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네 스승이 나온 후에 다시 얘기하지! 하지만 넌 그때까지 기다리지 못할 거다! 죽은 것도 산 것도 아닌 몸체도 없는 귀신은 그냥 사라지거라!”이도현은 냉랭하게 말하고는 음양검을 휘둘렀다.한줄기의 검붉은 빛이 검기를 형성하더니 관 안에 앉아있는 에드워드 조상의 몸에 떨어졌다.“이놈... 네가 감히...”꽈르릉.굉음과 함께 에드워드 조상 그리고 그가 수천 년 동안 잠잤던 관이 폭발하면서 재가 되어 고성에서 사라졌다.에드워드 조상의 잔혼이 사라지는 순간, 천사국의 거대하고 호화로운 서양식 건축물의 궁궐 안에서, 사오십 대로 보이는 중년 서양인이 눈을 번쩍 떴다.“에드워드가 죽었어?”“여봐라! 에드워드의 영혼이 담긴 크리스털 구슬을 갖고 오너라!”남자는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네! 주인님!”화끈한 몸매의 한 여자가 황급히 명령을 받았다.잠시 후 여자는 양손으로 크리스털 구슬을 들고 공손히 남자에게 건네주었다.크리스털 구슬을 건네받은 후 남자는 한 손으로 구슬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이런저런 손짓을 했다. 이 과정에 그의 두 손은 계속 붉은 빛을 반짝였다.크리스털 구슬에서 한 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곧이어 화면이 보였다.화면 속에는 에드워드 고성에서 이도현이 에드워드 조상을 살해하는 장면이었다.모든 과정을 지켜본 후, 남자는 안색이 매우 어두워졌다. 그는 분노에 휩싸여 손에 들고 있던 크리스털 구슬을 으스러뜨리며 서늘하게 말했다.“이도현! 염국 사람! 좋아... 아주 좋아! 에드워드가 내 제자인 걸 뻔히 알면서 감히 그를 죽이다니! 좋아! 대가를 치르게 하지!”“감히 내 계획을 망가뜨려? 두고 봐! 나 루시퍼를 건드리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알려주고 말 거다!”냉랭한 기운과 함께 남자의 아득바득 이를 가는 소리가 온 대전에 울려 퍼졌다. 대전의 하인은 무서운 기운에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한편, 이도현과 두번째 선배 윤선아는 이미 고성에서 내려왔다.지금 에드워드 가문은 한 사람도 남지 않았다. 바닥에 시체 몇 개가
비록 에드워드 가문이 멸망했지만, 이도현은 이렇게 쉽게 넘어갈 마음이 없었다. 그는 고성에 쳐들어갈 때 이미 다섯 번째 선배 기화영을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로 보냈다.수천 년 동안 물려받은 가문에 값진 물건이 없을 리 없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귀한 약재만 해도 엄청난 재산이었다.애초에 에드워드 가문은 고작 몇 포기의 구현근으로 기화영을 협박해 레니에게 시집가게 했다. 지금 그는 이 약재를 전부 가져갈 생각이었다.이도현은 신기를 펼쳐 기화영의 위치를 파악하고는 두번째 선배 윤선아와 함께 보물 창고로 갔다.한 방에서 비밀 통로를 찾아 지하 깊은 곳까지 내려왔다.바로 이곳에 지하 보물 창고가 있었다.그들이 지하 보물 창고에 도착했을 때, 기화영은 눈앞의 수많은 보물을 바라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화영아, 세속에 빠져든 거 아니지! 이런 물건을 보고 멍하니 서 있으면 어떡해! 심경에 신경 써야지!”윤선아가 웃으며 장난을 쳤다.“아...”기화영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고개를 돌려 윤선아를 본 순간, 그녀의 눈빛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선아 선배... 웬일로 오셨어요...”기화영은 말하면서 재빨리 달려가 윤선아의 품속으로 들어갔고 그녀를 꼭 껴안았다.그들 자매는 예전에 산에서 무술을 연마할 때 사이가 아주 돈독했다. 뒤늦게 산에 들어간 자매의 무술은 모두 두번째 선배와 세번째 선배가 가르쳤다.세번째 선배 인무쌍은 성격이 매우 엄격했기에 후배들은 그녀를 사랑하기도 하고 무서워하기도 했다. 세번째 선배를 만나면 경외심을 느꼈고 함부로 행동하지 못했다.하지만 이 두번째 선배는 유머가 넘치고 산에 있을 때 자주 후배들을 데리고 나가 놀기도 하고, 몰래 산에 내려가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했다. 때로는 그녀들을 데리고 몰래 산을 내려가 놀기도 했다.그녀들의 스승도 이 두번째 선배를 어쩔 수 없어 번마다 꾸중만 몇 마디 할 뿐이었다.그리고 그녀들이 무술을 열심히 연마하지 않아 세번째 선배에게 벌 받을 때도 두번째 선배가 나서서 사정했다.
“나 윤선아의 동생, 태허산의 제자는 아무나 괴롭힐 수 있는 게 아니야. 설령 그게 너의 부모라고 해도 안 돼!”이도현은 이 말을 할 때 두번째 선배의 눈동자에 그마저 두려워지는 살기가 번뜩인 것을 똑똑히 보았다.“됐어! 착하지! 그만 울어! 더 울다가 눈이 팅팅 붓겠다. 이제 못생겨지면 후배가 널 싫어할지도 모른다!”“그럴 리가요...”기화영이 호되게 말했다.“당연히 그럴 리가 없지! 너희 선배 몇 명이 도현 후배를 많이 괴롭힌 거 다 안다. 셋째도 그래! 나와 대선배가 너희에게 도현 후배를 잘 보살피라고 당부했건만 하나같이 후배를 괴롭히기만 하고!”윤선아는 응석을 부리며 말했다.“아니에요, 선배. 우리는 도현이를 괴롭힌 적 없어요! 못 믿겠으면 도현이에게 직접 물어보세요.”기화영은 눈물을 닦고 윤선아의 품에서 나와 이도현에게 눈길을 돌렸다.“이놈, 선배들이 널 괴롭힌 적 없어?”“없어... 없어요. 절 괴롭힌 적 절대 없어요. 선배들이 저를 얼마나 많이 챙겨줬는데요. 왜 괴롭히겠어요?”이도현은 황급히 손을 저으며 대답했지만, 마음속의 두려움은 한동안 사라지지 않았다.이도현은 사실대로 말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일에 목숨을 걸고 싶지도 않았다. 만약 오늘 두번째 선배에게 자신이 늘 선배들로부터 몸 상태를 점검받고 걸핏하면 팬티를 도둑맞는다는 말을 한다면 무조건 나머지 선배들의 손에 죽을 것이었다.“선배, 보세요. 없다고 하잖아요.”기화영은 웃으며 말했다.“하하하! 너희들의 성격을 내가 뻔히 아는데! 여덟번째, 아홉번째가 무슨 성격인지 내가 손금 보듯 뻔히 아는데. 그리고 열번째가 제일 나쁘지!”“도현 후배가 너희에게 잡아 먹히지 않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윤선아는 웃으며 비꼬았다.“자! 이제 그 얘기는 그만하고 수천 년 동안 계승해온 에드워드 가문에 무슨 좋은 보물이 있나 보자!”선후배 세 사람은 웃음꽃을 피우며 에드워드 가문의 천년 보물 창고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보물 창고는 여러 개의 방으로 이루어져
선배의 말을 듣고 이도현은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노력할게요, 선배!”“노력하기는 개뿔. 지금까지 아내도 없고, 임신한 여자친구도 없는데 뭘 열심히 하겠다는 거야!”“서로의 마음을 뻔히 알면서 모른 척하기나 하고. 내가 정말 못 살아!”윤선아의 직설적인 말에 이도현은 부끄러워서 얼굴을 붉혔다.“이번에 돌아가서 빨리 세번째, 여덟 번째 선배와 결혼하지 않으면 너의 다리를 부러뜨릴 줄 알아! 여자의 몸을 얻었으면서 어떻게 모른 척할 수 있어. 그게 모른 척한다고 될 일이야? 전혀 남자답지 못한 행동이야.”“설마 여자 쪽에서 주동적으로 나오기를 기다리는 거 아니지! 네 이놈, 왜 선배 앞에만 서면 바보가 돼. 용기를 내봐!”“불멸의 계승을 만들려면 우선 아이가 있어야 해! 아이가 없으면 아무리 수많은 보물을 갖고 있다고 해도 소용이 없어! 보물이 아이를 낳아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이도현은 눈앞에 죽음이 보이는 것 같았다. 이야기 주제가 어쩌다가 아이를 낳는 데까지 간 건지 알 수 없었다.그 말은 모두 그더러 빨리 선배를 임신시키라는 뜻이었다.이런 일은 선배의 동의를 받지 않는 한, 그는 감히 행동을 취할 수 없었다.지금 그는 선배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몰랐다. 예전에 마음을 털어놓기 전에는 모른 척할 수 있었지만, 지금 마음을 다 털어놓은 이상, 더는 시치미를 뗄 수 없었다.생각만 해도 머리가 복잡해졌다!두번째 선배의 거침없는 말에 이도현은 눈치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급히 화제를 돌렸다.“선배, 이것 보세요! 약재예요! 대박... 엄청 많아요... 구현근, 골령초, 인혼화... 이게 다 얼마야, 이번에 진짜 큰돈 벌었어요!”눈앞의 방안에는 각양각색의 약재로 가득 차 있었다. 약재의 종류가 너무 많아 이도현은 눈이 침침해지는 줄 알았다.솔직히 말해서, 지금 온 세상을 뒤져도 찾기 힘든 진귀한 약재들은 이도현에게 있어서 금은보화보다 더 진귀한 보물이었다.그는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 금은이 아니라 이런 약재들만 가득하길
“구경할 게 딱히 없지만 가져가서 맘껏 봐.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너희 매 사람에게 하나씩 구해줄게! 그런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물건이 귀한 만큼 구하기가 힘들거든!”윤선아는 말하면서 손에서 반지를 빼 기화영에게 보여주었다.기화영은 반지를 받아서 한참을 훑어본 후에야 윤선아에게 돌려주었다. 그녀의 커다란 두 눈에는 부러운 기색이 가득했다.“화영아, 부러워하지 마! 지금은 내가 이 공간 반지를 꼭 써야 하는 곳이 있어. 이제 다 쓰거든 너에게 줄게!”“아니에요, 선배! 저는 그냥 구경하고 싶었을 뿐이지 갖고 싶은 거 아니에요!”기화영이 급히 말했다.“다섯번째 선배, 저도 하나 있어요. 저는 쓸 일이 없으니까 선배가 가지세요!”이도현은 음양탑에서 한참 찾아서야 예전에 봉래도에서 공작제국의 구황자 등 세 명을 죽이고 나서 얻었던 반지를 찾아냈다.그때 그는 이 반지의 저장 공간이 너무 좁은 것을 보고 쓰레기 취급하듯 반지를 음양탑에 던졌다. 반지는 몇 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었는데 그의 욕실에 있는 화장실보다도 작았다.두번째 선배의 반지를 보고 나서야 그는 자신에게 이런 물건이 있었다는 걸 떠올랐다.“뭐라고... 헐! 진짜네. 네 이 녀석이 어떻게 공간 반지를 갖고 있어? 대박이다...”윤선아는 이도현이 들고 있는 반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그녀는 공간 반지가 얼마나 얻기 힘든 물건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공간 반지 역시 천신만고 끝에 얻은 것이었다.지금 이도현의 손에 반지 한 개가 들어있었고, 심지어 그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이게 말이 돼?윤선아는 공간 반지를 들고 신기로 한번 살펴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왜냐하면, 이도현의 이 공간 반지는 뜻밖에도 그녀의 반지보다 더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다.“아휴... 이놈아! 너 지금 이걸 쓸모없는 공간 반지라고 한 거야? 나... 널 한대 패고 싶다...”윤선아는 분통하며 말했다.그녀는 이도현이 허세를 부리는 줄 알았다. 이렇게 좋은 공간 반지를 거
윤선아와 기화영은 전혀 사양하지 않고 에드워드 가문의 보물 창고에서 마음에 드는 보물들을 골랐다. 두 사람은 각각 몇십 개의 보물을 골라 각자의 공간 반지에 넣었다.그 후 기화영은 또 황금이 한가득 쌓여있는 곳으로 가서 황금으로 자기 공간 반지를 가득 채웠다.기화영이 이렇게 잔뜩 챙긴 것은 그녀가 재물을 탐내서가 아니라 돌아간 후 용팀의 매 구성원에게 돈을 조금 챙겨주려는 것이었다.비록 그들의 급여가 높은 것은 맞지만 용팀의 구성원은 제일 큰 리스크를 감당하고 제일 많은 희생을 하는 것도 사실이었다. 용팀 팀장을 맡은 시간 동안 기화영은 용팀의 구성원이 임무 수행하러 갔다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 것을 수도 없이 봤었다.그래서 그녀는 줄곧 마음 한구석에 미안함을 품고 있었으나 어찌할 수가 없었다.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이 바로 그런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라를 위해 힘을 바쳐야 하기에 희생을 감당해야만 했다.하지만 희생한 동료들의 가족은 여전히 삶을 이어나가야 했다. 비록 조직에서 희생자 가족에게 충분한 금전적 보상을 주긴 하지만 기화영은 그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돈을 얼마나 보상해 주든 그건 한 사람의 목숨에 비길 바가 못 되었다.지금 이렇게 기회가 생겨서 그들에게 더 많이 보답할 수 있을 때 기화영은 챙길 수 있는 만큼 챙길 생각이었다.“이제 됐다! 우리 두 자매는 다 골랐어. 이 보물 창고 안의 것들은 이제 다 네 손에 달렸다. 아까 큰소리를 떵떵 치더니 이제 네가 진짜로 해낼 수 있는지 어디 한 번 볼까?”윤선아는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이도현이 망신당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선배! 저는 절대 큰소리치지 않아요. 제가 다른 사람은 속여도 선배들을 속이지는 않아요!”이도현은 아주 진지하게 대답했다.“선배들, 잘 보세요! 절대 놀라지 마세요!”말을 하면서 이도현은 내력을 조절하여 체내의 음양탑을 꺼냈다. 이도현의 움직임에 따라 음양탑의 첫 번째 층 탑 문이 열렸다.이도현이 의식을 조종하
윤선아는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심각하게 얘기했다. 비록 아름다운 얼굴이지만 화를 내는 윤선아의 모습에 이도현은 조금 겁이 났다.“네...알겠어요! 선배.”이도현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솔직히 말해서 그는 아름다운 윤선아 때문에 놀라서 지금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있었다.“그래! 우리 얼른 돌아가자! 고로국과 온 서방이 지금 이미 난리가 났을 거다!”윤선아는 이 일에 얽매이지 않고 이도현과 기화영을 데리고 바로 고성에서 나왔다.그리고 이도현은 곧바로 신영성존과 도광 등 사람에게 연락해 비행기를 타고 얼른 고로국을 떠났다.문지해, 도광과 다시 만났을 때, 도광은 이도현의 몸 뒤에 또 못 보던 여자가 한 명 따라온 것을 보고 문득 입을 열어 그를 조롱하였다.“빌어먹을 자식. 넌 참 바람둥이야.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또 여자를 한 명 꼬셨네! 근데 안목 하나는 인정해 줘야 한다니까! 이 여자는 엉덩이가 커서 애는 잘 낳을 거야! 사람 보는 안목이 역시 괜찮아!”도광은 눈치 없이 혀를 놀려댔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말한 이 여자가 도대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이도현은 눈짓으로 도광에게 나대지 말라고 귀띔했지만, 도광은 그의 암시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게다가 그는 이도현의 눈빛을 득의양양한 것으로 잘못 이해했다.“빌어먹을 놈! 우쭐대기는. 여자를 데리고 온 것 갖고 왜 자꾸 눈을 깜빡이는데. 쳇! 정말 못났어! 근데 솔직히 말해서 너 같은 병신 놈이 여자 찾는 데는 참 재주가 있어! 어디 봐봐. 이 두 여자까지 합하면 넌 이미 여자가 대여섯 명이네!”“그러고 보면 너도 정말 대단해! 다른 건 몰라도 네 허리 하나는 끝내준다니까! 내가 대신 장소를 알아봐 줄까? 너 먼저 저 여자랑 볼일부터 보고 난 뒤에 떠날래?”도광은 얄밉게 웃으면서 아주 가벼운 말만 해댔다.“그래! 그럼 어디 그것까지 말해봐. 내 엉덩이가 이렇게 큰 걸 봐서 딸을 나을 것 같아? 아니면 아들을 나을 것 같아?”윤선아는 죽은 사람을 보는 눈빛으로 도광
“개자식! 죽어...”윤선아는 끝내 참지 못하고 섬섬옥수를 휙 내밀어 상대방의 뺨을 한대 내리쳤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전문가 행세를 하던 도광은 갑자기 거대한 힘이 자기 얼굴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반응할 틈도 없이, 순식간에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도광은 윤선아의 공격 한 방에 몇십 미터 밖으로 날아갔으며 땅에 꼬꾸라진 기러기처럼 바닥에 세게 처박히고 말았다.평평하고 단단하던 땅바닥은 도광의 엉덩방아 때문에 세게 꺼져 들어갔으며 큰 구덩이가 생겼다. 그는 다리와 머리가 서로 맞닿고 허리가 90도로 꺾였다.“헉! 제기랄... 네가... 어떻게... 네가 어떻게?”도광은 목청을 돋우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방금 땅에 떨어지는 자세 때문에 그는 하체가 찢어질 것만 같았다.지금, 이 순간, 그는 자신의 그곳에서 고통이 전해지는 것을 느꼈다. 게다가 조금 아픈 정도가 아니었다.도광은 정말 슬펐다. 어릴 적에는 수련을 위해서 여자랑 놀 새가 없었고 강씨 가문 조상의 속임수를 당해 동굴에서 몇 년을 지냈는지 모른다.어렵게 동굴에서 나왔는데 또 어쩌다가 재수 없이 이도현의 부하가 되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자아 위로를 마쳤다. 도광은 매일 클럽, KTV 등 장소에 가서 이쁜 여자들을 여러 명 데리고 노는 것도 삶을 즐길 수 있는 일종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하지만 그런 삶을 즐긴 지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앞으로는 여자와 완전히 작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여자가 이제는 그가 공격을 날리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없었다.지금 그곳에서 전해지는 따가운 아픔에 도광은 자신의 그곳이 완전히 망가졌음을 직감했다.“이런 죽일 놈! 네 선배라는 사람... 도대체 경지가 뭐야? 아... 빌어먹을 놈, 빨리 나를 꺼내주지 않고 뭐해...”도광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소리쳤다.“개자식! 너 도대체 무슨 쓸데없는 얘기를 지껄이는 거야? 난 그저 널 날려 보냈을 뿐이다!”윤선아는 차가운 눈빛으로 도광을 한눈 바라보고는 말했다.“네가 우리 도현 후배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
이도현의 진심 어린 마음과 성의 가득한 기부금 덕에 뚱뚱한 스님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띠었다. “아미타불! 시주님도 신앙심이 깊고 지혜의 뿌리를 가진 분이시군요!” 예기치 않은 큰돈을 받은 뚱뚱한 스님은 한층 더 자비로워진 말투로 말했다.“혜명아! 이 시주님을 위해 방 하나를 깨끗이 청소해 드리거라! 부처님의 자비는 만인을 구원하니, 고통받는 이를 외면할 수 없다, 아미타불...” 이 뚱뚱한 스님은 매우 자비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말만 듣자면 훌륭한 고승 같았지만, 비싼 차를 타고 다니는지는 알 수 없었다.그때, 모여 있던 사람 중 한 명이 갑자기 외쳤다. “안 되겠어요! 빨리 응급 전화를 걸어야 해요! 이 아가씨는 지금 심장 박동이 거의 없고, 호흡도 많이 약해졌어요. 이러다 목숨이 위태로워질 거예요!” “스님!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제 아내가 대체 어떻게 된 거죠? 아내를 살릴 수 있다고 하셨잖아요.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제발 제 아내를 살려주세요!” “아미타불. 시주님! 빈승이 보니 아내의 뱃속에 있는 태아가 업장이 깊어 부처님께서도 구제할 수 없음을 아뢰오니, 마음을 추스르세요.” 이 스님이 내뱉은 말은 이도현을 놀라게 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시대인데 이런 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니, 이 사찰은 역시 정통 스님이 없는 것 같았다. “아니... 그럴 리가 없어요!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잖아요. 전에 아내와 함께 이곳에 와서 향을 피우며 기도했을 때, 당신들은 제 아내 뱃속의 아이가 문곡성의 환생이라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사람이라고 하지 않았나요?”“또한 우리가 진심으로 부처님께 기도하고 매달 초하루와 보름마다 향을 피우러 오면 부처님께서도 우리 아이를 보호해 주어서 평안히 태어나고 성장하게 해 주신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왜 지금 와서 이러시는 거죠?”이도현은 이 남자의 말을 듣고 어이없었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이런 말을 믿는 사람이 있다니, 문곡성 환생이라니. 이 사기꾼 스님 이런
“소령사!”이것이 이 사찰의 이름이었다. 규모로 보아 크지 않은 사찰이었지만, 입구의 문은 꽤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문만 보더라도 이 사찰의 재정이 상당히 좋아 보였다. 돈이 없다면 이렇게 화려한 문을 짓지 못했을 것이다.“안에 있는 이들도 술과 고기를 먹는 스님들은 아니겠지?”이도현은 속으로 생각했다.아마 대학 시절, 몇몇 라이브 스트리밍 플랫폼에서 부유하고 살찐 스님들이 고급 차를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본 영향이었을 것이다. 그 당시 그는 부유한 자들에 대한 반감이 있었는데 이것은 그런 모습을 가지고 있는 스님들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를 덧씌웠다.그래서 그의 마음속에 스님들은 늘 좋지 않은 인물로 각인되어 있었다.그렇기에 속으로 살찐 스님을 보자마자 "좋은 사람은 아니다"라는 생각이 자동으로 떠올랐다.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찰나, 사찰 안에서 갑자기 여자의 비명이 들려왔다.“아!”“이런!”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이도현은 깜짝 놀랐다. 그 비명은 그의 머릿속에 불길한 장면을 떠올리게 했다.“민간 여자를 납치한 건가? 음탕한 도적들인가?”이런 단어들이 그의 머릿속을 스쳐 갔다. 상상 속에서 뚱뚱하고 음탕한 웃음을 짓는 스님이 벌거벗은 채 한 공포에 빠진 여성을 앞에 두고 그녀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그려졌다.“이런 빌어먹을 것들! 그 여자를 놓아라!”악에 받쳐 이도현은 소리쳤고, 사찰의 문을 단숨에 발로 차 열어젖히며 분노에 찬 채 뛰어 들어갔다.그는 한 명의 영웅이 되어 위기에 있는 미녀를 구해내고자 했다!그러나 그가 안으로 뛰어든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멍해지고 말았다.사찰은 정말로 크지 않았다. 정문 맞은편에는 부처님을 모신 대전이 있었고, 양쪽에는 작은 방과 자그마한 뒤뜰이 있었다.그리고 대전의 한쪽에는 몇 명의 뚱뚱한 스님과 다른 사람들이 둘러서 있었는데, 틈 사이로 보니 그들이 한 여성을 둘러싸고 있었다. 여자는 바닥에 누워 고통스러운 비명을 질렀다.이도현은 깜짝 놀라며 급하게 멈춰 섰다. 조금만 더 나아갔다면 뚱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