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민은 뛰쳐나가 그들을 땅에 쓰러뜨렸다. 그 몇 사람들은 필경 디 엠파이어에서 여러 해 동안 머물렀기에 몸놀림이 좋았다.재민은 소리가 커질까 봐 사람을 많이 데리고 오지 않았다. 그들은 싸우기 시작했다.한 사람은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냈고, 기현을 향해 달려들었다. 재민은 그것을 보고 기현을 밀었지만, 손이 부상을 입게 되었다.기현은 뒤를 돌아보더니, 놀라서 소리쳤다.“권 대표, 괜찮아?”“괜찮아.”재민은 간단히 대답하고 왼편에서 공격하려는 사람에게 킥을 날렸다. 그리고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겨 필사적으로 뒤로 끌었다. 마치 절벽에서 추락할 것처럼 필사적으로 당겼다.그 사람은 팔꿈치로 재민의 명치를 때렸다. 재민은 아프다는 표정을 내비치지 않았다. 다른 손으로 그 남자의 팔을 구부렸고, 이를 악물고 힘을 준 뒤, 그의 팔이 빠져나갔다.칼을 든 사람은 이 틈을 타서 재민을 찔려고 했다. 그러나 재민은 손목을 돌리자 그의 칼은 빠져나가고, 다른 사람의 다리를 찌르게 되었다. 그 사람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졌다.재민은 돌아서서 칼을 뽑아내고, 방금 그를 공격한 그 사람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선홍빛의 피가 흘러나오며, 안의 흰색 셔츠는 붉게 젖었다. 그 사람의 비명소리는 부두 전체에 울려 퍼졌다.기현과 다른 부하들은 남은 사람들을 다 기절시켰다. 허벅지에 칼이 꽂힌 사람은 아직 정신을 잃지 않았다. 기현이 박수를 치자, 부하들은 그들을 싹 다 묶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임시로 휴식하던 곳으로 데려갔다.재민은 기현에게 그 사람들을 작은 방에 가둬두라고 지시했다.“먼저 사람을 찾아서 걔네들을 치료하게 해. 난 무기상이 아니니까 그렇게 악랄하진 않아.”기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무기상은 아니지만 뭐 별로 다르진 않지. 아무리 봐도 정상적인 상인은 아니잖아. 전 세계에 스파이를 보내고, 칼도 쓰고 총도 쓸 줄 아는데. 그리고 수단도 무기상 못지않게 잔인한데 뭐.’“내 말에 무슨 이의가 있는 것 같은데? 한기형사 씨?”재민은 기현의 의미심
재민은 그의 대답이 불만족스러웠지만 더 물어 봐도 소용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순조롭게 순조롭게 들어갈 수만 있다면 된다고 생각했다.재민은 기현더러 재빨리 지문과 가죽탈을 만들라고 재촉했다. 그리고 그들의 옷을 벗겼다.이튿날, 그들은 사람을 파견하여 섬에 필요한 식재료와 음식을 구매했다. 밤, 재민과 기현은 심복을 데리고 그들의 옷으로 바꿨다. 그리고 배를 타고 섬으로 갔다.“지문 인식에 지정 동작까지 있는 게, 그냥 보기에는 엄청나게 안전하고 그럴싸해 보이지만 선전적이지 않잖아. 차라리 동공 인식으로 바꾸면 더 나을 것 같은데? 정말 시시해.”섬으로 가는 길에 기현은 또 농담을 했다.재민은 그를 힐끗 보았다.“그럼 들어간 후에 네가 가서 의견을 제출해. 네가 마음에 들면, 널 써줄지도 모르잖아. 그럼 겸사겸사 날 도와서 소식도 얻고.”“아니아니. 그래도 권 대표랑 같이 있는 게 최고지.”기현은 헛웃음을 지으며 입을 다물었다.재민은 콧방귀를 뀌고 기현을 무시했다.국내.현우는 임시 대표 자리에 앉자마자, 바로 자신의 파벌을 건립했다. 재민의 사람들을 많이 처리했고, 심지어 윤기태를 권재아 옆으로 보냈다.처리당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분개했고, 기태는 아주 급했다. 다행히 대표실에 남아있는 사람을 통해 현우의 일거수일투족을 그나마 감시할 수 있었다.“먼저 조급해하지 마요. 그냥 휴가 삼아 당분간 좀 쉬어요. 일 년 내내 열심히 일했는데, 잘 쉬어야죠. 그래야 대표님이 돌아왔을 때 더 좋은 컨디션으로 직장에 돌아올 수 있죠. 지금의 대표 밑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은 없겠죠?”그들은 일제히 소리쳤다. “당연히 싫죠. 근데 대표님 언제 돌아와요? 재아 아가씨랑 의논해 봐야 하는 거 아니에요?”“구체적인 건 저도 잘 몰라요. 우린 그냥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돼요. 이 시점에선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을 거예요. 재아 아가씨의 상황도 별로 좋지 않아요. 그래서 아주 초조해하고 있어요.”재아는 며칠 전까지 아주 한가했다. 일할 때도 이전과 같은 대
재민은 그들이 얻은 지문으로 기지에 잠입했다. 기현은 그들더러 먼저 지도를 그리게 했다. 그들은 자기의 활동 범위 알고 있었지만 재민은 그 정도로 만족했다. 남은 곳은 직접 들어가서 알아보려고 했다.재민은 칼로 자기를 찌르려는 사람의 신분을 사용했다. 그 사람의 이름은 안토니오였다. 기현은 허벅지가 찔린 사람의 신분을 사용했는데, 안드레였다. 안드레와 안토니오는 사촌 형제였고, 어제 배에 탄 사람은 총 6명이었다. 나머지 4명은 각각 호세, 필립, 루이스, 다니엘였다.재민과 기현의 체형은 안토니오와 안드레랑 비슷했다. 그렇기 때문에 큰 실수가 없는 이상, 발견되지는 않을 것이다.나머지 사람들도 체형에 따라 비슷한 부하를 골랐다. 하지만 루이스와 체형이 비슷한 사람이 없었다. 재민의 부하들은 하나같이 덩치가 컸지만, 루이스는 작은 남자였다.“일단 무시하고, 마음대로 이유를 찾아서 죽었다고 하면 되지.”기현은 기지에 들어가기 전에 지도를 다시 한번 봤다. 그리고 그는 기억에 따라 재민을 데리고 주방에 도착했다.주방장은 그들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들어오자마자 주먹을 날렸다.“왜 이제야 돌아오는 거야? 몰래 뭐 한 거 아니야?”“아니요, 셰프 님. 잠깐 일이 생겨서 늦었을 뿐이에요.”기문은 주방장이 정말 화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일이 생겼다고? 무슨 일? 참, 루이스는?”주방장은 평소 깡충깡충 뛰어다니던 작은 모습이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기현은 긴장해서 땀이 났다. 그는 루이스가 이 정도로 중시를 받고 존재감이 있는 사람일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다행히 그는 이유를 만들었다.“루이스는 죽었어요.”기현은 슬픈 척을 했다.“죽었다고?”주방장은 깜짝 놀랐다.“안드레, 이건 무슨 상황이야?”“셰프님, 저희 갑자기 생긴 일 때문에 지체됐잖아요, 그 일이 이 알이에요. 루이스는 어젯밤 배에서 내려 옛 연인을 찾으러 갔어요. 우리까지 다 초대했는지 저희가 도착하니까 루이스의 옛 연인은 없었고, 우린 부
윤아는 재민이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고승혁이랑 현진성이 자기 편이라는 것을 알고 다소 덜 긴장되었다. 하지면 채혈은 계속되었다.다행히 윤아 현재의 몸 컨디션이 비교적 좋아졌기에, 채혈을 해도 쓰러질 정도로 허약하진 않았다.다만 채혈할 때마다 애스릭은 직접 와서 지켰다. 하여 윤아는 일부러 반항하는 척을 해야 했다. 애스릭만 없으면 그들은 나름 편안하게 지냈고, 윤아는 가끔 베티 보러 실험실에 갔다.윤아는 베티와 애스릭이 안타깝긴 했다. 하지만 애스릭의 방법은 아주 비열하다고 생각했다. 애스릭은 베티를 살리는데 혈안이 되었고, 베티의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만약 베티가 살아날 수 있다면, 자기를 위해 사람을 죽인 애스릭을 보면서 엄청난 죄책감을 느낄 것이고, 마음 편히 웃을 수도 없게 될 것이다.진성은 다른 신분으로 애스릭 옆에 스파이로 잠복했을 때, 두 사람이 같이 지낸 모습을 본 적이 있었다. 베티와 있을 때면 애스릭은 그냥 보통 사람처럼 살았고, 시시각각 웃고 있었다. 애스릭은 한 평생의 모든 부드러움과 사랑을 베티에게 주었다.“베티 씨는 아주 부드러운 사람이었어. 모든 사람을 친절하게 대했지. 베티 씨는 애스릭이랑 더 이상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 했고, 애스릭은 그 약속을 지켰어. 적어도 베티 씨가 아프기 전까지 애스릭은 정말 한 사람도 안 죽였어. 그리고 디 엠파이어 조직을 점점 양지로 돌렸는데, 베티 씨처럼 착한 사람이 그런 일을 겪을 줄이야, 누가 예상했겠어.”진성은 베티를 보면서 감탄했다.“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지냈을 텐데 말이죠.”윤아는 한숨을 쉬었고, 눈시울이 붉어졌다.이날, 윤아가 채혈하고 있을 때, 애스릭은 갑자기 들이닥쳤다. 진성은 눈치 빠르게 윤아의 사지를 묶어버렸다.윤아도 황급히 눈을 감고, 쓰러진 척을 했다. 고승혁은 일어나 고개를 숙이어 인사를 했다.“이 여자는 왜 이 정도로 비실비실해? 피를 뭐 얼마나 뽑았다고 매번 쓰러지는데? 이 꼴로 우리 베티를 어떻
고승혁은 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더욱 궁금해졌다.“케이시, 빨리 얘기해 봐. 내가 너무 궁금해서 그래. 도대체 무슨 일이야? 두 사람 예전부터 아는 사이야?”“네.”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좀 오래됐어요.”“교수님, 다시 한번 소개할게요. 전 현진성이라고 하고요, 앞으로 계속 케이시라고 불러주세요. 그리고 저랑 윤아 씨는 고향 같아요. 다 경성에서 왔어요.”“전 사실 인터폴이에요. 애스릭의 범죄 증거를 수집하느라 여기에 왔어요. 전에 다른 신분으로 애스릭 옆에 잠복했는데, 임무를 실패하면서 정체가 폭로돼서 도망쳤어요. 그러다가 우연히 교수님의 실험실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교수님이랑 같이 이곳에 잡혀 왔죠.”“그리고 이 조직에는 아직 제 사람이 있어요. 다행히 정체를 들키지도 않았고요. 그때 제가 계획은 걔네들이랑 얘기할 게요. 동시에 밖으로 소식을 전해줘 교수님의 가족을 구출할게요.”“이렇게 되면 교수님은 이곳에서 안심하고 계획을 실행하시면 돼요. 일이 다 끝나면 제가 최선을 다해서 두 사람을 다 구해낼게요.”“그리고 저랑 윤아 씨는 아프리카에서 알게 됐어요. 저 그때 스파이로 잠복하고 있었는데, 윤아 씨는 누가 그쪽으로 납치해 갔고요. 솔직히 윤아 씨의 정체는 저도 아직 잘 몰라요. 두 번이나 납치당한 거 보면,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진성은 자기 얘기를 끝마치고 윤아를 놀리기도 했다. 윤아는 바로 그를 살짝 때렸다.고승혁은 이 말을 듣자 아주 흥분했다.“그래, 그래. 그럼 근심할 것도 없게 됐네.”“근데 이러면 윤아 씨가 많이 고생할 거예요. 그때가 되면 꼭 버텨야 해요. 지금 몸 상태는 문제가 없어요. 하지만 조산하면 몸에 무리가 갈 거예요.”“괜찮아요, 버틸 수 있어요. 아이만 괜찮다면 뭐라도 다 할 수 있어요.”윤아는 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아이랑 도망칠 수 있다면, 몸이 어떻게 되든지 다 상관 없어요. 집에 돌아가서 잘 치료하면 되죠.”“앞으로의 치료비가 만만치 않을 거예요. 만약 내가 아직 살아있다면,
진성이 돌아갔을 때, 애스릭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승혁은 이 틈을 타 진성이랑 뒤의 계획을 상의하려 했지만, 진성은 그를 말렸다.“지금은 서두르지 말아요. 애스릭이 언제 올지 모르잖아요. 그 사람이 들으면 안되니까 우린 나중에 얘기해요.”고승혁은 자신이 너무 긴장하고 조급해하는 것을 깨닫고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셔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가 물을 삼키자마자 애스릭이 찾아왔다.“고 교수, 나한테 볼일이 있다고?”진성은 애스릭을 향해 인사하면서 한쪽으로 물러났다.“네. 상의할 일이 있어요.”고승혁은 애써 침착한 척을 유지하며 애스릭이랑 얘기했다.“말해.”애스릭이가 고개를 끄덕이었다.“베티 씨의 혈액형이랑 일치한 혈액이 더 필요해요.”“왜? 그 여자 피로 부족해?”“지금은 충분한데, 그때 가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좀 더 많이 준비하려고요.”“이게 다야?”애스릭은 고승혁이 이 일로 자기를 불러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애스릭은 뭐라도 다 동의할 수 있었다.“그래, 알겠어. 준비하라고 할게. 얼마나 필요한지 걔네들이랑 얘기해.”애스릭은 실험실에 가서 베티를 한 번 보고 가버렸다.“베티, 우리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사람을 많이 죽인 날, 용서해 줘. 근데 용서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애스릭과 그의 부하들이 모두 떠났음을 확인한 후, 진성은 뒤의 계획을 상의하기 시작했다.“근데 왜 혈액을 준비하라고 했어요?”진성은 궁금했다.“윤아 씨 수술할 때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길까 봐. 그래서 미리 준비하려고.”고승혁은 소파에 앉아 말했다.“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자네 사람들과 어떻게 연락하려고?”진성은 고승혁에게 물 한 잔을 따르고 그의 곁에 앉았다.“저흰 특수한 통신 수단이 있어요. 조금 있다가 준비하려고요. 애스릭은 요 며칠 교수님 가족을 더 엄하게 감시할 거예요. 근데 수술 날에 작전을 시작하려고요. 그러면 우
재민은 주방장이 알려준 노선에 따라 한 정원까지 걸었고 정원 문어 귀에는 한 사람이 음식을 받았다.재민은 윤아가 이 안에 있을 거라 추정했다.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재민은 3일 후에 수술받게 되는 윤아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을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하자 재민은 잠입하여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낮에는 수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지금 이 틈을 타서 이 사람이랑 친분을 쌓으려 했다. 재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신기하게도 재민을 찾아 말 걸었다.“초면인데? 전에 그 사람은?”입구에 있던 사람은 음식을 가지면서 겸사겸사 한마디 물었다.“오늘 주방이 좀 바빠서 주방장을 도와 일을 하고 있어요. 전 금방 임무를 끝내서 대신 와줬어요.”재민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체가 드러날까 봐 대답했다. 겸사겸사 친분도 쌓고, 윤아의 상황도 물으려고 했다.“혹시 안에 있는 산모는 어떻게 됐어요?”재민은 그를 떠보았다.그 사람은 바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경계했다.“이건 왜 물어봐?”“수술한다면서요? 그 사람 컨디션이 좋아야 사모님을 구하죠. 몸 상황이 안 좋다면 주방장께 전해서 보양식을 준비해 오려고요.”“아 그래? 컨디션이 어떤지 난 잘 몰라. 근데 채혈하고 돌아올 때마다 침대에 누워 밀려왔고, 얼굴은 엄청나게 창백했어. 보혈 식품을 만들어서 가져오는 게 좋겠어.”재민은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 지금 바로 달려가 윤아를 안고 싶었지만, 그는 침착한 척을 해야 했다.‘오늘 밤에 윤아 씨를 보러 가야겠어.’재민은 속으로 다짐했다.재민은 그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주위의 환경을 계속 둘러봤다. 저녁에 올 때 아무런 차질도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밤이 깊어지자 대부분 사람은 이미 잠들었다. 밖에는 야간 당직만 있었다. 재민은 기현이랑 잠깐 얘기했다.“나 지금 윤아 보러 갈 거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아래 애들한테 얘기해
진성은 떠날 때 걷다가 우연히 바스락 소리가 들리자 경계심을 갖고 주변을 살피며 호통을 쳤다.“누구야?”진성은 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달려가는 것을 발견했다.진성은 즉시 쫓아갔으나 그 검은 그림자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하마터면 들킬 뻔한 재민은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진성은 돌아간 후 이 일을 고승혁에게 알려주었다. 고승혁은 그 사람이 애스릭의 부하일까 봐 걱정이었다.“케이시, 그 사람 혹시 애스릭의 부하이지 않을까? 설마 우리 계획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 죽으면 어떡해?”공포에 질린 고승혁은 진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교수님, 먼저 진정하세요. 애스릭의 사람이라면 오늘 반이나 내일 오전에 수술을 요구할 거예요. 그리고 미리 사람을 파견해서 교수님을 감시하겠죠. 근데 내일 점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애스릭의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애스릭은 우리의 계획을 모르는 거죠.”“근데 애스릭이 우리 계획을 알더라도, 우린 어차피 수술실 안에서 계획을 실시하잖아요. 어차피 애스릭은 수술실에 못 들어와요.”고승혁은 진성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여 애써 침착해지려고 했다.“교수님, 먼저 쉬러 가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휴식을 하면서 체력을 충전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재민은 거처로 돌아왔다. 기현은 재민의 몸에 있는 풀과 흙을 보고 깜짝 놀랐다.“권 대표, 땅 파러 간 거야? 무슨 풀이고 흙이고 이렇게 많아?”재민은 옷을 벗고 한쪽으로 던져버렸다.“사람을 피하느라 이렇게 됐어.”“들키진 않았지? 어때? 윤아 씨를 만났어?”기현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나오다가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재민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려고 했다.“권 대표, 벌써 자려고?”기현은 재민이 무서울 정도로 덤덤하다고 생각했다.“얼른 자. 요 며칠 잘 휴식해야 3일 후에 정신이 맑지. 근데 되도록 빨리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이 기지의 지형, 중심의 무기 창고 그리고 통제 시스템을 다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