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백정연 씨. 이번에는 두 분만 오신 겁니까? 예전에는 5, 6명이었지 않습니까?”강정수는 잠깐 생각한 뒤 입을 열었다.백정연이 대답했다.“다른 네 명은 아직 오지 않았어요. 여길 돌아보고 싶다고 해서 잠시 뒤에 올 거예요. 우리는 먼저 인사를 드리러 온 거예요. 아시다시피 저희는 아주 가끔 세속에 오거든요. 그래서 2, 3일 정도 쉴 생각이에요. 도시에서 잠깐 놀다가 스트레스를 풀고 돌아갈 생각이에요.”“그래. 사매 말이 맞아. 잠시 뒤에 사형이랑 같이 돌아보러 가자. 여기 야시장 같은 것도 있을 거야. 어쩌면 맛있는 것도 있을지 모르지.”육명준은 백정연에게 호감을 품고 있었기에 단둘이 있을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백정연이 웃으며 말했다.“다른 네 명도 오면 저녁에 같이 돌아봐요. 그편이 더 떠들썩하니까요.”“그, 그래!”육명준의 입가가 살짝 떨렸다. 그는 어쩔 수 없이 멋쩍게 웃었다.강선욱은 그 말을 듣고 갑자기 나섰다.“여러분, 전 시간이 많으니 저녁에 제가 안내해 드릴까요? 이 천홍성은 제가 잘 알고 있거든요.”백정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예를 갖췄다.“좋네. 앞으로 우리 사제가 될 텐데 사저라고 불러. 다들 사형제니까.”강선욱은 쑥스러워했다.“너무 이른 거 아닐까요? 전 아직 제자 영패도 받지 못했는걸요. 영패를 받게 되면 그때 사저, 사형이라고 부를게요.”옆에 있던 육명준이 입을 열었다.“그렇게 겸손 떨 필요 없어. 이미 확정된 일인데 갑자기 일이 틀어지기라도 하겠어? 언젠가는 사제가 될 텐데 말이야!”“감사합니다, 사형, 사저!”강선욱은 속으로 기뻐하며 곧바로 정중하게 예를 갖췄다.“앞으로 종문에 가게 되면 잘 부탁드립니다.”“하하, 걱정하지 마.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날 찾아와. 내문 제자 중 누군가 널 괴롭힌다면 내 이름을 대도 좋아. 꽤 쓸모 있을 거야.”육명준은 자신 있게 웃어 보이며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지금 그는 강선욱 앞에서 강한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감사합니다, 사형!”
하인은 미간을 구겼다.“이미 들어오셨어요. 기분이 좋지 않다면서 도련님과 함께 술을 마시고 싶다고 하셨어요.”역시나 하인이 말을 마치자마자 일류 세가 도련님인 차주원이 경호원 몇 명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왔다.“강선욱 씨...”차주원과 강선욱은 줄곧 사이가 좋았기에 그는 곧바로 하인을 따라 들어왔다.그런데 안으로 들어온 그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성주와 장로뿐만 아니라 여자 한 명과 남자 한 명이 그곳에 있었다.“선욱 씨, 이건 뭐죠?”차주원은 미간을 구기며 말했다.강선욱은 싱긋 미소 지으며 어쩔 수 없이 소개했다.“이 두 분은 풍월종의 선배님이에요. 풍월종의 엘리트 제자들이시죠. 두 분 모두 무황 내공의 강자예요.”“그래요?”차주원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예전에 강씨 집안의 뒷배가 한 종문이라는 얘기를 들었었는데 대체 어느 종문인지는 알지 못했고 본 적도 없었다. 그래서 다들 그것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의심했다.그런데 오늘 이곳에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차주원은 곧바로 앞으로 두 걸음 나서더니 허리를 살짝 숙이며 정중하게 말했다.“저는 차주원이라고 합니다. 천홍성 일류 세가의 아들입니다. 이 세상에 무황 내공의 강자가 있다는 얘기는 들어봤었지만 직접 본 적은 없는데, 오늘 이렇게 두 분을 뵙게 되다니 제 영광입니다!”차주원은 말솜씨가 좋았다. 그는 말 몇 마디로 육명준과 백정연의 호감을 샀다.“하하, 과찬이네요. 저희는 평소 수련에 전념하느라 산에서 잘 내려오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속에서는 무황 내공의 사람을 보기가 어렵죠.”’육명준은 우월감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꼈지만 겉으로는 겸손한 척 말했다.“하지만 무황 내공이라고 해도 사실 저희 종문에는 꽤 많아요.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있다는 말처럼 말이죠.”“선욱아, 차주원이 너랑 술 마시러 왔다는데 너는 차주원 따라서 나가도록 해. 그리고 저녁에 다시 돌아와 풍월종의 두 선배를 모시고 천홍성을 둘러봐. 두 분도 오는 길에 고단하셨을 테니 푹 쉬셔야지.”강정수는
옆에 있던 강정수는 그 말을 듣자 안색이 어두워졌다. 차주원은 아부를 너무 잘했다. 그의 말을 들은 육명준은 더욱 기뻐했고 미소도 더욱 짙어졌다.백정연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곳에 서 있어서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짐작하기 어려웠다.강선욱은 뭔가를 떠올리고는 눈살을 찌푸렸다.“차주원 씨, 농담하는 거 아니죠? 차씨 집안은 천홍성의 일류 세가라 아무나 건드릴 수 없어요. 그런데 상대방이 당신이 좋아하는 여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그녀를 위해 복수조차 할 수 없다고요? 하하, 설마 당신의 원수가 9급 무왕이라도 되는 건가요?”“그러니까요. 차주원 도련님, 허풍 치는 거 아니시죠?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네요!”강씨 집안의 대장로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는 차주원이 그곳에 남아 풍월종의 두 선배와 친해지기 위해 일부러 헛소리하는 거라고 생각했다.차주원은 쓴웃음을 짓더니 착잡한 눈빛으로 말했다.“제가 이런 헛소리를 할 리가 있겠어요? 그놈은 정말 나쁜 놈이에요. 그는 제가 좋아하는 여자 정희주 씨를 때렸었고 그로 인해 정희주 씨는 그 때문에 그와 헤어지고 도망쳤어요. 전 그냥 정희주 씨를 위해 화풀이를 좀 해줄 생각이었는데 그는 제 앞에서 그녀를 죽였어요.”“너희 집안에 8급 무왕이 있었잖아? 그 사람으로도 안 된단 말이야? 대체 누구길래 감히 너희랑 대적할 정도로 간이 부은 거지?”강정수는 차주원이 거짓말하는 것 같지 않자 곧바로 미간을 구겼다.차주원은 그제야 말했다.“하하, 그렇죠. 8급 무왕이 있긴 하죠. 그런데 당시에 8급 무왕 한 명과 7급 무왕 두 명이 동시에 그를 공격했는데도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그는 우리 집안의 세 고수를 전부 이겼어요. 심지어 제게 못된 말을 했죠.”“무슨 말을 했는데요?”육명준은 흥미가 생겼다.차주원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복수할 생각이라면 굳이 그를 찾으려고 애쓸 필요 없이 모레 주주부로 오라고 했어요. 그는 주주님의 환갑잔치에 참석할 거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게 무슨 뒷배나 수단이 있다면 어
육명준은 웃으며 말했다.“우리에게 네 명의 사제가 있는 건 맞아요. 그들은 성문에 도착했을 때 둘러보겠다면서 저희와 같이 오지 않았어요. 아마 그들이 대화를 나눌 때 풍월종에 대해 얘기한 거겠죠. 별거 아니잖아요?”경호원은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고개를 들고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런데 네 사람이 광장에서 누군가와 싸우기 시작했고... 상대에게 죽임당했어요.”“뭐라고요?”육명준의 얼굴에서 미소가 사라지고 대신 놀라움이 자리를 잡았다. 그는 자신과 함께 풍월종에서 온 사제들이 죽임당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진짜예요? 그들은 이제 막 이곳에 도착해서 함부로 말썽을 일으키지는 않을 텐데 죽임을 당하다니요?”백정연의 안색 또한 어두웠다. 그들이 죽임당했을 줄은 그녀도 예상치 못했다.“두 분, 일단 조급해하지 마세요. 지금 당장 사람들을 데리고 상황을 보러 가는 게 좋겠어요. 내친김에 길에 CCTV는 없는지 조사해 봐야겠어요. 어쩌면 상대방의 얼굴이 찍혔을지도 모르니까요.”강씨 집안 대장로가 곧바로 말했다.“맞아요, 두 선배님. 저희가 조사를 도와드리겠습니다.”나장로도 곧바로 말했다.육명준은 고개를 끄덕인 뒤 이를 악물었다.“날이 어둡기 전에 반드시 답을 줘야 할 거예요. 적어도 누가 한 짓인지는 알아내야 해요.”“대장로님, 나장로님, 저도 함께 갈게요.”강선욱은 자발적으로 나서며 차주원에게 말했다.“차주원 씨, 오늘은 같이 술을 마실 수 없겠어요. 술은 다음에 마셔요. 지금 상황이 어떤지 차주원 씨도 봤죠?”차주원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럼요. 이 일이 중요하죠. 저도 할 일은 없으니 같이 갈게요.”말을 마친 뒤 강선욱, 차주원, 그리고 강씨 집안의 두 장로가 경호원들을 데리고 떠났다.“두 분, 정말 죄송합니다. 천홍성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강선욱 등 사람들이 떠난 뒤 강정수는 미안한 얼굴로 백정연과 육명준에게 말했다.백정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강 성주님,
“미녀가 열 명이라고?”강선욱은 그 말을 듣고 당황했고 이내 그곳을 보았다.그 순간 그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주먹을 움켜쥐었다.“제기랄, 바로 이놈이야. 이놈 곁에 열 명의 미녀가 있었어. 오늘 시중심에 있는 광장에서 나랑 양무진 씨가 이놈 때문에 손해를 봤어.”차주원은 잠깐 생각한 뒤 휴대전화를 바라봤다. 곧이어 그도 씩씩거리면서 말했다.“빌어먹을, 이놈이네. 강선욱 씨, 제가 좋아하는 여자를 죽인 놈도 이놈이에요. 이놈은 이태호라고 해요!”“이런 우연이 있다고요?”강선욱은 그 말을 듣고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실로 엄청난 우연이었다.차주원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하지만 전 확신할 수 있어요. 이 녀석, 비록 영상에서는 얼굴이 보이지 않고 등만 보이지만 전 이 열 명의 미녀를 기억해요.”“저도 이 열 명의 미녀를 기억해요. 이제 보니 손을 쓴 사람이 바로 이 이태호라는 놈이겠네요.”강선욱은 고개를 끄덕이며 저도 모르게 말했다.“죽음을 자초하네요. 하하, 풍월종의 제자까지 죽이다니, 오히려 잘 됐어요.”“그런 것 같네요!”차주원은 잠깐 당황한 뒤 미소를 드러내며 말했다.“강선욱 씨, 그러고 보니 이 녀석이 풍월종의 네 사람을 죽인 건 정말 잘된 일이에요.”거기까지 말한 뒤 차주원은 잠깐 뜸을 들이다가 계속해서 말했다.“이놈은 9급 무왕이라 우리 차씨 집안에서는 그를 죽일 수 없어요. 강씨 집안도 9급 무왕을 죽이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러니 복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봐야죠. 게다가 풍월종의 두 선배님에게 도와달라고 해도 저희를 도와주지 않으려고 할 수 있어요. 아무래도 강씨 집안의 생사존망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 일이니까요. 그렇죠?”강선욱은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그렇네요. 하지만 이놈은 풍월종의 제자를 네 명이나 죽였어요. 그렇다면 두 무황 내공의 강자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죠. 그들은 기필코 이놈을 죽여 네 제자의 복수를 하려고 할 거예요.”두 사람은 상황을 파악한 뒤 이내 히죽거리면서 운전하여 돌아갔다.잠시
육명준은 강선욱과 차주원을 본 뒤 두 사람에게 물었다.바로 그때 차주원이 앞으로 나섰다.“예전에 그놈이 복수할 거면 내일 주주부로 찾아오라고 했어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정희주 씨는 그 쓰레기 같은 놈이 태성시에서 왔다고 했어요.”“태성시라고요?”강선욱과 육명준 등 사람들은 그 말을 듣더니 헛숨을 들이키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요. 그렇게 작은 곳에 내공이 이렇게 높은 사람이 있다고요?”대장로 도준경도 경악했다.“내공이 이렇게 높은데 태성시 같은 곳에 있으면 너무 낭비 아닌가요?”“하하, 그가 무슨 생각인지 누가 알겠어요? 일단 그런 디테일은 제쳐두고 정희주 씨 말로는 태성시에서 왔다고 했어요.”차주원은 조롱의 의미가 다분하게 웃어 보였다.강정수는 고개를 저었다.“단순히 태성시에서 온 사람은 아닐 거야. 만약 태성시처럼 작은 성지에서 왔다면 그가 일류 세가든 아니면 성주부든 초대를 받고 주주님의 환갑잔치에 참석할 수는 없었을 거야.”강선욱은 곧바로 강정수의 말뜻을 이해하고 그에게 물었다.“아버지, 아버지 말씀은 그가 그렇게 만만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인가요? 사람을 시켜 조사해볼까요?”강정수는 고개를 끄덕였다.“경호원에게 조사해 보라고 해. 만약 그가 9급 무왕이라면 분명 범상치 않은 사람일 거야.”“흥, 전 그가 범상치 않은 놈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조사할 필요도 없어요. 그놈은 우리 풍월종 사람을 죽였으니 제가 죽여버릴 거예요.”육명준은 주먹을 움켜쥐며 노기등등하게 말했다.강정수는 속으로 기뻐하며 곧바로 웃으며 말했다.“네, 선배님께서 나서서 그놈을 죽인다면 식은 죽 먹기죠. 그놈은 종문 제자도 아닐 거예요. 저놈처럼 개인으로 활동하는 수련자들은 죽여도 후환이 없어요.”육명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당연하죠. 상대가 누군지 알았으니 사람을 시켜 조사해봐 주세요. 그놈이 어디에 사는지 말이에요. 그놈에게 후회가 뭔지 가르쳐줘야겠어요.”차주원은 웃으며 말했다.“선배님, 그놈을 찾아갈 필요 없어요. 그놈이
“그래요. 그러면 오늘 저녁엔 나가서 둘러봐요. 죽은 사람을 다시 살릴 수는 없잖아요. 내일 사제들의 복수를 해요.”결국 육명준은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시간도 늦었으니 제가 사람을 시켜 호텔을 예약할게요. 여러분들은 편히 술을 마시고 둘러보세요.”강정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이태호 등 사람들은 일찌감치 자신이 묵는 곳으로 돌아갔다.“여보, 내일 주주님 환갑잔치에 참석할 때 성주부 사람들과 마주치게 되겠지? 우리는 성주의 아들에게 밉보였으니 내일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려고 하지 않을까?”신수민은 침대맡에 앉아 이태호에게 물었다.이태호는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여보, 걱정하지 마. 이 천홍성의 성주부가 평범하지 않은 건 맞지만 그래도 겨우 성주부일 뿐이야. 비록 강자가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 하나보다 약하잖아. 안 그래?”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내일은 주주님의 환갑잔치야. 그들은 겨우 어제 있었던 그깟 일로 날 겨냥하지는 않을 거야. 그들도 주주님의 체면을 챙겨줘야지 않겠어?”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신수민의 곁에 앉아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뭐, 뭐 하는 거야? 어젯밤에 했었잖아.”신수민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이태호는 웃으며 대꾸했다.“여보,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야. 같을 수 없다고.”“당신 내일 환갑잔치에 참석해야 하잖아. 단약은 준비했어?”신수민이 또 물었다.“걱정하지 마. 몸에 지니고 있어. 당연히 준비돼 있지.”이태호는 히죽 웃으며 신수민의 목에 또 한 번 입을 맞추고나서 그가 물었다.“여보, 준비됐어?”신수민은 순식간에 귀까지 빨개져서 이태호를 흘겨보며 말했다.“얄미워. 또 날 괴롭히려고.”다음 날 아침, 아침을 다 먹은 뒤 이태호는 주주의 환갑잔치에 참석할 준비를 했다.“소아야, 너희들은 따라오지 않아도 돼. 가서 쇼핑하거나 호텔에서 우리가 오기를 기다려. 우리끼리 갈게.”환갑잔치에 가는 거라서 사람을 너무 많이 데려가기엔 좀 그랬다.
광장의 중심에는 임시로 아주 큰 무대가 지어졌다. 그곳에는 스타들이 꽤 많았고 다들 무대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고 있었다.주주에게 초대받아 이 환갑잔치에 참석하게 된 사람들은 전부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었다.밖에는 큰 공터가 있었는데 그곳은 손님 전용 주차장이었고 미녀들이 주차를 도와주고 있었다.“환영합니다!”차가 멈추자 예복을 입은 섹시한 미녀가 다가와서 이태호 등 사람들의 차 문을 열어주며 예의 있게 웃어 보였다.이태호는 미소로 화답한 뒤 사람들을 데리고 대문 쪽으로 걸어갔다.“이태호, 정말로 왔네.”좀 일찍 도착한 차주원은 이태호가 네 명의 미녀를 데리고 온 걸 보고 곧바로 싱긋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차씨 집안의 가주 차진석은 어제 일을 알고 이태호를 향해 웃었다.“자네가 바로 그 이태호인가? 간이 부었나 보네. 우리 집안에 밉보이고 성주부에도 밉보였으면서 오늘 이 파티에 참석해? 하하, 대단하네, 대단해!”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덤덤히 웃었다.“어쩔 수 없죠. 주주님이 초대장을 보내주셨는데 제가 오지 않으면 체면이 말이 아니잖아요. 제가 안 오는 건 좋지 않으니 올 수밖에요.”“하하, 맞아. 넌 오늘 반드시 와야 해. 와야 좋지. 와야 좋아.”차주원은 크게 웃었지만 속으로는 냉소했다. 그는 오늘 이태호가 이곳에 왔으니 반드시 죽을 거고, 자신의 복수도 이뤄질 거라고 생각했다.차진석 또한 이태호가 기필코 죽을 거라고 생각하자 기분이 좋아져서 말했다.“그렇지. 주주님의 환갑잔치인데 안 오면 안 되지.”말을 마친 뒤 그는 저도 모르게 이태호에게 말했다.“참, 이 파티에 올 수 있는 사람들은 천홍성의 대단한 세가들이나 남군 쪽에서 규모가 좀 큰 편인 성주부인데, 자네는 어느 성지 성주부의 사람이지? 왜 난 자네를 본 적이 없지?”이태호가 대답하려고 할 때, 마침 남악성의 성주 윤석준이 가족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왔다.윤석준은 곧바로 다가와서 히죽거리며 말했다.“세상에, 군주님. 정말 우연이네요. 대문 앞에서 군주님을 만나다니,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