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급 4급 재료라고?”김현수와 이호는 이태호가 내놓은 재료를 보고 완전히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이태호가 하급 4급 단약을 제련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만약에 이 단약을 성공적으로 제련한다면 이태호는 당연히 하급 연단사 4급일 것이다.그러면 종주님께서 정말 이태호라는 인재를 데려와서 이 집에 안배해 줬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게다가 이태호가 정말로 하급 연단사 4급이라면 이런 좋은 집에서 살아도 그들은 뭐라고 할 자격이 없었다.“젊은이, 네가 먼저 제련하는 것을 볼게. 만약에 네가 정말 성공한다면 난 할 필요도 없이 바로 패배를 인정하지. 왜냐면 나한테는 아직 하급 연단사 4급의 능력이 없어. 난 지금 고급 연단사 3급이야.”진우림은 잠시 생각하다가 직접 이태호에게 이렇게 말했다.그는 몇 달 동안이나 하급 4급 단약을 제련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아쉽게도 재료만 낭비했고 효과는 거의 없었다. 하기에 지금도 그는 하급 연단사 4급이 되지 못했다.하급 연단사 4급이 되는 것은 그가 늘 꿈꿔왔던 일이지만 그에게는 너무 어려웠다.그는 종문에 있는 하급 연단사 4급인 세 명한테 찾아갔지만 그들은 그에게 도움을 주기 싫어했고 그냥 그의 앞에서 단약을 한 번 제련했을 뿐이었다.그것도 술과 선물을 준 덕분에 제련하는 것을 볼 기회가 한 번 있었다.그래서 이번에 이태호가 성공하든 못하든 하급 4급 단약을 제련하는 것을 무료로 한번 볼 수 있는 건 그에게 있어서 더없이 좋은 일이었다. 그래서 그는 아예 제련할 생각조차 없었다. 우선 그는 이태호가 제련할 수 있는지 더 궁금했다.아니면 혼자 자기 단약을 제련하느라 이태호가 단약을 제련하는 과정을 볼 시간이 없었다.그는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칠 리가 없었다.이태호는 진우림을 한번 힐끗 쳐다보고는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금방 짐작이 가서 미소를 지었다.이태호는 상대방을 상대하기 귀찮아서 먼저 연단로를 예열하기 시작했다.“진 장로는 어디에 갔지?”바로 이때 하급 연단사 4급인 한 사람이 진우림
“거의 다 완성되어 가는 군요. 속도도 빠르고 수법도 기가 막히네요.”한참 지켜보던 임수환은 갑자기 자괴감이 들었다.“나와라!”이때 이태호가 가볍게 소리를 치면서 한 손을 들자 단약 한 알이 날아와 모두의 눈앞에 떠 있었다.“성공했네요! 정말로 하급 연단사 4급이네요!”김현수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고 어이가 없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 둘은 고작 고급 연단사 2급이었는데 이태호를 무시했고 그의 앞에서 잘난척했다.“진짜 연단사 4급이라니!”진우림은 마음이 복잡했다. 종문에 또 한 명의 대단한 연단사가 생겨서 너무 기뻤지만 한편 자신이 이태호를 건드렸단 사실에 마음이 불안했다. 그는 일이 이렇게 되면 앞으로 연단 방면에서 이태호에게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지 걱정했다.임수환은 가까이 다가가 이태호가 제련해 낸 단약을 자세히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럴 수가! 단무늬가 3개 있는 최상급 단약이네.”다른 세 사람은 멈칫 놀라더니 바로 다가가서 살펴보았다. 역시 3개의 단무늬가 있는 최상급 단약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 이런 단약은 그들도 처음 보았다.이런 최상품 단약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이 단약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런 단약을 제련할 수 있었다.하급 4급 단약도 제련할 수 있다면 상대방은 아마 더 고급 연단사일 것이다.“당신... 당신은 단지 하급 연단사 4급뿐이 아니죠?”임수환은 약간 흥분한 표정을 지으며 이태호를 바라보았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태호가 중급 연단사 4급이든 하급 연단사 4급이든 그들보다 연단 실력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들은 이태호처럼 최상급의 하급 4급 단약을 제련하지 못했다.그러자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신분을 숨기지 않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래요. 저는 확실히 하급 연단사 4급이 아니에요. 저는 중급 연단사 4급이에요.”“이럴 수가. 중급 연단사 4급이라니!”김현수는 이 말을 듣자 깜짝 놀랐다. 이태호는
“저분이랑 내기했어요?”임수환은 조금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방금 이태호가 연단하는 것을 본 그도 수확이 많았고 돌아가서 잘 깨달으면 자신의 연단 실력이 진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러자 진우림이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네! 정말 뜻밖에도 오늘 우리 종문에 이렇게 대단한 연단사가 올 줄 몰랐어요.”이태호가 웃으며 대답했다.“에헴. 선배님께서 졌으니, 그럼 영초는...”그러자 진우림은 즉시 손바닥을 뒤집더니 하급 4급 영초를 열 그루 꺼내서 이태호에게 건넸다.“선배님, 앞으로 저는 태호 선배님이라 부르겠어요. 방금 선배님이 단약을 제련하는 것을 보고 저도 많은 것을 배웠어요.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선배님께 많은 조언 부탁드립니다. 고마워요!”다른 제자나 호법 앞에서 이 연단사들은 모두 고귀하고 까칠한 모습이지만, 자신보다 상급자인 연단사들 앞에서는 매우 공손하게 변했다. 연단사들이 자신의 한계를 깨고 돌파하기는 쉽지 않았다. 때로는 대단한 연단사들이 조금이라도 가르쳐주면 갑작스러운 깨달음도 얻을 수 있고 자신의 발전을 위해 많은 시간을 절약할 수도 있었다.이태호는 웃으며 영초를 거두어들이면서 진우림에게 말했다.“우리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살고 있으니, 앞으로 이웃이에요.”임수환도 웃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선배님, 저의 이름은 임수환이라고 해요. 종문의 하급 연단사 4급이에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조언 부탁드립니다.”그러자 이태호도 웃으며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모두 종문의 연단사이고 모두 종문을 위해 봉사하고 있으니, 앞으로 저에게 물어볼 것이 있으면 언제든지 저를 찾아오시면 돼요.”이태호가 뒤끝이 없는 것을 보니 김현수와 이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이태호가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임을 알아차렸다.진우림이 이태호에게 말했다.“선배님, 저는 진우림이라고 해요. 이 두 자식의 사부님이에요. 저는 저쪽에서 살아요. 우리는 앞으로 이웃인 셈이죠. 그 옆
신은재의 그런 모습을 본 이태호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하하. 우리 은재는 이미 아주 대단한 거야. 다만 아직 조금 노력이 필요할 뿐이지. 그건 그렇고, 생각해 보니 이번에는 우리 은재가 따라갈 수 없을 거야. 아마 다음 비경이 열릴 때쯤이면 갈 수 있어. 음, 아니다. 아직 6년 남았단 말이지. 만약에 네가 내공을 빨리 돌파하면 존자가 될 수도 있어.”“히히, 그래요? 그러면 저는 정말 대단한 거네요!”이태호의 말을 들은 은재는 기뻐서 입을 가리고 낄낄 웃었다.진우림 일행이 돌아가자마자 곧 종문에 중급 연단사 4급인 사람이 온 소식이 쫙 퍼졌다. 그러자 그날 오후, 다른 연단사들은 모두 공손한 표정으로 이태호에게 찾아와서 이것저것 물었다.이태호가 웃으며 이 사람들을 접대하고 이미 날이 어두워지자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날 밤에 그는 피곤해서 푹 쉬었다.다음 날 아침, 이태호가 집에서 나와 정원에 앉아 있으려고 할 때 남두식이 그를 찾아왔다.“사숙님!”남두식이 온 것을 본 백지연은 즉시 다가가서 달콤한 소리로 말했다.그러자 남두식은 껄껄 웃으며 말했다.“하하. 어때? 살 만해? 우리 이곳은 네가 살던 대도시만큼 번화하지 않아.”이태호가 이 말을 듣고 웃으며 말했다.“수련하는 사람에게 있어서는 내공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이곳은 영기가 매우 풍부하고 밤에도 조용해요. 모두 이곳을 마음에 들어 해요.”그러자 남두식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러면 다행이고.”그는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말을 이어갔다.“사질, 볼일이 좀 있어. 나와 함께 가자.”그러자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두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남두식은 이태호를 데리고 그가 살고 있는 궁궐 같은 건물로 들어왔다.한 집에 들어서자 이태호는 어떤 아름다운 여자가 파란 긴 드레스를 입고 선녀처럼 앉아 피아노를 치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그 여자는 보기만 해도 선기가 감돌았고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심지어 약간의 슬픔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
두 사람의 대화를 듣자 이태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설마 이 여자의 몸에 문제가 생긴 걸까?’남유하가 남두식이 오는 것을 보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지만 이 웃음은 분명히 가식적이었고 아마도 남두식이 걱정할까 봐 일부러 웃음을 보여 주는 것 같았다.남두식이 말하기도 전에 남유하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아빠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사람이 태어나면 죽기 마련인데 그렇죠? 만약 제 몸을 치료할 수 없어도 저는 괜찮아요. 전 이미 마음의 준비가 다 되었어요.”“정말 몸 건강이 안 좋은 걸까?”이태호는 눈살을 찌푸렷다. 그리고 이내 상대방의 몸 상황을 살피기 시작하더니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그 여자의 안색을 봐서는 모든 것이 정상적이었다. 이태호의 의술 실력이라 해도 그녀가 무슨 병이 있는 사람인지 바로 판단이 되지 않았다.‘하지만 만약에 병이 없다면 무슨 원인으로 하루에 세 번씩이나 쓰러질 수 있단 말인가?’여기까지 생각하니 이태호는 더욱 의심스러웠다.“아빠, 이분은 누구세요?”남유하는 자신의 병 이야기를 더는 하고 싶지 않아 이태호를 보자 바로 화제를 돌렸다.그러자 남두식은 허허 웃으며 말했다.“이 분은 내 사형의 제자야. 이름은 이태호, 예전에 한 번 말해준 적이 있잖아?”“그래요? 아빠 사형 그분은 추필링계에서 가장 유명한 천재잖아요. 그분의 제자이시면 분명 보통이 아닐 거예요.”남유하는 이태호가 그분의 제자라는 말을 듣고 저도 모르게 이태호가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짐작했다.그러자 이태호는 겸손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과찬입니다. 저도 그저 운이 좋아서 사부님이 저를 제자로 받아들이셨고 사부님 덕에 천청종에 올 수 있었고 심지어 종문의 제자가 되었어요.”남두식은 웃으며 말했다.“태호야, 다 한 집 식구나 다름없는데 그렇게 겸손할 필요는 없어. 그리고 넌 종문의 제자가 아니야, 종문의 장로지!”“헤헤. 보아 아니 태호 오빠는 참 겸손한 것 같아요. 오자마자 우리 종문의 장로가 되셨다니, 아마 내공도 몹시 높을
그러나 뜻밖에도 남두식은 이태호에게 이렇게 말했다.“태호야, 너의 마음은 고맙지만 애쓰지 않아도 돼. 유하가 무슨 병인지 내가 가장 잘 알아. 그 누구도 해결할 일이 아니지. 그러니 너도 굳이 확인할 필요도 없어. 난 유하의 병이 단지 가끔 혼수상태에 빠질 뿐이지 어느날 유하가 갑자기 이렇게 죽지는 않을 것이라 믿고 있어.”“알겠어요.”이태호는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남두식이 왜 막아 나섰는지 알 수가 없었고 심지어 그에게 시험해 볼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하지만 생각해 보니 여기는 천청종이고 종문에 그렇게 많은 고수가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이니 어쩌면 그가 노력해 본다 해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았다.“됐어. 유하야. 태호는 너보다 조금 나이가 있으니 넌 태호를 오빠라고 불러. 우리는 이제 한 식구이니 나중에 시간 나면 같이 얘기도 많이 하고 쇼핑도 좀 하고 뭐.”남두식이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어요.”남유하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녀가 웃는 모습은 아름답고 매우 달콤했다.“태호야, 가자. 저쪽에 있는 장보각을 구경시켜 줄게.”남두식은 미소를 지으며 이태호에게 말했다.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그의 뒤를 따라서 장보각이 있는 방향으로 날아갔다.“사숙님, 장보각은 저쪽에 있는 게 아니에요?”하지만 생각밖으로 남두식은 한참 날다가 갑자기 방향을 바꾸어 이태호를 데리고 절벽 끝에 있는 정자로 날아갔다.남두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내가 정말 너를 데리고 장보각에 갈 줄 알았어? 아까 그렇게 말한 건 단지 일부러 유하에게 들려준 것이야.”이태호는 그가 무조건 남유하 몰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는 생각에 잠기다가 남두식을 향해 말했다.“사숙님, 왜 저를 시도하지 못하게 하셨어요? 제 의술은 그래도 꽤 괜찮은 편이에요. 그렇다면 아마도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을지 몰라요.”남두식은 옆에 있던 돌의자에 앉아 그의 물음에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고 오히려 그에게 물었다.“태호야, 내 딸을 어떻게 생각
하지만 남두식은 여전히 이태호를 똑바로 쳐다보면서 물었다.“말 돌리지 말고. 나는 네가 유하를 좋아하냐고 물었어.”“사숙님, 좋기는 좋지요. 미녀를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이제 처음 만났는데, 벌써 이런 질문은 좀 그렇잖아요?”이태호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남두식의 눈을 피했다.그러자 남두식이 말했다.“좋아한다면 됐어. 어울릴 수 있을지 없을지는 더 이상 말할 시간이 없어. 내가 너한테 한 가지 부탁이 있어.”이태호는 어리둥절해하며 물었다.“사숙님은 내공이 그렇게 높으신데 저한테 부탁할 게 뭐가 있겠어요? 제가 무슨 능력으로... 설마 그 작은 탑을 찾는 일이에요?”남두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내 딸은 구음절맥의 몸이야. 이런 체질은 너도 들어본 적이 있겠지.”이 말을 들은 이태호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물었다.“이 세상에 그런 체질을 가진 사람이 정말 있어요?”이태호는 이 세상에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체질을 소유하고 있는 것을 확실히 알고 있었다. 그런 사람은 극히 적었지만, 없는 것은 아니었다.예를 들어 이태호는 지강지양의 체질이고 순양의 체질이라고도 했다. 이런 체질도 보기 드물었다.남두식이 말한 구음절맥의 체질은 더더욱 보기 드물었고 단지 소문으로만 듣던 체질이었다.이태호가 생각에 잠겨있다가 말했다.“사부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어요. 이 구음절맥의 체질은 몸이 차가워서 밤에 잠들면 몸에 심지어 얼음 한 층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어요. 이런 체질의 사람은 천부적인 재능이 있으나 어이가 없게도 이런 체질을 가진 사람은 보통 서른을 넘지 못하고 의식을 잃고 다시는 깨어나지 못한다고 했어요.”이태호는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머뭇거리다가 계속하여 말을 이어갔다.“하지만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사부님께서 말하시지 않았고 단지 이런 체질이 있다고 했어요. 분명히 기억해요.”남두식은 쓴웃음을 지으며 그제야 이태호에게 말했다.“이런 체질은 치료할 방법이 있기는 있지. 하지만 이 방법을 아는 사람은 나와
이태호는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사숙님, 그 치료법을 알고 있어요? 사숙님의 말뜻은 제가 도와주기만 하면 유하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씀이세요? 그렇다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 내가 사숙님을 도와드릴 수만 있다면 제 몸이 망가진다 해도 상관없어요.”남두식은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너도 알다시피 구음절맥의 체질인 사람은 서른을 넘기지 못해. 서른 번째 생일이 바로 그들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지. 그때가 되면 사람이 몸 안에서부터 천천히 몸 전체가 얼음조각이 되어 버리고 다시는 깨어날 수 없게 되는 거야. 지금 유하는 이미 스물아홉 살이 넘었어. 그러니 이번에 꼭 너의 도움이 필요해. 난 딸을 잃고 싶지 않아.”남두식은 여기까지 말하고 잠시 머뭇거리더니 다시 이태호를 바라보며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제발 부탁해, 태호야!”그러자 이태호가 다급하게 말했다.“사숙님, 우리는 이제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요. 사숙님은 저한테 은혜가 있어요. 그러니 이렇게 말하지 마세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조건 도와드릴게요. 말씀해 보세요.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남두식이 대답했다.“구음절맥의 체질인 사람은 매년 8월 15일에 달이 없으면 좀 낫지만, 달이 있으면 그날 밤에 병이 발작해. 그때가 되면 유하의 몸은 이상할 정도로 추워서 의식을 잃을 거야. 이 병을 치료할 방법은 바로 지순지양의 체질인 사람을 찾아야 해. 그리고 8월 15일 그날 밤에 그녀와... 사랑을 나눠야 해. 그렇게 해야만 유하의 체질이 중화되어 몸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어. 이게 유하가 서른 살이 넘어도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남두식의 말에 이태호는 잠시 할 말을 잃었다. 어쩐지 방금 남두식이 이태호가 맥을 짚지 못하게 한 것은 그는 이태호가 자기 딸의 체질을 알아차리고 말할까 봐 두려운 것이었다. 심지어 이태호가 이 치료 방법까지 말해버릴까 봐 더더욱 걱정했다.“어쩐지 사숙님께서 저보고 유하를 좋아하는지 물어보더라니, 알고 보니 이 이유 때문이었군요!”
종문 앞.허공에 선 선우정혁은 온몸에서 기운이 들끓었고 그의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은 저절로 펄럭거리면서 휘날렸다. 그는 10리 밖에서 멈춰선 작은 산만한 은백색 비행선을 바라보았다.비행선에 있는 조정운은 선우정혁이 나타난 것을 보고 무덤덤한 표정으로 포권을 취하고 나서 말했다.“선우 도우를 뵙습니다.”조정운은 성왕 경지의 대능력자이지만 4급 성왕 경지라 선우정혁보다 한참 뒤떨어져서 예를 갖추고 먼저 인사했다.비행선에 있는 수십 명의 살기등등한 조씨 가문의 장로들을 보자 선우정혁은 그들이 찾아온 이유를 모른 척하면서 물었다.“어쩐 일로 왔지? 우리 태일종과 싸우러 왔는가?”조정운은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이태호가 자기 가문의 천교와 장로를 죽인 사실을 곧이곧대로 말했다. 그러고 나서 조정운은 당연하듯이 말했다.“선우 도우, 저는 그냥 이태호 저놈만 원합니다. 저놈을 죽이지 않으면 한을 풀 수가 없습니다!”그의 말은 곧바로 태일종 내에서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특히 종문 제자들이 이태호가 조씨 가문의 천교와 몇몇 성자급 장로를 죽였고 마지막에 9급 성자 경지인 조시환의 손아귀에서 도망쳤다는 소식을 듣자 태일종이 발칵 뒤집어졌다.“헐! 이 장로의 실력이 대체 얼마나 강하신 거야?”“성자급 장로를 세 명이나 격살한 후 마지막에 내공이 9급 성자인 조시환의 손에서 도망쳤다고?”“와, 이 사형은 정말 괴물 따로 없네. 이제 얼마 지났다고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마저 그의 적수가 되지 못한 거지?”“조씨 가문의 성왕급 수사까지 찾아와서 2급 성자 경지인 이 사형을 처치하려고 하다니. 이건 천남 수행계에서도 전혀 없었던 일 거야.”“...”경악을 금치 못한 제자들에 의해 종문이 떠들썩해졌다.요광섬에서.신수민 등 여인들은 연공방에서 폐관 수련 중인 이태호를 바라본 다음 종문의 고공에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놀라움에 할 말을 잃었다.그녀들은 이태호가 며칠 전에 천지의 영화를 찾기 위해 백수산맥에 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큰 사건이 있
4대 종문과 3대 가문은 천남 지역의 패주로서 그들의 제자를 감히 건드리는 자가 거의 없었다.실력이 동등한 세력이라도 상대방이 소속된 세력의 체면을 어느 정도 봐줄 것이다.이로써 조씨 가문의 가주 조정운이 자기 가문의 천교와 몇몇 장로들이 죽은 소식을 듣고 얼마나 화났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깊은 숨을 들이쉬고 눈썹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종주님, 조씨 가문에게 이 일은 그냥 오해라고 설명하면 안 될까요?””그가 말하자마자 제6봉의 봉주 윤하영은 벌떡 일어나서 패기 어린 표정으로 말했다.“종주님, 저희 태일종은 태일성지의 하급 세력이고 천남의 우두머리인데 조씨 가문을두려워할 필요가 있어요? 그냥 무시하세요.”옆에 있는 제5봉의 연태건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전에 창망산맥에 갔을 때 이태호는 신소문의 천교를 격살해서 우리 태일종은 신소문과 이미 원수를 맺었는데 이번에 또 조씨 가문을 건드렸습니다. 조씨 가문과 신소문의 성왕이 손을 잡으면 큰 문제가 될 겁니다.”연태건의 말을 들은 맹동석은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연 봉주, 무슨 말이야? 그럼 조씨 가문의 성왕이 찾아온다면 우린 제자를 순순히 내줘야 한단 말인가?”맹동석에게 꾸중을 들은 연태건도 난감한 기색을 띠면서 급히 손사래를 쳤다.“그런 뜻은 아니네. 다만 실사구시대로 얘기할 뿐이야. 만일 그 조씨 가문의 성왕이 정말 직접 나서서 신소문과 손을 잡으면 우리 태일종이 아마...”연태건은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의 뜻을 알아챘을 리라고 생각했다. 또한, 그는 이태호가 상대방을 죽인 행위가 너무 무모했다고 여겼다. 그냥 상대방이 다치게 했으면 종문에게 이렇게 큰 폐를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면 중주의 태일성지로 가기는커녕, 이태호가 성공 전장에 들어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조씨 가문의 성왕이 그렇게 만만한가?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연태건의 말에 안색이 어두워졌다.특히 이태호와 같은 배
잠시 후, 조씨 가문의 상공에서 조정운은 음침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꼿꼿이 비행선 위에 서 있었다. 그는 출발 준비를 한 수십 명의 조씨 장로들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외쳤다.“나와 같이 태일종에 갑시다.”지금 조정운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조씨 가문의 체면은 이번에 백수산맥에서 발생한 일로 인해 완전히 구겨졌다.천교뿐만 아니라 장로 세 명이나 죽었다.예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조씨 가문은 천남 4대 종문과 같은 최정상 세력이 아니지만 그래도 성왕급 수사가 있는 대가문이었다. 온 천남 지역에서 조씨 가문의 체면을 봐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계속 이태호에게서 낭패를 보았다.지난 창망산맥에서 이태호는 조광학의 팔을 잘랐다. 이에 조씨 가문은 화났지만 동부 유적지에서 일어난 일은 젊은 세대들 간의 싸움이기에 성왕급 수사가 관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에 조씨 가문의 자존심을 크게 상하게 했다.이번에도 가만히 있으면 앞으로 개나 소나 조씨 가문의 머리 위에서 날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 조정운은 태일종에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비행선을 몰고 별똥별처럼 하늘을 스쳐 지나가면서 그의 눈에 섬뜩한 살기를 띠었다....이와 동시에.태일종의 제1봉 대전에서 선우정혁은 상석에 앉았고 그의 좌우 양쪽에는 9대 봉주들이 모였다.제7봉 봉주 맹동석은 선우정혁의 정중한 표정과 동료들이 모두 모인 것을 보고 무슨 심각한 일이 일어났음을 눈치챘다.왜냐하면 대사건이 터졌을 때마다 종주는 9대 봉주를 이곳에 불러서 논의했기 때문이다.그래서 맹동석은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종주님, 종문에 무슨 큰일이 생겨서 저희를 이곳이 부르신 겁니까?”맹동석의 말에 주변에 있는 다른 봉주들도 일제히 선우정혁을 바라보았다.그들도 속으로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의자에 앉은 선우정혁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이번에 확실히 큰일이 있어서 자네들을 부른 거네.”그러고 나서 그는 이태호가 백수산맥에서 천지의
조씨 가문의 산소에 사람들이 모였는데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서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조정운은 조시환의 보고를 들은 후 손을 세게 의자의 손잡이에 내리치자 손잡이는 순식간에 가루로 부서졌다.“간덩이가 부었군! 우리 조씨 가문의 천교를 죽였을 뿐만 아니라 성자급 장로 세 명이나 참살하고 도망쳤다니! 우리 조씨 가문은 안중에도 없군!”의자에 앉아 있는 조정운은 분통이 터져서 견딜 수가 없었다.자기의 아들이 격살당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는 가장 먼저 9급 성자 경지의 조시환, 그리고 10여 명의 장로를 파견했다. 이태호를 추격하고 포위했지만 이태호가 마지막에 도망쳤다.그야말로 조씨 가문에게 극심한 모욕감을 안겨 주었다.조정운이 어찌 화나서 펄펄 뛰지 않을 수 있겠는가?주변에 모인 장로들은 그의 말을 듣고 모두 이태호에 대한 적개심이 불타올랐다.“가주님, 우리 직접 태일종에 찾아가서 선우정혁보고 이태호를 내놓으라고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정운아, 소주와 몇몇 장로들이 이대로 헛되이 죽게 할 수 없네!”“가주님, 차라리 태일종과 싸웁시다! 전에 태일종이 신소문의 천교도 죽였으니 마침 우리는 이 기회에 신소문과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지지하는 자도 있고 반대하는 자도 있었다.바로 이때 7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발산한 노인이 일어서서 말했다.“가주님, 심사숙고하셔야 합니다. 대장로의 보고에 따르면 이태호는 대허공전송부로 도망쳤습니다. 천남의 각 종문에는 이런 보물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태호는 태일종에 입문한 지 1년 만에 존황 경지에서 성자 경지로 돌파했으니 중주 성지에 있는 천교라 할지라도 이자보다 더 뛰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대허공전송부를 가지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중주의 성지, 아니면 동황의 세가들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조시환은 그의 말을 듣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셋째야, 남의 사기를 부추기고 자신의 기세를 꺾지 마!”성격이 불같은 장로들도 맞장구를 쳤다.“맞소. 삼장로는 이태호에게 놀라서 정신이
천리 밖에 있는 한 고요한 평원의 상공에서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하늘에서 천둥번개가 번쩍거렸고 주변의 공간이 뒤틀어지면서 높이가 1장 되는 허공 통로가 나타났다. 이윽고 한 청년 남자가 그 통로에서 걸어 나왔다.이 청년 남자가 바로 이태호였다. 그는 나오자마자 바로 신식을 방출해서 주변의 지형을 관찰하였다.다행히 대허공전송부는 그를 낯선 곳으로 전송하지 않았다.눈앞에 있는 이 평원은 그가 알고 있는 곳으로 태일종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정신을 차린 후 이태호는 재빨리 사물 반지에서 영단 두 알을 꺼내서 입에 넣었다. 강력한 약효는 영기로 변해서 그의 육신에 퍼졌고 어긋난 오장육부와 파손된 경맥을 회복시켰다.“아까 정말 위험했어. 하마터면 조시환의 손에 죽을 뻔했네.”이태호는 신식을 체내에서 거둔 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9급 성자 경지의 실력이 정말 강대했다. 조시환의 일반 공격에 그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고 심지어 전송부를 부숴버리고 꽁무니를 뺄 수밖에 없었다.이런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보물을 아직 실컷 구경도 못했는데 바로 조시환의 앞에서 사용했다.“빌어먹을 조씨 가문!”여기까지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파서 욕설을 퍼부었다.“앞으로 조씨 가문보고 천배 갚게 할 거야.”대허공전송부는 성왕급 대능력자가 제련한 옥부였다. 천남 지역뿐만 아니라 중주의 많은 산수(散修)들도 얻기 힘든 보물이었다.그러니 이태호가 어찌 조씨 가문을 원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체내의 상처가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 이태호는 잡생각을 그만두었다.‘조씨 가문의 사람들이 쫓아올 수 있으니 일단 종문으로 돌아가자.’그는 하늘로 솟아오르고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태일종을 향해 날아갔다.두 시진 후, 이태호는 태일종의 산문 앞에 도착했다. 태일종은 구름을 꿰뚫고 우뚝 솟은 첩첩산중에 자리 잡고 있으며 웅장하고 험준하며 영기가 그윽했다.태일종의 구역에 들어선 이태호는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는 곧바로 요광섬으로 돌아갔다.요광섬에
한편, 조시환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 말했다.“어? 아직 안 죽었네?”그는 9급 성자급 수사로서 지금은 성왕 경지의 문턱에 이르렀다.조시환의 육신은 이미 범인의 영역을 벗어나 성인의 경지로 들어갔다. 그의 혈액은 황금색으로 되었고 육신의 힘은 진룡과 견줄 수 있으며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안정시킬 수 있었다.그러나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에 불과했다. 조시환은 조씨 가문의 대장로로서 과거에 수많은 2급 성자급 수사를 참살하였다.이태호가 태일종의 진전 제자이고 천교일지라도 기껏해야 3급 성자급 수사와 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태호가 그의 공격을 막아냈으니 조시환이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조시환은 놀라움을 뒤로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이태호를 비웃었다.“이제 또 무슨 수단이 있는지 보자!”이제 방어 영보의 도움이 없는 이태호는 조시환에게 있어서 덩치가 조금 큰 개미에 불과했다. 그가 힘을 쓰면 바로 짓밟아 죽일 수 있었다.이와 동시에.힘겹게 조시환의 치명적인 공격을 막아낸 이태호도 상황이 안 좋았다. 그의 몸은 큰 산에 부딪힌 것처럼 아팠고 오장육부의 위치가 어긋났으며 피를 토하였다. 그는 심각한 내상을 입어서 체내의 영기가 거의 정체되었다.이태호는 전송부를 사용하지 않으면 정말 죽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그는 당장 전승부를 부숴버렸고 원신으로 주변에 있는 천지의 힘과 연결하였다.대허공전송부가 부서진 순간에 주변의 공간이 파멸되면서 공간 통로가 생겼다.주변의 공간이 불안정해졌고 이태호의 앞에 수상한 현상이 나타난 것을 본 조시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이태호가 방금 부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챘다.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면서 소리를 질렀다.“대… 대허공전송부?!”조시환은 깜짝 놀랐지만 이태호를 향해 주먹 공세를 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그러나 이미 허공의 힘에 감싼 이태호는 곧장 주변의 공간을 찢어서 산골짜기의 상공에서 사라졌다.이태호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것이 믿기지
순식간에 주변 10여 리에 있는 허공에서 우두둑거리는 소리가 났고 수많은 거미줄 같은 공간의 틈새가 나타났다.깨진 틈새에서 지수풍화(地水風火)가 쏟아져 나왔고 그중에서 어둡고 허무한 공간을 드러냈다.조시환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번뜩거렸고 살기가 극에 이르렀다. 이태호의 종적을 알게 되고 나서 조시환은 곧바로 날아왔다. 그러나 그가 도착하자마자 조보성이 격살당하는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엄청난 충격을 받은 조시환의 분노가 최고조로 차올랐고 이태호에 대한 살기가 더욱 깊어졌다.조보성이 조씨 가문의 성자급 장로인데 또 이태호의 손에 죽다니!조시환의 마음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그는 강렬한 살의를 품은 눈빛으로 이태호를 노려보았다.“네 이놈! 오늘 내가 꼭 네 놈을 죽일 거야!”조시환은 이를 갈면서 노기어린 목소리로 외쳤다. 그는 9급 성자 경지의 기운을 내뿜으면서 이태호를 향해 주먹을 날렸다.팽배한 영기가 빛기둥처럼 뿜어져 나왔고 허공에서 공포스러운 굉음을 냈다.격렬한 충격파는 주변의 모래와 자갈을 휩쓸고 화살처럼 사방으로 날아갔다.이태호가 반응하기도 전에 격렬한 음폭 소리가 들려왔다.위기가 다가온 것을 느낀 이태호는 주저 없이 단전 내의 수많은 천지의 영기를 바로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주입하였다.손바닥만 한 현황종이 ‘땡’ 소리를 내면서 고막을 찢을 것 같은 우렁찬 종소리를 냈고 사방에서 들끓은 지수화풍(地水火風)은 순식간에 진압되어 가루로 되었다.이어서 수많은 현황의 기운이 내려오면서 이태호의 주변에 보호캡을 형성했다.“펑!”조시환이 날린 주먹 공격들이 현황종의 보호캡에 부딪히면서 보호캡이 흔들렸고 불안정하게 만들었다. 어쨌든 9급 성자 경지의 내공은 이태호를 훨씬 능가했기 때문이다.보잘것없는 중급 영보는 그의 공격을 막을 수 없었다.현황종에서 도자기에 금이 가는 소리처럼 청아가 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이태호는 머리 위에 있는 현황종에 균열이 촘촘히 난 것을 발견했고 수시로 깨질 것처럼 보였다. 그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고
조보성은 용처럼 강한 기운을 발산한 긴 창을 휘두르고 이태호를 향해 덤볐다.그의 창법이 강력하고 화산을 꺾을 기세를 내뿜었으며 창살은 진룡처럼 스쳐 지나가는 모든 물건을 부숴버렸다.주변의 공간마저 불안정해지기 시작했고 찢어져서 수많은 거미줄 같은 틈새가 나타났다.눈 깜짝할 사이에 조보성은 이태호의 눈앞에 다가왔다. 이태호의 안색이 확 변했고 적소검을 들고 앞으로 내리찍자 천 장이나 높고 금선(金線)과 같은 검기가 생성되면서 허공을 가르며 덮쳐온 창끝을 내리쳤다.“챙! 챙!...”하늘에서 병기가 격돌하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한번 부딪힐 때마다 생성한 거대한 충격파는 마치 여름의 천둥소리와 같은 굉음을 냈다.주변 수 리 내에 있는 대지나 골짜기를 모두 초토화시켰다.조보성은 이태호와 싸울수록 속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는 이미 전력을 다했으나 이태호는 표정조차 변하지 않았다.오히려 이태호가 날린 일격에 그가 창대를 쥐고 있는 손아귀가 아팠고 온몸의 기혈이 솟구쳐 올랐다.조보성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 이태호는 2급 성자 경지의 내공을 가지고 있고 또 같은 경지에서 적수가 없으며 자신보다 경지가 높은 수사와 싸울 수 있는 천교의 특성 때문에 일반 수사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이 점을 알아챈 조보성은 조시환이 올 때까지 이태호를 붙잡으려고 하였다.이태호도 조보성의 의도를 눈치챘다.그의 신식은 수십 리 밖에서 엄청난 기운을 내뿜으면서 빠르게 이쪽으로 날아온 10여 명의 수사가 있다는 것을 감지했다.그래서 이태호는 속으로 더욱 초조해졌다.‘젠장! 이대로 가다간 내 체내의 영기가 바닥이 날 거고 오래 버틸 수 없어! 일단 이 사람을 해결한 다음 대허공전송부로 도망치자!’이렇게 생각한 이태호는 마음이 아팠다. 대허공전송부를 가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바로 사용해야 한다니.그러나 지금 전투 중에 있어서 정신을 분산시켜서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그가 들고 있는 작은 산봉우리와 같은 현황봉이 점점 커지면서 웅장한 신산(神山)으로 되어
조부성은 허공에 서서 이태호가 자신의 기습 공격을 피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의아해했다.자신의 내공은 3급 성자 경지이고 또 몰래 습격한 것인데 같은 경지의 수사라도 한순간에 반응하기 힘들 것이다.이태호의 몸에서 발산한 기운을 느끼면서 조부성의 표정이 굳어졌고 속으로 경악을 금치 못했다.창망산맥에서 돌아온 가문 장로들과 제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때 이태호는 8급 존황 경지의 수사에 불과했다.그러나 그는 두 달 만에 2급 성자 경지의 수사로 되었다.조부성은 수련 속도가 이렇게 빠른 수사가 있다는 소문을 들어본 적도 없었다.이와 동시에.긴 창의 치명적인 공격을 피한 이태호도 지금 이 백수산맥의 곳곳에 조씨 가문의 수사들이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내가 소홀했군. 조씨 가문의 반응이 이렇게 빠른 줄은 몰랐어. 반나절 만에 2천 리 밖에서 여기로 찾아왔다니.’이태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감히 방심하지 못하고 적소검과 현황 이화봉 두 영보를 바로 꺼냈다.영보를 꺼내서 계속 싸우겠다는 자세를 취한 이태호를 보면서 조보성의 얼굴에 화난 기색이 역력했고 냉소를 흘리면서 말했다.“이태호, 순순히 항복하면 살려줄 수 있어!”조보성은 거만하고 경멸한 말투로 말했지만 실은 이태호를 감히 무시하지 못했다.어쨌든 2급 성자 경지의 조명곤과 조해룡이 모두 이태호의 손에 죽었으니까.그는 말하면서 몰래 영패로 수십 리 밖에 있는 조시환에게 연락하였다.수십 리 밖의 비행선에서 가부좌 자세로 앉아서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조시환은 갑자기 허리에 찬 영패의 진동을 느꼈다.그가 신식으로 영패를 한번 훑어보고 나서 눈을 번쩍 뜨고 갑판에서 벌떡 일어섰다.“드디어 찾았군!”조시환은 흥분한 표정을 지으면서 곧바로 무지갯빛으로 변해서 조보성이 있는 쪽으로 날아갔다.동시에 기타 조씨 가문의 장로들도 연달아 정보를 받고 급속히 날아왔다....산골짜기 상공에서. 영보를 꺼낸 이태호는 조보성의 말을 듣고 속으로 냉소를 지었다.이태호는 헛소리하지 않고 온몸의 검의를 내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