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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20화

“저는 방문객이 아니고 차씨 어르신의 손녀 사위예요. 절반 차씨 가문의 사람이죠. 오늘 여기 와서 외할아버지께 꽃을 올리고 절을 올리는 게 당연한 거예요.”그는 말을 다하고 바로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차국동은 여전히 지팡이를 거두지 않고 거기에 꿋꿋하게 막고 있었다. “너희 결혼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구두 약속이라면서,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그러면 우리 차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차씨 가문은 차씨 가문의 규칙이 있어. 여기 와서는 규칙을 지켜야 해!”

“저…”

김서진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지만 한소은이 눈짓을 주고 말했다. “작은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당신 잠깐 여기서 차 마시면서 나 좀 기다려줘요. 내가 외할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금방 나올 게요.”

비록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김서진은 그녀의 눈빛을 헤아렸다.

차씨 가문의 분위기는 분명 수상했다. 오기 전에 두 사람이 대충 마음 준비를 했지만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차성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작은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모두 그의 편에 섰다.

어차피 빈소는 안에 있고 거실이 밖에 있어서 중간에 그냥 벽 하나를 둔 셈이라서 혹시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밖에서 호응할 수 있다.

김서진은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속상해 하지마요.”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있을 때 몰랐지만 들어와보니까 안의 분위기가 밖에 보다 훨씬 더 사나웠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다 왔으며 어르신들은 한쪽에 앉아 계셨고 다른 한쪽에는 차씨 가문의 사람과 자녀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자리에 차성재가 영전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놀랐다.

원래 밖에서 차성재가 보이지 않아서 그가 연금되었거나 다른 일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지만 외할아버지 영전에 있을 줄 몰랐다.

맞다. 그가 장손으로서 여기에 있는 게 맞다. 그런데 차성호가 이렇게까지 그녀를 의심하는데 왜 그는 아무 반응도 없었을까.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 눈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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