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국 소리와 함게 문밖으로 세 사람이 나타났다. 한 사람은 스님이었다! 민머리에 가사를 입고 손에 선장을 들고 있었다. 용모를 보면 자비롭고 인자한 모습은 없고 표독스러운 얼굴이었다.다른 한 명은 겉보기에는 조금도 볼품없어 보이는 평범한 노인이었다!또 다른 한 명은 여자였는데 엄청 늙은 여자였다!우아한 자태가 변함없는 50세 정도 되어 보이는 여자였다. 하지만 몸매는 서른 살 남짓한 젊은 부인 같았고 요염한 얼굴을 하고 있어 음탕해 보였다.이 조합을 보아서는 기괴해 보였다! 그들의 옷차림만 보면 평범하기 그지없는 사람들이었다.하지만 이 세 사람이 들어오자 이도현은 강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들이 들어오는 순간 이도현은 이 세 사람의 수행의 경지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스님과 고상한 여인은 한 명은 왕급 중기이고 한 명은 왕급 후기이다! 그리고 그 노인은 뜻밖에도 이미 황급의 경지에 이르렀다.이들은 이도현은 산에서 내려온 후 만난 최고의 고수였다.이도현이 세 사람을 훑어보는 사이 세 사람의 시선도 이도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 사람의 표정은 엇갈리지만 입가에는 시큰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이도현을 보는 눈빛이 마치 개미를 보는 듯했다.세 사람이 나오자 죽어가던 구길림은 활개를 치며 “하하하! 이놈! 네놈의 죽음이 다가왔다. 이들이 누군지 아느냐?”라고 말했다.“내가 말하는데 이들은 지장왕이다!이 여자는 혈혼선자이고 전설의 천길조직의 둘째 주인이다!”그 말을 들은 이도현은 별 반응이 없었다. 이 몇 사람의 이름을 지장왕을 제외한 나머지 두 사람은 그가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지장왕! 네가 지장령을 내려 고전 무술 협회의 사람을 시켜 나를 죽이라고 했니?”스님은 오싹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미타불! 시주님, 소승은 당신을 요괴의 환생으로 보았고, 소승은 사람을 시켜 당신을 고난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옳구나! 옳구나!"“색스님, 징그럽게 굴지 마! 빨리 이도현을 죽이고 나를 즐겁게 해라!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새 칼이 녹쓴 건
지장 스님은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고 음양부채에 이마를 세게 얻어맞아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대뇌가 터졌다.그 장면은 너무 비참하여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놀라서 몸을 오싹하게 했다.늙은 여인은 지장 스님이 죽은 처참하게 죽은 것을 보고 통곡했다.“스님…”“아…. 이도현… 이놈, 감히 나의 스님을 죽이다니, 내가 널 죽여버리겠어…”여자의 반응이 이렇게 큰 것을 보고 이도현은 어이없었다. 두 사람은 그저 장난한 것 일 텐테 이 여자의 반응이 왜 이렇게 큰 것일까.지장 스님이 죽은 것에 화가 나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달려들다니, 진짜 부부라고 해도 이렇게 흥분하지는 않겠다.역시 어르신들의 말이 맞았다. 시일이 나면 정이 생긴다고! 마음의 통로가 열린 후 이 여자는 완전히 함락되었다. 보아하니 죽은 스님의 기술이 아주 좋았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 늙은 여자가 이렇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다.이도현은 진작부터 이 징그러운 여자를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녀의 노호 소리에 이도현은 주동적으로 쳐들어갔다.“이놈! 내가 널 죽이겠어…”혈혼선자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마음이 아파 숨을 쉴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방탕하여 수많은 남자와 잠자리를 같이 했지만 그녀가 제일 잊을 수 없는 사람, 마음속으로부터 가장 서운한 사람이 바로 스님이었다.그 스님은 육체적인 것뿐만 아니라 영혼적으로도 그녀에게 기쁨을 주었다. 그때 이후로 그녀의 마음속에는 온통 스님으로 가득 찼고 다른 남자를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비록 그녀가 필요하면 다른 남자를 만나 해결해도 되지만 그녀의 마음속에는 영원히 스님 한 사람만 자리 잡았다. 지금 그녀의 마음을 흔든 스님이 살해당했고 그녀는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다!여자의 손에는 모를 사이에 채찍이 생겼고 공중에서 휘저으며 강한 파도를 일으켰다. 왕급 경계의 실력은 정말 달랐다.그녀가 채찍을 휘두르는 힘은 어마어마했고 하늘을 찌를 듯이 이도현을 향해 왔다.이도현은 음양부채를 휘두르자 여자가 들고 있던 채찍이 산산조각이 났
옆에서 보고 있던 귀검과 구길림은 놀라서 멍해있었다. 이도현은 정말 독했다.아무리 원한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손을 쓰다니, 남자로서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게 행동할 수 있을까. 정상적인 남자도 이렇게 한 여자를 이렇게 죽이지는 않았을 것이다.고작 스물몇 살 밖에 안되는 혈기왕성한 젊은이가 손을 이렇게 쓰다니.역시 어떤 남자는 태어날 때부터 여자에게 관심이 없다.당연히 이도현의 독함보다는 그의 실력에 더 놀랐다. 한 젊은이가 주먹질로 두 명의 왕급 강자를 해치우는 것은 무슨 개념인가?놀라움 속에 구길림은 물었다.“넌… 넌 대체 어떤 실력을 갖고 있는 거야? 어떻게 왕급 강자를 한방에 해치울 수 있어!”황급 경지에 있는 귀검은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지만 그 누구도 이도현이 입은 음양갑이 어떤 공격도 90% 상쇄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른다. 설사 황급 강자가 이도현을 친다 해도 이도현은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다!귀검은 얼굴색이 좋지 않았고 그들이 들어온 지 불과 몇 분 만에 두 사람이 죽었다.심지어 그의 면전에서 죽었으니 말이다.“역시 제법이구나!”“아무리 남궁소이라 해도 지금의 네 능력만큼 강하지는 않았을 거야!”“설마 이미 그 전설 속의 물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지? 네 손에 있는 이 낡은 부채도 곤륜옥의 물건이지?”“물건을 내놔라, 너의 시체를 내놓는 대신 네 주변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고 너만 죽여 줄게!”주림길 귀검의 목소리는 잔잔하고 차갑고 감정 하나 없는 말투로 소름이 돋았다.이도현은 제자리에 서서 그의 말을 듣더니 차가운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그리고 차갑게 말했다.“그때 남궁 가문의 학살 사건 때 너희들은 모두 참석했다. 우리 사부님의 가문, 남궁 가문도 너희가 죽였다! 고작 그 근거 없는 전설 때문이야?”“허허! 맞아! 하지만 네 말이 틀렸다. 곤륜옥은 전설이 아니다!”귀검은 웃으며 말했다.“그때 남궁소이가 곤륜옥으로 도망갔을 때 우리는 그를 어찌할 도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세상 물정을 모르니 대가를
귀검은 이도현의 강력한 힘을 보고 어떤 위험도 감수하고 싶지 않았고 이도현을 죽이기 위해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다.이렇게 뻔뻔하고 비열한 일까지 그는 말할 수 있었다. 비록 이런 일들은 그 당시에 그들이 실제로 행했지만 자기 입으로 직접 말을 꺼낸다는 것은 또 다른 문제였다.그는 매우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 이도현과 같은 강자들 앞에서는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일 수 없었으며 이도현을 최대한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노력했다.이 알량한 수법이 실제로 통했다.그의 한마디에 이도현은 분노했고 가슴속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그는 귀검의 말이 대부분 자신을 자극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여전히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귀검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스승을 모욕하는 것이니, 그의 스승을 미친 노인네, 발정 난 영감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이도현, 본인뿐이고 타인이 부르는 건 용납할 수 없었다.누가 감히 자기 스승께 무례하게 굴면 반드시 그에게 그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다.이 세상에서 스승은 그가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가족이나 다름없는데 자기 가족이 모욕당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이 늙다 구리야! 죽어라!”분노에 휩싸인 이도현은 격렬하게 한 방을 날렸다.곧바로 무시무시한 기운이 방 안을 휩쓸었다.그 강력한 힘에 귀검과 구길림은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어떻게 이런 일이? 이 기운…. 대체 뭐야?”귀검은 깜짝 놀라 순간, 얼굴이 창백해졌다.이도현은 격분하며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온 힘을 다해 펀치를 날렸다.“난 네놈이 내 황급계를 뛰어넘지 못할 거 같은데! 죽어 버려!”귀검은 발에 힘을 실어 지면의 반동을 이용해 마치 포탄처럼 이도현을 향해 공격했고 황급계의 강력한 힘을 이용해 한순간에 이도현을 죽이려 했다.황급계의 강력한 힘을 마주한 이도현은 이에 질세라 손에 든 음양 부채를 휘두르며 화려한 동작 하나 없이 귀검의 머리통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그의 필사적인 투지는 마치 목숨을 걸고서라도 귀검을 죽이려는 거처
애초에 그는 몇 마디 말로 이도현을 도발하고 싶었지만, 이도현에게 스스로가 역 도발을 당할 줄은 몰랐다.귀검은 황급계의 실력자이건만 지금 이렇게 새파란 젊은이에게 도발을 당하고 있으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심지어 그는 천길 암살 조직의 이인자였다. 그는 비록 보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도 한 사람 밑에 만 사람 위에 있는 존재였고 평소에 가장 많이 받는 것이 칭찬과 존경이었다. 절대 남에게 도발 당하는 모욕을 받을 수 없었다.생각하면 할수록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귀검이 고함을 질렀다.“이도현! 지금 당장 너를 갈기갈기 찢어 죽여서 이 황급계 고수의 맛을 보여주마! 오늘이 네 제삿날이다….”귀검의 분노 앞에서 이도현이 경멸의 웃음을 지었다.“한 번 해보시던지, 오늘 당신이 살아서 이곳을 나간다면 난 스승님 제자가 아니다!”귀검은 마치 성난 맹수처럼 발을 세차게 쿵쿵 밟고 벌떡 일어서더니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이도현을 향해 달려들었다.이번에도 그는 주저하지 않고 자신의 모든 힘을 다했다.황급계의 강력한 힘이 이 공간을 거의 찢어 버릴 뻔했다. 귀검의 움직임 한 번에 주위에 바람이 아주 거세게 일더니 방 안은 이미 탁자와 의자가 허물어져 지금은 아예 조각이 나 가루로 변했다. 귀검의 움직임에 따라 방에서 날고 있는 그 장면은 가위 충격적이라고 말할 수 있었다.이도현도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힘차게 일어서더니, 좁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은 금세 다시 모여졌다.그때, 이도현의 주먹을 모은 손이 스르륵 펼쳐지면서 손에서 18개의 선학신침이 좌르르 튀어나왔다.“선학신침….”귀검이 매우 놀라더니 이내 시큰둥하게 비웃었다.“네가 선학신침을 가지고 있으면 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어디 날 죽일 수나 있겠어? 가서 뒈져나 버려라!”그는 말하는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선학신침, 생각보다 무시무시한 놈이야! 죽어라, 귀검!”순간, 날아가던 선학신침이 마치 무슨 자각이 있는 듯 허공에서 저절로 빙글빙글 회전하더니 순식간에 사방으로 흩어져 귀검을 둘러
귀검마저도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하는 마당에 그는 개뿔도 아니었다.‘귀검이 어떤 존재야? 황급계 강자인데! 빌어먹을 황급계라고! 그런 끝판왕도 결국 이도현에게 죽임을 당했잖아. 심지어 세 방으로 이렇게 힘없이 죽었는데 나보고 어떻게 싸우라는 거야?”마치 시체가 된 듯한 구길림을 바라보며 이도현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곧바로 손바닥 한 방으로 구길림의 생명을 송두리째 날려버렸다.그리고 이도현은 소리 소문 없이 이곳을 떠나 묵고 있던 호텔로 돌아갔다.몇 시간 떨어진, 오래된 깊은 산 중턱, 천길 본부.핏빛 기운이 감도는 홀 한가운데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급히 이곳으로 소집되었다.이들은 모두 천길 조직의 킬러이며 천길 조직 전체에서 가장 높은 권력을 가진 고위층이자 천길 조직 내에서 단연 최고인 암살자 집단이었다.그리고 이 순간, 모든 사람의 얼굴은 의혹으로 가득 찼다. 그들은 두목이 왜 갑자기 그들을 이곳으로 소집했는지 알지 못했다.평소대로라면 엄청난 일이 닥치지 않는 한 암살자들을 한자리에 소집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암살 조직이었기 때문에 킬러는 어떤 감정도, 친구도, 가족도 있어서는 안 되는 냉혈한 존재였다.그래서 천길 조직에 소속한 모든 킬러는 서로 만나지도 않고, 서로 소통하거나 감정을 나누지 않았다. 언제 어느 순간에 그들의 임무가 서로 죽이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지금 모든 사람의 마음속은 하나같이 큰일이 생겼을 거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들을 이곳까지 급히 소집할 이유가 없었다.방 안의 모든 사람은 서로 말하지 않은 채 두목이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잠시 후, 적포를 입은 한 노인이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고 아무리 봐도 얼굴이 핏기 어린 안개에 가려진 것처럼 흐릿하게 보일 뿐, 그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이 사람이 들어오자, 모든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0도 경례를 하면서 정중하게 외쳤다.“큰형님!”그러자 적포맨이 천천히 가장 높은 자리로 올라가서 앉더니 그들에게 손짓으로 앉으라는
”다들 그만해!”천길 조직 두목이 싸늘한 목소리로 부하들의 토론을 중단시켰다.“이것은 우리 천길 조직이 결성된 이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수치야! 우리는 킬러다! 남들을 두려움에 벌벌 떨게 하는 킬러라고! 그런데 지금 어떤 놈이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천길 조직의 둘째를 죽였으니, 이건 우리 천길 조직에 대한 도발이다! 이 문제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이 세상에서 과연 우리 천길 조직을 무서워할 사람이 있겠나?”곧이어 말을 또 이어갔다.“그래서 결심했다. 지금부터 우리 천길은 그 어떠한 암살 임무도 받지 않을 것이고 우리의 표적은 하나, 오로지 이도현이다! 우리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놈을 찾아서 갈기갈기 찢어버려야 할 것이다! 분명히 말해두지만, 이도현을 죽이는 자는 천길 이인자의 자리에 앉게 될 것이다! 기회를 모두에게 주겠다! 누가 이 자리를 차지할지는 각자의 능력에 달렸다! 우리 천길은 여태 실력 있는 자만이 수장이 되었다. 정상에 오르고 싶은 자는 본인 능력에 달렸다!”그 말에 천길 조직 대강당의 모든 킬러는 심하게 흥분해서 큰 소리로 외쳤다.“알겠습니다!”….호텔로 돌아온 이도현은 온탕에서 따뜻하게 목욕하고 몸 구석구석 닦으며 피비린내를 씻겨 버렸다. 밤새도록 살인을 저지른 후 그의 놀잇거리는 놀라서 이전의 활력을 잃었고 뜨거운 물 자극에도 조금의 반응도 없었다.이로써 이도현의 목적은 이제 달성한 셈이었다. 그는 샤워를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여덟 번째 선배인 신연주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한 일에 대해 털어놓기로 했다.어쨌든 그는 오늘 고전 무술 왕족의 사람들을 죽였고 이 고전 무술 왕족은 대부분 염경과 황성에 살았다. 그런 그들의 가족이 죽으면 분명히 난리를 칠 것이기 때문에 그는 선배들에게 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신연주의 번호로 전화를 걸자 곧 전화가 연결되었다.“이 녀석아! 이 늦은 시간에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 혹시 야한 생각 하고 있니? 선배들 생각나서 그래?”전화가 연결되자 신연주의 엉큼함이 시작됐다
”아, 알겠다! 이 자식아! 아직도 네 선배 섹시한 몸을 상상하고 있구나?”신연주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80데시벨 높아졌다.이도현이 서둘러 변명했다.“아니, 선배, 그런 뜻이 아니에요…. 전 그런 생각 한 적이….”“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건, 왜, 내 몸매가 지음이 보다 좋지 않다는 거야, 뭐야? 이 몸을 봤다 해도 아무 느낌이 없다 이거지? 내가 매우 못생겼다고 생각하는 거지? 하….”신연주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아…. 그게…. 그런 뜻이 아니에요! 선배가 제일 예뻐요! 전 선배가 이 세상에서 제일 예뻐요!”이도현이 다급하게 대답했다.그는 거의 미쳐 날뛰기 직전이었고 어떻게 말하든지 다 그를 사지로 몰아넣는데 대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예쁘다고…. 그럼, 이 선배 몸매가 생각이 났다, 이거지?”신연주는 끝까지 생트집을 잡았다.“전….”이도현은 거의 울기 일보 직전이었다.그는 정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선배, 잘못했어요…. 다 제 잘못이에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이 야심한 밤에 진짜 저한테 왜 이래요? 선배에게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건데…. 절대 다른 생각은 안 했어요. 제발 살려줘요!”이도현은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그는 이렇게 골치 아픈 여자는 본 적이 없었다. 자신이 대체 어떤 말로 그녀를 건드렸는지 이해하지 못했을뿐더러 그녀가 그를 그렇게 괴롭히는 이유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이런 장난은 가히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일이 아니었나 하는 의문마저 들었다.“흠! 이 양심도 없는 놈아! 며칠 동안 나가서 이 선배에게 전화 한 통 없다니, 셈셈이야! 이번엔, 이 선배가 너그러이 용서해 줄 테니, 다음번엔 국물도 없는 줄로 알아!”신연주는 이미 야단을 칠 만큼 쳤다고 느낀 후에야 이도현을 놓아주었다.“말해 봐! 무슨 일이야?”이도현이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선배! 내가 사람을 죽였어요!”“죽였으면 죽였지! 네가 죽인 사람이 뭐 한둘이야?”신연주가 무덤덤하게 말했다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