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20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저는 방문객이 아니고 차씨 어르신의 손녀 사위예요. 절반 차씨 가문의 사람이죠. 오늘 여기 와서 외할아버지께 꽃을 올리고 절을 올리는 게 당연한 거예요.”그는 말을 다하고 바로 앞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그러나 차국동은 여전히 지팡이를 거두지 않고 거기에 꿋꿋하게 막고 있었다. “너희 결혼 얘기를 들었는데 그냥 구두 약속이라면서,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않았고. 그러면 우리 차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할 수 없어. 차씨 가문은 차씨 가문의 규칙이 있어. 여기 와서는 규칙을 지켜야 해!”

“저…”

김서진이 뭐라고 더 말하려고 했지만 한소은이 눈짓을 주고 말했다. “작은 할아버지 말씀이 맞아요. 당신 잠깐 여기서 차 마시면서 나 좀 기다려줘요. 내가 외할아버지께 절을 올리고 금방 나올 게요.”

비록 그녀가 아무 말도 안 했지만 김서진은 그녀의 눈빛을 헤아렸다.

차씨 가문의 분위기는 분명 수상했다. 오기 전에 두 사람이 대충 마음 준비를 했지만 상황이 생각했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차성호가 무슨 짓을 했는지 모르지만 작은 할아버지를 비롯한 어르신들이 모두 그의 편에 섰다.

어차피 빈소는 안에 있고 거실이 밖에 있어서 중간에 그냥 벽 하나를 둔 셈이라서 혹시 무슨 일이 있어도 그가 밖에서 호응할 수 있다.

김서진은 더 이상 버티지 않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너무 속상해 하지마요.”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고 빈소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 있을 때 몰랐지만 들어와보니까 안의 분위기가 밖에 보다 훨씬 더 사나웠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다 왔으며 어르신들은 한쪽에 앉아 계셨고 다른 한쪽에는 차씨 가문의 사람과 자녀들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앞자리에 차성재가 영전을 지키고 있었다.

그녀는 조금 놀랐다.

원래 밖에서 차성재가 보이지 않아서 그가 연금되었거나 다른 일이 생긴 거라고 생각했지만 외할아버지 영전에 있을 줄 몰랐다.

맞다. 그가 장손으로서 여기에 있는 게 맞다. 그런데 차성호가 이렇게까지 그녀를 의심하는데 왜 그는 아무 반응도 없었을까.

그녀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두 눈으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1화

    훈향?한소은은 깊이 생각하면서 어느 정도 이해하였다. 결국 훈향에 문제가 있던 건가?“제가 외할아버지께 만들어 드렸어요. 최근에 불면증 때문에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하셔서 진정 작용이 되는 훈향을 만들어 드렸는데. 왜요?” 그녀가 태연하게 물었다.“왜? 왜냐고 묻는 거야?” 차성호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를 영원히 진정시키려고 했던 거야?”“훈향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빙빙 돌려서 말하는 것보다 직접 말하는 것이 더 낫다. 할 말이 있으면 직접적으로 해. 내가 털어놓길 바라지 말고.“훈향에 문제없다고 너 장담할 수 있어?” 차성호는 빈정거리듯이 말했다.지금까지 봐온 결과, 가문의 장로들은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이 사람들은 차성호의 말처럼 그녀가 만든 향에 문제가 있고, 그녀를 외할아버지를 죽인 장본인으로 보는 사람과, 어느 편에도 서지 않고 중립의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로 나뉘었다.이 사람들이 나를 위해 목소리를 내주길 바라는 것은 어려웠다.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차성재도 아직 입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침묵한 채 영전 앞에 꿇어앉아 있었다. 마치 지금 일어난 모든 일들이 그와 무관하다는 듯이 무뚝뚝한 표정을 짓고 있다.보아하니, 이 싸움은 오직 나만 할 수 있다.“네, 훈향엔 문제가 없었어요. 적어도 제 손을 떠나기 전까지는 문제없었어요. 중간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는 저도 아직 잘 모르겠어요.” 그녀는 무뚝뚝하게 말했다.훈향에 문제가 있는지 없는지는 둘째 치고, 만약 훈향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그것이 바로 그녀가 범인이라는 법도 없다.항상 차 씨 가문에는 많은 사람들이 오고, 외할아버지 곁에서 시중드는 사람, 심지어 누가 몰래 들어왔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진 그녀의 말은 변명거리에 지나치지 않았다.“너 정말 혀가 길구나. 누구한테 떠넘기려 하는 거야!” 차성호는 계속해서 말했다. “좋아, 할아버지 곁에서 시중드시는 분, 나 씨 아저씨 말하는 거지? 그 아저씨 여기에 정말 오래 계셨어. 네가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2화

    “하하...” 그녀는 차갑게 웃었다.이 갑작스러운 웃음은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런 엄숙한 빈소에서 갑자기 웃어 보이다니,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았다.가장 연장자인 차국동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한소은! 어떻게 외할아버지 영전 앞에서 건방을 떨어! 네 할아버지한테 떳떳할 수 있겠어!”“작은 외할아버지, 이렇게 영전 앞에서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는데 어떻게 웃음을 참을 수가 있겠어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지 얼마되지도 않았는데 누군가가 계속 소란을 피우네요.”차성호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누가 소란을 피우고 있다는 거야?”“그건 당신이 잘 알 텐데!” 한소은은 물러서지 않고 그에게 맞섰다. 한소은은 그를 노려보며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갔다. “차성호 씨! 작은 아버지라고는 불러 드리겠지만 너무 사람을 업신여기지는 말아 주세요.”“여기 계신 어르신들 중 당신이 외할아버지에게 쫓겨난 걸 모르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데 일부러 얘기를 꺼내지 않고 있어요. 정말 저희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당신이 외할아버지의 조문을 올 수는 있으니 반대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것을 빌미로 소란을 일으키려 한다면 당장 여기서 나가세요!”한소은은 문 밖을 가리키며 그를 꾸짖었다.차성호의 눈이 커졌다. 그녀의 기세등등한 모습을 보자 하마터면 그녀에게 기가 죽을 뻔했다.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고 나서야 정신 차리고 다시 대응했다. “웃기는 소리 하지 마. 내 성은 차 씨야. 차 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오히려 넌 한 씨 잖아. 다른 집안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날 내쫓을 건데? 넌 네 외할아버지가 부모가 없다고 불쌍해서 거둬들인 것뿐이야. 잊지 마. 너의 성은 차 씨가 아니야!”“차성호 씨, 지금이 때가 어느 때인데 성을 따지고 계시는 거예요. 지금 시대는 친자이든 아니든 상관없는 시대에요!”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차성재를 한 번 보고는 말을 이었다. “제가 그 훈향으로 할아버지를 죽였다고 하는데 좋아요. 그럼 증거는요?”그녀는 그를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3화

    “좋아요, 만약에 외할아버지 죽음에 다른 사정이 있는 거라면 저도 진실을 밝혀낼 거예요! 그러니까...” 그녀는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신고해 주세요!”그녀는 말하면서 휴대폰을 꺼냈다. “서로 주장이 다르니 차라리 경찰에 맡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그게 가장 공평하게 수사할 수 있는 방법이고, 그래야 할아버지도 편하게 눈을 감으실 수 있을 거예요.”그러나 그녀는 전화를 걸기도 전에 누군가에 의해 제지당했다. 차국동은 눈썹을 찌푸리며 엄숙하게 말했다. “신고하면 안 돼!”“맞아, 신고하지 마.”주위의 많은 원로들이 목소리를 냈고, 놀랍게도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는 여론이 대다수였다.“우리 차 씨 가문이 이런 일로 인해 구설수가 생기면 가문의 수치에요. 이 일은 차 씨 가문 내에서 해결해야 하고 누가 됐든 간에 우리 차 씨 가문의 규율에 따라 처벌할 것입니다.” 차국동의 말이 거의 모든 장로들의 입장일 것이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했다.“작은할아버지! 이건 작은 일이 아니에요. 사람의 생명과 관련된 큰일이에요. 외할아버지의 죽음과 관련이 있는데 정말 누군가가 외할아버지를 해친 것이라면 그 사람은 살인범인데 어떻게 가문의 법을 적용시킬 수 있겠어요!”한소은은 고지식한 사람들이 왜 경찰에 신고하려 하지 않고 몰래 해결하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밖에서 공부 좀 했다고 뭘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잘 들어라, 난 아직 죽지 않았고 차 씨 가문 내에서 네가 말할 자격은 없다. 너 같은 계집애가 말할 수 있는 곳이 아니아. 네 외할아버지의 사인은 반드시 조사할 거야. 그러나 네가 경찰에 신고하고 우리 가문의 명예를 훼손시킨다면 너는 차 씨 가문의 사람이 될 수 없다. 다시는 여기에 돌아올 생각하지 말아라!”그는 손가락으로 그녀를 가리키며 엄숙하게 말했다.주위를 둘러보니 모든 사람들이 입을 다문 채 있었고 모두 이 의견에 동의하는 듯했다. 다시 차성재를 바라보았지만 그도 침묵하고 있었다. 마치 모든 일이 자신과 무관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4화

    차성재는 그를 뒤로한 채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차국동을 바라보았다. “차 씨 가문의 일이 많긴 하지만 회사 일보다는 간단합니다. 다만 일이 갑작스럽게 벌어졌고 여기 계신 분들도 납득이 가야 하며 가문의 장래를 위해서는 당분간 작은할아버지가 가문을 맡아주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분들도 이의 없으시겠죠.”“차성재?!”차성호는 그가 이런 식으로 말할 줄 몰랐다.차국동도 그가 이렇게 말할 줄 몰랐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금세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띠었다. “이거...”그는 웃음을 거두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이거... 내가 나이도 많은데 이런 권력은 몸이 견디기 힘들 것 같아.”“그래! 작은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아 몸이 좋지 않으신데 이렇게 얘기하는 건 일부러 괴롭히려고 그러는 거야? 차성재 너 정말 마음고생이 심해보이는 구나.” 차성호가 비꼬듯이 말했다.“이 자리는 책임이 막중하기에 더 견고한 분이 이 자리에 앉으셨으면 합니다.”차성재는 이렇게 말하면서 도장 하나를 차국동의 손에 건네주었다. “둘째 할아버지, 저희를 위해 수고해 주셨으면 합니다.”차성호는 차성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인장을 넘겨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직접 그의 손에서 인장을 뺏어오지 못한 게 한스럽다.그러나 이렇게 많은 장로들 앞에서 싸움을 할 수는 없었고 어금니를 깨물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작은 아버지, 연세도 지긋하신데 이렇게 고생하실 필요 없습니다. 일도 많을 텐데 당분간은 제가...”그의 손이 인장에 닿기도 전에 차국동은 인장을 회수했다. 차성재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많이 온화해졌다. “확실히 내가 나이가 많기는 하나 아직 일을 못할 정도는 아니다. 차 씨 가문이 위기에 처했으니 내가 최선을 다해 버티겠다. 이 일로 인해 차 씨 가문이 더욱더 단단해졌으면 좋겠다.”“차성재, 차성호 이 인장은 내가 가지고 있을 테니 안심해라. 이건 내가 맡고 있다가 조사가 완료된 후에 원래의 주인에게 돌려주도록 하겠다!”그는 “원래의 주인” 이라는 단어를 강조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5화

    차국동은 그녀를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네 할아버지의 죽음 반드시 철저히 조사할 것이다. 다만 지금은 서로 주장하는 바가 다르니 조금은 기다려라. 안심해, 내가차 씨 가문을 맡은 이상 너희들이 만족할 수 있는 답변을 가져오도록 하겠다.”과연 애매하게 넘어가려고 하는구나. 한소은은 차갑게 웃었다. “작은할아버지, 이런 도리는 다 알고 있겠지만 이 일에는 원칙이란 게 존재합니다. 외할아버지의 장례식도 미룰 수 없을 텐데 최소한 시간제한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왜 그렇게 서두르려고 하는 거지? 뭐 켕기는 거라도 있나?” 차국동은 그녀를 흘겨보며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말했다.“말싸움은 무의미합니다. 제가 켕기는 것이 있든 없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입니다. 외할아버지께서 불분명하게 돌아가시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한소은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오늘은 어르신들이 다 계시고 작은할아버지께서 차 씨 가문의 주인이 되셨으니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주실 수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사흘 어떠신가요?”“사...”“모두가 사흘 이내로 결과를 알고 싶어 할 거예요.”“사흘입니다 사흘!” 차국동이 아직 말을 하지도 않았는데 옆에 있던 차성호가 말했다. “한소은, 하지만 이 3일 동안 차 씨 가문에 머물러야 한다. 아무 데도 가서는 안된다. 이 3일 동안 차 씨 가문의 사람들은 이 소성을 벗어나지 마세요.”“차성재, 넌 어떻게 생각해?” 그는 도발적인 눈으로 차성재를 바라보았다.차성재는 무표정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 아무런 의견이 없습니다.”이 일은 잠시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한소은은 외할아버지의 영정사진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외할아버지를 위해 정의를 실현할 것이다.모든 가문 사람들이 흩어지자 한소은은 빠른 걸음으로 차성재를 가로막았다. “차성재, 너...”“너보고 오지 말라고 했잖아.”차성재는 그녀의 말을 끊고 한숨을 푹 쉬었다. “됐어, 잠시 여기 머물러 있어. 오느라 피곤했을 테니 일단 먼저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6화

    김서진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몸을 돌려 자신과 마주 보게 했다. 그는 그녀의 한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살짝 얹으며 말했다. “사람의 마음이 차갑기만 한 것은 아니에요. 저처럼 뜨거울 수도 있죠. 제가 아는 한소은은 그렇게 비관적인 사람이 아니에요.”이런 달콤하 말은 그녀의 얼굴을 뜨겁게 했고 그에게 잡힌 손은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의 몸에 붙었다. 손바닥으로는 그의 체온이 온전히 느껴졌고 그녀를 따뜻하게 해주었다.“이 상황이 어려운 걸 알면서도 저와 함께하게 해서 미안해요.”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분위기가 무거워지자 그는 갑자기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부드러운 입맞춤이 아니라 정말 이빨로 그녀의 입술을 아프게 깨물었다.그는 그 후에 그녀를 바라보고 말했다. “이번 일을 교훈으로 삼아 다음에는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면 되죠.”“...”정말 감동적인 말이었다.그녀의 입술에서 짜릿한 느낌이 났다. “하지만 현실은 저희는 여기 갇혀 있고, 그들은 제가 원하는 답을 주지 않을 거예요.”방금 모두 간파했다. 살인자고, 무슨 죄고, 단지 권력을 차성재의 손에서 빼앗기 위한 핑계였을 뿐이다. 차성재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차성재가 왜 순순히 물러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그는 이미 몇 년 동안 권력을 잡아왔는데 왜 갑자기 돌아온 사람을 두려워하는 걸까?!“그들이 주지 않으면 우리끼리 찾으면 되죠!” 그는 아무렇지 않은 듯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일말의 걱정과 초조함도 묻어 있지 않았다.한소은은 그가 아무리 어려운 상황이어도 안색이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다. 그는 마치 모든 상황이 그의 계획 안에 있는 것 같았고, 침착하고 계략을 짜는 듯한 담담한 모습이었다. 그는 심지어 한소은의 마음까지 안정시켰다.“맞아요, 제가 찾을 거예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먼저 차성재를 만나봐야 할 것 같아요.”“왜 가냐고 물어보려고요?” 그는 그의 속마음을 그녀에게 들키고 말했다.“네, 말 못 할 사정이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7화

    차성재의 방문은 아직 닫혀있지 않았다. 그는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비록 문이 닫혀 있지는 않았지만 그는 방 안을 한번 둘러본 뒤 방문을 두 번 두드렸다.“들어와.” 차성재의 목소리였다.방 안으로 들어서자 방에는 스탠드 하나만 켜져 있었고 약간 어두웠다. 차성재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커피가 한 잔 있었는데 마시지는 않은 것 같았다.“차성재.”“앉아.” 그는 그녀를 온화한 눈빛으로 올려다보고 말했다.비록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지만 한소은은 적어도 빈소에 있었을 때의 표정보다는 훨씬 낫다고 느꼈다.“너...” 그녀는 묻고 싶은 것이 많았지만 어디서부터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다.“내가 돌아오지 말라고 했잖아. 왜 이렇게 고집부려.” 차성재가 먼저 입을 열었고 입으로는 원망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그가 그녀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내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 상황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말하며 생각에 잠긴 듯한 차성재를 바라보았다.그는 이렇게 앉아 멀리 바라보았다. 창밖에는 넓은 숲이 펼쳐져 있었고 지금은 은은한 그림자만 보일 뿐이었지만 그의 시선은 그 먼 곳으로 향해 있었다.차성재가 아직 입을 열지 않았지만 그녀는 묻고 싶은 것이 매우 많았다.입구 쪽을 바라보니 문이 닫혀있지 않아서 밖에 누가 있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전에 빈소에서도 차성재는 그녀의 말을 가로막고 더 묻지 못하게 했다. 아마 누군가가 그들의 대화를 들을까 봐 걱정한 것인데 여기서도 무슨 문제가 있는 건가.“차성호는 어떻게 된 거야?” 그녀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분명 외삼촌이었지만 그는 그런 대우를 받을 자격이 없었다. 그렇다면 단지 이름으로 불러도 무방하다.차성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술을 매만졌다.“이렇게 큰 판에 너를 끌어드린 것은 네 권력을 빼앗으려고 그런 거야?”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물었다. “난 이해가 안되는 게 왜 그를 무서워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628화

    훈향은 그녀가 직접 차성재에게 건네주었다. 이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생겼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훈향은 네가 가져와서 직접 할아버지께 드린 거야? 아니면 하인을 통해서?”차성재는 그녀를 바라본 뒤 그녀의 생각을 짐작한 듯 입술을 움직이며 담담하게 내뱉었다. “나 씨 아저씨.”“...”나 씨 아저씨는 외할아버지 곁에서 몇 십 년 동안 충성을 다했다. 차 씨 가문에서 나 씨 아저씨의 충성을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즉, 이 일은 모든 사람에게 의문점이 있었고, 그랬기에 차성호와 차국동도 그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다. 그녀와 차성재는 변명을 할 수 없었다.그렇다. 지금은 그들이 했다는 증거도 없지만 그들이 결백하다는 증거도 없었다.“이건 음모야!” 한소은이 주먹을 불끈 쥐며 말했다.너무 악랄해!누가 누명을 씌웠을 뿐만 아니라 누가 훈향에 손을 댔는지 알아내야 한다.“내가 반드시 외할아버지를 죽인 진범을 찾아낼 거야!”“그다음엔?” 차성재가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대가를 치르게 해줘야지!”“그들이 그랬다면, 이미 흔적을 깨끗이 치웠을 거야.” 차성재는 몸을 일으킨 뒤 앞으로 두 발자국 걸었다. 그는 손을 들어 문 밖을 가리켰다. “너도 알겠지만 여기엔 CCTV 같은 거 없어. 누가 할아버지에게 손을 썼다고 해도 현장을 덮치지 않았다면 증거를 찾을 수도 없어.”한소은도 그가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며 눈쌀을 찌푸렸다.차성재의 말이 맞다. 사실 상대방도 이 점을 노린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그들이 먼저 손을 써서 대비할 수 없었다. 만약 대비했더라면 단서를 찾을 수 있었을 것이다.“흔적학이라는 과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한번 하는 순간 반드시 증거가 남는다고 했었어. 외할아버지를 살해한 진범을 반드시 찾아낼 거야.”차성재는 손을 거드고 그녀를 향해 몸을 돌렸다. “지금으로서는 확실한 증거도 없고 누구인지 추측하기도 쉽지 않아.” “......”이 말은 그녀를 정확히 간파했다.그녀는 반드시 진범을 잡겠다고 했

최신 챕터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2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