있으면 저희의 프로젝트에 지장을 줄 겁니다.”“일단 첫째는 많은 직원들이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차 안에 정적이 흘렀다.하지수는 뒷좌석에 기대어 눈을 감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방금까지 송승우와 일 얘기를 나눴기에 지금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업무 생각으로 가득했다. 게다가 기술 투자 쪽에서도 아직 아무 소식 없었기에 걱정이 되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송씨 그룹이 큰돈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왠지 모르게 불안해지기 시작했다.“방금 형이 너한테 같이 가자고 했었잖아. 왜 따라가지 않은 거야?”송문수가 갑자기 꺼낸 말에 하지수는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깊은 생각에 잠겨 있는 바람에 송문수가 갑자기 말을 걸 줄 몰랐던 것이다.그녀는 잠깐 생각을 하고 나서야 송문수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하지수는 미세하게 이마를 찡그리며 대답했다.“내가 왜 승우 씨를 따라가야 되는데?”“너 우리 형을...”송문수는 말문이 막혔다. 그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손가락을 움켜쥐어지고 있었다.“더 이상 우리 형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송문수는 이렇게 질문을 던졌다. 하지수가 어떤 대답을 할지 몰랐기에 그의 가슴은 요동치고 있었다.“응. 없어.”하지수는 아주 단호하게 대답했다.그 순간, 송문수는 가슴이 내려앉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전에 우리 형 많이 좋아하지 않았어?”그는 감정을 억누르며 말을 이어갔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속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예전에는 그랬지.”하지수는 웃으며 말했다.“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많은 일을 겪었잖아. 좋아하는 감정도 점점 사라지더라고.”그녀는 이어서 말했다.“사람의 감정이라는 건 세월의 흐름을 버텨내기 힘든 것 같아.”송승우에 대한 감정이 이렇게 빠르게 식을 줄은 그녀조차도 몰랐던 것이었다.송문수는 점점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이제 아무 감정도 없는 거면 우리 형이랑 가까이 지내지 마. 멀리 떨어져서 지내. 조금의 여지라도 줘서는 안 돼.”“알겠어.”하지수가 대답했다.그녀는 더 이상 송승우에게 어떤 기대나
“최선을 다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송승우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만약 기술 투자가 실패하면 그다음에는 어떻게 하실 건가요? 생각해 본 적은 있으세요? 실패하면 회사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지 않을까요?”“그 문제에 대해서는 내일 이사님들과 논의할 예정입니다. 기술 투자가 실패할 경우 회사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개선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할 것입니다.”하지수가 설명했다.“기술 투자가 실패한다고 해도 다른 플랜을 준비할 예정이고요.”송승우는 갑자기 말을 잇지 못했다.순간, 무슨 말을 해도 하지수를 반박할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하지수가 다시 입을 열었다.“문수 씨랑 생각하고 있었던 플랜이 있긴 하거든요. 만약 기술 투자가 정말 실패하게 된다면 그때는 신에너지 자동차에 대한 연구개발과 판매를 포기할 것입니다.”“그럼 손실은 어떻게 할 건가요? 육현경 씨한테서 돈을 빌렸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까? 그냥 갚지 않을 생각인가요?”송승우는 다소 흥분하며 말했다.“당연히 갚아야죠. 문수 씨 친구이긴 하지만 업무적으로 엮이면 말이 또 달라지거든요.”하지수가 단호하게 말했다.“송씨 그룹이 지금까지 해오던 사업 분야에서 수익을 내면 되죠. 그러면 조금씩이라도 갚을 수 있잖아요?”“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해 놓고 그냥 포기하겠다는 건가요?”송승우는 여전히 불만이 많았다. 포기해 버리면 완전히 손해를 본 것으로 되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다른 플랜으로 이득을 볼 기회가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제때에 손실을 멈춰야죠.”하지수가 말했다.“사람들이 기술력을 의심하고 있는 데다가 기술 투자까지 받지 못하게 되면 앞으로 더 이상 기회는 없을 겁니다. 사회적 리스크도 많이 부담해야 할 거고요. 그럴 경우 회사 주식이 하락할 뿐만 아니라 손실이 커질 뿐입니다.”송승우가 또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하지수가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물론 내일 이사님들과 함께 논의하고 나서 결정해야 되겠죠. 송씨 그룹이라고 해서 저희만의 회사가 아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