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긴 하지. 언니랑 차주원 씨는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 그는 지금 언니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는 것뿐이니까 이렇게 큰일을 도와달라고 한다면 승낙하지 않을 수도 있어. 그러면 우리는 먼저 떠나자. 우선 쇼핑부터 해. 복수라는 건 언제 하든 늦지 않잖아. 언젠가 언니가 차씨 집안 안주인이 된다면 복수하는 게 쉬울지도 모르지.”“그렇긴 하네. 그러면 가자. 쇼핑하러!”정희주는 레스토랑 입구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술을 깨물고 시연과 함께 떠났다.“저 뚱보 대체 뭐예요? 장수호라는 사람이 혼쭐난 걸 봤으면서 감히 우리에게 시비를 거네요?”신수연은 술을 마시면서 눈살을 찌푸렸다.“설마 진짜 사람을 잘못 본 걸까요?”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었다.“그건 모르죠. 어쩌면 진짜 사람을 잘못 봤을지도요. 내가 장수호를 처리해 버렸는데 감히 내게 시비를 걸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그리고 난 이미 장씨 집안과 원수를 졌어요. 그가 괜히 시비를 걸 이유가 없어요. 내가 죽기를 원한다면 장씨 집안이 손쓰길 기다리면 그만이니까요. 그들은 겨우 삼류 세가예요. 장씨 집안도 날 어쩌지 못한다면 그가 뭘 어쩔 수 있겠어요?”“그렇긴 해요. 하하, 자, 건배해요. 우리가 함께 이 번화한 천홍성에 온 걸 축하하자고요!”신수연은 술잔을 들고 웃어 보였다.“좋아요, 잠시 뒤에 우리 같이 쇼핑해요. 내가 좋아하는 가방들을 사야겠어요!”백지연은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아주 기뻐 보였다.이태호 일행은 밥을 먹은 뒤 그곳에서 나왔다.“이곳은 물가가 태성시나 남운시보다 훨씬 높네. 같은 와인도 이곳이 20% 정도 더 비싼 것 같아.”신수민은 밖으로 나온 뒤 저도 모르게 감탄하며 말했다.“그러니까요. 여기서 출근하면 월급도 높겠죠. 하지만 생활비도 많이 들 거예요.”신수연도 감탄했다.다들 얘기를 나누며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쇼핑몰로 향했다.그 쇼핑몰은 아주 컸고 1층은 기본적으로 주얼리 등을 팔았다.신수민 등 사람들은 이런 것들에
장민영은 곧바로 겸손하게 말했다.이태호가 말했다.“경호원인지 아닌지 중요한가? 오늘은 포상이라고 생각해, 그러면 되지?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다 사. 내가 잠시 뒤에 카드를 긁을 거니까.”“하하, 주인님. 그럼 감사합니다.”이호호는 곧바로 입을 가리며 웃었다.곧 미녀들은 앞에서 기쁘게 쇼핑하기 시작했다.“뭐지? 이 옷 한 벌에 4000만 원이 넘는다고?”같은 시각, 정희주와 시연 두 사람도 쇼핑몰에서 옷을 사고 있었다. 어렵사리 마음에 드는 옷을 찾은 정희주는 가격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가격이 너무 높은 탓이었다.비록 그녀는 서건우에게서 돈을 많이 얻었지만 이곳에 온 뒤로 돈을 물 쓰듯 썼고 또 돈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200억이 넘는 돈으로 좋은 곳에 별장을 샀기에 돈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물건을 살 때면 아껴서 써야 했다.“하하, 겨우 4000만 원이네요? 포장해요!”그런데 바로 그때, 뜻밖에도 그녀의 등 뒤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차주원 씨!”고개를 돌려 보니 역시나 일류 세가 출신의 차주원이 있었다. 정희주는 내심 기쁘면서 곧바로 차주원에게 말했다.“차주원 씨, 이럴 필요 없어요. 우리는 몇 번 만나지 않았는데 제가 어떻게 이렇게 비싼 선물을 받겠어요?”차주원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정희주 씨, 감정이라는 건 시간으로 잴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은 첫 눈에 사랑에 빠지잖아요, 맞죠?”정희주는 곧바로 쑥스러운 듯 고개를 숙인 뒤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차주원 씨, 그, 그건 절 말씀하시는 건가요? 저 정희주가 무슨 자격으로 차주원 씨의 사랑을 받아요?”차주원은 싱긋 웃더니 앞으로 나섰다. 그러고는 정희주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나직하게 말했다.“정희주 씨, 전 당신의 이런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좋아해요. 정말 너무 사랑스럽네요.”정희주는 더욱 쑥스러워하면서 두 걸음 뒤로 물러나며 말했다.“차주원 씨, 왜 이렇게 사람이 가벼워요? 저희는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잖아요. 이 옷은
매장에서 나온 뒤 정희주는 먼 곳에서 이태호가 신수민 등 사람들과 함께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걸 보았다.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당황했다. 그녀는 일부러 무서운 듯 돌아서서 겁먹은 얼굴로 말했다.“차주원 씨, 저희 이쪽으로 갈까요?”정희주의 긴장한 모습은 누구라도 보아냈을 것이다.차주원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정희주에게 물었다.“정희주 씨, 무슨 상황이에요? 왜 돌아서요?”“그 사람이네!”옆에 있던 시연은 앞에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저 사람이에요. 여자들을 데리고 가방을 파는 매장 안으로 들어간 사람이요.”“그 사람이라니요? 누구요?”차주원은 표정이 어두워진 채 시연을 보고 말했다.정희주는 고개를 푹 숙이고 감히 말도 하지 못했다. 그녀는 일부러 무서운 척 말했다.“차주원 씨, 우리 이쪽으로 가요. 전 저 사람을 보고 싶지 않아요!”시연은 정희주가 연기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 목적은 차주원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그녀의 편을 들어주게 하기 위해서였다. 정희주도 말했다시피 두 사람은 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만약 먼저 나서서 차주원에게 7급 무왕을 상대하라고 한다면 좋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차주원이 먼저 나서서 도와주겠다고 한다면 그 효과는 달랐다. 차주원이 먼저 나선다면 정희주는 상대방에게 빚을 지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시연은 옆에서 말했다.“희주 언니의 전 남자친구예요. 언니가 사귀었던 유일한 남자친구였는데 글쎄 폭력을 휘둘렀다니까요. 예전에 언니랑 만날 때, 술을 마시면 자주 언니를 때렸어요. 언니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그와 헤어졌고 혼자서 천홍성으로 왔어요.”“뭐라고요? 그런 짐승 같은 놈이 있다고요? 여자를 때리다니, 그게 무슨 남자예요?”차주원은 정희주와 사귈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정희주의 편을 들어줄 기회가 생겼으니 당연히 놓칠 수 없었다.그는 두려워하는 정희주를 잡아당긴 뒤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정희주 씨, 두려워하지 마요. 저놈이 당신을 때렸다면 내가 저놈을 때려줄게요. 내가 저 빌어
바로 그때, 한 노인이 차갑게 웃으며 같잖다는 듯 말했다.“수련을 모르는 사람들이니 별말 하지 않겠어요. 잠시 뒤에 잘 보고 있어요. 제가 저 자식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말이에요.”정희주는 눈을 빛냈다.“정말이에요? 정말 잘 됐어요. 하지만 전 그 사람을 죽일 생각은 없어요. 그냥 뼈를 부러뜨리고 폐인으로 만들 생각뿐이에요. 그가 폐인이 된다면 그의 돈을 빼앗아 그를 거지로 만들 수 있잖아요. 그래야 좋죠.”“그건 간단해요. 걱정하지 말아요. 저 녀석은 끝장났어요. 감히 희주 씨를 그렇게 대하다니, 오늘 반드시 그를 혼쭐내줄게요!”차주원은 싱긋 웃더니 정희주 등 사람들을 데리고 그곳으로 향하려 했다.정희주는 살짝 두려웠지만 이내 차주원이 일류 세가 도련님이라는 걸 떠올렸다. 그리고 이 천홍성은 원래 그의 구역이었기에 설령 이태호를 이기지 못하더라도 이태호는 그들을 죽이지는 않을 것이다.그렇게 생각한 정희주는 차주원을 따라 그곳으로 향했다.차주원 등 사람들은 밖에서 걸었고 정희주와 시연은 그들의 뒤를 따랐다.시연은 작은 목소리로 정희주에게 말했다.“희주 언니, 왜 차주원 씨에게 이태호가 7급 무왕이라는 걸 얘기하지 않는 거야? 7급 무왕이면 엄청 강해. 차주원 씨 부하들이 이태호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면 어떡할래?”정희주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그들이 이태호의 상대가 된다면 좋지. 안 되더라도 상관없어. 이태호가 차주원 씨 부하들을 쓰러뜨린다면 차주원 씨는 그와 원수가 되는 거고 그렇게 된다면 절대 이태호를 가만두지 않을 테니까.”시연은 그 말을 듣고 깨달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곧바로 남몰래 정희주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웠다.“이 가방 예쁘네요. 저 이거 살래요!”바로 그때, 비싼 가방을 파는 매장 안을 한참 둘러보던 신수연은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하고 흥분해서 말했다.“이 가방 저도 마음에 들어요!”정희주는 두 걸음 걸어가서 그 가방을 빼앗더니 차주원의 옆에 섰다.“정희주!”이태호와 신수민은 그녀를 본 순간 눈동자가 커졌다.
이태호와 정희주의 대화를 들은 차주원은 오해가 더욱 깊어졌다. 그가 보기에 이태호는 정희주를 때렸을 뿐만 아니라 반성도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그는 곧바로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이 자식 정말 쓰레기네. 오늘 내가 단단히 혼쭐내줄게.”말을 마친 뒤 그는 뒤로 두 걸음 물러서며 손을 흔들었다.“다들 덤벼!”이태호는 당황하더니 저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하하, 난 당신이 직접 나서는 줄 알았어. 날 혼쭐내줄 거라면서 부하에게 덤비라고 하네. 본인이 덤빌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허풍을 떤 거야?”“하하, 이 자식 말을 꽤 잘하네. 이 사람들이 널 폐인으로 만들어 버려도 그런 얘기를 할 수 있을지 지켜보겠어.”’차주원은 피식 웃었다. 그는 이태호가 안중에도 없었다.“덤벼! 내가 상대해 주겠어!”그 노인이 먼저 나섰다. 그는 5급 무왕 내공의 강자였기에 그도 이태호를 얕봤다. 그는 순식간에 이태호의 앞에 나타난 뒤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다.그러나 그렇게 빠른 속도에도 불구하고 이태호는 순식간에 반응했다.이태호는 몸을 살짝 비틀며 손쉽게 상대방의 주먹을 피했다. 그리고 내친김에 그의 가슴팍을 공격했다.“퍽!”별거 없는 공격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무한한 힘이 들어있었다. 그 노인은 멀리 날아가서 바닥에 내동댕이쳐졌고 곧이어 피를 뿜었다.남은 사람들은 그때 몰려들었다.그러나 그들의 내공은 그 노인보다 못했고 다들 상대가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잠시 뒤 그들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이, 이럴 리가 없는데?”정희주는 겁을 먹고 뒤로 두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안색이 무척 흐렸다.“도련님, 이 자식 적어도 7급 무왕이에요. 이 녀석 엄청 강해요!”그 노인은 고통을 참고 달려와 차주원의 앞에 서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내공이 그렇게 높다고요?”차주원은 안색이 흐려지며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그는 원래 정희주의 화풀이를 해주며 자신에게 그녀를 지킬 힘이 있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되니 체면을 세우기는커녕 오히려 망신만
말을 마친 뒤 이태호는 정희주에게 말했다.“정희주, 네가 들고 있는 가방은 수연 씨가 마음에 들어 한 거야. 그걸 들고 갈 생각은 아니지?”정희주는 그제야 자신이 가방 하나를 들고 있음을 떠올렸다. 그녀는 씩씩거리면서 걸어가더니 들고 있던 가방을 신수연의 발치에 떨어뜨렸다.“가져가. 내가 이걸 좋아하는 줄 알아? 흥, 난 가방이 부족하지 않아!”말을 마친 뒤 정희주는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주워!”이태호는 차가운 얼굴로 말했다. 그는 이 부잣집 도련님이 또 시비를 걸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정희주가 그를 꼬신 것이 분명했다. 지네는 잘려 죽어도 꿈틀대며 자빠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데 정희주가 딱 그랬다.“이 녀석, 선 넘지 마!”차주원은 곧바로 두 걸음 앞으로 나서며 이태호를 노려보았다.“셋 셀 때까지 줍지 않는다면 당장 죽여줄게!”이태호는 차주원을 신경 쓰기가 귀찮았다. 그는 정희주를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넌 몇 번이나 날 상대하려고 했어. 난 네게 자비를 베풀 만큼 베풀었다고 생각해. 하지만 그래도 굳이 죽음을 자초할 생각이라면 날 탓하지 마.”정희주는 겁을 먹었다. 그녀는 이태호의 눈빛에서 서늘한 살기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정희주는 곧바로 쭈그리고 앉았다. 비록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바닥에 내팽개쳐진 가방을 주워서 신수연에게 건넸다.“이 자식, 선을 넘네. 넌 후회하게 될 거야!”차주원은 이태호를 쏘아보더니 정희주를 데리고 떠났다.쇼핑몰에서 나왔을 때 차주원은 너무 화가 나서 안색이 좋지 않았다.정희주는 곧바로 차주원에게 사과했다.“차주원 씨, 미안해요. 저 때문에 당신 경호원들이 맞았고 체면까지 구겼잖아요.”거기까지 말한 뒤 정희주는 억울한 듯 말했다.“저도 대체 영문을 모르겠어요. 그가 7급 무왕이었다니, 그가 그렇게 강한 줄 알았다면 차주원 씨가 저 대신 복수하겠다는 걸 극구 말렸을 거예요.”정희주가 이렇게 얘기할수록 상대방은 반드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차주원은 곧바로 말했다.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요. 천홍성에서 정희주 이 빌어먹을 여자를 마주치다니!”신수연은 가방을 보면서 투덜댔다.옆에 있던 신수민은 이태호를 보며 일부러 장난조로 말했다.“태호 씨 저 여자랑 인연인 거 아냐? 이런 곳에서 마주치다니, 이 정도면 인연이지.”이태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랑 쟤가 인연이라고? 굳이 인연이라고 한다면 악연이지!”거기까지 말한 뒤 이태호는 일부러 신수민에게 말했다.“자기야, 우리야말로 인연이지. 우리 하룻밤만 보냈는데 당신이 임신했으니 인연이 아니면 뭐야?”신수민은 순간 얼굴이 화끈거려 이태호를 흘겨봤다.“뭔 헛소리를 하는 거야?”“헛소리가 아니지. 이건 하늘이 내려준 인연이야. 하늘이 정해준 거니까 거절할 수 없잖아. 하하, 그렇지?”소지민은 이태호가 점점 더 마음에 들었다. 이런 사위가 있으니 어딜 가든 체면이 섰다.또 지금 이태호와 함께 외출하면 친구들에게 자랑거리가 되었다.“엄마, 엄마도 왜 헛소리를 하는 거예요?”신수민은 쑥스러워서 어머니를 흘겨봤다.이태호는 웃으며 신수민에게 말했다.“자기야, 자기도 가방 두 개 골라. 수연 씨랑 지연이도 골랐는데 자기는 왜 안 골랐어?”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면 하나 고를게. 어차피 자기가 사주는 거니까.”물건을 산 뒤 이태호는 계산하고 나서 매장에서 걸어 나왔고 곧장 옆 매장으로 들어갔다.그들이 안에서 나왔을 때 미녀들의 손에는 쇼핑백 여러 개가 들려있었다.“우리 쇼핑도 거의 다 했으니까 돌아가서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요? 잠깐 쉬고 저녁에 좋은 호텔 찾아서 맛있는 음식을 먹자고요, 어때요?”이태호는 생각한 뒤 말했다.“그래요. 형부, 정말 너무 좋아요!”신수연은 쇼핑백 여러 개를 들고 흥분해서 말했다.옆에 있던 소지민은 기회를 틈타 말했다.“당연히 좋지. 돈 있으면 좋아. 원하는 건 뭐든 살 수 있으니까. 그러니까 수연아, 남자친구를 찾으려면 네 형부 같은 사람을 찾아. 돈 있고 능력 있고 의술도 할 줄 아는 사람. 네 형부
소지민은 앞을 보고 안색이 흐려졌다.“저 부잣집 도련님들은 어디서 난 용기래? 조금 전에 태호가 그들을 혼쭐냈었잖아. 그런데 또 사람을 데리고 왔네. 아까 그 노인도 내공이 낮지는 않을 텐데 우리 사위의 상대가 되지 못했잖아.”이태호는 힐끗 보고 말했다.“이번에는 반드시 정희주를 죽여야겠어요. 몇 번이나 제게 시비를 걸었으니 말이에요. 제가 계속 봐줬더니 이번엔 부잣집 도련님을 이용하려 드네요. 이번에는 절대 도망치게 놔두지 않겠어요.”예전에 태성시에 있을 때, 서건우를 죽이고 난 뒤 이태호는 범용에게 정희주를 조사해 보라고 했는데, 결국 그녀가 교활하게 이미 태성시에서 도망쳤다는 걸 알게 되었다.이태호는 이토록 큰 세상에 성지가 이렇게 많은데, 하필 역겨운 정희주를 다시 만날 줄은 몰랐다.그러니 이번에는 절대 봐주지 않을 생각이었다.“하하, 죽음을 자초하는 녀석들이네요. 주인님, 저희가 할까요?”이소아는 주먹을 주무르면서 당장이라도 튀어 나갈 듯 굴었다.그러나 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너희는 대신 물건만 들고 있어 주면 돼. 이번에 온 사람들은 만만치 않거든. 8급 무왕 한 명에 7급 무왕 두 명이야. 오늘 그 부잣집 도련님은 아마 일류 세가 사람일 거야.”“8급 무왕 한 명에 7급 무왕 두 명이라니!”이소아 등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헛숨을 들이켰다. 그들은 이번에 찾아온 상대가 이토록 강할 줄은 몰랐다.“정희주는 운도 좋아. 저런 부잣집 도련님을 홀렸으니 말이야. 저 여자 수완은 정말 좋아!”신수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형부, 잘 생각해요. 정희주를 죽인다면 저 부잣집 도련님과 원수가 되는 거예요. 그는 무려 일류 세가 도련님이잖아요.”이태호는 웃으며 말했다.“어쩔 수 없죠. 일류 세가라고 해도 저 집안에서 내공이 가장 높은 사람은 8급 무왕 정도겠죠. 내가 8급 무왕을 죽인다면 그들이 또 시비를 걸겠어요? 내게 시비를 걸 능력이 되겠냔 말이에요.”신수연은 피식 웃었다.“그러게요. 형부는 보통 사람이 아니죠. 형부는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