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이태호는 신수민이 침대 시트를 걷어차고 나서 자신의 몸에 걸쳐있는 섹시하고 뽀얀 다리를 발견했다.게다가 그녀는 한 손을 그의 목에 걸친 채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보아하니 밤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잠버릇이 있는 모양이다.섹시한 그녀의 다리에 그나마 본인의 통제력이 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태호는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빨라지고 헛된 상상에 어쩔 바를 모르고 있었다.때 마침 천천히 눈을 뜨던 신수민은 순간 깨달았다."야, 지, 지금 뭐하는 거야?"깜짝 놀란 신수민은 진정하고 나서야 어젯밤 자신이 이태호를 방에 남겼다는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더니 황급히 그에게 걸쳐 있던 손과 다리를 치워 버렸다. 그 후 조금 올라가 있던 잠옷 치마를 아래로 내리며 이태호 이 놈이 뭘 본 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고 있었다.억울했던 이태호는 쓴 웃음을 지었다. "하하, 단정하게 잠을 잘 자고 있던 사람이 깨어 보니까 누가 날 감싸고 있는데 지금 물어볼 사람은 나 아닌가? 그래도 그렇지 자기 잠버릇이 전혀 얌전하지 않은 것 같아?"뺨이 붉어져 있던 신수민은 오히려 이태호를 수줍게 흘기고는 말했다. "나? 내 잠버릇이 뭐 어때서? 너가 일부러 내 다리에 손 댄 거 아니야? 본인 방으로 빨리 돌아가기나 해, 나 옷 갈아 입어야 되니까.""알았어."신수민의 수줍은 모습을 보며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 문을 나섰다."휴."방 문이 닫히자 신수민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뜨거워진 자신의 뺨을 만지고 있었다."태호야, 이제야 일어난거야?"이태호가 문을 나서자마자 맞은 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왕향금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잠옷을 입고 있는 이태호의 모습에 왕향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웃음으로 넘긴 후 이태호는 본인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었다.그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파에 앉아 있던 왕향금을 향해 이태호는 "누나, 같이 나갑시다, 그 사람들한테 돈도 갚아 줘야 하니까." 라고 말했다."그래."그 놈
적어도 전에는 그랬었다."호호, 들어가도 되긴 하는데 이 남잔 누구야? 이 남자는 못 들어가."다른 한 놈이 히죽거리며 옆에 서 있는 이태호를 보고 말했다.왕향금은 다급히 해명하기 시작했다. "제 사촌 동생이에요, 제 사촌 동생이 저 대신에 돈 갚아 줄려고 방금 출금하고 오는 길이에요.""사촌 동생."그 남자는 돈을 채운 것 같은 검은 봉투를 손에 쥐고 있는 이태호를 보며말을 덧붙였다. "유감스럽네, 향금 씨, 이 분은 외부인이라 출입 금지야,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안색이 어두워진 왕향금은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예요? 전에는 안 된다고 한 적 없잖아요.""하하, 오늘 새로 정한 룰이야, 뭐 불만 있어?"그 남자는 깔깔 웃고 있었다.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 이태호는 앞으로 한 걸음 나아가 답했다. "우리 돈 갚으러 온 거야, 누나가 혼자 들어가면 내가 걱정이 많이 돼서 그러니까 그냥 같이 들어가게 하지.""걱정? 하하, 걱정할 일이 없을 거니까 안심해."그 남자는 비웃으며 말했다. "임마, 우리 룰이라고, 넌 그냥 밖에서 기다리기나 해."뭔가 이상한 느낌새에 왕향금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혹시 어젯밤 일로 그 놈들이 호형님한테 일러바친거 아니면 왜 오늘 혼자만 들어갈 수 있다고 하는 거지?허나 다른 수가 없는 그녀는 천 이백만 원만 다 갚으면 하늘을 찌르는 이자를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생각을 마친 왕향금은 마음속으로 굳은 결심을 하고 몸을 돌려 검은 봉투를 본인 손에 짊어 지고 이태호에게 말했다. "태호야, 밖에서 기다려 줘, 그냥 돈만 갚으러 가는 거니까 뭐 어쩌지는 못할 거야, 십분 정도만 머물다 나올 거니까 걱정하지 마."얼굴을 찌푸리고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이태호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조심히 다녀 오세요."왕향금도 고개를 끄덕인 후 신속히 몸을 돌려 별장 안으로 걸어갔다.왕향금의 걸어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두 노랑 머리 경비원들은 재차 낄낄거리고 있었다.아무리
그의 말을 들은 왕향금의 얼굴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었다.멍하니 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어보니 그 호형이라는 사람 뒤로 어젯밤 이태호에게 두들겨 맞은 세 놈이 서 있는 걸 발견했다.그 놈들은 분노에 차 있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그놈들 중 서열이 가장 높은 지강은 한 발 앞장서며 입을 열었다. "왕향금 씨, 우리가 이렇게 빠르게 만나게 될 줄이야, 우리가 그쪽한테 맞았으니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고 호형이 장담하셨거든, 너도 마음의 준비를 해야 될 거야."왕향금은 순간 호형을 바라보며 애원했다. "오빠, 어젯밤에 제가 손을 댄 것도 아니잖아요, 오빠의 부하들이 저한테 못된 짓을 하려고 하니까 일이 이 지경까지 오게 된 건데 왜 제 탓을 하고 그러세요?"호형은 태연한 태도로 답했다. "왜 니 탓을 하면 안 되는데? 너가 우리한테 빚진 돈을 제때에 갚질 않으니까 너 찾아 다니느라 내 부하들이 얼마나 고생이 많았는데 너한테서 쌓인 피로를 풀려고 한 게 뭐 잘못된 일이야?"호형은 곧장 말을 이어 갔다. "그리고 너가 소리만 안 질렀어도 누가 널 구하려고 들어오기나 했겠어? 당연히 아무도 몰랐을 테고 내 부하들도 얻어 터지진 않았을 테니까 안 그래? 들어와서 때린 그 놈, 너하고 아무 관련 없다고 맹세할 수 있어?""이건 너무 막무가내잖아요, 불릴대로 불려진 이자 때문에 내가 미친듯이 일하면서 갚아 나가는데도 줄어들기는 커녕 숫자가 점점 커지는 데 제가 뭘 어떻게 더 해야 돼요? 게다가 당신들이 서류에 명백하게 쓰여 있는 오프로의 이자를 마음대로 수정했으면서 뭘 그렇게 나몰라라 하시는 거예요?"너무 화가 난 나머지 눈시울이 붉어진 왕향금은 이를 악물며 괴롭히는 걸 즐거움 삼아 사는 그 놈들을 노려 보았다.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왕향금은 곧장 검은 봉투를 테이블에 올려 놓고 봉투를 펼치며 말했다. "여기 봉투 안에 있는 돈은 전에 빌린 돈 천 백만원 정도에 조금 더 보탠 천 이백만 원이에요. 이젠 모든 빚을 다 갚았으니까 이만 가 볼게요."꿍꿍
쓰레기 같은 이 놈들 앞에서 오늘 정말 옷을 벗고 그녀가 소중히 여기는 첫날밤까지 빼앗기면 차마 견딜 수가 없었던 왕향금은 거절의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게다가 아무리 순순히 그의 말을 들어 준다 하더라도 앞으로 또 무슨 일로 걸고 넘어질지 누구도 모르는 일이었다."참나, 육 천만 원을 너가 어떻게 갚을 건데? 어디서 감히 허풍을 떨고 있어!"지강은 호탕하게 웃기 시작했다. "오늘 가져온 천 이백만 원도 어디서 빌려온 거 같은데 육 천만원을 너가 어떻게 갚을 건데? 넌 돈 많은 친철들도 없잖아, 내가 보기에 너 지금 여기서 나갈려고 구라 치는 거지!""순순히 벗기나 해, 내 인내심엔 한계가 있어."대꾸하는 것도 귀찮은 호형은 보면 볼수록 왕향금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와의 잠자리에 치를 떨며 육 천만 원을 꼭 갚으려는 그녀의 행동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된 것이다."빨리 벗어.""빨리.""얼른 벗기나 해."본인이 직접 달려들 진 못하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했던 어젯밤 그 놈들은 하나같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게다가 나중에 그녀를 위협하려고 몰래 카메라도 설치해 놓은 상황이었다. 이 동영상만 있으면 언제든, 어디에 있던, 그녀를 불러 즐길 수 있으니 그녀는 앞으로 더 이상 이 구렁텅이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씨발, 벗기는 개뿔."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던 이태호는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대문을 걷어차고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넌 누구야?"이태호를 보는 순간 호형은 낯빛이 흐려졌다. "지금 감히 내 별장에 허락도 없이 쳐들어 온거야?""경호원, 경호원, 외부인이 침입했잖아, 너희들은 밖에서 순찰하면서 사람 하나 못 잡아?"그들 중 노란 머리 한 놈이 밖으로 뛰쳐나가 사람들을 불러 왔다.순간 멍해져 있던 지강은 곰곰이 생각하다 숨을 들이마시곤 호형에게 알려 주었다. "형님, 저 기억이 떠올랐어요, 바로 저 놈이 어젯밤 저희를 부상 입혔던 그 놈이에요.""태호야, 너가 왜 여기에 있어? 내가 밖에서 기다리라고 했잖아,
이태호는 뒤에 서 있는 스무여 명을 둘러 보곤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에이, 기껏해야 스무명밖에 안 되는 거야? 아주 다들 수준 이하의 양아치들 같아 보이는 구만, 여기 있는 애들 상대하는데 준비 운동하는 시간도 아까울 정도야."그의 말을 듣고 기절초풍이었던 왕향금은 이태호에게 조심스레 말했다. "태호야, 저 놈들 아주 무서운 놈들이야, 자꾸 자극하지 말고 그냥 호형한테 사과하고 빨리 여기서 나가자.""사과?"어리둥절해진 이태호는 왕향금에게 물었다. "사과하면 저 양아치들이 뭐 그냥 순순히 보내줄 거 같아?"이태호가 말을 꺼낸 지금 무릎 꿇고 절을 하며 싹싹 빌어도 호형은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왕향금은 말문이 막혔다."하, 좋아,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놈인지 어디 한 번 지켜보지."호형은 부하들에게 달려 들라는 명령으로 손을 흔들었다.이태호는 주먹을 불끈 쥐고 달려드는 양아치들을 시큰둥한 눈빛으로 쳐다보곤 빛의 속도로 돌진했다.그의 주먹다짐과 날려차기는 마치 무림 고수마냥 속도가 빨랐고 적들이 날아갈 정도로 파급력이 강했다.날려차기에 한 놈, 주먹 치기에 한 놈으로 특별한 수법없이 이십초도 채 되지 않아 전부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허나 중점 대상이었던 어젯밤 그놈들에게는 더욱이 힘을 실어 다리에 박차를 가하여 평생 휠체어에서만 지내게 만들어 버렸다. 현재 상황을 지켜 보던 호형은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열명정도는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그한테 있어서 스무명도 넘는 적들을 이렇게 순식간에 퇴치하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태호야, 너, 너 싸움 존나 잘한다! 이런 모습 처음 보는 거 같아, 너무 멋있어."겁에 질려 멍해있던 왕향금은 한참 후에야 이태호에게 달려가 존경어린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며 말했다.이태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누나, 말 좀 예쁘게 해, 우아하고 예쁜 누나 입에서 존나가 뭐야 존나가?""아무튼 존나 멋있어."호형이란 놈에게 더 이상 겁나지 않은 왕향금은 이태호를 흘기고는 호형을 위아래로
그 순간 눈빛이 날카로워진 당호는 이를 악물고 이태호를 향해 한 발 내디디며 돌려차기를 할 계획이었다. 비록 이태호의 전투력에 압도되긴 했었지만 당호의 싸움 실력 또한 만만한 상대는 아니었다.게다가 소파에 앉아 있는 이태호에게 공격을 가하더라도 반격할 수도 없을 테고 중상만 입힐 수 있다면 이태호는 오늘부로 끝장을 내 줄수 있으니까 말이다."습격?"이태호 눈에 보이는 그의 공격은 슬림모드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이태호는 손쉽게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향해 가해지는 발공격을 물리치고는 몸을 비틀어 적의 가랑이 사이로 걷어차는 반격을 가했다."으악."눈 깜짝할 사이 거꾸로 날아간 당호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얻어맞은 부위를 감싸며 고통스러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그는 마비된 본인이 내시가 될 것만 같았다."너, 이, 이 자식, 내가 꼭 후회하게 만들어 줄거야."느껴지는 고통스러움에 당호는 이마에 핏줄이 불끈 솟아난 상태로 이태호를 매섭게 쏘아 봤다.느릿느릿 자리에서 일어난 이태호는 당호를 향해 걸어가 거만한 태도로 내려 보며 말했다. "방금 제대로 사과만 잘 했어도 이 억정도만 받고 끝낼려고 했는데 습격까지 가하는 걸 보니 아직 정신을 못 차렸네, 이 억으로는 모자라겠어, 적어도 육 억은 줘야 내가 기분이 가라앉을 것 같네, 어때, 당신의 행동에 대해 후회스럽지 않아?"뒤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왕향금은 너무 놀라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그녀는 사촌 동생인 이태호가 당호를 쓰러뜨린 것도 모잘라 육 억원을 배상하라고 명령을 하다니 육 천만원도 아닌 육 억원이라는 게 믿겨지지가 않았다.상황이 이렇게 발전해 나가다간 당호의 배후 세력들이 이태호를 가만두지 않을 텐데!"딱 십 초의 시간을 주도록 하지, 그 시간내 내가 원하는 답을 안 주면 넌 오늘 내 손에 죽게 될 거야."협박이 서린 어조로 이태호는 담담하게 말했다."똑바로 들어, 내 이름은 당호야, 죽는 것 따위 하나도 무섭지 않거든, 근데 나 당호 배후에 있는 세력들을 건드렸다간 어떤
통증을 참고 있던 당호는 이를 악물고 왕향금의 계좌로 육 억원을 이체해 주었다."태호야, 정말로 돈이 들어 왔어."난생 처음 카드 내역에 이렇게 많은 돈을 보게 된 왕향금은 목소리마저 떨리고 있었다."하하, 그럼 됐어요, 다 해결됐으니 우리도 이젠 집으로 갑시다."시원스럽게 웃으며 이태호는 왕향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형님, 부사장님한테 얘기하시죠, 형님이 안중에도 없는 것 아니에요, 복수해야죠, 형님."부하들중 한 놈이 기어와 당호에게 말했다.그러자 당호는 흉악스러운 태도로 그놈을 쳐다보며 소리 질렀다. "야 이 미친놈아,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뭔지 알아?""뭔데요?"얻어 맞고 혼이 빠진 그 부하는 복수할 생각뿐이었다.어금니를 뿌드득 뿌드득 깨물며 호형은 고통스러운 어조로 고함을 질렀다. "씨발, 120에 빨리 전화해, 지금 평생 븅신으로 살 지도 모르는데 빨리 병원으로 이송해야 될 거 아니야."아, 제가 소홀했어요, 얼른 병원에 전화할게요."뒤늦게 깨달은 그 부하는 다급히 답했다.그 시간 이태호와 왕향금은 별장을 걸어나와 길가에 세워진 아우디 A8안에 탑승했다.여전히 어리둥절했던 왕향금은 차에 탄 이후로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몇 초가 지나서야 그녀는 비로소 이태호의 팔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태호야, 우리 도망가자, 너네 가족들하고 우리 엄마, 아빠 데리고 같이 이 도시를 떠나는 게 좋을 것 같아, 너가 저 사람들 손에서 육 억원을 갈취했으니까 저 놈들 그냥 순순히 내버려두지 않을 거란 말이야, 게다가 이런 거금을 손에 쥐고 있으니 앞으로 돈 걱정 없이 생활할 수 있을 거야."그녀는 뭔가가 새삼 떠오른 듯 말을 덧붙였다. "너도 참, 저 놈들이 보내 줄때 갔어야지, 육 억원을 받지 말 걸 그랬어, 너가 지금 살고 있는 별장도 몇십 억이나 되는데 급히 도망가게 되면 팔지도 못하고 너무 빚지는 장사잖아."긴장해 있는 왕향금의 모습에 이태호는 실없이 웃어 보였다. "누난 뭐가 그리 겁나는 게 많아? 예전에 나 어릴 때
이태호는 방실방실 웃으며 물었다. "누나, 사직하러 가야죠? 육 억원을 손에 쥐고 있는데 뭐가 부족하다고 그런 데서 계속 일하실 거예요? 이모, 이모부가 혹시 어떻게 된 일이냐고 하면 그냥 제가 누나한테 갚는 돈이라고 설명해 드리세요. 일단 먼저 사직하고 나서 같이 아파트 보러 가요.""아파트?"이렇게 큰 사건을 불러 일으켜 놓고선 아파 보러 가자고 하는 이태호의 모습에 왕향금은 말문이 막혔다.하지만 이태호의 자신만만한 모습에 그녀 역시 더 이상 도망가자는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다만 이태호가 그 놈들의 배후 세력에 개의치 않을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기를 간절히 바랬다.얼마 지나지 않아 이태호는 어느 한 술집 앞에 차를 세웠다.주차한 후 이태호와 왕향금은 술집으로 들어섰다.곧장 술집 매니저를 발견한 왕향금은 입을 열었다."매니저, 일 그만둘래요."왕향금은 매니저를 쳐다 보며 말을 덧붙였다. "이번 달 출근한 날짜는 며칠 안 되지만 술값 인센티브까지 포함하면 백 만원정도 되더라고요, 그거 받으려고 왔어요, 언제쯤이면 지불 가능할 까요?""그만 둔다고?"잠시 멍해져 있던 하경리는 안색이 어두워졌다.비주얼도 예쁘고 몸매도 훌륭한 왕향금에게 푹 빠진 어느 한 재벌 2세가 있었던 것이다.그는 하경리에게 천 만원도 넘는 돈을 비밀리에 챙겨 주며 그녀를 꼭 손에 넣어야 겠다고 했다, 하여 하경리는 오늘 밤 미리 약을 탄 술과 왕향금을 그 룸에 들여놓기만 하면 대성공이었다.그 룸에 들어선 순간 왕향금은 재벌 2세가 따르는 약 타 놓은 술만 마시면 둘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돈을 챙겼으니 대수롭지 않았던 것이다.그러나 돈은 이미 받았고 풍관한테도 신신당부했던 하경리는 이런 변수가 생길 줄은 몰랐다.왕향금이 그만두게 돼 버리면 돈을 뱉어 내야 되잖아?돈만 뱉으면 끝인가? 도련님 기분을 언짢게 했다간 따귀까지 맞아야 하는데 나같은 별 볼일 없는 놈이 무슨 수로 상황을 무마할 수 있겠는가?얼떨떨해진 하경리는 곧장 미소를 보이며 물었다. "향금 씨,
두 여인의 맑은 목소리가 이구동성으로 이태호의 귓가에 울려 퍼졌다.그는 하늘에 나타난 남유하와 백정연을 바라보았다.오늘 남유하는 흰 비단옷을 입었고 긴 머리카락을 드리웠다.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피부는 옥처럼 희고 마치 새벽의 이슬을 머금은 복숭아꽃처럼 맑고 투명하며 콧대는 높고 입술은 유달리 부드러워 보였다. 참으로 그림속에서 걸어 나온 선녀처럼 아름다웠다.옆에 있는 백정연은 주홍색 긴 치마를 입었고 온몸에서 활기와 생동감으로 넘쳤다.그녀의 긴 머리카락은 매끄럽고 반짝였으며 검은 폭포처럼 허리까지 내려왔고 바람에 휘날리면서 부용꽃처럼 고귀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두 여인은 빠르게 이태호의 곁에 달려왔고 기쁨에 겨운 눈물을 가득 흘렸다.이태호는 손으로 두 여인의 붉은 눈시울을 닦아주면서 다정하게 웃어주었다.“왜 울어? 내가 돌아왔잖아.”그는 여인들을 데리고 정원에 온 후, 그녀들이 많이 변한 것을 발견했다.변화가 가장 큰 것은 신수민과 남유하였다.그가 떠날 때 신수민은 불과 5급 존황 경지였는데 지금은 7급 존황 경지로 돌파했고 백지연과 백정연 자매도 4급 존황 경지에서 6급 경지로 돌파했다.이런 실력은 중주 성지에서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태일종에서 상위권에 속하였다.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내가 없는 동안에 모두 열심히 수련했군.”눈물을 훔친 남유하는 입을 삐죽 내밀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참, 은재는?”이태호는 이제야 딸 신은재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물었다.“은재는 며칠 전에 폐관 수련하기 시작했어.”딸 얘기를 하자 신수민의 얼굴에 어머니로서의 자애로운 표정을 지었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은재의 천부적 자질은 당신보다 좋아요. 이번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려고요.”신은재가 한 달 만에 5급 존황 경지에 도전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이태호도 다소 놀랐다.그는 너무 빨리 돌파하면 기반이 불안정할 수 있다고 말해주려던 찰나,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하하, 태호야, 돌아왔구나.”“돌
요광섬의 고풍스러운 정원에서 긴 두루마기를 걸쳐 입고 황금빛 구름이 수놓은 흰색 장화를 신은 신수민은 지루한 표정으로 의자에 앉아서 정원의 경치를 바라보고 있었다.그녀의 옆에는 하얀 수선화 무늬의 치마를 입은 백지연이 앉아 있는데 주전자를 들고 영기가 넘친 따뜻한 차 두 잔을 따랐다.그녀는 한 잔을 신수민의 앞에 두고 나서 손바닥으로 턱을 괴면서 말을 건넸다.“언니, 태호 오빠가 떠난 지 한 달 넘었는데 언니의 넋까지 나간 것 같아요.”백지연의 농담에 신수민은 눈을 흘기면서 퉁명스럽게 답했다.“태호가 걱정돼서 그래. 한 달이나 지났는데 태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어.”그녀는 성공 전장이 지극히 위험하고 창란 세계의 모든 천교가 모였으며 7급 성자 경지의 성자와 신자들도 수두룩하다는 소문을 들었다.이태호는 떠나기 전에 3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기에 신수민은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백지연도 신수민의 말을 듣고 눈에 그리움과 걱정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그녀는 고개를 흔들고 마음속에 올라오는 초조함을 억누른 후 가슴을 두드리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태호 오빠는 강하니까 분명히 무사히 돌아올 거예요.”그녀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요광섬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내가 돌아왔다!”두 여인은 이 목소리를 들은 순간, 몸이 움찔했다.그녀들은 곧바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고 활짝 웃으면서 요광섬의 입구를 쳐보았다.신수민은 하늘로 솟아오르면서 중얼거렸다.“내가 잘못 들은 게 아니지?”한편으로 백지연은 입을 가리고 믿기지 않은 표정을 지었다.“태호 오빠, 진짜 맞죠?”이태호는 요광섬의 진법을 해제한 후 바로 신수민과 백지연의 앞에 도착했다. 두 여인이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자 미소를 지었다.“이제 한 달 지났는데 남편도 몰라보는 건가?”이태호의 목소리가 다시 두 여인의 귓가에 울리자 그녀들은 드디어 이태호가 정말 무사히 돌아온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그토록 그리워하던 사람이 눈앞에 나타나자
옆에 있던 연장생은 이를 보고 가볍게 손을 흔들자 공포스러운 성황의 힘으로 하늘을 뒤덮은 핏빛 먹구름을 순식간에 깨끗하게 몰아냈다.그러고 나서 그는 턱수염을 쓰다듬으면서 이태호를 유심히 훑어보기 시작했다.“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라... 내공이 좀 부족하군. 그런데 전성민이 네가 성공 전장에서 4급 경지의 내공으로 용족의 천교 오현을 죽였다고 하는데 사실이냐?”연장생의 질문에 이태호는 공손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장로님.”“하하, 좋아!”연장생의 얼굴에 기쁜 기색을 드러냈고 대견스러운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그러고 나서 웃음을 머금고 옆에 있는 선우정혁에게 말했다.“먼저 자네 태일종으로 돌아가자.”선우정혁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연장생이 등장하고 육무겸과 풍석천 두 사람이 죽을 때까지 잠깐의 시간만 흘렀다.선우정혁의 분노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성왕이 그의 눈앞에서 목숨을 잃었다.성황급 대능력자인 연장생의 요구에 그는 당연히 소홀히 대할 수 없었다.다른 건 몰라도 그가 태일성지에서 수련할 때 연장생은 이미 창란 세계에서 명성이 자자한 성황급 수사였다.지금 그가 태일종의 종주로 된 지 수백 년이 지났으니 연장생의 실력은 더욱 가늠하기 어려울 것이다.“바로 가시죠.”선우정혁은 말하고 나서 바로 허공을 찢고 연장생을 데리고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이들이 떠난 후 수십 리 밖의 공간에서 나온 맹호식과 송현아는 잔뜩 겁에 질린 표정으로 연장생 등이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청허파의 문주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의 숨결이 빠르게 사라진 것을 느끼면서 저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천남의 판도가 크게 바뀔 것이오.”옆에 있는 묘음문 문주 송현아의 아름다운 얼굴에 아직 두려움이 가시지 않았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면서 말했다.“육무겸과 풍석천를 단번에 죽였다니. 이게 바로 성황급 강자의 무서운 실력인가요?”연장생의 닭을 잡듯이 두 성왕을 죽인 모습을 보자 송현아는 죽음의 문턱에 갔다 온 것처럼 등에서 식은땀이 났다.아
두 성왕은 지극히 빠른 속도로 공간을 찢고 도망쳤다.허공에 서 있는 연장생은 그들의 뒷모습을 담담히 쳐다보고는 시선을 거두었다.그는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육무겸을 노려보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네놈이 자결하면 온전한 시체는 남겨두마.”성지의 제자에 손을 대는 것은 죽을 죄였다. 특히 이태호는 선연을 얻은 후 태일성지 장로들의 눈에 들어왔고 그의 신분도 높아졌으며 차세대 성자로 키울 작정이었다.그러나 당당한 성지의 제자가 하마터면 육무겸의 손에 죽을 뻔했으니 연장생이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육무겸은 그의 말을 듣고 온몸의 털이 곤두섰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고 하였다.이에 연장생은 조롱 섞인 야유를 날렸다. “도망칠 수 있을 것 같냐?”성왕급 수사는 그에게 있어서 장난감에 불과했다.연장생이 미간을 찌푸리자, 몸에서 내뿜은 성스러운 빛은 순식간에 주변 만 리에 이른 구역을 뒤덮었다.이 구역 내의 공간은 바로 봉쇄되었고 공간의 장벽도 더욱 견고해졌다.원래 허공을 찢고 도망치려던 육무겸은 공간이 봉쇄된 것을 보자 얼굴에 당황하기 그지없는 기색을 드러냈다.안하무인으로 살아온 육무겸은 비로소 얼음 구멍에 빠진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그는 곧바로 무릎을 꿇고 애걸했다.“연 장로님, 소인이 이성을 잃고 미련에 사로잡혀서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제발 살려주십시오!”연장생은 피식 웃으면서 조롱으로 가득 찬 시선으로 바라보았다.방금 도도했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그는 허공 통로의 입구에 있는 이태호의 앞에 다가가서 말했다.“젊은이, 이 자는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그는 한손으로 공간이 봉쇄되어 움직일 수 없는 육무겸을 붙잡고 손끝에서 성스러운 빛을 내뿜으면서 육무겸의 육신을 꿰뚫고 그의 내공을 모두 폐해버렸다.그러고 나서 보이지 않은 공간의 힘으로 초주검이 된 육무겸을 이태호의 앞에 내던졌다.내공이 모두 폐하고 중상을 입은 육무겸은 사색이 되어 죽어가는 개처럼 바닥에 엎드렸다.그는 발악하면
선우정혁은 나타난 사람을 보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크게 웃으며 말하였다.“연 장로님, 드디어 오셨군요.”선우정혁은 예전에 태일성지의 제자로서 당연히 태일성지의 장로인 연장생을 알고 있었다.그는 이태호가 종문으로 돌아간 후 중주 성지에서 장로를 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래서 방금 이태호를 맞이할 때 의식적으로 육무겸과 풍석천을 경계하지 않아 미처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비록 그는 천남의 최강자로서 7급 성왕 경지의 내공을 가졌으나 단시간 내에 두 성왕급 수사의 협공을 격파할 수 없었다.특히 두 사람의 목표는 그가 아니었고 육무겸이 자신을 견제하고 동안 풍석천이 이태호를 공격하는 성동격서의 전략을 사용하였다.선우정혁이 무척 당황했고 이태호가 죽임을 당할 찰나에 연장생이 도착했다.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을 보자 그는 비로소 한숨을 돌릴 수 있었고 마음이 놓였다.연장생은 선우정혁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이태호를 바라보았다.이태호가 성왕급 수사와의 대결에서 몇 초식을 버티는 모습을 보자, 그는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곧이어, 그는 시선을 이태호의 앞에 있는 풍석천에게 돌렸고 손을 들고 허공을 향해 오므리자 순식간에 보이지 않은 힘이 병아리를 잡듯이 풍석천을 자기 앞으로 끌어왔다.“성왕 주제에 겁도 없이 감히 우리 성지의 제자를 해치다니. 네놈들에게 한 수를 가르쳐 주겠다.”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손가락을 뻗어 풍석천을 향해 까닥였다.다음 순간, 천남 지역의 수만 리나 되는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짙은 먹장구름이 밀려왔으며 천둥 번개가 질주했다.연장생의 손가락에서 눈부신 빛줄기를 뿜어냈고 벌레를 밟아 죽인 것처럼 풍석천의 육신을 바로 피안개로 만들어버렸다.강력한 성왕의 신혼은 눈 깜짝할 사이에 도자기처럼 부서졌고 자고자대했던 풍석천은 이렇게 생을 마감했다.허공 통로의 입구에 선 이태호는 풍석천이 갑자기 죽자 그를 엄습해 온 성왕의 위압도 순식간에 사라졌음을 느꼈다.그는 입을 크게 벌리고 연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신 후 허공에
이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어마어마한 기운이 밀물처럼 주변 수십 리의 구역을 뒤덮었다.이어서 얼어붙은 공간 내에 갑자기 높이가 수 장(丈)이나 되는 공간 틈새가 나타났다.은백색의 보선(寶船)이 공간 틈새에서 천천히 빠져나왔다.그다지 크지 않은 보선의 앞머리에는 해, 달, 별, 구름 등 문양이 수놓인 흰 장포를 입은 노인이 서 있었다. 나이는 예순 정도로 보이고 백발이지만 혈기왕성해 보였다.이 노인이 바로 태일성지의 대장로 연장생이었다.그가 성지 종문의 대전 내에서 이태호가 선연을 얻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곧바로 자음진인에게 천남에 와서 이태호를 보호하겠다고 청했다.태일성지에서 출발한 후 그는 수십 만리나 넘을 수 있는 전송진을 거쳐서 천남 지역에 도착했다.천남에 이른 후 연장생은 신식을 방출해서 성공 전장에서 천남에 내려오는 착륙지를 수색하다가 마침 육무겸과 풍석천이 이태호를 협공한 장면을 포착해서 주저하지 않고 공간을 찢고 나타난 것이었다.다행히 그는 이태호가 다치기 전에 도착했다.다채로운 보선을 조종해서 허공 틈새에서 나온 연장생은 살기등등한 풍석천이 이태호의 코앞까지 접근한 것을 보자 안색이 음침하기 그지없었다.다음 순간, 그의 몸에서 천지를 압도하는 공포스러운 위압을 발산했고 하늘이 무너지고 대지를 붕괴하게 할 수 있는 기운이 퍼져 나왔다.이 기운을 가장 먼저 느낀 풍석천은 대경실색했고 목소리는 놀라움과 두려움으로 떨렸다.“성...성황?!”성왕급 수사인 자신으로 하여금 위기감을 느낄 수 있고 공간을 봉쇄할 수 있는 것은 성황급 대능력자가 틀림이 없었다.지금 천남에서 실력이 가장 강한 선우정혁도 7급 성자급 수사에 불과했다.그리고 상대방의 말에서 눈앞의 은발 노인은 태일성지의 사람이 분명했다.순식간에 풍석천의 등골에 식은땀이 났고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것 같았다.그가 육무겸과 손잡아서 이태호를 공격하는 것은 태일성지가 움직이기 전에 이태호가 대능력자로 성장하지 못하게 죽이려는 것이었다.그러나 태일성지의 움직임이 이렇게 빠를
선우정혁은 이제야 비로소 육무겸과 풍석천의 속셈을 꿰뚫어보았다.그는 충혈된 눈으로 그들을 날카롭게 노려보았다.“감히 우리 태일종의 제자에게 손을 대다니. 죽을 작정이로군! 지금 이태호는 태일성지의 제자인데 네놈들이 그의 털끝이라도 다치게 한다면 신소문과 풍씨 가문은 멸문지화를 면치 못할 거야!”선우정혁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갑작스레 공격을 진행한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일반적으로 말하면 이런 상황에 먼저 친분을 쌓기 위해 너도나도 친한 척하지 않은가.진선 정혈을 얻은 이태호는 백년도 안 된 사이에 신선으로 비승할 수 있었다.그러나 이 두 사람은 친분을 쌓기는커녕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주변에 있는 맹호식은 육무겸과 풍석천이 어리석다는 듯 흘겨보았다.육무겸은 선우정혁의 말을 듣고 냉소를 머금고 대꾸했다.“흥, 우리 신소문만 이태호를 죽이려는 게 아니다. 이놈은 하늘이 높은 줄도 모르고 여러 성지에 미운털이 박혀서 내가 대신해서 처리해 주는 거야.”이에 선우정혁의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는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붉은 빛이 번쩍이는 최상급 영보를 손에 쥐었다.한편으로, 허공 통로에서 막 걸어 나온 이태호는 선우정혁에게 인사하기도 전에 강렬한 살기가 자신을 노려보고 있음을 느꼈다.이어서 무서운 성왕급 기운이 밀물처럼 자신을 향해 엄습해 오면서 마치 큰 산의 제압을 받은 것 같았다.그가 반응했을 때 풍씨 가문의 가주 풍석천은 싸늘하게 웃으면서 덮쳐왔다.‘위험해!’위험을 느낀 이태호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바로 현황봉과 청광순, 그리고 성왕 호신부를 꺼냈다.이미 눈앞에 다가온 풍석천은 이를 보고 하찮게 여기는 표정으로 말했다.“고작 방어 영보로 성왕급 수사의 공격을 막겠단 거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그의 주먹은 이미 현황봉을 향해 날아갔다.펑. 풍석천이 날린 주먹 한 방에 현황봉이 바로 날아갔다. 예전부터 줄곧 철벽 같은 방어장벽을 만들던 현황봉에 주먹 자국이 생겼고 빽빽한 균열이 나타났으며 원래 넘쳐흘렀던 영광은 순식간
성공 전장의 끝없이 펼쳐진 허공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 있는 이태호의 몸에서는 팽배한 도운과 성스러운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그는 마치 혼돈의 허공에서 걸어 나온 진선과 같은 기품을 내뿜었다.진선 정혈을 완전히 수복한 후 그는 이 선인의 핏방울에 담긴 도운의 규칙에 대해 초보적인 깨달음을 얻었다.그는 천천히 두 눈을 떴고 칠흑 같은 눈동자에서 발산한 눈부신 빛은 바로 주변의 허공을 꿰뚫었다.깨달음을 마치고 눈을 뜬 이태호는 자기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용암처럼 들끓었고 육신은 홍황(洪荒) 시대의 흉수에 못지않게 단단해졌다.지금의 그는 아직 내공을 완성한 4급 성자 경지이고 5급 경지로 돌파하지 못했지만 진선 정혈을 단련해서 천지의 이치를 깨닫게 되었고 육신이 더욱 단단해졌고 강력해졌으며 경지의 장벽도 느낄 수 있게 되었다.천남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이태호는 7~8일도 걸리기 전에 5급 성자 경지로 돌파할 수 있다고 추측했다.이렇게 생각한 그는 저도 모르게 감탄을 터뜨렸다.“역시 진선의 정혈이군. 이것을 단련해서 연결을 맺으면 천지의 규칙을 바꿀 수 있고 수천만개의 질서신련(秩序神鏈)이 나타나게 할 수 있군...” 진선 정혈을 모두 단련하였기에 앞으로 그 속에 담긴 규칙의 힘을 깨닫기만 하면 되었다. 그것을 흡수하든 대도를 인증하든 더 이상 성공 전장에 머무를 필요가 없었다.수많은 성공의 힘이 주변에 있는 허공의 힘과 어우러지며 이태호의 앞에서 순식간에 높이가 일장(一丈)이나 되는 허공 통로를 만들었다.이를 본 이태호는 주저 없이 그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곧이어 무한한 별빛이 그의 몸을 휘감더니 그를 창란 세계의 천남으로 전송했다.그가 허공에서 내려갈 때 다시 창란 세계의 전모를 보았다.그는 발 밑에 있는 대지가 이렇게 작고 하늘이 이렇게 광활한 것을 새삼스레 느꼈다.이에 그는 오직 진정한 선인만이 수시로 이런 경치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확고한 눈빛을 번쩍이었다.“신선이 되어야 해. 신선으로 되
“다른 성지에서 나쁜 짓을 하지 못하도록 우리 태일성지에서 가능한 빨리 이태호를 보호해야 합니다.”“...”주변에 있는 장로들이 저마다 한 마디씩 거들면서 논의하였다.이태호는 태일성지의 부속 세력인 태일종의 제자일 뿐이지만 이미 예비 제자로 될 자격을 얻었다.게다가 지금 신선으로 비승할 기연까지 얻었으니 장로들이 그를 더욱 중시하는 것은 당연했다.의자에 앉아 있는 자음진인은 그들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특히 그는 전성민을 통해 혼원성지의 성자 예진기는 요지 성녀 변청하 등과 선연을 두고 혈투를 벌이다가 결국 혼원성지의 호도신병까지 꺼냈음에도 이태호에게 선연을 빼앗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누구라도 이런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었다.목숨을 걸고 싸워 거의 손에 넣을 뻔한 선연을 결국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니.지금 창란 세계로 돌아온 다른 천교들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수시로 이태호를 격살할 준비를 했을 것이었다.자음진인은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어느 장로가 천남에 가서 이태호를 직접 성지로 데려오겠는가?”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여기저기서 대답했다.“성주님, 제가 가겠습니다.”“저는 5급 성황 경지라 그 녀석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습니다.”“성주님, 저와 선우정혁은 예전부터 아는 사이라 이번에 천남에 가면 오랜만에 회포를 풀 수 있으니 이 일을 저에게 맡겨 주십시오.”“...”몇몇 장로들이 모두 가고 싶다고 말하자, 자음진인은 벙글벙글 웃었다.예전에 진선 정혈을 얻은 천교들을 보면, 선연을 얻은 이태호는 백 년 안에 신선으로 비승할 가능성이 높았다.장로들이 앞다투어 천남으로 가겠다는 것은 당연히 이태호에게 잘 보이고 자기의 파벌로 끌어들이려는 계산이 있었기 때문이다.나중에 이태호가 신선으로 된다면 그들에게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으니까.자음진인은 어찌 장로들의 생각을 모를 수 있겠는가?그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여러분이 모두 가고 싶다면...”그의 말이 채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