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그건 걱정 마세요, 운란이가 이미 새 직장을 구했어요.”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뭐? 너 언제 찾았어?”고건민의 의아해하며 고운란을 바라보았다.“지금 일자리 구하기가 얼마나 힘든데, 돈 때문에 아무 일자리나 구해서는 안 돼.”“그런 거 아니에요, 저 그룹 사장으로 초대받았어요.”고운란은 말하며 이강현을 깊이 쳐다보았다.이강현은 마음속 행복에 바보 같은 웃음을 지었다.“널 사장으로 초대했다고? 농담하는 거지, 대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 한성에서 괜찮은 회사라면 거기 사장 다 박사, 석사 학위여야 하는 거 아니야? 너 같으면 부장도 힘들 건데.”고건민이 말한 것도 사실이다. 요즘 대기업 회장은 실력뿐만 아니라 인맥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고운란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원일그룹 아시죠? 저 그 회사 사장이 될 거예요, 그것도 이틀 후 부임할 계획이구요.”“그 돈 많다는 이 선생이 투자한 원일그룹?”고건민은 눈을 반짝였다. 그러나 곧 의심이 가득한 눈빛으로 바뀌었다. 예전에 들었던 소문을 떠올린 것이다.“너 혹시 그 이 선생이랑…….”고건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강현을 쳐다본 후 나머지 말을 삼켰다.“아버지, 무슨 생각 하세요? 내가 그런 사람이예요?”“허허, 그렇지, 우리 운란이 그럴 수가 없지.”고건민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일은 강현이가 소개시켜준 거예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이 선생이라는 자 저 누구인지도 몰랐어요.”고운란은 고건민이 또 함부로 의심할까 봐 해명했다.“그럼 됐어. 거기서 열심히 하고, 꼭 성과를 내서 고민국과 고건강 후회하게 만들어.”고건민은 여전히 구젠국과 고건강을 원망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그들에게 본때를 보여주기를 바라고 있었다.“걱정 마요, 제가 꼭 열심히 할게요.”고운란은 주먹을 휘두르면서 원기 왕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건민은 고운란과 몇 마디 잡담을 나눈 뒤 핸드폰을 들고 고민국에게 전화를 걸었다.“형님, 저 건민이에요.”“둘째야, 무슨 일이냐
고건민은 아직도 아쉬움이 남아 있어 입을 삐죽거렸다.“아직 할 말 남았는데, 빨리도 끊어, 됐다, 다음에 다시 말하지 뭐.”고건민이 유유히 말했다. 이강현 세 사람은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지금 고건민은 어린아이처럼 복수를 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잠시 잡담을 나누다가 최순이 돌아온 후, 이강현은 부엌에 들어가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한 집 식구가 화기애애하게 밥을 먹고나서 한창 티비를 보고 있는데 이강현의 전화가 울렸다.우지민의 전화인 것을 보고 이강현은 고운란과 말하고 나서 집을 나섰다.그 후 진효영도 알랑거리며 이강현을 따라갔다.최순은 떠나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보며 투덜댔다.“운란아, 효영이 쟤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왜 자꾸 이강현을 따라다녀?”“강현은 우지민 차 배워주러 나갔어요, 효영을 데려간 건 우지민이랑 여껴주려고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고운란이 설명했다.“내가 어찌 걱정을 안 해, 그 별장에 꼭 네 이름을 써야 해, 알았어? 나중에 이강현이 딴 여자 생기면 바로 집에서 내쫓아.”최순이 횡설수설하였다.“그런 일 없을 거예요, 그만 하세요.”고운란은 정색을 하고 바로 말을 끝냈다.……이강현과 진효영이 차에 오른 다음 우지민은 바로 차를 몰고 경기장을 향해 출발했다.“사부님, 오늘 파이널이잖아요, 제가 좀 알아봤는데, 사부님 상대가 대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콘파엘입니다. 그 자식 세계 킥복싱대회 불패의 최강자인 것 같아요!”“뭐? 실력이 대단한데!”진효영 놀란 모습을 보이면서 속으로 이강현을 걱정하고 있었다.“네, 말로는 그자 손에서 10번은 못 넘길 거라고 해요, 그보다 사망률이 100%라 킬러 머신이라고도 불려요!”우지민은 알아낸 자료를 이강현에게 한 번 들려주었다. 이강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듣고 있었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진효영은 긴장한 표정으로 이강현의 팔을 붙잡았다.“무서워 보이는데 이강현 오빠, 자신 있어요? 자신이 없으면 그냥 가지 말죠, 어차피 꼭 가야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잖아요
“알아, 근데 진효영 얼굴이 너무 티가 나서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띨 수도 있어.”이강현의 관심에 진효영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그럼 티 나지 않게 화장 좀 할게요, 잠시만요.”진효영은 다시 차에 올라가 가방을 꺼내 화장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차에서 내렸을 때 다른 사람처럼 얼굴 모습이 변했다.“대박, 이거, 이건 아닌 것 같은데요.”우지민은 역겨운 반응을 보였다.‘어떻게 화장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예쁜 얼굴을 이렇게 추하게 만들 수 있다니, 정말 너무 지독해.’“보기 싫어도 참아.”진효영이 뾰로통하게 말했다.이강현은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화장 솜씨가 죽여주는데, 이제 안심이 될 거 같아, 들어가자.”우지민과 진효영은 정문으로 향했고 이강현은 혼자 옆문으로 향했다.이강현이 옆문으로 들어가자 정중천의 모습이 보였다.“이 선생, 오셨습니까.”“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오늘 경기가 걱정되서요, 오늘 상대가 그 이름난 킥복싱 제왕 콘파엘인데 어찌 걱정 안하곘습니까.”정중천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하였다.이강현의 강함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콘파엘의 전설도 만만치가 않았다.예전에 정중천은 콘파엘의 이름을 많이 들어봤다.이강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그냥 평범한 경기일 뿐이고, 상대가 생각보다 그렇게 강하지 않아요.”“네, 그래도 조심하셔야 할 것 같아요.”정중천은 이강현을 라커룸으로 바래다주고 이강현은 옷을 갈아입은 뒤 자기 대기실로 들어갔다.오늘의 결승전은 마지막 순서로 배정되어 피날레 경기에 속한다.앞 경기가 끝나 이강현의 나설 차례가 된다면 열 시쯤은 되어야 했다.할 일도 없고 하여 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 게임을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권무영은 몇 명 경호원의 보호 아래 백색의 상자를 들고 콘파엘의 대기실로 들어갔다.권무영이 걸어오는 것을 본 크레티는 반갑게 다가가 권무영을 껴안았다.“오, 내 친구여, 오래 기다렸잖아요.”“우리 이 정도로 친숙한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요.”권무
권무영은 은백색의 상자를 열었다. 상자를 여는 순간 짙은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그리고 상자 표면에서 투명한 얼음 알갱이가 보였다.흰 연기는 상자 안의 강화제인 액체 질소로 초저온에서 보관되고 있었다.두꺼운 전용 장갑을 낀 권무영은 상자 속으로 손을 깊숙이 넣어 작은 약제관을 꺼냈다.“주사는 필요 없고 먹으면 됩니다. 새콤달콤한 게 맛이 좋아요.”“괜찮은 것 같은데 한번 먹어볼게요.”콘파엘은 넓적한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권무영은 약병 위의 온도계를 관찰하고 있었다.온도가 0도까지 오르자 권무영은 약제병을 열고 콘파엘에게 약제를 건넸다.콘파엘은 약제병을 받아들고 목을 젖혀 약제병을 통째로 뱃속으로 들이켰다.“좋아요, 누워서 쉬고 있어요, 약제가 천천히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차례가 될 때면 아마 약효과가 제일 좋을 때일 거예요, 그때가 되면 당신은 더없이 강해질 거고요.”권무영은 단호하게 말했다.“네.”콘파엘은 누워서 눈을 감았다. 크레티가 권무영을 바라보며 말했다.“여기서 계속 기다려야 하나요?”“기다리는 게 좋아요.”“오케이, 그럼 기다리죠.”크레티와 권무영은 각자 자리에 앉아 핸드폰을 꺼내 가지고 놀며 결승전을 기다렸다.시간이 1분 1초가 지나고, 한 경기 한 경기가 끝나고 나서 마침내 결승전이 열릴 시각이다.권무영은 손을 내밀어 잠든 콘파엘을 가볍게 밀었다.천천히 눈을 뜬 콘파엘의 눈빛은 약간 흐리멍덩했다.“어? 경기가 시작되나요?”“네, 먼저 일어나 앉으세요. 천천히 움직여요, 힘을 쓰지 말고.”권무영이 알렸다.콘파엘은 눈가에 미심쩍은 빛이 스치듯 지나갔다가 평소와 다름없이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강철로 만들어진 침대는 콘파엘이 앉는 순간 삐걱거리는 소리를 냈다.그리고 일어나며 침대 옆에 닿은 손에 힘을 주자 침대 옆의 철판은 그대로 아래로 움푹 들어갔다.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콘파엘의 본능은 힘껏 균형을 잡으려 했고, 그 힘으로 침대 전체가 완전히 무너졌다.땅바닥에 커다란 구덩이
크레티는 눈살을 찌푸리고, 입을 삐죽거렸다.틈을 타서 약제에 대해 알아보려고 했지만, 권무영 역시 눈치챘는지라 크레티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콘파엘은 점차 그 힘에 적응하며, 무궁무진한 힘을 얻은 것처럼 느껴져 순간 자신감이 넘쳤다.“정말 대단해요, 이런 힘은 가져본 적이 없어요, 기다려보세요, 제가 이강현 그 자식 머리를 박살 내고 링 위의 승자가 될라니까!”“하하하, 기대할게요, 제가 3주먹만에 이강현을 이긴 것에 내기를 걸었으니 저를 실망시키지 마세요.”권무영은 큰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요.”콘파엘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나갔다. 걸을 때마다 땅이 떨리고, 발밑에서 발자국 모양의 구덩이가 생겼다.……링 위에 오른 사회자가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여러분이 가장 고대하던 결승전이 곧 시작됩니다. 상대는 우리의 와일드카드 이강현과 우리 킥복싱 대회의 제왕 콘파엘입니다!”“먼저 이강현 씨 등장하세요!”사회자가 말을 마치고 오른쪽 단상 통로를 바라보았다. 거기에서 이강현이 느릿느릿 걸어왔다.“지금까지 경기에서 우리를 많이 놀라게 한 당신은 이번 토너먼트에서 가장 큰 다크호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제 곧 콘파엘을 상대해야 하는데, 긴장되는지요?”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왜 긴장해요? 그냥 평범한 경기일 뿐인데, 금방 끝날 거예요.”“오호호, 여러분 들으셨나요? 우리의 다크호스 자신만만합니다. 그럼 이제 콘파엘을 무대로 모실까요? 우리 킥복싱 제왕이 뭐라고 하는지 기대합시다!”쿵쿵쿵!콘파엘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링에 올랐다. 발걸음마다 큰 소리가 났고, 땅바닥에 깊은 구덩이를 냈다. 그리고 콘파엘이 내딛는 발걸음에 관중들은 열광했다.“오 마이 갓! 콘파엘 사람이야? 힘이 얼마나 센 거야!”“역시 제왕이, 등장할 때 기세 봤어? 나 100억 걸래!”“원래 이강현한테 기대했는데, 지금 보니 콘파엘을 사는 게 낫겠어.”놀란 관중들은 잇달아 콘펠에 베팅했다. 어쨌든 지금 무대에 오른 콘파엘의 활약은
중년 남자가 우지민의 400억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4억도 아니고, 40억도 아니고, 무려 400억이다.지금 이 상황에서 이강현에게 400억을 거는 건 미친 짓이다.이건 돈을 돈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것이다.우지민은 중년 남자를 곁눈질하였다.“내가 얼마 베팅하던 그쪽과 무슨 상관인데요?”“허허, 그냥 돈을 버리는 거 같아 차마 볼 수 없어 말하는 거죠, 돈 많으면 그 돈 저에게 투자하세요, 그냥 날리는 것보다 낫잖아요.”“네? 왜요? 돈을 그쪽에 주면 16배로 돌려줄 건가요?”“그럴 순 없어도 이강현이 우승할 수도 없잖아요.”“내 사부 반드시 이길 거예요, 두고 보세요.”말이 끝나고 우지민은 카드를 꺼내 웨이터에게 주었다.중년 남자는 놀라움에 멍하니 있다가 우지민이 베팅한 후 옆으로 다가갔다.“사부? 혹시 지난번 200억 벌었다는 게 그쪽인가요?”중년 남자의 놀라운 눈빛에 우지민의 마음은 뿌듯함으로 가득 찼다.“허허, 그래요, 이번에도 이길 테니 두고 봐요.”중년 남자가 헛웃음을 지었다.“허허, 자신은 좋지만 만일의 경우도 있죠, 지난번은 이강현이 운이 좋아서 이긴 거고, 이번에는 몰라요, 콘파엘 아까 등장 못봤어요?”“봤어요, 그래도 제 사부님 상대는 못 돼요!”우지민이 단호하게 말했다.“그럼 두고 보시죠, 그 돈 못 받아요.”중년 남자는 부러움과 질투심을 거두고 이강현의 패배를 저주하였다.우지민은 입을 삐죽거리고 나서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링을 바라보았다.링 위의 사회자는 빠르게 내려왔고, 위에는 이강현과 콘펠만 남았다.콘파엘이 목을 한 번 흔들자 목뼈가 찰칵찰칵 소리를 냈고, 그 소리는 천둥소리처럼 장내 모두에게 들렸다.“요즘 잘 날뛴다며? 오늘은 그렇지 않을 거야, 네 제사날이 될 거든.”콘파엘은 험상궂은 얼굴로 말했다.“죽을 사람은 너밖에 없어, 어서 덤벼.”이강현이 콘파엘을 향해 손가락을 꼬였다.“죽을래!”콘파엘은 버럭 화를 냈다. 그리고 고함을 지르며 이강현을 향해 달려갔다.이강현이 눈을 가늘
“헤헤, 난 30% 속도 밖에 안 냈어, 왜? 쫀 거야?”콘파엘은 힘차게 오른팔을 휘둘렀다. 주먹에서 사나운 바람소리가 나고, 빠른 속도와 함께 순간 이강현의 얼굴에 다가갔다.이강현은 허리를 뒤로 젖혀 콘파엘의 맹렬한 펀치를 피했다.이어서 콘파엘의 왼쪽 다리는 이강현의 다리를 쳤다.뒤로 젖히러 가던 이강현은 숨을 들이키고 허리에 힘을 주더니 위로 향해 힘차게 뛰어올랐다.이강현은 그대로 공중으로 뛰어올라 다리에 힘을 주고 앞뒤로 콤파엘의 가슴을 걷어찼다.이강현이 이렇게 나올 줄을 몰란 콘파엘은 순간 생각을 잃었고, 그 사이 이강현의 발에 밟혔다. 이강현의 속도는 놀랍게도 콘파엘과 비슷했다.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콘파엘은 팔을 십자로 교차하여 이강현의 공격을 막으려고 하였고, 이강현의 어떤 수준인지도 알아보려고 하였다.펑펑!이강현은 두 다리를 번갈아 찬 뒤 공중에서 720도 돌아 착지했다.반면 콘파엘은 이강현의 2연타석 발차기의 엄청난 힘에 밀려 3보 후퇴했다.두 사람의 실력차이가 아주 확연하였다. 공중에서 차력할 곳도 없는 이강현은 혼자의 힘으로 콘파엘을 연속 후퇴시켰다. 이것으로 확실히 콘파엘보다 한 수 위인 것이 보여졌다.몸의 균형을 잡은 콘파엘은 이강현에게 걷어차인 자신의 뒷걸음질에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난 아직 전력을 다 하지 않았어, 죽어!”콘파엘은 소리지르며 이강현을 향해 달려갔다.링 아래 관객들 모두 침묵했다. 그들 중 절대 다수는 콘펠의 우승을 베팅하였다. 만약 콘파엘이 진다면 그들의 손해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그런데 아까 이강현과 콘파엘의 첫 맞대결이 끝나고 모두 마음을 졸기 시작했다.원래 콘파엘이 이강현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제 보니 이강현과 콘파엘의 실력차이는 크지 않고 심지어 약간 위인 것 같았다.“X발! 이강현 이 자식 뭐야?”“왜 불안하지? 콘파엘 실력이 좋다며, 왜 이래?”“몰라! 일부러 우리를 지라고 판을 짜 놓은 거 아니야?”관중들은 점점 경기의 진정성을 의심하기 시작하
“이번 연타석 정말 대단했어, 콘파엘 말고는 아무도 못 쳐.”“이기겠는데, 이런 공격에서 이강현은 30분도 버텨.”“콘파엘 힘내, 어서 이강현을 때려 죽여.”관중들은 일제히 콘파엘을 응원하며 이강현의 실패를 손꼽아 기다렸다.진효영은 조마조마하며 이강현을 걱정하고 있었다. 관중들의 함성이 진효영의 정서에 영향을 주었다.“이강현 오빠 힘내세요! 저 자식 빨리 때려 죽여요! 이기지 못해도 다치지 말아요!”우지민은 긴장된 듯 온몸을 떨면서 두 손을 힘껏 맞잡았다. 무리하게 힘을 주는 바람에 손가락 마디까지 하얘졌다.2층 룸에서 황후는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테이블 위의 와인잔을 들고는 빨간 와인을 가볍게 흔들었다.“92년 로마네콩티 한 병을 딴 보람이 있네, 재밌는 경기야, 마지막도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황후가 기뻐하며 말했다.로마네콩티는 국내에서 인지도는 높지 않지만 국제적으로는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그 유명한 라피트도 로마네콩티 앞에서는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84년 라피트는 한 병에 3000만~4000만 정도이지만 92년 로마네콩티 가격은 2억 이상이다.권무영은 싱긋 웃으며 디켄터 집어들고 황후가 한 잔을 비운 뒤 다시 잔을 채웠다.황후는 빨간 입술을 열고 와인을 천천히 마셨다.선홍색 와인은 황후의 붉은 입술과 어울려 마치 황후가 피를 마시고 있는 것처럼 괴이한 조화를 이루었다.“술도 좋고, 경기도 좋고, 나머지 이강현인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황후는 원샷하고 잔을 내려놓았다.권무영은 와인 잔에 와인을 따랐다.“기껏해야 1분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콘파엘에 투여한 강화제는 강화 버전일 뿐만 아니라 분량도 훨씬 더 많이 증가했습니다.”“생각보다 몸이 튼튼했습니다. 그만한 약제면 바로 죽었을 수도 있었는데, 이번에 일반 기준의 11배로 증가했거든요.”황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계속하여 스크린의 경기 장면을 바라보았다.콘파엘의 사나운 주먹은 이강현에게 적지 않은 압력을 줬다.비록 이강현은 암암리에 수련을 거듭하며 용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