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세 사람은 서로 무공을 겨루며 스스로 강하다고 느꼈고 이제 무도의 최정상 경지에 도달했다고 자부했다.그들은 지금의 실력만으로도 세상 어디든 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방금 전 이도현의 주먹을 보고 나서 그들은 마음속 그 오만한 생각을 단번에 접어야 했다.더 말할 필요도 없이, 이도현의 한 방은 그들이 감당할 수 없는 경지였다. 그의 앞에서 그들은 자신들이 마치 개미처럼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이도현은 그 자리에 서서 먼 곳을 응시했다.눈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살기가 공기 중에 증발하듯 퍼져 나갔다.분노와 음산한 기운이 뒤섞여 사방으로 퍼져 나갔고 그가 내뿜는 냉혹한 살기는 공기마저도 얼어붙게 만들었다.“도현 오빠!”바로 그때,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조혜영이 달려와 이도현의 상태를 살피며 다급하게 외쳤다. 그녀는 위험을 무릅쓰고 곧바로 이도현의 곁으로 달려와 그의 손을 꽉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도현 오빠,화를 가라앉혀야 해요!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은 오빠가 해결해야 해요. 분노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어요.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오빠가 위험해요. 선배들이 왜 오빠에게 다섯 번째 선배의 일을 말하지 않았는지 아세요? 오빠의 마음이 무너질까 걱정했기 때문이에요. 지금 이러면 그동안의 수련이 모두 물거품이 되잖아요! 다섯 번째 선배도 자신의 일로 인해 오빠의 경지가 무너지고 위험에 처한다면 죄책감을 느낄 거예요. 제발 진정하세요!”조혜영의 애절한 부탁에 이도현의 격해진 마음은 점차 평온해졌다.“괜찮아, 걱정 마. 그냥 내가 자책하고 있을 뿐이야. 아홉번째 선배를 치료할 때, 다섯번째 선배에게 구현근을 찾으러 가라고 하지 말았어야 했어. 선배가 이렇게까지 곤란해질 줄 알았더라면 내가 직접 찾으러 갔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한 거야. 그들이 어떻게 다섯번째 선배를 강제로 결혼시키려 했는지 모르겠지만 선배가 분명 엄청나게 힘들었을 거야. 이건 모두 내 탓이야.”이도현은 스스로를 탓하며 말했다.“아니
이시각 기씨 가문 저택은 온통 결혼식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고 붉은 장식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수십 리에 걸쳐 커다란 붉은 등불이 걸려 있었고 기씨 가문 저택으로 이어지는 길에는 레드 카펫이 깔려 있었다.기씨 가문과 친분이 있는 가문들, 지역에서 명망 있는 가문들이 모두 이곳에 모였다.기화영의 아버지이자 기씨 가문의 수장은 몇몇 조카들을 이끌고 저택의 정문에서 에드워드 가문의 맞이할 준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었다.“가주님! 도착했습니다! 새 사위가 커다란 말을 타고 오고 있습니다!”한 하인이 헐레벌떡 달려오며 외쳤다.“왔구나! 드디어 왔군! 준비해라, 모두 준비하라! 폭죽도 준비해라! 새 사위가 도착하면 폭죽를 터뜨려라!”기화영의 아버지는 흥분된 목소리로 명령을 내렸다.얼마 지나지 않아 에드워드 레니가 커다란 말을 타고 고대 염국의 결혼식 의상을 입고 등장했다.여덟 명이 들어 올리는 붉은 가마를 앞세운 행렬은 시끌벅적하게 도착하고 있었다.하지만 외국인인 그가 염국의 신랑 의상인 붉은 예복을 입고 있는 모습은 어딘가 매우 어색해 보였다.“기씨 가문의 사위가 왜 저런 모습이지? 이게 무슨 꼴이야?”사람들 중에는 외국인을 처음 본 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그들의 눈에 이처럼 이상하게 생긴 외국인은 도저히 사람이 아니라 귀신처럼 보였다.“입 다물어! 너 죽고 싶냐? 저 사람은 기씨 가문의 사위야. 죽고 싶으면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마!”“맞아! 너 정말 세상물정을 모르는구나. 네 말을 들어보니 너 평생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구나.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몰라? 저건 귀신이 아니라 서방 사람이야! 그래도 세상 사람들은 그들을 양귀자라고 부르긴 하지.”“조용히 해라, 괜히 문제 만들지 말고.”사람들이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리는 동안 기씨 가문의 가주가 크게 외쳤다.“사위! 어서 오너라! 화영이가 기다리다 지치겠다!”“장인어른께 인사드립니다!”에드워드 레니는 말에서 내려 공손한 척하며 절을 했다.하지만 그의 얼굴에는 조금
“차이더 가문 도착!”“하워드 가문 도착!”“피트 가문 대표 도착!”“카트 가문 대표 도착!”“헨리 가문 대표 도착!”“게쉬 공작 도착!”두 사람이 차례로 이 명문 가문들의 이름을 외치자 밖에 모여 있던 구경꾼들이 떠들썩해졌다에드워드 가문의 가주인 대공작 에드워드 87세가 친히 문으로 나와 이 손님들을 직접 맞이하며 안내했다.“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오십시오!”“오늘은 제 아들 레니의 결혼식 날입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저희 에드워드 가문으로서는 큰 영광입니다. 안으로 들어오시지요!”“아닙니다! 에드워드 도련님의 결혼식에 참석하게 되어 오히려 저희가 영광입니다. 대공작님, 축하드립니다!”“축하드립니다! 축하합니다!”사람들은 서로 덕담을 나눈 후 에드워드 87세의 안내를 받아 성 안으로 들어갔다. 성 밖에서는 여전히 축제가 한창이었다.잠시 후, 수십 대의 고급 차량들이 천천히 성으로 들어와 성 내부까지 진입했다.“신부가 왔어! 어서 가서 신부를 보자!”“가자! 레니 도련님이 마음에 들어 한 신부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직접 확인하자. 우리 공주보다 예쁠까?”“그러게 말이야! 우리 왕이 공주를 레니 도련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는데 레니 도련님이 거절했다더군! 우리 공주는 나라에서 손꼽히는 미인인데도 거절당했다니, 대체 저 염국 여자가 얼마나 예쁘길래 공주를 마다한 건지 한번 보자고사람들은 흥분하며 성 안으로 몰려들었다오늘은 레니의 결혼식이자 에드워드 가문의 경사였기에 고성은 외부에 개방되었다.평소 같았으면 성 근처에도 가까이 갈 수 없었지만 오늘은 성 안으로 들어가 성대한 축제와 맛있는 음식을 즐길 기회가 주어졌다.이 시각 기화영은 성 안의 넓고 화려한 방에 도착해 있었다. 방 안에는 17~18세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고로국 하녀들이 그녀를 시중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레니의 요구에 따라 하녀들은 기화영에게 전통 혼례복을 벗고 서양식 웨딩드레스로 갈아입으라고 했다.그러나 기화영은 이에 아무런 저항도 보이지 않았
모든 환희의 소리가 그 순간 뚝 끊겼고 모든 사람들이 그대로 굳어버렸다. 웃음과 축하로 가득하던 장면은 순식간에 정적으로 변했다.“무슨 상황이지? 또 무슨 공연인가?”“요즘 명문가의 결혼식은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우리가 시대에 뒤처진 건가?”“아니야, 뭔가 이상해. 예전에 염국에서 봤던 영화 생각나는데... 뭐더라, 도련님이 신부를 뺏어가는 그런 영화였지. 에드워드 대공작도 그걸 흉내 내는 건가?”“그렇다면 정말 재미있겠는걸! 괜히 온 게 아니네!”“아니, 이게 말이 돼? 이런 순간에 누가 감히 난동을 부리겠어? 이건 죽으려고 작정한 거지!”사람들은 일제히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그들이 본 것은 고성의 탑 위에 서 있는 한 소년이었다. 그는 긴 칼을 손에 들고 마치 사신처럼 위풍당당하게 서 있었으며 바람에 휘날리는 옷자락은 그를 더욱 멋지게 보이게 했다.솔직히 말해 이 정도의 등장은 완벽했다“저 사람... 설마 그 사람인가?”사람들 속에서 이도현을 아는 사람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 정말 그 사람이야?”“이거 제대로 볼만한 구경거리겠는걸!”누군가가 흥미롭게 말했다.“저 사람 누구야? 엄청난 배짱인데? 진짜 목숨도 아깝지 않은 건가? 이런 순간에 이런 자리에서 문제를 일으키다니, 진짜 살 만큼 살았나 보네. 여긴 에드워드 가문이라고! 혹시 사랑 때문에 온 건가?”사람들 사이에서 수많은 소문과 추측이 쏟아졌다.사실, 소문과 험담은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동네 할머니들만 떠드는 게 아니라 외국인들 역시 수다를 즐겼다.“건방진 놈! 넌 누구냐? 당장 내려와라!”에드워드 가문의 한 강자가 소리쳤다.이도현은 아래를 내려다보며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도현이다.”그는 겁 없이 자신의 이름을 밝혔다.“다섯번째 선배, 내가 선배를 데리러 왔어요!”이도현은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성 안의 교회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다.그의 이 한마디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이런 젠장! 내가 맞췄잖아. 진
말을 마치자마자 기화영은 갑자기 입고 있던 하얀 웨딩드레스를 단숨에 찢어버렸고 그 안에는 그녀가 평소 즐겨 입던 옷이 드러났다. 모두가 당황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그녀는 가볍게 몸을 날려 이도현의 곁에 착지했다.“후배, 나는 우리가 다시는 못 만날 줄 알았어!”기화영은 이도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그럴 리 없어요. 내가 있는 한 누구도 선배를 강제로 결혼시키지 못해요!”이도현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기화영의 눈가에 맺힌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기화영의 얼굴에는 행복한 표정이 가득했고 그녀는 애틋한 눈빛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그 둘은 고성의 꼭대기에 나란히 서 있었다. 마치 한 쌍의 신선 같은 그들의 모습은 오늘 결혼식의 진정한 주인공처럼 보였다.“와! 저 신부 진짜 예쁘네!”“근데 이건 좀 충동적인 거 아닌가? 에드워드 가문을 적으로 돌리다니, 죽을 생각인가?”“그러게 말이야! 이도현도 참 못된 놈이야. 이렇게 좋은 집안에 시집가는 걸 막다니. 저 여자 입장에선 대박인데 차라리 축하해 줬어야지!”“이제 저 여자는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어. 이렇게 예쁜 여자가 이제 끝장났네.”“진짜 이기적인 놈이네!”“닥쳐라, 이 겁쟁이들아! 네 여자가 다른 남자한테 가는데 축하한다고? 그게 남자냐? 이게 진짜 남자라고 할 수 있어?”“맞아! 내 여자는 내가 책임진다. 차라리 굶어 죽더라도 내 옆에 두고 내 손으로 지켜야지!”“그래! 내 여자는 설령 거지가 된다 해도 내 품 안에서 살아야지. 절대 다른 남자 밑에서 억지로 웃게 두지 않을 거야!”순식간에 주변의 남자들이 각자의 의견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모든 말들은 이도현의 관심 밖이었다. 그의 눈에는 오직 기화영만이 있었다.“선배, 여기서 잠깐 기다려요. 선배를 억지로 끌고 가려는 그자들을 내가 모조리 처리하고 그 후에 우리 집으로 돌아가요!”“안 돼, 후배! 그러지 마! 이번 일은 내 잘못이야. 에드워드 가문에서 구현근을 준다면 내가 그들에게 시집
이 말을 듣고 이도현의 싸늘한 눈빛이 순식간에 살기를 머금은 눈빛으로 변했다. 그는 에드워드 레니를 노려보며 냉혹하게 말했다.“죽고 싶나...?”“내 선배를 모욕하다니, 넌 죽어야 마땅하다.”이도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몸에서 강렬한 기운이 폭발했다. 그 순간 그는 마치 유령처럼 사라져 눈 깜짝할 사이에 레니 앞에 나타났다.그는 손을 들어 검을 휘둘렀다.음양검에서 뿜어져 나온 검기는 붉고 검은 광채를 띠며 뿜어져 나왔다.쾅!천지를 울리는 거대한 굉음과 함께 검기가 스친 고성의 일부분이 순식간에 붕괴되며 먼지와 연기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모든 것이 너무나 순식간에 벌어졌다.모든 것이 너무 빨라서 사람들은 아무런 반응조차 하지 못했고 에드워드 가문의 강자들조차도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닫기도 전에 사건이 벌어졌다.연기가 사라지자 사람들 앞에는 다시 이도현의 모습이 나타났다.하지만 그의 앞에는 에드워드 레니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대신 이도현의 발밑에는 피투성이가 된 레니가 쓰러져 있었다.조금 전까지 화려하고 당당했던 레니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고 지금의 그는 다리가 부러진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내 선배의 체면을 봐서 네 목숨을 살려준다. 하지만 다시 입을 함부로 놀리면 지옥으로 보내주마.”“헉...”이 장면을 목격한 사람들은 놀라서 마른 침을 삼켰다.에드워드 가문의 사람들조차도 멍한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여기는 에드워드 가문의 본거지였고 오늘은 에드워드 가문의 후계자 레니의 결혼식이었다. 그런데 그 신랑이 누군가에게 맞고 쓰러져 있었다.그나마 이도현이 선배의 체면을 생각해 목숨만 살려둔 것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에드워드 가문의 후계자는 그 자리에서 죽었을 것이다.“이런... 미친놈...”한 사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도현을 바라보았다. 차이더가문의 가주는 놀란 나머지 얼굴
“이 자식이, 죽으려고.”서로 끊임없이 손짓하여 협력해 강력한 공격을 펼치는 대마법사들을 보며 이도현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손에 든 음양검을 휘두르며 태허검결의 최강 기술을 펼쳤다.“모두 죽어라!”이도현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고 음양검에서 검기가 폭발적으로 쏟아져 나왔다.쾅쾅쾅!검기가 닿는 곳마다 대마법사들은 피투성이가 되어 산산조각이 나며 혈안개로 사라졌다. 이도현은 마치 신이 강림한 듯 손을 휘두를 때마다 성급 강자들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혈안개만이 땅 위를 휘날리고 있었다.음양검을 휘두른 검기는 사방에 퍼졌고 성은 피로 물들었다.“이럴 수가...”“이게 말이 돼? 저들은 모두 대마법사였는데 이렇게 간단하게 죽다니. 이도현에게 한방에 맞아 죽는다고?”현장에 있던 서방의 고대 가문 사람들은 숨이 멎을 정도로 놀라며 뒷걸음질 쳤다.이들은 세상에 있을 법한 모든 장면을 보아왔다고 자부했지만 오늘만큼은 도저히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에드워드 가문의 대마법사들은 그들 중 한 명만 나와도 한 지역을 평정할 만한 인물들이었다.그런데 그런 대마법사들이 열 명 넘게 모여 협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검격에 모두 죽어버린 것이다.“미쳤다... 이건 진짜다! 저 염국 남자가 정말 하늘을 거스르려는 건가?”“이도현이 영강국의 일들도 전부 사실로 만들어버렸잖아. 염국이 정말로 각성하는 건가? 어떻게 이런 괴물이 나타난 거지?”“이도현... 진짜 무섭다.”이도현의 이름은 그날부터 이 고대 가문들 사이에서 공포의 상징이 되었다.“내가 살려줄 기회를 줬는데도 네놈들은 그걸 소중히 여기지 않았다. 이제 모두 죽어라.”이도현은 땅에서 간신히 일어선 에드워드 레니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생각보다 레니가 끈질긴 목숨을 가졌다는 사실에 조금 놀랐다. 자신의 검을 맞고도 지금 이렇게 일어설 줄은 몰랐다.레니는 이도현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보고 겁에 질려 소리쳤다.“너... 너 지금 뭐 하려는 거야?”“널 보내주러 왔다.”“안 돼.
현장은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성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석화된 듯 굳어버렸고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모든 이들의 눈은 크게 휘둥그레졌고 땅에 쓰러진 머리 없는 시체를 바라보며 입을 벌린 채 아무런 소리도 내지 못했다.그 시체는 바로 에드워드 가문의 신세대 가장 뛰어난 후계자였던 에드워드 레니였다. 그는 에드워드 가문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지닌 수련 천재로 손꼽혔다.그는 이미 초급 마법사 경지에 도달했으며 염국의 수련 체계로 따지면 황급 경지에 해당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이 나이에 그 정도 경지에 이른 것은 출중한 재능이었고 천재 중의 천재로 인정받았다.거의 모든 이들은 레니가 에드워드 가문을 앞으로 몇백 년간 더 번영시키는 인물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에드워드 가문은 그를 키우기 위해 가문의 자원을 아낌없이 쏟아부었고 그가 몇십 년만 더 수련하면 서양 젊은 세대의 지도자가 될 것이라 여겨졌다.고로국의 각 가문들도 모두 레니를 인정하고 그의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며 이미 그를 고로국의 신세대 강자의 상징으로 여겨왔다.그러나 그런 사람이 염국의 한 젊은 청년 앞에서 두 번의 공격조차 견디지 못하고 결국 머리가 날아가며 생을 마감했다.“와... 이 자식 진짜로 손을 댔어! 이건 미쳤잖아! 대체 레니가 에드워드 가문에서 어떤 위치인지 모르는 건가? 그게 에드워드 가문에 무슨 의미인지도 모른다고?”“이 녀석 대단한데? 우리 가문의 놈들보다 훨씬 낫네. 이런 배짱은 정말 아무도 못 따라가겠어!하워드가문의 가주는 감탄하며 중얼거렸다.“이 자식 뭐야?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날뛰는 거지?”시간이 지나자 각 가문의 대인들은 믿기 힘든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그들은 모두 마른침을 삼키며 숨을 들이마셨다.이도현의 압도적인 기세와 행동은 그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을 안겨주었다.이도현은 그들이 오랫동안 마음속으로만 꿈꿔왔던 일을 실행한 것이었다.사실 여기 모인 모든 가문들은 레니를 죽이고 싶어 했지
이도현은 형수가 차린 밥상을 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밥을 먹다가 문제라도 생길까 봐 다급하게 말했다.“형수, 저 먹고 왔어요! 번거롭게 차리지 않으셔도 돼요!”이도현은 말을 마치고 급히 노문호에게 눈길을 돌렸다.그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수유 중인 형수의 가슴이 너무도 풍만하여 이도현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 기세는 이도현이 침을 놓을 때보다 더 매서웠다.“노 선생, 그동안 잘 계셨나요? 집안에도 별일 없으시죠?”이도현은 급히 화제를 돌렸다.“그럼요, 무탈합니다! 그저 한의원이 너무 바쁠 따름이죠. 게다가 도현 씨의 명성이 자자하여 한동안 많은 사람이 도현 씨의 명성을 듣고 찾아왔다가 없다니까 그냥 돌아갔어요.”“그래도 우리 한의원이 이제 많이 유명해져서 예전보다 훨씬 바빠졌어요. 도현 씨가 오지 않았더라면 이 늙은 몸이 곧 쓰러졌을 거예요.”“좋은 소식이네요. 이건 노 선생의 의술이 뛰어나기에 백성들이 다 믿고 맡긴다는 거잖아요.”이도현이 웃으며 대답했다.“에잇! 놀리지 말아요! 저의 의술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도현 씨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얼른 가서 좀 쉬다가 일하러 와요! 저는 계속 일해야 하니까 이만 가볼게요. 도현 씨가 돌아온 걸 축하할 겸 우리 저녁에 영식이네 집에 모여서 밥 먹어요!”“그... 괜찮을까요? 또 형수를 귀찮게 해야 하는데.”솔직히 말해서, 이도현은 형수 집에 가서 밥 먹고 싶지 않았다. 형수의 요리가 맛없는 것도 아니고, 꽃무늬 이불이 푹신하지 않아서도 아니었다. 그저 형수가 무서울 뿐이었다.“귀찮을 게 뭐 있어요. 도현 씨는 아이의 양아버지이고, 한집안 식구끼리 이런 말을 하면 섭섭하죠! 계속 그런 말을 하면 저희를 무시하는 거로 여길 거예요!”이도현이 거절하려는 기미를 보이자 형수가 다급하게 말했다.이도현은 형수가 다급하게 그런 말까지 하는 것을 보고 더는 거절하지 못했다. 더 거절하면 그가 찔리는 것이 있어서 초대에 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 있었다.“도현 씨, 현진
“이것 봐! 내가 뭐라고 했어! 내가 방금 함부로 말하지 말라고 했지. 이 젊은이는 부귀의 상이고 걸음걸이도 씩씩한 데다가 온몸에서 은은한 보라색 빛을 반짝이고 있어. 딱 봐도 부귀영화를 누릴 상이지, 절대 그렇게 소질 없는 사람이 아니야! 이제야 믿겠어? 내 말이 맞는다는 거!”제일 먼저 반응한 할아버지께서 나서서 이도현을 가리키며 듣기 좋은 단어만 골라서 칭찬했다.그러나 이도현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바로 이 할아버지께서 조금 전까지 그를 파렴치한으로 몰았는데, 지금에 와서 말을 바꾸다니 참으로 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이었다.“그러니까! 나도 그랬지. 이 젊은이는 딱 봐도 복이 있고 부귀한 사람이라고. 근데 너희는 귓등으로 듣기만 했어!”다른 사람도 말을 이었다.“그러니까. 이신의, 만나서 반갑네. 난 이춘식이야. 우리 같은 이씨로서 오백 년 전에 한 가족이었을 거야. 넌 정말 우리 이씨 가문에 큰 체면을 세워줬어!”“이신의, 난 김두만이라 하고 나의 외할아버지도 성이 이씨야. 우리도 한 집안이라고 볼 수 있어!”“이신의, 나도 이씨 성을 가진 외할아버지가 있는데, 자네와 똑같이 생겼어!”수염이 새하얗고 이가 싹 빠진 한 할아버지가 말했다.이도현은 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서 몸을 파르르 떨었다.‘연세가 이렇게 많으신 분이라면 이분의 외할아버지는 진작에 돌아가셨을 건데, 이렇게 나와 친한 척한다고! 자기 외할아버지더러 날 저승으로 데려가라는 거야 뭐야!’ “퉤! 뻔뻔스럽기는! 고아 주제에 어디 감히 외할아버지가 있다고 이신의와 친한 척하려고 해! 우리 어머니의 외할아버지야말로 이씨야!”뻔뻔한 사람이 또 한 명 나타났다.이도현은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었다. 이 어르신들이 너무 무서웠다.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거짓말할뿐더러 그럴듯하게 말하여 진짜인 줄 알았다. 이것도 모종의 경지라고 볼 수 있는 정도였다.이도현은 황급히 한의원 안으로 도망쳤고 그제야 고요함을 되찾았다.“도현 씨, 돌아왔군요! 하하하... 이 자식, 왜 이제야 돌아왔
이도현은 더는 말을 하지 못하고 쭈뼛쭈뼛하게 내디딘 걸음을 도로 거두었다. 그는 성급 고수보다 눈앞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이도현이 자신이 이곳의 의사라고 설명해야 하나 생각하고 있을 때 노영식이 한 할머니를 부축하면서 걸어 나왔다.“할아버지, 할머니들, 그만 떠드세요! 다 진료해드릴 테니까 새치기하지 말고 줄 서서 기다리세요.”“신의 양반, 우리가 진료 보는 데 방해하려고 떠들어댄 것이 아니라, 반반하게 생긴 도시 사람이 염치없이 새치기하려고 해! 규칙을 어기려고 해!”한 할아버지가 울분을 터뜨리며 말했다.이도현은 이 말을 듣고 얼굴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런! 내가 언제 염치없이 굴었어?’“새치기! 누가 새치기했어요?”노영식이 물었다.“이 사람이요!”“바로 저 젊은이예요. 도덕심이라고는 일도 없어요!”“맞아요! 염치가 전혀 없어요! 우리가 온 오전 줄을 서도 새치기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데, 저 사람은 오자마자 새치기했어요. 그러고도 도시 사람이라고! 퉤!”또 한차례의 비난을 받은 이도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그냥 들어가서 일하려는 것뿐인데,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잠깐 사이에 벌써 세 번이나 욕을 먹었어. 게다가 한의원에 발을 들이지도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욕먹을 일인가? 설사 내가 진짜 진료받으러 왔다고 해도, 새치기하면 어때서? 한번 욕하면 그만이지, 끝없이 욕할 줄이야. 시골 사람이 제일 순박하다고 들었건만 왜 이 어르신들은 이렇게 다르지?’“이도현 씨... 돌아왔어요...”노영식은 이도현을 보고 깜짝 놀라더니 기뻐하며 그에게 달려갔다.이도현은 손을 뻗으며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그는 오늘 운이 안 좋았다.“언제 돌아온 거예요? 미리 전화하지 그랬어요. 저희가 알았으면 마중하러 가는 건데! 어서... 안으로 들어가요... 삼촌이 이도현 씨를 오랫동안 그렸어요... 그리고 저의 아내도 거의 매일 밤 이도현 씨 얘기를 했어요. 도현 씨가 돌아오기만 하면 아이의 양아버지로 모시겠다고!”노영식은 감
조금 거친 섬섬옥수로 능수능란하게 계산기를 눌렀는데 그런 진지한 모습이 여자의 또 다른 아름다움을 선보이는 듯했다.그 여자는 다름 아닌 노영식의 아내, 이도현의 형수였다.한의원이 확실히 아주 바빠 보였다. 그렇지 않다면 아이를 낳은 지 몇 달도 안 되는 형수가 이렇게 나와서 일을 도울 리 없었다.그러나 형수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한 것을 보아하니 그녀가 이 일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알 수 있었다.하긴 한의원에서 일하면 한 달에 오십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고 게다가 지금 월급이 올랐을지도 모른다. 이건 농촌에 있어서 아주 훌륭한 일자리였다.그리고 지금 부부가 모두 한의원에서 일하기에 한 달에 최소 백만 원의 월급을 받을 수 있었다. 이 정도는 무조건 농촌에서 고소득이라고 볼 수 있었다.더군다나 부부가 다 저녁에 집에 돌아가서 가정을 돌볼 수 있었다. 일도 지체하지 않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일자리는 그야말로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것 못지않았다.이도현은 이 부부가 하는 일이 마을 사람들의 부러움을 잔뜩 받았을 것으로 생각했다. 어떤 사람들은 이미 질투에 눈이 멀었을지도 모른다.그러나 이 부부도 충분히 빡세게 살고 있었다. 따지고 보면 형수는 아이를 낳은 지 겨우 몇 달밖에 안 되는데 벌써 일하러 나왔다.백성들은 역시나 응석받이로 자라지 않았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아이를 낳으면 1년은 쉬었을 것이었다.물론 도시 사람들의 생활 조건이 좋으니 휴식을 많이 취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좀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돈을 버는 거 아니겠어?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한의원을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겨우 두 발짝 걸었는데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가 그를 불러 세웠다.“에잇! 거기! 앞에 총각! 너 뭐 하는 거야! 양심이 있다면 뒤에 가서 줄을 서라.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 서고 있는 게 안 보이냐? 빨리 가서 줄 서!”“맞아! 맞아! 뒤에 가서 줄 서! 이렇게 많은 사람이 줄을 서는 거 못 봤냐! 어디서 새치기야! 뒤에 가서 얌전히 줄 서! 참! 요
이도현은 이 가족의 감사 인사를 마다하고는 남자에게 앞으로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신앙이 있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너무 지나치지 않는 것이 좋다.어떤 일이든 도가 지나치면 본연의 가치를 잃기도 하는데 좋은 마음에서 출발한 일도 나쁜 일로 만들 수 있었다.특히 이번 일처럼, 만일 가족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면 그것은 신앙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해치는 것이었다.이튿날 아침이 되자마자 남자는 사람을 불러 아내와 아이를 들것에 싣고 산에서 내려왔다. 떠날 때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절의 스님을 쳐다보았다.그 표정은 마치 앞으로는 이곳에 두 번 다시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이고, 돈을 어디에 쓰든 절대 너희 같은 양심 없는 가짜 스님에게 바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이도현도 떠나갔다. 그는 재물을 탐내고 하마터면 사람까지 죽일 뻔한 이곳에 1분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머무르다가 사람을 죽이고 싶어질까 두려웠다.물론 그는 아무것도 폭로하지 않았다. 마치 하늘과 땅에 밝은 것과 어두운 것이 있는 것처럼, 이 세상에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기 마련이었다. 이것이야말로 천지의 도리를 이루었다.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도 있는 법이었다. 만약 모두가 좋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은 완전하지 못할 것이었다.만물이 존재하는 데는 그만한 도리가 있는 법이고, 하물며 나쁜 사람은 그들보다 한층 더 나쁜 사람에게 응징받을 것이기에 이도현은 쓸데없는 일에 참견할 필요가 없었다.게다가 이도현이 보기에는 이 스님들이 구제 불능한 정도로 나쁜 사람은 아니었다.어젯밤 이도현이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임산부는 결국 죽음을 맞이했을 것이었다. 게다가 스님이 이 모든 것을 초래한 것도 아니었다. 따지고 보면, 결국은 여자의 남편이 너무 미신을 믿어서 출산을 앞둔 아내를 데리고 부처님께 예배드리러 왔다가 이런 일이 생겼던 것이었다.누가 옳은지 그른지, 또 누구의 책임인지 분명히 따질 수 없었다. 다행
이게 그들이 말한 보호란 말인가! 보호해 준다고 해놓고, 아내는 이 절에서 죽을 뻔했다니.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그 남자는 정말 후회스러웠다. 과거의 자신이 그저 미련한 바보 같았다. 자신의 월급 절반을 절에 바치고 돈을 그렇게 냈는데, 결과가 이 모양이었다. 바로 그때, 막 정신을 차린 여자가 배를 움켜잡고 비명을 질렀다. “여보. 나 배가 너무 아파. 아마 곧 낳을 것 같아. 여보 나 좀 살려줘.” 이도현은 그 말을 듣고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어휴. 하느님! 당신이 나를 이렇게 시험에 들게 하시나요!”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의술은 자신 있지만, 출산 경험은 전혀 없었다. 게다가 그는 남자다. 그러나 여기에서 의사라곤 그 혼자뿐이었다. 발가락으로 생각해도 이 일은 그의 몫이었다. “세상에 대체 어떻게 이 타이밍에 애를 낳겠다는 거야? 조금만 더 참아서 내일 병원에서 낳으면 안 되나? 이 시점에서 출산이라니, 너무 사람을 힘들게 하는 거 아니야?” 이도현은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건 단순한 치료가 아니다. 그는 해본 적도 없는 출산을 도와야 했다. “신의여! 제발 제 아내를 구해주세요! 그녀가 곧 아이를 낳아요!” 남자는 이도현 앞에 달려와 애원했다. “어서 뜨거운 물을 다시 준비해라. 정말 너희 집안에 큰 빚을 져서 갚는 것 같은 기분이다! 너는 남고 나머지는 다 나가라!” 이도현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네.”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말을 못 하고 급히 방을 나갔고, 겁먹은 동생만 남았다. “뭐 하려고 멀뚱히 서 있어! 얼른 산모의 바지를 내려! 안 내리면 입으로 애를 낳게 하려는 거야? 아이고! 너도 여자이면서 아무것도 모르냐?” 이도현은 짜증을 내며 그녀를 나무랐다. 당황한 여자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언니의 바지를 내렸다.그 후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침대 시트로 여인의 하체를 가렸다. 그는 여인에게 침을 놓으며 기를 돌게 했다. 정신없이 손을 움직인 지 약 30분
어떤 것들은 정말 믿을 수밖에 없다. 특히 여러 번 그런 경험을 한 이도현은 지금은 깊이 믿게 되었다. 이런 것들은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다행히 이도현은 얼마 전 주씨의 아내와 그의 장인과 관련된 일을 겪고 나서, 미리 대비해 몇 가지 부적을 더 준비해 두었다. 음양탑에 보관해 두면 급하게 필요할 때 주사와 황지를 찾아다녀야 했다. 주사는 약국이나 특수한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만이 집에 비축해 둘 법한 물건이다. 그러니 대비하는 것이 낫지 않은가? 지금처럼 바로 쓸 수 있게 말이다. 이도현은 임산부의 동생을 돌려세우고 그녀를 방에서 잠시 나가게 한 후, 황색 부적 한 장을 꺼내 임산부의 몸에 대고 몇 번 그리며 주문을 중얼거렸다. 임산부의 기운이 변하기 시작하는 것이 느껴지자, 그는 비로소 멈췄다. 이 과정을 거친 그는 상당히 지쳤다. 몇십 분 동안 정신과 체력이 크게 소모되어 이마에는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제 언니는 어떤가요? 왜 아직 깨어나지 않는 거죠?” 여동생은 이도현의 치료가 끝나자 조급히 물었다. “나는 의사이지, 신선이 아니야. 모든 일에는 과정이 있는 법이야. 가서 그녀의 남편을 불러 몸을 따뜻한 물로 닦아 주게 해.” 이도현은 피곤한 얼굴로 답했다. 그의 의술은 뛰어났지만, 이 여인의 상태는 이미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이것은 억지로 생명을 구하는 것이었고, 마치 염라대왕과 생명을 놓고 다투는 것과 같았다. 만약 그렇게 빨리 효과가 난다면, 그는 진정 신선이 된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여동생은 무언가 할 말이 있었지만, 방금 이도현이 보인 위엄을 떠올리며 입을 다물고 언니의 남편을 불러왔다. 두 사람은 이도현의 지시에 따라 여인의 몸을 따뜻한 물로 닦기 시작했다. 뜨거운 물 덕분에 여인의 미약했던 숨소리가 점차 강해지더니, 마침내 여인이 신음하며 눈을 떴다. “살았다! 내 아내가 살아났어. 그녀가 죽지 않았어.” 남자의 격한 말에 밖에서 기다리던 사람
곧 이도현의 차가운 시선이 절 안의 스님들에게 향했다. 그는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사람을 살리는 동안 방해라도 한다면, 즉시 지옥으로 보내주겠다!”“내가 할 말은 여기까지다. 너희들이 듣든 말든 상관없지만, 감히 방해하려 한다면, 그 순간 너희의 마지막이 될 거다!”이도현은 말을 마치며 손을 휘저어 은침 하나를 던졌다. 은침은 대전 앞에 서 있는 돌사자를 명중했다.쿵!큰 소리와 함께, 거대한 돌사자가 순식간에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 이 광경을 본 절의 스님들은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서 있다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방금까지 하고 있던 생각들은 한순간에 머리 속에서 사라지고, 마치 귀신을 본 듯한 얼굴로 이도현을 바라보며 뒤로 물러섰다.이 정도로 강한 사람은 처음이었다. 작은 침 하나를 사용했을 뿐인데 돌사자가 산산이 부서져 버리다니, 이게 그들의 몸에 닿기라도 한다면 무사할 리 없었다.아무리 그들이 뚱뚱하다 해도 이런 강한 힘을 버틸 수는 없었다.“뭘 멍하니 서 있느냐! 빨리 방을 찾아서 이 사람을 안으로 옮겨!” 이도현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이도현의 위압적인 분위기 아래, 스님 몇 명이 거의 숨이 끊어질 듯한 여인을 한 방으로 옮겨놓았다.“모두 나가라! 그리고 따뜻한 물을 준비해라. 내 허락 없이 누구도 들어오면 안 돼!”“너는 따라 들어와라!” 이도현은 사람들 가운데 있는 한 여인을 가리켰다. 아마도 이 부부의 친척일 터였다.“저요?” 여인은 자신을 가리키며 놀란 듯 물었다.“들어와! 내가 하는 말 잘 듣고 따라 해! 산모와 어떤 사이냐?” 이도현의 목소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그녀는 제 언니예요.” 여인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방금 돌사자를 산산조각 내는 이도현의 모습을 보고 겁에 질려 몸을 떨고 있었다.대답을 들은 이도현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여인을 한 번 더 보고, 남편을 보며 더욱 할 말을 잃었다.아내가 이 지경인데, 병원에 데려가지 않고, 아내와 처제를 데리고 산속으로 오다니, 대체
“스님. 제 아내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심장이 뛰고 있어요! 제발 그녀를 살려주세요...”남자는 거의 무너질 듯한 목소리로 떨며 외쳤다.보아하니, 아내를 정말 사랑하는 사람 같았다. 그런데 왜 이 사람은 이런 스님들을 믿는 걸까? 그리고 아내가 이렇게 배가 부른데, 병원이 아닌 이 산으로 온 이유는 뭘까?요즘 같은 시대에 아이를 낳으면서 병원에 안 가는 경우가 있을까? 산간 마을이라고 해도 최소한 마을 의사나 경험 많은 산파나 어르신을 부르기라도 할 것이다.이 남자는 참으로 용감한 건지 무모한 건지, 아내를 데리고 이 깊은 산속에 와서 아이를 낳으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걸까.“아미타불! 시주님, 이 여 시주는 이미 세상을 떠났습니다. 마음을 편히 하세요. 이번 생의 죄업은 이미 갚았고, 업보도 끝났으니, 다음 생엔 반드시 큰 부귀와 건강을 누릴 것입니다!”“시주님, 이제 길을 비켜주세요. 이 썩은 껍데기를 태워버리게 해주세요. 아미타불, 꽃이 피고 지고, 사람이 나고 죽고, 해가 뜨고 지는 것처럼 생로병사는 모두 정해진 법입니다. 이 모두가 전생의 업이고 현세의 결과입니다. 시주님, 왜 그리 집착하십니까?”스님은 두 손을 합장하고 눈을 감고선 진지한 표정으로 계속 중얼거렸다. 이를 본 이도현은 속이 끓어올랐다. 대체 이게 무슨 허튼소리인가.스님의 신호를 받고, 젊고 힘센 스님 몇 명이 무릎을 꿇고 울고 있는 남자를 억지로 끌어올렸다. 그리고는 여인을 다른 곳으로 옮겨 불태우려는 참이었다.이쯤 되자, 이도현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이건 두 생명이 달린 일인데, 이렇게 두고 볼 수는 없었다.“멈춰!” 이도현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치며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단번에 여인을 태우려는 스님들을 발로 차며 막아섰다.“뭐 하는 거에요!” 여인을 태우려던 스님이 분노하며 소리쳤다.“뭐 하는 거냐고? 사람을 구하려는 거지. 저 여인은 아직 죽지 않았는데도 네가 사람을 태우려 하니, 정말 출가한 사람 맞는 거냐? 출가한 자는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