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이런 화려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깨끗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얼굴 또한 맑고 단정했다.눈빛은 밝으면서도 약간의 풋풋함이 스며 있었으며 눈가에 찍힌 작은 ‘눈물점’은 마치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자리해 묘한 감성을 풍겼다.놀랍게도 그의 모습은 온다연이 알고 있던 주한과 무려 7,8할이나 닮아 있었다.온다연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임정아는 온다연이 그를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마음에 들어 한 줄 알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참, 역시 어린 여자애들은 다 이런 스타일 좋아하더라. 저 사람 최근 대세인 주혜성이랑 닮았잖아요. 저 사람 고르는 손님이 정말 많다니까요? 근데 다연 씨도 이런 스타일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그러더니 손짓하며 그를 불렀다.“야, 너, 이리 와봐!”그 남자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부드러운 조명이 그의 몸을 감싸며 마치 석양빛을 두른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그 모습은 온다연에게 과거 학교 끝난 오후,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던 주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항상 따뜻한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다연아, 오늘 저녁은 단팥죽 만들어 줄게.”금세 남자는 온다연 앞에 섰다.“안녕하세요. 저는 허한이라고 합니다.”‘주한? 허한?’온다연은 잠시 멍해지며 중얼거렸다.“한아...”허언도 잠시 멍해지더니 귀 끝이 빨개졌다.“한아라고 불러도 괜찮아요.”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예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텔에서 술을 팔던 일을 했었기에 이런 곳의 규칙은 잘 알고 있었다.“여기엔 무슨 술이 있어요?”허한은 테이블 위의 메뉴판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원하는 거 아무거나 고르세요.”그러자 온다연은 몇 병을 대충 골랐고 임정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술을 마시겠다고요? 미쳤어요? 다연 씨 몸 생각은 안 해요?”하지만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허한을 바라보며 멍한 눈빛으로 있었다.
남자는 맞춤 제작된 검은 셔츠와 같은 색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범한 복장일 뿐인데도 그가 입으니 유난히 고급스럽고 품격 있어 보였다.다만 그의 눈빛은 지나치게 날카롭고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는 누구도 쉽게 눈을 마주칠 수 없게 만들었다.곧 그는 홀 안으로 들어섰고 강렬한 눈빛으로 주변을 휘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람은 어디 있나?”이권이 황급히 대답했다.“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방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그때 매니저가 나섰다.“이보세요, 손님.경원시의 소씨 가문 들어보셨겠죠? 저희 써니 클럽 그쪽과 조금 연계가 있는데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시는 게...”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서늘한 살기를 내뿜었다.“임정아가 있는 방 번호가 어디지?”클럽의 규칙상, 손님의 신원이나 정보를 누설하는 것은 절대 금지였다.더군다나 임정아는 이곳의 최상위 VIP 손님 중 하나였다.매니저는 눈앞의 남자가 두려웠지만 규칙을 깨고 정보를 누설할 용기는 없었다. 하여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분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아마 잘못 찾아오신 것 같...”“우두둑!”그러나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뼈가 부러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그 소리는 명확하고 잔혹했다.매니저는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당신 대체 누구야!”유강후는 이미 모든 인내심을 잃었다.온다연이 임정아와 함께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는 매니저의 무릎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마지막으로 묻는다. 임정아 어디에 있어?”매니저는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봤다.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일 작정이라는 것이 확실했다.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매니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1103호, 1103호 방에 있어요!”1103호 방 안, 온다연은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마치 술을 마신 듯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온다연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본 순간 표정이 급변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는 유강후 곁을 지키며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이다.곧이어 유강후의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깜짝 놀란 임정아는 서둘러 온다연을 끌어당겼다.“다연 씨, 얼른 숨어요.”그러나 온다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유강후를 쳐다보며 답했다.“안 숨을 거예요.”이 큰 경원에서도 짧은 시간 만에 그녀를 찾아냈는데 작은 룸 안에 숨는다 한들 금방 들키기 마련이다.유강후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에는 온다연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냉혹함이 잔뜩 배어있었다.그의 발걸음은 온다연을 향해 걸어갔지만 시선은 허한의 얼굴에 머물렀다.허한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목소리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온다연, 이 사람 누구야?”온다연은 그저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허한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온다연이 의도한 것임을 알아챘다.주한과 매우 닮아있었기에 온다연은 이 점을 이용하는 게 틀림없다.‘간이 부었네.’도망친 후 염지훈과 함께 있는 것도 모자라 임정아를 따라 이런 곳에서 남자까지 불렀으니 유강후는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거지?’유강후의 심장은 이리저리 잔인하게 짓밟혔고 숨 막힐듯한 고통이 찾아왔다.늘 사람들의 관심과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그에게 이런 감정은 매우 낯설었다.그가 버리는 사람은 있어도 그를 버리는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이렇게 그의 마음을 갖고 노는 사람은 온다연이 처음이다.유강후는 그동안 온다연을 너무 내버려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무슨 행동을 하든 전부 감싸준 건 그만큼 유강후가 많이 사랑한다는 뜻인데 온다연은 이런 줄도 모르고 클럽에서 남자를 부르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렀다.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챈 임정아는 본능적으로 온다연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죠?”유강후는 고민도 없이 그녀를 걷어찼
유강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러게 누가 남자를 부르래? 원래는 잘 살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너 때문에 앞으로 손도 못 쓰는 병X이 된다고. 알겠어?”“이 모든 건 네가 내 말에 복종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야.”유강후는 싸늘한 눈초리로 한번 훑어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처리해.”유강후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경호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가 허한을 바닥에 눌렀다.곧이어 그의 손은 잔인하게 짓밟혔고 공기 중에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허한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이를 본 온다연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미쳤어요? 아무런 죄 없는 사람한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강후 씨는... 반드시 천벌 받을 거예요.”아무리 발악해도 유강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손은 점점 더 뭉개졌고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한 허한은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하지만 이것은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온다연은 괴롭힘을 당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온다연은 허한에 빙의되었고 유강후는 끔찍한 가해자나 다름없었다.눈물이 앞을 가려오며 그녀는 목 놓아 울부짖었다.“강후 씨, 당신은 악마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그거 알아요? 나도 이렇게 강후 씨 조카한테 밟혔다는거? 걔도 지금처럼 내 손을 밟았어요. 강후 씨도 그 인간들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위선적인 척 좀 그만해요.”“걔는 변태를 불러와서 날 성희롱까지 했어요. 강후 씨도 똑같이 그럴 거예요?”“심지어 영상까지 찍었어요. 그 영상은 모든 사람이 보게 되었고요. 똑같이 해봐요.”“마침 경호원들이 있네요. 시켜봐요. 유하령이 했던 것처럼 똑같게.”“벼락 끝으로 밀어붙이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뛰어내려서 죽을 거예요. ”“강후 씨, 난 당신을 평생 원망할 거예요.”...흠칫한 유강후는 정신이 번쩍 들어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
이때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던 임정아가 달려와 유강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잘랐어요. 문제 있어요? 머리를 자르든 말든 다연 씨의 자유가 아닌가요? 대표님이 무슨 자격으로 다연 씨의 자유까지 통제하려는 거죠?”“그리고 아까 그분은 옆에서 술 마신 게 전부예요. 손을 짓밟아 부러뜨리는 건 너무 잔인한 행동이 아닌가요?”“대표님처럼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아무런 시련도 없이 잘만 살고 있는 게 저는 솔직히 너무 억울해요.”“대표님도 봉현수랑 똑같은 미친X이잖아요. 당신들은 다른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눈빛은 극악무도했고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처럼 온몸으로 스산함을 뿜어냈다.그 모습에 임정아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더욱 분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다연 씨도 사람이에요. 대표님 소유의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왜 머리를 자르는 것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거죠? 대표님이 뭔데요? 신이라도 되는 거예요?”임정아는 온다연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다연 씨는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옆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정말 모르겠어요?”“대표님이 능력 좋은 사람인 건 알겠어요. 이 바닥에서 대표님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알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다연 씨는 언젠가 대표님을 버리고 도망칠 거예요. 이건 시간문제라고요. 아무리 잡고 있어도 소용없어요.”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임정아는 눈앞의 유강후가 눈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은 임정아의 폭언에 끊어진 지 오래였고 순식간에 악마에 빙의되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온다연을 조를 때와는 많이 달랐다. 지금의 유강후는 일말의 이성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그는 임정아를 죽이려는 마음뿐이었다.온다연을 데려간 건 둘째라 치고 머리를 자른 것도 모자라 클럽에서 남자까지 불렀으니 행동 하나하나 그의 마지노선을 넘어버렸다.특히나 마지막 한
유강후는 눈시울을 붉히며 단호하게 말했다.“놔. 그냥 마음대로 하게 냅둬.”그는 온다연이 아직 자신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총을 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러나 온다연은 결코 총을 내려놓지 않았고 오히려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정아 씨는 잘못이 없어요. 제가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그 손 좀 풀어요.”임정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금방이라도 질식할 지경이었다.온다연은 다급함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순간 총알이 날아갔고 결정적인 순간에 경호원이 그녀의 손에 들린 총을 옆으로 쳐냈다.날아간 총알은 유강후 뒤에 있는 스크린을 명중했다.쨍그랑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산산조각이 났고 마치 지금 이 순간 유강후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그는 손을 풀고 꼼짝하지 않은 채 멍하니 온다연을 바라봤다.사실 온다연도 자신이 총을 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헛걸음 물러섰고 많이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시각 숨통이 트인 임정아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연거푸 기침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온다연은 재빨리 달려가 임정아를 부축했다.“괜찮아요?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찾아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죄송해요...”임정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잘못한 건 다연 씨가 아니라 저 사람이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사람을 제멋대로 통제하고 괴롭히고 해치는 게 잘못된 행동이니까.”임정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째려봤다.“정말 너무하시네요. 대표님의 이런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어요?”“대표님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단언컨대 나중에 이 모든 걸 똑같이 돌려받을 거예요.”이때 문이 열리며 송지원이 사람을 데리고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정아가 내 여자를 데리고 이딴 곳에 온 것도 모자라 남자까지 불러서 술 마셨어. 쟤를 어떻게 처리하든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다음부터는 조심
하지만 두 발짝도 못 내딛고 곧바로 유강후에게 붙잡히고 말았다.그는 온다연의 턱을 움켜쥐었다.가느다란 손가락은 그녀의 얼굴에 생긴 작은 점에 닿았다.유강후는 듣도보도 못한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거 뭐야?”온다연은 그에게 잡힌 턱이 이따금 아파졌다.그러나 이 정도는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눈에 담긴 분노와 원망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고 숨 막히는 고통이 너무 괴로웠다.그는 온다연의 착함을 알았기에 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온다연은 임정아를 알고 있었고 게다가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처럼 보였다.그 말인즉 온다연은 사실 일찍부터 유강후의 통제에서 벗어났고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가 모르는 수많이 비밀이 숨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손에 잡히지 않고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이 느낌은 온다연이 그에게 칼을 꽂는 것보다 훨씬 더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온다연은 여전히 도발적인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봤고 그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어두운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유강후는 손끝으로 그녀의 눈가에 찍힌 작은 점을 쓰다듬더니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을 기억하려고 이 점을 찍은 거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온다연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유강후를 미치게 만들었고 당장이라도 모든 걸 산산조각 내버릴 충동이 밀려왔다.그는 손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고 몰아붙였다.“말해.”온다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단호하게 답했다.“맞아요.”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린 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더했다.“온다연, 이제는 막 나가는구나.”“누가 찍으라고 했어?”“설마 이것도 임정아가 찍어준 거야?”온다연은 턱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긁었다
온다연은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싫어요. 다시 찍고 싶지 않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막았다.그는 자신의 소유물을 바라보듯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입술에 있던 점은 원래 위치에 그대로 찍어.”“눈가에 있는 점은 당장 지우고.”“그리고 머리도 다시 붙여.”말투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호흡이 힘들 정도로 숨이 막혔다.온다연은 유강후가 강하고 지배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녀 또한 평범한 사람인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마치 유강후의 장난감이 된 것 같았다.유강후의 세계에서는 그가 왕이었고 온다연은 자신의 머리카락조차 마음대로 자를 권리가 없었다.사랑하지 않더라도 그의 소유물은 반드시 취향에 맞게 그가 원하는 모양이어야 한다.유강후에게서 벗어나려면 반항하며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말 잘 듣는 순진한 사람을 좋아하니 이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그만이다.온다연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의도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싫어요.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의사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강제로 데려갔다.“착하지, 말 들어. 아프지 않을 거야.”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으나 온다연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았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말투가 가장 공포스럽다.온다연은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조금 했을 뿐인데, 유강후는 그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어 그녀의 의지를 조금씩 억누르고 싶어 했다.이때 의사가 마스크를 쓰고 도구를 손에 든 채 다가갔다.온다연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싫다고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강후 씨, 제발 나 좀 놔줘요.”유강후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채 단호한 말투로 얘기했다.“금방 끝날 거야. 조금만 참아.”의사가 다가오자 온다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작업대를 걷어찼다.이를 본 유강후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워졌고 그는 강제
그러나 온다연이 입구에 다다르기도 전에 문이 쾅 닫혔다.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는 온다연의 유일한 희망마저 닫아버렸다.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렸지만 밖에서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고개를 돌린 온다연은 자신을 향해 한 걸음씩 걸어오는 유강후를 보게 되었다.그녀는 겁에 질린 채 벽 모퉁이에 숨더니 두려움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마치 시간이 처음으로 되돌아간 것 같았다.유강후가 막 귀국했을 때 온다연은 지금과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향기를 맡아도 숨이 막힐 정도였으니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이제는 괜찮겠지 싶었지만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두려움은 마치 처음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아니, 어쩌면 그때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일지도 모른다.만약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온다연은 그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멀리 도망칠 것이다.하지만 이 세상에 시간을 되돌릴 방법은 없다.어느새 유강후는 그녀의 앞에 도착했다.그는 온다연을 번쩍 안아 올려 다시 의사에 앉혔고 온다연도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그녀는 주삿바늘이 자신의 피부를 찌르는 것 지켜보며 차가운 액체가 몸속으로 들어가는 걸 느꼈다.아프거나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왠지 모를 씁쓸함이 밀려왔다.눈앞의 이 남자는 그녀에게 희망을 주고 또 절망을 주었다.남에게 의지하는 것보다 본인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게 어쩌면 더 현명할 방법일지도 모른다.유강후가 스스로 두 사람의 관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으니 온다연도 마음을 독하게 먹을 수밖에 없다.안정제를 투여한 그녀는 곧바로 진정되었으나 두 눈은 초점이 없었고 공허함만 가득했다.유강후는 기운이 빠진 그녀를 바라보며 마음이 심란해졌다.예전처럼 순해졌지만 그때와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알 수 없는 착잡한 기분을 뒤로하고 곧바로 이성을 되찾아 정신을 차렸다.이제부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게 온다연의 곁을 지키리라 마음먹었다.그녀에게 나쁜 물에 물들인 임정아를 어떻게 처리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시술은 순식간에 끝났다.입술에
온다연은 뒤로 물러서며 고개를 가로저었다.“싫어요. 다시 찍고 싶지 않다고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막았다.그는 자신의 소유물을 바라보듯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빛으로 단호하게 말했다.“입술에 있던 점은 원래 위치에 그대로 찍어.”“눈가에 있는 점은 당장 지우고.”“그리고 머리도 다시 붙여.”말투는 차갑고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온다연은 호흡이 힘들 정도로 숨이 막혔다.온다연은 유강후가 강하고 지배적인 성향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하지만 그녀 또한 평범한 사람인데 이런 취급을 받으니 마치 유강후의 장난감이 된 것 같았다.유강후의 세계에서는 그가 왕이었고 온다연은 자신의 머리카락조차 마음대로 자를 권리가 없었다.사랑하지 않더라도 그의 소유물은 반드시 취향에 맞게 그가 원하는 모양이어야 한다.유강후에게서 벗어나려면 반항하며 심기를 건드릴 수밖에 없다.말 잘 듣는 순진한 사람을 좋아하니 이와 반대되는 행동을 하면 그만이다.온다연은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의도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졌다.“싫어요. 전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유강후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의사 바로 앞에 있는 의자에 강제로 데려갔다.“착하지, 말 들어. 아프지 않을 거야.”그의 말투는 매우 차분했으나 온다연은 그 속에 담긴 뜻을 알았기에 섣불리 움직일 수가 없었다.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이런 말투가 가장 공포스럽다.온다연은 단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조금 했을 뿐인데, 유강후는 그것마저도 용납할 수 없어 그녀의 의지를 조금씩 억누르고 싶어 했다.이때 의사가 마스크를 쓰고 도구를 손에 든 채 다가갔다.온다연은 있는 힘껏 발버둥을 쳤다.“싫다고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강후 씨, 제발 나 좀 놔줘요.”유강후는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한 채 단호한 말투로 얘기했다.“금방 끝날 거야. 조금만 참아.”의사가 다가오자 온다연은 기다렸다는 듯이 작업대를 걷어찼다.이를 본 유강후의 표정은 한없이 어두워졌고 그는 강제
하지만 두 발짝도 못 내딛고 곧바로 유강후에게 붙잡히고 말았다.그는 온다연의 턱을 움켜쥐었다.가느다란 손가락은 그녀의 얼굴에 생긴 작은 점에 닿았다.유강후는 듣도보도 못한 싸늘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이거 뭐야?”온다연은 그에게 잡힌 턱이 이따금 아파졌다.그러나 이 정도는 마음의 고통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온다연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술을 꽉 깨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다만 눈에 담긴 분노와 원망은 그녀의 심정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유강후는 가슴이 미어졌고 숨 막히는 고통이 너무 괴로웠다.그는 온다연의 착함을 알았기에 늘 모든 것을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뜻밖에도 온다연은 임정아를 알고 있었고 게다가 두 사람은 친밀한 관계처럼 보였다.그 말인즉 온다연은 사실 일찍부터 유강후의 통제에서 벗어났고 보이지 않는 곳에는 그가 모르는 수많이 비밀이 숨어져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손에 잡히지 않고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이 느낌은 온다연이 그에게 칼을 꽂는 것보다 훨씬 더 초조하고 불안하게 만들었다.온다연은 여전히 도발적인 눈빛으로 유강후를 바라봤고 그의 마음속에는 어느새 어두운 생각이 자라나기 시작했다.유강후는 손끝으로 그녀의 눈가에 찍힌 작은 점을 쓰다듬더니 아무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목소리로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그 사람을 기억하려고 이 점을 찍은 거야?”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말하지 않아도 안다.온다연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며 차갑게 그를 바라봤다.그녀의 고집스러운 모습은 유강후를 미치게 만들었고 당장이라도 모든 걸 산산조각 내버릴 충동이 밀려왔다.그는 손에 힘을 주며 이를 악물고 몰아붙였다.“말해.”온다연은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로 단호하게 답했다.“맞아요.”동공이 급격하게 흔들린 유강후는 저도 모르게 손에 힘을 더했다.“온다연, 이제는 막 나가는구나.”“누가 찍으라고 했어?”“설마 이것도 임정아가 찍어준 거야?”온다연은 턱이 부서질 것 같은 느낌에 무의식적으로 그의 손을 긁었다
유강후는 눈시울을 붉히며 단호하게 말했다.“놔. 그냥 마음대로 하게 냅둬.”그는 온다연이 아직 자신에 대한 감정을 가지고 있으니 총을 쏘지 않을 거라고 확신했다.그러나 온다연은 결코 총을 내려놓지 않았고 오히려 총구를 그에게 겨누었다.“정아 씨는 잘못이 없어요. 제가 도와달라고 부탁한 거예요. 그러니까 제발 그 손 좀 풀어요.”임정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고 금방이라도 질식할 지경이었다.온다연은 다급함이 밀려와 저도 모르게 손가락에 힘이 들어갔다.순간 총알이 날아갔고 결정적인 순간에 경호원이 그녀의 손에 들린 총을 옆으로 쳐냈다.날아간 총알은 유강후 뒤에 있는 스크린을 명중했다.쨍그랑 소리와 함께 스크린이 산산조각이 났고 마치 지금 이 순간 유강후의 마음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그는 손을 풀고 꼼짝하지 않은 채 멍하니 온다연을 바라봤다.사실 온다연도 자신이 총을 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헛걸음 물러섰고 많이 놀랐는지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다.그 시각 숨통이 트인 임정아는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며 연거푸 기침했다.그제야 정신을 차린 온다연은 재빨리 달려가 임정아를 부축했다.“괜찮아요? 죄송해요. 괜히 저 때문에...”“찾아올 거라고 예상했는데... 정말 죄송해요...”임정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잘못한 건 다연 씨가 아니라 저 사람이죠. 미안해하지 않아도 돼요. 사람을 제멋대로 통제하고 괴롭히고 해치는 게 잘못된 행동이니까.”임정아는 싸늘한 눈빛으로 유강후를 째려봤다.“정말 너무하시네요. 대표님의 이런 행동이 두 사람의 관계를 더 망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겠어요?”“대표님은 제정신이 아니에요. 단언컨대 나중에 이 모든 걸 똑같이 돌려받을 거예요.”이때 문이 열리며 송지원이 사람을 데리고 황급히 뛰어 들어왔다.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유강후가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임정아가 내 여자를 데리고 이딴 곳에 온 것도 모자라 남자까지 불러서 술 마셨어. 쟤를 어떻게 처리하든 내가 알바는 아니지만 다음부터는 조심
이때 경호원에게 제지당하던 임정아가 달려와 유강후를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내가 잘랐어요. 문제 있어요? 머리를 자르든 말든 다연 씨의 자유가 아닌가요? 대표님이 무슨 자격으로 다연 씨의 자유까지 통제하려는 거죠?”“그리고 아까 그분은 옆에서 술 마신 게 전부예요. 손을 짓밟아 부러뜨리는 건 너무 잔인한 행동이 아닌가요?”“대표님처럼 막무가내인 사람들이 아무런 시련도 없이 잘만 살고 있는 게 저는 솔직히 너무 억울해요.”“대표님도 봉현수랑 똑같은 미친X이잖아요. 당신들은 다른 사람의 진실한 마음과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어요.”유강후는 고개를 돌리더니 그녀를 매섭게 쏘아보았다.눈빛은 극악무도했고 마치 지옥에서 온 저승사자처럼 온몸으로 스산함을 뿜어냈다.그 모습에 임정아도 놀란 건 마찬가지였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았고 더욱 분노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다연 씨도 사람이에요. 대표님 소유의 장난감이 아니라고요. 왜 머리를 자르는 것까지 간섭하고 통제하는 거죠? 대표님이 뭔데요? 신이라도 되는 거예요?”임정아는 온다연을 자신의 옆으로 끌어당기며 말을 이었다.“다연 씨는 대표님을 좋아하지 않아요. 옆에 있는 것조차 싫어하는데 정말 모르겠어요?”“대표님이 능력 좋은 사람인 건 알겠어요. 이 바닥에서 대표님을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알지만 그게 뭐 어때서요?”“다연 씨는 언젠가 대표님을 버리고 도망칠 거예요. 이건 시간문제라고요. 아무리 잡고 있어도 소용없어요.”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임정아는 눈앞의 유강후가 눈이 뒤집혔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했다.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은 임정아의 폭언에 끊어진 지 오래였고 순식간에 악마에 빙의되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을 졸랐다.온다연을 조를 때와는 많이 달랐다. 지금의 유강후는 일말의 이성도 남아있지 않았으니까.그는 임정아를 죽이려는 마음뿐이었다.온다연을 데려간 건 둘째라 치고 머리를 자른 것도 모자라 클럽에서 남자까지 불렀으니 행동 하나하나 그의 마지노선을 넘어버렸다.특히나 마지막 한
유강후의 눈빛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그러게 누가 남자를 부르래? 원래는 잘 살 수 있었는데,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너 때문에 앞으로 손도 못 쓰는 병X이 된다고. 알겠어?”“이 모든 건 네가 내 말에 복종하지 않아서 일어난 일이야.”유강후는 싸늘한 눈초리로 한번 훑어보고는 단호하게 말했다.“처리해.”유강후의 명령을 거역할 수 없었던 경호원들은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가 허한을 바닥에 눌렀다.곧이어 그의 손은 잔인하게 짓밟혔고 공기 중에는 뼈 부서지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허한은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치며 비명을 질렀다.이를 본 온다연은 필사적으로 반항했다.“미쳤어요? 아무런 죄 없는 사람한테 도대체 뭐 하는 짓이에요. 강후 씨는... 반드시 천벌 받을 거예요.”아무리 발악해도 유강후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손은 점점 더 뭉개졌고 심한 고통을 이기지 못한 허한은 기절하기 일보 직전이었다.하지만 이것은 고통의 시작일 뿐이다.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온다연은 괴롭힘을 당했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마치 시간이 거꾸로 흐른 것처럼 말이다.지금 이 순간 온다연은 허한에 빙의되었고 유강후는 끔찍한 가해자나 다름없었다.눈물이 앞을 가려오며 그녀는 목 놓아 울부짖었다.“강후 씨, 당신은 악마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그거 알아요? 나도 이렇게 강후 씨 조카한테 밟혔다는거? 걔도 지금처럼 내 손을 밟았어요. 강후 씨도 그 인간들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요. 위선적인 척 좀 그만해요.”“걔는 변태를 불러와서 날 성희롱까지 했어요. 강후 씨도 똑같이 그럴 거예요?”“심지어 영상까지 찍었어요. 그 영상은 모든 사람이 보게 되었고요. 똑같이 해봐요.”“마침 경호원들이 있네요. 시켜봐요. 유하령이 했던 것처럼 똑같게.”“벼락 끝으로 밀어붙이라고요. 그러면 나중에 뛰어내려서 죽을 거예요. ”“강후 씨, 난 당신을 평생 원망할 거예요.”...흠칫한 유강후는 정신이 번쩍 들어 이성을 되찾았다.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
온다연은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본 순간 표정이 급변하며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는 유강후 곁을 지키며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사람이다.곧이어 유강후의 그림자가 문 앞에 나타났다.깜짝 놀란 임정아는 서둘러 온다연을 끌어당겼다.“다연 씨, 얼른 숨어요.”그러나 온다연은 꼼짝도 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유강후를 쳐다보며 답했다.“안 숨을 거예요.”이 큰 경원에서도 짧은 시간 만에 그녀를 찾아냈는데 작은 룸 안에 숨는다 한들 금방 들키기 마련이다.유강후의 싸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에는 온다연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한 냉혹함이 잔뜩 배어있었다.그의 발걸음은 온다연을 향해 걸어갔지만 시선은 허한의 얼굴에 머물렀다.허한의 얼굴을 똑똑히 보았을 때,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고 목소리에는 원망과 분노가 가득했다.“온다연, 이 사람 누구야?”온다연은 그저 도발적인 눈빛으로 그를 바라볼 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았다.유강후는 허한의 얼굴을 본 순간부터 온다연이 의도한 것임을 알아챘다.주한과 매우 닮아있었기에 온다연은 이 점을 이용하는 게 틀림없다.‘간이 부었네.’도망친 후 염지훈과 함께 있는 것도 모자라 임정아를 따라 이런 곳에서 남자까지 불렀으니 유강후는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도대체 무슨 자신감으로 이러는 거지?’유강후의 심장은 이리저리 잔인하게 짓밟혔고 숨 막힐듯한 고통이 찾아왔다.늘 사람들의 관심과 대접을 받으며 살아온 그에게 이런 감정은 매우 낯설었다.그가 버리는 사람은 있어도 그를 버리는 사람은 지금껏 단 한 명도 없었으니까.이렇게 그의 마음을 갖고 노는 사람은 온다연이 처음이다.유강후는 그동안 온다연을 너무 내버려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무슨 행동을 하든 전부 감싸준 건 그만큼 유강후가 많이 사랑한다는 뜻인데 온다연은 이런 줄도 모르고 클럽에서 남자를 부르는 어리석은 행동을 저질렀다.뭔가 잘못됐음을 눈치챈 임정아는 본능적으로 온다연의 앞을 막아서며 말했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죠?”유강후는 고민도 없이 그녀를 걷어찼
남자는 맞춤 제작된 검은 셔츠와 같은 색의 바지를 입고 있었다. 평범한 복장일 뿐인데도 그가 입으니 유난히 고급스럽고 품격 있어 보였다.다만 그의 눈빛은 지나치게 날카롭고 주변을 압도하는 기세는 누구도 쉽게 눈을 마주칠 수 없게 만들었다.곧 그는 홀 안으로 들어섰고 강렬한 눈빛으로 주변을 휘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사람은 어디 있나?”이권이 황급히 대답했다.“아직 찾고 있는 중입니다. 방이 너무 많아서 하나하나 확인해야 하다 보니 시간이 좀 걸립니다.”그때 매니저가 나섰다.“이보세요, 손님.경원시의 소씨 가문 들어보셨겠죠? 저희 써니 클럽 그쪽과 조금 연계가 있는데 조금만 너그럽게 봐주시는 게...”유강후는 눈을 가늘게 뜨며 서늘한 살기를 내뿜었다.“임정아가 있는 방 번호가 어디지?”클럽의 규칙상, 손님의 신원이나 정보를 누설하는 것은 절대 금지였다.더군다나 임정아는 이곳의 최상위 VIP 손님 중 하나였다.매니저는 눈앞의 남자가 두려웠지만 규칙을 깨고 정보를 누설할 용기는 없었다. 하여 애써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그런 분은 들어본 적 없습니다. 아마 잘못 찾아오신 것 같...”“우두둑!”그러나 매니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뼈가 부러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렸다.그 소리는 명확하고 잔혹했다.매니저는 무릎을 꿇고 고통스럽게 비명을 질렀다.“당신 대체 누구야!”유강후는 이미 모든 인내심을 잃었다.온다연이 임정아와 함께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부터 그는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렸다.그는 매니저의 무릎을 발로 걷어차며 말했다.“마지막으로 묻는다. 임정아 어디에 있어?”매니저는 공포에 휩싸인 눈으로 유강후를 바라봤다. 이 남자는 자신을 죽일 작정이라는 것이 확실했다.더 이상 거짓말을 할 수 없음을 깨달은 매니저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1103호, 1103호 방에 있어요!”1103호 방 안, 온다연은 점점 머리가 어지러워졌다.마치 술을 마신 듯 몽롱해지는 기분이었다.하지만 술을 마시지 않았는데
그 남자는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달랐다.이런 화려한 장소에 어울리지 않게 깨끗한 흰 셔츠에 검은 바지를 입고 있었고 얼굴 또한 맑고 단정했다.눈빛은 밝으면서도 약간의 풋풋함이 스며 있었으며 눈가에 찍힌 작은 ‘눈물점’은 마치 떨어질 듯 아슬아슬하게 자리해 묘한 감성을 풍겼다.놀랍게도 그의 모습은 온다연이 알고 있던 주한과 무려 7,8할이나 닮아 있었다.온다연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고 그녀는 그 자리에서 얼어버렸다.임정아는 온다연이 그를 바라보며 꿈쩍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마음에 들어 한 줄 알고 미소를 띠며 말했다.“참, 역시 어린 여자애들은 다 이런 스타일 좋아하더라. 저 사람 최근 대세인 주혜성이랑 닮았잖아요. 저 사람 고르는 손님이 정말 많다니까요? 근데 다연 씨도 이런 스타일을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그러더니 손짓하며 그를 불렀다.“야, 너, 이리 와봐!”그 남자는 주위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천천히 다가왔다.부드러운 조명이 그의 몸을 감싸며 마치 석양빛을 두른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그 모습은 온다연에게 과거 학교 끝난 오후, 교문 앞에서 손을 흔들던 주한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그는 항상 따뜻한 미소로 이렇게 말했다.“다연아, 오늘 저녁은 단팥죽 만들어 줄게.”금세 남자는 온다연 앞에 섰다.“안녕하세요. 저는 허한이라고 합니다.”‘주한? 허한?’온다연은 잠시 멍해지며 중얼거렸다.“한아...”허언도 잠시 멍해지더니 귀 끝이 빨개졌다.“한아라고 불러도 괜찮아요.”온다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예전에 생활비를 벌기 위해 호텔에서 술을 팔던 일을 했었기에 이런 곳의 규칙은 잘 알고 있었다.“여기엔 무슨 술이 있어요?”허한은 테이블 위의 메뉴판을 그녀에게 건네며 말했다.“원하는 거 아무거나 고르세요.”그러자 온다연은 몇 병을 대충 골랐고 임정아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술을 마시겠다고요? 미쳤어요? 다연 씨 몸 생각은 안 해요?”하지만 온다연은 대답하지 않고 허한을 바라보며 멍한 눈빛으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