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젠은 겉으로 아무런 변화가 보이지 않자 가까이서 에센셜 오일의 냄새를 맡으며 눈썹을 찡그렸다가 다시 레시피 재료를 비비며 몇 번 훑어보고, 그제야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보였다. "꼼수!""그럼 로젠 씨는 어떻게 조정해야 할지 아시는 거예요?"비록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노형원은 들렸고 흥분하여 추궁했다.“조정이요? 아니, 조정할 필요 없어요. 왜냐면...이 레시피가 아니니까요." 그가 손을 흔들며 손가락의 힘을 빼자 그 레시피가 바닥으로 날려 떨어졌다."이 레시피가 아니라고요?!"노형원 뿐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다 같이 놀랐다.“말도 안 돼요! 우리가 여러 번 해봤는데 향은 아주 비슷했고 미세한 차이밖에 안 났는데 만약 이 레시피가 아니라면 어떻게 향이 이렇게 비슷할 수가 있어요.” 그 자리에서 누군가가 의혹을 제기했다.이 사람은 노형원 대표님이 데려온 사람이며 무슨 영문인지도 모르지만, 그의 결론은 누구도 인정하지 않았다.로젠은 경멸하듯 웃었다. "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예요!"그는 설명조차 무시하고, 또한 자신만만했다!"노대표님, 그럴 리가요. 우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오랜 시간을 가지고 테스트해 봤습니다. 아직 답을 찾지 못했지만 이 레시피는 확실히 한 가지 재료만 바꿨습니다. 저희가 한 번 더 해볼 테니까 금방 결과가 나올 겁니다.""……" 양쪽이 각자 자기주장을 고집해 노형원도 순간 어리둥절했다.설마 로젠이 틀린 걸까?"이렇게 긴 시간을 줬는데 결과가 나오려면 다시 한번 더 테스트해 봐야 된다고? 역시 쓸모없는 놈들이야. 아무리 긴 시간을 줘도 쓸모없다는 사실은 바뀌지 않아.” 로젠의 말은 전혀 체면 세워주지 않았으며 오만한 기세로 그들을 까보았다.그의 말은 모두를 화나게 하는 데 성공했고, 다들 화가 나서 그를 노려보았다. "뭐라고요?!""아이……." 노형원은 가로막으면서 말했다. "다들 화내지 말아요. 지금 관건은 문제의 소재를 찾아내는 거예요. 로젠씨든 여러분이든 오일 레시피를 그전과 똑같이 만드
노형원 쪽에서는 서둘러 에센셜 오일 문제를 찾고 있었다. 그는 바빠서 한소은과의 소송에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그러나 이때 한소은은 이미 새로운 업무 일정을 시작했다.그전에 난리가 났던 것과 비교하면, 시원 웨이브는 조용하게 소송을 취하하여 구경꾼들은 숨을 죽이고 최종 결과가 어떻게 될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잠잠해져서 매우 실망해 했다.논란은 계속 존재하고 있으며 어떤 사람들은 시원 웨이브가 이치에 맞지 않아 고소를 취하한 것이라고 말했고, 어떤 사람들은 시원 웨이브가 너그럽게 그녀를 봐준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의혹에 한소은은 SNS에 한마디만 남겼다. “깨끗한 자는 깨끗하고 더러운 자는 더러우니 저는 신경 안 씁니다.”이 짧고 명백한 한마디에 그녀는 많은 인기를 얻었다.인터넷에서 돌고 있는 논란에 대해 한소은은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녀는 스타도 아니고 팬클럽 운영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신이 맡은 일에만 집중하고, 끊임없이 신제품을 내놓는 것이 지금 해야 할 일이다."한소은씨, 요즘 집에 무슨 일 있어요?"아침 일찍 조현아는 그녀를 사무실로 불러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아니요. 괜찮은데요!” 처음에 한소은은 멍해져서 그녀가 갑자기 왜 집에 무슨 일이냐고 묻는지 이해하지 못했다.조현아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좋아요! 집에 일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해요. 당신을 데리고 출장 갈 거예요."“출장요? 어디 가는데요?" 출근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출장을 갈 수 있다고?“진해요.” 그녀는 초대장을 내밀었다. “거기서 향수 품평회가 열리는데 그쪽 지리적 환경도 특수하고 천연 향신료가 많아 소재를 수집할 수 있어요.”한소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녀는 물론 가고 싶지만, 결국 며칠을 떠나야 하니 김서진에게 분명히 말해야 한다."한소은, 한소은씨?" 대답이 없으니까 조현아는 그를 여러 번 불렀다. "괜찮아요? 가기 싫어요?""아니에요." 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이 좋은 기회를 당연히 놓치고 싶지 않죠.
그녀는 여태까지 김서진에게 말한 적이 없었지만 자신은 조용한 것을 좋아하고 많은 사람들이 떠드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래 김서진과 같은 사람들은 분명 주변에 많은 하인들이 둘러싸고 있을 것이고, 집에도 반드시 오가는 손님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남달랐다.가끔 청소하러 온 시간제 아르바이트를 빼고는 일절 고용하지 않아 집안이 유난히 조용하며, 요리도 직접 하고, 조금 썰렁한 느낌이 드는 반면 방해받지 않는 느낌을 좋아한다.과일차는 알콜램프에 천천히 끓이고, 옆에 있는 아담한 디저트 접시에 몇 개의 과자가 있다. 김서진은 그녀가 주방에 들어가는 것을 단호하게 허락하지 않아 그녀는 이 생각을 버리고 여기에 얌전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앞에 놓인 티 테이블에는 7~8병의 향수가 펼쳐져 있으며, 각양각색의 작은 병들이 모두 최근 출시된 신제품이다.맑은 생수 한 잔과 티슈, 민트를 준비해 놓고 잠시나마 가만히 앉아 있었다.최근에 노형원과 얽히고설킨 탓인지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고 너무 들떠 있어서 당연히 영감도 사라지고, 신제품을 만들고 싶은 욕심도 사라졌다.계속 이러고 있을 수는 없으며 에너지를 소모할수록 허전해지고 회복이 안 되면 원래 있던 에너지도 금방 소진된다.조현아가 만들어 준 이번 출장 기회는 아주 좋았으며 마침 지방에 내려가서 구경도 하고, 어쩌면 새로운 창작 영감을 얻을 수도 있겠다.천천히 눈을 뜨면서 앞에 있는 작은 병들을 보니 모양이 매우 귀엽게 보였다. 그녀는 손이 가는 대로 핑크색병을 손에 들고 가까이 했는데 병뚜껑을 열기도 전에 이미 흘러나오는 향을 맡을 수 있었고 그 향은 매우 진하고 약간 코를 찌를 정도로 진했다.갑자기 뚜껑을 열 의욕을 잃고 다시 내려놓았다.이 병들은 모두 명품 브랜드가 아니라 작은 가게의 무명 브랜드이지만 꼭 명품 브랜드로만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건 아니며 오히려 이름 없는 작은 브랜드들이 생각 밖의 아이디어를 떠오르게 해 줄 수도 있다.향수 병을 내려놓았지만 손가락에 이미 향이 묻
말이 신제품이지 여전히 원래 레시피 그대로, 기껏해야 성분 비율에 약간의 조정을 한 것인데, 창의가 없고 매우 실망스러웠다.원래는 의외로 뭔가를 얻을 줄 알았는데, 역시 이런 일은 운에 맡겨야 한다."이렇게 쉽게 얻고 깜짝 놀랄 일이 생긴다면 고급 조향사들이 천지일 것이다." 김서진은 그녀를 붙잡고 자신의 품에 안았다. "밥은 먹었어요?""먹었어요." 그녀는 대답하고 그의 눈빛을 보더니 황급히 덧붙여서 설명했다. “주방에 안 들어갔어요. 오늘 좀 일찍 퇴근해서 밖에서 대충 먹었어요.""나를 기다리지 않았나요?" 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말투가 조금 슬프고 원망스러웠다."나…그때 배가 고팠어요." 분명히 사소한 일인데 왜 무슨 큰 잘못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까?한소은은 그를 쳐다보았다. "아직 안 먹었어요? 그럼 배달시켜 줄까요?”그녀는 말하면서 휴대전화를 꺼내 배달을 시키려고 했다."배달말고 나랑 같이 나가서 먹어요!""그런데 나는 이미 먹었는데요!""그럼 옆에서 같이 먹어줘요!" 김서진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이 고집을 누가 꺾을 수 있겠는가, 끝내 그에게 끌려 나와 외식하게 되었다.한소은이 나오기 전에 생각으로는 어차피 나는 먹었으니까, 그냥 그가 먹는 것을 보면 되는데 막상 나오니까…아, 정말 맛있다!벌써 세 그릇째 와규인데 젓가락이 멈춰지지 않는다. 너무 맛있었다.김서진은 그녀가 아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천천히 술을 몇 모금 마실 뿐, 점잖고 우아하게 식사하는 것을 보면 오히려 그가 이미 밥을 먹고 같이 먹어주러 나온 사람 같았다."더 시킬까요?" 그는 자상하게 물었다."아니요… 됐어요!" 그녀는 손사래를 치고 숨을 내쉬며 "더 이상 못 먹겠어요. 더 먹으면 배불러 죽겠어요!""그럼 설탕에 절인 산사나무로 소화시키실래요?"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그는 "친절하게" 물었다!!!!"제가 당신에게 어떤 실수를 범했는지 정확하게 말해주십시오. 왜 이렇게 배 터지게 죽는 잔인한 수법을 쓰시는지요."그녀는 한 손으로 자기 배를
말을 꺼내자 그녀는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걸 의식했다. 그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휴, 남편과 같은 회사 소속이라는 게 정말 안 좋은 데다가 특히 남편이 회사 사장님이면 더욱 안 좋아요.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금방 알게 될 테니까요.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당신이 이미 알고 있다니 이것 또한 회사의 일정이라는 걸 알고 있겠네요. 저 같은 말단 직원은 회사의 일정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듣고 보니 좀 불만이 있는 거 같은데요? 만약 당신이 가고 싶지 않다면…."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소은은 황급히 말을 끊었다. "누가 가고 싶지 않대요. 아직 시간이 없어서 미처 말을 못 한 거지 안 하려고 한거 아니에요."진해는 일교차가 크니까 외투를 챙겨 가요. 그는 이 한마디만 당부하고 출장에 대해 더 이상 얘기하지 않았다.한소은은 사실 좀 의외였다. 그가 다른 의견을 말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순조롭게 넘어갈 줄은 몰랐다.하긴, 회사의 일정이라면 그는 분명 더 일찍 알았을 거고 애초 그가 허락하지 않을까 걱정했던 걸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았다!그녀의 출장에 대해 김서진은 특별한 반응이 없어서 한소은은 한숨 돌리고 안심이 되었으며 이렇게 좋은 시작으로 앞으로 일하는 데 있어서 더욱 편리해질 것이다.어차피 그녀가 하는 일은 안정적이면서도 때때로 외근 나가서 소재 수집도 하고 영감도 찾고, 외부 교류회에 참가하여 선배들의 경험도 참고해야 한다.김서진이 일반 출장도 허락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더 어려웠을 텐데 이렇게 그녀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아서 마음속에서 그에 대한 호감도를 많이 높였다.——"안돼요!"노형원은 앞을 지켜보면서 단호하게 거절했다.그에게 기대고 있는 강시유는 눈썹을 찡그리며 애교를 부렸다. "형원 씨, 이러지 말아요! 당신이 나랑 떨어지기 싫은 걸 알겠는데 이번엔 좋은 기회에요. 생각해 봐요. 나 이런 품평회에 참가한 지 오래됐고 더군다나 이번에 로젠 씨가 동행한다면 더욱….""그 사람이 있으니까
노형원은 어이없어 그냥 웃었다. "내가 당신을 아끼는 걸 안다면 고집부리지 말아요? 어쨌든 그 사람이 당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마음에 안 들었어요.”이런 질투의 말을 들으면 그 어느 여자든 좋아한다. 강시유는 눈을 가늘게 뜨고 그의 품으로 깊이 안겼다. "지금 질투하는 거네요. 정말 오랫동안 당신이 나를 위해 질투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정말 기뻐요!""그럼 이번에 더더욱 로젠 씨와 같이 가야겠네요." 그녀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말했다."감히!" 노형원 팔을 벌려 그녀의 목을 감싸고 사납게 말했다. "감히 그 남자랑 같이 도망친다면 내가 당신 다리를 부러뜨릴 거예요. 믿든 안 믿든!""아이고 무서워라!" 그녀는 메롱 하면서 뭔가 생각이 난 듯 쑥스러운 모습이었다. “사실 걱정 마요. 설사 그 사람이 정말 나한테 마음이 있더라도 어떻게 되지 않아요. 특히…지금.”"무슨 뜻이에요?" 노형원은 이해하지 못했다."임…."처음에 노형원은 무슨 뜻인지 반응하지 못했는데, 정신을 차리자 자기도 모르게 손에 힘을 더 주면서 감격의 목소리와 함께 말했다. "임신했어요? 당신 임신했어요?! 애가 생긴 거예요? 내 거예요?!"기뻐서 날뛰는 모습이 마치 어린애 같았다. 강시유는 약간 성내면서 그를 살짝 쳤다. "그거 말이라고 해요! 당신 애 아니면 누구 애겠어요!""그럼. 그렇지. 내가 아빠가 되네, 내가 아들 생겼네!" 그는 마치 아이를 만지고 있는 것처럼 기뻐했다."움직이지 말아요. 가능하다는 거예요. 아직 확실하지 않아요.""확실하지 않다고요?"강시유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리 기간이 보름이나 지났는데 안 오고 또 요즘 자꾸 메스꺼워서 임신 테스트기를 사서 확인해 봤는데 임신 맞는 거 같아요.”"임신이면 임신이고, 아니면 아닌 거지, 뭐가 가능하다는 거예요? 병원에 가서 검사받지 않았어요?" 이런 얘기는 남자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아직 이른데 병원에 가도 아무것도 알아낼 수 없다고 들었어요. 임신 테스트기에서 두 줄이 나왔는데 선명하지 않지만
강시유는 허리를 비틀며 말했다. "암튼 날 못 믿는 거잖아요!""그게 아니라, 가고 싶으면 가요. 이 일은 그렇게 하기로 해요."더 이상 그녀에게 어리광 부릴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노형원의 마지막 한계이다.사실 마음속으로 그도 가고 싶었다. 이번에 전문가 수준인 조향사 몇 분이 계신다고 들었는데, 행사 참석 외에도 인재를 발굴하고 싶었다.그는 한소은의 일로 크게 곤두박질치고 나서 특히 인재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반드시 인재를 좀 더 많이 유치해야 한 사람이라도 빠질 경우 회사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너무 끔찍했다!그런데 하필이면 이번에 오일 문제가 생겨서 지금까지 애쓰고 있는데 더 이상 실수하면 안 되므로 그가 직접 지켜봐야 해서 떠날 수 없다.강시유가 가도 나쁘지 않으며 이 참에 견문도 넓히고 나중에 그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녀는 한소은보다 경력과 스펙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그에게 충성하고, 이제 그의 아이까지 가졌으니 더욱 마음이 놓였다.아이를 생각하면 그녀의 아랫배를 바라보게 되는데 여전히 평평하지만 이미 작은 생명이 자라고 있다니 뿌듯함을 감출 수가 없다.그의 뿌듯한 기분과 달리 강시유는 그다지 기쁘지 않았다. 그녀는 놀러 가는 건데 뒤에 꼬리가 따라다니면 어찌 된 일인가! 게다가 로젠 씨는 어떻게 생각할까!그만하자. 지금은 말이 안 통할 것 같으니, 그때그때 상황을 지켜보면서 결정하기로 하였다.——한소은이 출장 가는 날, 누가 볼까 봐 김서진은 그녀를 배웅하지 않았고, 그녀는 심지어 집에 있는 기사가 배웅하는 것도 거절하고 혼자서 캐리어를 끌고 택시를 타고 갔다.떠나기 전 그녀는 은근히 투덜대는 누군가를 달래기 위해 두 팔을 벌리고 진한 포옹을 하며 유머러스하게 말했다. "잘 다녀올게요. 보고 싶을 거예요. 사고 치지 말아요!""당신도요." 김서진은 그녀를 껴안고 복수한다 치고 그녀의 허리를 살짝 쥐었다."어이…" 이 남자, 진짜!그녀가 차에 올라 공항으로 달려가자, 김서진은 그 자리에 서서 그녀의 차가
비행기, 탑 클래스 좌석에 앉은 강시유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강시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코너미석과는 다른 럭셔리함, 이 모든 건 옆에 앉은 로젠 덕분이다.노형원과 함께 출장을 떠날 때도 비행기를 타는 일은 많았지만 탑 클래스 좌석에 앉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노형원은 아직 회사가 자리를 잡지 않아 아낄 수 있는 건 전부 아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강시유도 그런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 불만을 품지 않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노형원의 회사도 성공할 것이라고, 그러면 부잣집 사모님들처럼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 탑 클라서 좌석에 앉는 순간, 강시유의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스쳤다.왜 굳이 기다려야 하지? 이미 모든 걸 가진 남자도 있잖아?”“시혁 씨, 이번 품감회에 함께 하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아직 부족한 게 많으니 혹시라도 실수한 게 있다면 바로 지적해 주세요.”강시유가 싱긋 미소 지었다.“시유 씨는 아주 똑똑한 사람인 것 같아요.”강시유를 훑어보던 로젠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배우는 속도가 꽤 빠르더구나.”“그래요?”강시유는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더 달콤하게 웃어 보였다.“시혁 씨한테서 더 많이 배울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머리카락을 넘기는 강시유의 손가락을 뚫어져라 바라보던 로젠이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대답했다.“분명 있을 겁니다.”“그럼...”강시유가 뭔가 더 말하려는 그때, 인기척이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강시유의 눈이 커다래졌다.한소은?! 쟤가 여긴 왜 온 거야!한편 한소은과 조현아는 스튜어디스의 안내를 받아 탑 클래스 좌석 구역으로 이동한 것이었다.비행기에 착석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차 대표에게서 전화가 왔다. 워낙 중요한 출장이라 회사 복지 차원에서 특별히 좌석을 탑 클래스로 업그레이드했다고 말이다.그냥 단순히 기뻐하는 조현아와 달리 한소은은 의아한 마음이 더 컸다.정말 단순히 차 대표가 내린 결정인 걸까? 아니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