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야. 아닐 거야.]류은미는 연신 고개를 흔들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할아버지가 그 여자보다 못하다고? 절대로 그럴 리 없어. 절대로!’류은미는 이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그리고 송영길은 이미 그녀의 반응을 예상했다.아무래도 류은미는 부시혁이 자기 할아버지를 엄청 중시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렇게 오만하게 호언장담했던 것이다.‘윤슬을 건드려도 부시혁이 그냥 넘어갈 거라고? 웃기고 있네. 너무 자신 있게 말해서, 나까지 믿었잖아.’“안 믿으면 나도 어쩔 수 없고.”송영길은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어떻게 우리랑 상의하지도 않고 그냥 움직여?]전화 맞은편의 중년 남자, 즉 류은미의 아버지가 관자놀이를 누르며 말했다.[실패한 건 물론이고 네가 한 짓이란 게 다 들통나서, 지금 다들 우리 류씨 가문을 욕하고 있어.]쿵-!류은미는 마치 벼락을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그럴 리가. 분명 은밀하게 움직였는데? 내가 했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그녀는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그러자 류은미의 아버지가 관자놀이를 누르던 손을 내려놓았다.[은밀? 그게 은밀한 거야? 네 개인 번호로 DS
류진영은 자기 딸이 무슨 생각 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다만 딸이 자기가 한 말을 귀담아들었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서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래야지. 무슨 일이 있으면 우리랑 먼저 상의해야 해, 알았지? 아빠랑 할아버지는 언제나 네 편이야. 그리고 누구보다 네가 시혁이랑 사귀는 걸 바라고 있어.]“알았어.”류은미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입술을 깨물며 류진영에게 물었다.“근데 아빠, 이제 어떡하지? 시혁 오빠가 전화까지 안 받을 정도로 화났잖아. 나 오빠한테 미움받고 싶지 않아. 그렇게 되면 내가 오빠랑 사귈 가능성이
윤슬은 의문을 품고 그 게시글을 확인했다.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태그 한 사람이 누군지 바로 알게 되었다.류씨 미디어의 계정이었다.‘재밌네!’윤슬은 입꼬리를 살짝 들어 올렸다.‘류씨 미디어가 도대체 무슨 일로 날 언급했는지, 어디 한번 볼까?’윤슬이 손가락을 움직이자, 류씨 미디어가 올린 글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그 글을 읽은 윤슬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그건 아무리 들어도 비웃음이었다.직진 구간이 길고 앞에 차가 보이지 않자, 부시혁은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 윤슬을 한번 쳐다보았다.“왜 웃는 거야
‘설마 네티즌들이 정말 이런 가소로운 사과를 믿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류씨 가문이라면 정말 그렇게 생각할지도 몰랐다.그들 눈에 네티즌들은 그저 재벌을 우러러보는 일반인이었다.그래서 아무리 터무니없는 사과라고 해도 재벌의 말이라면 네티즌들이 순순히 믿을 거라고 생각했다.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정상적인 사람이 대부분이었다.아무리 일반인이라고 해도 자본의 말을 무턱대고 받아들이진 않는다.아무튼 이번에 류씨 가문이 네티즌을 너무 우습게 보고 낮잡아본 게 문제였다.사실 네티즌을 다루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인터넷의 서민들이 아직도 우릴 욕하고 있다고? 말도 안 돼!’하지만 비서의 엄숙한 표정을 보니, 거짓말은 아닌 것 같았다.류진영은 주먹을 쥐고 망연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그럴 리가.”잔주름이 있는 그의 얼굴은 더욱 늙어 보였다.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사과했잖아. 그 서민들이 왜 아직 우릴 욕하고 있는 거야?’류진영의 의문을 알아챈 비서는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비웃음이 담긴 눈빛을 감추었다.‘아직도 자기 잘못을 눈치채지 못한 거야? 나도 정말 그만둘 생각을 해봐야겠네. 이러다가 류씨 미디어가 망하는 것도 시간문제
집에 요리를 만들 재료가 없어서 두 사람은 시장에 들러 장을 보기로 했다.부시혁이 직접 장을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물론 평소에 요리하긴 하지만 재료는 전부 윤슬이 미리 준비해 놓은 것들이었다.그래서 재료가 부족했던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처음이긴 하지만, 단풍이랑 오니까 새롭고 좋네.’고급 시장 안으로 들어가자, 윤슬은 카트 하나를 가져와 밀려고 했는데, 이때 부시혁이 갑자기 카트를 끌어갔다.윤슬은 허공에 굳어져 있는 두 손을 한번 보고 또 고개를 돌려 부시혁을 쳐다보았다.“왜요?”“내가 밀게.”부시혁은 얇
마켓 안에 사람이 너무 많은 게 아니라면 부시혁은 이 자리에서 윤슬에게 키스를 했을 것이디.부시혁의 뜨거운 눈빛을 느낀 윤슬은 얼굴이 더욱더 빨개졌다. 그리고 남자의 손을 탁 치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경고했다.“경고하는데, 이상한 짓 하지 마요.”부시혁의 목소리는 여전히 허스키했다.“알았어. 집에 돌아갈 때까지 참을게.”이 말을 들은 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 ‘이 남자가 정말…….’윤슬은 이제 상대하기도 귀찮다는 듯 고개를 한쪽으로 돌렸다.하지만 여전히 남자의 팔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마켓에 들어가자, 부시혁은 각