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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86화

저녁이 되자 임구택과 소희는 영상 통화를 했다. 운성에 겨울비가 내린 후, 소희는 저녁을 먹고 강재석과 함께 난로 곁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올 때 오석이 준비해 준 망토와 대나무 우산을 챙겨 들었다. 뒷마당으로 향하던 중 길에서 구택의 화상 전화를 받았다.

갓 샤워를 마치고 욕실에서 나온 구택은 화면 속에서 망토를 입고 비 내리는 정원을 걸어가는 소희의 모습을 보고 눈빛이 깊어졌다. 그리고 이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 마치 서로 다른 시간에 있는 것 같아.”

소희는 잠시 놀랐다가 구택의 말에 곧 이해했다. 망토 위의 수놓은 무늬를 만지며 따뜻하게 웃었다.

“할아버지께서 매년 겨울이면 이 망토를 몇 벌씩 만들어 주셔. 이게 되게 따뜻하다고 하시거든.”

“그럼 나도 앞으로 매년 너를 위해 만들어 줄게!”

소희는 웃으며 구택이 어정에 있는 것을 보고는 얼굴을 찌푸렸다.

“임씨 저택에 가서 살라고 했잖아.”

“여기에 네 향기가 남아 있어.”

구택은 방금 감은 검은 머리가 눈썹에 닿을 정도로 내려와 있었고, 그 모습이 더 매혹적이고 나른해 보였다.

소희는 별채의 긴 벤치에 앉아 구택과 대화를 이어갔고, 천장 위에서 하양이가 기쁘게 말했다.

“소희 소희!”

“쉿!”

소희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며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는 하양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시끄럽지 말고, 나랑 구택이 조용히 얘기할 수 있게 해줘.”

하양이는 날개를 퍼덕이며 더 크게 외쳤다.

“구택, 구택!”

“소리내지 마!”

소희는 하양이를 노려보며 경고했으나 하양이는 소희와 대항하며 더욱 신나게 소리쳤다.

한편 구택은 빛나는 눈빛으로 소희와 하양이가 말다툼하는 것을 들으며 옷장에서 잠옷을 꺼냈다. 소희와 하양이가 몇 마디를 주고받는 동안, 구택은 소희가 옷장 구석에 둔 작은 상자를 꺼냈다. 구택이 상자를 들고 소희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한 말투로 말했다.

“이거 아직도 갖고 있었어?”

소희는 당황해서 웃으며 얼버무렸다.

“어디에 둘지 몰라 그냥 뒀어!”

그리고 구택이 상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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