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입술을 움직였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일어나서 떨리는 손으로 그의 양복 첫 번째 단추를 살짝 풀었다.양복 단추마저 어떤 재질의 보석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질감이 좋은 양복이었다. 그래서 온다연은 혹시나 망가질까 조심스럽게 그의 양복을 벗겼다. 그러자 실크 질감의 흰색 줄무늬 셔츠가 나타났다.셔츠 밑단을 정장 바지에 넣었기에 그는 어깨가 더욱 넓어 보였고 허리가 잘록해 보였다. 그의 몸매는 정말 나무랄 데가 없이 좋아 보였다.게다가 그는 원래부터 차갑게 생겼고 흰 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은 그는 더욱 고상해 보였다.온다연은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려서 고개를 들지 못했고 넥타이를 손으로 잡고 있었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몰랐다.유강후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벌려 온다연의 부드럽고 작은 손을 잡았다. 그러자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가볍게 몸을 떨었다.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유강후의 어떤 터치에도 온다연은 매우 민감하게 느껴졌고 그에 따라 거부감도 컸다.넥타이를 풀자마자 온다연의 손은 급하게 움츠러들었고 넥타이를 움켜쥐고 입술을 깨물며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붉은 입술을 바라보며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갈아입은 옷은 욕실 문 앞에 있는 바구니에 넣어두면 매일 사람이 와서 수거해 갈 것이야. 그쪽에 가도 마찬가지야.”‘그쪽에 간다고?’온다연은 살짝 멍해졌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내 몸에 있는 물건들은 다른 사람이 만지는 걸 좋아하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일찍 물건들을 정리하는 법을 배워야 해.”온다연은 여전히 유강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그가 오늘 한 말들은 모두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또 감히 묻지 못했기에 알아들은 척할 수밖에 없었다.유강후의 시선은 너무 씻은 나머지 하얗게 된 잠옷에 머물렀고 이내 미간을 찌푸렸다.“심미진은 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거야?”밖에서 집을 빌려 살고 아파도 챙겨주는 사람도 없고 옷이 낡아서 이렇게 되어도 버리
온다연은 초조해서 땀이 났고 저도 모르게 유강후를 따라 위층으로 걸어가며 시선은 줄곧 그의 손에 있는 작은 상자에서 맴돌았다.그러나 그녀는 유강후가 침실로 들어갈 때까지 다시 상자를 돌려 달라는 말을 하지 못했다. 온다연은 문밖에 서서 유강후가 상자를 서랍에 넣고 자물쇠를 채우는 것까지 보았다.다급해진 온다연은 입술이 찢어질 정도로 깨물고 있었지만 또 감히 유강후의 방에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입구에서 자신의 치맛자락을 꽉 잡고 눈시울을 붉혔다.그 상자는 그녀의 가장 소중한 물건 중 하나였다.처음에는 유하령이 가져갈까 봐 두려워서 땅속에 묻었는데 지금은 또 유강후의 손에 들어갈 줄은 전혀 몰랐다.유강후는 유하령보다 백 배 이상 무서운 사람이었다.온다연이 밖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을 본 유강후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차가웠다.“들어와.”온다연은 자기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엉겁결에 계단을 쳐다보았다.이곳은 계단까지 대략 7, 8미터 정도 떨어져 있었고 좀 빨리 뛰면 1분 이내에 이 집에서 도망쳐 나갈 수 있었다.한참을 망설이다가 온다연은 방으로 들어갔다.유씨 가문의 전통에 따르면 정원 전체가 통일된 중국식 디자인이었고 심플하고 절제된 분위기 속에 호화로움이 넘쳤다.유강후의 방도 예외는 아니었다. 넓은 침실에는 심플하고 큼직큼직한 중국식 가구들이 놓여 있었고 땅은 옅은 색의 나무 바닥이었고 숨을 가볍게 들이마시면 고급 원목의 은은한 향기가 나는 것 같았다.유강후의 침대는 매우 컸고 그 위에 옅은 회색 침구가 깔려 있었다. 고귀하고 차가운 색상이었다. 꼭 마치 유강후라는 사람처럼 냉기가 차 넘쳤다.반쯤 걸어간 온다연은 더 이상 앞으로 가지 않으려 했다.바로 침대 옆에서 어두운 눈빛으로 서 있었는 유강후를 본 그녀는 두려웠다.애써 잊어버린 기억들이 아련하게 다시 얽히면서 온다연은 전에 없던 위험을 느꼈다.하지만 온다연은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고 도망가려 하지도 않았다.온다연은 그 상자를 돌려받아야 했고 심지어 꼭
온다연은 깜짝 놀라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낮은 목소리로 애원했다.“삼촌, 안 돼요... 삼촌...”하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 같았다. 오히려 삼촌이라는 호칭을 들은 유강후는 더욱 심해졌다. 그는 한 손으로 온다연의 몸을 만지고 다른 한 손으로 온다연의 손을 잡은 다음 그녀의 손을 자기 몸에 가져다 댔다.온다연의 손에 느껴지는 사이즈와 뜨거운 온도에 온다연은 손이 심하게 떨렸다.온다연은 놀라서 혼비백산했고 거의 울 뻔했다.“삼촌, 안 돼요...”살짝 건드렸을 뿐인데 유강후는 계속 했다가는 자기 몸이 말을 듣지 않을 것 같았다.마치 온몸의 세포가 우쭐대며 그에게 말해주는 것 같았다.‘온다연은 네 여자야. 빨리 계속해.’하지만 유강후는 지금 아직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온다연이 이렇게 말을 듣지 않고 거짓말도 하고 도망도 쳤으니 벌은 받아야 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부드러운 귓불을 무겁게 깨물고 쉬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다연아, 오늘 이건 너에게 주는 벌이야. 또 얌전하게 굴지 않으면 반드시 널 호되게 혼내 주겠어.”그는 말을 마치고 잡고 있었던 온다연의 손을 놓아주고 몸을 일으켰다.유강후가 자기 옷을 다 정리했을 때 그는 평소 어둡고 냉혹한 눈빛이 돌아왔고 표정도 냉랭했다. 마치 방금 통제 불능하던 유강후의 모습은 온다연의 환상에 불과했던 것 같았다.하지만 온다연은 여전히 침대에 웅크리고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유강후는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허리를 굽혀서 그녀를 안아서 다시 침대에 눕히고 말했다.“배고파?”온다연은 감히 머리도 들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니요.”유강후는 온다연의 정수리를 내려보다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추어올리고 온다연이 자기를 똑바로 바라보도록 강요했다.“다연아, 거짓말하는 애가 전혀 귀엽지 않지.”유강후의 눈빛은 예리한 칼처럼 차갑고 날카로웠고 온다연을 두렵게 했다. 온다연은 유강후가 또다시 갑자기 자기한테 덮칠까 봐 조심스럽게 말했다.“배가 조금 고파요.”당연히
그러자 온다연은 깜짝 놀라 얼른 그를 밀어내고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는 걸 발견하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온다연은 감히 유강후를 보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이고 당황한 모습으로 말했다.“삼촌, 여기는 밖이라고요!유강후는 고교 시절 파란색과 흰색이 섞인 교복 치마를 입은 온다연의 모습을 보자 표정이 어두워졌다.교복을 입은 온다연이 방금 겁에 질린 채 걸어 나오는 모습을 보니 그가 그때 몰래 키웠던 고양이가 생각났다. 당시 그 고양이도 지금의 온다연처럼 경계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유강후는 눈을 몇 번 껌뻑이더니 온다연을 놓아주고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온다연도 뒷좌석 문을 열었다.아직 차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유강후는 운전대에 내려놓은 두 손을 두드리며 말했다.“앞에 앉아.”아주 담담하지만 거역해서는 안 되는 말투였다.차 문을 잡고 있던 온다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이곳을 벗어난 다음에 앞에 앉으면 안 돼요?”이번에 유강후는 대답하지 않았다.대답하지 않으면 동의한 것이었기에 온다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온다연은 유강후와 엮이고 싶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 사이를 오해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 둘은 원래 다른 세상 사람이었기에 절대 어울릴 수 없는 사이였다. 비록 유강후가 지금 그녀를 놀리는 것에 관심이 있더라도 조만간 자기 세상으로 돌아가야 했다.온다연은 뒷좌석에 웅크리고 앉아 존재감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대문을 나갈 때 그녀는 치마 속에 머리를 파묻고 경비원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기를 기도했다.이번에 하늘은 그녀의 기도를 들었다. 경비원은 유강호가 차를 몰고 나오는 것을 보고 크게 숨을 내쉬지도 못하고 재빨리 대문을 열어 차를 통행시켰다.얼마 가지 않아 유강후는 차를 길가에 세웠다.나무 그늘의 어둠 속에서 조수석에 앉은 온다연은 머리를 숙인 채 아래를 보고 있었고 부드럽고 하얀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유강후의 시선은 반창고를 붙인 손등에 머물렀고 반창고의
온다연은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고 말도 못 하고 고개도 들지 못했다. 그녀의 속셈이 들통나자 수치심을 느꼈다.차 안의 분위기는 갈수록 숨이 막혔고 1분 1초가 고통스럽게 느껴졌다.다행히 얼마 지나지 않아 차는 단독주택 별장 앞에 멈춰 섰다.중앙 광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땅값이 비싼 지역에서 이 별장은 심지어 150평이 넘었다. 유씨 가문의 부유함은 다시 한번 온다연의 상상을 벗어났다.정원은 비교적 소박하게 꾸며져 있었고 중앙에는 서너 명이 껴안을 수 있는 커다란 오동나무가 있었다. 큰 오동나무 때문에 정원 전체를 자연스럽게 빛과 그림자로 보이게 하여 아름다운 느낌을 주었다.온다연은 나무 밑에 서서 유강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고 함께 따라 들어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망설이고 있었다.온다연이 따라오지 않는 것을 눈치채자 유강후는 잠시 몸을 돌려 말했다.“안아 줘?”그렇게 말하고 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바로 가던 길을 다시 갔다.온다연은 입술을 깨물고 어쩔 수 없이 유강후를 따라 걸어 들어갔다.문에 들어서자마자 온다연은 이곳이 바로 유강후가 자주 살고 있는 곳이라는 걸 알아차렸다.개인 스타일이 너무 뚜렷한 인테리어였다. 평범해 보이지만 고급스러움을 잃지 않는 가구는 하나하나가 은은한 진주처럼 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차갑고 고급스러운 유강후를 연상케 했다.장화연은 입구에 서서 유강후를 향해 허리를 굽히면서 여전히 아무런 표정도 없이 인사했다.“도련님!”그러자 유강후는 담담하게 말했다.“야식은 준비가 다 되었어?”“네. 준비되었어요. 온다연 씨의 방도 준비되었어요.”유강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옷방도 정리 좀 해줘. 다연이가 쓸 생활용품도 추가하고. 내가 자주 쓰는 브랜드로 준비해 줘. 그리고 내일 내 옷을 만들어주었든 그 사람보고 한 번 오라고 해.”장화연은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도련님.”뭔가 생각났는지 유강호는 계속하여 말했다.“내일 그 옷 브랜드 책임자들을 불러줘. 올 때 지금 시즌 신상품을 가지고
온다연은 깜짝 놀라 막 말을 하려는데 마침 유강후의 전화가 울렸다.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손을 거두고 휴대 전화를 들고 화면을 바라보았다. 나은별이었다.유강후는 몸을 일으키면서 말했다.“다 먹었으면 자기 방으로 돌아가.”온다연이 묵을 방은 유강후 침실의 왼쪽에 있었다. 그리 크지 않았고 마치 유강후 침실에 달린 작은 방 같았다. 방에는 화장실과 작은 베란다가 있었다.방 전체의 가구는 바깥쪽과 마찬가지로 고급스러웠고 진주처럼 은은한 빛이 났다. 나무로 된 창문이 열리자 아주 은은한 계수나무 향기가 흘러들어왔다.온다연은 신을 벗고 안으로 들어갔다.두툼한 원목 바닥을 맨발로 밟으니 시원하고 편했다.비록 이곳이 유강후의 집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지만 온다연은 방안의 인테리어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그녀가 어렸을 때 살던 방 같았다.방 안을 한 바퀴 돌고 온다연은 베란다로 나왔다.베란다는 크지는 않았으나 큰 천당조화가 있었고 모처럼 꽃까지 피었다. 이 꽃을 기르는 사람이 얼마나 세심하게 보살핀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 옆에는 부드러운 덩굴로 만든 흰색 책걸상이 있었고 책상 위에는 잡지 몇 권과 다기 세트가 있었다.온다연은 걸상에 앉으려 하자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을 느꼈다.고개를 들어 보니 유강후는 옆의 베란다에 앉아서 전화하고 있었다.그는 한 손으로 전화를 들고 한 손으로는 난간을 쥐고 있었고 시선은 온다연을 쭉 지켜보고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신발을 신지 않은 그녀의 발을 쳐다보았다.작고 하얀 발은 사이즈가 225mm 신도 못 신을 것 같았다.유강후의 시선을 눈치챈 온다연은 저도 모르게 발을 뒤로 움츠렸지만 그녀는 지금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기에 아무리 작은 발을 숨기려고 해도 여전히 유강후의 눈에 보였다.온다연은 불현듯 수치심을 느꼈고 조심스럽게 삼촌이라고 부르며 도망치듯 방으로 돌아갔다.방안은 깔끔하고 아름답게 꾸며져 있었고 유씨 가문에 있던 그 방보다 몇 배나 더 나은지 몰랐다. 침대에서 사용하는 실크 베개
하지만 문을 몇 번 두드렸으나 안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유강후는 얼굴을 찌푸리며 문손잡이를 돌리고 문을 열렸다.유강후는 상자를 침대에 내려놓고 막 욕실 문 앞에 이르렀을 때 땅에 쓰러진 온다연을 발견했다.가냘픈 몸이 바닥에 웅크린 채 생기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유강후의 마음은 무섭게 졸여왔고 재빨리 그녀를 안아 올려 침대에 눕혔다.“온다연!”유강후는 가볍게 그녀의 얼굴을 두드렸다.하지만 온다연은 아직 혼수상태라 당연히 대답하지 않았다.그녀의 작은 얼굴은 끔찍할 정도로 하얗게 질렸고 입술에도 핏기가 전혀 없었다.유강후는 그녀가 왜 욕실에 쓰러져 있는지 몰랐고 어쩔 수 없이 재빨리 전화 한 통 걸었다.“주 의사, 지금 제가 사는 곳으로 오세요. 빨리요.”주 의사는 이 근처에 살고 있는 한의사였고 거의 유강후의 개인 의사였다.의사를 기다릴 때 유강후는 따뜻한 수건을 가져와 온다연의 얼굴을 닦았다.온다연은 계속 식은땀을 흘렸다. 심지어 머리카락도, 목덜미와 옷까지 전부 흠뻑 젖었다.식은땀을 이렇게 많이 흘리는 사람을 처음 보았기에 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렸다.온다연은 몸이 너무 안 좋았기에 일주일에 심지어 두 번이라 탈이 났다. 정말 몸조리를 잘 해야 했다.유강후는 온다연의 얼굴과 목을 따라 조금씩 그녀의 식은땀을 닦아 주었다.팔을 닦아주려고 하자 방금 그가 싼 붕대가 좀 더러워진 것을 보고 먼저 붕대를 떼어냈다.방금 궤짝 문에 맞힌 곳은 이미 퉁퉁 부었고 보기에 섬뜩했다.만약 다른 여자가 이런 상처를 입었다고 하면 진작에 아파서 견딜 수 없었을 텐데 온다연은 소리 한번 내지 않았다.유강후는 입술을 오므리면서 눈에는 냉기가 더욱 독해졌다.‘왜 이렇게 고집이 센 걸까? 내 앞에서는 조금도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걸까?’유강후는 그녀의 손을 들고 더 자세히 살펴보려고 했지만 곁눈으로 손등에 있는 반창고를 발견했다.이건 아까 차에 있을 때 그 반창고가 아니었다. 언제 새것으로 바꿨는지는 모르겠지만 변두리에서 핏자국이 쭈뼛쭈
유씨 가문에서 이제 누군가는 큰 봉변을 당하게 될 것이다.유강후는 어려서부터 중국과 서양의 사상교육을 전부 받았고 뼛속까지 지극히 전통적이지만 가족에 대한 애정이 아주 담담했다.말하자면 유강후는 도덕적인 속박감이 별로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장화연은 유강후가 친부모를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한테 별 신경을 쓰지 않으리라 생각했다.장화연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자 유강후는 화가 아직 채 가시지 않았기에 더욱 무서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당장!”그러자 장화연은 이내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바로 가져오겠습니다.”유강후의 시선은 줄곧 온다연의 손등 상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온다연의 팔을 살짝 잡아당겨 자세히 살펴보니 그녀의 교복 소매 변두리에 검푸른 자국이 조금 있었다.그의 눈빛은 매섭게 변했고 손은 나무 침대 머리를 꽉 잡았고 손등의 핏줄이 툭툭 튀었다.잠시 후 그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더니 손을 온다연의 교복 단추 쪽으로 가져갔다.교복 단추가 풀렸다.온다연의 예쁘고 사랑스러운 몸매가 그의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몸매는 완벽한 각선미를 자랑했다.잘록한 허리에 긴 다리, 풍만한 가슴과 우유푸딩처럼 하얀 피부를 가진 온다연은 어떤 남자라도 유혹시킬 정도로 매력이 넘쳤다.하지만 이렇게 매력적인 몸의 곳곳에 멍이 들었다. 다리, 쇄골, 허리까지 합치면 최소 열 군데가 있어서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그중 가장 심한 대여섯 군데는 바로 가장 부드럽고 상처받기 쉬운 가슴과 배에 있었다. 당시 가해자의 악랄하고 지독한 심정을 알 수 있었다.유강후는 주먹을 쥐었다가 풀었고, 풀었다가 또 쥐었다. 눈 속의 분노는 거의 사람을 죽여버릴 정도로 가득했다. 심지어 목의 핏줄까지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원래 온다연이 유씨 가문에서 단지 대접을 잘 받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리 크지 않은 유씨 저택에서 이렇게 많은 나쁜 자식들이 숨어있을 줄은 몰랐다.‘유씨 가문, 이젠 청소할 때도 됐어.’이때 밖에서 장화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도련님, 주 의사가
유강후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참을 수 없어도 참아야 해. 평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데.”온다연은 지려 하지 않았다.“고쳐야죠. 계속 이러면 제가 어느 날 정말 견딜 수 없어 아기를 데리고 떠날 수도 있어요.”그녀의 허리를 잡은 큰손에 갑자기 힘이 실리고, 몸이 앞으로 확 끌려가 유강후의 다부진 몸에 찰싹 붙었다.그의 목소리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온다연, 다시 또 이런 말을 하면 정말 화낼 거야.”온다연은 수그러들지 않았다.“화를 내면 어쩔 건데요?”유강후는 실눈을 짓더니 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받쳐 들고 나지막이 말했다.“이렇게 벌을 내릴 거야.”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을 깨물었다.곧 가쁜 숨소리가 전체 공간을 채웠다.온다연은 뒤에 있는 서랍장 때문에 옴짝달싹 못 했다.그녀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그의 강력한 공세를 견뎠다.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저번에 서재에서 관계를 가진 이후로 유강후는 신대륙이라도 발견한 듯 그녀가 만족할 수 있게 힘 조절과 수위 조절을 완벽히 해냈다.그는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게 그녀가 원하는 모든 것을 만족시켰다.그는 그녀의 귓불을 가볍게 깨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이래도 떠날 거야?”온다연은 모든 신경이 그의 몸에 집중돼 사고력을 잃은 듯 무의식적으로 대답했다.“아니, 떠나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만족스러운 듯 그녀에게 더 큰 보상을 해주었다.온다연은 거의 통제력을 잃고 또 그의 옷을 더럽혔다.다 끝나고 그의 옷이 얼룩덜룩해진 것을 본 그녀는 부끄러워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의 몸에서 내려올 힘조차 없었다.유강후는 그녀의 몸이 달아올라 옅은 분홍색을 띠는 것이 좋고, 그녀가 자기 손에서 피어나는 모습이 사랑스럽다.수줍어하거나, 참지 못하거나, 약간 요염한 모든 것이 그의 것이다.그는 땀에 젖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넌 이런 게 좋아?”온다연은 방금 방탕했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니 부끄러워 감히 대답하
온다연은 불만스러운 듯 볼에 바람을 넣고 눈살을 찌푸렸다.“이건 공평하지 않아요. 왜 아저씨는 휴대폰을 쓸 수 있는데, 저는 안 돼요?”너무 귀여운 모습에, 유강후는 참지 못하고 그녀의 볼을 꼬집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알았어. 오늘은 업무용 휴대폰만 쓸게, 됐지?”몇 개 대기업을 관리하는 그에게 휴대폰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온다연은 당연히 잘 알고 있다.중요한 일이 있을 때, 유강후의 전화가 연결이 안 되면 금융시장에 꽤 큰 파문이 일 수도 있다.온다연은 조금 걱정됐지만 기쁘기도 했다.그녀는 살짝 기대하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오늘 하루 종일 같이 있을 거예요?”그동안 유강후는 아침과 저녁에만 집에 있었고, 낮에는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그래서 하루 종일 같이 있는다니 약간 기대가 됐다.유강후는 그녀에게 뽀뽀했다.“하루 종일 나와 함께 있고 싶어?”온다연은 귀 끝이 빨개졌지만, 그래도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아기도 함께했으면 더 좋을 텐데.”아기도 곧 돌아온다는 생각을 하니 그녀는 기쁨을 금치 못했다.“가족은 원래 같이 있어야 하는 거예요.”어려서부터 부모의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그녀는 그런 가슴 쓰린 아픔을 알기에 자기 아이에게 똑같은 고통을 주고 싶지 않았다.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것을 곁에서 지켜볼 것이며, 모든 고요한 밤과 희망찬 아침을 함께할 것이다.유강후도 이 아이를 몹시 아끼는 것 같고, 그녀가 지금까지 잃은 것들을 여기서 되찾을 수 있을 것 같다.유강후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그런 걸 간절히 원해?”온다연은 그의 가슴에 기댄 채, 기대 어린 눈빛으로 중얼거렸다.“이건 저의 모든 희망이에요. 아저씨, 저는 지금 너무 행복해요. 아기도 있고 아저씨도 있는 지금이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에요. 저 같은 사람도 이런 걸 가질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아저씨, 고마워요. 아저씨도 아기를 위해 큰 노력을 했어요. 아기를 지켜내지 못했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맑고 깨끗한 목소리로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주혜성이고 오늘 실검에 오른 온다연의 죽마고우입니다. 우리 둘은 같이 자랐고,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습니다. 온다연은 마음이 고운 사람이었고 상간녀가 될 리 없습니다.”그는 잠시 멈추었다가 말을 이었다.“온다연과 그 남자들의 이야기는 모두 누군가가 지어낸 헛소문입니다.”수줍게 웃는 그의 눈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다.“제가 오랫동안 쫓아다녔는데도 온다연은 저를 받아주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떻게 늙은 남자에게 반할 수 있겠습니까?”“제가 그 남자들보다 못생겼을까요? 그래서 그 남자들을 선택하고 저를 선택하지 않았을까요?”“온다연과 그 아가씨가 실랑이를 벌인 데는 뭔가 오해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게다가 그 영상은 편집된 것입니다. 영상을 올린 분께서 전체 영상을 공개하시길 바랍니다. 일부만 공개해서 오해를 유발하지 마시고요.”“조금만 생각해 보면 헛소문이라는 것을 깨달을 것입니다. 여러분, 법을 지키는 좋은 시민이 되십시오.”말을 마친 그는 카메라를 향해 천천히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그 모습은 성에서 걸어 나온 왕자처럼 우아했다.유강후는 동영상을 꺼버렸다. 그는 안색이 별로 좋지 않았다.이 자식이 이런 방식으로 온다연의 결백을 증명하려고 하다니.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건지 모르겠다.주씨네 형제는 둘 다 정말 성가시다.이때 온다연이 침실에서 나왔다.그녀는 천천히 걸어와 뒤에서 유강후를 끌어안더니 맹한 표정으로 물었다.“왜 아침부터 뉴스를 봐요?”유강후는 숨을 깊이 들이마신 후 돌아섰다.그는 온다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잘 잤어? 점심까지 자겠다고 하지 않았어?”온다연은 얼굴을 그의 손에 비비며 피곤한 듯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또 악몽을 꿨어요.”“무슨 꿈인데?”“꿈에 아기가...”그녀는 말을 멈추었다.왠지 모르지만 그녀는 자꾸 아이가 없어지는 꿈을 꾼다. 게다가 꿈속의 아이는 유강후와 똑 닮았다. 그녀는 꿈속에서 너무
나은별은 전화기 너머에서 울기 시작했다.“강후 씨, 내가 한 게 아니야. 내가 바보도 아니고, 이렇게 뻔한 짓을 왜 하겠어?”“믿어줘. 정말 아니야. 강후 씨, 어려서부터 같이 자란 나에게 이 정도의 믿음도 없어?”유강후가 침묵을 지키자, 나은별이 울면서 말했다.“온다연 씨가 나를 오해하고 때렸어도 나는 온다연 씨한테 화풀이하지 않았어. 어쨌든 강후 씨가 좋아하는 사람이니까 강후 씨 체면을 봐서라도 온다연 씨에게 손을 대지는 않아.”“내가 당장 해명 영상을 올려서 온다연 씨의 누명을 벗겨줄 테니 의심하지 마.”유강후는 휴대폰을 꽉 쥔 채 쌀쌀하게 말했다.“나은별, 이 일이 너랑 상관없기를 바랄게.”말을 마친 그는 전화를 끊었다.이권이 가자마자 한이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어떻게 된 거야? 지금 일이 너무 크게 번졌어. 여론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어서 악성 댓글을 아무리 삭제해도 계속 올라와.”“실시간 검색어를 최대한 삭제하고 있지만 이미 널리 퍼져서 덮기는 어려울 것 같다.”“뒤에서 누가 꿍꿍이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는 이렇게 빨리 퍼질 수 없어.”유강후는 휴대폰을 잡은 채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무슨 수를 써서라도 덮어야 해. 악성 댓글 작성자 아이디를 전부 기록해. 헛소문을 퍼뜨렸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그는 전화를 끊고 즉시 몇몇 대형 SNS와 동영상 사이트 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이들 중 몇 명은 평소에도 미래그룹과 사업상 접촉이 많은 터라 전화를 받은 뒤 곧바로 실시간 검색어를 처리하기 시작했다.다른 몇 명은 유강후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지만, 미래그룹처럼 덩치가 큰 거대기업이 먼저 손을 내미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어쨌든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얼마 지나지 않아 이 사건은 인기 검색어 순위에서 점점 밀려나다가 점차 실시간 검색어에서 사라졌다.하지만 유강후는 방심하지 않고 동향을 예의 주시하라고 부하에게 시켰다.잠시 후 이권이 누군가가 댓글 알바를 고용해 인터넷에서 온다연의 과거를 캐기 시
집에 들어선 후, 유강후는 시원한 연고를 가져와 온다연에게 발라주었다.그런데 장화연이 어쩌다 이 장면을 보게 될 줄이야. 온다연은 한순간 얼굴을 들 수가 없었고, 밥도 먹지 않고 숨어 있었다.유강후도 너무 후회되어 그녀를 끌어안고 한참을 달랬다.저녁에 아기 보러 병원에 갈 때까지 이 상황은 계속됐다. 아이의 상태가 좋아진 것을 보고 온다연은 그제야 겨우 화를 풀었다.이튿날 아침 유강후가 침실에서 나오니 이권이 벌써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셋째 도련님, 인터넷을 좀 보세요. 온다연 씨가 인터넷 스타가 됐어요.”유강후가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인터넷 스타라니, 무슨 소리야?”이권은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건넸다.“일단 보세요. 제가 처리하고 있긴 하지만, 실검을 세 번이나 눌렀는데도 상황이 정리가 안 돼요.”‘상간녀가 보석 가게에서 본처를 때렸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아래에 비슷한 댓글이 가득 달렸다.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동영상을 열었다.어제 온다연이 보석 가게에서 나은별과 싸우는 장면이었다.동영상만 보면, 확실히 온다연이 먼저 때렸다. 게다가 온다연은 날뛰고 있고, 나은별은 한 번도 반격하지 않은 채 처참하게 맞는 모습이었다.동영상은 온다연이 나은별을 때리는 데서부터 시작돼 조아영이 그녀를 끌어낼 때까지 1분여 동안 지속됐다.중간에 편집 흔적이 전혀 없어 딱 봐도 원본 영상이었다.‘좋아요’가 600만 개 이상, 리트윗이 300만 개 이상에 달하고, 댓글 창은 온통 욕하는 말들로 도배됐다.[요즘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상간녀가 이렇게 대놓고 날뛰어도 되는 거야?][이건 너무 심하잖아. 상간녀가 누군지 신상 털어!][진짜 뻔뻔스럽군. 유부남을 꼬신 주제에 감히 이렇게 날뛰다니. 이 여자와 부모의 신상을 털어 온 가족이 고개를 쳐들고 다니지 못하게 해야 해.][본처가 진짜 나약하네. 내가 저 여자라면 그 자리에서 상간녀 머리를 부숴버렸을 거야.][상간녀가 어려 보이는
유강후는 좀 세게 때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너무 심한 것도 아니었다고 생각했다. 고작 몇 번 때린 것이 이렇게 빨갛게 부어오를 줄은 몰랐다.“많이 아파? 집에 가서 약을 바르자.”‘당연히 아프죠.’온다연은 엉덩이를 의자에 붙이지 못할 정도로 아프고 몹시 서러웠다.“화를 내도 된다면서요... 아저씨는 말한 대로 하지 않고 전혀 신용을 지키지 않아요.”유강후는 어이없었다.“화를 내도 된다고 했지, 반지를 던져도 된다고는 하지 않았어. 오늘은 세게 때린 것도 아니야. 또 한 번 반지를 던지고 나랑 결혼하지 않겠다고 하면 그때는 아예 의자에 앉지 못하게 엉덩이를 부숴버릴 거야.”온다연도 자기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기에 고개를 숙이고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그녀는 한참 후에야 다시 입을 열었다.“아저씨도 저를 때렸으니 맞비긴 셈이에요. 만약 아이를 보지 못하게 하면, 저도 아저씨의 점수를 깎아버리고 영원히 보지 않을 거예요.”유강후는 걸어가면서 말했다.“이렇게 말을 잘 듣는데 왜 아기를 못 보게 하겠어? 오늘 나한테 순순히 반지를 끼워준 것을 봐서 벌을 취소할게.”“하지만 그 점수라는 게 뭔지 나한테 알려줘.”온다연은 그의 어깨에 엎드려 통증을 참으며 시큰둥하게 말했다.“아저씨만 저를 벌할 수 있는 줄 알아요? 저도 아저씨를 벌할 수 있어요.”유강후는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무슨 벌인데?”온다연이 코웃음을 치더니 나지막이 말했다.“저한테 점수를 적는 공책이 있어요. 모두 100점인데, 아저씨가 잘하면 가산점이 붙고 잘못하면 감점이 돼요.”그녀는 아주 진지하게 말했다.“원래 70점이었는데, 20점 깎여서 지금 50점이에요. 0점 혹은 마이너스 점수가 되면 저는 아저씨를 버릴 거예요.”유강후는 웃음을 참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어떻게 하면 가산점이 붙고, 어떻게 하면 감점이 되는지 말해봐.”온다연이 정색하며 말했다.“예를 들면, 그웬을 데려다 아기를 살린 것은 589점, 주희를 구한 것은 50점, 저에게 불고기를 만들어준 것은
그는 손을 내밀고 반지를 보며 느릿느릿 말했다.“네가 자발적으로 나한테 반지를 끼워줬잖아. 반지를 끼워준 건 프러포즈한 것과 같으니, 앞으로 네가 나를 책임져야 해.”온다연은 그의 말을 들으며 어딘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그의 강요에 못 이겨 끼워준 것인데, 어떻게 그녀가 프러포즈한 것이 되는지?그녀는 눈을 비비며 울먹거렸다.“아저씨가 끼워달라고 했잖아요.”유강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살짝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그게 그거지. 별 차이 없어. 내가 끼워달라고 말했더니 네가 바로 끼워줬잖아. 이게 자발적인 것이 아니고 뭐니?”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것을 알지만, 아이를 못 보게 할까 봐 걱정인 온다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유강후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반지도 꼈으니 결혼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온다연은 선뜻 대답하지 않았다. 혼인신고를 해야 결혼했다고 볼 수 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나눠 껴도 결혼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부부가 된 거니까.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유강후는 눈빛이 흔들리더니 나지막이 말했다.“네가 프러포즈했고 내가 받아줬으면 결혼한 것이나 다름없어. 결혼했으면 영원히 서로의 곁에 있어야 하고, 더 이상 다른 사람을 생각하면 안 돼. 알았지?”온다연은 뭔가 잘못된 것 같으면서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았다.결혼했으면 둘이 같이 잘 지내야 한다.그녀는 눈을 비비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약간 서러웠다.“다시는 나은별을 만지면 안 돼요. 저는 그 여자가 싫어요.”그녀는 또 한마디 덧붙였다.“살짝 닿는 것도 안 돼요.”“만나도 3m 거리를 유지해야 해요.”유강후는 그녀가 덫에 걸린 것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아까 나은별이 너한테 어쨌길래 머리가 터질 정도로 쳤어? 온통 유리 조각이던데, 손은 다치지 않았어?”유강후는 말하면서 온다연의 손을 당겨다 자세히 검사했다.그는 그녀의 희고 보드라운 손에 상처가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유강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아무리 화가 나도 반지를 버리거나 결혼 문제를 가지고 장난치면 안 돼. 알았어?”온다연은 일어나려고 발버둥 쳤지만, 그가 허리를 꽉 잡고 있어 움직일 수 없었다.“제가 아니라 아저씨가 장난쳤잖아요. 아직도 나은별을 마음에 담고 있어요?”그녀는 너무 서러웠다.“아직도 그 여자가 좋으면, 아기를 데리고 떠날 테니 그 여자랑 사세요!”유강후는 화가 나면서도 웃겼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생각했다고 그래? 뭘 보고 이러는 거야? 내가 나은별을 잡아당긴 것 때문에?”온다연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나은별이 유강후의 품에 기대어 있던 것을 생각하면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 여자를 안고 있었잖아요. 가슴에 기대고 있던데요.”유강후는 웃음이 나왔다. 알고 보니, 질투하는 것이었다.어린 것이 질투심은 왜 이렇게 강한지?“질투 났어?”온다연은 몹시 화가 났다.“누가 질투해요? 놔요. 저는 갈래요.”유강후는 그녀의 허리를 힘껏 끌어안으며 이를 악물었다.“내가 언제 나은별을 안았고, 언제 내 몸에 기대게 했는데? 똑똑히 말해봐.”그는 나은별을 바닥에서 잡아당겨 일으킨 후 온다연이 바로 폭발했던 기억밖에 없다.이 말을 들은 온다연은 더욱 화가 나서 얼굴까지 빨개졌다.“아저씨가 그 여자를 안았고, 그 여자가 아저씨 품에 기대어 있는 것을 똑똑히 봤는데도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아저씨는 이제 불합격이에요. 미워요. 이거 놔요.”발버둥 치다가 방금 맞은 곳을 건드렸다. 얼얼한 통증에 그녀는 눈물이 핑 돌았고, 엉겁결에 손으로 맞은 곳을 가렸다.유강후는 그녀의 동작을 보고 방금 너무 세게 때려서 부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그녀의 몸을 뒤집은 후, 치마를 올리고 살펴보려 했다.온다연은 그가 또 엉덩이를 때리려는 줄 알고 놀라서 그의 손을 잡고 놓지 않았다.“그만 때려요. 아파요.”“반지를 주워 왔잖아요. 또 때리면 다시는 당신을 안 볼 거예요.”유강후는 손을 빼며 말했다.“붓지 않았는지 보려고
유강후는 괴로워하면서도 이를 악물고 참았다.“10일.”“온다연, 너 계속 이러면 아기 퇴원하는 날에도 못 볼 줄 알아.”그 말을 듣고 얼어붙은 온다연은 재빨리 그의 손을 놓았다.유강후가 어떤 사람인지 온다연은 알고 있다. 정말 그를 화가게 한다면 아마 한 달 동안 아기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온다연은 어쩔 수 없이 분노를 꾹 참고 돌아서서 밖으로 나갔고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억울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심하게 때려서 그런지 유강후는 온다연의 걷는 자세가 살짝 잘못된 걸 발견했다.하지만 결혼반지를 던지고 걷어찼던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했다.온다연은 울며 겨자 먹기로 문을 열었는데 밖에는 수많은 경호원들이 서 있었다.이권도 그곳에 있었지만 감히 나서서 말을 건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엉덩이를 맞은 걸 모든 사람이 들었다고 생각하니 분하면서도 수치스러웠다그러나 반지를 주워 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유강후가 아기로 협박을 하니 그의 장단에 맞춰주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온다연은 유강후에 대한 호감이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전에는 70점이었다면 이제는 50점밖에 되지 않았다.온다연은 씩씩거리며 눈물을 닦고선 마지못해 바닥에 있는 반지를 주웠다.온다연이 휴게실로 돌아오자 유강후는 자연스레 손을 내밀었다.“끼워줘.”그 모습은 어찌나 무자비하고 싸늘한지 마치 인정머리 없는 제왕 같았다.온다연은 화가 나서 반지를 다시 던져 버리고 싶었지만 아기를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울분을 참으며 유강후에게 반지를 끼웠다.유강후는 반지를 한번 꼼꼼히 확인하더니 스크래치가 없는 걸 보고선 마음속의 분노가 절반 가라앉았다.그는 자리에 앉아 온다연을 품에 끌어안았다.“뭘 잘못했는지 알겠어?”온다연은 대답하기 싫은 듯 고개를 숙이고 계속 눈물을 닦았다.온다연의 빨갛게 부은 눈과 눈물에 젖은 머리카락을 보니 유강후도 마음이 반쯤 풀렸다. 그는 손을 뻗어 온다연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으며 잔머리를 귀 뒤로 넘겨주었다.“네가 말해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