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도현은 자신의 여자가 한 말에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자신이 이렇게 뛰어난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기 때문이다.“너!!” 조혜영의 몇 마디에 지성윤은 머릿속이 복잡해지며 가슴이 크게 요동쳤고 조혜영을 이를 악물고 노려보았다. “이게 무슨 말이야! 내가 이렇게 형편없다고? 나도 고무계에서 순위에 오를 정도의 미인이고 천현종의 성녀인데 네가 말한 것처럼 하녀만도 못한 여자로 보인단 말이야?”고무계에서 그녀를 쫓는 남자가 아무리 적게 잡아도 만 명은 되는데 이 여자의 입에서 자꾸 자신이 마치 시집도 못 갈 여자로 취급받는 듯한 말이 나오는 게 어처구니없었다.그녀는 점점 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게다가 몸의 몇몇 민감한 부분은 방금 이도현에게 만져졌고 어찌 보면 남에게 모두 빼앗긴 듯한 느낌을 받았는데 이제 와서 이런 말을 듣다니 분노는 배가 되었다.그러나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도현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것은 사실이었기에 더는 할 말이 없었다. 결국 화와 수치를 억누르고 고개를 돌려 이 한 쌍의 개 같은 남녀를 더 이상 상대하지 않기로 했다.그 후로는 비교적 조용해졌고 이도현은 조혜영이 아직 밥을 먹지 않았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근처에서 야생 동물 두 마리를 사냥해 와서 바비큐 만찬을 준비해 두 여자에게도 먹을 것을 주며 식사를 마쳤다.그 후 이도현은 모닥불 옆에서 명상을 하며 쉬었고 조혜영은 그의 품에 안겨 잠이 들었다. 따뜻하고 안전했다.한쪽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던 지성윤은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솔직히 밤이 깊어지고 특히 이 외딴섬에서 그녀도 저런 대접을 받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특히 조혜영이 이도현의 품에 안겨 행복해 보이는 모습이 그녀를 더욱 질투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다. 왜 같은 여자면서 그녀는 남자의 품에서 이렇게 편안히 잠을 잘 수 있고 자신은 차가운 땅바닥에 앉아 명상으로 밤을 지새워야 한단 말인가? 같은 여잔데 왜 이렇게 대우가 다른 걸까?그렇게 밤이 지나고 다음 날 이도현은 신영성존과 연락해 그가 헬기를 보내도록
지성윤은 조혜영보다 더 큰 엉덩이를 자랑하며 거만하게 걸어갔다. 화가 나서 그랬는지 아니면 일부러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녀는 굉장히 요란하게 엉덩이를 흔들며 리듬감도 아주 강하게 걸어갔다.이도현은 그녀가 요염하게 떠나는 모습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 물론, 여기서 반하지는 않았다, 그는 정직한 사람이니까 말이다.지성윤이 떠난 후, 이도현은 조혜영을 조씨 집안으로 데려다주었고 조혜영의 간곡한 부탁에 이도현은 하룻밤 머물기로 했다.그 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했다. 모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전에는 서로 어색해하고 부끄러워서 못 했던 일들이 그날 밤에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마치 이미 수백 번 한 것처럼 이루어졌다.모든 과정이 익숙했고 절차도 익숙했으며 움직임도 매우 익숙했다. 연습할 필요도 없이 서로 손짓 하나, 작은 동작 하나로 상대가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떤 동작을 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이 능력은 가르칠 필요도 없고 태어날 때부터 머릿속에 저장되어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 때 자연스럽게 부여한 것이다. 나이가 차고 필요할 때 이 능력은 저절로 풀리며 그리 복잡하지 않다.게다가 요즘은 소위 말하는 야동도 발전해 있어서 정상적인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두 편쯤은 봤을 것이고 몇 가지 동작에 대해 논의해보지 않았을 리 없다.그날 밤을 보내고 난 후, 이도현은 기분이 매우 상쾌했고 조혜영은 더욱 매혹적으로 변했다. 옛말로 표현하자면 물이 제대로 채워졌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튼 그날 밤, 이도현이 느낀 감정은 등자월과 함께 있을 때와는 또 다른 전혀 새로운 감정이었다.이도현은 이 일을 통해 하나의 이치를 깨달았다. 분명 같은 여자이고 밤에 불을 끄면 다 똑같을 텐데 왜 남자들이 계속해서 새로운 여자를 찾는지 이제야 이해가 됐다. 마치 자동차를 사는 것과 같다. 똑같이 차라 해도 차와 차의 운전 감각은 확실히 다르다.다음 날 아침, 이도현은 조혜영의 아쉬운 눈빛을 뒤로하고 떠났다. 사실 조혜영은
이도현이 조성지로 향하는 헬기에 올라탄 바로 그 시각, 한 무리의 사람들이 선인암 섬에 상륙했다.“모두 독충에 주의하고 흩어져서 찾아라! 천영 그들이 이 섬에 있을 것이다! 천영과 장창 장로 등 모두의 혼등이 꺼졌다. 이는 그들이 이미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그들을 빨리 찾아내야 하며 그들을 구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그 무리의 사람들은 급히 흩어져 섬의 사방에서 수색을 시작했다. 마침내 그들은 모두 한데 모여 고분 동굴 입구에 도착했다.“들어가자! 모두 조심해! 이곳에 아주 짙은 피 냄새가 나는데 분명히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다!” 한 로자가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사람들이 고분 안으로 들어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땅에 떨어져 있는 한 미인의 머리를 발견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억울한 표정이 굳어 있었다.“천영... 장문님! 이건 천영의 머리입니다...”“천영이 죽었어요...” 한 제자가 얼굴이 창백해지며 외쳤다.로자는 그 말을 듣고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고 땅에 있는 낙천영의 머리를 보자마자 분노가 치솟아 올랐다.로자의 얼굴은 순식간에 검게 변했으며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가 거의 뚫고 나올 지경이었다.“누가!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냐! 당장 나와라, 내 제자를 죽인 자가 누구냐!아... 이 노인은 네가 누구든 상관없다! 감히 내 제자를 죽이다니, 널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한 걸 후회하게 만들어주겠다. 널 산산조각 내서 네 주변에 관련된 사람들 모두를 죽여버리겠다. 개 한 마리도 살려두지 않겠다... 당장 조사해! 이 자를 찾아내면 즉시 보고해라. 내가 직접 그의 뼈를 가루로 만들 것이다! 어서 조사해! 귀령문의 모든 이들에게 명령해라, 그를 찾아내라...”...이도현은 전혀 이 사건을 모른 채로 이미 조성지에 착륙하여 홀로 조성문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도광 등 일행과 연락하지 않고 혼자서 조성문으로 향했다.조성문은 조성지의 중심에 있는 거대한 산 위에 있었는데 이 산은
태허산.하늘을 찌를 듯이 높이 솟은 절벽 위의 동굴 저택에 강력한 실력을 갖춘 인간이 살고 있다! 그는 세상 밖을 헤매며 자유롭고 한가한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그런데 이렇게 신선 같은 인물이 지금 한 소년에게 지극히 시달리고 있다.“에라잇, 썩을 놈아! 썩 꺼지거라, 다신 내 눈에 띄지 마! 8년이다! 8년! 네 놈은 내가 이 8년을 어떻게 버텨온 줄 알기나 해?”“스승님......”“이 스승이 이렇게 부탁할게. 넌 이미 강력한 실력을 갖췄어. 그러니 제발 산에서 내려가거라. 난 좀 더 오래 살고 싶단 말이다!”노인은 울상을 지으며 소년을 향해 허리도 굽혀보고 듣기 좋은 말도 건네보았다.“스승님, 전 심장이 쫄려서 도무지 내려갈 수 없어요. 산 아래는 위험해요. 마취도 없이 척추를 빼간다고요. 어우, 소름.”“쫄리긴 개뿔! 남들이 널 무서워하면 모를까.”“그리고, 척추 얘기는 들먹이지 마! 나도 두렵단 말이다.”노인은 겁에 질린 얼굴로 말했다.“스승님......”“썩 꺼지거라!”“…”“너 갈 거야, 안 갈 거야! 안 가면 나 확 죽어버린다!”노인은 허겁지겁 발밑에 있는 돌의자에 머리를 박기 시작했다.순간 노인의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렸다.“하지 마세요! 스승님! 갈게요!”이도현은 노인의 미친 행동에 깜짝 놀랐다.“꺼져, 당장 꺼져!”노인은 손을 흔들며 이도현을 내쫓았다! 동시에 보따리 하나를 밖으로 내던지고 동굴 저택의 문을 굳게 닫았다.드디어 세상이 조용해졌다.8년이다! 8년 동안 노인은 이도현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노인이 가장 후회하는 일이 바로 도깨비 같은 이도현을 북부에서 데려온 것이다.이도현의 천부적인 재능은 정말 사람을 놀라게 한다.무도, 의학, 별자리 점 등 노인이 평생 배워 온 것을 이도현은 8년 만에 모두 완벽하게 습득했다.심지어 어떤 부분은 스승을 능가할 정도이니, 노인은 얼굴이 뜨거웠다이도현을 쫓아내지 않으면, 노인은 언젠가 이 꼴 보기 싫은 자식 때문에 미쳐 죽고 말 것이다.“휴!
다행히도 수많은 남자 중에서 이도현은 유일하게 그녀에게 골수를 기부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을 갖추었다.수술은 아주 성공적이었고 이로 인해 강설미는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살려준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강설미는 이도현과 결혼했고, 이도현은 강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었다.이도현은 팔자가 활짝 피어 편한 인생을 살 줄 알았다. 하지만 기대가 클수록, 현실은 그를 더 실망하게 했다.강설미와 결혼한 뒤, 강설미는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도현과의 첫날밤을 보내지 않았다.그리고 강씨 가문에서 이도현의 지위는 강회장이 기르는 개보다도 못했다.적어도 그 개는 식탁에서 메이드가 먹여주는 밥을 먹을 수 있지만 이도현은 식탁 앞에 앉을 자격조차 없었다.이도현은 꿈에도 몰랐다. 강씨 가문에서 강설미의 건강이 회복되는 내내 이도현의 골수만 노리고 있었다는 사실을.그러던 그날, 강씨 가문에서는 단련을 이유로 강설미에게 이도현을 북부로 데려가 비즈니스 미팅에 함께 참석하게 했다.단둘이 지내는 그날 밤, 강설미가 정성껏 준비한 근사한 저녁 식사 분위기에 그는 흠뻑 취해버렸다.이도현은 그곳에서 드디어 그녀와의 첫날밤을 보낼 줄 알았다.하지만 술 한 잔 마신 이도현은 갑자기 눈앞이 희미해지더니 곧장 잠이 들었고, 다시 눈을 떠보니 차가운 황야에 버려져 있었다.강씨 가문에서는 그의 골수를 모조리 추출하고 척추도 대부분 도려낸 뒤, 그곳에 유기해 죽길 기다렸다.이도현이 거의 목숨을 잃어갈 때쯤, 고아한 풍채를 가진 노인이 저승문 앞에서 그를 구원했다.노인은 이도현에게 구렁이의 척추 일부를 이식해 주었으며, 덕분에 이도현은 목숨을 건지게 되었다.그 후 이도현은 노인을 스승으로 모셨고, 8년 뒤의 이도현은 이렇게 다시 태어났다.8년 동안, 이도현은 절세의 무학을 배우면서 완전히 환골탈태했고 의술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 그리고 지난 8년간, 그는 한순간도 강씨 가문의 배은망덕한 행동과 악독한 그녀를 잊은 적 없었다.8년을 그는 오직 복수를 위해 실력을 갈고닦았
산에서 내려온 이도현은 복수를 서두르지 않았고, 먼저 완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염국 완성, 그곳은 그의 집이 있는 곳이다. 노인의 말에 의하면 그가 살해되고 3개월이 지난 후, 그의 부모님과 여동생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한다......여기까지 생각한 이도풍의 두 눈에는 살기가 가득 찼다.그 살기는 하늘도 찌를 것 같았다. 그는 묻고 싶었다. 도대체 왜 그랬냐고!“한 사람도 살려두지 않을 거야. 당신들에게 절망이 무엇인지 내가 똑똑히 가르쳐줄게.”이도현이 두 주먹을 불끈 쥐자, 몸에서는 무서운 힘이 솟아오르더니 옷이 나부끼기 시작했다.그러던 그때, 미묘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이도현은 힘을 거두고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그는 옆좌석의 산뜻한 옷차림의 성숙한 여자를 발견했다.목덜미가 길고 눈처럼 흰 피부를 가진 여자는 정장 차림에 포니테일을 묶었는데, 언뜻 보기에도 몸매가 아주 좋았으며 왠지 커리어 우먼의 기운을 풍겼다.창백한 얼굴의 여자는 한 손으로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셔츠의 단추가 열려 풍만한 가슴 라인이 훤히 보였다.그녀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이도현에게 도움을 청했다.“저... 저기요... 저 좀 도와주세요... 지금 필요해요......”“뭐라고요? 여기서요?”이도현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8년간 산속에 있었더니, 그새 세상이 이렇게 자유롭게 변한 거야? 이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데 필요하다고?’이도현의 의아한 눈빛에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요? 여기서요? 확실해요?”이도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세 번이나 되물었다.‘확실하게 물어봐야지. 난 바른 청년이니까.’“빨리요. 더는 못 참아요.”“그러니까... 저기요... 근데 이건 좀 아니지 않아요? 전 바른 청년이라고요! 그러면, 화장실이라도 갈까요? 화장실이면 조금 편하지 않을까요?”이때 여자는 또 발밑의 작은 가방을 가리켰다.“콘돔요?”이도현 머릿속에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안전 조치.이때, 비즈니스석 커튼 뒤에서
“괜찮아요. 어릴 때부터 달고 살던 병이에요. 안 죽어요.”말하는 도중에 한지음은 갑자기 이도현과의 대화가 떠올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안 죽는다고요?”이도현이 자리에 앉으며 차갑게 말했다.“저기요, 혹시 본인이 무슨 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요? 알고 있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없는데.”“뭐? 이 변태가! 너 말 함부로 할래?”이설희는 버럭 화를 내며 소리를 질렀다.“저기, 그게 무슨 뜻이죠?”한지음의 안색도 삽시에 어두워졌다.“뜻이 있는 건 아니고요. 그쪽은 선천성 심장병이 아닌 심혈관 괴사라 언제든지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어요. 치료 방법을 찾지 않는다면 3개월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이도현이 말했다.“이 한심한 변태 자식이 감히 우리 대표님을 저주하다니, 너 죽고 싶어? 너 우리 대표님이 누군 줄 알고 입을 함부로 놀리는 거야?얼마나 많은 명의가 우리 대표님의 건강을 직접 진찰하셨는데! 너 같은 변태가 알긴 뭘 알아! 뭐? 심혈관 괴사? 세상에 그런 병명이 존재하기나 해? 내가 보기엔 넌 뇌가 괴사했어!너 설마 우리 대표님 미모에 흑심을 품을 거 아니야? 똑똑히 얘기하는데, 이런 작업은 이젠 한물갔어!”이설희는 콧방귀를 뀌었다.이도현은 굳이 그녀와 말씨름하기 싫어 직접 한지음에게 말했다.“발병할 때면 심장이 많이 아프셨을 거예요. 심장 통증과 호흡 곤란, 그리고 기침과 같은 심부전 증상도 동반되며 심할 때면 의식이 흐려지고 얼굴이 창백해지며 온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심지어 쇼크 증상까지 나타나셨을 거예요!게다가 그 증상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지속해서 심해졌겠죠. 발병 빈도도 규칙적이지 않고 가끔은 작은 원인으로 유발될 때도 있을 거예요! 약도 점점 더 많이 드셨겠지만 약효는 예전처럼 좋지 않죠?”이도현의 구체적인 말에 한지음은 경악했다.“어...... 어떻게 아셨어요?”“그건 그쪽 알 바가 아니고요. 이건 전부 심혈관 괴사를 심장병으로 여겨 치료했기 때문이에요. 약물은 비록 증
“도와주세요! 여기 혹시 의사 없어요? 제발 도와주세요!”이내 승무원이 달려와서 상황을 요해한 뒤 기내 방송으로 의사가 있는지 물었지만 아무런 결과가 없었다.가장 가까운 공항에 착륙하려고 해도 최저 30분이 걸린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이설희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다.그녀는 이도현을 마지막 지푸라기라고 생각하고 울먹이며 말했다.“저기요! 제발, 제발 우리 대표님 살려주세요. 대표님의 상태를 정확히 맞추셨으니 구할 수도 있을 거잖아요.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요.”“아까는 변태에 사기꾼에 파파라치라며 반말하셨잖아요?”이도현은 느긋한 어조로 말했다.“미안해요,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제가 이렇게 싹싹 빌게요. 그러니까 우리 대표님 한 번만 살려주세요. 벌주시면 달갑게 받을게요.”점점 호흡이 가빠지는 한지음의 모습에 이설희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배은망덕한 사람은 이도현의 척추까지 도려냈지만, 워낙 마음씨가 착한 이도현은 여자의 눈물에 이내 마음이 약해졌다.게다가 의도의 본심은 생명 지상주의라 그는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그는 두말없이 손을 뻗어 한지음의 몸을 더듬었다.“저기요! 지......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이도현의 행동에 이설희가 황급히 막았다.“살려달라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만져보지도 않고 어떻게 살려요? 그쪽 대표님은 심혈관 괴사라 제가 심장부터 확인하는 거예요.”이도현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아무리 그래도...... 몸을......”이설희는 말을 잇지 못했다.그녀는 이도현에게 한지음에게 흑심을 품지 말라고 경고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이도현의 심기를 또 한 번 건드릴까 두려웠다.“흥! 그런 더러운 생각은 집어치워요. 제 직업도 좀 존중해 주세요, 전 의사예요. 의사의 눈엔 오직 환자만 보일 뿐 남자도 여자도 없어요.”이도현은 비록 진지하게 말했지만 그녀의 몸에 손이 닿았을 때, 그도 자기가 짐승이란 걸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마터면 그는 조상을 거스르는 결정을 내릴 뻔했다.그는 애써 혀를 깨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