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호는 그 말을 듣더니 약간 놀란 듯 물었다. "누나 술집에서 출근하면 월급이 적지 않겠는데, 그기다 1년 동안 빚을 갚았는데 아직도 3천만 원이나 모자라요? 2천만 원 빌린 거 아니에요?""허허, 이놈들 정말 날강도들이야, 원래 이자가 많이 높잖은데다 계약서에 속임수를 쓴 걸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속았어. 내가 지금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자도 갚지 못하거니와 갚을 돈이 점점 더 많아졌어."왕향금은 쓴웃음을 지으며 계속 말했다. "맞다. 어제저녁에 어떤 금수저가 나보고 밖에 나와서 자기하고 하룻밤같이 있으면 5천만 원 준다 했어.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결국엔 거절하기는 했는데. 이젠 나도 무서워, 언제 돈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해 그 길로 나아갈지..."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이렇게 해요, 사촌 누나, 일단은 너무 늦었으니 내일 아침에 제가 저놈들을 찾아가 누나를 도와 돈을 갚을게요."비록 저 사람들이 고약하기는 했지만 이태호는 번거로운 게 싫어서, 더욱이 3천만 원이 많은 돈도 아니기도 하니 왕향금을 도와 일단 빚을 청산하려고 한 것이다."미안해!"왕향금은 이태호를 바라보다가 저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아까는 네가 나를 구해줬는데 너한테 귀싸대기나 날리고. 나는 또 너네 집에서 나를 피하느라고 도망갔는가 했잖아. 필경 셋째 이모와 이모부 전화가 안 통하니 빚진 돈 갚지 않으려고 도망간 줄 알았어.""괜찮아요, 미안하다는 말은 제가 해야죠. 요 몇 년 간 제가 감옥에 들어간 후에 누나 집에서 우리 집 많이 돌봐주었잖아요. 그 은혜를 제대로 갚지도 못했는데 어딜 도망가요?"이태호는 웃으면서 말했다. 지금의 그는 사촌 누나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태호야, 너 괜찮아?"이때 숲속 밖에서 어떤 사람이 걸어왔다. 바로 이태식이었다.이태호는 뒤돌아 보며 말했다. "아버지, 왜 오셨어요?"이태식은 멀지 않은 곳에서 말했다. "흠, 네가 들어간지 얼마 안 되어 그 몇몇 건달들이 뛰쳐나오는 건 봤는데 너는 안 나오는 거야, 네 엄마랑 네 마누라가
"맞다, 태호야, 너 마누라 있지? 아까 이모부가 말하기를 셋째 이모랑 너 마누라가 걱정한다며?"세 사람은 대나무 숲 밖으로 걸어 나왔다. 왕향금은 갑자기 뭐가 생각난 듯 의아한 표정으로 이태호한테 물었다.아직까지도 그녀는 이태호가 마누라가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그녀는 며칠전에서야 전 이태호가 출소한 후에 전 여자친구 정주희와 하현우의 결혼식에 난리를 피운 소문을 들었다.자세한 내용은 그녀도 잘 몰랐고 다만 동네방네 돌아다니는 소문만 들었을 뿐이었다.이태호가 출소 한 걸 알고 또한 사채업자들이 너무 협박하는지라 어쩔 수없이 셋째 이모한테 전화를 했다. 하지만 전화를 안 받으니 돈을 갚지 않으려고 이태호가 나오자마자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쳤는가 했다.필경 현실에는 이러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으니 말이다.이태호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마누라 있어요, 뭐 인생길 걷다 보니 꽃길이 나타난 거죠. 말하자면 긴데 지금은 마누라도 있고 딸아이도 있어요. 좋죠!"이 말을 들은 왕향금의 속이 철렁했다. 사촌 동생이 왜 이토록 빨리 색시를 맞이했는가 했더니 애 딸린 돌싱을 찾은 거였다 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촌 동생 집 형편이 좋은 편이 아니고 게다가 방금 출소한 거라 애 딸린 여자라도 시집오겠다면 이태호한테는 엎드려 절하기였다."응, 좋구나, 마누라도 생겼고 딸아이도 있으니. 너 한방 제대로 해냈구나. 네 아빠 엄마도 시름 다 놓았어."왕향금은 머리를 끄덕이고는 앞에서 걸어가는 이태호를 보고 나지막이 말했다. "맞다. 태호야, 나 술집에서 일하는 걸 네 아빠 엄마한테 말하면 안 돼. 그리고 내가 돈 갚지 못 한 일도 너 이모, 이모부한테 말하지 말아 줘. 엄마 아빠 아직 모르셔, 그냥 친구한테서 빌린 돈인데 이미 다 갚았다고 말했거든."이태호는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안심하세요, 누나, 절대로 말하지 않을게요.""네가 알고 있으면 돼, 내일에 나를 도와 1천2백만 원 갚으면 정말 좋겠어. 그러면 나도 좀 한숨 돌릴 수 있으니까
빚진 1천2백만 원을 끝내 갚게 된다고 생각하니 더 이상 상대방이 괴롭히는 일이 없을 거 같았다. 지금 왕향금의 기분은 정말 마음속에 짓눌린 돌덩이를 옮긴 것처럼 개운했다."누나, 좀 비좁을 거 같아요. 한 사람 더 있거든요."이태호는 운전대를 잡고는 차에 오르려는 왕향금을 보고 말했다."괜찮아. 내가 은재를 안으면 돼!"연초원은 이내 신은재를 자신의 품속에 끌어안았다. "향금아, 생각지도 못하게 정말 너 맞구나!'왕향금은 자리에 앉은 후 연초월을 보고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셋째 이모, 아까 태호가 도와줬기 망정이지 아니면 전 벌써 그놈 변태들에게..."이태호는 웃기만 하다가 그제야 소개했다. "누나, 여기는 내 마누라 신수민이라고 해요. 여보, 이분은 나 큰 이모네 집 사촌누나 왕향금이라 해. 지난 몇 년 간 큰 이모네 집 덕을 많이 봤어.""사촌 언니 안녕하세요!"신수민은 고개를 돌려 왕향금을 향해 웃었다.왕향금은 면전에 있는 신수민을 보고 속으로는 다소 놀랬다. "신수민, 이 이름이 왜 이렇게 익숙하지? 가만 보자, 가만 보자..."한참 생각하더니 뭔 가 떠올린 듯 놀라며 말했다. "혹시 신씨 가문 큰 아씨인가요? 저기 그 3류 명문가네 큰 아씨 맞죠?""그 절세 미녀를 말고 또 누가 있겠어요?'이태호는 운전하면서 웃으며 말했다."정말이구나, 소문이 자자한 미녀 맞네. 정말 이쁘네."왕향금은 웃으면서 저도 모르게 이태호를 향해 말했다. "태호야, 너 정말 전생에 나라를 구했구나.""당연하죠, 하하!"이태호는 쾌활하게 웃기 시작했다.옆에 앉은 신수민은 이태호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가슴속에서는 행복한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제 기억으로는 큰 아씨가 신씨네 집안하고는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거죠?'왕향금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더니 승용차를 둘러 보고 미간이 찌푸려 졌다. 그리고는 완곡하게 물었다.그녀는 신수민이 왕년에 신씨 집안에서 쫓겨났다는 걸 알고 있다. 또 소문에 의하면 쫓겨난 후에 매우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잘
얘기하는 사이 용안 별장 지역에 도착한 차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태호야, 설마 너희가 이사했다는 집이 바로 여기야? 여기 그 유명한 부자 동네 아니야? 이 동네 별장은 아무리 부자라도 살 수 없다고 하던데."왕향금은 주위를 둘러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태호는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맞아요, 앞으로 저희들이 생활할 곳이에요, 집도 넓고 방도 많으니까 잠시 후에 누나는 마음대로 골라서 묵으시면 되세요.""우와, 나도 이런 으리으리한 별장에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게 너무 믿기지가 않아, 태호야, 너 진짜 출세했구나."왕향금은 감격에 겨운 나머지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으면서 말했다. "안 되겠어, 나 사진 좀 더 찍어서 보관할래, 여기 풍경이 너무 아름다워.""하하!"흥분해 있는 왕향금을 보고 이태호는 입을 열었다. "누나 마음에 들면 며칠 더 여기서 쉬다가 가는 게 어때요? 어차피 집들이도 할 겸 모레쯤에 친척분들 다 요청할 예정이거든요.""우리 동생이 나를 붙잡은 거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는 걸로."왕향금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옆에 앉아 있던 연초월이 답했다. "향금이도 오랜만에 우리 집에 와 보는데 며칠 묵으면서 쉬다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아, 그리고 전에 빌린 돈 돌려줘야 되기도 하고,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왕향금은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모님, 괜찮아요, 아까 태호가 내일 돌려 준다고 했어요.""그래, 이제야 마음이 놓이네."연초월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운전 중이던 차는 곧바로 아주 큰 별장 앞에 세워졌다.별장으로 들어선 왕향금은 정원에서 수다를 떨고 있는 미녀 여섯 분을 목격했다.다소 야한 옷차림을 한 여성분들을 확인한 왕향금은 의심쩍은 눈초리로 이태호를 향해 물었다. "태호야, 저 분들은 누구셔?"이태호는 곧장 해명했다. "아, 저 분들은 부모님들이 외출할 때 혹시 위험할 까 내가 고용한 경호원분들이셔.""쯧쯧, 경호원들 고용할 줄도 알고 진짜 용됐네, 이젠 진짜 재벌 느
연초월과 왕향금 그리고 바라보던 다른 사람들 모두 숨을 들이켰다. 한 달에 이천 만 원을 받는데 별로 많지도 않다니 게다가 안 받아도 상관이 없다니, 이거 은근히 자랑질 하려고 저러는 건가?그 중 유독 이태호만이 무심코 덤덤히 웃고 있었다. 비록 작은 군사들일지라도 전쟁터에서 수많은 공을 세웠던 영웅이라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전쟁이 끝난 후 대하는 여기 작은 군사들에게 한 사람당 몇 십억 원에 달하는 상금을 지급하기도 했으니 말이다.그러니 그들이 돈에 연연하지 않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아이고, 나는 여러분들의 월급이 너무 부럽기만 하네요."왕향금은 쓴웃음을 지으며 이태호를 향해 말을 덧붙였다. "태호야, 친구가 그렇게 돈이 많은 거야? 설마 이 별장도 그 친구가 선물한거야?"이태호는 순간 손으로 콧등을 만지작거리더니 답했다. "누나 눈치가 빠르네요,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 선물 받은 건 맞는 데 그 친구가 아니라 다른 분이세요.""에이, 농담하는 거지?"왕향금은 고래고래 목소리를 높이며 물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여기 별장이 한 채에 백 억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하던데 누가 그런 별장을 떡하니 그냥 내 줄 수가 있어? 여기 신씨 아가씨네 별장 아니야?"연초월은 바로 설명하기 시작했다. "향금아, 선물 받은 거 맞아, 이 별장의 원래 주인은 일류 대가의 용씨 집안의 사람이었대, 우리 태호가 길거리에서 우연히 질환으로 인해 쓸어진 사람을 발견하고 그 분의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었거든, 워낙 태호가 의술이 뛰어나긴 하잖아, 그래서 그 분이 구해 준 보상으로 여기 별장을 선물하게 된거야.""아, 그런 일이 있었구나, 부자들한테는 생명이 무엇보다도 소중하긴 하니까, 그래도 그들은 어떤 세계에 사는 지 나는 상상도 하기 힘들 것 같네."왕향금은 문뜩 이태호를 보며 말을 이었다. "야, 태호야, 너 이러다 인생 꽃 피는 거 아니야? 아내와 아이도 있으니 가족도 화목하고 이젠 사는 집도 이런 으리으리한
왕향금의 물음에 이태호는 순간 대답이 떠오르지 않아 분위기가 어색해졌다.지켜보던 신수민은 빙긋 웃고는 왕향금을 보며 답했다. "그런 건 아니에요, 위층에 방들이 다 비어 있으니까 너무 허전해 보일 까봐 어쩌다 한 번 사용하고 있는 것 뿐이에요." 이어 신수민은 이태호를 팔짱을 끼고 왕향금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을 덧붙였다. "평소에는 태호가 저랑 한 방 사용하고 있어요, 맞지?"이태호는 신수민이 자신의 어색함을 무마시켜주며 이렇게 눈치가 빠른 여인이라는 게 너무 뜻밖이었다. 그는 신수민의 허리를 감싸고 담담하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제 와이픈데 당연히 매일 밤 같이 자야 되는 거 아닌가, 어쩌다 의술을 연구하다 보니까 아내에게 방해될 까 혼자 독방을 쓰는 거지 뭐."이태호의 품에 안긴 신수연은 가슴이 쿵쾅거리고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그, 그럼요."신수민도 그를 따라 입가에 미소를 짓고 있었다.왕향금은 입을 가린 채 웃음을 터뜨렸다. "그럼 내가 오해를 한 거였네, 부부 사이가 너무 달콤해서 닭살이 돋을 지경이네요, 방해 그만하고 저는 가서 쉬겠습니다, 두 분도 얼른 들어가서 쉬세요."말을 마친 왕향금은 반대편에 있는 방으로 걸어 갔다."자기야, 시간이 많이 늦었어, 얼른 들어가서 씻고 자야지."신수민을 품에 안은 채 방에 들어선 이태호는 이내 방문을 닫아 버렸다."보는 사람도 없는데 손 좀 놓지 그래?"방에 들어선 신수민은 이태호를 눈으로 흘기며 말했다.이태호는 그제서야 감싸고 있던 손을 아쉬워하며 풀어 주었다. "아까는 자기 덕분에 의심 받지 않고 잘 넘겼어, 우리 둘이 각방 쓰는 걸 친척들한테 알려지면 좀 창피하긴 했을 거야.""쳇, 그래도 허리를 그렇게 있는 힘껏 감싸 안으면 어떡해? 게다가 그냥 있으면 몰라, 손으로 내 허리를 만지작거리기까지 했잖아, 나쁜 놈."입이 뾰로통이 튀어나온 신수민은 다시 한번 이태호를 눈으로 흘겼다. 허나 이건 분명 연인간의 사람싸움이지 진심으로 그한테 따지는 태도가 아니었다."그게 문제
"알았어."신수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나서야 자리를 물러났다.이태호는 재빠르게 잠옷을 챙겨 왔고 신수민 역시 원피스 잠옷과 속옷을 다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내가 먼저 샤워하고 난 후에 너가 들어가서 샤워해."신수민은 챙겨 놓은 옷을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방 안에 화장실이 있을 정도로 방은 아주 넓었다.이태호는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신수민을 보고는 침을 삼키며 물었다. "자기야, 우리 같이 샤워하지 않을 래? 외롭지도 않고 좋을 것 같은 데?""꿈 깨셔"신수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선 후 이내 문을 잠궜다.마지 못해 침대에 누워 있던 이태호는 화장실에서 콸콸거리는 물소리를 듣고 있었다.들려 오는 그 소리와 함께 유리문 불빛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그녀의 몸매 실루엣으로 인해 이태호는 다시 한 번 숨을 삼켰다."그래, 너무 조급하게 밀어붙이진 말자, 한 방을 쓰는 것까지 허락을 했으니 이만하면 그래도 많이 가까워진 거니까, 우리 자기가 나에 대한 믿음이 생길 수 있도록 더욱 많이 노력해야지 뭐, 그때면 우리 자기랑 애기 한 명 더 낳아야지,"멍청하게 웃으며 신수민은 몰래 미래를 그려 보고 있었다.그 사이 샤워를 마친 신수민은 머리가 젖은 상태로 섹시한 슬립 원피스 잠옷을 입고는 화장실 문을 나왔다.그녀의 섹시하고 매혹적인 모습에 신수민은 다른 남자였으면 아마 지금쯤 자신을 억제하지 못하고 바로 덤벼들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정신을 차린 이태호는 신수민에게 미소를 짓고는 샤워하러 들어갔다.이태호가 샤워를 끝내고 나왔을 땐 머리를 드라이로 잘 말리고 얇은 침대 시트를 덮고 있는 신수민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무심한 눈빛으로 이태호를 바라 보곤 신수민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침대 시트 하나 더 챙겨 놨으니까 그건 너가 덮고 자면 될 거야, 다른 이상한 생각은 금지야, 한 침대에서 같이 잘 수 있게 하는 것만도 감지덕지니까, 알았어?""넵, 자기가 말하면 무조건 들어야지요."실실 웃으며 이태호는 신수민의 옆자리에 누웠다.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깬 이태호는 신수민이 침대 시트를 걷어차고 나서 자신의 몸에 걸쳐있는 섹시하고 뽀얀 다리를 발견했다.게다가 그녀는 한 손을 그의 목에 걸친 채 엎드려서 자고 있었다, 보아하니 밤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는 잠버릇이 있는 모양이다.섹시한 그녀의 다리에 그나마 본인의 통제력이 강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이태호는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빨라지고 헛된 상상에 어쩔 바를 모르고 있었다.때 마침 천천히 눈을 뜨던 신수민은 순간 깨달았다."야, 지, 지금 뭐하는 거야?"깜짝 놀란 신수민은 진정하고 나서야 어젯밤 자신이 이태호를 방에 남겼다는 기억이 떠올라 얼굴이 붉어지더니 황급히 그에게 걸쳐 있던 손과 다리를 치워 버렸다. 그 후 조금 올라가 있던 잠옷 치마를 아래로 내리며 이태호 이 놈이 뭘 본 건 아닐까 하고 의심을 하고 있었다.억울했던 이태호는 쓴 웃음을 지었다. "하하, 단정하게 잠을 잘 자고 있던 사람이 깨어 보니까 누가 날 감싸고 있는데 지금 물어볼 사람은 나 아닌가? 그래도 그렇지 자기 잠버릇이 전혀 얌전하지 않은 것 같아?"뺨이 붉어져 있던 신수민은 오히려 이태호를 수줍게 흘기고는 말했다. "나? 내 잠버릇이 뭐 어때서? 너가 일부러 내 다리에 손 댄 거 아니야? 본인 방으로 빨리 돌아가기나 해, 나 옷 갈아 입어야 되니까.""알았어."신수민의 수줍은 모습을 보며 이태호는 고개를 끄덕이고 방 문을 나섰다."휴."방 문이 닫히자 신수민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고 뜨거워진 자신의 뺨을 만지고 있었다."태호야, 이제야 일어난거야?"이태호가 문을 나서자마자 맞은 편 복도에서 걸어오는 왕향금을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 잠옷을 입고 있는 이태호의 모습에 왕향금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그러게요."웃음으로 넘긴 후 이태호는 본인 방에 들어가 옷을 갈아 입었다.그 후 아래층으로 내려와 소파에 앉아 있던 왕향금을 향해 이태호는 "누나, 같이 나갑시다, 그 사람들한테 돈도 갚아 줘야 하니까." 라고 말했다."그래."그 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