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말을 마치고서야 양진을 보았고 살짝 놀랐다."양진 도련님, 도련님이 여기엔 어쩐 일로 오셨어요?"양진은 수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애원하는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수미가 온 이상 소희도 양진이 수미와 다른 사람들 앞에서 무릎을 꿇게 할 순 없어 책과 필기를 거두고 담담하게 말했다."가요, 가서 심명 만나러 갈게요!"양진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턱을 따라 줄줄 흘러내렸다. 그는 감격스러워하며 소희를 바라보고 두 손을 모았다."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소희 아가씨!"소희는 일어나서 수미한테 말했다."수미 언니, 오늘 8801호는 내가 책임질게요."수미는 망설이다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임 대표님께서 오신다면……"소희가 말했다."그는 오늘 일이 있어서 오지 않을 거예요."수미는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심명 도련님은 성격이 별로 좋지 않으셔서 주의하고!"방안의 몇 사람은 눈빛이 복잡한 채 수미를 쳐다보았다. 그들은 만약 그녀가 5분 일찍 왔으면 이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았어요!""가요!"양진은 앞에서 소희더러 먼저 가라고 청하는 자세를 취했다.수미는 눈살을 찌푸렸다. 양진은 오늘 왜 이러는 것일까? 평소에도 성질이 더러운 도련님인데 오늘은 이렇게 인내심이 있다니.그녀는 뒤돌아보니 설화가 궤짝에 기대어 고개를 숙이고 서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가 초라하고 멍한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을 보며 수미가 물었다."너 왜 그래?"설화는 멈칫하다 고개를 들었다."아, 아니에요!"수미가 말했다."별일 없으면 얼른 가서 일해!"수미가 떠난 후 시월은 설화의 곁으로 가서 낮은 소리로 말했다."봤지? 소희가 여기 있으면 우린 고개도 들지 못한다니까!"설화는 눈빛이 반짝였다."이제 그녀를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넌 그녀를 건드릴 능력 없어!"시월은 말투가 음흉했다."너는 그녀를 무서워하지만 난 아니야. 그녀 때문에 임경훈 도련
소희는 그의 맞은편에 앉아 자신이 가져온 술을 따서 그에게 한 잔을 따라주었다."나는 당신이 나를 잡아먹는 거 두렵지 않아요. 또 나를 속일까 봐 두려운 거죠."심명은 기분 좋게 웃었다."또 뭘 속여요? 1년에 생일을 두 번 쇨 순 없잖아요!"소희는 눈을 들며 물었다."당신이라면 그런 일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심명은 고개를 들어 그녀가 따른 술을 마셨다. 귀에 있는 검은색 귀걸이는 요염한 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그는 눈썹을 들며 웃었다."다음엔 우리 엄마 생일이라고 할게요."소희는 말투가 차가웠다."하느님의 생일이라 해도 난 당신을 도와 케이크를 배달하지 않을 거예요!""풋!" 심명은 입안의 술을 뿜어내며 인차 휴지로 닦으며 웃었다. "하느님 생일에 내가 소희 씨더러 케이크를 어디로 배달하라고 할까요? 하늘로요? 길은 알아요?"소희, "…..."그녀는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는데, 어찌 그렇게 많은 생각을 했겠는가!심명은 기침을 두 번 했다. 그는 하도 웃어서 매력 있는 한 쌍의 두 눈이 빨개졌다."소희 씨, 이렇게 귀엽지 않으면 안 돼요? 그렇지 않으면 나는 소희 씨가 나를 유혹하고 있다고 생각할 건데 말이죠!"소희는 안색이 가라앉더니 경고의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심명은 웃으며 말했다."그만 놀리고 본론 얘기할게요. 소희 씨가 어떻게 여기에 있어요?"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일하잖아요, 보면 몰라요?""왜 여기서 일하냐고 묻는 거예요." 심명은 또 웃고 싶었다. 그도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다. 소희와 얘기할 때마다 그는 웃고 싶었다. 설령 그녀가 굳은 표정을 하고 있다 하더라도 그는 왠지 모르게 웃고 싶었다.만약 그녀를 화나게 했다면 그는 더욱 기뻤다.소희는 심명이 무엇 때문에 웃는지 몰랐고 그저 그가 좀 정신이 이상하다고 느꼈다."여름방학 아르바이트요, 궁금한 게 왜 그렇게 많아요?""소희 씨 지금 임구택이랑 같이 있잖아요?" 심명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물었다."그가 준 돈이 부족해요? 아
그는 직접 소희에게 술 한 잔 따라주었다."난 원샷 할게요, 소희 씨는 마음대로 마셔요!"술은 소희가 스스로 연 것이니 그녀는 그가 손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이미 수미에게 술값은 자신의 월급에서 빼라고 말해서 더 이상 심명한테 설명하기가 귀찮았다.심명은 정말 한 잔을 다 마시며 웃으며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에 대해서 생각해 봐요. 임구택이 뜻밖에도 소희 씨더러 이런 곳에 와서 일하게 하다니, 그러니 소희 씨도 그의 곁에 있지 말고 나한테 와요."소희는 눈살을 찌푸렸다."내가 여기에 와서 일하는 것은 그와 상관없어요!"심명은 비웃었다."장난해요? 여기의 모든 사람들은 모두 소희 씨가 임구택의 사람이라는 것을 다 아는데, 그와 상관이 없다고요?"소희는 이마를 찌푸리며 근심스러운 기색을 띠었다.심명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지금 이건 무슨 표정이에요?"소희는 걱정스러운 말투로 말했다."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나와 그의 관계를 알고 있죠? 내가 여기에 오면 구택 씨 혹시 다른 사람한테 비웃음 당하는 거 아니죠?"심명, "......"그는 정말 그녀한테 할 말이 없었다!"그가 그렇게 좋아요?" 심명이 물었다.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네, 너무너무 좋아요. 평생 그를 따라다닐 거예요."심명은 마음이 좀 답답했지만 얼굴에는 여전히 사악한 웃음을 띠고 있었다."설마 나 들으라고 일부러 이렇게 말하는 거 아니겠죠?"소희가 말했다."아니요, 당신은 나를 좋아하지 않잖아요!"심명은 웃으며 말했다."누가 내가 소희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죠? 내가 당신을 이렇게 좋아하고 있는데, 설마 모르는 거예요? 나는 지금 심장을 파내서 소희 씨에게 보여주는 것만 못하고 있어요!""그럼 난 당신이 들으라고 말한 거예요!"심명, "…..."그는 의미심장하고 총애하는 말투로 바꾸었다."바보예요? 임구택은 그냥 소희 씨 갖고 노는 거예요. 그는 당신과 결혼하지 않을 건데 소희 씨는 또 무슨 평생 그와
시원은 수미에게도 전화를 걸어 8801호에 가보라고 했다.수미는 전화를 끊고 속으로 두려워했다. 그녀는 시원의 말을 감히 거역하지 못했지만 또 감히 심명의 미움을 사지 못했다. 모두 다 재벌집 도련님이라 그녀는 어느 하나 잘못 건드려도 바로 끝장이 날 것이다.그녀는 생각하다 술 한 병을 가지고 8801로 갔다. 들어간 후, 그녀는 심명과 소희가 모두 소파에 앉아 있는 채 심명이 지나친 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것을 보고 속으로 한숨을 돌리고 부드럽게 웃었다."도련님께서 오랫동안 오시지 않았죠. 제가 서비스로 술 한 병 드릴게요. 그동안 저희 8층을 이렇게 돌봐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심명은 그녀의 마음을 한눈에 꿰뚫어 본 듯 웃으며 말했다."그럴 필요 없어. 8층에 이렇게 예쁜 여자애가 왔는데도 나한테 말하지 않는다니, 정말 섭섭해!"수미는 일부러 모르는 척했다."소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도련님께 미처 말씀드리지 못했어요, 노여움 푸세요!"심명은 담담하게 웃으며 그녀가 가져온 그 술을 보았다."이 술을 다 마시면 더 이상 안 따질게!"수미는 안색이 약간 변하며 겸연쩍게 웃었다."도련님 농담도 참!"심명은 미소가 옅어졌다."내가 언제 당신과 농담을 한 적이 있어!"수미는 무척 당황했다. 심명은 성격이 비록 이상하지만 그녀를 괴롭히진 않았다. 오늘 갑자기 이렇게 성질을 부리는 것을 보면 아마도 수미가 다른 사람의 부탁으로 왔다는 것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녀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녀는 아마 이번에 심명한테 제대로 미움을 샀을 것이다!그녀는 웃으며 술을 열었다."제 잘못이니 도련님께 사죄할게요. 이 술은 제가 다 마실게요!"소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손에 있는 술을 받아 심명을 바라보았다."당신이 화가 났으면 내가 이 술을 마시면 되잖아요. 굳이 다른 사람한테 화를 낼 필요가 있을까요?"그녀는 다른 사람이 사진을 찍어서 인스타 올리는 바람에 시원이 봤다는 것을 몰랐고, 수미가 시원의 부탁으로 왔
구택의 얼굴에는 다른 표정이 없었고 오직 한 쌍의 검은 눈동자가 냉철했다."소희 씨는 내 사람이에요. 심 대표는 앞으로 그녀와 좀 떨어져 줬으면 하는데.""당신의 사람이라고요?" 심명은 비웃었다. "임 대표, 지금 공개한 거예요?"구택는 싸늘하게 웃었다."나는 심 대표처럼 똑똑한 사람은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요."심명은 두 손을 바지 주머니에 넣고 하찮게 웃었다."임 대표의 사람이 뜻밖에도 이런 곳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다뇨, 당신이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또 어떻게 이 사실을 알겠어요?”구택은 그의 말에 분노하지 않고 천천히 말했다."지금 알았으니 앞으로 분수를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두 사람은 모두 키가 1미터 85센티미터 정도였고 한 사람은 싸늘한 카리스마가 넘쳤고, 한 사람은 웃음에 칼을 품고 있었다. 주위의 분위기는 응결되며 옆에서 놀던 사람들은 압박감에 모두 멈추고 조용히 그들을 쳐다보며 감히 숨도 쉬지 못했다."분수요?" 심명은 혀로 입가를 핥으며 악랄하게 웃었다."임 대표가 나중에 소희 씨가 내 침대 위에 있는 거 봤을 때 우리 다시 분수의 크기를 얘기하는 거 어때요?"수미는 구택의 분위기가 순간 싸늘해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앞으로 한걸음 나아가는 것을 보고 수미는 인차 뒤돌아서서 소희를 바라보았다.소희는 이미 움직이며 구택의 앞을 가로막고 그의 손목을 잡고 낮게 말했다."둘째 삼촌!"구택은 온몸의 싸늘한 기운을 서서히 수그러들며 소희의 손을 잡고 눈을 들어 심명을 보며 냉담하게 웃었다."심 대표는 분수를 스스로 잘 장악하면 되죠. 만약 지나쳤다면 나도 직접 손을 쓸 수가 있고요!"말을 마치고 그는 소희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진수는 등이 다 젖었고 이때 긴 숨을 내쉬며 심명과 작별을 한 뒤 따라서 룸을 떠났다.심명은 소파에 앉아 아무런 표정도 없이 한참 동안 소희가 따르던 술 반 잔에 시선을 고정하며 손을 뻗어 고개를 들어 다 마셨다.석군은 그의 곁에 앉아 권유했다."임가는 강성에서
소희는 위험을 느끼고 눈을 깜빡이며 즉시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요, 적이 교활하니 나도 항상 경계해야죠!"구택은 여전히 불쾌해했다. 그를 시시각각 경계하는 것은 시시각각 그를 마음에 두는 것이 아닌가?소희는 심명에 대해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아 화제를 돌렸다."어디에서 오는 길이에요?"구택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소희 씨 생각엔요?"소희는 그가 오늘 저녁에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가 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그를 놓아주고 뒤로 물러섰다."그럼 빨리 돌아가요. 나는 괜찮아요. 심명 씨가 다시 나를 불러도 나는 가지 않을 거예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팔을 뻗어 다시 그녀를 품에 안고 담담하게 말했다."거의 끝났어요. 나머지는 진 팀장한테 맡겼으니 돌아갈 필요 없어요."소희는 마음 놓고 그의 품에 안기며 마음이 든든했다.두 사람은 잠시 조용하게 포옹하고 있다 구택은 소희를 안고 입술에 뽀뽀를 하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집에 갈래요?"소희는 고개를 흔들었다."좀 더 있어야 해요."그녀는 일하러 왔고, 항상 조퇴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다.구택은 이해가 안 갔다."소희 씨의 능력이라면 더 좋은 아르바이트를 찾을 수 있을 건데, 왜 굳이 여기에서 일해야 하는 거죠?"소희는 그를 속이고 싶지 않았지만 사실을 말할 수도 없어 머리를 그의 목 사이에 묻고 조용히 말했다."저녁에 일하는 아르바이트를 찾고 싶어서요."구택은 미간을 찌푸렸다."왜죠?""아침에 일어날 수 없어서요."구택,"…..."그는 이 이유를 받아들일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녀가 일어날 수 없는 원인은 구택 때문이기도 했다!......다음날은 주말이었고 소희는 아침 일찍 일어나자마자 청아의 문자를 받고 내려가서 아침을 먹으려 했다.10분 후 소희는 청아네 문을 두드렸다.청아는 문을 열자 구택도 있는 것을 보고 더는 놀라지 않고 수줍게 웃으며 열정적으로 두 사람더러 집 안으로 들어오라 했다.임가네 어르신들이 돌아온 후부터
붕대를 다시 감은 뒤 청아가 말했다."다 됐어요!"시원은 침대에 앉아 그녀가 가려는 것을 보고 물었다."어디 가는 건데요?"청아가 대답했다."샘이 과제를 남겼는데 책 보면서 자료 찾으려고요.”"여기로 가져와서 찾아요!"시원은 옆의 다탁을 가리키며 말했다."아니면 내가 무슨 일 있으면 또 청아 씨 불러야 하잖아요!"청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시원 씨한테 방해만 되지 않으면 돼요. 가서 책 가져올게요."그녀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책과 필기 등을 모두 시원의 방으로 옮겼고 카펫에 앉아 뒤돌아보며 말했다."물 마시고 싶거나 배고프면 나한테 말해요!""그래요, 할 일 해요!" 시원은 요 며칠 심심해서 온라인 게임 하나를 다운로드해서 그 게임에 중독되고 있었다.방 안에서, 한 사람은 바닥에 앉아 책을 보고 있었고 다른 한 사람은 침대에 기대어 게임을 하고 있었다. 조용하면서도 조화로웠다.약 30분 뒤, 청아의 핸드폰이 울렸다. 그녀는 인차 시원을 보았는데 그가 방해받지 않은 것을 보고 인차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그녀에게 전화한 사람은 송장풍이었다."뭐해요? 오늘 만화영화 하나가 개봉했는데 같이 보러 갈래요?"청아는 눈을 떨구며 예의 있게 거절했다."미안해요, 나 지금 일하고 있어서 못 갈 거 같아요.""그럼 저녁에 같이 갈래요?""저녁엔 야근이라서요.""그래요." 장풍은 실의에 빠진 채 말했다."언제 쉬면 같이 나가서 밥 먹어요.""그래요, 끊을게요."시원은 마침 게임 한 판을 끝내며 고개를 돌려 물었다."그날 소희 씨랑 청아 씨와 함께 밥 먹은 그 남자예요?""네."청아는 대답한 뒤 의혹해하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요?"시원은 웃으며 말했다."그날 마침 나와 구택도 샹젤 웨스트에 있었거든요. 세 사람이 같이 있는 거 봤어요!""아!" 청아가 대답했다.시원은 계속 게임하며 무심코 물었다."그 남자 청아 씨 좋아해요?"청아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장풍은 사실 이미 세 번이나 나
청아가 물을 들고 들어왔을 때 시원이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걸어가서 쟁반을 내려놓으며 말했다."과일 좀 썰었어요. 과일 먹고 나서 물 마셔요."시원은 접시에 들어있는 네 가지 모둠 과일을 보았다. 그녀는 정교하게 썰었을 뿐만 아니라 색깔 배합도 보기 좋게 해놔서 식욕을 돋웠다.그는 포크로 파인애플 한 조각 찍어 먹으며 고개를 들어 웃었다."나중에 청아 씨랑 결혼하는 사람은 틀림없이 복이 있는 사람이에요!"청아는 얼굴을 붉히며 자조하며 입술을 오므렸다."아니요, 누가 나랑 결혼하면 반드시 후회할 거예요.""왜요?" 시원은 이해하지 못하고 고개를 들었다.청아는 고개를 저으며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시원은 또 멜론 한 조각을 먹으며 물었다."다른 집 구해서 뭐 하게요? 이사 가려고요?"청아는 놀라며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그는 어떻게 알았지?)시원은 그녀에게 설명했다."미안해요, 방금 무심결에 청아 씨의 핸드폰을 봤어요."청아는 인차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시원 씨가 다 나으면 이사 갈 거예요.""왜요, 여기서 지내는 거 불편해요?" 시원이 웃으며 물었다.청아가 대답했다."아니요, 나는 계속 여기서 공짜로 지낼 순 없잖아요. 근데 이런 집에서 세내고 살기엔 또 너무 비싸서 좀 싼 집 구하고 싶어서요."시원은 어이없어하며 웃었다."누가 집세 내라고 했어요?"청아는 진지하게 말했다."전에 소희가 이 집을 돌봐달라고 해서 내가 뻔뻔스럽게 여기에 들어왔거든요. 하지만 이 집은 시원 씨 것인 이상 난 여기서 지낼 수 없어요.""왜 내 집에 살 수 없는 거죠?" 시원은 웃었다."청아 씨는 계속해서 나를 도와 집을 돌봐줄 수 있어요. 난 평소에 여기 오지 않고 집에 또 귀중한 물건이 많거든요. 만약 하나라도 잃어버리면 그건 집세보다 훨씬 비쌀걸요."청아는 의심스럽게 그를 바라보았다.시원은 계속 말했다."솔직히 말해서, 청아 씨가 만든 요리는 내 입
“아심아!”강재석이 먼저 웃으며 이름을 부르며 반겼다.“할아버지!”강아심이 미소를 띠며 다가갔다.“오랜만이에요. 건강은 어떠세요?”“좋아, 아주 좋아!”강재석은 더욱 인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축하드려요. 소희가 이렇게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정말 부러워요!”강재석은 웃음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같이 기뻐해야지, 같이!”도경수는 여전히 아심을 멍하니 바라보며 물었다.“당신이 바로 강아심인가?”아심은 도경수를 향해 고개를 돌려 고운 미소를 지으며 공손히 대답했다.“네, 제가 강아심이예요. 도경수 어르신 맞으시죠? 안녕하세요!”도경수는 이전에 아심에게 좋지 않은 감정을 품고 있었으나, 지금 그녀의 밝은 미소를 보자 목이 메고 눈이 뜨거워졌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모두 자리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이에 도경수도 정신을 가다듬고 도도희에게 물었다.“소희는 봤니?”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봤어요.”강재석은 바로 물었다.“우리 소희는 지금 뭐 하고 있나?”“친구들과 함께 있어요.”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좀 더 일찍 소희와 만났더라면 좋았을 텐데, 정말 늦게 만난 게 아쉬울 정도로 대화가 잘 통했어요.”그 말에 강재석은 호탕하게 웃었다.“그렇게 오래 이야기했다면, 정말 서로 마음에 든다는 뜻이지!”그의 말에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갑자기 도경수가 질문을 던졌다. “도도희, 너는 아심 양과 어떻게 알게 된 거니?”도도희는 아심을 바라봤고, 아심은 침착하게 대답했다.“꽤 오래전이죠. 한 미술 전시회에서 처음 만났어요.”도경수는 바로 물었다.“미술을 좋아하나?”“네, 좋아해요. 하지만 진지하게 배워본 적은 없어요.”아심이 부드럽게 대답했다.“예전엔 무슨 일을 했나?”도경수가 다시 묻자, 강재석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왜 갑자기 조사라도 하려는 거야? 이제 막 알게 된 아이에게 이것저것 묻다 보면 겁을 줄지도 몰라.”이에 강시언이 갑자기 끼어들며 말했다.
“가지 마세요!”양재아가 급히 권수영을 막아서며 말했다.“오늘 강아심도 초대받은 손님이에요. 만약 일을 크게 만들면, 장씨 집안만이 아니라 임씨 집안에서도 가만두지 않을 거예요.”임씨 집안이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권수영의 분노는 순식간에 식어버렸다. 장씨 집안도, 임씨 집안도 지씨 집안을 한순간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존재들이었다.그랬기에 권수영은 그 어느 쪽도 감히 건드릴 수 없었다. 그녀는 갈 곳 없는 분노를 강아심에 대한 증오로 바꾸며 이를 갈았다.“강아심, 내가 가만두지 않겠어!”...아심과 강시언은 강재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이때, 아심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아까 그 일, 고마워요.”만약 시언이 아심을 위해 지씨 집안을 봐줬다면, 아심이야말로 큰 곤란을 겪었을 것이다. 그러나 시언은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지씨 집안 같은 사람들과는 애초에 엮이지 말았어야 했어.”아심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지승현은 저 사람들과 달라요. 제가 엮인 건 지씨 집안 때문이 아니고요.”“아니라고?”시언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고, 차가운 시선이 그녀를 스쳤다.“지승현이 지씨 집안 사람이라는 건 변하지 않아. 지씨 집안의 중심인물이고, 그 사람이 하는 모든 행동은 지씨 집안의 눈길을 끌지. 이게 관계가 없다고?”아심은 고개를 들어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래서요? 무슨 일이 생기면 겁을 먹고 주저앉아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건가요?”시언은 아심을 깊게 바라보며 한숨을 쉬었다.“좋아, 네 진정한 사랑, 참으로 대단해.”시언은 그 말을 남기고 단숨에 앞서 걸어가 버렸다. 아심은 시언의 차가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잠시 후,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뒤를 따라갔다.강재석의 휴게실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시언은 반대쪽 벽에 기대어 아심을 기다리고 있었다.이때, 아심이 조용히 다가가며 말했다.“안 들어가요?”시언은 여전히 화가 난 듯한 얼굴로 아심을 쳐다보며 차갑게 말했다.“전에 할아
김화연은 상황의 전말을 간략히 설명했고, 강시언은 차가운 눈으로 지수철을 훑어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누구의 체면을 고려할 필요도 없어요. 결혼식장에서 소란을 피운 이들에게는 체면을 논할 자격이 없어요. 당장 지씨 집안을 떠나게 조치하겠어요.”양재아의 얼굴은 순간 창백해졌고, 그녀는 시언을 향해 돌아서며 간절히 말했다.“시언 오빠, 수철이는 정말로 자기 잘못을 인정했어요!”시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단호히 대답했다.“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른 행동은 더 큰 잘못이죠. 그리고 처벌이 두려워서 뒤늦게 잘못을 인정하는 건 아무 의미가 없고요.”재아는 그의 냉혹한 대답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다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곧 시선을 돌려 강아심을 향해 도움을 요청했다.“아심아, 네가 수철이를 위해 한마디만 해주라!”김화연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다들 아는 사이인가요?”재아는 또렷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아심이는 수철이 형의 여자친구예요!”그녀의 말이 끝나자 시언의 표정은 한층 더 어두워졌다. 그러나 아심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재아를 담담히 바라보며 말했다.“누구의 동생이든 그건 나와 아무 상관없어요. 다만 다행히도 내 친구의 동생일 뿐이지, 내 친동생은 아니네요.”“만약 내 친동생이 이렇게 자라서 고작 세 살짜리 여자아이를 괴롭혔다면, 난 엄하게 혼내서 다시는 그딴 짓 하지 못하게 만들었을 거예요.”아심의 단호하고 확고한 말에 재아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고, 수철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아심을 향해 음험한 시선을 한 번 보냈다.재아는 시언이 김화연의 입장을 지지하고, 아심 역시 끼어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녀는 더 이상 지씨 집안을 위해 자신을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짧은 판단 끝에 재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아심의 말이 맞네요. 내가 처음부터 마음 약해져서 지씨 집안을 돕겠다고 나선 게 잘못이었네요.”“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네요. 수철이를 데리고 가서 바로 돌아갈게요.”재아는 진심 어린 목
지수철은 고개를 푹 숙이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입을 열지 못하자, 양재아는 곧장 말을 꺼냈다.“제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잘못 말한 거예요. 아까 권수영 여사님께서도 수철이를 혼내셨고, 수철이도 이미 잘못을 인정했어요.”“여사님, 너무 화내지 마세요! 오늘은 소희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잖아요. 만약 지씨 집안을 여기서 내쫓는다면 서로 얼굴을 들기 힘들어질 거예요.”재아는 소희의 이름을 직설적으로 언급하며 자신이 단순히 도씨 집안의 손녀가 아니라, 소희와도 친분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김화연은 재아를 차갑게 바라보았다. 도씨 집안과 소희 모두를 떠올리며, 이 상황에서 체면을 지켜줄 필요가 있음을 알았다.김화연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도씨 집안 때문이든, 소희 때문이든, 이번에는 넘어가야 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어가던 오후, 2층 방에서 강아심의 휴대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강시언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녀의 휴대폰을 대신 끊어줄까 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아심은 이미 눈을 떴다.아심은 창밖 풍경을 바라보다 잠시 멍해졌고, 이내 휴대폰 벨소리에 정신이 돌아왔다. 손을 들어 휴대폰을 집어 들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도희 이모!”도도희가 웃으며 말했다.[넌 어디 있어? 오후 내내 보이지 않더구나. 지금 강재석 어르신을 뵈러 가려는데, 그분이 너도 이 결혼식에 왔다고 하더라. 같이 갈래?]그 시각, 강재석은 점심 식사 후 도경수와 거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도경수는 끊임없이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다.강재석은 그의 속내를 간파하고 먼저 도도희에게 전화를 걸어 그를 찾아오라고 부탁했다. 도도희는 전화를 끊고 강재석을 찾아가면서, 강재석이 아심의 이름을 듣고 기뻐하던 모습이 떠올라 아심에게도 전화를 걸었다.갓 잠에서 깨어난 강아심은 반쯤 내려앉은 긴 속눈썹으로 잠기운 어린 분위기를 풍기며 느릿하게 대답했다.“알겠어요. 저도 인사드려야죠. 먼저 가 계세요. 곧 따라갈게요.”두 사람은 통화를 마쳤다.아
전화를 받은 양재아는 먼저 권수영의 이야기를 들었다. 권수영은 다소 억울한 어조로 말했다.“재아양, 우리 수철이가 잠깐 장난 좀 친 거예요. 그 어린 여자아이랑 그냥 놀다 그런 거지, 걔도 아직 어린애잖아요. 그 애한테 뭘 어쩌겠어요?”“게다가 우리 수철이도 이미 혼이 났어요. 수철의 얼굴을 보면 얼마나 심하게 맞았는지 알 거예요.”“오늘이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라 내가 참는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당장 경찰에 신고했을 거라고요!”“그런데 지금 김화연 여사님이 책임을 묻겠다고 하니, 재아 양이 나서서 부탁 좀 해주면 안 될까?”“오늘은 임씨 집안 결혼식이고, 신부도 재아 양 외할아버지의 제자잖아요. 재아 양이 한마디만 해주면 여사님도 체면을 봐서 넘어가 줄 거예요.”권수영은 최대한 간곡하게 부탁하자, 재아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 사실 재아는 지씨 집안 일에 얽히고 싶지 않았다. 그들과 그렇게 깊은 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곰곰이 생각해 보니, 자신이 도움을 준다면 지씨 집안도 체면을 세워줄 것이고, 이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강화할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잠시 후, 재아는 결정을 내렸다.[알겠어요. 제가 여사님께 가서 얘기해 볼게요. 그냥 애들이 장난친 일이라고 하면 그렇게 크게 문제 삼지 않으실 거예요.]“정말 고마워요, 재아 양. 정말로 우리 지씨 집안의 은인이에요!”권수영은 과장된 어조로 감사의 말을 전하자, 재아는 말했다.[어디 계신가요? 수철이를 데리고 오세요. 제가 함께 여사님께 가서 말씀드릴게요.]권수영은 재아의 의도를 곧바로 이해하고 말했다.“지금 데리고 갈게요.”재아와 권수영이 만났을 때, 재아는 지수철의 부은 얼굴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이건 너무 심하게 맞았잖아요!”“고작 어린애랑 장난 좀 쳤다고 이렇게까지 때리다니요. 참 권력이 대단한 집안이네요.”권수영은 주위를 살피며 냉소적으로 말했다. 임씨 집안과 관련된 일이기에 재아는 특별한 의견을 내지 않았다.“제가 여사님께서 어디 계신지
임유민은 두 번째 총알을 발사했다. 이번에는 지수철의 입술에 맞았다. 그의 입술은 순식간에 부어올라 더는 강한 척할 수도 없었다. 유민이 세 번째 발사 준비를 하자, 지수철은 입안에서 흐릿하게 소리쳤다.“말할게! 말할게!”유민은 그의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건네며 말했다.“전화해요.”지수철은 전화를 걸어 자신이 이미 요요의 할머니를 따돌렸으니, 세 번째 친구가 빨리 오라고 했다. 이에 5분도 지나지 않아, 다른 남자아이가 도착했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와 나무에 묶인 지수철을 보자, 그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도망치려 했다.그러나 유민은 몇 걸음에 그를 따라잡아 꽃밭 가장자리를 발판 삼아 공중에서 회전하며 발길질을 날렸다. 이에 그 자리에서 날아가 땅에 내동댕이쳐졌다.결국, 세 명 모두 유민에게 나무에 묶였고, 그의 사격 연습 표적이 되었다....한편, 권수영은 누군가로부터 전화를 받고 상황을 알게 되었다. 김화연은 당연히 요요를 괴롭힌 사람들을 그냥 두지 않았다.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세 아이가 어느 집 자식인지 알아냈다.김화연은 한적한 거실에 앉아 놀고 있는 요요를 지켜보며 여전히 화가 가라앉지 않은 얼굴로 집안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다. 그녀는 차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늘은 임씨 집안의 경사스러운 날이니 일이 커져 분위기를 망치는 건 바라지 않아요. 당장 이 세 집에 연락해서 애들을 데리고 저택에서 나가라고 전하세요!”김화연의 지시는 즉시 실행되었고 김화연은 다시 가사도우미들에게 당부했다.“이 일은 당분간 아천이랑 청아한테 알리지 마세요. 결혼식이 끝나기 전까지 기분을 망칠 필요는 없으니까요.”이에 다들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명령을 따랐다....권수영은 곧 전화를 받았다. 전화 내용에 충격을 받은 그녀는 수철이 문제를 일으켰다는 말을 듣고 바로 그를 찾아 나섰다. 권수영은 수철을 발견한 순간 비틀거리며 땅에 넘어질 뻔했다,수철과 다른 두 소년은 나무에 묶여 있었고, 얼굴은 멍투성이에 입에는 무
정원은 나무와 꽃들로 빽빽해, 두 소년이 요요를 안고 달아난 뒤 금세 그들의 흔적이 보이지 않게 되었다.김화연의 얼굴은 급격히 굳어졌고,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할 틈도 없이 몇몇 부인들과 함께 서둘러 그들을 뒤쫓았다.지수철은 요요를 안고 꽃밭으로 들어갔다. 뒤에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리자, 그는 오히려 흥분한 얼굴로 더 빨리 뛰었다. 수철의 얼굴에는 기분 좋은 듯한 빛이 가득했고,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그 순간, 수철의 무릎에 강한 통증이 밀려왔다. 두 다리가 꺾이며 그는 앞으로 고꾸라졌다. 요요 역시 그와 함께 땅바닥에 내팽개쳐졌다.지수철은 무릎을 부여잡고 뒹굴더니 막 욕을 퍼붓기 시작하려는 찰나, 그의 동료가 누군가의 주먹에 맞아 나가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이어 그의 얼굴을 향해 강력한 발길질이 날아왔다.코뼈가 부러지는 충격에 수철은 고막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 비명과 함께 수철의 가슴팍에 또 한 차례 발길질이 들어갔다. 이번엔 고통이 극심해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임유민은 땅바닥에 쓰러진 두 사람을 잠시 스쳐본 뒤, 요요 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기압총을 내려놓고 요요를 일으켜 세웠다. 요요가 다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후, 그는 일부러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오빠가 있잖아, 무서워할 필요 없어.”요요는 겁에 질려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유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그의 품에 뛰어들었다. 요요는 유민의 목을 꽉 끌어안고 작은 몸을 떨었다.“괜찮아, 괜찮아.”유민은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할지 몰라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의 잘생긴 얼굴에도 약간의 경직된 기색이 떠올랐다.“요요!”멀리서 김화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묻어 있었다.“할머니!”요요는 크게 외쳤다.곧 김화연이 나타났고, 그녀의 얼굴은 창백한 빛을 띠었다. 김화연은 빠르게 걸어와 요요를 품에 안았다.“할머니, 유민 오빠가 나쁜 사람들을 혼내줬어요!”요요는 신난 목소리로 말했다.김화연은
강시언은 무언가 느낀 듯 강아심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과 맞닿은 아심의 거의 벌거벗은 듯한 시선에, 그는 미세하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약간 냉소적인 표정을 드러냈다.아심은 고개를 돌리며, 귀 끝이 옅은 홍조로 물들었다. 마치 블러셔가 뺨에서부터 번진 것 같았다. 그렇다, 술에 취했음이 분명했다.눈빛이 교차한 후, 분위기는 다시 조용해졌다. 아심은 넓은 의자에 몸을 웅크리고 앉아 햇살의 따스함과 결혼식의 평화로운 분위기를 즐겼다. 그러다 모르게 잠이 들고 말았다.낯선 환경에서, 바깥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소음 속에서도 아심은 잠들어버렸다. 밤에는 아무리 넓고 편안한 침대에서도 잠들기 힘들고, 종종 불면증이나 악몽에 시달리던 그녀가 지금은 매우 안정적으로 잠들어 있었다.시언은 자리에서 일어나 쿠션을 가져왔다. 시언은 부드럽게 그녀의 얼굴을 받쳐 머리를 들어 올리고, 쿠션을 아심의 머리 아래에 받쳐주었다.자수 무늬가 새겨진 면을 일부러 아래쪽으로 돌려놓으며 배려 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의 긴 손가락이 아심의 부드럽고 섬세한 얼굴을 스쳤다. 그 순간 시언의 각진 얇은 입술에서 거의 들리지 않는 한숨이 새어 나왔다.다시 자기 자리로 돌아온 시언은 휴대폰을 무음 상태로 설정했다. 가끔 전화가 와도, 그는 잠깐 확인한 뒤 바로 끊고 다시 술을 즐겼다.시언에게 아부와 아첨이 넘치는 술자리들은 피로감만 줄 뿐이었다. 그랬기에 이런 조용함이 그에게는 오히려 더 큰 안식을 주었다....권수영은 양재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온 신경을 쏟고 있었다.이 때문에 지수철은 완전히 신경 밖으로 밀려나 있었고, 게다가 이곳은 임씨 집안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철저히 경비되고 있었다. 그랬기에, 수철은 그저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그러다 곧 두 명의 같은 학교 친구들을 만났다.수철은 A국제학교에 다니고 있었고, 동급생들 역시 집안이 잘 나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랬기에 이런 결혼식장에서 만나는 것도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다.저택에는 어린아이들을 위해 특별히 마련된 놀이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