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성이 돌아갔을 때, 애스릭은 아직 오지 않았다. 고승혁은 이 틈을 타 진성이랑 뒤의 계획을 상의하려 했지만, 진성은 그를 말렸다.“지금은 서두르지 말아요. 애스릭이 언제 올지 모르잖아요. 그 사람이 들으면 안되니까 우린 나중에 얘기해요.”고승혁은 자신이 너무 긴장하고 조급해하는 것을 깨닫고 물을 한 모금 크게 마셔 자신을 진정시켰다. 그가 물을 삼키자마자 애스릭이 찾아왔다.“고 교수, 나한테 볼일이 있다고?”진성은 애스릭을 향해 인사하면서 한쪽으로 물러났다.“네. 상의할 일이 있어요.”고승혁은 애써 침착한 척을 유지하며 애스릭이랑 얘기했다.“말해.”애스릭이가 고개를 끄덕이었다.“베티 씨의 혈액형이랑 일치한 혈액이 더 필요해요.”“왜? 그 여자 피로 부족해?”“지금은 충분한데, 그때 가서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모르잖아요. 그래서 만일의 상황을 대비해서 좀 더 많이 준비하려고요.”“이게 다야?”애스릭은 고승혁이 이 일로 자기를 불러낼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베티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애스릭은 뭐라도 다 동의할 수 있었다.“그래, 알겠어. 준비하라고 할게. 얼마나 필요한지 걔네들이랑 얘기해.”애스릭은 실험실에 가서 베티를 한 번 보고 가버렸다.“베티, 우리 곧 만날 수 있을 거야. 사람을 많이 죽인 날, 용서해 줘. 근데 용서하지 않아도 돼. 네가 내 곁에 있어 준다면, 난 그걸로 충분해.”애스릭과 그의 부하들이 모두 떠났음을 확인한 후, 진성은 뒤의 계획을 상의하기 시작했다.“근데 왜 혈액을 준비하라고 했어요?”진성은 궁금했다.“윤아 씨 수술할 때 무슨 돌발 상황이 생길까 봐. 그래서 미리 준비하려고.”고승혁은 소파에 앉아 말했다.“자네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자네 사람들과 어떻게 연락하려고?”진성은 고승혁에게 물 한 잔을 따르고 그의 곁에 앉았다.“저흰 특수한 통신 수단이 있어요. 조금 있다가 준비하려고요. 애스릭은 요 며칠 교수님 가족을 더 엄하게 감시할 거예요. 근데 수술 날에 작전을 시작하려고요. 그러면 우
재민은 주방장이 알려준 노선에 따라 한 정원까지 걸었고 정원 문어 귀에는 한 사람이 음식을 받았다.재민은 윤아가 이 안에 있을 거라 추정했다. 하지만 그의 신분으로는 들어갈 수 없었다. 재민은 3일 후에 수술받게 되는 윤아를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동안 고생이 많았을 거라 생각했다.그렇게 생각하자 재민은 잠입하여 들어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낮에는 수비하는 사람이 너무 많아 저녁이 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리고 지금 이 틈을 타서 이 사람이랑 친분을 쌓으려 했다. 재민이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그 사람은 신기하게도 재민을 찾아 말 걸었다.“초면인데? 전에 그 사람은?”입구에 있던 사람은 음식을 가지면서 겸사겸사 한마디 물었다.“오늘 주방이 좀 바빠서 주방장을 도와 일을 하고 있어요. 전 금방 임무를 끝내서 대신 와줬어요.”재민은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았지만, 정체가 드러날까 봐 대답했다. 겸사겸사 친분도 쌓고, 윤아의 상황도 물으려고 했다.“혹시 안에 있는 산모는 어떻게 됐어요?”재민은 그를 떠보았다.그 사람은 바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경계했다.“이건 왜 물어봐?”“수술한다면서요? 그 사람 컨디션이 좋아야 사모님을 구하죠. 몸 상황이 안 좋다면 주방장께 전해서 보양식을 준비해 오려고요.”“아 그래? 컨디션이 어떤지 난 잘 몰라. 근데 채혈하고 돌아올 때마다 침대에 누워 밀려왔고, 얼굴은 엄청나게 창백했어. 보혈 식품을 만들어서 가져오는 게 좋겠어.”재민은 가슴이 찢기는 것만 같았다. 지금 바로 달려가 윤아를 안고 싶었지만, 그는 침착한 척을 해야 했다.‘오늘 밤에 윤아 씨를 보러 가야겠어.’재민은 속으로 다짐했다.재민은 그 사람이랑 얘기하면서 주위의 환경을 계속 둘러봤다. 저녁에 올 때 아무런 차질도 생기지 않도록 노력했다.밤이 깊어지자 대부분 사람은 이미 잠들었다. 밖에는 야간 당직만 있었다. 재민은 기현이랑 잠깐 얘기했다.“나 지금 윤아 보러 갈 거야.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아래 애들한테 얘기해
진성은 떠날 때 걷다가 우연히 바스락 소리가 들리자 경계심을 갖고 주변을 살피며 호통을 쳤다.“누구야?”진성은 문 앞에 검은 그림자가 달려가는 것을 발견했다.진성은 즉시 쫓아갔으나 그 검은 그림자는 이미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하마터면 들킬 뻔한 재민은 먼저 떠날 수밖에 없었다.진성은 돌아간 후 이 일을 고승혁에게 알려주었다. 고승혁은 그 사람이 애스릭의 부하일까 봐 걱정이었다.“케이시, 그 사람 혹시 애스릭의 부하이지 않을까? 설마 우리 계획을 이미 다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우리 죽으면 어떡해?”공포에 질린 고승혁은 진성의 옷자락을 잡아당겼다.“교수님, 먼저 진정하세요. 애스릭의 사람이라면 오늘 반이나 내일 오전에 수술을 요구할 거예요. 그리고 미리 사람을 파견해서 교수님을 감시하겠죠. 근데 내일 점심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 애스릭의 사람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지만, 적어도 애스릭은 우리의 계획을 모르는 거죠.”“근데 애스릭이 우리 계획을 알더라도, 우린 어차피 수술실 안에서 계획을 실시하잖아요. 어차피 애스릭은 수술실에 못 들어와요.”고승혁은 진성의 말이 맞다고 생각했다. 하여 애써 침착해지려고 했다.“교수님, 먼저 쉬러 가요. 내일 다시 얘기해요. 지금은 휴식을 하면서 체력을 충전하는 게 아주 중요해요.”재민은 거처로 돌아왔다. 기현은 재민의 몸에 있는 풀과 흙을 보고 깜짝 놀랐다.“권 대표, 땅 파러 간 거야? 무슨 풀이고 흙이고 이렇게 많아?”재민은 옷을 벗고 한쪽으로 던져버렸다.“사람을 피하느라 이렇게 됐어.”“들키진 않았지? 어때? 윤아 씨를 만났어?”기현은 흥분한 목소리로 물었다.“아니. 나오다가 하마터면 들킬 뻔했어.”재민은 이불 속으로 들어가 자려고 했다.“권 대표, 벌써 자려고?”기현은 재민이 무서울 정도로 덤덤하다고 생각했다.“얼른 자. 요 며칠 잘 휴식해야 3일 후에 정신이 맑지. 근데 되도록 빨리 움직여줬으면 좋겠어. 이 기지의 지형, 중심의 무기 창고 그리고 통제 시스템을 다
수술이 시작되자 고승혁 교수는 현진성과 눈을 마주치더니 강윤아를 또 한 번 쳐다보았다.“두려워하지 말아요, 곧 분만해서 힘을 쏟아야 할 테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한눈팔지 말아요. 지금 몇 마디 열렸는지 보고 안 되면 분만 촉진 주사를 한 대 더 맞아야 할 거예요.”원래는 강윤아에게 제왕절개를 해주기로 상의했는데 제왕절개가 너무 오래 걸리고 또 어떤 위험이 있을지 몰랐다. 혹시 그들이 습격당하면 강윤아에게 수술을 계속할 수 없을까 봐 두려웠다.게다가 제왕절개 수술은 마취가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어서 도망가기가 불편하다. 마취제는 몸에 부작용을 일으키기 쉽고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에 윤아가 출산 후 회복 시간이 길고 번거롭다.그래서 고승혁 교수와 진성은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해서 윤아를 순산시키기로 했는데, 순산의 가장 큰 문제는 윤아의 뼈마디를 어떻게 벌리느냐 하는 것이었다.자궁이 수축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기본적으로 8시간에서 10시간 정도 걸린다.윤아는 순산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부터 매일 운동을 열심히 했고, 수술 전날 밤 고승혁 교수가 옥시토신을 투여해 자궁 수축 기간을 단축했다.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처음에 윤아에게 상처를 줄까 봐 감히 윤아에게 많이 주입하지 못했다.또 수액을 너무 빨리 맞거나 약을 너무 많이 먹이면 강직성이나 경련성 수축을 일으킬 수 있다. 만약 윤아가 일정한 분만 저항을 받지 않으면 태아가 너무 빨리 분만해서 급산하게 된다.“윤아 씨, 지금 기분이 어때요?”고승혁 교수가 긴장한 채 물었다.“아랫배가 너무 아픈데 몇 분 정도 아프다가 안 아프고, 조금 있으면 또 아파요.”윤아도 긴장했지만 침착하려고 애썼다. 통증으로 얼굴이 창백해지고 땀이 많이 났다.“걱정하지 마세요, 정상적인 현상이에요. 윤아 씨는 지금 자궁 수축 중이에요. 이 단계에서는 반드시 냉정함을 유지하고 소리를 지르면 안 돼요. 나중에 출산할 때 기진맥진하여 우리에게 협조할 수 없을 수도 있으니깐요.”“지금 이미 다섯 마디
고승혁 교수는 여전히 강윤아의 분만에만 전력을 다하고 애스릭이 하는 말을 못 들은 척했다.애스릭은 수술실 밖에서 버럭 화를 냈다.“너희들 들어가, 빨리 들어가 당장 고승혁 교수 일당을 죽여 버려.”“주인님, 고승혁 교수를 죽이면 베티 사모님을 구할 사람이 없습니다.”“이 바보야, 지금까지도 그들이 나를 속이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거냐. 그자들은 나의 베티를 구하려는 생각이 전혀 없었어. 처음부터 끝까지 저 여자를 구하려는 것뿐이야.”애스릭은 욱해서 옆 사람을 걷어차고 감시 카메라를 보았지만 그 의사들이 아직도 베티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야, 너희들! 더는 나의 베티를 건드리지 마! 내 베티를 놔줘!”의사들이 동작을 멈추고 다시 파이프를 베티에게 꽂은 다음 바깥의 애스릭을 올려다보았다. 애스릭은 그들의 눈에서 동정을 보는 듯해 더욱 욱했다.그는 끊임없이 부하들에게 고승혁 교수를 죽이라고 재촉했다. 순간 CCTV 화면이 깜박거리면서 화면이 끊기더니 음성에도 문제가 생겼다.애스릭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수술실에서 뚝 그치자 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랐다.“어떻게 된 거야?”고승혁 교수는 고개를 돌려 현진성을 바라보았다.“당신이 계획한 건가요?”진성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모르는 일이에요.”“윤아야, 내가 상황을 좀 보고 올 테니 힘내고 있어. 절대 멈추면 안 돼.”진성은 윤아의 손을 다독이며 격려했다.“윤아 씨, 힘내세요, 금방이에요, 힘내세요.”고승혁 교수는 윤아를 계속 격려했다.밖에 있던 애스릭은 CCTV가 끊기자 멍해 있다가 1초 만에 화를 내며 옆 사람 뒤에 있던 칼을 꺼내 모니터를 몇 번 찍고 몸에 지닌 총을 뽑아 몇 방 쏘았다.“어떻게 된 거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여봐라, 빨리 가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봐.”애스릭은 화가 나서 총을 들고 수술실로 갔다.“고승혁, 나와, 뱉은 말에 책임을 못 지는 소인배, 이 배신자야.”다른 의사들은 애스릭이 총을 들고 수술실로 다가오
권재민이 의료실 밖으로 달려갔을 때 안에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안에는 사람이 많았는데 그중 한 무리는 밖에서 몰래 잠입한 현진성의 사람들이었다.재민이 잠시 관찰한 결과, 양측의 세력은 팽팽했지만 진성 쪽의 사람들은 여전히 조금 빨랐다. 하지만 애스릭 쪽은 사람이 너무 많았다.애스릭 쪽 일부 사람들은 애스릭이 다치지 않도록 애스릭을 둘러쌌다. 애스릭은 소파에 앉아 서로 싸우는 것을 지켜보며 입꼬리를 치켜든 채 아이러니하게 싸우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의료실 공간이 별로 넓지 않아 일행 모두가 총으로 쏜 것은 아니었고 주먹다짐으로 싸웠다.재민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애스릭의 사람이 쏜 총에 맞아 다쳤다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누군가가 그를 기습하려고 하자 재민은 재빨리 달려들어 빠르고 맹렬하게 주먹을 날리며 그 사람의 이마를 직격으로 때리고는 한순간에 쓰러뜨렸다.재민의 도움을 받은 그 사람은 뒤돌아보며 고맙다고 인사하고 문밖 사각지대로 달려가 상처를 처리했다. 재민은 그 틈을 타 사람들 속으로 들어갔다.재민이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방금 그가 구해준 그 사람이 소리치며 주의를 주었다.“뒤를 조심해요.”재민은 순식간에 몸을 날려 칼로 그를 습격한 사람의 어깨를 찔렀다. 그 사람이 다리를 내밀고 공격하려던 순간, 재민은 뒤로 몸을 피하고 재빨리 옆에 놓인 링거병을 뽑아 그 사람의 머리를 내리쳤다.재민은 물 흐르듯 움직이는 동작을 마치고는 주의를 준 그 사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재민은 수술실이 코앞에 다가옴을 보고, 싸우면서 그쪽으로 옮겼다. 하지만 그의 대단한 능력은 곧 애스릭의 눈에 띄었고, 애스릭은 부하들에게 재민을 지키라고 분부했다.애스릭은 재민의 동선을 보고 수술실로 사람을 구하러 간다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사람들을 불러 그의 앞을 막았다.하지만 재민은 수술실 쪽으로 가는 것이 어렵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이 사람들이 그를 노리고 온 걸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다가오는 사람들을 힐끗 보고는 수술실로 다가가려는 생각을 포기했
수술실 밖에 있던 애스릭은 이제 미친 상태였다. 특히 자기 사람들이 열세라는 것을 알았을 때 부하들에게 더 많은 사람을 부르라고 했다.“달려들어, 문을 부수고 그들을 잡아내. 나는 그들이 죽는 것만도 못한 삶을 살게 할 거야.”“하지만 주인님, 수술실 문은 첨단 장치라 열기가 어렵습니다.”애스릭의 부하 직원들은 난처한 표정이었다.“이 쓸모없는 것들, 가서 폭탄을 가져와. 폭파해서라도 문을 열어.”애스릭은 화가 나서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렸고, 눈에는 멈출 수 없는 분노가 방출되었다.애스릭의 고함은 마치 성난 사자와 같아서 애스릭 주변 사람들은 몸을 떨었다.“하지만 주인님, 폭탄은 우리와 함께 폭발할 것입니다.”애스릭의 부하들은 애스릭을 무서워했지만 죽고 싶지는 않았다.애스릭은 부하가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더니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가져올 거야 말 거야? 안 가면 내가 지금 당장 여기서 죽일 거야.”“주인님, 곧 가겠습니다.”애스릭이 총을 그 사람의 관자놀이에서 떼자마자 그 사람은 쏜살같이 무기창고로 달려갔다.하지만 폭탄을 손에 든 부하는 무기창고가 도난당한 것을 발견했다. 부하는 급히 달려가 다른 사람에게 폭탄을 넘긴 뒤 곧바로 애스릭에게 돌아와 이 소식을 알렸다."주인님, 잘못됐습니다. 우리 무기창고가 털렸습니다.”하지만 애스릭은 지금 이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고 그의 관심은 온통 폭탄에 쏠려 있었다.“폭살 시켜, 그 여자가 아이를 낳도록 고승혁 교수가 도왔으니 그들을 안에서 죽게 할 거야. 그들이 내 베티를 구하려 하지 않으니 모두 다 내 이곳에 묻어버릴 것이다.”애스릭은 말을 마친 후 하늘을 쳐다보며 미친 듯이 웃었다.이 말을 들은 권재민은 순간적으로 연이어 질문을 퍼부었다.“윤아 씨가 아이를 낳았다고?”“어떻게 이럴 수 있지?”“어떻게 된 일이야?”“아직 출산 예정일까지 시간이 좀 남았잖아.”“지금 상황이 더 위험한 것 아니야?”재민은 애스릭의 사람들이 모두 수술 문 앞을 지키고 있어서
권재민은 한기현으로부터 강윤아가 여자아이를 낳았다는 말을 듣자 마음이 급해지며 눈에 횡포함이 떠올랐다. 윤아에게 둘째 아이가 태어날 땐 반드시 곁에 있을 것이라고 약속했었다.결국 애스릭가 거의 죽어가는 애처를 구하려 하는 바람에 윤아의 아이가 일찍 태어났고, 이 일은 윤아와 아이 모두에게 해가 되었다.지금도 애스릭은 수술실을 폭파하고 윤아 씨와 자신의 아이를 해치려 하고 있다.재민의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벌떡 일어나 무기창고로 달려가 한참을 뒤적이더니 기관총 한 자루를 골라 어깨에 메고 의료실로 향했다.가는 동안 재민은 많은 방해를 받았으나 다들 그의 안색을 보고 감히 말리지 못했다. 일부 사람들이 몰래 다가가서 그를 막으려 했지만 재민이 총 몇 방으로 그들을 모두 죽였다.주방장 등은 이쪽의 기척을 듣고 도망치려 했지만 당황해서 길을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엉겁결에 이쪽으로 달려왔다.그들은 재민을 보고 깜짝 놀랐다."안토니오, 왜 여기 있어? 그리고 왜 총을 들고 있는 거야?”재민은 아랑곳하지 않고 그저 앞으로만 나갔다.주방장 등은 재민이 그들을 무시하는 것을 보고 더욱 호기심을 갖게 되었고, 가십거리에 관한 관심이 불타올라 재민을 붙잡고 분명하게 묻고 싶었다.“안토니오, 어디 가는 거야? 너 왜 우리를 무시해?”주방장이 재민의 옷을 잡아당겼지만 재민은 뿌리쳤다. 하지만 주방장은 단념하지 않고 재민의 앞으로 달려가 그의 앞을 막으려고 했다.재민은 급히 무기창고에 가고 있었고, 그는 지금 그들을 상대할 마음이 전혀 없었다. 1초 전에 주방장이 잡아당겼을 때 그는 그들을 상대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렇게 집요하게 그의 일을 알아보려고 할 줄은 몰랐다.참다못한 재민은 소지한 총을 들고 주방장의 이마에 대고 말했다.“따라오지 마.”주방장은 애스릭을 따랐지만 주방에서 빈둥빈둥 지내다 보니 큰 풍파도 겪지 않았고, 총 따위는 당연히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재민이 머리에 총을 들이대니 너무 놀라 오줌을 지릴 뻔했다.재민은 주방장을
강윤아라는 말에 권재아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윤아가 우리 집에 온 이후로 힘든 일을 많이 겪었고 늘 다른 사람의 타깃이 되었어요. 재민이가 너무 다른 사람의 호감을 사 그녀를 연루시킨 거죠.”“재아 씨가 지금 걱정해도 소용없어요, 재아 씨부터 잘 챙겨요.”윌은 재아의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자, 재아 씨 기분 전환하러 갔다가 나중에 우리 집에 가요.”그 말을 들은 권재아는 얼굴이 빨개졌다.“얼굴이 왜 빨개지는 거예요? 내가 옆에 있었으면 재아 씨가 좀 더 편하게 잠들 거예요.”윌은 웃으며 농담했다.재아는 얼굴이 빨갛게 상기 된 채 그를 한 대 때렸지만 거절하지 않았다.날이 저물자 바다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이따금 파도가 아련하게 일기도 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간간이 등불이 있는데, 등불은 그다지 밝지 않고 군데군데 있어서 밤하늘의 별과 서로 잘 어울렸다.재아는 부드러운 모래를 밟으며 앞으로 한 걸음씩 폴짝폴짝 뛰어갔다. 귓가에 들려오는 파도 소리가 아득하고도 고요했다.윌은 재아의 뒤에서 몇 걸음 걷다가 재아가 전혀 알아채지 못하자 성큼성큼 몇 걸음 앞으로 나가 그녀의 손을 잡고 손바닥으로 감쌌다.재아는 어리둥절해 하더니 이내 두 눈이 반달 모양으로 변했다.“손잡고 싶은 거면 얘기하지 그랬어요.”재아의 표정이 너무 도도해서 윌은 눈살을 찌푸리고 손가락으로 그녀의 코끝을 긁었다.“그러게 누가 재아 씨더러 아무것도 모르래요?”술도 밥도 배불리 먹었으나 그 뒤로 딴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재아는 윌 덕분에 배불리 먹었고 지금은 기분이 너무 좋았다. 윌의 손을 잡고 있자니 따뜻한 손바닥에서 전해오는 힘에 말할 수 없는 안정감을 느꼈다.백사장을 따라 한참을 걸은 후에야 마침내 윌이 말한 그 ‘재미있는 곳’에 이르렀다.재아는 어두컴컴한 불빛 속 나무 밑에 숨어 있는 해먹에 하마터면 눈살을 찌푸릴 뻔했다.“여기가 재밌는 곳이에요?”“재미있는 곳이라고 하지 않으면 안 올 거잖아요?”윌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올라탄
회의가 끝난 후, 권재아는 권현우가 그녀를 쉽게 보지 못하게 하려고 여전히 당당하게 걸어 나갔지만, 사무실로 돌아온 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초조하고 어쩔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재아는 매우 낭패한 모습이었다.재아는 권재민에게 이 일을 알리려 문자를 보냈지만, 그쪽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재아는 윤기태에게도 이 일을 말했다. 기태도 분노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재아가 풀이 죽은 모습을 보며 화가 났지만 재아를 먼저 위로할 수밖에 없었다.“대표님, 이런 결과는 대표님도 원하지 않겠지만, 정말 방법이 없잖아요. 자책하지 마세요, 권재민 대표님이 돌아오시면 분명히 이 일을 해결할 수 있을 거예요.”재아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기태의 위로가 전혀 소용이 없었고 재아는 여전히 괴로웠다.재아의 이런 모습을 본 기태는 더는 방해하지 않고 그녀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떴다.늦은 시간, 재아는 여전히 회사에서 일을 처리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무실 문이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권재아는 고개도 들지 않고 대답만 했다.갑자기 넓은 손이 재아 앞에 다가오더니 그녀의 머리를 강제로 들어 올렸다.재아는 화를 내려다가 윌임을 발견했다. 순간 화가 난 얼굴이 미리 설정된 듯 활짝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아, 윌, 여긴 어쩐 일이에요? 귀국하지 않았어요? 돌아왔으면 나한테 말해주지 그랬어요. 그랬으면 내가 공항으로 데리러 갔을 텐데.”윌은 재아의 머리를 받치고 있던 손을 풀고 책상을 돌아 재아의 앞으로 다가갔다. 하지만 그러는 내내 눈빛은 재아에게서 떠나지 않았다.“보고 싶어서 돌아왔어요. 알려줬으면 어떻게 서프라이즈를 해줬겠어요. 왜 이렇게 피곤한 얼굴이죠? 날 봤을 땐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어요.”윌이 그녀 앞에 서자 재아는 윌의 허리를 끌어안고 머리를 살짝 윌의 몸에 기대며 풀이 죽은 듯 한숨을 내쉬었다.윌은 그녀가 말하고 싶지 않은 듯해 보여 더는 강요하지 않고 빨리 나가자고 재촉했다.“주차장에서 오래 기다렸는데도 안 내려와서 야근하는 거 아닌가
권재민은 강윤아의 움직임을 추적한 뒤 곧바로 현진성과 합류해 구출 계획을 논의하고 애스릭이 숨어 있는 곳으로 쳐들어가려 했다.하지만 이번에도 그들은 변장하고 다가갔다. 애스릭은 분명 그들을 경계할 것이고, 외딴 섬에서의 일을 겪었으니 애스릭의 경계와 의심이 더 강해지리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들은 반드시 만반의 계획을 세워야만 윤아를 구해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같은 시간, 국내에 있던 김소혜와 서만옥은 출국할 예정이었다.그날 기슭에 도착한 후 재민은 아이를 안배하고 나서 소혜에게 전화를 걸었다. 소혜는 발신자가 실종된 지 오래된 자기 아들이라는 것을 보고 매우 흥분했다.“재민아, 드디어 엄마한테 전화했구나. 그동안 네가 나한테 전화 안 해서 우리도 방해할 엄두가 안 났는데 너는 지금 어때? 윤아는 행방불명이야? 윤아를 구해낸 거 아니었어?”소혜는 재민의 전화가 희소식을 전하러 걸려온 것으로 생각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재민은 모든 것을 할 수 있고 모든 일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민의 전화를 받은 후 마음이 매우 흥분되고 기뻤기 때문이기도 했다.재민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는 소혜의 이렇게 흥분한 말투를 들으며 차마 그녀에게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급박해서 아이를 돌볼 가족이 있어야 했다. 비록 의사가 있지만 그는 여전히 마음을 놓을 수 없다.그는 이를 악물고 실정을 소혜에게 말했다.“엄마, 내 말 좀 들어봐요. 마음을 다잡고 들어요, 일이 이렇게 됐어요…… 엄마가얘기한 거랑 상황이 좀 달라요. 윤아가 처음에 구출되긴 했는데 다시 잡혀갔어요. 그동안 연락이 없었던 건 내가 계속 그 사람의 경계에 잠복해있었기 때문이에요.”재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혜가 말을 끊었다.“뭐? 구출되긴 했는데 또 잡혀갔다는 건 뭐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엄마, 내 말끝까지 들어봐요.”재민이 이마를 어루만졌다.“이 일은 당분간 자세히 말하기 어려워요. 제가 윤아를 데려가고 나서 자세히 말해줄게요.”
고승혁 교수가 협조를 거부했기 때문에 애스릭은 더 심하게 때렸다. 거의 몇 시간마다 가서 괴롭혔는데 매번 때리는 것은 아니었다. 때로는 말로 욕했지만 고승혁 교수는 아무렇지도 않았다.강윤아는 고승혁 교수가 돌아올 때마다 얼굴에 약간의 상처가 생기는 것을 보고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사실, 애스릭이 매번 고승혁 교수를 데려갈 때마다 그가 입을 열어 경험을 전수해주도록 했을 뿐 매번 그를 때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고승혁 교수는 돌아올 때마다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얻어맞았다.고승혁 교수는 베티를 치료해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들을 배신하기까지 했기 때문에 그들은 매우 원망스러웠다.“고승혁 교수님, 저 때문에 교수님이 억울한 일을 당했으니 협조하고 절 그냥 내버려 둬요.”“괜찮아요, 때리고 싶으면 때리고 욕하고 싶으면 하라고 해요. 나는 견딜 수 있어요. 나는 오히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능력이 어디까지인 보고 싶어요. 언젠가 내가 정말 견딜 수 없게 되면 자연히 그들에게 항복할 거예요. 그때 가서 윤아 씨가 나를 원망하지 말아주세요.”고승혁 교수는 손을 내저으며 개의치 않는 듯 윤아를 향해 농담까지 했다.“교수님은 이미 내 목숨을 구해줬고 내 아이를 지켜줬어요. 이것만으로도 저는 이미 교수님에게 감사해요. 교수님이 앞으로 나를 어떻게 대하든 나는 받아들일 수 있어요.”윤아는 고승혁 교수의 이런 모습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정말 내 걱정은 안 해도 돼요. 이건 내 인생 경험의 일부일 뿐이에요.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밑지는 장사는 아니에요. 굴복해 연명할 수 있지만 내 양심에 어긋나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아요.”고승혁 교수는 윤아가 미안한 표정을 짓자 그녀를 안심시켰다.윤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우리가 살아서 나갈 수 있다면 교수님의 연구원에 많이 투자할게요.”“그럼 먼저 윤아 씨에게 감사해야겠어요.”“고승혁 교수님, 우리는 함께 목숨 걸고 싸운 사이이니 그냥 저를 윤아라고 부르세요, 윤아 씨는 너무 서먹서먹해요.”윤아가 고승혁을
메리는 인큐베이터 옆에 있는 의사가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그를 한 번 쿡 찌르며 낮은 소리로 주의를 시키었다.“존, 사람들이 묻고 있잖아요.”“네?”존은 어리둥절하게 되물었다.권재민은 옆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며 다시 물었다.“내 아이의 상태가 어떤지 물었어요.”“아기는 지금 상태가 안정돼 있고 아까 그 혼란스러운 상황에도 놀라지 않았어요. 달이 차지 않아 태어났기 때문에 면역력이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 좀 더 있어야 할 것 같아요.”존은 마침내 반응을 보였고 무서워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재민은 가볍게 알았다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고 인큐베이터 안의 아이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는 갑자기 생명이 정말 완강하다고 느꼈다.강윤아에게 그렇게 많은 위험이 닥쳤는데도 이 아이는 이렇게 안전하고 무사하게 태어났고, 게다가 아무런 문제도 없으니 앞으로도 꿋꿋이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눈앞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많은 일을 겪으면서도 건강할 수 있다면, 아이의 엄마 윤아는 분명 더 완강할 것이다. 그동안 많은 일을 겪었지만 윤아는 아슬아슬하게 돌아왔으니 이번에도 반드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재민은 보면 볼수록 더 반가웠고 윤아가 출산할 때 옆에 없었지만 수술실 밖에 있었으니 좀 멀지만 어떻게 보면 윤아 옆에 있은 셈이다. 다음번에는, 다음번에는 윤아 옆에 꼭 있어 줘야겠다고 생각했다.재민의 부드러운 표정을 보고 현진성과 한기현도 옆으로 다가가서 아기를 바라보았다.“윤아 씨를 많이 닮아서 참 예뻐. 앞으로 윤아 씨처럼 예쁘게 자랄 거야.”기현은 한참을 쳐다보았다.옆에 있던 진성은 자기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태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어떻게 윤아 씨와 닮은 줄 알아요? 갓난아이는 이목구비도 다 비슷비슷하고 쭈글쭈글한 모습이 늙은이 같다는 생각만 들어요. 게다가 머리카락이나 눈썹도 다 나지 않았잖아요.”“진성 씨…… 왜 그래요? 분명 윤아 씨를 닮았잖아요?”핀잔을 들은 기현은 얼굴이 빨개졌다.“재민아. 진성 씨 봐, 너의 아이가
한기현은 다시 권재민에게 전화를 걸어 그들이 숨은 곳을 알려줬지만 강윤아가 끌려갔다는 사실은 알려주지 않았다.재민은 재빨리 이곳으로 달려와 둘러보았으나 윤아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미간을 찌푸린 채 의심스러운 얼굴로 기현과 현진성을 힐끗 쳐다보았다.“기현아, 현진성 씨, 윤아 씨는요? 윤아 씨가 왜 여기에 없죠?”두 사람은 안절부절못했다. 평소 대단한 사람들이었지만 지금 재민 앞에서 감히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기현은 슬며시 진성을 쳐다보고 몰래 진성을 쿡 찔렀다. 진성은 방심하다 밀려났고 뒤를 돌아보며 기현을 노려보았지만 기현은 고개를 숙이고 더는 두 사람을 쳐다보지 않았다.“묻고 있잖아요! 윤아 씨는요? 내 아내 어디 갔어요? 당신들 윤아 씨를 어디로 데려갔어요?”재민은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소리쳤다.진성은 미안한 표정으로 재민을 바라보며 재민에게 그가 떠난 후의 일을 대충 말했다.“권재민 대표님, 죄송합니다, 제가 윤아 씨를 제대로 돌보지 못해서 애스릭에게 빼앗겼어요. 제가 부주의했어요. 그 방에 숨으면 아무 일도 없을 줄 알았는데, 애스릭이 이렇게 교활하게 두 가지 계략을 쓸 줄은 몰랐어요.”“권재민 대표님, 지금 저를 때리고 욕해도 저 할 말이 없어요.”이 말을 들은 재민은 온몸에 살기가 피어올랐고 두 눈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진성을 노려보며 허리에서 총을 꺼내려 했다. 기현이 황급히 그런 재민을 말렸다.“재민아, 일단 흥분하지 마, 방법이 있을 거야. 같은 편이니 우릴 도울 수 있어. 게다가 인터폴이야. 너 인터폴을 죽이는 건 큰 문제가 아니지만, 윤아 씨부터 찾아야지. 지금 우리는 진성 씨가 필요해.”기현은 재민의 허리춤의 총을 쥔 손을 힘껏 눌렀다.진성도 황급히 위로했다.“권재민 대표님, 아직 기회가 있습니다. 밖에 비도 오고 바람도 심해서 빨리 갈 수 없으니 아직 멀리 가지 못했을 거예요.”“게다가, 우리 배에는 위치추적 장치가 있어요. 아주 은밀한 곳에 두었으니, 그들은 분명히 찾을 수 없
한기현은 사람과 함께 현진성의 사람들을 따라 수술실의 암도 쪽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는데 길을 따라가다가 애스릭의 사람을 다시 만나게 되었다.기현은 그들 모두가 깨끗이 떠난 줄 알고 있었는데 애스릭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사람을 남겨 그들을 몰살시킬 준비를 했을 줄은 몰랐다.기현의 눈에 갑자기 핏빛이 솟구쳐오르더니 몸을 돌볼 겨를도 없이 맨주먹으로 몇 사랑을 해치웠다. 총을 겨누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독살스러운 모습까지 보여 상대방을 놀라게 했다.그 사람들은 애스릭을 보낸 후 매우 내키지 않았다. 한바탕 뒤지고 나서 도망갈 계획이었는데, 결국 절반 정도 뒤지다가 기현 일행을 만났다. 특히 기현은 어두운 얼굴을 한 채 그들에게 원한을 품고 있는듯 보였다.그들은 원래 기현 일당과 대충 싸우려고 일부러 그들을 놓아주려 했는데 기현이 달려들어 그들 몇 사람을 쓰러 눕히자 분노가 치밀어 올라 기현 일행과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기현이 상대방의 생각을 알면 지금쯤 후회해 죽을지도 모른다. 몇 분 동안 아무렇게나 싸우면 될 일을 이렇게 충동적으로 또 한 번 미뤘다.몇 분 동안 싸운 후, 쌍방은 모두 머뭇거리기 시작했다. 기현의 왼팔이 그 무리의 두목을 누르고 있었고, 다른 한 손에는 총을 쥐고 그의 관자놀이에 총구를 겨누고 있어 쌍방이 모두 시기를 기다리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기현은 그들의 타협을 기다렸고, 그 사람은 반격의 기회를 기다렸다.이 팀장은 원래 타협하려 했지만, 지금 이 지경에 이르니 승리욕이 자극되었고 지금은 고개를 숙일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머리를 숙이면 부하들이 그를 무시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목숨을 걸고라도 그는 승부를 내려고 했다.이때 폭발음이 드디어 또렷하게 들렸고 그 사람은 이때 갑자기 손을 썼다.기현은 그가 성급히 달려들 것을 예상한 듯 손을 빼 권총을 내던지고 날쌔게 상대방의 손을 잡아 그의 등 뒤로 돌렸다. 두 발은 날렵하게 그의 허리와 배를 걷어찼고 곧 사납게 그의 몸을 비틀어 앞을 가
현진성은 애스릭의 부하들이 베티를 데려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마음이 가라앉았다. 애스릭이 아직도 단념하지 않고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애스릭이 베티를 포기하거나 그들과 함께 죽으려고 이 보이지 않는 장치를 작동시켰다고 생각했다.애스릭이 여전히 단념하지 않고 베티를 데려가서 부활을 꿈꾸고 있을지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렇다면 애스릭은 고승혁 교수와 강윤아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진성은 갑자기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며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윤아와 고승혁 교수가 숨어 있던 방에서 총소리가 났다.그는 급히 아까의 그 방으로 돌아갔다. 들어가 보니 그가 배치한 사람 중 몇 명은 상처를 입었고, 또 몇 명은 이미 의식을 잃었으며 그중 한 명은 이미 죽었는데 의사였다. 그 의사는 아기의 인큐베이터를 필사적으로 안고 있었다.진성은 그 의사의 시체를 땅에 부축하려고 했지만, 그 사람의 손이 인큐베이터 가장자리를 필사적으로 잡고 있어서 아주 많은 힘을 써서야 그 손을 쪼갰다. 진성은 겨우 옆 깨끗한 곳으로 메고 가서 그를 살며시 내려놓았다.의사를 내려놓은 진성은 돌아서서 인큐베이터 안의 아기를 살펴보았다. 아기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매우 달콤하게 자고 있었기에 조금 안심할 수 있었다.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모두가 엎드려 있어서 진성은 한동안 누가 누군지 분간할 수 없었다. 그는 하나하나 뒤집어 보았다. 애스릭의 사람들이 그냥 들어와서 그들을 다 죽였다고 생각했지만 고승혁 교수를 데려갔을 줄은 몰랐다.진성은 갑자기 윤아가 떠올랐다. 총소리가 그렇게 컸으니 윤아가 정신을 차리지 않았을 리 없다. 진성은 급히 모퉁이의 병상 옆으로 달려갔다.이불 속이 울퉁불퉁했다. 그는 처음에는 고승혁 교수 등이 윤아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얼굴을 덮었다고 생각했지만 열어보니 안에 베개가 있었다. 진성은 멍해졌다.“이 방은 밀폐되어 있는데 그들은 어디에 잡혀간 거지? 게다가 방금 내가 문 앞에서 지키고 있었으니 문으로 나갔을 리가 없어.”진성은 조급했다.갑자기
고승혁 교수는 숨을 헐떡이며 말하고는 바다 위를 바라보았다. 바다 위에 배가 한 척 있었는데 애스릭이 그 배에 있었고 많은 사람이 그들에게 총을 겨누고 있었다.고승혁 교수는 깜짝 놀라 몇 발짝 뒤로 물러서며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현진성은 그에게 대답할 방법이 없어서 그를 붙잡고 비밀 통로로 갔다.권재민도 급히 한기현에게 연락해 무슨 일인지 알아보라고 했다.그러나 신호를 받자마자 재민은 기현 쪽에서 싸우는 소리를 들었다.“기현아, 무슨 일이야?”재민은 노심초사하여 급히 물었다.“방금 그 사람들이 들이닥쳐 시스템을 파괴했어. 최선을 다해 구조했으니 지금은 30분 정도 지연될 수 있어.”“시스템 복구가 시급한데 지금 그들과 싸우는 중이라…… 도저히 손을 쓸 수가 없어.”기현은 시스템 감시실에서 애스릭의 부하들과 싸우며 관제탑에 다시 접근하지 못하게 막으면서 권재민과 이쪽의 상태를 보고했다.보고하는 과정에서 재민은 기현의 끙끙거리는 소리까지 듣고는 더욱 마음이 급해졌다.“기아현, 너는 어때? 버틸 수 있겠어? 시스템 쪽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거야?”“지금은 복구할 방법이 없어. 이젠 네가 나설 차례야. 우리가 살아나갈 수 있는 시간은 안 남았어요, 재민아.”“상대편은 사람이 너무 많은데 우리 사람은 이 몇 명밖에 없어. 버티기 힘들 것 같아, 재민아, 빨리 와.”기현이 헐떡이며 소리쳤다.재민은 이 소식을 듣고 마음이 급했지만 윤아가 이쪽에 있었기에 결정하기 어려웠다. 윤아가 힘없는 사람들과 함께 있어서 매우 걱정했다.진성은 재민이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며 얼굴을 찌푸렸다.“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내 부하들이 애스릭의 부하들에게 습격당했고, 그자들이 통제실의 시스템을 파괴했대요. 지금 우리 부하들이 그들과 싸우고 있는데 기현이도 그들에게 얽매여 시스템을 고칠 기회가 전혀 없어요…… 나는 윤아 씨가 마음에 걸려요.”재민은 머뭇거리다가 말을 꺼냈다.“가요, 여기 내가 있을게요. 기지 안에 내 사람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