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훈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비록 그는 시원이 왜 화났는지 몰랐지만 그래도 눈치 빠르게 웃으며 말했다."형 말 맞아요, 내가 술 좀 많이 마셔서 주제를 넘었네요. 형도 화 풀어요!"이때 설화의 말을 들은 수미가 들어와 조심스럽게 물었다."무슨 일 생긴 거죠?"그녀는 말을 마치고서야 시원을 보았고 다소 놀란 말투로 말했다."장시원 도련님도 계셨군요!""응, 경훈이 한턱낸다 해서 와봤어." 시원은 담담하게 말했다.수미는 고개를 돌려 경훈을 바라보았다."소희는 신인이라 만약 임경훈 도련님의 미움을 샀다면 제 체면을 봐서라도 그녀 탓하지 말고 좀 봐주세요."경훈은 방금 시원이 소희의 편을 드는 것을 보고 더는 따질 엄두 내지 못하고 겸연쩍게 말했다."괜찮아!"다른 사람들은 경훈이 뺨 한 대 맞았지만 아무 말 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모두 조용하게 있었다.시원은 소희를 쳐다보았다."나 따라와요!"설화는 호기심의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았다. 원래 그녀는 소희가 경훈을 때리며 일을 크게 벌였으니 소희는 틀림없이 괴롭힘을 당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시원이 나타나서 일을 해결할 줄이야.설마 시원은 소희를 아는 건가?소희 자신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장시원이란 사람을 몰랐으니 그는 왜 그녀를 도와줬을까?구미는 소희에게 눈짓을 했다."도련님의 분부니 얼른 가봐."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시원을 따라 문을 나섰다.두 사람은 8809호 룸으로 갔다. 시원은 소파에 낮으며 태도가 온화하고 부드러웠다."소희 씨, 앉아요!"소희는 앉으며 먼저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감사합니다!"시원은 엷은 입술로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천만에요, 근데 왜 여기에 있는 거죠?"소희가 대답했다."저 여기서 일해요. 오늘은 첫날이고요. 근데 저를 아세요?"시원은 웃었다."난 임구택을 알거든요!"소희는 문득 심명의 생일날에 있었던 일이 생각났다. 그때 시원은 문밖에서 구택과 얘기를 나누었다.시원은 담배를 들고 소희에게 물었다."담배 피워도
"아니요."......룸에서 나온 소희는 여전히 시원의 말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때의 일은 역시 한소율이 사주했던 것이다. 그날 그녀는 구택이 전화를 걸어 사주한 사람을 조사하라는 것을 들었지만 그 후 그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기에 그냥 그가 찾아내지 못해서 이 일이 그냥 지나간 줄 알았다.알고 보니 그는 한소율을 찾았을 뿐만 아니라 그녀 대신 혼쭐까지 내줬다.그는 왜 말하지 않았던 것일까?소희는 벽에 기대어 마음이 시큰거렸고 답답했다.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어 구택에게 적어도 고맙다는 말을 하려고 했다.그러나 망설이다 그녀는 끝내 전화를 하지 않았다.이미 오래전의 일이었으니 그도 벌써 잊었을지도 모른다.그녀는 이 은혜를 마음속에 새기며 나중에 기회를 봐서 그에게 갚아주려고 다짐했다.휴게실로 돌아오자 설화와 다른 몇 사람들은 모두 안에 있었다. 아마 방금 8807호 룸에 관한 일을 들어서인지 소희를 바라보는 그들의 눈빛은 시기심과 두려움 그리고 질투심이 들어있었다.설화는 떠보며 물었다."소희야, 너 장시원 도련님을 아는 거야?"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아는 편은 아니에요. 친구의 친구예요."시월은 임경훈조차 소희한테 당한 것을 보고 속으로 더욱 화가 나며 비꼬았다."장시원 도련님을 아는 사람이 우리랑 같이 서빙을 한다고? 설화 너도 참 웃기다!"다른 사람들도 그녀의 말을 듣고 긴장을 풀며 해야 할 일을 했다.그 후 며칠, 소희는 점차 8층의 서빙과 환경에 익숙해져서 일도 꽤 순조로웠다. 시월도 더는 그녀를 괴롭히지 않았고 그녀도 임경훈같은 손님을 다시 만나지 못했다.......금요일 저녁, 구택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시원의 전화를 받았다."우리 지금 케이슬에 있어. 놀러 와."구택은 팔에 양복을 걸치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안 갈래, 너희들끼리 놀아!""몇 번이나 불렀는데도 안 나오다니, 기분이 안 좋은 거야?"시원이 웃으며 물었다."그런 거 아니야!" 구택은 어이가 없어서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시원은 의미심장
시원은 옆의 사람에게 말했다."임경훈 불러와, 구택이 그한테 할 말 있다고 말해!"그 사람은 즉시 대답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훈은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얼굴에 웃음을 띠고 공손하게 입을 열었다."구택 형, 나 찾으셨어요?"구택은 대답하며 정서를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이리 와 봐!""네!" 경훈은 더 가까이 다가가서 웃으며 말했다."형 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우리 아버지도 지난번에 형이 도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시간 있으면 함께 식사하자고 하셨어요."구택은 무뚝뚝하게 물었다."담배 있어?"경훈은 즉시 몸에 있는 담배를 꺼내 구택에게 하나를 건네준 후 테이블에 있는 라이터를 들고 다가가 그에게 불을 붙여줬다."담뱃불을 이렇게 붙이는 거야?"구택은 갑자기 차가운 소리로 입을 열며 문득 다리를 들고 경훈의 가슴을 걷어찼다.경훈은 연신 뒷걸음질했고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쳤으며 인차 비명을 지르며 가슴을 가리고 카펫에 쓰러졌다.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 경훈이 대체 어떻게 구택을 건드렸기에 그를 이토록 화나게 만들었을까?오직 시원만이 평온하게 소파에 앉아 사람들에게 웃으며 말했다."신경 쓰지 말고 너희들 할 거 해!"아무도 감히 신경 쓰지 못했다. 누가 감히 임구택을 건드리겠는가?경훈은 한참 숨을 고르며 겨우 일어서서 한쪽 무릎을 꿇었다."구택 형, 내가 잘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그 여자애를 건드리지 않을 게요."그는 여자를 좋아하지만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 시원이 여기에 있는 데다 구택이 방금 한 말까지 더하면 그는 인차 소희가 어떤 사람인지 알았다.구택은 그를 차갑게 내려다보며 차갑게 가볍게 입을 열었다."꺼져, 앞으로 여기서 내 눈에 띄면 어떻게 되는 지 알지?""네, 지금 바로 꺼질게요!" 경훈은 즉시 일어나 몇 걸음 뒤로 물러서서 몸을 돌려 황급히 뛰쳐나갔다."너 지금 다른 사람 경고하는 거야?" 시원은 손을 뻗어 그에게 술 한 잔을 따라주며 환하게
그것도 불을 잘 못 붙여서? 그는 그녀를 위해 화풀이를 해줬던 것일까?구택은 얼굴에 화가 난 기색이 번쩍이며 시원을 힐끗 쳐다보았다."일 없으면 저리 꺼져!""내가 눈에 거슬리다는 거야? 너 이 배은망덕한 자식!"시원이 농담으로 말했다."소희 씨, 오늘 아무것도 할 필요 없어요. 우리 임 대표를 기쁘게만 해주면 앞으로 소희 씨는 내 여동생이에요. 내가 소희 씨 감싸줄게요!"구택은 눈살을 찌푸렸다."누가 네 여동생이야?"시원은 그를 비웃었다."여동생이라 부르는 것도 질투하니?"구택은 안색이 가라앉으며 금방 입을 열려고 했지만 옆에 있던 소희가 먼저 말했다."그 말 진심이에요?"시원은 즉시 대답했다."당연하죠!"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임 대표님을 둘째 삼촌이라 부르는데 만약 장시원 씨가 나를 여동생으로 여긴다면 나랑 같이 그를 둘째 삼촌이라고 불러야 한다는 거 알아요?"시원은 멍해졌다.구택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웃으며 시원을 바라보았다."빨리 둘째 삼촌이라 불러!"시원은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슬픈 척했다."소희 씨, 내가 이렇게 편들어 주는데 어떻게 구택을 도와 나를 갖고 장난치는 거예요!"구택은 코웃음쳤다."네가 편들어줄 필요가 있을까?""그래, 너희 두 사람 잘났다!"시원은 한숨을 쉬며 웃었다."내가 거슬리지 않게 저리로 꺼지면 되겠지!"그는 말을 마치고 일어나서 옆에 있던 두 사람을 불렀다."나와 함께 두 판 치러 가자. 방금 내가 너무 비참하게 졌어. 반드시 이길 거야!"그 두 사람은 웃으며 일어섰다."시원 형이 졌다고? 도무지 믿을 수가 없는데?"세 사람은 웃고 떠들며 오락 구역으로 갔다.눈 깜짝할 사이에 이쪽에는 구택과 소희 두 사람만 남았다.소희는 입술을 오므리고 테이블 위의 술을 들고 구택에게 말했다."구택 씨!"구택은 눈을 들어 그윽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나랑 술 한잔하려고요? 다른 사람은 어떻게 술을 마시는지 한번 봐요."소희는 고개를 돌려 앞쪽 소파에서 한
누가 이쪽의 불을 껐는지 어둠은 옆 사람들의 소란과 떠들썩한 기운을 차단했다. 단지 두 사람의 엇갈린 호흡만이 낮고 분명하고 급했다.한참 지나 저쪽에서 누군가가 카드놀이에서 이기며 흥분해서 소리를 질렀다.소희는 놀라 정신을 차리며 갑자기 멈추었고 빨개진 얼굴을 숨기려고 고개를 숙였다.구택은 그녀의 허리를 잡으며 몸속에서 솟음 치는 욕망이 가라앉은 후에야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만약 다른 손님이 이렇게 요구한다면, 소희 씨도 승낙할 거예요?"소희는 미간을 찌푸리고 목소리는 살짝 쉬었고 화가 났다."나는 호스티스가 아니에요.""그럼 여기에 뭐 하러 왔는데요?" 남자는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정말 서빙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함께 일하는 그 사람들에게 물어봐요. 그녀들은 자신이 맡은 룸 안의 손님과 어떤 관계인지!"소희는 요 며칠 여기서 일하는 동안 이미 어느 정도 좀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그 손시월은 임경훈과의 관계가 수상했다. 그녀들은 호스티스가 아니지만 돈 많이 주는 손님을 만나면 이렇게 해서 돈을 벌기도 했다.그녀는 눈을 깜박이며 침착하게 말했다."난 자신을 보호할 수 있어요!"구택은 손을 들어 그녀의 턱을 쥐며 걱정해하며 말했다."주먹질 좀 할 줄 안다고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 남자들이 얼마나 더러운 수작을 부리는지 알기나 해요?"어두운 빛 아래 소희는 맑고 고요한 눈동자로 천천히 대답했다."조심할게요."구택은 숨을 깊이 들이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여기 일 그만두고 유민에게 과외 해줘요. 내가 월급 세 배로 줄게요."소희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방학인데도 유민더러 과외하라는 거예요? 구택 씨 엄청 미워할걸요!""그럼 유민이랑 놀아줘요. 유민은 줄곧 소희 씨와 사격을 배우고 싶어 했잖아요. 그러니까 소희 씨가 가르쳐 줘요!"소희는 귀를 살짝 기울이며 마음이 약해졌다. 그녀는 천천히 말했다."그럼 딱 여름방학 끝나기 전까지 여기서 일할게요.""안 돼요, 지금 당장 그만둬요!"
"아무도 소희 씨 못 막아요!" 구택은 낮은 소리로 웃으며 그녀를 안고 일어나 성큼성큼 밖으로 나갔다.룸 안에 있던 사람들은 순간 그들을 쳐다보았다. 소희는 얼굴이 빨개지며 잽싸게 그의 품 안에서 뛰어내려 숨을 크게 들이마시며 일부러 침착한 척 밖으로 나갔다.시원은 일어나 구택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구택은 그를 힐끗 쳐다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나 먼저 갈게, 너희들끼리 놀아. 오늘 밤은 내가 쏘는 걸로!"그와 관계가 좋은 몇 사람은 참지 못하고 소란을 피웠다."고맙다, 구택아!""형님, 몸조심하고!"......구택은 휴게실 앞에서 잠시 기다리다가 자신의 옷으로 갈아입은 소희가 나오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옅은 회색 티셔츠에 흰색 핫팬츠와 운동화를 신고 있었다. 보면 볼수록 중학생 같았지만 그녀의 기질은 차갑고 차분했다.구택은 일어서서 그녀의 손을 잡고 엘리베이터로 갔다.케이슬에서 나오자 명우는 이미 문밖에 차를 대기하고 있었다. 구택과 손을 잡고 있는 소녀를 힐끗 보며 그의 눈빛에는 이미 예상했다는 의미가 스쳐 지나갔다.차에 오르자 구택이 입을 열었다."어정으로 가."소희는 그제야 어정에 갈 수 없다는 것을 생각하며 얼른 말했다."어정은 안 돼요. 청아가 아직 거기에서 지내고 있어요."구택은 고개를 돌렸다."전의 그 친구 말하는 거예요? 며칠만 묵는다고 하지 않았나요?"소희는 좀 난감해했다."그녀 집에 일이 좀 생겨서 며칠 더 묵어야 할거 같아요."구택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명우에게 분부했다."호정 별장으로 가지."차가 달리자 소희는 청아에게 오늘 저녁엔 돌아가지 않으니 그녀더러 기다리지 말고 일찍 자라고 문자를 보냈다.청아는 그녀에게 밤중에 어디 가냐고 물었다.소희는 잠시 생각하다 답장했다. [둘째 삼촌네 집에.]청아는 그제야 안심하고 굿나이트 이모티콘 하나 보냈다.차가 동쪽으로 향하자 소희는 익숙한 노선을 보고 마음이 조여왔다. 그녀는 청원 별장으로 가는 줄 알았지만 다음 길목에서 차가 오른쪽으
소희는 구택이 일어난 뒤에야 눈을 떴다. 창밖의 밝은 햇살을 바라보며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기지개를 쭉 켰다.그녀는 침대에서 몸 한 번 움직이고 나서야 내려갔지만 다리에 여전히 힘이 없어 하마터면 바닥에 넘어질 뻔했다.고개를 들자 마침 구택이 욕실의 문에 기대어 그녀를 보고 웃는 것을 보았다. 그는 목욕 수건을 둘러싸고 있었고 금방 씻은 얼굴에는 물방울이 아래로 떨어지면서 멋지면서도 사악하게 웃었다.소희는 얼굴이 붉어지며 옆에 있던 쿠션을 그를 향해 던지며 눈살을 찌푸리며 소리쳤다."웃지 마요!"마치 화난 어린 표범 같았다.구택은 쿠션을 받고 다가와 그녀를 안고 일어나서 욕실로 걸어갔다."소희 씨 비웃는 게 아니라 나 자신이 자랑스러워서요!""......"명우는 이미 사람 시켜서 옷과 아침밥을 아래층에 두게 했다.아침을 먹을 때 구택이 물었다."소희 씨 친구는 언제 나가요?"소희는 죽을 홀짝홀짝 마시며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어요."구택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시원이의 집은 바로 아래층에 있어요. 친구보고 아래층에 가서 지내라고 해요."소희는 눈을 들었다. "그래도 돼요?"구택은 유유히 말했다."시원이의 집은 지금 비어 있어요. 아무도 살지 않으니까 그녀는 언제까지 지내도 되고요. 게다가 그녀는 집세와 다른 그 어떤 비용을 내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보다 더 편리하지 않을 가요?"소희는 전에 청아가 한 말을 떠올렸다. 그녀 오빠의 여자친구는 전혀 집을 구하지 않고 마치 그녀의 집에서 줄곧 살 것처럼 말했다고 한다. 그래서 청아는 조만간 집에 돌아가지 않을 생각이었다. 게다가 소희가 다른 집으로 이사 가겠다고 하니 청아는 앞으로 그녀와 함께 집을 구해서 사려 하고 있었다.소희가 물었다."그럼 장시원 씨 쪽은요?""그건 더 상관할 필요가 없어요. 어정은 임 씨 그룹에서 개발한 거예요. 그때 나는 자신에게 맨 위층의 집을 임시 휴식하는 곳으로 남겼어요. 그는 그 말을 듣고 자기도 굳이 그런 집 하나 마련하고 싶다고 해
시원은 히죽히죽 웃었다."목소리 들어보니 어젯밤 꽤 즐겼구나?""저리 꺼져!" 구택은 웃으며 그를 욕하고서야 본론을 꺼냈다."너 어정의 집 비어있지? 내 친구가 거기서 며칠 좀 묵을게."시원은 농담으로 말했다."네가 말한 친구가 설마 소희 씨는 아니겠지? 너는 위층에 살고 그녀는 아래층에 살고, 그리고 가끔 몰래 즐기는 거야? 이야, 역시 젊은 사람들이 놀 줄 안다니깐!""그녀가 아니야!" 구택은 그와 잡담하는 것을 귀찮아했다."어차피 난 너한테 말했어. 이따 회의가 있어서, 먼저 끊을게!"전화를 끊고 구택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류를 보기 시작했다.대표님 사무실 밖, 서류 한가득을 안고 있는 설아는 다른 한 비서가 눈살을 찌푸리고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문밖에서 배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Kally.”설아는 인사를 했다."대표님 찾으려고요? 근데 왜 안 들어가는 거예요?"Kally는 고개를 돌려 눈살을 찌푸렸다."미국 지부 쪽에서 사인할 서류 때문에요. 지난번에 유 팀장이 이거 때문에 대표님한테 한바탕 꾸지람 받았잖아요. 그는 지금 이 일을 또 나한테 맡겼어요. 나도 들어가서 욕먹을까 봐 두렵거든요. 설아 씨도 알다시피 대표님 요즘 기분이 좋지 않잖아요."설아는 온아하게 웃으며 말했다."나한테 줘요. 마침 나도 대표님께서 사인해야 할 보고서가 있어서요.""그럼 더 좋고요!"Kally는 기뻐해하며 손에 든 서류를 건네주었다."정말 고마워요!"설아는 단아하게 웃으며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 안에서 나지막한 소리가 들려왔다.Kally는 작은 소리로 "행운을 빌어요" 라고 말하고는 인차 빠져나갔다.설아는 숨을 깊이 들이쉬고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걸어 들어갔다."대표님, 여기에 사인해야 할 서류가 몇 개 있습니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담담하게 대답했다."가져와요!"설아는 서류를 거대한 테이블 위에 나누며 설명했다.구택의 잘생긴 얼굴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여기 놔둬요. 이따 체크
강아심은 강시언 맞은편 의자에 앉아 부드럽게 웃으며 그를 한 번 바라봤다. 아심은 테이블 위에 있던 술잔을 들고 머리를 살짝 젖혀 술을 한 모금에 들이켰다.시언은 아심이 고개를 젖히며 드러난 가느다란 목선을 바라보았다. 삼킬 때마다 미세하게 움직이는 목선이 더욱 선명해졌다.이에 그는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강아심, 넌 그저 약간의 잔재주 말고는 다른 건 할 줄 모르지?”아심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더 큰 처벌을 피하려고 미리 그를 자극하며 시언의 입을 막으려는 수작을 부리는 게 분명했다.아심은 술잔을 내려놓았다. 그녀의 눈가는 술기운에 촉촉해졌고, 붉어진 입술이 살짝 벌어져 있었다.그런 순진한 표정은 아심 자신조차 깨닫지 못한 치명적인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시언의 눈빛이 깊어지며 목소리는 더욱 낮고 묵직해졌다.“네가 매번 처벌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네 잔재주 때문이 아니야. 그건 내가 네게 관대했기 때문이지, 이해했어?”아심의 심장이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술기운은 더욱 올라와 눈동자는 한층 더 촉촉해졌다.시언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그의 시선은 권수영과 양재아가 웃으며 멀어지는 모습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는 다시 아심을 보며, 다소 조롱 섞인 어조로 물었다.“네 남자친구 어머니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 것 같던데?”아심은 입가에 묻은 술 자국을 가볍게 닦으며 침착하게 대답했다.“진정한 사랑은 여러 가지 시련을 겪어야죠.”그 말에 시언의 눈빛이 순간 차갑게 변했고, 웃음에서도 냉기가 느껴질 정도였다.“진정한 사랑? 겨우 한 잔 마시고 취한 거야?”아심은 그의 말에 되받아칠 말을 찾으려 했지만, 어딘가 찔리는 마음 때문인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결국 아심은 침묵을 유지했다. 침묵은 때로는 모든 것을 말해주는 법이었다.시언은 아심의 옆모습을 지켜보며 무언가를 읽으려는 듯 바라봤다. 그러다 미소를 띠며 물었다.“내가 도와줄까?”아심은 놀란 듯 시언을 돌아보며 물었다.“뭘 도와준다는 건데요?”“네가 버틸
강아심은 고개를 끄덕이고 양재아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뒤돌아 자리를 떠났다.권수영은 아심이 떠나자 안도한 듯 숨을 내쉬며 지승현에게 말했다.“너는 재아 씨랑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봐. 젊은 사람들끼리 통하는 이야기가 더 많을 테니까.”승현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히 거절했다.“저는 재아 양과 잘 모르는 사이예요. 특별히 나눌 얘기도 없고요. 엄마 친구분이시니까 엄마가 알아서 모시세요.”그 말을 끝으로 그는 재아를 향해 간단히 묵례하고 자리를 떴다.재아는 표정을 잃지 않았지만, 손을 꼭 움켜쥐었다. 재아가 승현을 탐탁지 않게 여기는 건 재아의 마음일 뿐이었지만, 승현이 재아를 무시하는 건 또 다른 문제였다.권수영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속으로는 승현을 못마땅하게 여기며 생각했다.‘승현이가 저 모양이라니! 만약 수철이 결혼할 나이가 됐으면 그에게 재아를 소개했을 텐데!’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었기에, 권수영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승현이는 원래 좀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여자 앞에만 서면 얼굴이 빨개지고 말을 잘 못해요.”“게다가 평소엔 일에 치여서 여자들을 만날 시간도 없거든요.”재아는 냉소적으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보니까 승현 씨는 아심 씨와 대화는 잘하던데요.”권수영은 당황했지만 재빨리 웃으며 말을 돌렸다.“강아심 씨는 공공 관계 일을 하잖아요. 그러니 이 사람 저 사람 모두와 친한 거죠.”“하지만 재아 씨는 진짜 명문가의 아가씨에다가 품위 있고 아름다우니 비교가 되겠어요?”권수영의 말에 재아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그래도 사람들은 강아심 같은 사람을 더 좋아하더라고요.”권수영은 속셈이 담긴 태도로 재아의 심리를 읽으며 대답했다.“그건 그냥 재미로 그러는 거예요. 그런 여자를 진심으로 대하는 남자가 얼마나 있겠어요?”재아는 가볍게 웃으며 대화를 다른 주제로 돌렸다.“지아윤은 안 왔나요?”“왔죠. 친구들이랑 놀고 있을 거예요. 내가 전화해서 불러볼게요.”권수영은 곧장 대답하며
권수영은 의자에 앉아 있는 강아심을 일부러 무시한 채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양재아 씨, 여기는 내 아들 지승현이예요. 경성대 졸업생이고, 졸업 후 집안 사업을 도와주고 있죠. 지금 우리 집안은 승현이 혼자 다 책임지고 있어요!”권수영은 아들을 한껏 칭찬한 뒤, 다시 승현에게 말했다.“여기는 도재아 양, 국화 대가인 도경수 선생님의 손녀야. 외모도 빼어나지만 재능도 대단하단다!”승현은 공손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도재아 씨, 반가워요.”재아도 미소를 지으며 응대했다.“지승현 씨, 반가워요.”사실 재아는 권수영에게서 여러 차례 연락을 받았다. 세 번이나 전화로 만남을 요청하길래, 받은 선물도 많았고 관계를 틀고 싶지는 않아 마지못해 만나기로 했다.그녀는 권수영과 이야기를 나누며 꽃밭으로 안내받았고, 승현을 보자마자 권수영의 의도를 눈치챘다.승현은 깔끔하고 점잖은 인상이었고, 예전 남자친구인 임예현과 닮은 부분도 있었다. 그래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시언과 비교하면 그 격차는 상당히 컸다.그래서 재아는 자신의 태도를 차분하고 품위 있게 유지하면서도, 적당히 거리감을 두는 중립적인 자세를 취했다.아심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승현에게 말했다.“승현아, 할 말 있으면 나중에 하자. 나는 먼저 가볼게.”“아직 할 이야기가 남았어!”승현은 다급히 그녀를 막아섰으나 강아심은 별다른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채 시계를 흘낏 보았다. 이미 2분이 지나 있었다.권수영은 얄미운 웃음을 지으며 말을 걸었다.“아니, 이게 누구야? 강아심 씨 아니신가. 이제 공공 관계 사업까지 린 씨 결혼식장에 진출한 건가?”“어머니, 그런 말씀은 삼가세요.”승현이 얼굴을 굳히며 강하게 말렸다.“아심 씨는 연희 씨의 친구이자, 신부 소희 씨와도 친한 사이예요.”이때 재아가 입을 열었다.“아심 씨, 저를 못 알아보겠어요?”재아는 승현이 아심을 두둔하는 모습을 보자 갑자기 기억이 떠올랐다. 예전에 한 회사 개업식에서 아심이 어려움을 겪던 중, 승현이 그녀
“승현아.”강아심이 먼저 입을 열었다.“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야?”“먼저 뭐라도 먹어봐.”승현은 케이크를 그녀 앞에 밀어놓으며 말했다.“점심은 아직 못 먹었을 것 같은데.”아심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조금 전에 뭔가 먹어서 별로 배가 고프진 않아.”지승현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늘 만난 이유는 할머니의 유산 문제 때문이야. 할머니 유언장에 따르면, 돌아가신 지 한 달 뒤에 유산을 상속해야 한다고 했어.”“할머니의 뜻에 따라 네가 상속받을 부분을 꼭 받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심이야.”아심이 상속을 포기할 경우, 법정 상속에 따라 유산은 승현의 아버지와 큰아버지에게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 승현은 그들의 성향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이 유산을 받게 되면 즉시 팔아치우고, 자금을 회수할 게 뻔했다.승현은 그런 방식으로 할머니의 유품이 처분되는 걸 원치 않았다. 그래서 자신의 우려를 솔직히 전했다.“할머니의 유품이 엉뚱한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보고 싶지 않아. 그래서 꼭 네가 받아줬으면 해.”아심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할머니께서 나에게 유품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함께할 거라고 생각하셨기 때문이야.”“하지만 지금은 이미 헤어진 상태에서 제가 그걸 받는 건 할머니의 뜻을 거스르는 일일지도 몰라. 그렇게 하면 내 마음이 편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승현은 몸을 약간 앞으로 숙이며 그녀를 진지하게 바라봤다.“할머니는 널 진심으로 좋아하셨어요. 돌아가시기 전에도 말씀하셨어. 언젠가 당신이 나를 떠날 수도 있으니 절대 억지로 붙잡지 말라고.”“그렇게 모든 걸 알고 계시면서도 유품을 당신에게 남기셨잖아. 그러니 전혀 부담 가질 필요 없어.”...파티장 2층.강시언은 프랑스풍의 큰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그의 깊은 눈은 정원에서 대화 중인 두 사람을 담담히 응시하고 있었다.얇은 입술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자 그의 표정은 연기로 흐릿해졌지만, 눈빛만큼은 더욱 날카로워졌다.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