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3125화

Author: 금추
유진의 다리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기에, 침대에 누워 있거나 침대 머리를 높여 반쯤 기대는 상태로 있어야 했다.

그녀는 리모컨 버튼을 눌러 침대 머리를 살짝 올린 뒤, 소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아까 구은정 삼촌이 여기 와서 이상한 말을 많이 했어. 그리고 자기가 날 친 거라고 했어!”

소희는 조용히 물었다.

“아무런 기억도 안 나?”

유진은 잠시 생각하려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는데, 고개를 저었다.

“정말 기억이 안 나. 내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

소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기억이 안 나면 그냥 두는 게 좋겠어. 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애쓰지 마.”

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소희, 엄마도 갔고, 이제 우리 둘뿐이잖아!”

소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

“그래서?”

유진은 더욱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맛있는 거 좀 먹자!”

그녀는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고, 치킨을 먹고 싶었으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다.

이에 소희도 웃으며 말했다.

“좋아!”

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을 두 바퀴쯤 뛰어다닌 뒤, 소희에게 커다란 포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기에, 대신 눈빛으로 기쁨을 표현했다.

소희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의사에게 먼저 문의하여, 유진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확인한 뒤, 철저히 지시를 따르며 간식을 골랐다.

...

유진의 머릿속에서 서인과 관련된 기억은 마치 흐릿한 공백이 된 듯했다. 그와 연관된 오현빈 같은 사람들조차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

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 유진은 침대 곁에서 말을 걸던 구은정 삼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고, 머리도 아팠다.

그래서 유진은 본능적으로 서인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

한편, 서인은 샤부샤부 가게로 돌아왔는데, 마침 진수아도 와 있었다.

수아는 자리에서 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6화

    수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당신을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당신이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이 가게에서 살겠다는 거예요?”그러나 서인의 마음은 이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욱 냉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그 문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요.”수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생각해 봐요. 당신은 구씨 집안의 장남이야. 당연히 돌아가서 그룹을 이끌어야죠.”“이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 머물러서 무슨 미래가 있겠어요? 난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서인은 수아를 바라보며, 불현듯 소희의 말이 떠올랐다.“앞으로 순수하게 좋아해 줄 유진이 같은 아이는 다시 못 만날 거야. 한 번 놓치면, 영영 없는 거야.”서인의 가슴이 죄어들 듯 아팠고,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수아 씨, 더 이상 여기 오지 마세요.”그 말과 함께 서인은 주저 없이 돌아서 걸어 나갔다. 수아는 서인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화가 난 듯 핸드백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서인은 구씨 집안으로 돌아가 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이런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서 지내려 하는 걸까?수아가 꿈꿨던 재벌가 사모님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서인은 후원으로 돌아왔다. 마당에는 장미 덩굴이 늘어서 있고, 계화나무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고양이 집, 새로 바뀐 나무 테이블...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서인의 마음을 찔러댔다.이곳의 모든 것이 유진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유진은 이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작은 고양이 애옹이는 불안한 듯 몸을 일으켜 그를 바라보며 약한 울음소리를 냈다.야옹이조차도 초조한 듯,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서인은 묵묵히 의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7화

    소희는 어린 시절의 서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삼각주에서 함께 지냈던 그 시절,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그렇게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이처럼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다. 말수가 적다는 점은 같았지만, 그때의 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그때의 서인이 임유진을 만났다면, 분명 그런 복잡한 집안과 신분 문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을 깊이 사랑하고, 망설임 없이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가 실패한 순간부터, 서인은 변했다.서인은 과거의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 버렸다.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행복을 허락하지도 않았다.모든 것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희는 서인을 이해했기에 그래서 안타까웠다.서인은 말하는 것처럼 유진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구택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어깨뼈를 감싸 쥔 채, 천천히 얼굴을 숙여 소희의 뺨에 입을 맞췄다.“그만 생각해. 유진이는 서인을 잊을 거야. 그게 운명이야.”소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어떤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유진이가 정말 영원히 서인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둘의 결말일 것이다.구택의 가운이 풀어지면서, 튼튼한 몸이 드러났다. 구택의 피부는 탄탄하고 섹시했으며, 몸을 숙여 소희의 어깨를 입맞출 때, 그의 손은 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움직였다.소희는 구택의 손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자기야, 아까는 씻고 나면 바로 잘 수 있다고 했잖아.”구택은 낮고 흐린 목소리로 대꾸했다.“아직 열 시야.”“그렇지만 나 졸려.”구택은 소희가 요즘 바쁘고, 유진이 걱정으로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어둡게 조절했다.“같이 자자.”소희는 구택의 품에 기대면서도, 머릿속이 서인과 유진이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구택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8화

    마심호가 앞으로 나서서 설명했다.“의사 말로는, 회장님께서 저녁에 술을 드셨다고 해요. 게다가 두 종류의 술을 함께 마셨고, 이번 심장 발작도 아마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요.”서선영은 즉시 말했다. “회장님께서 직접 술을 마시겠다고 하셨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회장님 성격상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어요.”“제가 말릴수록 더 화를 내시니까요.”구은서는 서선영의 팔을 붙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엄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매일 아빠를 돌보며 고생하는 건 엄마잖아요. 엄마는 늘 집안을 위해 애쓰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효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빠를 걱정시키고 속상하게 만들죠.”“지금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딴청 피우는 사람 아닌가요?”마심호는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아가씨, 그렇게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에요. 도련님께서 집을 떠나 계셨던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은서는 그의 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쏘아붙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씀 속에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대놓고 말해보시죠.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게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제 어머니가 계모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오빠를 차별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이든 다 맞춰주려 하셨죠.”“그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계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렇게 애쓰고도, 결국 오해받아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은서의 날카로운 공격에 마심호는 더 이상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너무 깊이 생각하신 것 같군요.”하지만 은서는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생각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걸 제가 말한 건가요?”은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1화

    수요일 저녁 7시 정각 소희는 전위 호텔 앞에 나타났다.핸드폰 알림 소리가 울리자 소희는 카카오톡을 확인했다. 아빠 소정인이었다. [소희야, 아빠 부탁 들어줘서 고마워, 차가 좀 막히네. 먼저 들어가있어.]소희는 발걸음을 늦추며 이따 임구택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까 생각하고 있었다.결혼 3년 동안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임구택이 이 결혼을 동의하지 않을뿐만 아니라 심지어 거부한다는 것은 안 봐도 뻔했다.그렇다고 임구택을 탓할 일도 아니었다. 과거 소씨 가문의 회사가 위기를 맞자 뻔뻔하게 임씨 가문을 찾아가 혼인 약속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였고, 당시 임씨 가문의 장남은 이미 결혼을 한 터라 자연스레 그 약속은 차남 임구택이 이행하게 되었다. 그가 내키지 않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임씨 가문은 당연히 소씨 가문에 좌지우지 당하지만은 않았다. 예물로 50억 원을 건네어 소씨 가문이 난관을 이겨내게 도우면서도 조건을 제시했다. 3년 뒤에 이 혼사가 자동 해지되는 것으로.3년 전, 그녀는 아직 법정 결혼 연령이 되지 않아, 두 사람은 라스베가스에 가서 혼인신고를 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두 사람이 아니라 각자의 대리인이 가서 혼인신고를 마쳤다. 결혼하자마자 임구택은 미국으로 건너가서 결혼 해지를 석 달 앞두고 돌아왔다. 결혼을 거부한다는 태도가 너무나도 뚜렷했다.하필이면 오늘, 그녀의 아버지가 회사 때문에 그녀를 앞세워 다시 한번 그를 찾아가 부탁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소희는 스스로를 비웃으며 자신을 어떻게 소개할지 생각하였다. “임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 아내에요!”그가 그녀를 거들떠보기나 할까?듣건대 임구택은 미국으로 떠나기 전 강성의 유명한 악질이었다고 한다. 강성의 흑과 백을 모두 통솔하며 일을 처리함에 있어서 매섭고 결단력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하지만 며칠 전 TV의 경제 채널에서 임구택을 본 적이 있는데 그녀가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많이 달랐다. 명품 양복을 입고, 거만하면서도 우아하고 듬직해 보였다.그녀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2화

    그의 손에는 만 원짜리 지폐 한 장이 쥐어져 있었다.일을 마친 후 돈을 지불하다니. 그녀는 그를 무엇으로 생각하는 걸까?남자가 냉담한 얼굴을 하고 발코니로 성큼성큼 걸어가니 과연 창문이 열려 있었다.여기는 층고가 높아서 3층이 4층 높이일 텐데 그녀는 어떻게 뛰어내렸을까?그가 그렇게 무서웠나? 죽음을 무릅쓰고 도망칠 만큼?창문으로 바람이 불어 들어왔다. 물을 끼얹은 듯 청량한 바람이지만 남자의 마음속에서 타오르는 화는 식히지 못하였다. 이 여인은 만 원으로 그를 모욕했을 뿐만 아니라, 일이 끝난 후에 창문으로 뛰어내려 도망쳤다... 잡히기만 해봐! ......택시에 앉은 소희가 재채기를 하자 운전기사가 백미러를 보며 물었다. “아가씨, 괜찮아요?”이렇게 예쁘게 생겨서 홀딱 젖어있다니, 딱 봐도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았다.소희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아직 학생이죠? 밖에 혼자 다닐 때 각별히 조심해야 되요.”“네, 감사합니다. 기사님.”소희는 대답하고 휴대폰을 꺼내 재빨리 문자를 보냈다. “천위 호텔의 7시와 9시경에 내가 찍힌 CCTV 기록은 모두 없애!”“ok!” 상대방은 아무것도 묻지 않고 지시에 따랐다.남자의 귀에 거슬리는 말이 다시 귓가에 울려 퍼졌다. 소희는 오늘 임구택과 만나야 할지 말아야 할지 그따위 고민은 더 이상 하지 않았다. 다만 임구택이 그녀가 왔었다는 사실을 모르게만 하고 싶었다.운해로에서 내리면서 소희는 뒷좌석을 적신 대가로 택시비를 두 배로 지불했다.별장으로 돌아오자 하인은 소희의 젖은 옷을 보고 깜짝 놀라 물었다.“작은 아가씨, 무슨 일이에요?”“일이 좀 있었어요, 일단 올라가서 샤워부터 할게요.”소희는 위층으로 걸음을 옮겼다.“목욕물 준비해 드릴게요.”하녀는 더 묻지 못한 채 위층으로 올라가 준비했다.몇 분 후 소희는 따뜻한 욕조에 몸을 담그고 있었다. 긴장했던 몸이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머릿속이 복잡해서 머리까지 물속에 파묻고 오늘 밤에 있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화

    소희는 멍해졌다.남자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왜 절 따라오시는 거예요? 강성대 학생이신가요?”그는 오는 길에서부터 이 여자가 자신의 뒤를 따라오는 것을 발견했다. 그가 멈추면 그녀도 무슨 일이 있는 척 멈추더니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왔다.소희는 얼굴이 빨개졌지만 이내 다시 냉정을 되찾고 반문했다. “여기가 당신 집으로 가는 길인가요? 모든 사람이 갈 수 있는 길을 왜 제가 따라다닌다고 하는 거죠?”남자의 눈동자의 싸늘한 빛이 스치더니 뒤로 한 발짝 물러서며 소희에게 올라오라고 눈짓했다.소희는 입술을 실룩거리며 비꼬듯 말했다. “됐어요, 오해받을 만한 행동 안할게요.”말을 마치고 그녀는 돌아서서 계단으로 걸어갔다.그녀 뒤로 엘리베이터 문이 천천히 닫히며 남자의 가늘게 뜬 눈을 가렸다.소희는 임구택과 다시 마주칠까 봐 아예 계단으로 9층까지 올라갔다.회의실에 도착하니 조교가 학과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조교는 그녀를 보자 잠시 기다리라고 눈짓했다.그 옆에는 몇몇 학생들도 자료를 제출하러 왔는데, 그중 한 명은 따가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소희는 못 본 척 휴대폰을 꺼내 스도쿠를 했다.5분도 안 돼 한 판을 풀고 나니 밖에서 점점 가까워지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돌아온 지 얼마 안 됐죠? 출국한지 오래됐으니 돌아올 때 됐구나 싶었는데”교장선생님의 목소리와 함께 두 사람이 회의실로 들어왔다. 한 사람은 교장선생님이고, 다른 한 사람은...소희는 자기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임구택도 소희를 보았다. 그의 눈빛은 그녀에게 머물지 않고 바로 지나갔다.학과장은 급히 마중 나가 교장선생님과 인사를 나누었다.방 교장은 그에게 소개하였다. “이 분은 LS그룹의 대표이사님이십니다. 예전에 우리 학교 학생이었지요. 참, 우리 학교 여러 항목의 장학금도 임 회장님이 후원한 것입니다.”그러자 학과장은 냉큼 공손한 표정을 지으며 임구택과 악수를 나누었다. “오늘 마침 학생들에게 장학금 신청 서류를 제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4화

    임구택은 그날 창문에서 뛰어내린 여자를 조사하라고 지시했고, 명우는 제일 먼저 천위 호텔의 CCTV를 조사했다.이상하게도 7시와 9시 두 시간대 모두 공백 상태였고 천위 호텔의 보안요원조차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하지 못하고 당시 인터넷이 끊겼을 것이라고 추측만 하고 있었다.그래도 명우는 한 사람을 찾았다. 서이연.서이연은 B급 배우로 청순하고 러블리한 이미지의 노선을 걷고 있으나 줄곧 뜨지 못했다. 어제 저녁 6시 50분쯤 그녀가 천위 호텔에 들어가 연풍관 쪽으로 걸어가는 것을 CCTV에서 볼 수 있었다. 이후 CCTV 기록에는 공백이 있어 그녀가 어느 방으로 갔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었다.9시 5분경 서이연의 매니저가 그녀를 부축하고 연풍관 밖에 나타났는데, 그녀는 한쪽 다리를 구부린 채 괴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으로 보아 부상을 입은 것이 분명했다.그 뒤로 기록이 사라졌기 때문에 명우는 서이연이 어떤 차를 타고 떠났는지 몰라 어느 병원에 입원해 있는지 알아내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어젯밤 그녀는 왼쪽 다리를 수술했다.명우는 이미 차트를 확인했는데 낙상이었다.그날 밤, 강성의대 부속병원.VIP706호. 병상에 누워있는 여인은 두 손을 맞잡고 불안한 표정으로 맞은 켠 소파에 앉은 임구택을 바라보았다. “임 대표님 무슨 일이에요?”“다리 어떻게 다쳤어요?” 임구택은 그녀를 바라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서이연은 한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반쯤 늘어뜨린 눈꺼풀 아래 눈물을 반짝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임 대표님과 관련이 있나요?”“숨길 필요 없어요, 사람을 시켜 이미 CCTV를 확인했으니까. 어젯밤 9시쯤 매니저가 당신을 부축해서 차를 타고 떠날 때 다리는 이미 부러져 있었죠. 그날 밤 제 방에서 뛰어내린 사람은 바로 당신이었습니다, 맞나요?” 임구택의 어조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담담했다.손님의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천위 호텔은 카메라가 객실 창문을 향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서이연이 어디서 뛰어내렸는지는 볼 수 없지만,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5화

    여인이 달려들며 손에 들고 있던 꽃들은 소희의 몸에 던져졌다. 힘껏 소희를 뒤로 밀치고는 소연을 품에 끌어안았다.진원은 긴장한 채 소연의 몸을 살펴보며 물었다. “다친 거야? 혹시 피났어? 어디 아프니?”이슬을 머금은 꽃잎이 온 바닥에 흩어지고 꽃의 가시가 소희의 목덜미를 찔러 따끔거렸다. 그녀는 여인의 긴장된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소정인은 이내 다가와 소희에게 물었다.“안 다쳤니?”진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무서운 눈빛으로 소희를 노려보았다. “뭐 하는 거야, 소연이를 죽이려는 거니?”소희는 여인의 눈에 비친 혐오와 원한을 보고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았다.소연은 소희를 한 번 쳐다보고는 급히 진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엄마, 오해예요. 제가 언니한테 머리 좀 잘라달라고 했어요. 언니는 절 다치게 하지 않았어요.”“그렇구나!”소정인은 ‘하하’하고 웃으며 진원을 원망했다. “당신은 항상 너무 급해서 문제야. 무슨 일인지 알아보지도 않고 화부터 낸단 말이야. 당신 때문에 소희 옷이 다 더러워졌잖아.”진원은 자신이 소희를 오해했다는 것을 깨닫고 무안해하며 변명했다. “들어오자마자 소희가 가위를 소연이의 목에 대고 있길래... 머리를 자르는 건줄도 모르고...”“그만 해!”소정인은 진원에게 눈짓을 하고는 소연에게 말했다. “언니 데려고 가서 옷 좀 갈아입혀. 옷이 다 더러워졌네.”“언니, 이리 와!”소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소희는 어깨의 꽃잎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리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2층 침실로 들어가자 소연이 사과했다. “언니, 정말 미안해, 엄마가 이 시간에 돌아올 줄 몰랐어. 나 때문에 언니가 다쳤네.”“너 때문이 아니야!”소희의 순수한 얼굴에는 한 줄기 미소를 띠고 있었다.소연은 옷방에 가서 흰색 티셔츠를 가져와 소파에 놓았다. “언니, 이건 새거야, 한 번도 안 입었어. 옷 갈아입어, 난 내려가서 기다릴게.”“응.”소연이 문을 닫자 소희는 소파 위의 옷을 보며 안색이 흐려졌다. 한쪽에서는 머리를 잘라달라

Latest chapter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8화

    마심호가 앞으로 나서서 설명했다.“의사 말로는, 회장님께서 저녁에 술을 드셨다고 해요. 게다가 두 종류의 술을 함께 마셨고, 이번 심장 발작도 아마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고요.”서선영은 즉시 말했다. “회장님께서 직접 술을 마시겠다고 하셨어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회장님 성격상 기분이 좋지 않을 때는 아무도 말릴 수 없어요.”“제가 말릴수록 더 화를 내시니까요.”구은서는 서선영의 팔을 붙잡으며 냉정하게 말했다.“엄마, 굳이 변명할 필요 없어요. 매일 아빠를 돌보며 고생하는 건 엄마잖아요. 엄마는 늘 집안을 위해 애쓰고 있고, 그 누구보다도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부모에게 최소한의 효심도 보이지 않으면서, 오히려 아빠를 걱정시키고 속상하게 만들죠.”“지금 죄책감을 느껴야 할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딴청 피우는 사람 아닌가요?”마심호는 존중하는 태도를 유지하면서도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아가씨, 그렇게 단정 지을 문제는 아니에요. 도련님께서 집을 떠나 계셨던 것도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죠.”은서는 그의 말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쏘아보며 쏘아붙였다.“그게 무슨 뜻이에요? 말씀 속에 말이 있는 것 같은데, 차라리 대놓고 말해보시죠. 오빠가 집에 돌아오지 않은 게 우리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건가요?”“제 어머니가 계모라는 이유로요? 하지만 엄마는 한 번도 오빠를 차별한 적 없어요. 오히려 저보다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무엇이든 다 맞춰주려 하셨죠.”“그건 다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요? 계모라는 자리가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그렇게 애쓰고도, 결국 오해받아야 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나요?”은서의 날카로운 공격에 마심호는 더 이상 말다툼을 이어가고 싶지 않았다. 그는 묵직한 목소리로 단호하게 말했다.“그런 뜻으로 말씀드린 게 아니에요. 아가씨께서 너무 깊이 생각하신 것 같군요.”하지만 은서는 물러서지 않았다.“제가 생각이 많은 건가요? 아니면 당신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걸 제가 말한 건가요?”은서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7화

    소희는 어린 시절의 서인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삼각주에서 함께 지냈던 그 시절,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그렇게 무기력하지도 않았고, 이처럼 부정적인 기운에 휩싸여 있지도 않았다. 말수가 적다는 점은 같았지만, 그때의 서인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었다.그때의 서인이 임유진을 만났다면, 분명 그런 복잡한 집안과 신분 문제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았을 것이다.유진을 깊이 사랑하고, 망설임 없이 만났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임무가 실패한 순간부터, 서인은 변했다.서인은 과거의 어둠 속에 스스로를 가둬 버렸다. 빛을 받아들이지도 않았고, 행복을 허락하지도 않았다.모든 것을 밀어내고, 스스로를 어둠 속으로 밀어 넣었다. 소희는 서인을 이해했기에 그래서 안타까웠다.서인은 말하는 것처럼 유진을 좋아하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 감정을 직시할 용기가 없었을 뿐이었다.구택은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고, 부드럽게 어깨뼈를 감싸 쥔 채, 천천히 얼굴을 숙여 소희의 뺨에 입을 맞췄다.“그만 생각해. 유진이는 서인을 잊을 거야. 그게 운명이야.”소희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쩌면, 어떤 일들은 인간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만약 유진이가 정말 영원히 서인을 잊어버린다면, 그것이 바로 둘의 결말일 것이다.구택의 가운이 풀어지면서, 튼튼한 몸이 드러났다. 구택의 피부는 탄탄하고 섹시했으며, 몸을 숙여 소희의 어깨를 입맞출 때, 그의 손은 아래로, 그리고 앞으로 움직였다.소희는 구택의 손을 붙잡으며 나지막이 말했다.“자기야, 아까는 씻고 나면 바로 잘 수 있다고 했잖아.”구택은 낮고 흐린 목소리로 대꾸했다.“아직 열 시야.”“그렇지만 나 졸려.”구택은 소희가 요즘 바쁘고, 유진이 걱정으로 지쳐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이에 구택은 소희를 부드럽게 품에 안고, 침대 머리맡의 조명을 어둡게 조절했다.“같이 자자.”소희는 구택의 품에 기대면서도, 머릿속이 서인과 유진이의 일로 가득 차 있었다. 혼란스러웠지만 구택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6화

    수아는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사실, 나도 당신을 좋아하긴 해요. 하지만 당신이 집안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앞으로 우리 이 가게에서 살겠다는 거예요?”그러나 서인의 마음은 이미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그는 더욱 냉정한 얼굴로 단호하게 말했다.“그 문제는 더 이상 고민할 필요 없어요. 우리는 함께할 수 없어요.”수아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듯, 아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다시 생각해 봐요. 당신은 구씨 집안의 장남이야. 당연히 돌아가서 그룹을 이끌어야죠.”“이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 머물러서 무슨 미래가 있겠어요? 난 다 당신을 위해서 그러는 거예요!”서인은 수아를 바라보며, 불현듯 소희의 말이 떠올랐다.“앞으로 순수하게 좋아해 줄 유진이 같은 아이는 다시 못 만날 거야. 한 번 놓치면, 영영 없는 거야.”서인의 가슴이 죄어들 듯 아팠고, 차가운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단호하게 말했다.“진수아 씨, 더 이상 여기 오지 마세요.”그 말과 함께 서인은 주저 없이 돌아서 걸어 나갔다. 수아는 서인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며, 화가 난 듯 핸드백을 탁자 위에 내던졌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서인은 구씨 집안으로 돌아가 왕처럼 살 수 있는 기회를 뿌리치고, 이런 작은 샤부샤부 가게에서 지내려 하는 걸까?수아가 꿈꿨던 재벌가 사모님의 꿈은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서인은 후원으로 돌아왔다. 마당에는 장미 덩굴이 늘어서 있고, 계화나무가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고양이 집, 새로 바뀐 나무 테이블...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쳤던 이 모든 것들이, 이제는 마치 날카로운 가시가 되어 서인의 마음을 찔러댔다.이곳의 모든 것이 유진과 연결되어 있었지만, 유진은 이 모든 기억을 잊어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지도 몰랐다.작은 고양이 애옹이는 불안한 듯 몸을 일으켜 그를 바라보며 약한 울음소리를 냈다.야옹이조차도 초조한 듯, 같은 자리에서 빙글빙글 맴돌고 있었다.서인은 묵묵히 의자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5화

    유진의 다리는 아직 움직일 수 없었기에, 침대에 누워 있거나 침대 머리를 높여 반쯤 기대는 상태로 있어야 했다.그녀는 리모컨 버튼을 눌러 침대 머리를 살짝 올린 뒤, 소희에게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까 구은정 삼촌이 여기 와서 이상한 말을 많이 했어. 그리고 자기가 날 친 거라고 했어!”소희는 조용히 물었다.“아무런 기억도 안 나?”유진은 잠시 생각하려다가 갑자기 머리가 아파왔는데, 고개를 저었다.“정말 기억이 안 나. 내가 어떻게 사고를 당했는지 전혀 떠오르지 않아!”소희는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기억이 안 나면 그냥 두는 게 좋겠어. 너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너무 애쓰지 마.”유진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소희, 엄마도 갔고, 이제 우리 둘뿐이잖아!”소희는 눈썹을 살짝 올리며 물었다.“그래서?”유진은 더욱 귀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맛있는 거 좀 먹자!”그녀는 밀크티를 마시고 싶었고, 치킨을 먹고 싶었으며, 아이스크림도 먹고 싶었다.이에 소희도 웃으며 말했다.“좋아!”유진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바닥을 두 바퀴쯤 뛰어다닌 뒤, 소희에게 커다란 포옹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럴 수 없었기에, 대신 눈빛으로 기쁨을 표현했다.소희는 배달 음식을 주문하기 전에 의사에게 먼저 문의하여, 유진이가 먹어도 되는 음식과 먹으면 안 되는 음식을 확인한 뒤, 철저히 지시를 따르며 간식을 골랐다....유진의 머릿속에서 서인과 관련된 기억은 마치 흐릿한 공백이 된 듯했다. 그와 연관된 오현빈 같은 사람들조차 기억 속에서 사라졌다.가끔 멍하니 생각에 잠길 때, 유진은 침대 곁에서 말을 걸던 구은정 삼촌을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를 떠올릴 때마다, 마음 한쪽이 텅 빈 듯한 기분이 들었고, 머리도 아팠다.그래서 유진은 본능적으로 서인을 기억하려 하지 않았고, 아예 생각조차 하지 않으려 했다.한편, 서인은 샤부샤부 가게로 돌아왔는데, 마침 진수아도 와 있었다.수아는 자리에서 일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4화

    유진은 찡그리며 눈을 떴다. 눈앞에 서인이 있는 것을 보자,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렸고, 이내 놀란 기색과 함께 경계심이 스며들었다.서인은 푸른 기운이 감도는 눈 밑과 덥수룩한 수염, 깊고 어두운 시선으로 인해 영락없이 위협적인 인상으로 보였다.“구은정, 삼촌?”유진은 낮게 중얼거리며 본능적으로 거실 쪽 문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우정숙이 어디 갔는지 궁금해하는 듯했다.왜 낯선 이상한 아저씨가 자신의 침대 곁에 앉아 있는 걸까?서인은 유진을 바라보며 깊은 상처를 숨긴 채, 갈라진 목소리로 묻듯이 말했다.“너, 정말 날 잊었어?”유진은 순간 멍하니 그를 바라보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기억하는데요. 어릴 때 한 번 본 적 있어요.”지금 눈앞에 있는 남자는 자신의 기억 속 모습과는 꽤 많이 달랐지만, 그의 깊고도 아픈 시선 속에는 말로 다 담을 수 없는 감정이 녹아 있었다.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어딘가 낯설고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잊어버린 게 차라리 잘된 거야.”서인은 시선을 떨구며, 굳게 다문 턱이 미세하게 떨렸다.“애초에, 우리 같은 사람들은 서로 알아서는 안 됐어.”둘은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이었고, 이제야 제자리로 돌아온 것뿐이었다.서인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유진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동자 속에는 짙은 어둠이 가라앉아 있었고, 목소리는 더욱 잠겨 있었다.“유진아, 미안해.”유진은 눈썹을 찌푸리며 서인의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문득 놀란 듯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설마, 삼촌이 날 친 건 아니죠?”서인은 유진을 바라보며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지만 그 웃음은 울음보다도 더 아프고 쓸쓸했다.“내가 직접 그랬던 건 아니지만 나와 관련이 있어.”유진은 아, 하고 가볍게 탄성을 내뱉었다. 그러고 보니, 어쩐지 이상했다. 이에 유진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천진난만하게 말했다.“삼촌이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라고 믿어요. 난 괜찮아요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3화

    “전에는 그랬지만, 나중에는 이미 회복됐어. 의사도 유진이가 잘 회복했다고 했고!”소희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눈썹을 찌푸렸다.“우리, 의사에게 한번 물어보자!”두 사람은 임유진의 담당 주치의를 찾아가 상황을 설명하자 의사는 잠시 고민하더니 말했다.“이런 사례가 있긴 해요. 환자의 신체가 자체적으로 보이는 일종의 스트레스 반응이죠.”“기억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뇌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고통을 줬던 기억을 지워버리고요.”“인간의 자기 보호 본능이라고도 할 수 있고, 심리적 장애의 일종이라고도 할 수 있죠.”서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물었다.“그럼, 다시 기억할 수 있나요?”의사는 고개를 저었다.“확신할 수 없어요. 서서히 기억을 되찾을 수도 있고, 영영 떠올리지 못할 수도 있고요.”서인의 머릿속이 순간 새하얘졌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충격과 당혹감이 그의 눈에 가득했다.‘유진이가 나를 잊었다고?’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감이 가슴 깊숙이 퍼져나가며 그의 심장을 온통 뒤덮었다.유진이는 중상을 입고 깨어난 후 모든 사람을 기억했으며, 심지어 구은태도 알아봤다. 그런데, 유독 서인만 잊어버렸다.이윽고 갑자기 그날 밤을 떠올렸다. 유진이에게서 걸려 온 전화.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계속해서 울기만 했던 그녀.그 슬프고 억눌린 흐느낌이 선명하게 기억 속에 남아 있었다. 그랬다. 유진이는 언제나 서인을 향해 밝고 용감하게 다가왔지만, 그는 단 한 번도 따뜻한 응답을 주지 않았다. 늘 차갑게 대하고, 때로는 조롱하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서인이 유진에게 준 건 오직 고통뿐이었고, 그랬기에 유진은 결국 그를 잊어버렸다. 완전히 기억에서 지워버리고, 자기 삶에서 서인을 내쫓아 버린 것이다.서인은 늘 유진이가 자신을 잊었으면 좋겠다고 말해왔지만, 정말 그렇게 되니, 왜 이토록 허망하고 아플까?소희는 불안에 휩싸인 서인의 모습을 보며 안쓰러운 표정을 지었다.“의사가 다시 기억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어.”그러나 소희는 말을 끝내지 못하고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2화

    여진구는 순간 굳어버렸다. 그저 멍한 눈으로 임유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유진의 표정은 더욱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내 무슨 일을 엄마한테 말했다는 거예요?”진구는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떠봤다.“서인, 너 정말 모르는 사람이야?”유진은 곰곰이 생각하는 듯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이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네, 모르는 사람이에요.”그 대답에 진구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러나, 곧 침착한 미소를 지으며 자연스럽게 대답했다.“아, 내가 착각했네. 내 친구인데, 네가 본 적 없는 사람이야.”그러나 유진은 여전히 의문스러운 표정이었고, 그녀는 다시 진구를 추궁했다.“그런데 아까는 나와 그 사람 얘기를 엄마한테 말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데요?”이에 진구는 빠르게 머리를 굴려, 급히 변명을 지어냈다.“아, 그게 그 친구가 우리 회사에 들어오고 싶다고 해서 말이야. 네가 좀 가르쳐 줄 수 있을까 해서 이모께 한번 여쭤봤던 거지.”“아직 너한테 얘기하기도 전에 그냥 조언을 구한 거야.”유진은 그제야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런 거였어요? 일하는 문제인데 우리 엄마한테 왜 물어보려고 했어요?선배 친구라면 괜찮아요. 내가 가르쳐 줄 수 있어요.”진구는 유진의 얼굴에서 조금의 위화감도 찾을 수 없었다. 유진은 정말로 서인이라는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녀의 표정은 철저하게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이었다.진구는 마음속에서 수많은 의문이 밀려왔지만, 그것을 감히 입 밖에 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별말 없이 다 깎은 사과를 유진에게 건네주며 화제를 돌렸다.진구는 이 사실을 우정숙에게 알리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자신조차도 이 일이 어떻게 된 건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틀 후 임씨 집안 사람들은 그제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게 되었다.그날 아침, 구은태가 오랜만에 유진을 병문안 가고 싶다고 했다. 이제 유진의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니 병원에서 그녀를 만날 수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1화

    임구택은 바로 간병인을 시켜 의사를 호출했다.“유진아, 유진아!”우정숙이 조용히 그녀를 부르자, 유진은 힘겹게 눈을 떴다. 유진의 눈동자는 완전히 흐려져 있었다.그리고 눈앞에 모여 있는 사람들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봤다.“유진아!”노정순이 유진의 손을 꼭 잡았는데, 눈에는 이미 눈물이 맺혀 있었다.“할머니 여기 있어. 우리 모두 네 곁에 있어. 어때? 어디 많이 아프니?”하지만, 유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공포에 질린 듯 주변을 둘러봤고,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물러서려 했다. 그러나, 팔과 다리는 이미 고정된 상태였다.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 유진은 눈을 크게 뜨고, 고통에 겨운 눈물을 하염없이 흘렸다.그 모습에 모두의 마음이 찢어지는 듯했다.“괜찮아. 괜찮아, 유진아.”노정순이 유진의 손을 어루만지며 부드럽게 달랬다.곧, 의사가 도착했고, 그는 간단한 검사를 마친 후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뇌 손상의 영향이고, 환자는 지금 막 깨어난 상태이니, 너무 서두르지 마시고, 조용히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우정숙은 다급히 물었다.“만약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떻게 되나요?”의사는 잠시 말을 아끼다가 신중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지금으로서는 확실히 예측하기 어려워요.”그 대답에 모두의 가슴이 무거워졌다.유진은 깨어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깊은 잠에 빠졌다. 의사는 그 모습을 보며 긍정적으로 말했다.“환자는 지금 극도로 쇠약한 상태라, 수면을 통해 회복할 필요가 있어요. 그러니이건 오히려 좋은 신호예요.”유진이 다시 잠에 든 후 소희는 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유진이가 깨어났어.”그러고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유진의 몸이 너무 약하니 휴식이 필요하다는 사실만을 전했다.잠시 침묵이 흐른 후, 서인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부탁할게. 잘 돌봐 줘.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해 줘.”“알겠어.”서인이 돌아가고, 소희의 마음도 마치 우중충한 날씨처럼 무겁

  • 대표님의 달달한 아내 사랑   제3120화

    어둑한 조명이 드리운 긴 벤치에 서인이 앉아 있었다. 서늘하고 적막한 기운이 온몸을 감싸고 있었다.그때, 누군가 서인의 앞에 멈춰 섰는데, 임유민이었다. 유민은 미간을 좁히고 냉정하게 말했다.“이제 가세요.”서인은 한 박자 늦게 고개를 저었다.“난 유진이 깨어날 때까지 기다릴 거야.”그러자 유민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차가운 기운이 스며든 눈빛으로 그는 조용히 말했다.“전 삼촌을 원망하지 않아요. 누나가 삼촌을 혼자 좋아한 거, 그건 우리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이번 일은 누나와의 마지막 정리라고 생각하세요.”“이제 누나는 삼촌을 찾지 않을 거니 죄책감 같은 거 느끼지 마세요. 그리고, 죄책감 때문에 다시 찾아오지도 마세요.”유민의 말은 칼날처럼 서인의 가슴을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의 머리가 더 깊이 숙여졌고, 눈동자는 공허했다.유민은 그 자리에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등을 돌려 병실로 돌아갔다.새벽녘이 되자, 임지언이 병원에 도착했다. 평소 침착하고 냉정한 그도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걱정으로 가득 찬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임지언은 병실로 향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유진이는? 상태가 어때?”상황을 전해 들은 뒤에야, 그는 비로소 깊게 숨을 내쉬었다.임지언은 곧장 병상으로 다가가 딸의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그리고, 유진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한없이 애틋한 눈빛을 드리웠다.그러고는 낮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유진아, 아빠가 너를 잘 지켜주지 못했구나. 그러니까, 제발 어서 일어나거라.”우정숙은 그 말을 듣는 순간, 겨우 가라앉혔던 감정이 다시 북받쳐 올라 참을 새 없이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날 밤, 임지언과 우정숙은 잠도 자지 않고 유진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밤에 비가 내리고 있었으나 서인은 그 비를 피하지 않았다. 마치 조각상처럼 아무런 반응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서인은 온몸이 흠뻑 젖어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룻밤을 꼬박 새웠다.해가 떠오를 무렵 소희가 서인을 찾았다. 소희는 조용히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