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주임이 뒤를 돌아보며 따라오라는 손짓을 하자 한소은은 두 발짝 앞으로 나아갔다.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몇 번 두드리자, 화면에 몇 줄의 데이터가 나타났다.한소은은 눈을 가늘게 뜨고 주의 깊게 바라보았다.“당신이 한의약의 관점에서 다른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이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고 주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전 연구 데이터를 볼 수 있을까요?”잠시 고민하다 한소은이 한마디 덧붙였다.“특히 이 바이러스에 대한 샘플과 데이터를 보고 싶어요.”“사실 우리의 데이터는 그다지 완벽하지 않아요.”고 주임은 한숨을 쉬며 담담하게 말했다.“현재 국내 영향은 그다지 크지 않고 확산하지 않았으며, 매우 빠르게 통제하고 있어요. 현재 보유하고 있는 바이러스 샘플은 크게 참고할 만한 가치가 없을 거예요.”“왜요?”눈썹을 찌푸리며 한소은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바이러스의 샘플인 한, 그것이 전파 사슬의 연결 고리라고 해도 결국은 그 바이러스일 뿐인데 어떻게 참고 가치가 없을 수 있을까?“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변이하고 진화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가 채취한 샘플은 이미 전염 사슬의 마지막 단계에 있었어요. 바이러스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민감도가 그다지 강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샘플로 연구하더라도 강력한 바이러스에는 여전히 효과가 없을 거예요.”잠시 후 고 주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어갔다.“이것이 바로 우리가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함께 협력하기를 희망하는 이유입니다. 한의학의 관점에서 관찰되는 것은 바이러스의 명백한 특성이 아니라 신체의 반응과 자가 면역에 기반한 것이죠.”“나도 한의학에 정통한 편은 아니니 내가 말한 게 그런 무슨 뜻인지 아시겠죠?”그는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한소은은 대충 그 말이 맞는 것 같다고 고개를 끄덕였다.한약은 서양 의학과 아주 달랐다. 서양 의학은 과학적인 도구의 도움을 받아 많은 것들이 매우 직관적이었다.인간의 혈관, 신경,
엘리베이터에 다시 들어갔지만 방금 타고 온 그 엘리베이터가 아닌 다른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안으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가 천천히 내려갔다.한소은은 이 연구 기지가 거의 지하에 있다는 사실에 놀랐었다. 그러나 더 밑으로 내려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잠시 후 마침내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고 주임이 먼저 걸어 나갔다. 모 선생은 그 뒤를 바짝 뒤따랐다.이 층에는 기계와 사람이 별로 없었다. 대신 텅 빈 것 같았고, 공기에는 불안한 냄새가 떠돌았다.몇 발짝 더 가다 보니 희미하게 신음이 들렸다.귀를 기울여 들려고 하면 다시 사라져 환청처럼 들리기도 했다.그들이 스프레이로 다시 소독한 후 계속 앞으로 걷다 보니 한소은은 그것이 환청이 아니라 진짜라는 것을 확신했다!신음뿐만 아니라 억압된 흐느낌, 기침 소리, 쌕쌕거림도 있었고 이런 종류의 소리는 하나가 아니라 얽혀서 마치 심장이 뽑힌 것처럼 듣기 거북했다.아마도 그녀가 두려움에 물러설까 봐 걱정되어 고 주임은 고개를 돌려 한소은을 돌아보았다.한소은의 눈빛은 심각했고 얼굴이 굳어져 있었다. 다만 그녀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속 가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긴 복도가 있었고 양쪽에는 방이 여러 개 있었다. 하지만 방문은 모두 닫혀있었다.“이건…….”망설이던 한소은은 깜짝 놀랐다. 고 주임은 그녀의 말에 자세히 설명했다.“많은 것도 아니고 적은 것도 아니에요. 바이러스가 확산하는 걸 방지하기 위해 이럴 수밖에 없었어요. 각자가 별도의 병동에서 전문적인 관리와 치료를 받으므로 교차 오염이 발생하지 않았어요.”그의 설명을 듣고 한소은은 약간 마음을 내려놓았다.결국 그는 프로였고 이것이 실제로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모든 방에는 작은 창문이 있었다. 한소은은 들어가지 않고 창문 밖에 서서 안을 들여다보았다.병실 내부는 비교적 단순했다. 침대가 있고, 작은 칸막이가 있고, 화장실처럼 보이는 방이 있었다.환자는 침대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이불로
“하지만 당신은 임산부잖아!”모 선생은 어쩔 줄을 몰라 하며 한소은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뭐?!”고 주임 역시 깜짝 놀라 무의식적으로 한소은의 배를 힐끗 쳐다보았다.무거운 보호복에 가려서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주임은 한소은을 두 번 만났었다.그때마다 그녀는 보호복을 입고 있었기 때문에 임산부라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 원 어르신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이 소식을 알고 매우 당황했다.한소은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임산부가 왜요? 임산부도 사람이에요. 임산부이기 때문에 이 바이러스를 없앨 방법을 찾아내지 못하면 그 피해가 우리의 다음 세대, 다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오리라는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요.”그렇게 말한 후 한소은은 병실의 문을 열려고 했다.“안 돼!”이번에는 고 주임이 그녀를 막아 나섰다.“그런 위험을 감수하게 놔둘 수 없어요.”“내가 위험을 감수할 수 없다면, 밖에 있는 직원들은요? 그들은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는 거예요?”한소은은 그를 바라보며 한 마디 한 마디 또박또박 말했다.“이 연구가 얼마나 위험한지 다들 알고 있고 위험을 감수하고 있는데, 나라고 왜 못 한다는 거예요? 특정한 한 사람이 아니라 전국의 사람들을 위해서 하는 일이잖아요. 누구나 친구와 친척이 있고 우리 중 누구도 그들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니 물러서지 않을 거예요. 고 주임님, 당신이 이 분야의 권위자인 내 스승님을 찾아갔다는 건 분명 다른 훌륭한 한의사들도 찾아갔었다는 걸 알아요. 이런 연구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난 당신이 뭐라 해도 연구에 참여해야겠어요.”“우리 협의도 했고 계약서에 사인도 했으니 날 막을 생각 하지 마요!”“하지만…….”고 주임은 그녀의 말이 옳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이해했지만, 임산부가 감염될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여전히 망설여졌다.“그런 생각 집어치워요!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으면 언젠가 바이러스가 창궐할
고 주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다.한소은은 잠시 맥을 짚고는 자리에서 일어서서 구석에 놓아둔 소독제로 손을 닦은 후 아무 말 없이 병실을 나갔다.모 선생은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가 어떤 말을 할 것인지 기대했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개를 돌려 고 주임을 바라보니 그도 질문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모 선생은 어쩔 수 없이 입술을 꾹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한소은을 따라 옆 방으로 갔다.늙은 사람, 건장한 청년, 여자, 아이, 병실에는 여러 사람이 있었다.대충 열명정도 맥을 짚었을 때 한소은은 조금 지치기 시작했다.그녀가 지친 표정을 본 고 주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좀 쉴래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해요. 거의 다 끝난 것 같은데.”한소은은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아직 할 수 있어요!”그녀는 더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 위해 더 다양한 사례를 보고 싶었다.개별 상황을 결합하여 상대적으로 더 정확한 수치를 도출하고자 했다.옆방의 문이 열렸을 때 그녀는 심장이 지끈거리며 아팠다.안에 있는 사람은 침대 머리맡에 앉아 손에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많아야 서너 살밖에 되지 않은 아이, 어린 소녀의 머리카락은 풀어 헤쳐져 있었다.아이는 열심히 장난감을 놀고 있었고, 누가 들어오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다.예쁜 두 눈은 검은 포도처럼 컸고 낯선 사람들의 모습에 긴장감이 가득 담겨 있었다.그 눈빛은 한소은의 가슴을 격렬하게 부딪쳐 왔다.아들 김준과 비슷한 나이에 불과했다. 한소은은 이렇게 작은 감염자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 아이도 감염된 건가요?”한소은은 떨리는 손이 아이를 가리켰다.그녀가 듣고 싶었던 말은 ‘아니오’였다.그러나 고 주임은 고개를 끄덕였고 옆에 있던 모 선생은 계속해서 의료 기록 상태를 읽었다.“환자 33번, 3 세, 성별 여성. 확진 7일째. 증상은 기침, 고열, 신체 통증 등이 있음. 나이가 너무 어려서 표현이 명확하지 않고 다른 것은 아직 명확하지
한참 후에야 한소은의 손가락이 여자 아이의 손목에서 옮겨졌다.그동안 소녀는 울지도 않고 떠들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한소은을 보고만 있었다.한소은은 침묵을 지키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천천히 일어섰다. 그녀의 괴로움을 보고 고 주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다만 관심을 담아 물었다.“쉴까요?”그러나 한소은이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소녀가 겁에 질린 목소리를 냈다.“난 죽는 가요?”“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넌 죽지 않아!”아무 말도 하지 않던 모 선생이 입을 열었다.모 선생은 재빨리 다가와 그녀의 이불을 다시 정리하고 장난감을 다시 그녀의 손에 쥐어주었다.“넌 그냥 아픈 거야, 기침과 열이 좀 있는데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근데…… 우리 엄마 죽었잖아요.”소녀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 목소리가 약간 떨리는 것을 보니 애써 참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도 어린 나이라 벌써 눈물이 핑 돌았다.한소은은 놀라서 고개를 돌려 고 주임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항상 온화했던 그도 고개를 돌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어린 소녀의 말은 사실이다.“너의 어머니 병은 너와 달라. 그러니까 말 잘 들어야 해, 약도 잘 먹고, 침도 잘 맞아야 하고, 그러면 곧 낳아질 거야! 어머니 말 잊었어? 용감하게 살기로 약속했잖아.”평소 냉담했던 것과는 달리 모 선생은 온화한 목소리로 말했다.소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그 모습이 보기에도 안타까웠다.“너는 죽지 않을 거야, 분명 치료될 거니 안심해!”한소은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만지며 부드럽게 말했다.만약 그전엔 단지 주변의 가족과 친구들을 위해서 바이러스 해법을 찾으려고 한다면 지금의 한소은은 어떻게 해서든 이 어려운 문제를 반드시 이겨내겠다고 굳게 결심했다.‘아무리 어려워도 반드시 방법을 찾아야 해. 이런 아이까지 피해를 입게 해서는 안 돼!’방에서 나온 한소은은 기력이 빠진 듯 다리의 힘도 풀렸다.억지로 버티며 이 병동에서 나왔다. 세 사람 모두 침묵한 채 일련의
생각만 해도 이가 근질근질하고 그 사람들을 모두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이다.“그건 특수 케이스예요.”아련한 한숨과 함께 고 주 임 마음도 아주 무거웠다.이런 나약한 어린 생명에 대면하고 그 누구도 슬프지 않을 수가 없었다.“왜 특수 케이스인데요? 안에는 60~70대 노인들도 있는데 그 소녀의 어머니는 기껏해야 30대? 근데 왜 죽었죠?”한소은은 지금 자신이 통제 불능 상태인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소녀의 어머니가 죽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너무 아팠고 목이 쥐어진 듯 숨을 쉴 수가 없었다.“그 환자분 원래 암이었어요.”옆에 있던 모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한소은은 고개를 돌려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바라보았다. “폐암 말기인데 바이러스까지 감염되어 몸이 더 허약해진 거예요. 그래서 병세가 빨리 악화되고 이틀을 못 버티고 돌아가셨어요.”고 주임은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이 아이는 어머니와 함께 있었기 때문에 감염되기는 했지만 증상은 가벼운 편이라 단순한 감기와 발열로 보여 아직 치료 중이예요.”“항체가 빨리 개발된다면 그녀에게든 여기 있는 모든 환자들, 심지어 바깥에 있는 건강한 사람들까지도 구원할 수 있어요.”한소은을 바라보며 고 주임은 조용히 말했다.“이게 바로 우리 부서가 해야 할 일이예요.”그렇다. 그게 진짜 의미이다! 그녀가 이전에 저쪽 실험실에서 몇 번이고 멈추려고 했던 이유는 목표성이 틀렸다는 것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한소은은 이 실험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한의학이든 서양의학이든 그것을 배우는 목적은 가능한 한 사람을 치료하고 인류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지 세상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다.“알겠습니다!”한소은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 한약을 달이는 기구가 준비되어 있는 가요? 없으면…….”“있어요!”그녀의 말을 끊고 고 주임이 말했다.“모 선생, 소은 씨를 한의과로 데려가주세요.”원래 없다고 하면 자기가 가져갔다고 말하려 했는데 여기 물건이 꽤 있는 것 같으니 한소은도 따로 수고할 필요 없었다.
임상언이 돌아왔을 때 마침 복도에서 떠나려던 주효영을 만났다.지난번 이후로 매번 그를 보았을 때 주효영 눈에는 모두 약간의 노여움을 띠고 있었다.두 사람이 스쳐 지나갈 때 주효영은 갑자기 손을 뻗어 그를 막았다.“사장님께서 한소은을 찾아라고 하지 않았나요?”걸음을 멈추고 임상언은 뒷덜미를 문지르며 냉소했다.“사장님한테 가서 물어보시죠.”“내가 당신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거 같아요, 한소은을 찾는다고 나를 대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 실험실에서 나는 대체 불가능해요!”그녀는 턱을 치켜들고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공부에서 일에 이르기까지 어느 분야에서든 그녀는 최고이고 자랑거리였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도 한소은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있었다.‘그냥 조금 인기 있는 조향사일 뿐이잖아. 한의약을 알고 원 어르신 옆에서 배웠다고 하여 뭐 어쩔 건데, 난 바이러스 연구팀에 있어.’오늘날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마구 퍼지는 것을 보면서 그녀는 왠지 모를 성취감을 느꼈다.언젠가 그녀는 세상에 이름을 알리고 그녀의 이름만 들어도 두려울 정도로 유명해질 것이다.“자신만만해 보이는데 뭐가 두려워요?”그녀를 곁눈질하며 임상언은 비웃음을 감추지 않았다.“당신…….”속마음이 들킨 주효영은 갑자기 안색이 변했다.“난 두렵지 않죠, 근데 당신은 잘 모르겠네요, 한소은을 찾아와야 하는데 걔 성격으로 순순히 돌아오겠어요? 기어이 떠나겠다고 제 발로 나간 사람을 어떻게 잡아요? 가능할 거 같아요?”임상언이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지금 한 말 사장님도 들었어야 하는데.”“사장님을 가지고 날 놀릴 필요 없어요. 나도 사장님도 다 같은 배 탄 사람이니까 내 충성은 말할 것도 없고, 근데 당신이라면…… 얘기가 다르죠!”임상언을 위아래로 한 번 훑어보고 나서 주효영은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아드님, 요즘 잘 지내고 있나요?”“그건 당신이 걱정할 일은 아니예요!”임상언 눈빛이 갑자기 차가워지더니 비웃으며 말했다.“듣기로 부모님 사업이 요즘 잘 된다고
“한소은이 약에 얼마나 민감한지 너 잘 알잖아, 그런데도 걔 차에 약을 타, 그건 걔한테 알려 차를 바꾸게 한 거랑 뭐가 달라, 너 정말 일부러 놓친 거 아니야?”그는 느릿느릿 몇 걸음 걸으며 걸상에 올라 그 위에 서서 임상언의 눈을 내려다보았다.“난 그냥 내 약이 걔한테 들키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임상언은 침착한 기색으로 담담하게 그를 바라보면서도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남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가면 뒤의 눈은 매우 음산하고 무시무시해 보였다. 그는 임상언을 잠시 노려보다가 갑자기 웃기 시작했다.“왜 상자에 뭐가 들어있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내가 너를 위해 준비한 건데!”그의 말을 듣고 임상언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안 좋은 예감이 떠올랐다.상자를 들어 벌컥 열었는데, 안에는 작은 손가락이 있었다.핏자국은 말라버렸지만 모양과 크기로 보아 성인이 아님을 알 수 있다.머리 속에 폭탄이 던져진 것 같았고, 그 폭탄은 ‘쾅’하고 터졌다!임상언은 순간 그의 멱살을 움켜잡고 그를 번쩍 들어올렸다.“내가 건드리지 말라고 했지!”그는 울부짖으며 두 눈을 붉혔다. 이 사람을 찢어놓고 싶은 심정이다.짐승처럼 격노하는 임상언에게 남자는 겁먹지 않고 더욱 날뛰며 웃었다. 마치 임상언에 허공에 잡혀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사람이 그가 아닌 것처럼 말이다.“왜 무서워? 겁먹었구나! 내가 경고했지, 날 거역하지 말라고, 그런데 내 앞에서 그런 수작과 잔꾀를 부려? 너의 그 독선적인 행동들 마지막에는 다 너의 아들에게 주어질 거야! 하하하하…….”“네가 감히 내 아들을 건드리면 내가 죽더라도 널 지옥으로 끌어드릴 거야!”임상언은 그를 높이 쳐들었고 눈빛은 점점 험악해졌다.남자는 힘들게 숨을 쉬며 힘겹게 말했다.“잘 봐, 그게 네 아들 거야?”임상은 멍한 표정으로 무의식적으로 그 상자를 보았다.작은 손가락은 확실이 성인 거는 아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임남의 것도 아니었다.임남의 손가락은 가늘고 피부색도 그렇게 희지 않았다.임남의 손가락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