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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4화

백지연의 이름을 보자 여간 귀찮게 질척거린다고 생각하니 이태호는 은근 짜증이 났다.

허나 성주부의 아가씨인 상대의 전화를 씹을 수가 없었다.

마음속으로 갈등하다 이태호는 끝내 전화를 귓가에 댔다.

"어, 지연이구나? 무슨 일이야?"

이태호는 백지연에게 물었다.

"태호 오빠, 우리 아버지가 방금 피를 토하고 침대에 기절해 누워 있어요, 지금 와서 좀 봐 주실수 있어요? 저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고 해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어요."

전화 속 백지연의 울컥해 있는 목소리에는 공포와 절망이 담겨 있었다.

이태호는 이마를 찌푸리고 답했다. "너희 아버지가 오늘 오전에 갔을 때만 해도 의덕이 없다면서 나를 쫓아 냈는데, 솔직히 말해서 그리 구해주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말이야."

거절하고 있는 이태호의 말에 크게 놀란 백지연은 울음을 터뜨렸다. "오빠는 명의시잖아요, 어릴 쩍 엄마도 일찍 돌아가셔서 저에게 남은 가족은 아빠 한 분이에요, 성격이 조금 괴팍해서 그렇지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서 항상 그리워하시고 어떤 여자도 집에 들이지 않은 분이란 말이에요, 비록 여자친구는 있어도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고 나만 애지중지 키워 왔는데, 아빠가 세상에 없으면 저는 어떡해요, 제발 딱 한 번만 제 얼굴 봐서 우리 아빠 좀 살려 주세요."

백진수의 보호 아래 평탄하게 인생을 살아와 순진하기 그지 없는 백지연에게 있어서 백진수가 없어진다는 건 하늘이 무너지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울부짓는 그녀의 말에 마음이 약해진 이태호는 서둘러 말했다. "알았어, 당장 운전해서 갈 테니까 울음 뚝 그쳐, 네 체면을 봐서 아버지를 구해주는 거야."

"네, 기다릴게요, 역시 나를 나몰라라 하지 않을 줄 알았어요, 오빠는 이 세상에서 제일로 착한 사람이에요, 복 받으실 거예요."

백지연은 목이 메었다.

전화를 끊은 이태호는 연초월과 다른 가족들에게 벌어진 상황을 간략하게 설명한 후 차를 몰고 백씨네로 향했다.

삼십 분 거리였던 백씨네를 속도를 높여 이십분만에 도착했다.

차를 세우고 나니 대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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