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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화

그녀는 여태까지 김서진에게 말한 적이 없었지만 자신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김서진과 같은 사람들은 분명 주변에 많은 하인들이 둘러싸고 있을 것이고, 집에도 반드시 오가는 손님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남달랐다.

가끔 청소하러 온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빼고는 일절 고용하지 않아 집안이 유난히 조용하며, 요리도 직접 하고, 조금 썰렁한 느낌이 드는 반면 방해받지 않는 느낌을 좋아한다.

과일차는 알콜램프에 천천히 끓이고, 옆에 있는 아담한 디저트 접시에 몇 개의 과자가 있다. 김서진은 그녀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단호하게 허락하지 않아 그녀는 이 생각을 버리고 여기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앞에 놓인 티 테이블에는 7~8병의 향수가 펼쳐져 있으며, 각양각색의 작은 병들이 모두 최근 출시된 신제품이다.

맑은 생수 한 잔과 티슈, 민트를 준비해 놓고 잠시나마 가만히 앉아 있었다.

최근에 노형원과 얽히고설킨 탓인지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고 너무 들떠 있어서 당연히 영감도 사라지고, 신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사라졌다.

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며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허전해지고 회복이 안 되면 원래 있던 에너지도 금방 소진된다.

조현아가 만들어 준 이번 출장 기회는 아주 좋았으며 마침 지방에 내려가서 구경도 하고, 어쩌면 새로운 창작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

천천히 눈을 뜨면서 앞에 있는 작은 병들을 보니 모양이 매우 귀엽게 보였다. 그녀는 손이 가는 대로 핑크색병을 손에 들고 가까이 했는데 병뚜껑을 열기도 전에 이미 흘러나오는 향을 맡을 수 있었고 그 향은 매우 진하고 약간 코를 찌를 정도로 진했다.

갑자기 뚜껑을 열 의욕을 잃고 다시 내려놓았다.

이 병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작은 가게의 무명 브랜드이지만 꼭 명품 브랜드로만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며 오히려 이름 없는 작은 브랜드들이 생각 밖의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 줄 수도 있다.

향수 병을 내려놓았지만 손가락에 이미 향이 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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