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호야, 누군지 몰라?”이태호의 심각한 표정을 보며 이태식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아무 이유 없이 남을 도울 사람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이태호가 고개를 저었다.“그 여자 얼굴 본 적 없어요?”이에 연초월이 고개를 저었다.“아니, 그분은 매번 문만 두 번 두드리고 떠나가. 가끔 달려나가도 뒷모습밖에 보지 못해. 항상 오토바이를 타고 돈을 두고 갔어. 어떤 때는 아침에 오고 어떤 때는 밤에 와서 도통 종잡을 수가 없어. 하지만 보통 매월 15, 16일 좌우에 오더라.”이태호가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저희들을 도와준 사람들한테 어떻게든 보답할 거예요.”그리고 그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부모님을 보며 말했다.“엄마, 이제 더 이상 폐지 줍지 말아요. 그리고 아빠도 내일부터 현장에 나가지 마요. 이제부터 돈은 제가 벌게요.”그러나 이태식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빠 이제 50살밖에 안 됐어. 나중에 체력이 따르지 못할 때 그만두면 돼.”연초월도 한마디 덧붙였다.“그러니까, 돈 쓸 일도 많은데 지금 그만둘 수 없어.”이태호는 잠시 고민하다가 담담하게 말했다.“저한테 돈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귀인께서 준 돈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걸요. 엄마, 아빠가 계속 힘들게 일하면 제 마음만 아파요.”아들이 시무룩해 하는 모습에 연초월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네가 돌아왔으니까 우리도 이제 편하게 지내야지. 하현우한테 줘야 할 돈도 다 줬으니까 우리도 이제 다리 쭉 뻗고 살자.”이태호는 이번에 이태식한테 고개를 돌렸다.“아빠 요즘에 요근 손상이 생겼어요. 허리도 회복할 겸 이제부터 푹 쉬어요. 계속 일하다가는 건강만 잃게 될 거예요.”“내가 허리 아픈 건 어떻게 알았어?”이태식은 어안이 벙벙했다. 그는 요즘 허리가 갑자기 아프기 시작했고 아직 아내한테도 말하지 않았다. 괜히 병원에 갔다가 돈만 쓸 게 뻔했으니 말이다.“여보, 왜 나한테 말하지 않았어?”두 사람의 얘기를 듣고 있던 연초월이 남편을 째려봤다.“돈보다
용지혜는 앞에 있는 남자가 이런 어조로 말할 줄은 예상치 못해 순간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용지혜는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억지로 웃어 보이며 말했다.“하하, 대체 우리 할아버지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죠? 이런 질문 하는 것도 안 돼요? 뇌출혈인데 수술도 안 하고 이렇게 몇 번 막 누르고 약 먹으면 낫는다는 소리는 처음 들어보네요.”뒤이어 용지혜는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당신 의사예요? 의사 면허 있어요? 가져와 보세요!”이태호는 고개를 저었다.“없어요.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제가 사람을 구했다는 거죠. 조금 전에 제가 당신 할아버지를 구하지 않았나요? 설마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는 걸 보고 싶었어요?”이태호는 상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저도 당신이랑 쓸데없이 얘기 나누고 싶지 않네요. 이런 걸 본 적 없다는 건 당신 견식이 얕다는 걸 의미하니까요.”“당신...”용지혜는 욱해서 이를 악물었다.“지금 본인이 누구랑 얘기하고 있는 줄 알아요?”“전 당신 모르는데요.”눈앞의 젊은이는 같잖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전 억지 부리는 여자랑은 얘기 안 해요.”“아!”용지혜는 울컥 화가 치밀어 주먹을 꽉 쥐었다.“전 경호원들 불러서 당신을 혼쭐내라고 할 수도 있어요. 당신 참 예의 없는 사람이네요. 당신이 우리 할아버지에게 이상한 걸 먹였는데 물어보는 것도 안 돼요?”“그건 사람을 구하는 약이에요. 제가 설명하면 당신이 이해할 수 있겠어요?”이태호가 반박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았기에 그녀에게 설명하고픈 마음이 없었다. 그는 잠깐 고민하다가 말했다.“사람을 구했는데 이런 태도를 보일 줄은 몰랐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아까 도와주지 않았을 텐데 말이에요. 조금 전 전화해서 구급차를 불렀다면 병원에 도착했을 때쯤에 당신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을 거예요.”바로 이때, 용지혜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지혜야, 이 청년이 의사 면허가 있든 없든, 내게 무슨 약을 먹였든 중요치 않다. 조금 전
용지혜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아버지. 알겠어요. 전 그런 차림새를 한 사람이 진짜 신의일 줄은 몰랐어요. 그런 존재라면 일반적으로 돈이 부족할 일이 없지 않나요?”“하하, 어쩌면 고수에게는 그런 것도 하나의 수행일지도 모르지!”용우진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비밀스러워 보이는 젊은이 이태호에게 많은 궁금증을 안고 있었다.“수행이요?”용지혜는 의아함에 미간을 찌푸렸다.“마음을 갈고 닦는 것도 하나의 수행이다. 높은 수준의 은둔 생활은 번화한 도심 속에서 마음을 갈고 닦아 평온함을 찾는 거란다. 어떤 고수들은 어쩌면 이미 많은 것을 간파했을지도 몰라. 은밀한 고수들의 생각을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알 수 있을 리 없지!”용우진은 너털웃음을 짓더니 감개하며 말했다.“우리 용씨 일가에게 오늘이 있는 것도 당시 고수 한 분이 우리를 도와줘서다!”용지혜는 그 말을 듣더니 사색에 잠긴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같은 시각, 이태호는 한 은행 밖에 서 있었다.그는 미친 어르신이 그에게 건네준 로얄 퍼플 카드를 바라보며 미간을 구겼다.“미친 어르신이 말하길 이 안에 돈이 적지 않다던데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나더러 음력 8월 15일 저녁에 반드시 드래곤 아일랜드에 가야 한다고 했어. 그곳에 기회가 있다면서 말이야. 하하, 아직 한 달이나 남았네!”손을 만져보니 미친 어르신이 준 드래곤 링이 있었다. 이태호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고 그는 곧 안으로 들어갔다.“경비원, 경비원, 뭐 하는 거예요? 이렇게 후줄근한 차림의 사람을 들여보내다니요? 이곳이 거지도 들어올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어쩐지 멀리서부터 궁상맞은 냄새가 난다 싶었어!”이제 막 안에 들어섰는데 금과 은으로 된 액세서리를 가득 차고 있는 귀부인이 혐오 가득한 얼굴로 경비원에게 소리를 질렀다.경비원은 이태호에게 다가가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안녕하세요. 여기 볼일 있는 게 아니시라면 저희 일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이태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그는 경비원을 보
“전 세계를 통틀어 10장뿐이라니!”“자산이 2,000억이 넘는 사람도 소유할 자격이 없다고 했어!”겁을 먹고 오줌을 지린 여성은 그 말을 듣고 다시 한번 오줌을 지렸다. 정신을 완전히 놓은 듯 보였다.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저러한 차림새에 머리도 헝클어져 거지 같아 보이는 청년에게 그렇게 많은 돈이 있을 수 있을까?그녀는 대뜸 고개를 들더니 은행장에게 말했다.“잘못 아신 것 아니에요? 저 카드가 가짜일 수도 있잖아요? 어쩌면 그냥 비슷하게 생긴 걸지도 모르죠. 저런 꼴을 한 사람이 저런 카드를 가질 수 있을까요? 그럴 자격이 있을 것 같아요?”이태호는 그녀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자격이 없다고요? 그러면 당신은 자격이 있나요?”이태호의 싸움 실력을 상기한 여자는 재빨리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여전히 인정할 수 없었다.은행장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이 카드는 저도 우연히 한 번 본 게 답니다. 얼마나 심심하면 가짜를 만들어 절 속이려 하겠습니까?”말을 마친 뒤 그는 잘 보이려는 듯이 허리를 살짝 숙이며 이태호에게 미소를 지었다.“고객님, 제가 직접 고객님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도 되겠습니까? 앞으로 무슨 일 있으시다면 절 찾아 주십시오!”사실 은행장도 그 카드가 가짜는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도박할 수 없었다. 도박에서 지고 이러한 인물에게 밉보이게 된다면 아마 은행에서 잘릴 것이다.그리고 가짜일 리 없었다. 정말 가짜라면 업무를 처리할 때 곧바로 가짜라는 것이 티가 날 것이고 그때 다시 태도를 달리 해도 늦지 않았다.“중요한 건 이 카드 안에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저도 모른다는 겁니다. 다른 사람이 준 건데 그냥 잔액 좀 확인해볼 생각이었어요! 그리고 제 전화번호를 연동시켜 거래내용통지 서비스를 신청할 생각이에요. 그렇게 하면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겠죠!”이태호가 덤덤히 한 말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었다.“저 카드 가짜가 틀림없어요. 어떤 사람이 저런
잠깐 고민하던 이태호는 결국 문 앞에서 서서 가볍게 노크했다.“누구세요?”예쁜 여자는 노크 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문 앞에 섰다.그녀는 사색에 잠긴 얼굴로 이태호를 자세히 살폈다.“안녕하세요, 누구시죠?”이태호는 자신의 눈앞에 서 있는, 흠집이라고는 전혀 없는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하하, 절 찾으러 오신 건 그쪽이잖아요? 누구냐니, 그 질문은 제가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상대는 싱긋 웃어 보였다. 그녀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놓으며 팔짱을 둘렀고 미소 짓는 얼굴은 아주 아름다웠다.이태호는 미간을 구겼다.“아, 전 이태호입니다. 당신이 누군지 궁금했습니다. 왜 저희 부모님을 도와주고 계시는지도요. 제 친구라면서 매달 저희 부모님께 돈을 보내셨더군요. 전 당신 같은 친구가 기억에 없는데 말이죠!”이태호는 눈앞의 여자가 어쩐지 눈에 익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도저히 상대방이 누군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물어볼 셈이었다. 어쩌면 고등학교 동창일지도 몰랐다. 몇 년 동안 얼굴을 보지 못해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정상이었으니 말이다.눈앞의 미인은 자신의 눈앞에 선 남자가 자신을 이태호라고 소개하자 순식간에 미소가 굳었다.그녀의 눈빛에서 약간의 노여움이 보였다. 그녀는 눈시울이 빨갛게 되었고 눈물이 당장이라도 넘쳐흐를 것 같았다.여자는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 눈을 감고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다시 눈을 떴다.그녀는 이태호를 뒤로 살짝 밀치면서 문을 나섰고 집 안에 있는 은재에게 말했다.“은재야, 엄마 잠깐 볼일 있어. 이 아저씨랑 얘기 좀 나눠야겠어!”말을 마친 뒤 그녀는 방문을 닫았다.“저희 아는 사이인가요?”여자의 반응에 이태호는 어리둥절해졌다. 아무리 기억을 되짚어봐도 언제 그녀를 만났었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그리고 여자가 왜 자신을 죽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하하, 이렇게 일찍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네요. 난 그래도 5년 뒤에나 나올 줄 알았는데!”여자는
“장재원?”이태호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남자를 바라보며 안색이 어두워졌다. 기분이 언짢았지만 억지로 웃으며 물었다.“너희들 이게 무슨 상황이야?”김지영이 득의양양하게 웃었다.“모르겠어? 우리 두 사람 결혼했어. 졸업한 지 얼마 안 돼 결혼했어. 네가 결혼식에 오지 못한 건 아쉽지만 이해해줄게. 넌 그때 감옥에 있었으니 어쩔 수 없었을 거야.”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두 사람은 얼굴에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말투에서 더 없는 우월감이 드러났다. 학창시절 때 이태호가 너무 훌륭했고 학생회 회장이었기 때문이다.“이태호,어디 가려던 참이야?”장재원이 또 물었다.“원주 호텔에 가려고!”이태호가 시큰둥하게 대답했다.“그래? 너도 정희주의 결혼식에 가는 거야? 타, 가는 길에 태워줄게.”장재원이 웃으면서 말했다.“걱정하지 마. 너 옷이 조금 낡긴 했지만 난 별로 신경 안 써, 너도 아우디를 타는 기분을 좀 느껴봐.”“아우디를 타는 기분?”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리고 차갑게 웃더니 차에 올라탔다.“그러고 보니 아우디를 못 타 봤네, 가죽으로 만든 의자 맞아?”이태호는 말하면서 뒷좌석을 만졌다.“부드럽긴 하군.”“후훗, 세상 물정 모르는 자식, 이 차는 최고급 사양이야, 몇천 만 원씩이나 한다고.”장재원은 운전하며 으쓱해했다.“너 왜 계속 만져? 그러다가 고장 내면 물어줄 수 있겠어?”이태호는 웃으면서 대답했다.“그래도 난 헬기를 타는 느낌이 더 좋아. 이번에도 헬기를 타고 왔거든.”“쿨럭!”앞에 앉은 김지영이 물을 마시다가 이태호의 말에 사레가 걸렸다. 그녀는 병마개를 닫고 고개를 돌렸다.“농담도 참, 너 따위가 헬기를 타고 다닌다고? 하하, 너 참 유머러스하구나.”말을 마친 그녀는 또 이태호를 훑어보며 말했다.“태호야, 너 이 옷과 바지가 대학교 때 입고 다니던 거지? 왜 아직도 입고 다니는 거야? 이젠 안 맞지 않아? 참, 머리는 방금 손질했나 봐?”장재원이 말했다.“원주 호텔은 여기에서 유명한 호텔인데 태호도 이미지에
“설마, 용우진이 너에게 밥을 사준다고?”장재원과 김지영은 어리둥절해졌다.“설마, 절대 그럴 리 없어. 그 사람이 그냥 영감탱이인 줄 알아? 너 그 사람이 누군지 알아?”장재원이 물었다.“그 사람은 용씨 집안의 지배인이야. 태성시에 이런 명문가가 세 개 있는데 그 사람들이 발 한번 굴러도 태성시가 흔들릴 정도고, 아무렇게나 내린 결정 하나에 태성시의 미래가 바뀐다고. 그런데 그런 사람이 너한테 밥을 사준다고?”이태호는 생각에 잠기다가 장재원에게 말했다.“그럼 하씨 가문은 어때? 용씨 가문과 비교할 수 있는 가문이야?”장재원이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농담해? 하씨 가문은 3대 명문가에 속하지도 못해. 기껏해야 부자 정도나 되겠지. 하지만 요 몇 년간 사업이 잘돼 3대 명문가에 입성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 하씨 가문의 자산은 200억이 넘어. 하지만 명문가에 비할 정도는 아니야, 명문가라고 하면 적어도 2000억은 있어야 하고 그보다 더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가문도 있어.”“그렇구나.”이태호가 담담하게 말했다.“용씨 가문이 대단하긴 한가 보구나. 하지만 난 그저 밥 한 끼 먹으러 가는 것이지 그들에게 아부할 생각은 없어.”“풉!”장재원이 저도 몰래 웃어버렸다.“너 이 자식, 쿨한 척하기는. 그 사람이 누구야? 네가 그런 사람이랑 만날 일이나 있겠어? 밥을 사준다고? 헛소리하고 있네. 너 따위는 그 사람의 잔심부름하는 자격조차 안 될걸. 네가 아니라 하현우라 하더라도 그 사람들에게 아부할 기회가 없어.”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차는 원주 호텔 앞에 도착했다. 호텔 직원에게 차 키를 건네주고 난 후 세 사람은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의외로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이태호는 정희주의 부모님을 만났다.“2층으로 올라가서 오른편 방이에요.”정희주의 부모님이 지인 두 명을 2층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말을 마친 정희주의 어머니인 장다은이 이태호를 발견하고 표정이 어두워졌다.“이태호, 네가 여긴 왜 와? 오늘은 정희주의 결혼식이야. 너
“이태호,바보야?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네가 뭘 어떻게 한단 말이야? 죽고 싶어?”옆에 있던 김지영도 깜짝 놀라며 이태호가 참 사리 분별 못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감옥에도 가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어머, 이태호, 너도 왔어? 정말 귀한 손님이네.”그때 양복을 입은 사람이 히죽거리며 걸어왔다. 이태호는 담담히 그를 힐끗 보고 나서 입을 열었다.“연진욱, 너도 있었네?”“당연하지, 대학 동기인데 당연히 정희주의 결혼식에 참석해야지.”연진욱은 비아냥거리면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참, 대학교 다닐 때 너 정희주를 좋아하지 않았어? 정희주가 날 못마땅하게 여기는데 넌 정희주랑 사귄다고 매우 의기양양했었잖아? 하지만 지금은 왜 이 꼴인 거야? 네 꼬락서니를 좀 봐. 구걸하러 왔어?”이태호가 말이 없자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그러고 보니 넌 잘 생겼고 성적도 좋았지만 별 쓸모가 없어. 돈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야. 날 봐, 하현우의 회사에서 이미 부장 자리에 앉았잖아. 집에는 젊고 예쁜 아내까지 있는데 넌 이게 뭐야?”이태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연진욱,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마. 정희주 같은 여자는 이제 나한테 준다고 해도 나 이태호가 싫어. 정희주가 아니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는 것도 내가 거절했어.”“풉!”이 말을 들은 연진욱은 폭소를 터뜨렸다.“하하, 이런 젠장, 너무 웃겨. 5년이나 옥살이를 하더니 배운 게 고작 허풍 치는 거야? 군신의 손녀딸이 결혼하자 했다고? 너 정희주에게 차이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니야?”“연진욱, 그만해. 다 동창인데 그러지 마. 이태호가 희주와 신혼집까지 봐뒀었다는 걸 너도 알잖아. 오늘이 희주 결혼식인데 이태호 마음이 불편한 건 당연해. 꼭 이럴 때 신경을 긁어야겠어?”옆에 있던 김지영이 더는 봐줄 수 없어 이태호를 도와 한마디 했다.“칫, 그게 뭐라고?”연진욱은 김지영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돌아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여러분, 여러분들은 지금 아주 궁금할 거예요.
조정운이 외친 소리에 원래 기세등등했던 조씨 가문의 수사들은 잇달아 제정신으로 돌아왔다.맹동석 등 세 사람과 싸우고 있던 조시환은 들고 있는 영보가 금빛을 발산하였고 거대한 기운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보름달 모양의 기류를 형성하였다. 맹동석 등이 기류를 피한 틈을 타서 조시환은 재빨리 빠져나와서 조정운 옆으로 후퇴하였다.잠깐 싸우는 동안에, 원래 노기등등했던 수십 명의 조씨 가문 장로들은 모두 상처를 입었다. 특히 대지에 검기로 가득 찬 골짜기를 보자 조정운의 얼굴이 숯처럼 어두워졌고 음침해졌다.그는 이번에 총 80여 명의 조씨 가문에 있는 대부분의 장로를 데리고 왔다.내공이 가장 높은 조시환, 8급 성자급 장로 두 명 외에 나머지 장로들은 모두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다.더욱 조정운을 화나게 한 것은 방금 이태호가 또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 두 명을 격살하였다.이 두 장로는 내공이 그다지 높지 않고 3급 성자 경지이지만 그의 앞에서 죽인다는 것은 그의 체면을 구기는 것과 같았다.그러나 아무리 불쾌하더라도 지금 조정운은 아무것도 할 수 없고 이태호를 노려보기만 했다.선우정혁의 실력은 원래 그보다 많이 높았다. 계속 싸운다면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물론이고 자기도 여기서 한을 품고 죽을 수 있다.여기까지 생각한 조정운은 음침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표정으로 하늘에 있는 선우정혁을 바라보면서 콧방귀를 뀌었다.그 전에 조정운은 자신이 직접 나섰으니 선우정혁은 성왕 경지인 자신의 체면을 봐서 이태호를 내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선우정혁은 이태호를 감쌀 뿐만 아니라 이태호를 지키기 위해 조씨 가문과의 싸움도 불사했다.일이 이 지경으로 된 이상,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협박해서 이태호를 내놓으라는 것은 망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그가 핏줄이 불끈 솟아오를 정도로 주먹을 꽉 쥐고는 힘을 풀었다.그러고 나서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가문 사람들에게 말했다.“철퇴!”조정운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바로 빛으로 변해서 하늘로 사라졌다.풀이
조씨 가문의 두 성자급 장로도 재빨리 상응한 방어 수단을 꺼내서 경상만 입었다.두 사람은 입가에 흐른 피를 닦은 후 다시 기운을 내서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죽어라!”이를 본 이태호의 눈빛이 차갑게 변했고 기혈이 끓어오르면서 하늘로 치솟는 검의를 내뿜었다.다음 순간, 그의 단전 내에 있는 혼돈 검영이 불쑥 이태호의 손에 나타났다.그 작은 검이 나타나자마자 태일종문에 있는 제자들의 장검이 일제히 윙윙거렸고 스스로 칼집에서 나오면서 허공을 맴돌았다.손에 혼돈 검영을 쥔 이태호의 눈빛에 살기로 가득 찼고 주변의 수많은 천지의 힘은 빠르게 검 속에 들어갔다.천지의 힘이 검 속에 들어갈수록 작은 검이 내뿜은 기운도 점점 공포스러워졌고 혼돈 현황의 빛을 띠었으며 검의가 쩌렁쩌렁 굉음을 울렸다.“참하라!”이태호가 큰 소리를 지르면서 혼돈 검영을 날렸다.“촤르륵!”검이 빠르게 날아갔고 스쳐 지나가는 공간은 예리한 검빛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지면서 어두침침한 허무를 드러냈다.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작은 검이 점점 허황해 보였다.숨을 한번 쉰 사이에, 혼돈 검영은 반달 모양의 아치형 황금빛 검빛으로 변해서 허공을 갈랐다.숨을 두 번 쉰 사이에, 아치형 황금빛 검빛이 점점 커지면서 순식간에 백 장이나 커졌다.숨을 세 번 쉰 사이에, 온 하늘이 검빛에 물들어 황금색으로 변했다. 검빛 아래에 있는 조씨 가문의 두 장로는 개미처럼 보잘것없이 보였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순식간에 검빛에 의해 피안개로 되었다.“콰르릉!”자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면서 길이가 만 장이나 된 골짜기가 대지에 나타났다.잔여 검의는 골짜기에서 솟아오르면서 주변의 모든 것을 날카롭게 잘라버렸다.고공에서 선우정혁과 싸우고 있는 조정운이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장로 두 명을 격살한 것을 보자 눈에는 살기로 가득 찼고 마치 시체 더미와 피바다에서 걸어 나온 것처럼 짙어 보였다.그는 험상궂은 표정으로 이를 부득부득 갈면서 소리쳤다.“이태호!”조정운이 한눈판 순간, 그의 귓가에 차가운 웃음소리가
제대로 선우정혁의 한방을 먹은 조정운은 평소와 다름이 없는 표정을 지었다.반대로 주변에 있는 수십 명 조씨 가문의 장로들은 광풍에 휘날려서 비틀거리면서 쓰러질 뻔했다.조정운은 몸이 움찔거렸고 손을 휘젓자 9척이나 긴 자금색 긴 창이 불쑥 그의 손에 나타났다.이 긴 창은 전체가 흰색 화염으로 불타올랐고 번갯불이 번쩍이면서 사람들에게 숨 막힌 느낌을 주었다.이것이 발산한 기운의 파동만으로도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고 붕괴하게 할 수 있는 최상급 영보였다. 병기를 꺼낸 조정운의 기세가 더 높이 치솟아 올랐다. 조정운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면서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선우 종주, 그럼 한 수 가르쳐 주십시오!”다음 순간, 조정운의 그림자가 번쩍거리면서 긴 창을 들고 반원 모양을 그리면서 선우정혁을 향해 거세게 내리찍었다.이를 본 순간 선우정혁은 여전히 태연자약하게 8급 성왕의 기운을 내뿜었고 손바닥에 현광을 모아서 덮쳐온 조정운을 향해 손을 내밀고 공격했다.그러자 조정운을 단번에 날려버렸다.이 공격에 형성한 충격파로 인해 땅바닥에 지름이 수 리나 되는 구덩이가 생겼다.조정운이 날아간 것을 보자 선우정혁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냉소를 지었다.“4급 성왕인 주제에 감히 내 앞에서 건방을 떨어?”그는 말을 마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조정운 앞으로 다가갔다.조정운의 반응도 엄청나게 빨랐다. 그는 선우정혁이 앞에 오는 것을 보자 곧바로 손에 들고 있는 긴 창을 거세게 휘두르니 섬뜩한 빛줄기를 내뿜으면서 주변의 공간을 꿰뚫었다. 이와 동시에, 두 성왕급 수사가 이미 싸우기 시작한 것을 보자 조씨 가문의 조시환은 음침한 눈빛으로 인파 속에 있는 이태호를 바라보고 대갈일성하였다.“이태호 이놈아, 죽어라!”그러고 나서 그는 황금색 칼을 들고 무시무시한 기운을 내뿜으면서 살기등등하게 이태호를 향해 덮쳤다.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각자의 영보를 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태일종 제자들이어, 나를 따라서 진법을 보호하자!
제7봉주 맹동석이 가장 먼저 나서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조시환을 가리키면서 욕설을 퍼부었다.“당당한 9급 성자 경지의 조씨 가문 대장로가 어린 후배를 괴롭히지 않나, 지금 또 성왕인 가주를 불러서 찾아오게 하다니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네.”제6봉의 봉주 윤하영도 눈살을 찌푸리면서 대갈일성 하였다.“성왕급 수사가 성자 경지의 후배를 죽이기 위해 직접 찾아오다니. 조씨 가문도 별것 없네.”제8봉의 봉주 진남구, 제5봉 봉주 연태건 등도 모두 맞장구를 쳤다.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는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자기가 어떻게 종주와 봉주들의 입에서 피해자가 됐지?한순간 그는 웃지도 울지도 못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선우정혁과 맹동석 등의 말에 그는 감동되었다.이와 동시에, 조정운이 각 봉주들의 당당한 말을 들은 후 태일종은 이태호를 순순해 내놓을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챘다.얼굴이 굳어진 조정운은 선우정혁을 뚫어져라 바라보면서 냉소를 지었다.“그렇다면 한 판 해봅시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온몸에서 공포스러운 기운이 뿜어져 나왔는데 구름을 뚫고 하늘 높이 치솟았다. 심지어 주변의 공간을 가르고 찢어서 많은 틈새를 만들었다.수많은 거센 지수풍화(地水風火)가 큰 기류를 휘몰아치면서 주변 수십 리의 대지에 거미줄 같은 균열을 만들었다.조정운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시무시한 기운은 순식간에 태일종 전체를 뒤덮었다.지금 태일종 내의 제자들은 모두 어깨에 보이지 않는 큰 산에 짓눌러서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었다.내공이 약한 제자들은 바로 그 자리에서 쓰러져 인사불성이 되었다.“이... 이것이 바로 성왕급의 위압인가?”“아이고, 성왕이 노하니 천지가 변색하네!”“조씨 가문의 성왕이 진짜 화났나 봐. 이태호를 꼭 잡을 작정이네.”“...”수많은 태일종 제자가 고개를 들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에 있는 조정운을 보면서 두려운 표정으로 의논했다.성왕이 화나면 피가 천리까지 흘린다는 말이 있다.이번 조씨 가문이 노발대발해서 수십 명의 성
한편으로. 조정운이 이태호와 선우정혁의 대화를 들은 후 울화가 치밀어 올라서 얼굴이 시뻘겋게 되었고 두 눈이 혈안이 되었다.이태호를 위해 추궁하겠다고?우리 조씨 가문에서 천교와 성자급 장로들이 죽어서 천남 수사들의 웃음거리로 되었는데 우리 가문에게 추궁하겠다니!조정운은 화가 나서 온몸이 부들부들 떨었다. 이렇게 파렴치한 애송이는 난생처음 봤다.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선우정혁을 보면서 무거운 말투로 말했다.“선우 종주, 고작 성자 경지의 애송이를 위해 우리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단 말입니까?”말을 마친 후 그는 섬뜩한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이태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태호가 죽지 않으면 조씨 가문의 체면이 설 수가 없었다.조정운의 말을 들은 선우정혁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침착하게 말했다.“조정운, 조씨 가문과 적이 되겠다는 말이 무슨 뜻이지? 내가 자네 집에 찾아가기 전에 먼저 우리 태일종 앞에 와서 행패를 부려? 내가 만만해 보여?”여기까지 말한 선우정혁의 안색이 금세 어두워졌고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으며 온몸에서 발산한 기운에 주변 공간이 뒤틀어진 것 같았다.조정운은 어두운 표정을 지으면서 어이없는 듯이 웃었다.“무슨 뜻이죠?”선우정혁은 귀를 후비면서 전혀 개의치 않는 듯이 말했다.“무슨 뜻이라고? 우리 태일종의 천교가 백수산맥에서 그쪽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의 포위 공격을 받았고 후에 9급 성자 경지 장로의 습격을 받아서 요행히 도망쳤는데, 조씨 가문은 무슨 낯짝으로 사람들을 데리고 태일종에 와서 행패를 부려?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군.”이 말을 들은 조정운은 분통이 터져서 피를 뿜을 뻔했다.그는 난생처음 이렇게 염치없고 적반하장한 사람을 봤다.죽은 것은 분명 조씨 가문의 천교와 장로들인데 이태호가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되었다. 그럼 모두 조씨 가문의 잘못이란 말인가?조씨 가문이 백수산맥에 가야 하지 말아야 했고 이태호와 충돌하지 말아야 했으며 후에 또 9급 성자 경지의 조시환을 파견해서 이태
“그래서 조씨 가문의 성왕이 직접 나섰고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기세등등한 태도이군.”권민정은 자신과 이태호 간의 격차가 점점 커졌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이와 동시에 제5봉의 한 영도에서.한용운은 사건의 경위를 들은 후 어안이 벙벙해졌다.이태호가 종문에 들어온 지 1년 넘었다. 그동안 그는 종문 내에서 명성을 크게 얻었고 창망산맥에서 신소문의 천교를 죽였고 조씨 가문의 천교의 팔을 잘라버렸으며 지금은 9급 성왕의 손에서 도망치기까지 하였다. 한용운은 이 모든 것이 꿈만 같았다.종문 밖에 있는 사람이 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가 아니었다면, 이태호가 특별히 찾아온 바람잡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한용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렸다.“이태호야, 이태호. 조씨 가문의 장로들만 죽여도 되는데 왜 저쪽 천교까지 죽였냐?”지금 종문 밖에 있는 조정운의 모습을 보니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다.같은 시각에 제2봉의 한 영도에서.종문 겨루기 대회에서 3위를 차지한 여경구는 천천히 눈을 뜨고 믿기지 않은 표정으로 종문 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특히 이태호가 조씨 가문과 어떻게 원한을 맺게 된 자초지종을 들은 후 여경구는 입이 떡 벌어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번 겨루기 대회에서 이태호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군...”검으로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이고 조씨 가문의 2급, 3급 성자 경지의 장로 3명을 격살했으며 심지어 조씨 가문 대장로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니.천남에서 상당히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 일들이었다.겨루기 대회에서 자신이 이태호와 원한을 맺지 않는 것 같아서 여경구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다른 한편으로. 자주색 빛이 흐르는 섬에서 방금 상처를 회복한 고준서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았다. 하늘에 나타난 기묘한 기운을 느낀 고준서는 속으러 매우 놀라워했다.잠깐의 충격에서 정신을 차린 후 고준서의 얼굴에 음침하고 섬뜩한 웃음을 지었고 이를 갈면서 말했다.“이태호! 이번에 어떻게 빠져나가는지
종문 앞.허공에 선 선우정혁은 온몸에서 기운이 들끓었고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저절로 펄럭거리면서 휘날렸다. 그는 10리 밖에서 멈춰선 작은 산만한 은백색 비행선을 바라보았다.비행선에 있는 조정운은 선우정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고 나서 말했다.“선우 도우를 뵙습니다.”조정운은 성왕 경지의 대능력자이지만 4급 성왕 경지라 선우정혁보다 한참 뒤떨어져서 예를 갖추고 먼저 인사했다.비행선에 있는 수십 명의 살기등등한 조씨 가문의 장로들을 보자 선우정혁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모른 척하면서 물었다.“어쩐 일로 왔지? 우리 태일종과 싸우러 왔는가?”조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를 죽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조정운은 당연하듯이 말했다.“선우 도우, 저는 그냥 이태호 저놈만 원합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은 곧바로 태일종 내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특히 종문 제자들이 이태호가 조씨 가문의 천교와 몇몇 성자급 장로를 죽였고 마지막에 9급 성자 경지인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태일종이 발칵 뒤집어졌다.“헐! 이 장로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야?”“성자급 장로를 세 명이나 격살한 후 마지막에 내공이 9급 성자인 조시환의 손에서 도망쳤다고?”“와, 이 사형은 정말 괴물 따로 없네. 이제 얼마 지났다고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마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 거지?”“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까지 찾아와서 2급 성자 경지인 이 사형을 처치하려고 하다니. 이건 천남 수행계에서도 전혀 없었던 일 거야.”“...”경악을 금치 못한 제자들에 의해 종문이 떠들썩해졌다.요광섬에서.신수민 등 여인들은 연공방에서 폐관 수련 중인 이태호를 바라본 다음 종문의 고공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들은 이태호가 며칠 전에 천지의 영화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있
4대 종문과 3대 가문은 천남 지역의 패주로서 그들의 제자를 감히 건드리는 자가 거의 없었다.실력이 동등한 세력이라도 상대방이 소속된 세력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줄 것이다.이로써 조씨 가문의 가주 조정운이 자기 가문의 천교와 몇몇 장로들이 죽은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종주님, 조씨 가문에게 이 일은 그냥 오해라고 설명하면 안 될까요?””그가 말하자마자 제6봉의 봉주 윤하영은 벌떡 일어나서 패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종주님, 저희 태일종은 태일성지의 하급 세력이고 천남의 우두머리인데 조씨 가문을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무시하세요.”옆에 있는 제5봉의 연태건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창망산맥에 갔을 때 이태호는 신소문의 천교를 격살해서 우리 태일종은 신소문과 이미 원수를 맺었는데 이번에 또 조씨 가문을 건드렸습니다. 조씨 가문과 신소문의 성왕이 손을 잡으면 큰 문제가 될 겁니다.”연태건의 말을 들은 맹동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연 봉주, 무슨 말이야? 그럼 조씨 가문의 성왕이 찾아온다면 우린 제자를 순순히 내줘야 한단 말인가?”맹동석에게 꾸중을 들은 연태건도 난감한 기색을 띠면서 급히 손사래를 쳤다.“그런 뜻은 아니네. 다만 실사구시대로 얘기할 뿐이야. 만일 그 조씨 가문의 성왕이 정말 직접 나서서 신소문과 손을 잡으면 우리 태일종이 아마...”연태건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뜻을 알아챘을 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이태호가 상대방을 죽인 행위가 너무 무모했다고 여겼다. 그냥 상대방이 다치게 했으면 종문에게 이렇게 큰 폐를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기는커녕, 이태호가 성공 전장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조씨 가문의 성왕이 그렇게 만만한가?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연태건의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이태호와 같은 배
잠시 후, 조씨 가문의 상공에서 조정운은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꼿꼿이 비행선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출발 준비를 한 수십 명의 조씨 장로들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나와 같이 태일종에 갑시다.”지금 조정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조씨 가문의 체면은 이번에 백수산맥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완전히 구겨졌다.천교뿐만 아니라 장로 세 명이나 죽었다.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조씨 가문은 천남 4대 종문과 같은 최정상 세력이 아니지만 그래도 성왕급 수사가 있는 대가문이었다. 온 천남 지역에서 조씨 가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계속 이태호에게서 낭패를 보았다.지난 창망산맥에서 이태호는 조광학의 팔을 잘랐다. 이에 조씨 가문은 화났지만 동부 유적지에서 일어난 일은 젊은 세대들 간의 싸움이기에 성왕급 수사가 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조씨 가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개나 소나 조씨 가문의 머리 위에서 날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조정운은 태일종에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비행선을 몰고 별똥별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눈에 섬뜩한 살기를 띠었다....이와 동시에.태일종의 제1봉 대전에서 선우정혁은 상석에 앉았고 그의 좌우 양쪽에는 9대 봉주들이 모였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선우정혁의 정중한 표정과 동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무슨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챘다.왜냐하면 대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종주는 9대 봉주를 이곳에 불러서 논의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맹동석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종주님, 종문에 무슨 큰일이 생겨서 저희를 이곳이 부르신 겁니까?”맹동석의 말에 주변에 있는 다른 봉주들도 일제히 선우정혁을 바라보았다.그들도 속으로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의자에 앉은 선우정혁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 확실히 큰일이 있어서 자네들을 부른 거네.”그러고 나서 그는 이태호가 백수산맥에서 천지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