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가 나를 죽인다는 것은 내 스승님의 계획을 깨는 것과 같아. 그땐...”고성 안은 일순간 숨죽은 듯한 침묵에 휩싸였다. 에드워드 조상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이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그의 말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잠시 후, 그 침묵을 깨고 에드워드 87세가 미친 듯 웃음을 터트렸다.“하하하! 조상님! 우리 에드워드 가문이 천사국에 든든한 백이 있었다니!”“와! 정말 흥분되는 소식이군요. 이 소식이 퍼지기만 하면 이 서방에서 누가 감히 우리 에드워드 가문에 손을 대겠습니까!”“드디어 우리 에드워드 가문의 전성기가 오는 건가요? 이제 우리는 서방의 최강 가문이 될 것이고 우리에게 맞서는 자는 죽음뿐이다!”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그의 표정은 점점 일그러졌다. 원래도 돼지처럼 살찐 그의 얼굴은 윤선아의 손에 맞아 부어올라 멍투성이가 되어서 이제는 사악한 기운마저 감돌았다.“하하하! 이도현, 그리고 너! 이 작은 계집아이, 아까는 잘도 에드워드 가문을 없애겠다고 떠들더니!”“우리 전부를 죽이겠다고? 어디 한번 해봐라! 지금 당장 우리를 죽일 수 있을까?”“너희가 손대는 순간, 멸망할 운명이야! 하하하. 어서 해봐! 죽일 수 있으면 죽여보라고.”에드워드 87세는 이도현과 윤선아를 향해 연신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도발하며 조롱했다.“역겨워. 이 죽어야 할 놈 같으니.”윤선아의 붉은 입술이 차가운 단어들을 토해내더니 곧장 손바닥을 앞으로 내질렀다.그러자 푸른 빛의 섬광이 마치 날카로운 검처럼 뻗어나가더니 그대로 에드워드 87세의 머리를 관통했다.퍽!둔탁한 폭음과 함께 그의 머리가 산산조각 나며 터져버렸다. 바로 전과 같은 끔찍한 장면이 또다시 벌어진 것이다.이번엔 완전히 고요가 찾아왔다.고성 전체가 다시금 무시무시한 정적 속으로 빠져들었다.에드워드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려 힘없이 주저앉았다.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떤 이는 거품을 물었으며 또 어떤 이는 등골이 서늘해지며 머리가 쭈뼛 섰다. 그들의 심장 깊은 곳까지 서늘한 바람
“네 이년, 감히 내 자손을 죽여! 감히 이 에드워드 가문의 수장을 죽여! 죽어... 죽어야 해... 네 이 년은 죽어야 해!”에드워드 조상의 얼굴에 걸려있던 득의양양한 웃음은 온데간데없어졌고 그는 분노가 가득 찬 눈빛으로 윤선아를 바라보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그는 이런 국면이 될 줄 몰랐고 더욱이는 그가 천사국을 떠난 뒤 윤선아가 여전히 막무가내로 나올 줄 몰랐다. 그리고 감히 그의 눈앞에서 현재의 에드워드 수장인 그의 자손을 죽일 줄은 더더욱 생각지 못했다.에드워드 가문의 후계자를 죽이면 에드워드 가문에 일정한 영향을 미치지만, 치명적인 것은 아니었다.그러나 에드워드 가문의 현직 수장인 에드워드 87세를 죽이면 상황이 확 달라졌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에드워드 가문은 완전히 멸망할 것이었다.“그만 울부짖거라! 이 사람을 죽이니까 그제야 마음이 아픈가 본데! 괜찮아! 너도 곧 만나러 가게 해줄게. 그러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거다.”윤선아는 마녀 같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선배의 말이 맞는다. 내가 조금 전에 말했지. 여기에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살아서 돌아갈 생각하지 말라고.”이도현이 냉랭하게 말했다.에드워드 가문이 다섯 번째 선배와 결혼한 것은 그저 그들의 조상에게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난 후부터 그는 이 사악한 가문을 멸망시키겠다고 마음먹었다.말하던 도중, 이도현의 손에 갑자기 은바늘 하나가 생겨났다. 손을 휙 젓자 은바늘은 바닥에 쓰러져있는 에드워드 가문 사람을 향해 나아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은바늘은 사람들의 체내에 들어갔다. 은바늘이 몸속으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체내의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체내의 피가 활활 타오른 것만 같아 고통스럽기 그지없었다.곧이어 사람들은 고통에 겨워 비명을 질렀고 신체에서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더니 온몸에 한 개 또 한 개의 피 구멍이 생겨났다. 그리고 피 구멍으로 피가 솟구쳐 나왔다.“아... 살려... 살려주세요... 제발 저를 살려주세요...”“
“그건 네 스승이 나온 후에 다시 얘기하지! 하지만 넌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거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몸체도 없는 귀신은 그냥 사라지거라!”이도현은 냉랭하게 말하고는 음양검을 휘둘렀다.한줄기의 검붉은 빛이 검기를 형성하더니 관 안에 앉아있는 에드워드 조상의 몸에 떨어졌다.“이놈... 네가 감히...”꽈르릉.굉음과 함께 에드워드 조상 그리고 그가 수천 년 동안 잠잤던 관이 폭발하면서 재가 되어 고성에서 사라졌다.에드워드 조상의 잔혼이 사라지는 순간, 천사국의 거대하고 호화로운 서양식 건축물의 궁궐 안에서, 사오십 대로 보이는 중년 서양인이 눈을 번쩍 떴다.“에드워드가 죽었어?”“여봐라! 에드워드의 영혼이 담긴 크리스털 구슬을 갖고 오너라!”남자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네! 주인님!”화끈한 몸매의 한 여자가 황급히 명령을 받았다.잠시 후 여자는 양손으로 크리스털 구슬을 들고 공손히 남자에게 건네주었다.크리스털 구슬을 건네받은 후 남자는 한 손으로 구슬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런저런 손짓을 했다. 이 과정에 그의 두 손은 계속 붉은 빛을 반짝였다.크리스털 구슬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이어 화면이 보였다.화면 속에는 에드워드 고성에서 이도현이 에드워드 조상을 살해하는 장면이었다.모든 과정을 지켜본 후, 남자는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분노에 휩싸여 손에 들고 있던 크리스털 구슬을 으스러뜨리며 서늘하게 말했다.“이도현! 염국 사람! 좋아... 아주 좋아! 에드워드가 내 제자인 걸 뻔히 알면서 감히 그를 죽이다니! 좋아! 대가를 치르게 하지!”“감히 내 계획을 망가뜨려? 두고 봐! 나 루시퍼를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려주고 말 거다!”냉랭한 기운과 함께 남자의 아득바득 이를 가는 소리가 온 대전에 울려 퍼졌다. 대전의 하인은 무서운 기운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한편, 이도현과 두번째 선배 윤선아는 이미 고성에서 내려왔다.지금 에드워드 가문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바닥에 시체 몇 개가
비록 에드워드 가문이 멸망했지만, 이도현은 이렇게 쉽게 넘어갈 마음이 없었다. 그는 고성에 쳐들어갈 때 이미 다섯 번째 선배 기화영을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로 보냈다.수천 년 동안 물려받은 가문에 값진 물건이 없을 리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귀한 약재만 해도 엄청난 재산이었다.애초에 에드워드 가문은 고작 몇 포기의 구현근으로 기화영을 협박해 레니에게 시집가게 했다. 지금 그는 이 약재를 전부 가져갈 생각이었다.이도현은 신기를 펼쳐 기화영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두번째 선배 윤선아와 함께 보물 창고로 갔다.한 방에서 비밀 통로를 찾아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바로 이곳에 지하 보물 창고가 있었다.그들이 지하 보물 창고에 도착했을 때, 기화영은 눈앞의 수많은 보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화영아, 세속에 빠져든 거 아니지! 이런 물건을 보고 멍하니 서 있으면 어떡해! 심경에 신경 써야지!”윤선아가 웃으며 장난을 쳤다.“아...”기화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려 윤선아를 본 순간, 그녀의 눈빛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선아 선배... 웬일로 오셨어요...”기화영은 말하면서 재빨리 달려가 윤선아의 품속으로 들어갔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그들 자매는 예전에 산에서 무술을 연마할 때 사이가 아주 돈독했다. 뒤늦게 산에 들어간 자매의 무술은 모두 두번째 선배와 세번째 선배가 가르쳤다.세번째 선배 인무쌍은 성격이 매우 엄격했기에 후배들은 그녀를 사랑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했다. 세번째 선배를 만나면 경외심을 느꼈고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두번째 선배는 유머가 넘치고 산에 있을 때 자주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놀기도 하고, 몰래 산에 내려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했다. 때로는 그녀들을 데리고 몰래 산을 내려가 놀기도 했다.그녀들의 스승도 이 두번째 선배를 어쩔 수 없어 번마다 꾸중만 몇 마디 할 뿐이었다.그리고 그녀들이 무술을 열심히 연마하지 않아 세번째 선배에게 벌 받을 때도 두번째 선배가 나서서 사정했다.
“나 윤선아의 동생, 태허산의 제자는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게 아니야. 설령 그게 너의 부모라고 해도 안 돼!”이도현은 이 말을 할 때 두번째 선배의 눈동자에 그마저 두려워지는 살기가 번뜩인 것을 똑똑히 보았다.“됐어! 착하지! 그만 울어! 더 울다가 눈이 팅팅 붓겠다. 이제 못생겨지면 후배가 널 싫어할지도 모른다!”“그럴 리가요...”기화영이 호되게 말했다.“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너희 선배 몇 명이 도현 후배를 많이 괴롭힌 거 다 안다. 셋째도 그래! 나와 대선배가 너희에게 도현 후배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건만 하나같이 후배를 괴롭히기만 하고!”윤선아는 응석을 부리며 말했다.“아니에요, 선배. 우리는 도현이를 괴롭힌 적 없어요! 못 믿겠으면 도현이에게 직접 물어보세요.”기화영은 눈물을 닦고 윤선아의 품에서 나와 이도현에게 눈길을 돌렸다.“이놈, 선배들이 널 괴롭힌 적 없어?”“없어... 없어요. 절 괴롭힌 적 절대 없어요. 선배들이 저를 얼마나 많이 챙겨줬는데요. 왜 괴롭히겠어요?”이도현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속의 두려움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이도현은 사실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에 목숨을 걸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오늘 두번째 선배에게 자신이 늘 선배들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걸핏하면 팬티를 도둑맞는다는 말을 한다면 무조건 나머지 선배들의 손에 죽을 것이었다.“선배, 보세요. 없다고 하잖아요.”기화영은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너희들의 성격을 내가 뻔히 아는데! 여덟번째, 아홉번째가 무슨 성격인지 내가 손금 보듯 뻔히 아는데. 그리고 열번째가 제일 나쁘지!”“도현 후배가 너희에게 잡아 먹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윤선아는 웃으며 비꼬았다.“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수천 년 동안 계승해온 에드워드 가문에 무슨 좋은 보물이 있나 보자!”선후배 세 사람은 웃음꽃을 피우며 에드워드 가문의 천년 보물 창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물 창고는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선배의 말을 듣고 이도현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노력할게요, 선배!”“노력하기는 개뿔. 지금까지 아내도 없고, 임신한 여자친구도 없는데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거야!”“서로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기나 하고. 내가 정말 못 살아!”윤선아의 직설적인 말에 이도현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이번에 돌아가서 빨리 세번째, 여덟 번째 선배와 결혼하지 않으면 너의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 여자의 몸을 얻었으면서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어. 그게 모른 척한다고 될 일이야? 전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야.”“설마 여자 쪽에서 주동적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 아니지! 네 이놈, 왜 선배 앞에만 서면 바보가 돼. 용기를 내봐!”“불멸의 계승을 만들려면 우선 아이가 있어야 해! 아이가 없으면 아무리 수많은 보물을 갖고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 보물이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도현은 눈앞에 죽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야기 주제가 어쩌다가 아이를 낳는 데까지 간 건지 알 수 없었다.그 말은 모두 그더러 빨리 선배를 임신시키라는 뜻이었다.이런 일은 선배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그는 감히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지금 그는 선배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예전에 마음을 털어놓기 전에는 모른 척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마음을 다 털어놓은 이상, 더는 시치미를 뗄 수 없었다.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졌다!두번째 선배의 거침없는 말에 이도현은 눈치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급히 화제를 돌렸다.“선배, 이것 보세요! 약재예요! 대박... 엄청 많아요... 구현근, 골령초, 인혼화... 이게 다 얼마야, 이번에 진짜 큰돈 벌었어요!”눈앞의 방안에는 각양각색의 약재로 가득 차 있었다. 약재의 종류가 너무 많아 이도현은 눈이 침침해지는 줄 알았다.솔직히 말해서, 지금 온 세상을 뒤져도 찾기 힘든 진귀한 약재들은 이도현에게 있어서 금은보화보다 더 진귀한 보물이었다.그는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 금은이 아니라 이런 약재들만 가득하길
“구경할 게 딱히 없지만 가져가서 맘껏 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너희 매 사람에게 하나씩 구해줄게!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물건이 귀한 만큼 구하기가 힘들거든!”윤선아는 말하면서 손에서 반지를 빼 기화영에게 보여주었다.기화영은 반지를 받아서 한참을 훑어본 후에야 윤선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는 부러운 기색이 가득했다.“화영아, 부러워하지 마! 지금은 내가 이 공간 반지를 꼭 써야 하는 곳이 있어. 이제 다 쓰거든 너에게 줄게!”“아니에요, 선배! 저는 그냥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지 갖고 싶은 거 아니에요!”기화영이 급히 말했다.“다섯번째 선배, 저도 하나 있어요. 저는 쓸 일이 없으니까 선배가 가지세요!”이도현은 음양탑에서 한참 찾아서야 예전에 봉래도에서 공작제국의 구황자 등 세 명을 죽이고 나서 얻었던 반지를 찾아냈다.그때 그는 이 반지의 저장 공간이 너무 좁은 것을 보고 쓰레기 취급하듯 반지를 음양탑에 던졌다. 반지는 몇 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의 욕실에 있는 화장실보다도 작았다.두번째 선배의 반지를 보고 나서야 그는 자신에게 이런 물건이 있었다는 걸 떠올랐다.“뭐라고... 헐! 진짜네. 네 이 녀석이 어떻게 공간 반지를 갖고 있어? 대박이다...”윤선아는 이도현이 들고 있는 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공간 반지가 얼마나 얻기 힘든 물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공간 반지 역시 천신만고 끝에 얻은 것이었다.지금 이도현의 손에 반지 한 개가 들어있었고, 심지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게 말이 돼?윤선아는 공간 반지를 들고 신기로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도현의 이 공간 반지는 뜻밖에도 그녀의 반지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다.“아휴... 이놈아! 너 지금 이걸 쓸모없는 공간 반지라고 한 거야? 나... 널 한대 패고 싶다...”윤선아는 분통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도현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좋은 공간 반지를 거
윤선아와 기화영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마음에 드는 보물들을 골랐다. 두 사람은 각각 몇십 개의 보물을 골라 각자의 공간 반지에 넣었다.그 후 기화영은 또 황금이 한가득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황금으로 자기 공간 반지를 가득 채웠다.기화영이 이렇게 잔뜩 챙긴 것은 그녀가 재물을 탐내서가 아니라 돌아간 후 용팀의 매 구성원에게 돈을 조금 챙겨주려는 것이었다.비록 그들의 급여가 높은 것은 맞지만 용팀의 구성원은 제일 큰 리스크를 감당하고 제일 많은 희생을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용팀 팀장을 맡은 시간 동안 기화영은 용팀의 구성원이 임무 수행하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것을 수도 없이 봤었다.그래서 그녀는 줄곧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을 품고 있었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위해 힘을 바쳐야 하기에 희생을 감당해야만 했다.하지만 희생한 동료들의 가족은 여전히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비록 조직에서 희생자 가족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주긴 하지만 기화영은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돈을 얼마나 보상해 주든 그건 한 사람의 목숨에 비길 바가 못 되었다.지금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그들에게 더 많이 보답할 수 있을 때 기화영은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길 생각이었다.“이제 됐다! 우리 두 자매는 다 골랐어. 이 보물 창고 안의 것들은 이제 다 네 손에 달렸다. 아까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이제 네가 진짜로 해낼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볼까?”윤선아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이도현이 망신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선배! 저는 절대 큰소리치지 않아요. 제가 다른 사람은 속여도 선배들을 속이지는 않아요!”이도현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선배들, 잘 보세요! 절대 놀라지 마세요!”말을 하면서 이도현은 내력을 조절하여 체내의 음양탑을 꺼냈다. 이도현의 움직임에 따라 음양탑의 첫 번째 층 탑 문이 열렸다.이도현이 의식을 조종하
“꺼지세요!”“그쪽은 제 도덕성을 의심할 자격은 없어요! 저는 이곳의 환자들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쪽 아버지는 환자이지만 이분들도 환자이십니다. 제가 그쪽의 말을 따를 필요가 없어요. 아버지의 병을 봐주지 않았다고 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하면 됩니까?”예전 같았더라면 이도현은 이런 사람과 이렇게 예의를 차리고 말하지 않고 바로 한 대를 쳤을 것이다.“돈이 있다고 해서 제멋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당장 꺼지세요. 그쪽 아버지를 환자로 받을 생각은 없어요!”“당신... 당신은 의사인데 사람이 죽어가는 것을 보고 모른 척해도 돼요?”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오른 남자는 화난 눈빛으로 이도현을 쏘아보면서 고함쳤다.“환자가 병원에 오면 당연히 치료할 의무는 있죠. 하지만 이렇게 많은 환자를 버리고 그쪽 아버지만 봐줄 수 없어요. 죄송하지만 저는 그렇게 할 수 없다고요! 의사에게 있어서 환자들은 모두 똑같습니다. 어느 환자의 목숨이 다른 환자보다 더 귀중하다고 할 수 없어요!”이도현은 냉소를 지으면서 대답했다.“진료비 10배를 줄게요! 내 아버지의 병을 고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어요!”남자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으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남자는 금성 양씨 가문의 도련님 양정재였다. 이 금성 지역에서 여태까지 이도현처럼 그와 말하는 사람이 없었고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자도 없었다.양씨 가문은 금성의 제일 가문으로서 경제와 정치에 모두 관여하였고 양씨 가문의 산업은 염국에서도 손꼽히는 존재였다.물론 제도나 황성과 같은 지역의 대가문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세력이 있는 가문이라 할 수 있었다. 금성에서 ‘황제’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다.양정재는 양씨 가문 가주의 막내아들이었다. 가문에서 애지중지 키워와서 법규 따위 안중에 없고 제멋대로 날뛰는 자였다.오늘 아버지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도현을 청하려고 이런 외진 곳에 와서 이미 기분이 매우 나빴다. 하지만 이런 외진 곳에서 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있을 줄
이도현이 식사를 마치고 나왔을 때, 문 앞에 여러 사람이 와있었는데 심지어 경호원까지 달고 있었다. 딱 봐도 신분이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다.젊은이는 줄을 서지 않고 곧장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하지만 밖에 줄 서 있던 사람들은 어제 이도현을 대하던 것처럼 그 젊은이를 막아서지도, 뻔뻔하다고 욕하면서 줄 서라고 욕하지도 않았다. 반대로 젊은이가 성큼성큼 걸어들어오게 내버려 두었다.역시나 사람은 다 약자를 무시하고 강자를 두려워하는 법이었다. 일반인에게 쉽게 달려들지만, 신분이 고귀하고 건드리기 어려운 사람 앞에서는 함부로 나서지를 못했다.젊은이는 경호원을 거느리고 곧장 한의원 안으로 걸어들어오더니 입을 열었다.“어느 분이 이도현 이신의인가요?”이도현은 듣자마자 자신을 노리고 온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듣고 그들을 훑어보며 대답했다.“접니다. 무슨 일이신지요?”이도현은 환자에게 진료를 봐주고 약 처방을 써주는 동시에 젊은이의 말에 대답하였다.“당신이라고? 당신이 이신의라고? 이렇게 젊다고?”젊은이는 깜짝 놀라며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그는 소문으로만 듣던 이 마을의 신의가 이토록 젊은 청년일 줄은 전혀 생각지 못했다.“신의는 저에게 과분한 칭호예요. 하지만 제가 이도현은 맞아요!”이도현이 대답했다.젊은이는 살짝 당황했다. 이토록 젊은 사람이 신의라고 하자 조금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의학이 어디 게임처럼 그렇게 쉽게 마스터할 수 있는 것인 줄 아나? 의학 공부는 경험을 차곡차곡 쌓아야 하니까 일정한 나이를 먹을 수밖에 없거든. 서양 의학도 마찬가지인데 경험을 매우 중요시하는 한의학은 더 말할 것도 없지. 그런데 이렇게 어리고 젊은 친구가 나보다 몇 살 많아 보이지도 않는데, 기껏해야 병원에서 실습생하고 있을 것 같은 사람이 이곳의 신의라고? 설마 사기꾼은 아니겠지?’“이곳에 이도현이라는 사람이 혹시 당신 한 명뿐인가요? 저는 이신의를 찾으러 왔어요.”젊은이는 이도현의 말을 믿지 않고서 물었다.“이도현이라는 사람은 저뿐이에요. 이곳에 이
이날 밤, 이도현은 여전히 노영식네 집에 머물렀고 주현진이 잠자리를 정리해주었다. 하지만 그의 잠자리는 침대가 아니라 온돌 바닥이었다.도시 사람들에게는 낯선 온돌방이지만 농촌 지역에서는 보기 흔한 것이었다. 온돌방은 구들장 밑이 비어있어 날이 추워지면 아궁이에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뜨거운 열기가 구들장 밑을 지나면서 머지않아 집이 따뜻해지게 된다.이도현은 온돌방이 정말 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형수가 준비해 준 우유 향이 나는 꽃무늬 이불을 덮으니 더욱 편안했다.형수가 수유 기간에 있어서인지 아니면 이도현이 나쁜 마음을 품어서 심리작용이 생겨서인지 오늘따라 이불에서 나는 우유 향이 그날 밤보다 더 짙게 느껴졌다.게다가 불빛 아래에서 그는 하얀 이불 위에 지도 같이 생긴 자국이 한 둘레 한 둘레 있는 것을 보고 우유 향이 그 자국에서 풍겨 나오는 것 같이 느껴졌다.“헐! 설마 형수가 이 이불을 계속 덮었던 거 아니지? 이것이 설마 모유의 흔적이 아니겠지? 세상에나! 이건...”이도현은 갑자기 혼란스러웠다. 아주 많이 혼란스러웠다!‘형수는 이 이불을 덮고 도대체 무슨 짓들을 한 거야? 설마... 내가 그 상대는 아니겠지!’이날 저녁 이도현은 잠을 설쳤다.이튿날 아침 일찍 이도현은 얼떨결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었다. 생각하지 않아도 주현진인 것이 분명했다.노영식이 이토록 적극적일 리가 없었다.“지안이 양아버지! 일어나셨어요? 아침 식사하셔야죠!”주현진의 제법 부드러운 목소리가 옆에서 들려왔다.“형수님,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하네요! 얼른 일어날게요!”이도현은 아무렇지 않은 척 눈을 뜨면서 말했다.“양아버지도 참, 무슨 별말씀을요! 얼른 일어나서 세수하고 식사하세요! 아침상 다 차려놨어요!”주현진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녀의 초롱초롱한 큰 눈을 보고 이도현은 마음이 뒤숭숭해졌다.다행히도 주현진은 몇 마디만 하고 방을 나갔다. 아니면 이도현은 몸 둘 바를 몰랐을 것이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다섯 사람은 다
“그래도...”이도현은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아이에게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것 같은 기세라 그는 하는 수없이 잠시 생각하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요! 이름은 제가 지어줄게요. 지안 어때요? 지혜롭고 평안하게 자라라는 뜻이에요!”“지안! 노지안, 좋아요. 뜻도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람은 일생에 무슨 일을 하든 돈을 얼마나 갖고 있든 권력이 얼마나 크든,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내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죠! 지안, 좋은 이름이네요!”노문호가 제일 먼저 말했다.“지안! 좋아요! 그럼 이 녀석을 앞으로 지안이라고 부릅시다!”노영식도 기뻐하며 말했다.“지안! 우리 아기 앞으로 지안이라고 불러야겠네! 지안, 지안아, 얼른 와서 양아버지께 절을 올려야지!”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흥분하며 말했다.“그래! 지혜롭고 평안하게! 지안! 참 훌륭한 이름이야!”노영식의 부모는 모두 착실한 시골 사람이라 말수가 적은 편이었다.주현진은 아이를 안은 채 이도현에게 절했다.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절하는 것은 성의를 표시하는 제일 성실한 행동이었다.이번에 이도현은 그들을 말리지 않았다. 피할 수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형수가 아이를 안고 절도 올렸으니 이도현은 빼도 박도 못 하고 양아버지를 하게 되었다. 그러니 아이에게 첫 대면 선물을 안 줄 수가 없었다.만약 무사 집안이었다면 이도현은 반드시 자신의 무도 비법 또는 담약, 보검 같은 것을 아이에게 선물해줬을 것이었다.하지만 그의 양아들은 평범한 사람이고 일반 백성인 만큼 제일 현실적인 것을 선물해주는 것이 좋았다.이런 생각이 들자 이도현은 손을 옷 안으로 넣고는 음양탑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챙긴 황금 두 덩어리를 찾아냈다.그러고는 손으로 주물럭주물럭하여 한 개의 금덩이로 만든 후 그들 앞에 꺼냈다.“형수! 제가 아이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어요. 당장은 이 금덩이밖에 드릴 게 없네요. 나중에 훌륭한 장인을 만나면 이 금덩이로 아이에게 장수 목걸이나 만들어
“도현 씨! 전에 약속했잖아요! 우리한테 아이가 생긴다면 도현 씨가 아이의 양아버지가 되겠다고. 지금 이렇게 아이를 안아 왔어요! 도현 씨가 싫지 않다면 우리 아이를 양아들로 받아주시죠!”주현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이도현에게 말했다.“이건...”이도현은 조금 난감했다.만약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양아버지가 되는 건 별문제가 없었을 것이었다. 배은망덕한 사람만 아니라면 양아버지가 되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문제는 이도현이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원수가 수없이 많았다. 만약 원수들에게 그한테 양아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지게 된다면 노영식네 가족은 괴롭힘을 당할지도 모른다.만약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이도현은 그들의 은인이 아니라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 될 것이었다.“형수, 먼저 일어나세요! 이 일은 제대로 말해두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는 형수네 가족에게 민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요!”이도현은 허리를 숙여 주현진을 일으켜 세웠다.“영식이 형, 형수, 두 사람은 저의 처지를 모르세요. 모든 걸 얘기해 드릴 수는 없지만, 저한테 많은 원수가 있다는 것만 알려드릴 수 있어요. 그 사람들이 저를 건드릴 수는 없지만, 형네 가족을 괴롭힐까 봐 걱정이에요!”“제가 형네 가족을 하찮게 여겨서 형의 아이를 양아들로 삼지 않는 것이 아니에요. 저는 두 사람에게 민폐를 끼칠까 봐, 이 아이에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어서 그래요!”이도현은 잔잔하게 얘기를 꺼냈다.이 말을 들은 노영식 부부는 서로를 마주 보더니 이어서 단호하게 말했다.“도현 씨, 우리는 두렵지 않아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도 다 도현 씨가 만들어 준 것이잖아요. 도현 씨와 우리는 이미 정해진 운명인데 두려울 게 뭐가 있겠어요?”형수의 이 말은 오해의 여지가 컸다.‘아이가 생길 수 있는 것이 내가 만들어 준 것이라니... 무슨 말을...’“저기... 형수... 형! 저는 정말로 두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 이런 말을 하면
풍성한 요리에 술안주도 많이 장만했다. 그리고 평소에 거들떠보지도 않던 좋은 술을 오늘 특별히 두 병이나 샀다.물론 형수는 이도현에 대한 고마운 마음이 커서 이처럼 진수성찬을 준비한 것이었다.이도현은 이 집안의 가장 큰 은인이라 할 수 있었다. 두 사람에게 아이가 생기고 이 한의원에서 일할 수 있게 한 일등 공신이었다.지금 매달의 수입은 이 집안 예전의 일 년 수입에 가까웠다. 요 몇 개월 동안 그녀는 이미 이삼백만 원정도 모았다.이삼백만 원이 도시에서는 큰돈이 아닐 수 있지만, 그들이 생활하는 시골에서는 목돈이었다.게다가 그 금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었다. 그들은 집에서 일하고 평소에 돈 쓸 곳도 별로 없었기에 한 달 생활비는 십만 원이면 충분했고 나머지는 전부 저축했다.그녀는 행복해지는 길에서 희망을 찾은 것 같았고, 집안의 살림살이도 갈수록 희망이 보이는 것 같았다.그리고 이 모든 것은 이도현이 그녀에게 가져다준 것이었다. 그녀의 마음속에는 품어서는 안 될 생각 외에 무엇보다 이도현에게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노영식 부부의 아이는 노영식의 부모가 돌보고 있었다. 두 노인이 고대하던 손자가 세상에 태어난 거라 두 사람은 아이를 엄청 애지중지했다.두 노인이 계속 아이를 돌보았기에 노영식 부부는 아이를 안고 싶어도 안을 수 없었다. 주현진이 아이에게 수유하는 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동안 거의 두 노인이 아이를 돌보았다.두 사람은 이도현이 온 것을 보고 보살님이 강림하신 것처럼 대했다. 그들은 하마터면 이도현 앞에서 무릎 꿇고 그를 맞이할 뻔했다.영감은 이도현이 자기 집안의 큰 은인이자 구원자라고 하면서 집에서 억지로 이도현에게 장생의 위패를 하나 세워주었다. 그러고는 매일 향을 피워 이도현을 위해 축복을 빌었고 그가 오래오래 백 살까지 살 수 있기를 기도했다.이도현은 저주받는 느낌이 들었다. 그의 현재 내공으로는 몇백 살까지 거뜬히 살 수 있건만, 백 살까지 살라는 것은 수명을 단축하는 것이었다.이도현도 당연히 이것이 그들의 제일 진심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