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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9화

작가: 온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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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눈짓 한 번에 우정윤은 바로 앞으로 다가가 김지민을 캠핑카에서 끌어냈다. 그런 상황에도 김지민은 발버둥을 쳤고 결국 따귀를 맞았다.

“어디서 굴러온 돌이 여기서 행패를 부리고 있어!”

“...”

김지민은 얼굴을 움켜잡고 서럽게 배석준을 쳐다보았다.

배석준은 우정윤이 오지랖을 부린다고 화가 났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뭐라고 얘기할 수가 없기에 김지민에게 손보미를 따라 자리를 피하라고 손짓했다.

배건후는 차에 올라탄 후 차 문을 닫고 담배 한 대에 불을 붙여 천천히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

배건후는 아무 말도 없었고 주현정도 말을 하지 않았다.

배석준은 모두가 자신을 배신하는 것 같은 느낌을 느끼며 참지 못하고 먼저 말을 꺼냈다.

“너 도아린을 만났잖아. 합의서는 언제 써주겠다고 해?”

배건후는 차갑게 그를 바라보았다. 날카로운 눈빛은 배석준의 머릿속을 뚫고 들어가 모든 생각을 읽은 것 같았다.

“아버지가 대회 결과를 조작했기 때문에 이번 내기는 없던 일입니다.”

배석준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표정이 일그러졌다.

“도아린이 아현의 작품으로 대회에 참가했기에 먼저 규칙을 어긴 거야. 나는 받은 대로 돌려준 것뿐이지.”

“도아린이 바로 아현이에요.”

주현정은 아들을 흘겨보고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배건후는 엄마의 태도에 얼굴이 창백해졌고 담배를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서 핏줄이 선명해졌다.

엄마도 도아린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오직 자신만 모르고 있었다.

배석준은 아내를 한번 보고 또 배건후를 한번 보더니 더 화가 났다.

“너희들 도아린의 신분을 알면서도 일부러 나를 속인 거야? 너희 두 사람, 한 명은 지유의 친오빠고 한 명은 친엄마인데 다 피 한 방울 안 섞인 다른 사람의 편을 들고 지유는 안에서 고통받게 하고 있어! 내가 빨리 발견해서 강태식한테 신세를 갚으라고 하지 않았더라면 지유는 진작에 너희들 때문에 망가졌을 거야!”

“강태식이 빚진 사람은 건후인데 당신이 뭔데 대신해서 신세를 갚으라 말라 하는 거예요?”

아까 주현정은 한참을 캐물었지만, 배석준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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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현이 이미 깨어났어요. 누구랑 살지는 지현이가 선택하게 하세요.”도아린은 차를 한 모금 들이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서명하면 이후 치료비를 부담하지 않으셔도 돼요. 물론 1억 원의 의족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서명하지 않으셔도 되고요.”“...”도정국은 이를 악물었다.도지현은 연말에 만 18세가 된다. 그러면 도정국은 더 이상 부양을 하지 않아도 당연한 권리를 누릴 수 있었다.다만 서류에 서명하는 순간 도정국은 더 이상 도아린의 약점을 쥘 수 없게 되었다.그러나 서명하지 않으면 세 배의 배상금인 10억 원을 감당할 수도 평생 채무 불이행자가 되고 싶지도 않았다.고심 끝에 그는 결국 펜을 들어 서류에 서명했다.도아린은 서류를 건네받더니 또 다른 서류 한 장을 도정국 앞에 내밀었다.“또 있어?”“저한테 담보로 맡기셨던 부동산 서류입니다. 저보고 투자하지 말라고 하셨으니 당연히 돈을 갚으셔야죠.”“제기랄!”도정국은 이마에 힘줄이 솟은 채 미친 듯이 테이블을 내리치며 눈빛은 한순간에 싸늘하게 바뀌었다.“네가 결국 날 상대로 한 수를 썼구나!”도아린은 그를 차갑게 바라보았다.“아이를 훔친 도둑 주제에 무슨 아버지라고.”도정국은 순간 동공이 세차게 흔들렸다.만약 진씨 가문에서 도정국이 과거에 아이를 훔친 사실을 추궁한다면 그의 인생은 끝장날 것이다.그는 기세가 단번에 사그라들더니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얼어붙은 표정이었다. 이마에는 땀이 줄줄 흘러내렸다.도정국은 힘겹게 침을 삼키며 흔들리는 눈빛을 감추려 애썼다.“도아린, 내가 널 20년 넘게 길러준 은혜를 생각해서라도 아버지에게 살길을 열어주렴. 집은 네가 가져가고 도지현도 네가 데려가라. 대신 진씨 가문에게 과거 일을 추궁하지 말라고 해주겠니?”도아린은 그에게 얼른 서명하라고 손짓했다.도정국은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었다.뒤에서 일남이 손바닥으로 등을 내리치자 그의 떨림은 금세 멈췄다.그는 입술을 깨문 채 굴욕적으로 서명을 마치고 의자에 축 늘어졌다.도아린은 서명

  • 또 한 번의 거절   제375화

    그들은 회장님을 두려워했고 그렇게 큰 작용을 할 건 아니라서 그저 모건 그룹의 근황을 유출하면 됐었다.우정윤은 배건후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배석준은 권력을 내려놓은 듯 보였지만 배건후의 일거수일투족을 다 지쳐보고 있었다. 요즘 프로젝트에 연달아 문제가 생긴 것에 그가 참여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는 것이다.가족에게 배신당하고 아내에게 버려진 대표님이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쌌다.자백하는 시간이 끝나고 비서팀에는 아무 일 없이 깨끗한 두 명의 베테랑을 빼고는 모두 해고되었다.비서팀이 대대적으로 인사를 바꾸니 회사 고위층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모건 그룹의 세상이 바뀌려고 그러나?...도정국은 약속한 시각에 납품했지만, 불량품이 절반이 넘었다. 상대방은 계약 위반이라고 고소했고 세 배가 되는 위약금을 지급하라고 했다.도정국은 레스토랑을 예약해서 상대방을 초대했고 배건후의 장인어른이라는 신분을 내세워 상대방이 물러서게 만들 예정이었다.“재료들은 아직 수출하지 않았으니 손실도 없잖습니까.”도정국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보상으로 모건 그룹과 협력할 수 있도록 도와줄게요. 어때요?”“어떻게 도와줄 건데요?”상대방은 의아해했다.“모건 그룹과 협력하는 조건은 아주 까다롭습니다.”“저는 배건후의 장인어른이에요. 장인어른의 체면은 세워줄 겁니다.”상대방은 망설이다가 말했다.“그렇다면 이따가 저희 사장님과 얼굴 보고 얘기하세요.”도정국은 무척 만족스러웠고 다리까지 꼬았다. 인맥이 있으면 바보가 될 일은 없다.이럴 줄 알았으면 납품해서 품질검사를 할 때 배건후를 들먹일 걸 그랬다. 그렇다면 불량품이 많아도 받아줬을지도 모른다.돈을 버는 좋은 기회는 놓쳤지만, 지금은 돈을 배상하지 않는 게 목표였다.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리고 상대방은 얼른 일어나 문을 열고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사장님, 오셨습니까?”도정국은 일어나지 않았고 심지어 그의 시선에서는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었다.모건 그룹과 협력

  • 또 한 번의 거절   제374화

    그윽한 눈동자의 시선이 요동쳤고 예전처럼 날카롭지 않았다.배건후는 손을 움직여 링거팩이 부딪치는 소리를 냈고 우정윤은 빠르게 고개를 돌렸다.“대표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의사가 열이 더 내려가지 않다가는 머리가 잘못될 수 있다고 얘기하셨습니다.”“...”배건후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바보인 척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몇 시야?”배건후는 고열 때문에 목이 말라버려서 침을 몇 번 삼키고야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우정윤은 우는 얼굴로 대답했다.“거의 10시입니다. 어제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드시지 않으셨어요.”배건후는 손으로 주삿바늘을 빼려고 했고 우정윤은 당황해서 그를 제지했다.“빼면 안 됩니다! 대표님이 혈관이 가늘어 간호사가 세 번이나 찔렀습니다. 반드시 수액을 다 맞아야 합니다.”이렇게까지 말했는데 도아린은 마음이 약해져야 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우정윤은 알고 있었다. 의사는 배건후의 상처가 벌어진 게 외부 작용에 의해서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본인을 괴롭히는 이유가 구청에 가기 싫은 게 아니면 뭐란 말인가.우정윤은 대표님을 위해 좋은 소리를 하고 싶었지만 그게 잘 먹히지는 않는 모양이었다.“그럼 우리는 가서 다른 일을 볼까?”진경수는 두 사람의 뜻을 진작에 알아차리고 도아린에게 눈치를 줬다.도아린은 핸드폰을 꺼냈다.“그럼 오후 두 시로 예약하죠. 그때 봐요.”“사모님, 사모님!”우정윤은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대표님, 도지현 씨를 다치게 한 것은 성 팀장님인데 사모님께서는 지금 대표님 탓으로 생각하고 있나 봅니다.”배건후의 눈빛은 다시금 날카로워졌고 주삿바늘을 빼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우정윤이 아무리 말려도 배건후는 회사로 갔다.여섯 명의 비서가 일제히 한 줄로 서서 고개를 숙이고 상사의 억압적인 시선을 받고 있었다.핸드폰을 책상에 던지며 나는 소리가 침묵을 깨뜨렸다.“너희들 다 누구 사람이야. 먼저 인정하는 사람은 퇴직 증명서를 받을 수 있어.”그에게 까

  • 또 한 번의 거절   제373화

    에이트 맨션에서는 배건후가 팔뚝에 둘렀던 거즈를 뜯었고 한 마디 정도 되는 상처에서는 아직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배건후는 담배에 불을 붙이고 두 모금 세게 빨아들였다.그는 상처를 잡았다. 신음을 내며 맨정신에 상처를 벌렸다.원래도 하얀 얼굴이 더 창백하게 질렸고 구레나룻에는 땀방울이 맺혔다. 그는 피가 흐르고 엉망이 된 상처를 보고 만족스럽게 손을 거두었다.배건후는 천천히 담배를 피우며 고통을 삼켰고 담배꽁초를 재떨이에 버린 다음 일어나서 욕실로 갔다.이튿날, 도아린은 구청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도록 배건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전화도 받지 않았다.“설마 안 나오려는 건 아니겠지.”진경수는 음흉한 웃음을 지었다.도아린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배건후는 체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데 어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한 마당에 약속을 어기지는 않았을 것이다.쓸데없는 손보미의 일에 발목이 잡혔을 수도 있다.“5분만 더 기다려요.”배건후가 안 온다면 회사로 찾아갈 생각이었다. 어떻게 됐든 오늘 꼭 이혼해야 했다.3분 뒤, 배건후한테서 전화가 걸려왔고 도아린은 전화를 받아서 재촉했다.“건후 씨, 당신 지각했어요.”“사모님, 대표님께서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우정윤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배건후는 워커홀릭이었는데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하는 사람이 오늘 회사에도 나오지 않았다. 우정윤은 배건후가 전화를 받지 않자 집으로 그를 찾으러 갔다. 차는 문 앞에 세워져 있었고 벨을 아무리 눌러도 문을 여는 사람이 없었다.그는 경비실에 가서 비상열쇠를 가지려고 했는데 마침 가정부가 도착했고 집 안으로 들어가자 소파에 누워있는 배건후가 보였다.고열로 인해 정신을 잃었다. 도아린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배건후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미간을 찌푸린 채 식은땀만 흘리고 있었다.우정윤은 서럽게 훌쩍거리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아린 씨가 티파니 주얼리를 대표해서 대회에 나간다고 했을 때도 대표님은 바쁜 와중에도 유명한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372화

    배건후의 칼 같은 눈빛이 다시 날카로워졌다.손보미를 위해 대역 자리를 얻으려고 할 때 성대호는 이미 도아린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고? 그렇다면 말을 했어야지!배건후의 시선에서 질책하는 의미가 너무 짙었던지라 묻지 않았어도 성대호가 스스로 대답했다.“내가 말했더라도 너는 빼앗아서 손보미한테 줬을 거잖아. 말을 했든 안 했든 똑같아! 네가 손보미와 다시 잘해볼 생각이라면 도아린이 먼저 이혼하겠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너는 말이 너무 많아.”육하경은 성대호를 밀었고 성대호는 불쾌하다는 듯 그를 째려보았다.“건후가 도아린이랑 이혼하더라도 너는 저 여자를 갖지 못해. 서로 친구인데 앞으로 만나면 얼마나 어색하겠어!”배건후의 차갑고 날카로운 시선은 빠르게 육하경을 훑었고 육하경은 담담하게 그를 쳐다보며 말했다.“내일 구청에 데려다줄게.”그래, 잘하는 짓이다! 모두 그가 이혼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만 같았다.“아!”배건후가 뒤로 돌았을 때 누군가가 부딪혀와서 그는 무의식 간에 상대방을 부축했다.“건후 씨, 왜 나를 안 기다려줘...”손보미가 돈을 지급하고 돌아왔을 때는 사람이 다 떠났기에 경찰서에 와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상처가 감염되면 열이 날 수 있다고 의사가 얘기했어. 이 약들은...”배건후는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고 손보미는 빠르게 따라갔다.“건후 씨가 팔을 다쳤으니 내가 운전할게.”배건후는 그녀의 손에서 약을 건네받아 조수석에 던지고는 펑 하고 차 문을 닫았다.“...”차를 후진해서 나가려는데 손보미가 다시 앞을 막아섰다.“건후 씨, 팔에 상처가 있는데 운전하는 건 너무 위험해. 내가...”차는 빠르게 움직여서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봤어?”성대호는 계단에 서서 가소롭다는 듯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가질 수 없는 것들이 항상 최고인 거야. 손보미가 돌아서니 이제는 건후가 아쉬워하지 않잖아.”육하경은 그의 손에서 담배를 뺏어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이고 다시 돌려주었다. 그는 담배를 두 모금 피고는 말했다.“너는 건후가

  • 또 한 번의 거절   제371화

    “대호 씨, 제 동생이 다친 건 당신 책임으로 기억하겠습니다. 당신은 돈을 한 번도 가진 적이 없고 여자애들을 한 번도 괴롭힌 적이 없이 깨끗한 게 좋을 겁니다. 그게 아니라면 당신도 저기 들어가서 방우진과 함께 벌을 받게 할 거예요.”성대호는 퍼뜩 고개를 들었고 놀란 표정을 한 얼굴에서는 분노도 느껴졌다.성대호는 물론 비즈니스 업계에서 고위층의 사람들 아무나 데리고 와도 깨끗한 사람이 없었다.특히 성대호와 배건후의 관계가 이렇게나 좋은데 배건후와 가까이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모두 성대호에게 잘 보이려고 했다. 성대호가 달라고 손을 내밀지 않아도 앞에 내미는 사람들이 많았다.그리고 여자 문제에서는 성대호 본인도 여자친구를 몇 명이나 사귀었는지 셀 수가 없다. 모두 그의 돈을 보고 접근한 여자들인데 각자 필요한 것만 얻는 것이지 어떻게 괴롭혔다고 할 수 있겠는가?“아린 씨, 동생의 간병인을 고를 때 조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건 당신이에요. 이제 와 사고가 생겼으니 다른 사람한테 떠넘기려는 거예요?”“대호 씨가 혜진 씨한테 이렇게 하라고 부추긴 거잖아요?”도아린의 예쁜 얼굴이 엄숙해졌고 무척 공격적이었다.“...”성대호의 시선은 신속하게 배건후에게로 옮겨졌다.‘언제 말한 거야? 나를 사람들 앞에서 망신을 주려는 거야?’“온종일 고생했어. 돌아가서 쉬어.”배건후는 앞으로 가서 도아린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도아린은 빠르게 피했다.“건후 씨, 오늘 나 대신에 칼을 맞아줘서 고마워요. 치료비는 입금할게요. 내일 아침 8시에 구청으로 가서 이혼 절차를 진행하길 부탁해요.”육하경은 놀란 표정을 지었고 성대호는 차가운 비웃음을 터뜨렸다.“아린 씨, 허구한 날 이혼을 입에 올리고 있으면 재밌어요? 정말 이혼하고 싶다면 지유의 합의서를 쓸 때 왜 이 요구를 제기하지 않았어요?”그는 배건후의 얼굴이 굳은 것을 눈치채지 못했고 육하경이 말리는 것도 무시한 채 계속 말을 이었다.“아린 씨가 지유를 용서한 것도 건후와 다시 잘해보려고 그러는 거잖아요.

  • 또 한 번의 거절   제370화

    도아린은 눈앞이 까매지면서 단단한 품속으로 안겼고 코끝에서는 익숙한 향기가 느껴졌다.비수는 남자의 팔을 찔렀고 남자는 작게 신음을 내고는 뒤돌아 안혜진을 걷어찼다.“아!”안혜진은 넘어졌고 경찰들은 그녀를 제압하고는 그녀의 몸에 다른 흉기가 더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경찰차 안으로 밀어 넣었다.도아린은 그제야 곁에 있는 사람을 보았다. 배건후였다. 배건후도 돌아왔을 줄은 몰랐다.안혜진한테 이런 일을 저지르게 부추기게 한 사람을 생각하면 배건후가 돌아올 것도 예상 밖의 일은 아닌듯싶었다.“건후 씨! 당신 다쳤어!”손보미는 도아린을 밀어내고 배건후의 팔을 잡고는 마음 아파했다.“세상에, 피가 이렇게나 많이 흘렀어!”진경수가 도아린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그녀를 보고 웃어 보이고는 배건후에게 말했다.“가서 상처를 치료하세요. 저희는 경찰서에 가야 해서요.”“도아린, 당신 너무한 거 아니야? 건후 씨가 다쳤는데 어떻게 걱정하는 말 한마디도 없어! 이렇게 다른 남자랑 시시덕거리기나 하고 말이야!”손보미는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노려보았다.도아린이 비웃으며 말했다.“건후 씨는 당신이랑 다정하게 다닐 수 있으면서 나는 남자랑 시시덕거리면 안 되나?”말을 마친 그녀는 다정하게 진경수의 손을 잡았다.“우리 가요.”손보미는 두 사람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그녀는 진경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을 입었다는 것을 보아냈고 진경수는 외모로 보나 체격으로 보나 배건후보다 못한 점이 없었다.‘왜! 왜 도아린은 계속 좋은 남자를 꼬드길 수 있는 거야!”손보미는 따라가서 진경수의 앞을 막았다.“저 여자의 외모에 속지 말아요. 저 여자는 남편이 있는 여자예요. 저 여자랑 함께 있으면 당신은 평판이 나빠질 거예요!”“사돈 남 말 하시네. 그쪽은 아내가 있는 남자랑 붙어 다니면서 평판이 나빠지는 게 두렵지 않으세요? 아, 그쪽은 두렵지 않겠네요. 더 낮아질 평판도 없잖아요.”진경수는 도아린과 함께 차에 올랐다.“...”손보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졌

  • 또 한 번의 거절   제369화

    “네. 약속할게요.”도아린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는 저린 다리를 두드리면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제 동생을 놓아주세요. 동생의 다리는 무리하면 안 됩니다.”안혜진은 몸을 일으키려다가 갑자기 과도로 도아린을 가리켰다.“오지 말아요! 저한테도 합의서를 주세요!”그녀의 눈에는 경계가 가득했고 도아린을 가리키는 게 소용이 없자 다시 도지현에게 칼을 댔다. 도아린은 침대 곁으로 가서 멈춰서서 가방에서 볼펜과 종이를 꺼내 들고 허리를 굽힌 채 간이테이블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안혜진은 그녀가 무엇을 쓰는지 안 보이지만 도지현을 놓아줄 수도 없어서 까치발을 들고 목을 쭉 빼 들고 쳐다보았다.안혜진은 몸을 앞으로 기대다가 창밖에서 비추는 눈이 부신 빛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도지현을 끌고 다시 구석으로 숨었다.“나를 속였어! 나를 속였단 말이야! 맞은 편에 경찰이 있잖아. 당신은 날 죽일 생각이었어!”안혜진은 다시 이성을 놓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과도를 미친 듯이 휘둘렀다.도아린은 볼펜을 놓고 병실 문 앞으로 가서 밖에 대고 말했다.“맞은 편에 있는 사람들을 철수하세요.”경찰은 망설이다가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안혜진은 소리를 지르면서 밖에서 얘기하는 지령을 못 들었고 도지현은 일어서지 못해 그녀에게 이리저리 끌려다니다가 팔이 또 칼에 긁혔다.“그만 해요!”도아린은 호통을 쳐서 그녀의 울음소리를 멈추었고 작성한 합의서를 들어서 그녀에게 보여주었다.“제 동생을 놔줘요!”안혜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한참을 보았지만 알아보지 못했다. 그녀는 뭔가 생각난 듯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당신, 당신이 경찰한테 전화해!”“제가 그렇게 경찰을 함부로 부릴 수 있는 사람으로 보여요?”도아린은 문 앞으로 가서 현장에 있는 경찰 책임자를 불러 자신이 쓴 서류를 보여주었다. 그는 열심히 보고는 안혜진에게 말했다.“이 합의서는 유효합니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서에 전해주겠습니다.”안혜진은 순간 힘이 풀렸다. 그녀가 허리를 숙이려던 때 도아린이 소리를 질

  • 또 한 번의 거절   제368화

    “혜진 씨! 저예요. 저 도아린이에요!”도아린은 문 앞에 서서 두 손을 들고 아무런 무기를 갖고 오지 않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도지현은 안혜진에게 잡힌 채 구석에 너무 오래 있었던 탓에 바지에 오줌을 쌌다.그는 일부러 괜찮은 척 덤덤한 표정으로 있었지만, 도아린의 얼굴을 보자 순간적으로 감정을 참지 못했다. 그러나 도아린이 걱정할까 봐 애써 입꼬리를 올렸다.“저도 이러고 싶지 않았어요. 저도 이러려던 게 아니에요!”안혜진은 울면서 소리쳤고 이미 이성이 반쯤 나가 있는 상태였다.“혜진 씨, 지현이가 혜진 씨가 만든 죽을 아주 좋아해요. 힘든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해요. 지현이가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상태가 아직 좋지 않아요...”도아린은 천천히 앞으로 다가갔다. 두 걸음 정도 이동하자 안혜진은 미친 듯이 과도를 휘둘렀다.“오지 말아요! 오지 말라고요!”“알겠어요. 안 갈게요. 진정하세요!”도아린은 바로 멈추었다. 그녀는 창문 쪽을 바라보았는데 맞은편의 빌딩에 창문이 열려있는 곳에서 반짝이는 점이 스쳐 지나간 것을 보았다. 아마 저격수일 것이다.안혜진과 도지현은 사각지대에 있어서 도아린은 그나마 마음이 놓였다.안혜진이 잘못을 저지르긴 했지만, 전에 도지현을 진심으로 보살펴주었기에 도아린은 그녀가 목숨을 잃는 건 원하지 않았다.도아린은 무릎을 꿇고 안혜진과 시선을 마주했다.“혜진 씨, 어려운 일이 있으면 저한테 얘기하세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반드시 도울 겁니다.”안혜진은 울면서 얘기를 시작했지만 무슨 말인지 도통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자신은 좋은 의도였고 딸을 불구덩이로 밀어버릴 생각은 없었는데 운명의 장난이라고 얘기하다가 또 자신이 편애하여 하느님이 자신에게 벌을 내리는 것이라고 자신은 목숨을 내놓아서 속죄할 수 있다고 얘기했다.결국, 도지현이 그녀에게 귀띔을 해주었다.“아주머니, 먼저 아들 얘기부터 하시죠.”안혜진은 흐느끼며 울음을 멈추고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아린을 쳐다보았다.“혜진 씨, 다 제 잘못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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